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병동 곳곳에는 진소흔의 팬이 선물한 축하 문구와 함께 꽃들이 가득했지만 실제로는 어떤 상태인지 아무도 모른다.이영돈은 백합꽃 꽃다발을 손에 들고 문을 밀며 들어섰고 핏기를 잃고 병상에 누워 있는 진소흔을 흐릿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진소흔, 좀 어때?”말을 건네는 그의 얼굴에는 아쉬운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진소흔은 왜 이렇게 운이 좋단 말인가?진소흔을 구했다는 어부를 조사해 보니 조상 때부터 대대로 어업 일을 해 오던 진짜 어부였고 그 시간에 우연히 빅토리아 항을 지난 것이었다.이영돈의 마음속에는 이를 미리 알아차리지 못한 아쉬움과 함께 적잖은 후회가 밀려왔다.어찌 되었건 모든 일에는 변수를 동반하기 마련이다.어젯밤 진소흔이 정말로 죽었다면 그는 하수진을 향해 더욱 비난의 강도를 더해서 사람들의 주목을 한 번에 끌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일은 이미 이렇게 흘러가 버렸으니 바다에서 죽지 않은 진소흔을 또다시 죽이려는 게 무슨 소용 있겠는가?이영돈과 진소흔이 일부러 이런 일을 벌였다는 것을 하수진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그야말로 재주 피우려다 일을 망치는 꼴이 되고 만다.그래서 이영돈은 어쩔 수 없이 진소흔을 계속 살려 두기로 결정했다.다음에 그녀의 목숨을 이용할 기회를 기다리기로 한 것이다.진소흔은 비록 이영돈이 가진 바둑돌에 불과하지만 꽤 가치가 있는 바둑돌이기도 했다.“이 선생님, 이렇게 걱정해 주셔서 고마워요.”“이제 괜찮아요.”진소흔은 창백한 표정으로 몸을 일으켜 이영돈을 향해 환한 미소를 보였다.“그렇지만 바다에 뛰어들었던 탓인지 아직 머리가 많이 어지럽고 기억이 잘 안 나요.”“하수진을 곤경에 빠뜨리기 위해 제가 바다에 뛰어들기로 제안했다는 것만 기억나요. 다른 건 하나도 기억이 나질 않아요.”“참, 제 핸드폰도 물에 잠겨 고장이 났어요. 새 핸드폰 좀 마련해 주시면 안 될까요? 핸드폰이 없으니 불편하네요.”보아하니 진소흔은 스스로 바다에 뛰어들겠다고 제안한 것만 기억할 뿐
이영돈이 사라진 지 얼마 되지 않아 하얀 마스크를 쓴 하현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진소흔은 비스듬히 누워 반쯤 죽은 사람처럼 하고 있다가 하현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나 앉았다.“당신이 시킨 일은 이미 다 했어.”“이제 당신이 날 지켜주겠다는 말 꼭 지켜야 돼.”“신분을 바꿔서 안전한 곳으로 숨는 게 좋을 것 같아.”“안 그러면 조만간 이영돈이 날 죽이러 올지도 몰라.”진소흔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빛이 가득했다.분명 방금 이영돈에게서 살의를 느꼈을 것이다.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요즘은 좋은 사람 되기 참 힘든 것 같아!”“당신은 대하를 배신하고 숏폼에 조국을 비난하면서도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어.”“우리 대하 사람들은 항상 사람들을 너그럽게 대하기 때문이지.”“하지만 당신은 노국의 작은 비밀 하나 팔아넘겼을 뿐인데 그냥 도망치고 싶어 하잖아.”“그 차이는 정말 큰 거야.”진소흔은 자신의 태도가 하현을 거슬리게 했다는 걸 잘 알고 있다.하지만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었다.그녀는 이를 깨물며 말했다.“하 씨. 당신 약속 안 지키면 절대 안 돼!”“내가 언제 당신한테 약속했어?”하현은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말하고 나서 손을 뻗어 진소흔의 창백한 얼굴을 툭툭 치며 담담하게 말했다.“하지만 당신이 날 도와줬으니 적어도 당신 목숨을 지켜줄 거야.”“앞으로 며칠 동안은 계속 여기 누워 환자 연기나 잘 해.”“할 수 있으면 혼수상태인 척하는 것도 좋아. 당신이 죽을 것 같다고 상대가 느끼게 하는 게 가장 좋거든.”“내가 사람을 보내 당신이 위독하다는 소식을 퍼뜨릴게.”“이틀 후에 그가 도성에 가서 화 씨 가문과 도박을 할 때 기회를 봐서 구룡성에 있는 남양회관에 가. 내가 이미 당신을 위해 준비해 놓았어.”“그곳에서 당신은 신분을 바꿔 양 방주 밑에 있는 시녀가 될 거야. 열몇 평 되는 기숙사에서 살게 될 거야. 남양말을 하는 동료들이 있을 거고.”“잘 살 거라 믿
