서울시 SL빌라. 오늘은 설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집안에는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설씨 집안의 자손들은 너나 할것없이 준비해온 선물을 어르신께 드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웨쳤다."어르신, 항상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의자에 앉아있는 설씨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래, 아가들아. 오늘 내 기분이 참 좋으니 너희 소원을 각각 하나씩 들어주도록 하자꾸나!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도록 하거라.""할아버지, 저는 바다 근처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어요. 그리 비싸지 않아요. 2억 정도밖에 안 돼요...""할아버지, 저는 한정판 샤넬 백을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BMW 스포츠카 한 대를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어요...""...""좋아. 내가 너희 소원을 하나 하나 다 이루어주마!" 설 씨 어르신은 망설임 없이 약속했다.선물을 요구한 설씨네 젊은이들은 너무 기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싶은 분위기였다.이때, 설 씨 집안 데릴 사위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스쿠터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시장에 채소 사러 갈 때 사용하려고 그러는데.."하현의 말이 끝나자, 설 씨 집안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 진채로 하나같이 바보 쳐다보듯 하현을 바라봤다.저 데릴사위 녀석 정신이 나간 건가? 이게 무슨 경우지? 어떻게 고작 데릴 사위 따위가 입을 뻥긋할 수 있지?게다가 하현은 설 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선물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 신세에 어쩜 저토록 뻔뻔하게 설 씨 어르신께 무언가를 요구하는 걸까?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스쿠터였다. 일부러 모욕하려고 그런건가?3년 전, 설 씨네 할머니가 거지같은 몰골인 하현이라는 자를 집안에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맏손녀인 은아를 강제로 하현에게 시집보냈다. 그러나 결혼 당일, 설 씨네 할머니는 손녀딸의 결혼
“하엔 그룹에서 보낸 문자잖아.” 하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하 씨 집안은 강남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집안이었다. 원래 하현은 가문의 황태자이자 상속자였다.3년 전, 하현은 자기 힘으로 쇠퇴해져가는 가문을 이끌고 천만조에 달하는 대그룹 정상 자리에 다시 등극했었다.그가 하엔 그룹을 이끌고 전국 10위권에 드는 재벌 가문의 서열에 들어설 무렵, 집안 사람 누군가가 하현에게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씌었다. 그래서 하현의 후계자 신분은 박탈되었다.그후, 하엔 그룹은 하현을 아예 호적에서 파버렸고, 그의 부모님은 곧바로 얼토당토 않는 모 인수계획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에 이송되었다. 그 이후로 하현은 부모님을 만나보지 못했다.3년 전에 하현이 하 씨 집안에서 쫓겨날 때, 그에게는 단 한 푼도 없었다. 그 엄청난 타격으로 인해 하현은 심하게 앓아누웠다.그무렵, 다행히도 설 씨네 할머니가 하현을 집안의 데릴 사위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하현은 거리바닥을 헤매는 거지신세는 면하게 되였다.그러나 하현과 은아는 이제 결혼 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명목상의 부부일뿐 잠자리를 가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설 씨네 가문에서 이미지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하현은 아마 서재에서 잠을 잘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벌써 3년이 지났다. 하현은 자신이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는 줄 알았다. 데릴 사위면 데릴 사위답게 사는게 정상 아닌가?하지만 하현에게는 말못할 고충이 있었다.그건 바로 그의 아내 은아때문이였다.비록 은아는 늘 무례했고 하현의 체면을 봐준적 없었지만, 그녀는 너무 특출하게 아름다웠다. 3년 동안 은아와 함께 지내다 보니, 하현은 자신이 어느새 그녀를 몰래 사랑하게 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 또 여러 통의 문자가 왔다.“도련님, 하엔 그룹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현재 파산 직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간절히 부탁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도련님이라면 방법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30분 후, 하현은 은아의 회사에 도착했다. 하현이 입구로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경호원 한 명이 그를 호신봉으로 막아섰다. 