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되었건 오늘 설유아는 공연을 하러 온 것이지 문제를 일으키러 온 것이 아니다.연예계의 생리는 원래 번거롭다.만약 오늘 두 사람이 만나는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찍히기라도 한다면 연예계 헤드라인감이었다.성원효가 워낙 안하무인한 사람이라서 사람들은 그의 얼굴을 밟고 싶어 한다.하지만 설유아는 지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설유아, 당신은 어쨌든 대구에서 온 사람이고 세상 물정도 알 만큼 아는 사람이야.”“왜 이렇게 유치하게 굴어?”성원효는 시가를 한 개비 뽑아 불을 붙이고는 한 모금 깊이 빨았다가 사정없이 설유아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비아냥거렸다.“무성 영화진흥청에서 내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 당신이 모른다고 해도 이렇게 기세등등한 나를 무성 영화계에서 누가 함부로 내칠 수 있겠어?”“날 계속 이렇게 거절한다면 내가 알아서 꺼져 줄줄 알아?”“간이 배 밖에 나왔어?”“분명히 말할 테니까 잘 들어. 내가 말한 두 가지 요구, 당신이 반드시 승낙해야 할 거야.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할 거라고!”“나 성원효가 오늘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을 거닐고 여길 찾아왔어. 이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어? 무섭지도 않아?”“지금 이곳은 안팎으로 다 내 사람들이야!”“당신이 내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아마 여기서 두 발로 나가지 못할 거야.”성원효는 음흉하고 사나운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그는 성 씨 가문 사람이자 용 씨 가문 외척이다.무성 영화계를 주름잡는 그를 누가 감히 거절할 수 있겠는가?기껏해야 조금 이름 날리는 주제에 배우랍시고 감히 함부로 거절을 한다고?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무성에 와서 활동하려는 스타나 인플루언서들은 모두 성원효에게 와서 밤시중을 들어야 한다는 것을 설마 모른단 말인가?설유아라고 특별하지가 않다!설유아는 약간 언짢은 얼굴로 나지막이 말했다.“성원효, 다시 한 번 경고하겠어요!”“사람들을 데리고 여길 나가 주세요. 이제 그만 행패부리고.”“일을 크게 만
성원효는 기분 나쁜 얼굴로 입을 열었다.“이놈이! 어디서 입을 함부로 놀리고 있어!”“누가 감히 내 앞에서 큰소리치래?!”“너 같은 외지인이 감히 나한테 덤비다간 뼈도 못 추릴 줄 알아!”“너 같은 놈은 내가 한 달에도 수십 명을 밟아 죽인다구!”“영웅이 미녀를 구하려 해도 능력이 있는지 생각이나 하고 덤벼!”성원효는 언짢은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하현을 향해 한바탕 손찌검을 하려고 했다.그러자 몇몇 부하들이 하현의 앞을 가로막았다.성원효는 설유아에게 다가가 냉소를 지으며 음흉한 목소리로 말했다.“어이, 이쁜이. 이럴 거면 진작에 나한테 말했어야지!”“이런 놈을 뭐 하러 멀리서 찾아!?”“날 찾으면 되지!”“난 몸도 건장하고 기술도 좋아서 적어도 5분 이상은 거뜬하게 버틸 수 있다구!”“오늘 나랑 재미있게 놀고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면 내가 다시는 당신 괴롭히지 않을게! 약속해!”“당신은 그냥 서명만 하면 돼. 내가 요구한 거 몇 가지만 더 해준다면 돈도 많이 벌 수 있어!”“내 여자가 되는 거야! 이건 아무나 얻을 수 있는 복이 아니야! 몇 대에 걸쳐서 복을 쌓아야 겨우 얻을 수 있는 거라고!”성원효는 반드시 얻고야 말겠다는 듯 끈질기게 치근덕거렸다.그가 몇 년 동안 여자를 만나보지 못했겠는가?하지만 설유아처럼 청순한 여자는 보나 안 보나 경험이 없을 텐데 성원효로서는 이런 여자를 만난 적은 없었다.그래서 지금 성원효는 극도로 흥분해 있는 것이다.“물론 당신이 날 거절할 수도 있어.”“하지만 나를 거절한다면 당신의 그 가느다란 팔다리는 다 부러지고 말 거야. 내가 부러뜨릴 거거든.”“그리고 평생 땅 위를 기어다닐 수밖에 없을 거야!”성원효는 섬뜩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어때?”“승낙할 거야? 말 거야?”성원효 일행들은 일제히 음흉한 웃음을 터뜨렸다.그들의 웃음소리가 말할 수 없이 귀에 거슬렸다.하현이 손을 쓰기도 전에 설유아가 먼저 앞발 앞서 나가 손바닥을 사정
