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서울시 SL빌라. 오늘은 설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가 열리는 날이다. 집안에는 이미 손님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설씨 집안의 자손들은 너나 할것없이 준비해온 선물을 어르신께 드리면서 이구동성으로 웨쳤다."어르신, 항상 건강하시고 만수무강하세요."의자에 앉아있는 설씨 어르신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래 그래, 아가들아. 오늘 내 기분이 참 좋으니 너희 소원을 각각 하나씩 들어주도록 하자꾸나! 갖고 싶은 것을 말해 보도록 하거라.""할아버지, 저는 바다 근처에 있는 아파트 한 채를 갖고 싶어요. 그리 비싸지 않아요. 2억 정도밖에 안 돼요...""할아버지, 저는 한정판 샤넬 백을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BMW 스포츠카 한 대를 갖고 싶어요...""할아버지, 저는 롤렉스 시계를 갖고 싶어요...""...""좋아. 내가 너희 소원을 하나 하나 다 이루어주마!" 설 씨 어르신은 망설임 없이 약속했다.선물을 요구한 설씨네 젊은이들은 너무 기뻐 엎드려 절이라도 하고싶은 분위기였다.이때, 설 씨 집안 데릴 사위 하현이 갑자기 앞으로 한걸음 나서며 말했다. "할아버지, 저 스쿠터 하나만 사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시장에 채소 사러 갈 때 사용하려고 그러는데.."하현의 말이 끝나자, 설 씨 집안 사람들은 전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모두들 어안이 벙벙해 진채로 하나같이 바보 쳐다보듯 하현을 바라봤다.저 데릴사위 녀석 정신이 나간 건가? 이게 무슨 경우지? 어떻게 고작 데릴 사위 따위가 입을 뻥긋할 수 있지?게다가 하현은 설 씨 어르신의 칠순 잔치에 선물 하나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 신세에 어쩜 저토록 뻔뻔하게 설 씨 어르신께 무언가를 요구하는 걸까? 심지어 다른 것도 아니고 스쿠터였다. 일부러 모욕하려고 그런건가?3년 전, 설 씨네 할머니가 거지같은 몰골인 하현이라는 자를 집안에 들였다. 그리고 자신의 맏손녀인 은아를 강제로 하현에게 시집보냈다. 그러나 결혼 당일, 설 씨네 할머니는 손녀딸의 결혼
“하엔 그룹에서 보낸 문자잖아.” 하현은 살짝 얼굴을 찌푸렸다.하 씨 집안은 강남에서 영향력이 제일 큰 집안이었다. 원래 하현은 가문의 황태자이자 상속자였다.3년 전, 하현은 자기 힘으로 쇠퇴해져가는 가문을 이끌고 천만조에 달하는 대그룹 정상 자리에 다시 등극했었다.그가 하엔 그룹을 이끌고 전국 10위권에 드는 재벌 가문의 서열에 들어설 무렵, 집안 사람 누군가가 하현에게 회사 자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씌었다. 그래서 하현의 후계자 신분은 박탈되었다.그후, 하엔 그룹은 하현을 아예 호적에서 파버렸고, 그의 부모님은 곧바로 얼토당토 않는 모 인수계획이라는 명목으로 해외에 이송되었다. 그 이후로 하현은 부모님을 만나보지 못했다.3년 전에 하현이 하 씨 집안에서 쫓겨날 때, 그에게는 단 한 푼도 없었다. 그 엄청난 타격으로 인해 하현은 심하게 앓아누웠다.그무렵, 다행히도 설 씨네 할머니가 하현을 집안의 데릴 사위로 받아들였다. 이로써 하현은 거리바닥을 헤매는 거지신세는 면하게 되였다.그러나 하현과 은아는 이제 결혼 3년 차임에도 불구하고 둘은 명목상의 부부일뿐 잠자리를 가진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설 씨네 가문에서 이미지에 신경쓰지 않았다면 하현은 아마 서재에서 잠을 잘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벌써 3년이 지났다. 하현은 자신이 이런 삶에 익숙해져 있는 줄 알았다. 데릴 사위면 데릴 사위답게 사는게 정상 아닌가?하지만 하현에게는 말못할 고충이 있었다.그건 바로 그의 아내 은아때문이였다.비록 은아는 늘 무례했고 하현의 체면을 봐준적 없었지만, 그녀는 너무 특출하게 아름다웠다. 3년 동안 은아와 함께 지내다 보니, 하현은 자신이 어느새 그녀를 몰래 사랑하게 되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였다.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핸드폰에 또 여러 통의 문자가 왔다.“도련님, 하엔 그룹이 최대의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현재 파산 직전에까지 이르렀습니다.""간절히 부탁합니다. 제발 도와주세요! 