경호원이 차갑게 말했다. “썩 꺼져! 여기는 거지들을 반기지 않아.”하현은 일어나자 마자 구멍난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를 걸쳐입고 씻지도 않고 나왔기에 거지처럼 보이긴 했다. 하현은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전 제 아내한테 서류를 전해주러 온 사람이에요.”“그 꼴에 아내가 있다고?” 경호원은 의심했다. “청소부 희진이야 아니면 뒤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수빈이야?”“제 아내는 은아에요.” 하현이 말했다.경호원은 순간 벙져 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렇구나. 당신이였구나. 말로만 듣던 설 씨 집안 데릴사위님...하하하하하.” 경호원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렇게 유명한 줄은 전혀 몰랐다.“알았어, 알았어. 서류를 내놔. 설 씨 아가씨께서 당신이 오면 서류를 받아달라고 했어.” 경호원은 말했다.“아니요.” 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고집스레 말했. “우리 처제가 꽤 중요한 것이라고 했으니 제가 직접 아내한테 전해줘야 겠어요. 잠깐 비켜주시겠어요?”“당신!” 경호원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 ‘미친 거 아니야? 설 씨들이 얼마나 자기를 싫어하는지 모르나? 게다가 이렇게 옷을 입고 나오다니. 회사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은 안 하나?’그들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부릉부릉 크게 들렸다. 얼마 후 BMW 5 시리즈 하나가 빠른 속도로 드리프트를 하며 하현의 스쿠터 옆에 주차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준이 한 손에 장미 다발을 든 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강 부장님! 안녕하세요.” 이준을 본 건방진 경호원은 어느 친절한 얼굴로 돌변하더 알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호원은 말했다. “강 부장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정사장님 사무실에서 부장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하현에게 눈길 한
“설명? 내가 왜 당신한테 설명해야 해?”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은아는 내 아내야. 은아한테서 떨어져. 발정난 거라면 다른 곳으로 가!”“그리고, 내 아내가 장미를 좋아한다면 내가 직접 사줄 거야! 외딴 남자에게서 받을 이유가 없어!”"은아는 아름다운 여자야. 이따위 장미가 어떻게 은아에게 어울리겠어? 오늘밤 내가 프라하에서 장미를 사서 내 아내에게 선물할거야!"“너 미친거 아니야! 지능이 낮은 거야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거야? 너 돈 있냐? 어제 설 씨 어르신한테 스쿠터 사달라고 하는 거 다 들었어. 당신같은 가난뱅이는 신장을 판다고 해도 프라하 장미 한송이 못사. 왜 이렇게 뻔뻔하게 여기서 쇼를 하는 거야?”이준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그는 하엔 그룹에서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고위층이다 . 어떻게 저따위 데릴사위 따위가 나한테 감히 이렇게 말을 하지?’그리고 이준을 제일 화나게 한 것은 하현이 이준의 꽃을 짓밟아 버리고 은아를 엘리베이터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저 자식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야?’잠깐 머리를 굴리던 이준은 뜬금없이 입가에 피식 냉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한 어투로 소리질렀다. 이준은 확신에 찬 듯했다. “은아씨, 60억 원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네?” 은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이준은 차분히 말했다. “은아씨, 당신 회사에 60억 원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마침 제 수중에 그 정도 액수의 돈이 있어서 투자금으로 사용할수 있어요. 저와 함께 오늘 점심을 먹어준다면 그건 당신 몫이 될 거에요.”“정말이에요?” 은아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의 손을 내팽개쳐 버렸다. 그녀의 회사는 그 돈이 필요했다.“저는 한입에 두말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좋아요.” 잠시 고민 후, 은아는 결국 이준의 점심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솔직히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제일 컸기 때문이다.“가요, 은아 씨. 프로젝트에 관한 상세한 얘기를