그러나 긴 머리 청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하현이 손을 뻗어 그의 손가락을 잡고 바로 꺾어 버렸다.“빠직!”섬뜩한 소리가 나더니 긴 머리 청년이 비명을 질렀고 순간 그대로 주저앉아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이 청년은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무성에서 그는 비록 보잘것없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성원효의 앞잡이였다!딱 봐도 외지인에 힘도 없어 보이는 놈이 감히 그의 손가락을 꺾다니!죽자고 덤비는 게 아니고 뭐겠는가?예쁘장하게 생긴 여자들도 모두 작은 입을 가리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일제히 뒤로 물러섰다.상황이 그녀들의 예상을 완전히 벗어나고 있었다.그녀들은 무성 바닥에서 감히 성원효를 맞설 수 있다는 것을 생각지도 못했다.여자들은 모두 너 나 할 것 없이 뒤로 슬금슬금 물러났다.혹여라도 자신에게 불똥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었다.성원효도 약간 어리둥절했다.누군가가 이렇게 눈앞에서 자신의 체면을 짓밟고 얼굴을 때릴 줄은 몰랐다.“퍽!”성원효가 입을 열기도 전에 하현이 험악한 표정으로 긴 머리 청년을 걷어차 버렸다.하현은 휴지를 꺼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손가락을 닦았다.이 모습을 보고 성원효는 눈썹을 치켜세웠다가 비아냥거리듯 말했다.“개자식! 네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내 앞에서 사람을 때려?”“배짱 한 번 두둑하군.”“그렇지만 말이야. 잘 들어. 당신이 지금 저지른 사고, 아마 몇 백 배로 갚아야 할 거야!”“당신이 못 갚으면 당신 주변에 있는 여자들이 갚아야 할 거야! 당신 가족들이 갚아야 한다고! 알겠어?”“당신 가족이 다 못 갚으면 조상 대대로 선산을 모두 파헤쳐 버리겠어!”“뼈를 부셔서 날려 버릴 거라고!”“날 건드린 대가가 어떤 건지 똑똑히 보여줄 거야!”“무성에서 감히 성원효를 건드리면 어떻게 되는지 제대로 가르쳐야지!”“쓸데없는 말이 너무 많군.”하현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당신 이런 말 못 들어봤어?”“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성원효 일행을 쳐다보았다.성원효 일당의 배후가 방금 그가 걷어찬 용목단의 배후와 같은 인물이라는 것을 하현은 일찌감치 눈치챈 터였다.그래서 하현은 이 사람들에게 앞으로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게끔 혼쭐을 내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했다.“개자식!”“감히 나한테 손찌검을 해?”“내 뺨을, 그것도 두 대나 때려?!”성원효는 피를 한 모금 토해내며 분노에 찬 냉소를 터트렸다.“당신 정말 세상 물정 모르는 놈이군!”급기야 그는 하현을 노려보며 소리쳤다.“죽여라!”용 씨 가문 부하들 십여 명이 모두 외투를 벗어던지며 팔걸이의자에 비스듬히 앉아 있는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용 씨 가문 부하들이 하현 앞으로 맞선 순간 하현은 그들을 향해 손바닥을 휘둘렀다.“촥촥촥!”연거푸 찰진 손바닥 소리가 났다.순간적으로 용 씨 가문 부하들은 하나같이 얼굴을 가리고 뛰쳐나왔다.여기저기 흩어지다 땅바닥에 넘어진 사람들이 아무렇게나 뒹굴며 울부짖었다.불과 몇 초 만에 위세를 떨치던 성원효 일당들이 한꺼번에 무너졌다.성원효는 넋이 나간 얼굴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도대체 무슨 생각을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하현이 이 정도 일 줄이야!손바닥을 몇 번 휘둘렀을 뿐인데 용 씨 가문 부하들을 초토화시켜 버리다니!“이렇게 약해서야 되겠어? 응? 계속할 거야?”하현은 무표정한 얼굴로 다른 사람들을 힐끗 쳐다보고는 그들에게 덤비라는 듯 손가락질을 했다.남아 있던 용 씨 가문 경호원들과 부하들은 하나같이 입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눈썹을 움찔거렸다.주먹이 곧 권력인 무성에서 하현이 이렇게 단숨에 자신들을 제압해 버릴 줄은 몰랐다.하현은 함부로 건드릴 인물이 아니었다는 걸 사람들은 그제야 알게 되었다.“왜? 당신들이 덤비지 않으면 내가 갈 거야!”하현은 옅은 미소를 띠며 성큼성큼 성원효를 향했다.성원효는 무의식적으로 부들부들 떨다가 두 손으로 땅을 짚고 몇 걸