도련님이라면 방법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30분 후, 하현은 은아의 회사에 도착했다. 하현이 입구로 들어가려던 순간, 갑자기 경호원 한 명이 그를 호신봉으로 막아섰다. 경호원이 차갑게 말했다. “썩 꺼져! 여기는 거지들을 반기지 않아.”하현은 일어나자 마자 구멍난 티셔츠에 반바지 하나를 걸쳐입고 씻지도 않고 나왔기에 거지처럼 보이긴 했다. 하현은 그런 거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아저씨, 전 제 아내한테 서류를 전해주러 온 사람이에요.”“그 꼴에 아내가 있다고?” 경호원은 의심했다. “청소부 희진이야 아니면 뒤에 주방에서 일하는 직원 수빈이야?”“제 아내는 은아에요.” 하현이 말했다.경호원은 순간 벙져 있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아 그렇구나. 당신이였구나. 말로만 듣던 설 씨 집안 데릴사위님...하하하하하.” 경호원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하현은 고개를 저었다. 그가 이렇게 유명한 줄은 전혀 몰랐다.“알았어, 알았어. 서류를 내놔. 설 씨 아가씨께서 당신이 오면 서류를 받아달라고 했어.” 경호원은 말했다.“아니요.” 하현은 고개를 저으며 고집스레 말했. “우리 처제가 꽤 중요한 것이라고 했으니 제가 직접 아내한테 전해줘야 겠어요. 잠깐 비켜주시겠어요?”“당신!” 경호원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 ‘미친 거 아니야? 설 씨들이 얼마나 자기를 싫어하는지 모르나? 게다가 이렇게 옷을 입고 나오다니. 회사 이미지를 망칠까 걱정은 안 하나?’그들이 이야기하던 중, 갑자기 뒤에서 자동차 엔진 소리가 부릉부릉 크게 들렸다. 얼마 후 BMW 5 시리즈 하나가 빠른 속도로 드리프트를 하며 하현의 스쿠터 옆에 주차했다. 그리고 그들은 이준이 한 손에 장미 다발을 든 채 차에서 내리는 것을 보았다.“강 부장님! 안녕하세요.” 이준을 본 건방진 경호원은 어느 친절한 얼굴로 돌변하더 알랑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경호원은 말했다. “강 부장님, 이쪽으로 모시겠습니다. 정사장님 사무실에서 부장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이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하현에게 눈길 한
“설명? 내가 왜 당신한테 설명해야 해?” 하현은 차갑게 말했다. “은아는 내 아내야. 은아한테서 떨어져. 발정난 거라면 다른 곳으로 가!”“그리고, 내 아내가 장미를 좋아한다면 내가 직접 사줄 거야! 외딴 남자에게서 받을 이유가 없어!”"은아는 아름다운 여자야. 이따위 장미가 어떻게 은아에게 어울리겠어? 오늘밤 내가 프라하에서 장미를 사서 내 아내에게 선물할거야!"“너 미친거 아니야! 지능이 낮은 거야 아니면 그냥 멍청한 거야? 너 돈 있냐? 어제 설 씨 어르신한테 스쿠터 사달라고 하는 거 다 들었어. 당신같은 가난뱅이는 신장을 판다고 해도 프라하 장미 한송이 못사. 왜 이렇게 뻔뻔하게 여기서 쇼를 하는 거야?”이준의 눈빛은 차가워졌다. 그는 하엔 그룹에서 높은 직위를 가지고 있는 고위층이다 . 어떻게 저따위 데릴사위 따위가 나한테 감히 이렇게 말을 하지?’그리고 이준을 제일 화나게 한 것은 하현이 이준의 꽃을 짓밟아 버리고 은아를 엘리베이터로 끌고 간다는 것이다. ‘저 자식은 도대체 뭘 믿고 저러는 거야?’잠깐 머리를 굴리던 이준은 뜬금없이 입가에 피식 냉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한 어투로 소리질렀다. 이준은 확신에 찬 듯했다. “은아씨, 60억 원 투자가 필요하지 않으세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어요.”“네?” 은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이준은 차분히 말했다. “은아씨, 당신 회사에 60억 원이 필요하다고 알고 있어요. 마침 제 수중에 그 정도 액수의 돈이 있어서 투자금으로 사용할수 있어요. 저와 함께 오늘 점심을 먹어준다면 그건 당신 몫이 될 거에요.”“정말이에요?” 은아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의 손을 내팽개쳐 버렸다. 그녀의 회사는 그 돈이 필요했다.“저는 한입에 두말하지 않는 성격입니다.” 이준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말했다.“좋아요.” 잠시 고민 후, 은아는 결국 이준의 점심 초대에 응하기로 했다. 솔직히 자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회사가 망할 가능성이 제일 컸기 때문이다.“가요, 은아 씨. 프로젝트에 관한 상세한 얘기를