“도련님, 제가 본부장님에게 얼른 보고하겠습니다. 도련님께서는...”“저랑 흥정할 생각하지 마요. 안 그러면 하엔 그룹 전부 망가뜨릴 거예요!”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하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골든 빌라 지역의 모든 빌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특별히 디자인한 것으로 세라믹 타일 종류부터 나무 종류까지 다 각별히 신경 써서 고른 것이었다.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살수 있는 곳이 아니였다.이 시각, 하현은 베란다 소파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하현의 맞은편에는 하엔의 현 본부장 하태규가 있었다. 태규는 하현의 삼촌이자, 자신의 기사를 불러 하현을 픽업해서 빌라로 데려오라고 시킨 사람이었다.하태규, 하엔 그룹의 현직 오너.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평범해 보이는 이 노인네가 하엔 그룹의 일인자라는 실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이런 하태규 뒤에는 포스가 남다르고 눈빛이 날카로운 두명의 경호원이 서있었다.여유로운 하현의 얼굴을 보며 태규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현이, 전임 오너다운 포스는 여전하네. 우리가 안 본 지 3년이나 됐나? 너 더 잘생겨진것 같다야 ...”“삼촌, 빙빙 돌려 말 안 해도 돼요.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하현은 태규의 말을 끊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하태규 뒤에 서있던 두 경호원은 하현의 태도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오랫동안 태규를 섬기면서 그래도 안목이 많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천하의 하태규에게 이런 태로도 나오는 사람을 봤다. 감히 어디라고! 살기 귀찮아 진건가?두 경호원은 하현을 독기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하태규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태규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얘들아, 얼굴 표정 풀어. 이분은 예전에 하씨 가문에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중요한 위치에 계셨던 분이야. 옛날같았으면 너희 둘다 죽었어.""어르신, 그래도 저 사람이 어르신한테 대하는 태도가..."하태규는 웃으며
“강이준?”하현은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나서 웃었다. ‘그 xx는 그저 하엔그룹에서 키운 개 한마리일 뿐이야. 강이준이 쫓겨나고 말고는 내 한마디 말에 달린거 아닌가.'“어머님, 저는 이혼 안 합니다. 설령 저희가 정말 이혼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건 어머님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참견하지 말아 주시길 바라요.” 하현은 가볍게 웃고나서 이 한마디를 내뱉은 뒤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하현, 너 이 자식이 어딜 감히!” 희정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차로 들이받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싸인 걸 보고 그녀는 화를 억누르며 얼른 떠날 수밖에 없었다.…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어 은아는 회사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안내 데스크에는 여직원 두명이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어대며 얘기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설 대표님 남편은 머저리야. 프라하 장미들을 선물하네 마네 떠벌이다니. 평소 거울은 안 보고 다니나봐?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주제에.심지어 슬리퍼까지 해졌잖아. 그런 거지는 구걸이나 하는게 적성에 맞아…”“맞아, 설 대표님은 왜 저런 머저리랑 결혼했는지 몰라!”“머저리가 아니라면 데릴사위도 안됐겠지!”“나였으면 한참 전에 이혼했겠다…”“설 대표님에게 마음있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니…그 많은 남자들을 제쳐두고 뭐하는 짓이래...”은아는 할 말을 잃었다.“당신들…” 은아는 의논 소리에 빨간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붉혔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너무 쪽팔렸다.“설 대표님…” 안내 데스크에 있던 두 여자는 은아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대표님, 저희는 그냥 헛소리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화내지 마세요…”“닥쳐!” 은아는 몸을 살짝 떨며 소리쳤다.두 눈 빨개진 은아는 금세 울것만 같았다. 왜 자신은 이렇게 쓸모없는 남편을 둔 걸까?다른 여자들 남편은 비즈니스 엘리트거나 부유한 집안 출신인데 자신의 남편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데릴사위였다. 그런 하현은 은아를