말이 끝나자마자 하현은 담담한 표정으로 조남헌과 설유아를 데리고 그곳을 훌쩍 떠났다.시퍼렇고 퉁퉁하게 변한 성원효의 얼굴에 분노가 들끓었다.하현의 그림자가 사라진 후 그는 갑자기 포효하며 소리쳤다.“개자식!”“미친 개자식이야!”“무성에서 감히 날 건드리다니!”“어서 사람 불러!”“당장 사람 부르라고?!”“망나니 같은 하현에게 꼭 보여주고야 말겠어!”“나 성원효는 그깟 놈이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잘 들어. 숙부도 불러와!”“그놈의 머리에 똑똑히 새겨둘 뿐만 아니라 평생 감옥에서 썩게 만들 거야!”“평생 옥중에서 후회하게 만들 거라고! 감하 나 성원효를 건드려! 흥!”성원효는 이를 악물었고 분을 삭이지 못한 채 얼굴을 울그락불그락했다.그는 비록 스스로 최고 수준의 위치는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어쨌든 오랫동안 무성 연예계 사업에서 종횡무진 거칠 것이 없었다.좀 뜬다 하는 여자 연예인 중에 그와 잠자리를 가지지 않은 여자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그의 발길질에 나가떨어진 힘깨나 쓴다는 건달들도 수두룩했다.몇 년 전 그가 용 씨 가문을 대표해 연경에 가서 비즈니스 활동을 했을 때 그와 어떻게든 연이 닿아 보려고 발버둥치는 여자들이 차고 넘쳤다.성원효의 위상은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했다.그런 그가 누굴 무서워하겠는가?10대 최고 가문인 용 씨 가문의 외척이라는 신분만으로도 그가 대하 안에서 횡포를 부리기에 충분했다.그렇기에 오늘 하현이 아무 거리낌 없이 자신의 뺨을 호되게 때린 것이 못 견디게 화가 났다.성원효는 하현을 죽일 때까지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그의 부하들은 얼른 핸드폰을 열어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이를 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렸다.성원효의 둘째 숙부 말고도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죄다 불렀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바깥에서 하현은 진주희에게 설유아를 먼저 돌려보내 달라고 부탁했다.잠시 후 벌어질 광경에 그녀가 놀라지 않길
조남헌은 하현이 성원효 같은 쓰레기들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하지만 용천오 같은 사람은 정말 상대하기 까다롭다는 걸 아는 조남헌은 그냥 넘길 수가 없어서 조심스레 한마디한 것이었다.사실 용천오는 아무것도 아니었다.그 뒤에 있는 용 씨 가문, 용문, 황금궁이 골치가 아픈 것이었다.“괜찮아. 오늘 용천오가 안 왔으니 됐어.”“그가 오늘 왔으면 내가 밟아 줬을 텐데.”하현은 손을 뻗어 조남헌의 어깨를 두드렸다.“당신도 나와 함께 한 지 꽤 되었군. 참 고생 많아!”“하지만 잘 기억해 둬. 날 따르는 데는 단 하나의 원칙이 있을 뿐이야.”“우리가 도리를 지키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조남헌은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하현은 엷은 미소를 띠었다.이런 거만한 말이 왜 하현이 하면 이렇게 합리적으로 들리는 걸까?“붕!”30분도 채 안 되어 주차장 입구에는 수십 대의 최고급 차량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몰려들었다.몰려든 고급 차량의 심벌 만으로도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고원에 위치한 무성의 광활한 하늘 아래 이렇게 기고만장한 장면도 드물었다!포르쉐, 마세라티, 페라리, 람보르기니, 벤틀리 등 최고급 차량들이 순식간에 눈앞을 가득 메웠다.이 사람들은 성원효와 친분이 있거나 성원효의 체면을 세워 주기 위해 온 사람들이거나 성원효에게 잘 보이고 싶어 안달한 사람들이었다.그리고 나머지는 친구들과 친척들이었다...한순간에 무성 상류층 도련님들이 다 모인 꼴이 되었다.이 사람들은 사실 지위가 그리 높은 집 자제들은 아니었으나 아무리 높지 않다고 해도 일반인들의 눈에는 여전히 상류층에 속했다.많은 남자들은 화려한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왔다.좀 지나치다 싶게 두세 명이나 데리고 온 사람도 더러 있었다.오늘 밤은 자신들 세상임을 만천하에 알리려는 듯 위풍당당했다.예쁜 여자 한 명도 동행하지 않고 어떻게 자신들의 위풍당당함을 만천하에 내세울 수 있겠는가?무성은 토박이들의 세력이