“도련님, 제가 본부장님에게 얼른 보고하겠습니다. 도련님께서는...”“저랑 흥정할 생각하지 마요. 안 그러면 하엔 그룹 전부 망가뜨릴 거예요!”수화기 너머의 사람이 뭐라고 대꾸도 하기 전에, 하현은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골든 빌라 지역의 모든 빌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디자이너가 특별히 디자인한 것으로 세라믹 타일 종류부터 나무 종류까지 다 각별히 신경 써서 고른 것이었다. 돈만 있다고 해서 아무나 살수 있는 곳이 아니였다.이 시각, 하현은 베란다 소파 위에 여유롭게 앉아있었다. 하현의 맞은편에는 하엔의 현 본부장 하태규가 있었다. 태규는 하현의 삼촌이자, 자신의 기사를 불러 하현을 픽업해서 빌라로 데려오라고 시킨 사람이었다.하태규, 하엔 그룹의 현직 오너.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고는 평범해 보이는 이 노인네가 하엔 그룹의 일인자라는 실감이 나지 않을수도 있다.이런 하태규 뒤에는 포스가 남다르고 눈빛이 날카로운 두명의 경호원이 서있었다.여유로운 하현의 얼굴을 보며 태규는 웃으며 말했다. “역시 우리 현이, 전임 오너다운 포스는 여전하네. 우리가 안 본 지 3년이나 됐나? 너 더 잘생겨진것 같다야 ...”“삼촌, 빙빙 돌려 말 안 해도 돼요. 본론으로 들어가시죠?” 하현은 태규의 말을 끊으며 직설적으로 말했다.하태규 뒤에 서있던 두 경호원은 하현의 태도에 얼굴색이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오랫동안 태규를 섬기면서 그래도 안목이 많이 넓은 편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오늘 처음으로 천하의 하태규에게 이런 태로도 나오는 사람을 봤다. 감히 어디라고! 살기 귀찮아 진건가?두 경호원은 하현을 독기있는 눈으로 바라보며 하태규의 명령을 기다렸다. 그러나 다음 순간, 태규의 반응은 그들의 예상을 뒤엎었다. "얘들아, 얼굴 표정 풀어. 이분은 예전에 하씨 가문에서 만인지상 일인지하의 중요한 위치에 계셨던 분이야. 옛날같았으면 너희 둘다 죽었어.""어르신, 그래도 저 사람이 어르신한테 대하는 태도가..."하태규는 웃으며
“강이준?”하현은 잠시 멍해졌다. 그리고나서 웃었다. ‘그 xx는 그저 하엔그룹에서 키운 개 한마리일 뿐이야. 강이준이 쫓겨나고 말고는 내 한마디 말에 달린거 아닌가.'“어머님, 저는 이혼 안 합니다. 설령 저희가 정말 이혼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건 어머님과는 아무 상관 없는 일입니다. 참견하지 말아 주시길 바라요.” 하현은 가볍게 웃고나서 이 한마디를 내뱉은 뒤 스쿠터를 타고 떠났다.“하현, 너 이 자식이 어딜 감히!” 희정은 분노에 치를 떨었다. 마음 같아서는 하현을 차로 들이받고 싶었다. 하지만 주위에 사람들이 둘러싸인 걸 보고 그녀는 화를 억누르며 얼른 떠날 수밖에 없었다.…어느덧 퇴근시간이 되어 은아는 회사 안내 데스크로 걸어갔다.안내 데스크에는 여직원 두명이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어대며 얘기하고 있었고 그 주변에는 많은 사람들이 몰려있었다.“설 대표님 남편은 머저리야. 프라하 장미들을 선물하네 마네 떠벌이다니. 평소 거울은 안 보고 다니나봐? 스쿠터를 타고 다니는 주제에.심지어 슬리퍼까지 해졌잖아. 그런 거지는 구걸이나 하는게 적성에 맞아…”“맞아, 설 대표님은 왜 저런 머저리랑 결혼했는지 몰라!”“머저리가 아니라면 데릴사위도 안됐겠지!”“나였으면 한참 전에 이혼했겠다…”“설 대표님에게 마음있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니…그 많은 남자들을 제쳐두고 뭐하는 짓이래...”은아는 할 말을 잃었다.“당신들…” 은아는 의논 소리에 빨간 입술을 깨물며 얼굴을 붉혔다. 그 순간 그녀는 너무너무 쪽팔렸다.“설 대표님…” 안내 데스크에 있던 두 여자는 은아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대표님, 저희는 그냥 헛소리하고 있었습니다. 부디 화내지 마세요…”“닥쳐!” 은아는 몸을 살짝 떨며 소리쳤다.두 눈 빨개진 은아는 금세 울것만 같았다. 왜 자신은 이렇게 쓸모없는 남편을 둔 걸까?다른 여자들 남편은 비즈니스 엘리트거나 부유한 집안 출신인데 자신의 남편은 아무것도 아닌 그저 데릴사위였다. 그런 하현은 은아를
