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은 언짢은 듯 눈살을 찌푸리며 건달들을 향해 차갑게 입을 열었다.“당신들도 어쨌든 모두 대하인이잖아. 길바닥에서 굴러먹는 처지라고 해도 최소한의 양심은 가져야 하지 않아?”“섬나라 사람들이 우리 대하의 여인을 짓밟으려는 것을 보고도 말리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앞장서서 나쁜 짓을 도와주고 있어?”“당신들 그러고도 남자야?”“짓밟는다고?”카메시타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우리 무카이 형님을 모시는 일이야말로 최고의 영광이야!”“이 대하 아가씨는 조상님이 은덕을 많이 쌓으셔서 그나마 우리 고귀한 섬나라 남자들을 섬길 수 있게 된 거라구!”“그런데 어떻게 그게 짓밟는 거라고 할 수 있어?”“섬나라 사람이라고만 하면 수많은 대하 여자들이 달려드는 거 몰라?”“당신들 대하인들이 잘 인정하지 않으려는 건 알지만 세상은 이렇게 돌아가는 거야. 강자가 더 많이 누리고 더 많이 소유할 수 있지!”“언뜻 봐도 어디 힘 하나 없어 보이는 남자가 꽃처녀랑 같이 노는 건 고사하고 보호하려 해? 당신은 절대 불가능해!”“어서 무릎 꿇고 사과해. 그리고 썩 꺼져!”“그렇지 않으면 바로 죽여 버릴 거야!”감히 항성에서 이런 횡포를 부리다니 이 남자, 정말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어떻게 이런 말을 서슴지 않고 지껄일 수 있단 말인가?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과는 달리 하현은 카메시타의 말을 듣고도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관했다.“여자를 놔줘. 내 말 못 알아듣겠어?”“손 대지 말라구!”“허허, 이러다 당신 사람 치겠어?”건달들의 눈동자에 살기가 어려 있었다.“우리가 누군지 알기나 해?”“우리는 홍성 사람들이야!”“항성과 도성 바닥을 주름잡고 있는 홍성이라고!”“우리가 당신 가족까지 손대길 바라지 않는다면 어서 순순히 무릎 꿇고 사과해!”“그렇지 않으면 당신 이 자리에서 바로 황천길 직행할 거니까!”카메시타의 비웃는 얼굴이 역겨웠다.그는 눈을 가늘게 뜨고 하현을 바라보며 매섭게 말했다.“지
”퍽퍽퍽!”하현은 인정사정 없이 몸을 날려 건달들을 발로 걷어찼다.한 줄기 날쌘 그림자가 여러 남자의 몸을 차례로 훑고 지나갔다.그 자리엔 고통에 나뒹구는 남자들이 어찌할 바를 모르고 꿈틀거리고 있었다.선두에서 건달들을 이끌던 남자의 안색이 갑자기 음흉해지더니 뒤춤에 꽂고 있던 비수를 뽑아들고 하현을 향해 돌진했다.“촤칵!”그러나 남자는 하현을 건드리기도 전에 하현의 손에 목이 끼여 천천히 들어 올려졌다.남자는 내심 하현의 실력에 놀랐으나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하현을 깔보며 말했다.“어이! 당신 본토 사람이지?”“그래서 우리 홍성 사람들이 어떤 존재인지 몰랐던 거구만!”“감히 나를 건드리면 홍성 사람들이 당신을 가루로 만들어 버릴 거야!”건달은 자신의 목이 하현의 손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홍성의 세력이 강하다는 걸 믿고 하현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것 같았다.하현은 차가운 얼굴로 남자의 목에 힘을 주었고 순간 남자의 목은 촤칵 소리를 내며 그대로 꺾여 버렸다.남자는 그대로 힘없이 땅바닥에 풀썩 주저앉았다.자신의 부하들과 자신의 안보를 책임지는 몇몇 홍성 건달들이 맥도 못 추는 것을 본 카메시타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화소혜를 놓아주고는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어쭈! 제법 하는데!”“어쩐지 감히 겁도 없이 우리 섬나라 사람들을 귀찮게 하더라니!”“그런데 말이야. 당신 감히 우리 상대가 된다고 생각해?”말을 마치자마자 카메시타는 갑자기 칼을 꺼내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쏜살같이 날아갔다.하현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카메시타가 달려드는 모습을 지켜보았다.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 하현을 보고도 카메시타는 여전히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가소로운 대하인 같으니라구! 조금 할 줄 안다고 자기가 무슨 천하무적이라도 된 줄 아나 봐?”“미인을 구해 내는 영웅이라고 되고 싶은 거야, 뭐야?”“유치하기는.”카메시타는 하현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미소를 지었다.“이 세상에는 사람 위에