사람들이 화답하듯 말하는 것을 들은 성원효는 인생의 절정을 걷는 기분이었다.비록 그의 얼굴에 손바닥 자국이 벌겋게 남아 있긴 했지만 그는 몸을 곧게 펴고 환한 표정으로 얼굴을 들었다.순간 그는 자신이 이 세상의 유일한 주인이 된 것 같았다.그는 무성을 함부로 휘두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자신뿐이라고 생각했다.자신만만한 성원효의 얼굴을 보고 많은 여자들이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정신을 못 차렸다.너무 멋져!비록 그의 얼굴에는 선명한 손바닥 자국이 있더라도!비록 그의 몰골이 조금 낭패스러워 보일지라도!남자는 이런 맹렬하고 난폭스러운 면이 있어야 남자지!여자들은 천성적으로 이런 남자를 정복하는 것을 좋아한다!그래서 지금 이 순간 여자들은 선망의 눈빛으로 성원효를 바라보는 것이다.여자들의 흠모 어린 눈빛을 느끼며 성원효는 더욱 가슴을 활짝 폈다.그는 방금 전까지 하현 앞에서 처참하게 당했던 일은 잊은 듯 구름 위를 걸으며 모습을 드러낸 신령처럼 눈을 아래로 내리깔며 하현에게 걸어와 차갑게 입을 열었다.“하 씨. 내가 당신한테 마지막 기회를 주지!”“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려! 그리고 스스로 다리를 부러뜨린 뒤 설유아를 내 침대로 보내!”“그리고 100억을 배상해 주면 내가 죽이지는 않겠어!”하현은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말했다.“당신이 이렇게 호기롭게 말하는 것을 보니 이제 난 당신한테 된통 당하는 건가?”“하현! 당신 죽고 싶어서 환장했어!”성원효는 화가 나서 소리를 버럭 질렀다.“잘 들어! 스스로 능력 좀 있다고 내 앞에서 오만방자하게 굴지 마!”“왜? 날 또 때려 보시게?”“당신 두 주먹이 이 사람들을 다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해?”“당신 혼자서 이 많은 사람들을 다 감당할 수 있겠냐구?”“당신의 손이 아무리 빨라도 이 사람들의 총만큼 빠를까?”조남헌은 조용히 가늘고 긴 시가를 뽑아 불을 붙였고 흐릿한 눈빛으로 발악하는 성원효를 바라보았다.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아직 하현
머리가 희끗희끗한 것이 쉰 살 남짓 되어 보이는 남자가 걸어 나왔다.남자는 말끔한 검은 양복 차림에 손에는 조그만 호두 두 개를 쥐고 있었다.어딘가 만만치 않은 기품이 물씬 풍겼다.바로 무성 경찰서 이인자, 성경무였다.무성 관청의 핵심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그는 사람들의 시선에 들어서자마자 범접할 수 없는 아우라를 풍기며 분위기를 압도하고 있었다.그는 눈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그의 동선에 있던 사람들은 놀란 새처럼 뒤로 물러서기 바빴다.“둘째 숙부님, 오셨습니까?”성경무가 하현의 얼굴을 제대로 발견하기도 전에 성원효가 이미 성경무의 앞으로 나왔다.성원효는 절뚝거리며 성경무에게 다가와 말했다.“마침 잘 오셨습니다.”“세상 물정도 모르는 놈이 무성까지 와서 우리한테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외지놈이 무슨 담력으로 감히 우리 성 씨 가문을 건드리는지 모르겠어요!”“아주 배짱만 두둑한 놈이이에요!”“내가 이미 이놈한테 말했어요. 우리 둘째 숙부님이 무성 경찰서 이인자라고!”“감히 숙부님을 깔아뭉개고 무시하고 있잖아요!”성원효는 일부러 성경무의 화를 돋우는 말을 골라 했다.이참에 하현을 죽음으로 몰고 갈 태세임이 분명했다.그가 성경무를 부른 이유는 관청의 힘으로 하현을 직접 제압하여 외지인이 무성에서 판을 뒤집을 기회를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 틀림없었다.현장에 있던 예쁜 여자들은 성경무를 보자마자 하나같이 뜨거운 눈길을 보냈다.성경무!무성 경찰서의 이인자!진정한 거물!무성에선 하늘보다 높은 존재였다!여자들은 한달음에 성경무의 품에 안겨 온갖 애교를 부리고 싶은 눈치였다.한참을 성경무에게 시선을 돌렸던 그녀들은 측은한 눈빛으로 혀를 끌끌 차며 하현을 바라보았다.이제 죽었어!눈치도 없는 촌놈은 죽었어!방금 천지 모르고 날뛰었던 만큼 처참하게 생을 마감하게 될 거야!잔챙이는 잔챙이일 뿐 절대 거물과 맞서 싸울 수 없어!방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설은아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정말 해결할 수 있어?”설은아는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응. 할 수 있어.”해결이 안 된다고 하더라도 하현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싶지 않았다.이번이야말로 하현에게 자신의 능력을 보여 주고 싶었다.“알았어. 해결할 수 있으면 됐어.”하현도 설은아가 허투루 말을 하는 가벼운 입이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해결이 잘 안 되면 억지로 버티지 말고 꼭 말해. 내가 해결할 방법을 생각해 볼게.”하현의 말을 듣고 이시운은 더욱 비아냥거리는 표정을 지었다.보아하니 데릴사위가 말주변이 아주 좋을 뿐만 아니라 허세 부리는 것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붕!”바로 그때 사람이 드문 도로에 번호판 없는 승합차 여러 대가 포르쉐 앞에 나타났다.뒤이어 승합차 몇 대가 나타나 하현 일행을 태운 포르쉐를 에워쌌다.