“너는...하현?”우석진은 하현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픽 웃고는 주차를 하고 호텔로 바로 걸어갔다.하현은 뻘쭘했다. 석진에게 먼저 말을 걸었는데 그렇게 무시당할 줄은 몰랐다.그 둘은 한 명씩 차례대로 프라이빗 룸으로 들어갔다. 이 시각 동기들은 이미 다 도착해있었다. 문이 열리자 모두의 시선이 그리로 쏠렸다.“이거 과대 아니야? 소문대로 성공했네! 인물이 훤하다!” 누군가 분위기를 띄우며 말머리를 뗐다. 슈트 차림에 가죽 구두 한 쌍을 신고 있는 석진은 허리에 아우디 차 키까지 걸고 있어 그 순간 정말 잘생겨 보였다.얼마 안 지나, 석진 뒤에 하현이 뒤따라 들어오는 것을 누군가 발견했다. 비록 하현이 입고있는 슈트가 잘 어울리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고급스럽고 유명한 명품 브랜드임을 알수 있었다.동기생 한 명이 그걸 보고 웃었다. "하현, 너도 잘 지내나 봐! 일로 와, 이 두 메인 자리는 너랑 과대를 위해 미리 찜을 해두었어!"석진은 하현을 슬쩍 바라보고는 픽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지만, 그래도 더이상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석진은 하현이 스쿠터를 타고 다닌다는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하현은 "어" 하고 대답했지만, 자리에 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그는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았다. 대학시절, 과에는 예쁜 여자들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대학여신 김겨울은 변함없이 예뻤다. 역시 여신은 여신이다. 그녀는 비즈니스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 무르익은 복숭아같은 그녀의 완벽한 몸매를 한껏 돋보이게 하였다. 이는 매우 고혹적이고 매력적이었다.심지어 멋쟁이 석진의 시선도 겨울에게 꽂혔다. 그녀의 미모에 혹한 석진은 틈을 비집고 다가가 웃으며 말했다. "오, 너였네, 우리 여신님. 안본지 진짜 오래됐다. 왜 날 찾지도 연락하지도 않았어? 지금은 어디서 일해?"겨울은 쑥스러운듯 웃으며 나즈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너만큼 잘 지내지는 않아. 넌 아우디도 타잖아."그 소리에 석진의 두 눈이 반짝했다. 그에게 기회가
황천화는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말했다.“하현, 이건 너무 심하잖아...”“정말로 내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줄 알아?”“잘 들어. 당신 신분이 가짜인지 진짜인지는 제쳐두고, 설령 진짜 감찰관이라고 해도...”애써 침착하며 여기까지 말하던 황천화는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갑자기 하현의 주먹이 날아와 그의 얼굴을 ‘퍽'하고 쳤기 때문이다.황천화는 이번 문제가 커진다면 자신이 곤란한 상황에 직면할 뿐만 아니라 페낭 무맹도 같이 곤란해질 거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남양 무맹 감찰관이 말이 쉽지 엄청난 자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황천화가 뺨을 맞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정신이 혼미해져서 도저히 똑바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그는 페낭 무맹에서 호령하는 사람이었고 이신욱을 도우러 온 것일 뿐이었다.그런데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몇 마디 말로 하현이라는 외지인 앞에 무릎을 꿇게 생긴 것이다!황천화가 무능한 것인가?아니면 하현이 대단한 것인가?하현은 황천화에게 다가가 오른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툭툭 치며 말했다.“황천화, 왜 갑자기 무릎을 꿇었지?”“무릎까지 꿇었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 얼굴을 때리겠어?”황천화는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감찰관님께 뺨을 얻어맞게 되어 영광입니다.”“좋아, 그렇게 말하다니 소원을 들어줘야지.”하현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오른손을 치켜들고 세차게 손바닥을 내리쳤다.“퍽!”“이건 당신이 제멋대로 날뛰고 무맹의 얼굴에 먹칠한 대가야!”“퍽!”“이건 약자를 괴롭히고 힘들게 한 대가야!” 하현은 하나하나 낱낱이 열거해 가며 황천화의 얼굴을 뒤흔들었다.비록 황천화도 고수 중의 고수였지만 하현이 뺨을 때릴 때는 아무런 저항도 분노도 표출하지 못하고 억지로 견뎠다.하현이 손바닥을 휘두를 때마다 황천화의 눈빛은 아프게 이리저리 흔들렸다.이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빛이 점점 초점을 잃어갔다.페낭 무맹의 실력자가 무릎을 꿇고 다른