하현은 섬나라풍 술집 1번 룸으로 들어갔고 얼마 후 용전 항도 지부 사람들이 나타나 섬나라 사람들을 억류했다.동시에 최영하는 의사를 한 명 보냈고 제일 먼저 화소혜의 위를 세척해 주며 해독을 했다.화소혜는 술을 조금 마시기는 했지만 평소 주량으로 봐서 이렇게까지 취할 정도는 아니었다.완전히 인사불성이 되었던 것은 놈들이 약을 먹였기 때문이었다.최영하가 파견한 의사는 기술이 좋아서 능수능란한 손놀림으로 화소혜의 몸을 돌봤고 얼마 지나지 않아 화소혜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비로소 화소혜의 몸 안에 있던 뜨거운 열기가 순식간에 사라진 것이다.하현은 생수 한 병을 가져와 물컵에 따랐다.그때 화소혜가 천천히 눈을 뜨며 눈동자를 두리번거렸다.겨우 정신이 드는 것 같았다.어렴풋한 시선 너머로 한 남자의 모습이 보이자 화소혜는 자신도 모르게 몸부림을 치기 시작했다.“당신 누구야?”“뭘 원하는 거야?”“나 건드리지 마!”“내 아빠는 도박왕이야. 감히 날 건드린다면 아빠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거야.”화소혜는 있는 힘껏 고함을 질렀다.보아하니 겁을 먹고 어쩔 줄을 모르는 모습이었다.하현은 침착하게 말했다.“화소혜, 진정해. 진정하라구. 나 하현이야. 당신을 해치지 않아.”“하현!?”화소혜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녀는 눈앞에 있는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았고 새하얀 얼굴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당신이 나한테 약을 먹이다니, 당장 아버지한테 말할 거야! 당신 대가를 톡톡히 치를 테니까 각오해!”“퍽!”하현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화소혜의 뺨을 때렸다.순간 화소혜는 넋을 잃은 표정이 되었다.“이제 정신이 좀 들어? 이제 제대로 대답할 수 있겠어?”하현이 휴지를 꺼내 오른손을 닦으며 침착하고 차분하게 말했다.“자신이 왜 이 지경이 되었는지,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당신 잘 모르겠어?”“누가 당신 몸을 더럽히려 했다구.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생각해 봤어?”화소혜의 얼굴
화소혜의 말을 듣고 하현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화 씨 집안의 천금 같은 딸이 자신을 미워해서 복수를 하려고 했다가 지금은 자신에게 마음을 빼앗겼다니.화 씨 집안의 일로 자신에게 원한이 생겼는데 섬나라 사람들을 이용해 자신을 상대할 생각을 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그녀는 아직 이쪽 세계를 잘 몰랐던 것이다.섬나라 사람들을 찾아간 순간 그녀는 그제야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하지만 어쨌든 하현과 화소혜가 이런 인연으로 만나게 되었으니 이번 일로 양측 간의 껄끄러웠던 감정은 많이 완화되었다.이것은 앞으로 화 씨 집안의 지지를 얻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하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화소혜, 이렇게 시원시원하게 말해 주니 당신이 사람을 찾아 나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일은 내가 모르는 일로 해 줄게.”“다시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다신 그러지 않을 거예요.”화소혜는 아직도 좀 겸연쩍은지 머뭇거리며 말했다.“전에는 내가 철이 없어서 그랬어요. 용서해 주세요.”하현은 환한 미소를 보였다.더 이상 이 주제에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그는 구속에서 울부짖고 있던 섬나라 사람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방금 당신을 구하면서 섬나라 사람 몇 명을 잡았어. 지금은 이놈들의 주인이 날 찾아오길 기다리는 중이야.”“적어도 3분이면 그들이 올 거라 생각해.”“우선 다른 사람들한테 부탁해서 당신을 먼저 집으로 데려다주라고 할까?”말을 하면서 하현은 자신의 찻잔에 차를 따르며 화소혜의 대답을 기다렸다.화소혜는 얼굴빛이 약간 변하더니 잠시 망설이다가 입을 열었다.“안 갈래요!”“당신이 날 구해주셨는데 내가 당신을 버리고 혼자 가 버리면 그건 우리 화 씨 집안 체면을 깎는 일이 되는 거예요!”“게다가 우리 화 씨 집안이 섬나라 사람 몇 명을 두려워할 처지도 아니구요!”말을 마치며 화소혜는 얼른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메시지를 보냈다