“너는...하현?”우석진은 하현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픽 웃고는 주차를 하고 호텔로 바로 걸어갔다.하현은 뻘쭘했다. 석진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렇게 무시당할 줄은 몰랐다.그 둘은 한 명씩 차례대로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 이 시각 동기들은 이미 다 도착해있었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이거 과대 아니야? 소문대로 성공했네! 인물이 훤하다!” 누군가 분위기를 띄우며 말머리를 뗐다. 슈트 차림에 가죽 구두 한 쌍을 신고 있는 석진은 허리에 아우디 차 키까지 걸고 있어 그 순간 정말 잘생겨 보였다.얼마 안 지나, 석진 뒤에 하현이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누군가 발견했다. 비록 하현이 입고있는 슈트가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급스럽고 유명한 명품 브랜드임을 알수 있었다.동기생 한 명이 그걸 보고 웃었다. "하현, 너도 잘 지내나 봐! 일로 와, 이 두 메인 자리는 너랑 과대를 위해 미리 찜을 해두었어!"석진은 하현을 슬쩍 바라보고는 픽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래도 더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석진은 하현이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하현은 "어" 하고 대답했지만, 자리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았다. 대학시절, 과에는 예쁜 여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학여신 김겨울은 변함없이 예뻤다. 역시 여신은 여신이다. 그녀는 비즈니스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 무르익은 복숭아같은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한껏 돋보이게 하였다. 이는 매우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심지어 멋쟁이 석진의 시선도 겨울에게 꽂혔다. 그녀의 미모에 혹한 석진은 틈을 비집고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오, 너였네, 우리 여신님. 안본지 진짜 오래됐다. 왜 날 찾지도 연락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어디서 일해?"겨울은 쑥스러운듯 웃으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만큼 잘 지내지는 않아. 넌 아우디도 타잖아."그 소리에 석진의 두 눈이 반짝했다. 그에게 기회가
하현은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으나, 석진의 태도를 보고는 고개를 흔들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윤에게로 다가가 제안했다. "나랑 같이 나가지 않을래? 이따가 무슨 문제라도 생길 것 같아서.""그게…" 다윤은 약간 망설였다. 그녀는 대학시절 하현과 친한 사이이긴 했지만, 보시다시피 오늘 밤의 주인공은 석진이었다. 만약 다윤이 지금 나간다면 석진을 불쾌하게 만들지 않을까?한편, 하현이 바로 자리를 뜨기는 커녕 오히려 아름다운 같은 과 동기 다윤에게 작업을 거는 모습을 보자 석진은 얼굴빛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석진은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현, 아직도 안꺼지고 꾸물대는건 그렇다치고, 지금은 아예 우리의 아름다운 과 동기까지 데려가려고 하네. 네가 뭔데? 성공한 사람이야? 잊지 마! 너는 데릴사위일 뿐이고, 우리는 너 같은 동기를 둔걸 창피하게 생각할 뿐이란걸!""맞아! 다른 친구들은 모두 잘나가고 있는데. 어쩜 너는 그 모양이야. 우리반 망신이야!""얼른 안꺼지고 뭐해! 다윤아, 쟤는 데릴사위야. 쟤한테 속으면 안 돼!"석진은 오늘 밤의 주인공이었다. 몇년동안 사회물은 먹은 몇몇 동기들은 능력이 좋은건 아니었지만 비위 하나는 잘 맞추었다. 그들은 모두 하현을 조롱하고 비웃었다.하현은 얼굴을 찌푸렸다. 다윤이 나중에 큰 문제에 말려들까 봐 두려워한 것만 아니었더라면, 하현은 더 이상 말을 하지도 않았을것이다.다른 한편, 석진은 하현이 아직도 떠나지 않고있자 자신의 체면이 구겨졌다고 생각했다. 석진은 은행 카드 하나를 꺼내 식탁 위로 던지면서 냉소했다. "웨이터, 계산 좀 부탁해요. 아직도 꺼지지 않고있는 누군가에게 보여줘야 겠어요. 이 한 끼는 그가 한평생 뼈빠지게 벌어도 먹을 수준이 아니란걸요."석진의 돌발행동은 보는이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만들었다.실버 카드! 십억 원 이상의 자산을 소유한 사람만 신청 할 수 있는 카드이다.석진이 이토록 젊은 나이에 이 정도로 성공하다니! 젊다고 함부로 판단하
”빨리 대답해!”양신이가 또 채찍을 휘둘러 양유훤을 때렸다.양신이의 눈에는 질투와 원한이 가득 서려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자신보다 뛰어나고 예쁜 양유훤을 미워했다.오늘 이렇게 양유훤을 혼내줄 기회를 잡았으니 양신이가 어찌 사정을 봐주겠는가?“어서!”또 한 번 채찍에 맞아 비틀거리던 양유훤은 거의 똑바로 설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또박또박 대꾸했다.“난 여수혁과 결혼하지 않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뒤뜰을 둘러보았다.양제명이 뒤에서 안정을 취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 이 사람들이 안으로 들어가 양제명의 회복을 방해라도 한다면 결과는 정말로 예측할 수 없게 된다.“왜? 아직도 저 늙은이 걱정할 시간이 있어? 그럴 시간에 당신 자신이나 걱정하는 게 어때?”양신이는 양유훤의 눈빛을 보고 그녀의 마음을 바로 알아차리고 냉소를 흘렸다.그리고 양유훤에게 다가가 간특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곧 누군가가 노인네한테 약을 먹일 거야.”“늙은이가 죽은 뒤 우린 그 누명을 당신한테 뒤집어씌우면 돼. 하하하!”양신이가 악마처럼 웃어젖혔다.“네가 승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인네의 말로가 그렇게 되는 거야. 