”남양쪽에 가서는 분수를 지키며 살아야 할 거야. 양 방주가 비록 내 친구이긴 하지만 당신이 그녀를 못마땅하게 여긴다면 그녀도 당신을 뻥 차버릴 수 있으니까.”하현이 한마디 귀띔했다.“걱정하지 마. 난 딴따라지 바보가 아니야.”“내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도망치는 거야. 지금 세상을 떠돌며 얼굴을 내밀지 않는 것이 그나마 남은 내 체면을 세우는 일이야. 난 내 목숨을 걸 정도로 그렇게 멍청하진 않아.”진소흔은 한숨을 내쉬다가 갑자기 뭔가 떠올린 듯 하현을 쳐다보며 말했다.“맞다, 이해가 안 가는 게 있어. 당신은 날 전면에 내세워서 하수진이 직면한 여론의 압박을 한 번에 해결할 수 있었어.”“그런데 왜 날 전면에 내세워 해명하게 하지 않았어?”하현은 아무런 표정 없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당신의 해명이 여론을 압박하지 못한다면 이영돈 쪽에서는 또 다른 수법을 쓸 궁리를 할 거야.”“속내를 쉽게 내보이는 것보다 여론을 그대로 존속시키는 게 더 나아.”“필요할 때 나서면 되니까.”“그러니까 잘 살아 있어. 당신이 언젠가 나서야 할지도 모르니까.”“다음에도 연기를 잘 해준다면 누가 알아? 내가 누군가에게 부탁해 당신한테 멋진 집 하나 마련해 주고 당신은 그 안에서 편하게 살 수 있게 될지.”진소흔에게 마지막 당근을 확실히 주고서야 하현은 돌아섰다.그에게 있어 이 여자는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된다.어쩌면 요긴할 수도 있고 어쩌면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하지만 남겨두는 것이 없는 것보다는 조금 더 나을 수 있다.하현의 말에 진소흔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녀가 하현에게 이용할 가치가 있는 한 그녀는 계속 살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이다.그러자 그녀는 돌아서는 하현을 막아서고 나지막이 말했다.“참, 이걸윤에 관한 사실 중 당신한테 말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어.”하현은 진소흔이 자신에게 모든 걸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진소흔이 하현을 가로막자 그는 발걸음을 멈추
하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나지막이 말했다.“그럼 어느 가문이 대하 쪽이고 어느 가문이 노국 쪽인지 당신 알아?”진소흔은 한숨을 내쉬며 대답했다.“항성 이 씨 가문이 틀림없는 노국 쪽인 건 알아. 다른 가문은 아는 게 없어.”하현은 담담하게 말했다.“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걸 알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혹시 빠진 건 없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다음에 당신과 내가 언제 만날지 모르니까.”“당신이 뭔가를 숨기고 있어도 나중에 그때 가선 아무 가치도 없을지도 몰라.”하현의 말에도 진소흔의 얼굴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그녀는 하현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지금으로서는 이것밖에 생각나지 않아. 아무 조건도 없이 당신한테 이걸 말한 건 내가 조금이라도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야.”“당신이 날 잘 대우해 준다면 혹시 또 모르지. 다른 생각이 떠오를지...”“참, 내가 듣기론 이걸윤과 하구천이 의형제라고 했어...”“둘 다 전신이라 세상에 둘도 없는 사이라고 들었어!”하현은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엷은 미소를 보였다.“의형제에 둘 다 전신이라, 그것참 재미있는데.”...하현이 이걸윤과 하구천이 의형제라는 사실을 듣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이영돈은 이미 업무용 도요타 차 안에 있었다.볼륨감이 남다른 여비서는 공손한 태도로 이영돈에게 태블릿PC를 건네주며 말했다.“이 선생님, 지금도 인터넷상의 여론은 여전히 하수진을 향하고 있습니다. 다만 죽은 사람이 없기 때문에 몇 마디 말이 오고 갈 뿐 뜨겁지는 않습니다.”“항도 하 씨 가문 아가씨가 손님을 괴롭혔다는 정도의 글입니다.”“그런데...”여비서는 말을 하려다 말고 잠시 머뭇거렸다.“그런데 뭐?”이영돈의 미간에 언짢은 빛이 잔뜩 들어앉았다.“그런데 하수진 쪽에서는 진소흔이 조상의 은공을 잊고 조국을 배반했다는 글을 인터넷에 가볍게 올렸을 뿐이에요. 그런데 이런 사람의 말을 믿으세요?”“이제 인