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길이 없는 설은아와 이시운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착!”이때 문이 열렸고 러닝셔츠를 입은 십여 명의 사람들이 손에 쇠파이프와 야구방망이를 들고 걸어 나왔다.그때 승합차 한 대의 문이 스르르 열리며 우민은과 이국흥 두 사람이 지팡이를 짚고 내려오는 것이 보였다.“이 개자식들!”설은아는 이 두 사람을 보자마자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알아차렸다.“이런 치졸한 방법을 쓰다니!”하현은 이런 일을 너무 많이 겪어 봐서 그저 냉담한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이시운은 이런 광경이 처음이라 온몸을 부르르 떨며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대표님, 이제 어떻게 해요?”“어서 신고해!”설은아는 무서울 정도로 침착했다.“내가 가서 시간을 벌어 볼 테니까!”“그래도 내가 대구 정 씨 가문 사람이니까!”“날 건드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그들도 모르진 않을 거야.”“그러니 날 함부로 하진 못 하겠지!”“하현, 당신은 차 안에 있어. 나오지 말고 여기 있어. 괜히 나와서 일 크게 만들지 말고!”설은아는 상대가
설은아는 이시운을 데리고 포르쉐에 올라탔고 하현을 조수석에 앉혔다.액셀을 밟으며 설은아가 입을 열었다.“아침에 대출받느라 바빴고 점심때는 직원들 월급 해결하고 회사 일도 다 처리했어. 이제 아무 문제없어.”“자, 이제 아침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한테 말해 봐, 아직도 아무 말 안 할 거야?”하현이 웃으며 말했다.“무슨 일?”“당신과 나천우의 일.”설은아는 호기심이 가득 담긴 눈빛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나천우와 아는 사이였다고 해도 그녀가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었다.어차피 하현도 성공한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그녀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나천우가 어떻게 그처럼 그를 깍듯하게 모실 수 있냐는 것이다.하현을 위해 나천우는 은행 고위직 두 명을 바로 해고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곧바로 이천억이란 거금을 대출해 주었다.하현은 금정에 온 지 겨우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나천우는 은둔가 나 씨 가문 사람인데 어떻게 그가 하현에게 이렇게 극진한 대우를 할 수 있는가?정말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하현이 나천우를 안다는 말을 듣고 이시운은 잠시 어리둥절해하다가 이내 못마땅한 표정으로 비웃었다.나천우가 설은아의 미모에 흑심을 품고 하현의 체면을 세워 준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그것도 모르고 하현은 우쭐대고 있는 건가?참, 같잖은 꼴이라니!하현은 설은아가 무엇을 물어보는 것인지 간파한 뒤 입을 열었다.“나천우가 나한테 마침 한 가지 부탁할 일이 있었거든.”“무슨 부탁? 중요한 일이야?”설은아는 호기심에 눈빛이 반짝반짝거렸다.“나천우 같은 사람이 웬만한 일로 부행장과 부장을 해고하지는 않았을 거야.”이 말을 듣고 이시운은 깜짝 놀라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이 그런 능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그러나 그녀는 점점 더 자신의 추측이 맞다고 확신하게 되었다.단지 데릴사위인 하현이 주제도 모르고 설칠 뿐이라고 생각했다.“날 속일 생각하지 마. 도대체 어떻게 나천우의 신임을 얻게 된 거야
”참, 여기 사인 좀 해 줘.”갑자기 뭔가 생각난 듯 나천우는 발걸음을 옮기려던 하한을 붙잡았다.그는 재빨리 옆방으로 가서 서류철을 가져와 하현에게 사인하라고 했다.하현이 서류를 받아들고 힐끔 쳐다보다가 나천우에게 눈길을 돌렸다.“이게 뭐예요?”“작은 거지만 내가 준비했어. 거절하면 안 돼!”말을 하면서 나천우는 직접 하현의 손을 잡고 지장을 찍은 뒤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수까지 쳤다.하현은 무슨 상황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형님, 도대체 이게 뭐예요?”나천우는 웃으며 말했다.“이건 당신 형수가 우리 집안에 시집오고 나서 일으킨 회사야. 금정개발이라고 집을 짓고 파는 부동산업이지.”“이제 당신 형수는 아이를 낳는 데 전념해야 하니 이 땅과 회사 일에 쏟을 시간이 없어.”“이걸 팔거나 혹은 다른 사람한테 좌지우지하는 것도 보기 불편할 거야. 혼수나 다름없는 거였으니까.”