이게 다 너, 양유훤 너 때문이라고!”양유훤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고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며 강경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들, 함부로 행동하지 마. 당신들 할아버지이기도 한 사람이야!”“할아버지?”양호남은 코웃음을 지으며 포악한 얼굴로 양유훤을 향해 또 한 번 채찍을 휘둘렀다.“노인네가 이미 폐인이 되었는데 무슨 자격으로 할아버지가 된단 말이야?”“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전신이지 폐인이 아니야!”“우리 양 씨 가문은 당신을 포함해 폐인은 다 버릴 수밖에 없어!”“자, 승낙을 할 거야? 말 거야? 승낙하지 않는다면 노인네는 이대로 죽을 거야!”말을 하면서 양호남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영상통화를 걸었다.전
양유훤의 얼굴이 벌겋게 부어오르도록 그 이후에도 양호남은 손바닥을 몇 번이고 휘날렸다.이 광경을 보고 양호남이 데리고 온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은 모두 한마디씩 거들었다.“양유훤은 정말 남한테 피해를 입힌다니까. 이전에도 시집가기 싫어 멀리 항성과 도성에 가서 우리 양 씨 가문을 곤란하게 했지!”“이제 와서 또 우리 가문을 죽이려 하다니! 절대 가만둘 수 없지!”“여영창 어르신도 이번엔 단단히 화가 나셨어. 만약 그가 우리 가문과 페낭 무맹의 모든 거래를 끊는다면 우리 집안의 손실은 어마어마할 거야!”“양유훤이 이 일을 다 책임질 수 있겠어?”“집안 큰집이라고 아주 떠받들어 줬더니 아주 기고만장해져서 결국 이렇게 우리 집안을 함정에 빠뜨리고 말았어!”양 씨 가문 사람들이 모두 고개를 내저으며 비난했다.가문의 권력을 대표하는 몇몇 장로들은 양유훤의 행동에 단단히 실망한 듯 차디찬 눈빛을 보냈다.양유훤은 심호흡을 하며 입을 열었다.“양호남, 납품권은 내가 해결할 테니 사람들을 풀어줘.”“당신이?”“어떻게 해결한다는 거야? 당신 얼굴로? 아니면 몸으로?”양유훤이 두 손이 묶여 있는 것을 보고 양호남은 아주 기고만장해진 모양이었다.그는 양유훤의 머리채를 덥석 잡았고 옥처럼 고운 양유훤의 얼굴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절대 가져서는 안 될 생각이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결국 그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입을 열었다.“이번에 당신이 남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 양 씨 가문 사람들은 모두 매우 기뻐했어. 당신이 큰집을 대표하여 우리 가문의 권세를 되찾고 다시 남양 3대 가문의 영광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그런데 당신은? 여전히 예전과 마찬가지로 제멋대로 행동하고 있어!”“우리 양 씨 가문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오히려 우리 가문을 불구덩이로 밀어 넣으려 하고 있어!”“이 일에 대한 해결책은 내가 이미 다 생각해 뒀어!”“당신이 여수혁한테 시집가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여 씨 가문은
”야비한 남자 때문에 여수혁에게 미움을 사다니!”“야비한 놈을 우리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감히 말하고 다녀?!”“당신 부끄러움도 몰라?!”“어떻게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양호남이 함부로 지껄이기 시작했다!“당신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페낭의 웃음거리가 된 걸 알기나 해?!”여기까지 말하며 양호남은 더는 못 참겠는지 양유훤 앞으로 나서며 그녀의 뺨을 때렸다.양호남의 말에 당황해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양유훤은 갑자기 뺨까지 맞게 되었다.조각처럼 정교한 그녀의 얼굴에 금세 손바닥 자국이 크게 생기더니 붉게 부어오르기 시작했다.이를 본 양신이와 몇몇 그의 사람들은 말리기는커녕 한결같이 통쾌해하는 표정이었다.“양호남, 내 일은 내가 알아서 책임질 거니까 당신이 일부러 나서서 날 가르칠 필요는 없어.”양유훤은 밀려오는 고통과 분노를 억누르며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비록 그녀는 자신이 어젯밤에 한 일이 분명 양 씨 가문 둘째와 셋째에게 비난의 빌미를 줄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양호남이 이렇게 기세등등하게 나올 줄은 몰랐다.“우리는 당신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뿐이야!”양호남은 이를 악물고 말을 이었다.“잘 들어. 오늘 아침 여 씨 집안사람이 우릴 찾아왔어!”“페낭 무맹 부맹주 여영창 어르신이 직접 사랍들을 이끌고 우리 양 씨 가문을 찾아와 해명을 하라고 했어!”“똑똑히 들어. 이 일은 네가 우리 양 씨 가문을 대표해 반드시 여 씨 가문에 해명을 해야 해!”“그렇지 않으면 이 일은 절대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야!”양유훤은 위엄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순전히 나를 노리고 한 일이니 여 씨 가문은 나를 직접 찾아와 결판내면 될 일이야.”“셋째 집안과는 무슨 상관있어?”“뭐 더 할 말 있어?”양호남은 화가 나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을 열었다.“여 씨 가문은 이 일 때문에 우리 양 씨 가문이 가지고 있는 페낭 무맹 납품권을 끊어버리려고 한다고!