어둠이 짙게 깔린 항성 국제공항 상공.노국에서 도착한 비행기 한 대가 착륙을 준비하고 있었다.사방에는 노국에서 날아온 수십 대의 전투기가 상공을 선회하며 호위하고 있었다.항성 공항은 안팎으로 봉쇄되었다.공항을 봉쇄하고 보안을 책임지기 위해 항성 최고 4대 가문 모두 역량을 총동원하여 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보안에 투입했다는 소문이 돌았다.항성 최고 4대 가문이 이렇게 힘을 합친 것은 수년 만에 처음이라고 할 수 있다.이 모든 것은 단지 슈퍼스타의 왕림 때문이었다.항도 하 씨 가문의 핵심 인물들을 제외하고 항도 하 씨 가문 고위층들은 단지 노국의 남작이자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 곧 올 거라는 것만 알고 있었다.많은 사람들은 이 전설 속의 슈퍼스타가 바로 이걸윤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지금 공항에는 아무도 접근할 수 없었다.많은 사람들이 와서 사정을 해 보았지만 모두 퇴짜를 맞았다.통로 입구에서 이영돈은 두 손을 뒷짐진 채 제자리에서 끊임없이 서성거렸다.그의 뒤에는 수십 명의 대하계 남성들이 기사복을 입고 있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이영돈이 항성에 왔을 때 데리고 온 성전 기사들이었다.입이 바짝 마르는 초조한 시간이 흘렀고 마침내 출국장이 떠들썩해졌다.“부단장님!”입국장에 들어서는 사람들을 보고 성전 기사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외쳤다.성전 기사들의 눈에는 경외스러움과 열렬한 환영의 눈빛이 뒤섞여 있었다.성전 기사단이 설립된 지 수백 년 만에 대하계 사람으로서는 최고의 지위에 오른 사람이었다.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자 한 세대를 책임질 전신!그는 한때 기사장총을 들고 적군을 휩쓸었다고 전해졌다.흑주에서 침략전쟁을 치르고 전신에 봉인되었다.게다가 그는 악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했다.배를 갈라 처참하게 죽이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특히 묘령의 소녀의 배를 가르는 것을 좋아했다고 한다.갖가지 전설이 이걸윤의 악명을 만들었고 그의 위상 또한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대하계 전신 이
이영돈의 시야에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 십여 명이 나타났다.한복판에는 귀족 차림을 한 여인과 차가운 표정의 의기양양한 남자가 있었다.오밀조밀 조화로운 얼굴 생김새, 높은 콧대, 그림 같은 눈매, 그녀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신비스러운 외모를 가리지는 못했다.노국 황실 4순위 후계자인 넷째 공주.그보다 한 발짝 뒤처져 있는 남자는 180센티미터 육박하는 키에 칼날같이 예리하게 조각된 이목구비가 단연 시선을 끌었다.그의 외모는 잘생기지는 않았지만 말할 수 없는 음흉한 기운을 뿜고 있어서 그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절로 오금을 저릴 정도였다.노국의 남작, 성전 기사단 부단장, 전신, 이걸윤!그의 냉랭한 눈빛이 입국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을 한번 훑었다.이윽고 그는 천천히 걸어가며 가늘고 긴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이영돈은 한달음에 앞으로 걸어가 두 손을 모으고 공손히 입을 열었다.“공주님, 이 소주.”“이영돈, 요즘 날 아주 많이 실망시키는군.”넷째 공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이걸윤이 이영돈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그는 손을 뻗어 이영돈의 얼굴을 툭툭 쳤다.“내 사람을 데리고 이곳에 온 지 며칠이나 되었는데도 제대로 된 일은 하나도 못 했어.”“화 씨 가문의 카지노는 아직도 손에 넣지도 못했어.”“듣자 하니 당신이 벌인 그 연극조차도 당신한테 아무것도 가져다주지 못했다더군.”“내가 당신을 어떻게 처벌했으면 좋겠어, 말해 봐?”얼굴빛이 살짝 움츠러든 이영돈은 이걸윤의 말을 듣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단장님, 저의 무능 때문입니다.”순간 무릎을 꿇은 이영돈을 본 이걸윤은 냉랭한 표정만 지을 뿐 가타부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이걸윤, 내가 듣자 하니 이영돈은 항성과 도성에서 열심히 했대.”옆에서 입을 떼지 않던 넷째 공주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녀는 대하어도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였다.아마도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것임이 분명했다.“어찌 되었건 그도 오랫동안