진홍두의 심드렁한 표정을 보고 건달들은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사실을 분명하게 말하지 않으면 오늘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겁먹은 목소리로 말했다.“그게 그러니까 그놈은 무카이 도련님이 좋아하는 여자를 빼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1번 룸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 도련님을 데리고 오라고 했어요.”“만약 우리가 능력이 있다면 당장 자신을 건드려도 좋다고 큰소리를 치고 갔어요!”“그리고 카메시타 형님이랑 다른 형님들도 몇 명 생포되어 끌려 갔구요. 카메시타 형님은 허리가 부러져 처참하기가 이를 데 없었어요!”“아가씨, 우리 실력이 보잘것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놈이 워낙 강했다구요!”“우리 체면이고 뭐고 봐주지 않았어요!”홍성에서 주먹깨나 쓴다는 건달들이 이 말을 듣고 하나둘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며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구룡성 이곳은 예로부터 건달들의 놀이터 같은 곳이었다.날고 긴다는 건달들이 다 모여 있다.홍성은 이 지역에서 절대적인 발언권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었다.그런데 머리에 총을 맞지 않은 이상 어떻게 함부로 홍성 사람들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 놓을 수가 있는가?가장 중요한 것은 홍성 귀빈의 허리까지 부러졌다니 이것은 죽자고 덤비는 놈의 짓이다!건달들은 생각만 해도 그놈을 당장 쳐죽이지 못해 안달이었다.그놈뿐만 아니라 그 뒤에 있는 가문과 세력들까지 모조리 절단 낼 것이다.홍성 건달들은 한다면 하는 사람들이었다.냉담한 표정을 짓고 있던 무카이는 카메시타의 허리가 부러졌다는 얘길 듣고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우리가 섬나라 음류라는 걸 말했어?”“말했습니다.”그 건달은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홍성뿐만 아니라 무카이 도련님 이름도 말했어요. 무카이 도련님이 섬나라 음류라고 말했는데도 그놈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어요.”“제 생각에는 그놈이 일부러 우리를 건드리려고 그러는 거 같아요!”건달의 말에 무카이의 입가에 뜻 모를 미소가 떠올랐다
”상대가 누구야?”“항도 하 씨 사람이야?”“항성 4대 가문 사람이야?”“아니면 도성 화 씨 가문?”“그것도 아니면 남양 사람이야?”진홍두는 냉랭한 얼굴로 항성과 도성에서 힘깨나 쓴다는 가문들을 열거했다.이런 가문 사람들이라면 상황에 따라 그녀가 직접 나설지도 모른다.하지만 그 외의 사람들이라면 상대방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 간에 진홍두는 상대를 한 방에 짓밟아 죽일 수 있다고 자신했다.“아가씨, 상대의 억양으로 보아 항성과 도성 사람이 아닌 본토 사람인 것 같습니다.”“하지만 본토 사람들이 감히 함부로 설칠 수는 없으니 분명 뒷배가 든든한 놈일 겁니다!”“맹호가 강을 건너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본토 사람이라고?”진홍두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리며 경멸하는 듯한 눈빛을 보였다.“본토인이 아무리 힘이 세고 뒷배가 대단하다고 해도 우리 항성과 도성에서는 설칠 자격이 없어!”“우리가 그놈을 한번 제대로 손봐 줘야겠군!”“본때를 보여줘!”“사정 봐주지 말고 밀어붙여!”“10대 최고 가문 사람들이 와도 우리 홍성한테 굽신거리며 눈치를 보는데 하물며 본토 사람이 우리를 건드려?”“탁!”진홍두는 말을 마치며 에르메스 핸드백에서 청동으로 만든 구룡령을 꺼내어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사람들의 시선이 청동 구룡령에 쏠렸고 홍성 건달들은 모두 반쯤 무릎을 구부린 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이 장면을 본 무카이는 눈빛이 반짝였다.진홍두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흑구야, 우리 홍성 구룡령을 가지고 가서 그 하찮은 녀석에게 똑똑히 말해.”“무카이가 마음에 들어한 여자를 직접 데리고 와서 내가 만족할 때까지 무릎을 꿇으라고 전해.”“오늘 밤은 특별히 무카이의 체면을 생각해서 이 정도로 끝내는 거라고.”“평소 같으면 때려죽였을 거야.”“네!”건달들 속에서 검은 피부에 양복 차림을 한 남자가 튀어나와 탁자 위의 구룡령을 집어 들었다.이 남자는 진홍두의