하현은 그윽한 눈동자로 양유훤을 바라보다가 한참 후에야 옅은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돌아가는 정세가 그렇게 복잡해? 복잡해서 날 지킬 자신이 없는 거야? 그래서 날 내쫓으려는 거고?”“아니면 내가 페낭에 남아서 당신 밥그릇이라도 한몫 챙길까 봐 그러는 거야?”양유훤은 하현을 바라보고 잠시 후 담담하게 말했다.“상황이 복잡한 게 아니라 당신이 복잡한 일에 얽히는 걸 싫어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야.”“할아버지를 이 정도로 회복시켜 준 것만으로도 당신한테는 너무 감사할 따름이야.”“다른 소소한 일은 더 이상 당신한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일등석 세 장이야. 내일 아침 8시 비행기.”“내가 일을 다 처리한 후 당신한테 페낭에 한 번 더 오라고 초대하면 그때 반드시 이 은혜를 다 갚을게.”말을 하면서 양유훤은 하현 앞에 봉투를 놓으며 깊은 시선으로 하현을 바라보다 돌아섰다.양유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하현은 손을 뻗어 봉투에 손을 올렸다가 잠시 후 미소를 떠올리며 말했다.“보아하니 당신이 날 여기 두고 싶지 않은가 봐. 정말 재미있군. 내일 아침에 우리 같이 어르신 뵈러 가자구. 그때 모든 게 다 정상이라면 돌아갈게.”말이 끝나자마자 하현도 돌아서서 성큼성큼 병원을 나섰다....다음날 정오, 양 씨 가문 별채.별채 입구에 선 양유훤은 페낭 국제공항 쪽을 희미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그곳에는 수많은 비행기가 뜨고 내렸다.수없이 뜨고 내리는 비행기가 마치 갈피를 잡지 못하는 자신의 마음 같았다.바로 그때 양 씨 가문 별채 정문 앞에 자동차 엔진 소리가 들렸다.굳게 닫혀 있던 문이 육중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이어 짙은 녹색 랜드로버 오프로드 차량이 선두에 섰고 뒤따라온 여러 대의 차량들이 정문 앞으로 무작정 돌진해 와 정성껏 가꾸어 놓았던 화단을 으스러뜨렸다.그러자 수십 명의 건장한 남자가 깔끔한 양복차림으로 나왔다.딱 봐도 만만치 않아 보였다.양유훤이 뭐라고 입을 열기도 전에 선두에 선 남자
양유훤의 눈동자에 희미한 실망이 순식간에 스쳐 지나갔다.그녀는 이내 표정을 바꾸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남들은 당신을 쓰레기네 뭐네 하지만 난 원래부터 믿지 않았어.”“그런데 지금 보니 당신은 정말 구제불능이야!”“사람을 꼬시고는 이내 도망쳐 버리니 나도 어쩔 도리가 없군!”하현은 입가를 쌜쭉거리며 양유훤을 힐끔 쳐다보았다.양유훤의 놀림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아름다운 여자의 친절함과 관심에는 참아낼 재간이 없다고 말한다.양유훤같이 싫고 좋음이 분명한 타입은 하현이 절대 함부로 대응할 수 없는 것이다.그러자 하현은 애써 이 상황을 모면하고자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방금 여수혁과 당신이 하는 대화를 대충 들었는데 양 씨 가문이 지금 어떻게 되어 가는 거야?”“남양지역에서 페낭을 중심으로 양 씨 가문은 남양국 황실 다음으로 가장 뿌리가 깊은 3대 가문이야.”양유훤도 더는 숨길 뜻이 없었다.“이 씨 가문, 원 씨 가문 그리고 우리 양 씨 가문.”“이 외에도 무맹과 수많은 일류 가문들, 그리고 기타 중소 세력들이 남양에서 혼란스러운 국면을 형성하고 있어.”“수십 년 전에는 우리 양 씨 가문과 이 씨 가문, 원 씨 가문의 3파전으로 남양국은 확고한 구도를 형성하고 있었어.”“각 세력도 이 세 가문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각축을 벌였지.”“고고한 황실은 이 모든 것을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었고.”“우리 세 가문이 무너지지 않는 한 황실도 무너지지 않고 공고하게 군림할 수 있었던 거지.”“우리 세 가문이 계속 각축을 벌이는 한 황실의 막대한 이익을 누가 건드리지는 않으니까.”“그런데 이 모든 게 우리 할아버지가 전신이 되고 나서 달라졌어.”하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양 씨 가문이 치고 나왔군, 그렇지?”양유훤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비슷해.”“하지만 그때 우리 집안은 위기를 눈치채지 못했고 양 씨 가문에서 전신이 나왔으니 당연히 이 씨 가문과 원 씨 가문을 제압해야 한다고