이영돈은 입을 앙다물고 천천히 몸을 곧게 세우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이 소주,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번에 제가 처리하는 일이 비효율적이게 보이시겠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겠습니다!”“이틀만 더 시간을 주시면 완전히 새로운 항성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그렇게 되길 바라.”“하지만 당신이 이루지 못해도 상관없어.”“결국은 내가 나서야 할 일이었을지도 모르니까.”말을 하면서 이걸윤은 손에 쥔 시가의 재를 툭툭 털었고 이영돈에게 자신과 함께 나가자고 전방으로 손짓을 했다.발걸음을 옮기며 이걸윤이 말했다.“예전에 내가 처음 항성 이 씨 집안에 왔을 때 아주 기력이 왕성하고 패기가 넘쳤지.”“항성 이 씨 가문이 비록 나를 좋게 보지 않았지만 난 이 씨 가문을 위해서 고군분투했어. 스스로 아주 자랑스럽게 생각했지!”“항성 이 씨 가문을 항성과 도성에서 제일가는 가문으로 만들고 싶었거든!”“내 손으로 항성 이 씨 가문의 비즈니스 규칙을 재조정했지. 항성 이 씨 가문은 나날이 번영했고 가문은 부와 권세를 얻어 한때는 항성 최고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되기도 했어!”“심지어 곧 항도 하 씨 가문의 위치를 따라잡을 기세였어.”“그러나 안타깝게도 항성 이 씨 가문 사람들은 줄곧 날 고깝게 보았어.”“그들은 내가 항성 이 씨 가문 사람이지만 어쨌든 노국에서 왔으니 노국과 한통속이라고 생각했던 거야.”“그들은 내가 계속 강해져서 항성 이 씨 가문을 좌지우지할까 봐 두려웠던 거야.”“그러니 그들 눈에는 내가 아무리 강하고 대단한들 아무 의미가 없는 거였지.”“내가 열심히 일한 것들을 그들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던 거지.”“결국 항도 하 씨 가문 하수진과 약혼을 한 날 밤, 일이 터지고 말았어...”“난 술에 취한 상태로 누군가에 의해 사촌형수의 방에 버려졌고 돌이키지 못할 짓을 저질러 버렸지...”여기까지 말하고 갑자기 이걸윤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태평산 정상.항성 이 씨 가문은 빅토리아 항이 내려다보이는 태평산 꼭대기에 있었다.오렌지색 불빛들이 잔잔하게 바다를 비추는 이 시간, 더없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광경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항성 이 씨 가문의 상석에 앉은 노부인 이일해는 일찌감치 자리에 나와 있었다.얼굴에는 옅은 홍조가 띠었다.그녀는 조금 흥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하늘이 우리 가문을 도운 거야!”“방금 공항 쪽에서 연락이 왔어.”“런셀에서 온 노국 황실 넷째 공주와 성전 기사단 부단장 이 소주가 우리 항성 이 씨를 방문한다는 전갈을 보내왔어!”“하늘이 우리 가문을 도운 거야!”“노국에서 온 귀인의 비호가 있으니 이제 우리 이 씨 가문이 4대 가문의 우두머리가 될 거야!”이일해의 옆에 서 있던 하민석은 얼굴에 희미한 미소를 떠올렸다.그는 하구천이 큰 인물을 한 명 초대했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러나 큰 인물이 과거 항성에 있었다는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그러나 이것이 그의 계획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이를테면 이번에 항성 4대 가문이 안보를 책임질 때 항성 이 씨 가문은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일이라든가 또 다른 예로 그 큰 인물을 이 씨 가문에 초청하기 위해 하민석은 물심양면으로 모든 수단을 동원하기도 했다.이영돈과 그의 주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이미 여러 차례 대접하기도 했다.그러니 지금 하민석의 얼굴에는 천하를 얻은 것 같은 미소가 떠오른 것이다.그는 이장성을 대신해 항성 이 씨 가문의 후계자가 되었지만 어찌 되었든 그는 이 씨가 아니었으므로 사실 명분이 서지 않았다.이일해가 모든 상황을 제압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이 자리에 앉지도 못했을 것이다.하지만 노국에서 온 귀인의 지지만 얻는다면 그의 자리는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이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달려온 항성 이 씨 가문 젊은 세대들은 하나같이 의기양양하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노국 황실에서 온 공주와 성전 기사단의 부단장이 항성 이 씨 가문을 제일 먼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