맨 앞으로 나온 흑구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고 그의 시선은 천천히 하현에게 떨어졌다.하현 앞에는 카메시타가 죽은 개처럼 널브러져 있었고 살아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 이따금씩 경련을 일으켰다.손에 들고 있던 뜨거운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하현은 흑구를 향해 눈동자를 들어올렸다.“홍성의 개가 온 모양이군.”“헛, 이놈이 감히 나를 알아보다니!”흑구는 음흉한 미소를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우리가 홍성 사람들인 줄 알면서도 감히 우리 앞에서 시건방을 떨다니!”“아주 든든한 뒷배를 둔 모양이야?”“실력도 아주 놀라워!”“자자, 어디 그 든든한 뒷배가 누군지나 한 번 들어보자구! 날 놀라게 하는 존재인지 아닌지 무척 궁금한데 말이야!”“날 놀라게 하지 못한다면 아마 오늘 당신 목숨은 여기서 끝장 날 거야!”말을 마치면서 흑구는 손짓을 했고 십여 명의 홍성 건달들이 손아귀를 우그러뜨리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그들은 분명 하현의 능력으로는 그들을 때려눕힐 수 없다고 생각했다.하현은 차를 한 모금 더 홀짝이며 담담하게 말했다.“홍성 사람들 참 재미있어. 앞발은 항도 하 씨 집안에 걸쳐두고 뒷발은 섬나라 음류에 걸쳐두었어.”“내 생각엔 당신들을 홍성이라 부르면 안 될 것 같아.”“그냥 견성이라고 부르면 딱일 것 같아.”하현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비아냥거리며 말했고 흑구의 얼굴은 울그락불그락 달아올랐다.“당장 꺼져!”“개자식!”“감히 우리 홍성을 헐뜯는 말을 해?!”“당장 네놈의 사지를 찢어서 저 바다에 던져 물고기밥으로 만들어 버릴 거야!”흑구가 험상궂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그에게 있어 홍성은 하늘이요, 땅이요, 그의 부모였다!누가 감히 홍성의 이름을 더럽힌다면 절대로 가만히 두지 않았다.그런데 눈앞의 본토놈이 감히 홍성을 무시하며 견성이라고 부르다니 도저히 죽이지 않고는 배겨 낼 수 없었다.하현은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자,
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홍성 건달들은 순간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 같았다.그러다 모르는 여자가 자신에게 뺨을 한 대 때리며 이건 꿈이 아니라고 일깨워주기라도 한 듯 얼른 정신을 차렸다!홍성의 구룡령을 감히 외지인이 두 동강 내다니!이 순간 건달들은 도저히 제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개자식! 네가 뭔데 이런 짓을 해!”“지금 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죽고 싶어 환장했어?”흑구는 벌떡 일어나 노발대발하며 눈알을 부라렸다.누군가가 눈앞에서 구룡령을 부러뜨리는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니!만약 오늘 하현을 처리하지 못한다면 아마 그는 진홍두한테 돌아가도 총에 맞아 죽을 것이다.“날 죽이겠다고?”하현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죽을 사람은 당신인 것 같은데!”“이렇게 깨진 구룡령을 보고도 날 굴복시키겠다는 거야?”“당신들 홍성이 우물 안 개구리가 된 지 너무 오래된 거야, 아니면 너무 거만해서 자신이 어떤 위치인지 잊어버린 거야?”“정말 당신들이 이 바닥의 왕인 줄 알아?”“돌아가서 진홍두한테 말해. 구룡령은 말할 것도 없고 당신네 교관이 내 앞에 오더라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겠다고 말이야!”“꺼져!”말을 내뱉으며 하현이 오른손을 들어 손가락을 튕기자 땅바닥에 떨어져 있던 구룡령 조각이 날아와 피할 사이도 없이 흑구의 두 손을 가격했다.“찰싹!”“앗!”청동으로 만든 구룡령 조각이 뼈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고 뒤이어 흑구는 고통스러운 몸짓으로 비명을 지르면서도 땅바닥에 뒹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그는 이를 악물고 아픔을 참아내며 사나운 눈초리로 하현을 노려보았다.“개자식, 감히 내 손을 망가뜨리다니!”“우리 홍성의 보복이 두렵지 않은가 보군!”“도대체 당신 누구야?”“나?”하현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입에서 나오는 대로 자신의 신분을 지어내었다.“난 풍수 관상을 보는 사람이야. 하 도사라 불러도 돼.”“어때? 이제 좀 무서워졌어?”“하 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