여수혁은 순간 눈앞이 캄캄해졌다.“하현, 나 여수혁이야! 페낭 무맹 무맹주의 여 씨 가문 사람이라구!”“내 스승님은 남양 무맹 맹주야!”“나한테 당신 같은 사람은 목숨도 아니야!”“당신 지금 이런 행동한 거, 톡톡히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땅바닥에 널브러진 여수혁은 힘겨운 얼굴로 남은 힘을 끌어모아 내뱉었다.“퍽!”“저리 꺼져!”하현은 여수혁을 발로 차서 날려버렸다.그러자 여수혁은 벽에 몸을 부딪혔고 입에서는 봇물 터지듯 핏물이 솟구치더니 이내 정신을 잃고 말았다.“배후에 누가 있든 어떤 권력을 가지고 있든 상관없어.”하현은 앞으로 나가 손을 뻗어 여음채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당신한테 기회를 주겠어. 잠시 문을 닫고 정리하면서 잘 생각해 봐.”“다음에도 또 이런 일로 사기를 치고 있다는 얘기가 내 귀에 들어오면 정말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그땐 인정사정없이 완전히 풍비박산을 만들어 버릴 테니까!”...궁지에 빠진 여음채와 여수혁은 대꾸할 말이 없었다.하현은 길을 막고 있는 페낭 무맹 제자들을 발로 걷어차고 원가령을 부축하며 양유훤의 차에 올라탔다.양유훤은 사람들을 양 씨 가문에서 운영하는 병원으로 데려갔고 원가령을 응급실 침대에 눕힌 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현, 오늘 밤 가령이 일로 귀찮게 해서 미안해.”“어떻게 된 건지 들어서 잘 알고 있어.”“당신이 없었다면 오늘 밤 가령이는 정말 어떻게 되었을지 몰라.”하현이 병원 대기실 소파에 앉자 하이힐을 신은 양유훤이 그에게 다가와 생수 한 병을 건넸다.“당연한 일을 한 걸 가지고 뭐. 마침 만나게 되어서 다행이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하고 난 뒤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하지만 오늘 밤 원가령의 일은 아마 십중팔구 당신을 노리고 한 짓일 거야.”“조심하는 게 좋아.”양유훤도 의심에 가득 찬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나 때문에 온 게 분명해.”“이번에 내가 천억 대금을 순조롭게 회수해서 적자에 허덕이
”퍽!”여수혁은 무맹 사람이고 남양 무맹의 맹주에게서 수련을 받았으며 그의 아버지는 페낭 무맹 맹주였다.뼈대 있는 집안 자손이었고 천부적인 재능을 겸비했다.그래서 그가 하현과의 거리가 좁힌 지금 한 번에 몸을 날리자 무서운 기세가 펼쳐졌다.방금 양유훤 앞에서 얼마나 많은 수모를 당했던가!여수혁은 하현에게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을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었다.그의 계산대로라면 지금 이 주먹으로 하현을 죽이지는 못하더라도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만들 수는 있을 것이다.“대하 촌놈! 죽어!”여수혁은 섬뜩한 미소로 쏜살같이 덤벼들었다.이런 벼락같은 기세라면 소 한 마리도 때려죽일 수 있을 것 같았다.이 광경을 보고 여음채와 부일민은 눈이 번쩍 뜨였다.여수혁의 대담한 기세에 깜짝 놀란 것이다.“양유훤, 봤지?!”“이게 당신이 선택해야 할 남자의 모습이야! 이 정도는 되어야 양 씨 가문 데릴사위가 되지!”“입으로만 떠드는 남자가 무슨 소용있어?”“여수혁 같은 고수를 만나면 바로 무릎을 꿇을 거야!”부일민과 예쁘장한 간호사들은 모두 비아냥거리는 기색을 띠며 하현을 주제넘은 사람이라고 비꼬았다.주변 구경꾼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내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왜 여수혁을 감히 도발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이 모든 게 자업자득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장내에 오직 양유훤과 하구봉만이 전혀 개의치 않는 얼굴이었다.그들은 모두 하현의 실력을 본 적이 있었다.만약 여수혁 같은 사람 한 명도 수습하지 못한다면 지금까지 하현은 헛수고를 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퍽퍽퍽퍽!”여수형은 순식간에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널브러져 온몸을 덜덜 떨며 비명을 질렀다.동시에 하현은 그의 두 손을 짓밟아 부러뜨렸다.“이럴 수가?!”여음채와 부일민은 보고도 믿을 수가 없었다.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었다.여수혁 주변에 있던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들, 그리고 소위 고수라 불리는 사람들도 지금은 눈가