원청산?원 대표님?황천화는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문득 그가 누군지 떠올랐다.이 사람은 남양 무맹의 대표이다.페낭 무맹의 맹주는 그를 보면 넙죽 엎드려야 한다.그런데 이 어른이 방금 뭐라고?하현이 남양에 있을 때는 남양의 감찰관 임무를 맡기겠다고?맹주를 감찰하고 만인을 순찰한다고?원청산의 말이니 하현이 대하무맹 대표가 된 것이 거짓은 아닐 것이다.대하무맹 대표가 되고 세계무맹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양에서는 감찰관이라...순간 황천화는 갑자기 호흡이 가빠졌다.두 다리는 휘청거리기 시작했고 얼굴에 가득했던 거만한 표정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그 자리에 깊이를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채워졌다.그를 따르던 무맹의 고수들도 모두 손발이 얼얼하고 팔다리는 저릿저릿 아파서 서 있을 힘조차 없었다.다른 사람들은 이런 신분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들 무맹인들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아주 높은 자리에 앉아 대표자로서 만인의 뜻을 전달하는 사람이 되었다.아무도 그의 말을 거스를 수 없다는 뜻이다.황천화 일행이 위세를 떨치다가 갑자기 전전긍긍하며 어쩔 줄을 모르자 이신욱은 속이 타서 참을 수가 없었다.“형님, 이런 놈한테 속으면 안 돼요!”“대표라니요? 감찰관이라니요?”“이놈이 능청스러운 연기로 우릴 속이려는 게 틀림없어요!”“저런 놈이 무슨 대표고 무슨 감찰관이랍니까? 형님은 분명히 알고 계시잖아요?”이신욱의 말을 듣고 주위의 많은 동료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몇몇 아리따운 여자들은 화들짝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시 조롱하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감히 능청스럽게 연기를 하면서 황천화를 속이려고 하다니?“연기? 그래?”“내 연기가 아마 연기대상감인가 보지? 유명 배우 뺨칠 정도로 뛰어났던가 봐.”하현은 담담하게 웃으며 한 발짝 앞으로 나와 페낭 무맹 제자들 앞으로 가더니 사정없이 손바닥을 후려갈겼다.“퍽!”페낭 무맹 제자들은 비명을 지르며 얼굴을
당당하고 거침없는 황천화의 모습에 사람들은 가소롭다는 듯 하현을 비꼬아 보았다.다들 하현이 겁을 먹고 도망칠 거라고 생각했다.하현이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황천화와 대적할 수야 있겠는가?그건 정말 목숨을 거는 짓이고 스스로 무덤을 파는 행위였다.하현은 손을 뻗어 제멋대로 입을 놀리는 황천화의 뺨을 후려치려고 했지만 갑자기 뒤에 있던 하구봉의 핸드폰이 심하게 진동하는 것을 느끼며 흠칫 뒤를 돌아보았다.순간 하구봉의 얼굴에 의아한 빛이 떠올랐다.이어 하구봉은 하현에게 공손히 다가가 조용히 말했다.“하현, 무성에서 온 전화야.”“대하무맹을 대표해 의견을 전달한다더군.”“방금 만진해 맹주의 강력한 추천으로 대하무맹에서 치열한 토론을 펼쳤어. 그래서 당신이 대하무맹 대표로 확정되었대!”“대하무맹을 대표해 세계 무맹에서 상임이사로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었어!”“간단히 말해 앞으로 당신은 대하무맹의 대표로서 만진해 맹주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야.”“만약 만진해 맹주가 물러난다면 당신은 그다음 맹주가 되는 거야.”말을 하는 동안 하구봉의 입술이 계속 떨리고 있었다.그도 이 엄청난 소식에 적잖이 놀란 것이 틀림없었다.그러면서 그는 핸드폰을 켜고 방금 메신저를 통해 온 메시지 한 장을 보여주었다.대하무맹?대표?세계 무맹의 거부권?한마디 한마디 융단 폭격과도 같은 엄청난 단어에 황천화는 눈꺼풀이 파르르 떨렸다.하지만 그는 무의식적으로 하현이 자기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다.황천화가 불같이 화를 내려 했을 때 하현의 부하들이 일부러 이런 말을 꺼낸 것만 봐도 뻔한 가짜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거짓말하지 마!”“세계 무맹이라니? 거부권이라니?”“그게 무슨 뜻인지 알기나 해?”“뻔한 거짓말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을 줄 알았어?”“순진하기는!”황천화는 심호흡을 한 뒤 냉소를 흘렸다.그도 무맹 사람이다.만약 대하무맹에서 하현이라는 대표가 나왔다면 어떻게 그가 모