“이제 당신 손에 넘어갔으니 아마 당신 형수도 분명 기뻐할 거야.”“지금부터 당신은 주식을 90% 가진 금정개발 대주주이며 절대적인 지배권을 가진 사람이야!”“나머지 10%는 우리 부부의 자식들에게 물려주는 셈으로 치자고.”“회사가 크지는 않아. 직원도 100명 남짓이고.”“회사에서 최근 몇 필지를 분양받아 개발하려고 사전 준비 작업을 하고 있어!”“하현, 마음에 드는 땅이 있거나 돈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공과 사는 분명히 구분해야 하니까 이자는 꼬박꼬박 내야 해. 하지만 우대금리로 잘 해줄게.”말을 마치며 나천우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하현을 쳐다보았다.하현은 속으로 부자들은 역시 스케일이 다른 건가 잠시 생각할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부동산 개발 회사가 보너스라니!이렇게 되면 자신이 금정 제일 부동산 개발업자가 되는 게 아닌가?만약 최희정이 이 사실을 안다면 피를 토하며 분노를 뿜을 것이다.하현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그는 이것이 나천우 부부의 호의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만
하현은 나천우에게 담요를 가져와 임단의 몸에 덮어 주라고 일렀다.그다음 그녀를 푹 쉬게 해 두고 조용히 나천우에게 따라나오라고 했다.바깥으로 나온 나천우는 하현을 깍듯이 대하며 옆에 있는 응접실로 데리고 와서 허리를 굽혀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하현, 이제 다 해결된 거죠?”“우리 아이를 극락으로 잘 보내 준 거죠?”그의 얼굴에는 기대와 긴장감이 가득했다.하현은 잠시 눈을 가늘게 뜨고 나천우를 쳐다본 뒤 옅은 미소를 지었다.“나 사장님, 세상에 귀신이 있다고 믿습니까?”나천우는 적잖이 어리둥절해하며 말했다.“하현, 세상에 귀신이 없다면 방금 그 말은 도대체...”하현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나 사장님, 아침에 제가 한 말 기억하세요?”“마음의 병은 마음의 약으로 고쳐야 합니다.”“사모님은 사실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잃었다는 상실감 때문에 마음에 응어리가 졌던 것뿐입니다.”“그래서 사모님의 몸은 일종의 가임신 상태에 빠진 거죠.”“이런 상황에서는 두 분이 아무리 노력을 한다고 해도 아이를 가질 수 없습니다.”“하지만 방금 제가 사모님 앞에서 보인 모습 때문에 사모님은 비로소 마음의 짐을 내려놓은 겁니다. 죽은 아이가 좋은 것으로 갔다는 안도감이 사모님의 마음을 위로한 거죠.”“마지막으로 사모님의 몸에 숨을 불어넣어 사산했을 때 감염되었던 약간의 풍한을 제거했어요.”“이제 사모님은 멀쩡한 사람입니다.”“두 분이 이제 아이를 가질 수 있다는 거죠.”하현은 웃으며 말을 이었다.“물론 내가 사장님한테 이렇게 다 털어놓고 말씀드리는 건 사장님이 문화인이란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실대로 말씀드리는 거예요.”“하지만 사모님은 여자이기 때문에 이 일은 아마 사장님과 나 사이의 비밀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아이를 무사히 출산한 뒤에 말씀드려도 늦지 않습니다.”“나중에 두 분이 날 너무 사기꾼으로 몰아붙이지나 마세요. 하하.”하현이 이렇게 허심탄회하게
말을 마친 후 하현은 얼른 종이와 붓을 꺼내 그 위에다 뭔가를 쭉 쓴 뒤 담담하게 말했다.“나 사장님, 믿을 만한 사람에게 이 물건들을 빨리 준비해 달라고 이르세요.”“이 물건들은 부인의 체내에 음흉한 기운을 모두 뽑아줄 겁니다.”“그렇게 해야 완전히 문제가 해결됩니다.”“음흉한 기운이 다 제거된다면 두 분은 자연스럽게 아이를 가질 수 있을 거예요.”나천우는 종이에 적힌 물건들을 보고 어리둥절해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고맙습니다. 바로 준비하라고 이르겠습니다.”순간 나천우의 마음속엔 하현에 대한 존경심이 솟아올랐다.나천우는 하현이 엄청난 돈이나 물질적인 것을 터무니없이 요구할까 봐 살짝 걱정이 되었었다.그런데 하현이 아무런 조건도 달지 않고 단칼에 승낙할 줄은 몰랐다.그래서 나천우는 하현을 완전히 높이 평가하게 된 것이다.잠시 후 나천우의 측근들은 하현이 지시한 물건을 모두 준비해 왔다.닭 피 한 그릇과 종이돈 한 묶음, 종이돈을 태우는 양동이.이를 본 임단은 의아한 눈빛으로 물었다.“하현, 제가 어떻게 하면 되는 거예요?”하현은 테이블을 가리켰다.“부인, 죄송하지만 여기 누우시고 배가 보이게 옷을 살짝 위로 올려 주세요.”하현의 말에 임단은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이어 그녀는 코트를 벗은 뒤 셔츠를 살짝 걷어 올려 새하얀 아랫배를 드러낸 채 테이블 위에 누었다.