그러자 여수혁의 옆에 있던 여음채가 얼굴을 가리고 노기를 띠며 말했다.“하 씨! 당신 뭐가 좋은지 나쁜지 몰라?”“양유훤의 체면을 봐서라도 당신과 더 이상 따지지 않고 살길을 마련해 준 거라고!”“좋게 끝났을 때 그만해야 한다는 것도 몰라? 나중에 얼굴이 찢겨 봐야 아는 거야?”여음채의 마음속에는 불쾌함으로 가득 차올랐다.하현은 계속 자신의 뺨을 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빨이 부러지도록 만신창이를 만들었기 때문이다.콧대 높은 여음채로서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그래서 하현이 도발하며 여수혁을 추궁하는 것을 보고 여음채는 도저히 화를 억누를 수 없었던 것이다.그녀가 특히 못마땅하게 여기는 남자가 여자의 치마폭에 싸여 쉽게 살려는 자들이다.양유훤을 믿고 호랑이처럼 위세를 부릴 뿐만 아니라 아주 기세가 하늘을 찌르는 모습이라니!여음채의 상식으로 어떻게 하현 같은 사람을 여수혁과 동급으로 비교할 수 있겠는가?운이 좋아서 양유훤의 치마폭에 싸였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하현은 벌써 수십 번은 죽었을 것이다.“좋은 게 좋은 거라고?”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잘난 척 기고만장한 여음채의 말에 할 말을 잃은 모습이었다.여음채는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그렇지 않아? 똑똑히 들어. 양 씨 가문의 호가호위만 믿고 설치는 짓, 그만하는 게 좋을 거야!”“당신이 정말로 양유훤의 남자인 줄 알아? 당신이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도 된 줄 알아?”“당신이 정말로 양 씨 가문 데릴사위라고 해도 여자 치마폭에 싸인 남자가 얼마나 대단하겠어?”여음채는 엄청 호의를 베풀 듯이 호기롭게 훈계를 했다.“당신이 어떤 속셈이 있고 무슨 실력이 있든 뭐 얼마나 대단하겠어?”하현은 여음채가 하는 말을 더는 듣기 귀찮아서 냉랭한 목소리로 말했다.“자, 닥쳐! 쓸데없는 소린 그만해!”“재잘재잘 너무 시끄럽군!”“뭐?!”여음채는 갑자기 누군가가 자신의 입에 차가운 재갈을 물리는 것 같은 수치스러움
남양 무맹 사람들이 나섰음에도 양유훤은 전혀 체면을 세워 주지 않자 여수혁의 안색이 일그러졌다.그는 자신이 오늘 하현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하 씨, 오늘은 내가 운이 나빴군. 하지만 아직 기회는 많아!”“능력이 있으면 어디 이 여자가 영원히 당신을 비호하도록 만들어 봐!”“이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는지 얼마나 당신을 먹여 살릴 수 있는지 지켜보겠어!”그는 하현을 노려보다 냉소를 흘리며 돌아섰다.여음채도 한껏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외지인 남자가 여자한테 기대서 큰소리치는 꼴이라니!세상은 좁아서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만날 수 있는 법이다.이 남자가 괴로워할 때가 분명 올 것이다!“거기 서!”바로 그때 침묵하고 있던 하현이 무덤덤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순간 하현의 몸에서 보이지 않는 아우라가 강하게 감돌았다.비록 양유훤이 나서서 자신을 비호하도록 가만히 놔두는 것이 가장 쉽고 편한 방법이긴 했지만 하현은 지금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현재 양유훤의 처지를 거의 파악했기 때문에 모든 책임을 양유훤의 어깨에 올려놓을 수 없었다.하현이 한 걸음 내디디며 앞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고 주변 사람들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의사들과 간호사들은 모두 놀란 얼굴로 하현의 행동을 지켜보았다.그들은 하현이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닌가 의심하기까지 했다.여수혁 같은 거물이 그를 벌하려는 걸 양유훤이 겨우 구해줬는데 뭘 또 바란단 말인가?죽고 싶어서 환장했나?여수혁은 발걸음을 뚝 멈추고 눈살을 찌푸리며 하현을 쳐다보았다.“오늘은 운이 나쁜 걸로 친다고 했는데 뭘 또 바라는 거야?”하현은 뒷짐을 지고 천천히 앞으로 나서며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은 정말 이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어?”“돈을 받고도 아무것도 치료하지 않았어. 그리고 당신은 권세로 사람들을 자꾸만 괴롭히려고 해.”“날 잡아서 감옥에 가두고 내 다리를 부러뜨리고 무릎을 꿇게 만들려고 했어.”“이 모든 것에 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