”옳고 그름?”“잘잘못을 따지자는 거야?”“하여튼 약자들은 이런 허무맹랑한 것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한단 말이지.”황천화는 두 손을 뒷짐진 채 앞으로 당당하게 발걸음을 옮겼다.걸음을 옮길 때마다 매서운 기운이 파장을 일으키며 사람들을 압도했다.“나 같은 강자들은 그런 걸 알 필요가 없지.”“난 말이야. 신분에 따라 편들지 이치에 따라 편들지 않아.”“내 후배가 사람을 죽이고 나쁜 짓을 했어도 그건 옳은 일이야.”“당신이 무수히 많은 도리를 가지고 법을 운운한다고 해도 내 후배를 건드린 당신은 나한테 여전히 나쁜 놈이야.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하지.”옆에 있던 이신욱은 황천화의 강력한 지지를 얻은 순간 없던 힘까지 솟아오르는 것 같아 큰소리로 선동하고 나섰다.“형님, 이 개자식이 방금 아주 큰소리를 쳤어요. 형님이 온다고 해도, 페낭 무맹 맹주가 온다고 해도 절대 자기를 건드릴 수 없다고요!”다른 부하들도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맞습니다. 이놈이 아주 기고만장하게 말했어요.”“날 무시하는 거야? 맹주를 무시해? 아님 우리 페낭 무맹을 무시하는 거야?”황천화는 ‘피식'하고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세상에 그런 얼빠진 놈이 있어?”“자기가 뭔지도 모르고 설치는 꼴이라니!”“무슨 자격으로 우리 동네에 와서 함부로 굴어!”“이봐, 당신 대하 사람이지?”“자자, 당신의 내력을 말해 봐. 당신이 5대 문벌 출신이라도 돼? 아니면 10대 가문 출신이야?”“분명히 말해 두겠는데, 당신이 그런 사람이라면 내가 체면을 봐 줘서 죽이지는 않겠어. 몸은 좀 상하게 하겠지만.”하현이 덤덤하게 말했다.“다 아니야.”“아니라고?”황천화가 입을 크게 벌리며 웃었다.“다 아니라면서 감히 페낭에 와서 위세를 떨치려는 거야?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하현은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난 페낭이 법과 규율, 그리고 도리를 중시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황천화 당신을 보니 도리를 거론할 동네는
”확실히 이 외지인놈은 실력이 보통이 아니야!”“하지만 실력이 있다고 해도 뭐?”“우리 황천화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야.”“맞아! 하현이 부 사장 무릎을 꿇게 한 능력은 확실히 인정해. 하지만 그런 능력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땅강아지가 운이 아무리 좋다손 치더라도 그것도 한두 번이지!”“진짜 실력자를 만나면 아무 힘도 못 써!”“결국 실력 없는 자가 스스로 무능함에 분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거야!”“황천화와 자신의 실력이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이제 곧 알게 되겠지!”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업신여기는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대하에서 아무리 실력이 좋다고 하더라도 페낭에서는 이신욱의 저력을 능가할 수 없다.“형님!”“황 선생!”“황 도련님!”무리를 지은 사람들이 황천화에게 몰려들었고 선두에 선 이신욱은 한껏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이신욱, 도대체 무슨 일이야? 나까지 나서서 체면을 세워 줘야 할 일이 도대체 뭐냐구?”황천화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매를 걷어붙이며 거들먹거렸다.마치 세상에는 그의 관심을 끌 만한 것이 없다는 듯.이신욱은 차가운 눈초리로 비아냥거리며 하현을 노려보았다.“감히 외지인 주제에 우리 페낭에 와서 허세를 부리고 사람을 때리다니!”“그래?”황천화는 실눈으로 눈썹을 치켜세우며 이신욱을 힐끔 쳐다보았다.그의 코는 푸르덩덩한 빛을 띠고 있었고 얼굴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얼굴에는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 있었고 이빨도 두어 개 비어 있었다.안색이 나쁜 건 말할 것도 없었다.비록 황천화는 이신욱을 그리 높이 보진 않았지만 이신욱은 일찌감치 황천화의 가능성을 보고 명절 때마다 그에서 그득한 선물을 보낸 덕분에 꽤 황천화 덕을 보고 있었다.그래서 황천화도 이신욱에 대해 슬슬 좋은 감정이 생겼다.그런데 지금 그런 후배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것이다.황천화의 안색이 어둡게 일그러졌다.이신욱을 이렇게 만들었다는 건