나천우는 이 광경을 보며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가 결국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하현, 이건...”하현이 천천히 나천우에게 설명했다.“부인은 뱃속에서 아이가 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음흉한 기운이 여기 가득 들어 있습니다.”“예로부터 뱃속에서 죽은 아기는 엄마의 품을 떠나기 싫어 그 영혼이 떠돈다고 합니다.”“그래서 두 분이 아이를 가질 수 없었던 것이죠.”“오늘 저는 죽은 아이의 영혼을 잘 달래서 보내주려는 거고요.”하현의 말을 들은 나천우와 임단은 동시에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벌린 입을
하현은 냉랭하게 말했다.“미안하다고 할 필요 없습니다.”“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나한테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만 들으면 됩니다.”“나머진 당신이 알아서 하면 되죠.”“난 아무 이견도 달지 않을 테니까요.”하현의 말은 마치 이 모든 것이 그와 무관한 일처럼 가볍게 들렸다.그러나 가볍게 들리는 그 말속에 숨어 있는 어조는 서늘한 기운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원래 하현이 어떻게 망신을 당하나 구경이나 하려고 했던 사람들은 놀라서 온몸을 부르르 떨며 눈알을 땅바닥으로 떨구었다.결국 그의 어조로 보아하니 그가 가볍게 말하면 말할수록 더욱 화가 난 상태라는 걸 알 수 있었다.그리고 우민은과 이국흥 두 사람은 이 일에 대해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말해 주었다.나천우는 하현을 향해 빙긋 웃으며 허리를 곧게 펴고 시선을 뒤로 돌렸다.그의 눈빛 속에 찬바람이 가득 휘몰아쳤다.우민은과 이국흥은 온몸이 뻣뻣하게 굳어 왔고 무릎을 꿇으려 했지만 도저히 말을 듣지 않아 그대로 힘없이 풀썩 주저앉았다.“일어서세요!”나천우는 폭풍 전야의 고요한 태풍의 눈처럼 차분한 목소리였다.단지 손가락을 까닥이며 경호원에게 쇠 파이프를 건네받아 직접 두 사람의 다리를 한쪽씩 부러뜨렸다.그리고 나서 활을 들고 두 사람의 손바닥을 향해 활을 쏘았다.“휙!”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매섭게 울렸다.두 사람이 손바닥이 떨구어지자 나천우는 두 사람을 문 바깥으로 걷어차며 말했다.“잘 들어. 다시는 당신들 두 얼굴을 금정에서 마주하고 싶지 않아.”“감히 이 두 사람을 거두는 자는 나 나천우에게 도전하는 거라 생각할 거야!”“사람들을 교외로 내쫓아 스스로 빌어먹고 살게 해!”...10분 만에 설은아가 그토록 골머리를 앓던 이천억 대출이 순조롭게 실행되었다.무이자일 뿐만 아니라 담보 물건도 없이 진행되었다.다만 각종 수속이 복잡해서 설은아는 VIP실에 남아 서류 처리를 해야 했다.나천우는 하현을 깍듯이 모시고 행
”좋아, 당신이 그렇게 잘난 척을 하니 한 명이라도 어디 해고해 봐!”우민은은 거만하게 팔짱을 끼고 비아냥이 가득한 얼굴로 하현을 차갑게 노려보며 말했다.“자! 어서 해 보라니까!”“퍽!”바로 그때 은행 로비의 문이 누군가의 발길질에 차여 둔탁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곧이어 화려한 옷차림을 한 남녀 열 명이 나타났다.선두에 선 사람은 양복 차림이었는데 그냥 보기에도 부티가 좔좔 흘렀다.그는 바로 금정은행 은행장, 은둔가 나 씨 가문 나천우였다.나천우 일행들이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우민은과 이국흥은 모두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려 굽신거렸다.“행장님!”“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우민은과 이국흥은 무릎을 꿇다시피 하며 나천우 앞에서 입이 찢어져라 환한 미소를 보였다.그런데 평소에는 친근하게 그들을 대했던 나천우가 오늘 이렇게 차가운 얼굴로 들이닥칠 줄 누가 알았겠는가?나천우는 그들에겐 눈길도 돌리지 않고 하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고 하현의 손을 잡고 힘껏 흔들었다.“하현, 아까는 정말 죄송했습니다...”“부디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길 바랍니다.”이 말을 듣고 장내의 분위기는 갑자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고요해졌다.모두 어안이 벙벙해지다 못해 정신이 혼미해질 지경이었다.곳곳에서 심장이 덜컹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잠시 후 예쁘장한 여직원들이 자신의 뺨을 세차게 때리는 소리가 여기저기 들렸다.마치 꿈을 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던 것이다.그러나 눈앞의 광경은 잘못 본 것도 아니고 꿈을 꾸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많은 사람들의 시선은 놀라움과 의아함으로 가득 차 있었고 자연스럽게 하현에게 쏠렸다.몇몇 여자 고객들도 눈앞의 광경이 믿기지가 않는지 입을 막고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얼어버렸다.우민은은 마치 사지가 마비된 듯 그 자리에서 꼼짝도 할 수 없었다.이국흥은 더했다.사지가 그의 통제 영역을 벗어나 쉼 없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이게 무슨 상황인가?그들은 하현