”감히 페낭 무맹주를 입에 올라다니!”“똑똑히 들어! 우리 선배가 네놈의 말을 들었다면 당장 목을 꺾어 놓았을 거야!”“당신 같은 사람 수백 명을 모아 봐도 안 될 거야!”“당신이 원하기만 한다면 한 방에 여기서 저 태평양 바다로 당장 날려버릴 수도 있어!”“당신! 목숨줄 단단히 잡고 있어야 할 거야!”“내 선배가 온다면 네놈이 아무리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어도 소용없을 거거든!”이신욱은 하현과 더 이상 쓸데없는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건방지고 방자한 사람을 본 적은 있어도 이렇게 앞뒤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놈은 본 적이 없었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도 처음의 충격에서 회복되어 지금은 조롱과 멸시를 가득 담은 눈빛으로 하현을 노려보았다.어쨌든 황천화 같은 인물은 하현이 절대로 넘어설 수 없는 인물이었다.“하현, 정말로 내가 나설 필요없겠어?”하구봉의 눈빛은 더욱 무거워졌다.그는 핸드폰을 꺼내 잠시 자료를 찾아본 뒤에 또 한 번 하현에게 상기시켜 주었다.“황천화는 최고의 병왕일 거야.”“제2의 남양 전신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이라고 불리고 있어.”“원 씨 가문, 양 씨 가문, 이 씨 가문 모두가 그를 데릴사위로 앉히고 싶어 해!”“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조건을 가지고 있지.”“그러니 조심해야 해.”“난 페낭 경찰서의 화 팀장과 잘 아는 사이야. 그가 오면 황천화라도 체면을 세워 줄 거야.”자료를 살펴보고 나자 하구봉은 더욱 하현이 걱정되는 모양이었다.하현은 엷은 미소를 지으며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하구천이나 하백진도 내 앞에서 함부로 하지 못했어. 그런데 뭐 황천화? 그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페낭 무맹주도 날 어쩌지 못하는 마당에 내가 황천화를 두려워할 리가 있겠어?!”하구봉은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의아해했지만 더는 충고하지 않았다.“끼익!”10분도 채 되지 않아 롤스로이스 세 대가 달려와 기고만장하게 엔진 소리를 뿜으며 사람들 앞
이 멍청아!이 바보 같은 놈아!이리저리 펄쩍펄쩍 뛰는 이신욱을 바라보며 부문상은 울상이 되었다.그가 이신욱에게 가차 없이 뺨을 때린 것은 하현이 지독한 사람이라는 걸 잘 알았기 때문이다.이런 잔인한 사람을 대할 때는 깨끗하게 잘못을 인정해야만 비로소 기회를 잡을 수가 있다.그런데 이신욱이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지도 않고 스스로 목숨을 걷어차 버리는 짓을 할 줄은 몰랐다.“너...”부문상은 이신욱을 가리키며 이를 갈았다.“개자식! 난 널 위해서 그런 거라고! 네가 이렇게 날뛰면 난 더 이상 널 도와줄 수 없어!”이신욱도 이를 갈며 항변했다.“형님은 이제 상관하지 마세요!”“형님이 뭔데 자꾸 그래요?”“형님이 하현을 건드리고 싶지 않다면 않는 거지 왜 나한테까지 강요하면서 내 뺨을 때리고 그래요? 무슨 이유로 날 뭐라고 하냐구요?”“자신이 누구 덕분에 그 자리에 올랐는지 잊었어요?”“잘 들으세요! 내가 하현을 싹 밀어버린 후에는 형님을 처리하러 올 겁니다!”“그때도 감히 내 앞에서 이래라저래라 하시는지 두고 보죠!”“개 한 마리가 동네를 휘어잡더니 이젠 늑대가 된 줄로 착각하는군요!”“형님은 아무리 날뛰어 봤자 페낭 무맹의 개일 뿐이에요!”“하지만 내 스승님은 페낭 무맹 부맹주라구요!”“페낭 무맹을 쥐락펴락하는 사람이죠!”페낭 무맹 부맹주라는 말을 내뱉고 나자 이신욱은 그제야 용기를 되찾은 듯했다.그는 방금까지 떨어졌던 자신의 체면을 이제야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당당한 시선으로 하현을 노려보며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현, 똑똑히 들어. 이제 당신은 끝났어.”“난 결코 내 스승과 선배들을 이런 자리에 불러 세우고 싶지 않았지만 네놈을 혼내줘야 하니 할 수 없지!”“방금 난 이미 메시지를 보냈어. 그러니 아마 그들이 곧 도착할 거야.”“능력이 있으면 이따가 그들 앞에서도 어디 당당하게 굴어 봐!”“내 선배님이 누군지 모르지?”“바로 페낭 무맹 황천화야!”뭐?
다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이신욱은 여전히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는 듯 돼지처럼 부은 얼굴을 감싸고 불만을 터뜨렸다.“형님! 왜 절 때리세요?”“하 씨 저놈이 어떤 신분인데 이러시냐고요?”“그냥 외지 관광객이잖아요!”“대하에서 왔다고 해도 그게 뭐 어쨌다는 거예요? 내가 이런 사람을 한두 명 밟은 줄 아세요. 일 년에도 수천 명은 더 된다구요!”“그런데 어떻게 형님은 저놈 편을 들 수가 있어요? 내 편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냐구요?”이신욱은 분하고 억울해서 미칠 지경이었다.그는 자신의 비장의 카드 중 하나인 사촌 형님이 왜 이렇게 하현에게 쩔쩔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하현이 아무리 대하에서 출중하고 유능한 사람이라고 해도 페낭에 왔으면 페낭 토박이들에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것이 아닌가!대하 사람이 아무리 날고 긴다고 해도 페낭에 와서도 날고 길 수 있겠는가?게다가 이신욱의 눈에는 부문상이 그렇게 두려워하는 하현이 별로 두려운 존재 같아 보이지 않았다.이신욱이 누구인가?남양 3대 가문 중 하나인 이 씨 가문 도련님 아닌가!상속권이 없다고는 해도 말라죽은 낙타가 말보다 큰 법이다!그러니 어찌 그가 외지 관광객을 두려워하겠는가?이런 일이 알려진다면 앞으로 이신욱은 어떻게 페낭에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있겠는가?어떻게 남양에서 호기롭게 지낼 수가 있겠는가?하구봉은 연신 감탄에 마지않는 눈빛으로 하현을 바라보았다.하현이 사람을 혼내주는 방법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대단하다고 여겨졌다.하구봉은 이번에 먼 길을 왔으니 페낭에서 자신의 역량을 꼭 뽐낼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결국 그가 손을 쓸 필요가 없게 되었고 하현이 모든 것을 깔끔하게 처리해 버렸다.이에 하구봉은 하현이라는 사람에 대해 숭배에 가까운 마음을 품게 되었다.하구천은 하현 앞에서는 아무것도 아니었다.하구봉이 지금보다 더 높은 지위를 얻고 출세를 하려면 하현 같은 사람을 따라야 함은 자명한 일이다.“아직도 입을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모두 적막감에 휩싸였다.그들은 온몸이 뻣뻣해졌고 겨울바람에 흔들리는 사시나무처럼 떨고 있었다.눈앞의 광경은 그들이 아무리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이신욱은 정신이 혼미해졌다.마치 긴 악몽을 꾸고 있는 것 같았다.하현은 부문상의 얼굴을 툭툭 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이신욱을 쳐다보았다.“이신욱, 당신 사촌 형님이 와도 당신을 도와줄 것 같지 않은데.”“당신 사촌 형님도 날 놀라게 할 순 없을 것 같은데, 어때?”“당신이 한 번 물어봐. 내가 함부로 굴지 말라고 했는데도 감히 움직일 수 있겠느냐고 말이야!”이신욱 일행은 하현에게 도저히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몰라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하지만 이 난국을 헤쳐나가지 못한다면 앞으로 두고두고 페낭에서 웃음거리가 될 것이라는 걸 이신욱 자신이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현은 티슈를 꺼내 손가락 사이를 닦으며 희미한 시선으로 부문상을 쳐다보았다.“당신들 두 사람은 천상 형제군. 당신은 양유훤을 넘보더니 당신 사촌 동생은 원가령을 넘보니 말이야.”“말해 봐. 내가 이미 당신을 혼쭐내 줬는데 당신 동생마저도 내가 혼쭐내 줘야 해?누구?원가령?부문상은 눈꺼풀을 벌떡 세웠다.그도 원가령이 양유훤의 절친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고 원가령을 건드려 볼까 생각도 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다행히도 실제로 건드리진 않았다!그런데 이 재수 없는 사촌 동생이 원가령을 넘보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하현한테 걸려서 이 몹쓸 꼴을 당하다니?술병을 머리에 맞은 자신의 처참한 처지를 떠올렸고 하현에게 뺨을 맞고 온몸이 날아간 자신의 경호원들을 떠올렸다.부문상은 벌벌 떨다가 자신도 모르게 이신욱에게 소리쳤다.“야! 이신욱! 너 당장 꺼져! 당장 하현한테 사과하라고!”“당장 잘못을 인정하지 못해!”부문상의 말을 듣고 그 자리에 있던 부잣집 도련님들은 넋을 잃고 말았다.예쁘장하게 치장한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비명을 지를 뻔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