이국흥은 염치도 체면도 안중에 없는 사람 같았다.그는 없던 일을 있었던 일처럼 꾸몄다.그의 목적은 단 하나, 우민은이 하현을 혼내 주길 바랐던 것이다.이때 설은아가 얼른 입을 열었다.“부행장님, 그게 아닙니다...”우민은은 이국흥에게 힘을 실어 주러 온 상사였기 때문에 당연히 설은아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감히 우리 은행에서 사람을 때려요?”“간이 배밖에 나왔어요?”“지금부터 당신은 우리 은행 블랙리스트에 오를 거예요!”“이봐! 어서 관청에 신고해!”그녀의 카랑카랑한 말투는 오만하기 그지없었다.그러자 설은아의 안색이 창백해졌다.분명 그녀는 일이 이 지경까지 이르게 될 줄은 몰랐다.설은아가 이끄는 회사의 자금줄이 빠듯한 건 사실이었다.그런데 결국 이렇게 완전히 파산하게 되었다.자신이 아홉 번째 집안을 맡은지 얼마나 되었는가?이렇게 빨리 파산하게 되었는데 어떻게 훗날 대구 정 씨 가문의 수장이 되겠다는 것인가?그야말로 허황된 꿈이었다!“하하하! 이게 바로 당신의 최후야!”“이제 알겠어?”이국흥은 얼굴에 묻은 피를 닦으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개자식! 이 개새끼야! 너 방금 정말 미친놈처럼 날 치더라? 정말 대단했지, 안 그래?”“자, 다시 한번 더 해 보시지?!”“당신이 얼마나 대단한지 어디 한번 보자고!”“퍽!”하현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그의 요구에 답하며 앞으로 걸어가다가 또 한 번 손바닥을 휘둘렀다.이국흥은 하현이 감히 자신에게 또 손을 쓸 줄은 몰랐다.뺨을 맞아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그는 가까스로 우민은의 몸에 기댄 덕분에 쓰러지지는 않았다.“미친 거야?!”“당신들 여기가 무법천지인 줄 알아?”우민은은 얼굴이 울그락불그락해졌다.“이봐, 어서 신고해!”“은행 협회에 통보해서 설은아한테 대출 다 막으라고 해!”이때 하현은 싸늘한 표정으로 우민은과 이국흥을 바라보며 말했다.“두 사람이야말로 내 블랙리
하현을 말리는 설은아의 다급한 목소리에 이국흥은 험상궂은 얼굴로 이를 갈며 일어섰다.그는 입가의 피를 닦고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개자식! 당신 누구야?!”“당신이 뭔데 감히 이러는 거야?”“날 때려? 감히 날 때렸어?”“내가 뭐?”하현은 앞으로 나서면서 또 손바닥을 올려 이국흥을 바닥에 내동댕이쳤다.“감히 내 아내한테 그런 모욕감을 주다니! 나한테 누구냐고 물었어?”“내가 누군지 당신 눈엔 안 보여?”“혹시 설 대표가 당신 부인이야?”이국흥은 잠시 넋이 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뭔가 떠오른 듯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당신이 그 소문으로만 듣던 그 쓰레기 같은 놈?”“그런데 감히 날 때려?!”“죽여버릴 거야!”하현은 또 그의 얼굴을 때리기 시작했다.“퍽!”“날 업신여기고 무시하는 건 얼마든지 참을 수 있어. 그렇지만 내 여자를 건드리는 놈은...”“절대 용서할 수 없어! 오늘이 당신 제삿날인 줄 알아!”퉁퉁 부은 얼굴을 감싸고 바닥에 주저앉은 이국흥은 온몸에 경련을 일으키며 벌벌 떨었다.“하현, 그만해! 그만하라고!”설은아는 한사코 하현을 말리며 붙잡았다.“또 때리면 정말 사람이 죽겠어!”그녀는 마음속으로는 그를 고맙고 든든하게 여겼지만 불똥이 그에게 튈까 봐 걱정도 되었다.오래된 도시 금정의 은둔가 가문이 뒷배에 있는 금정은행 부장을 누가 건드릴 수 있겠는가?금정은행의 뒷배인 나 씨 가문은 금정 금융계의 거물이었다.“개자식! 감히 날 때리다니?!”“흥! 넌 이제 죽었어! 내가 반드시 널 죽여버릴 거야!”이국흥은 이를 갈며 말했다.그러나 그는 감히 하현에게 접근하지 못하고 얼굴을 가린 채 입만 떠들썩하게 떠벌렸다.“반드시 관청에 보고해서 감옥에 처넣어 버릴 거야!”“그리고 제멋대로 날뛰는 네놈 때문에!”“이 여자도 상상하기 힘든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블랙리스트에 올라 금융계에선 다시는 일 원 한 푼 빌릴 수 없게 만들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