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현의 손바닥이 계속해서 피아노를 스치더니, 이내 팍하고 덮개를 열었다. 그러고나서 그는 손을 내밀어 가볍게 건반을 눌렀다.비록 하현은 그저 거기에 서서 한 손으로 건반을 눌렀을 뿐이지만, 이 순간 우아한 선율이 순식간에 홀 안에 울려퍼졌다. 게다가 하현의 손가락 놀림에 따라 음악이 때로는 격앙되었고, 때로는 우울했고, 때로는 분위기가 가라앉았다…매끄러운 연주, 최고의 경지에 이른 박자, 여기다가 자유로운 연주까지 더해지니, 현장에 음악을 아는 사람은 몇 안됐지만 모두 희미하게 느꼈다. 하현의 연주는 홍빈보다 몇 배는 훌륭했다.민영의 안색이 어두워졌고, 그녀는 순식간에 마치 10킬로그램의 고구마를 삼킨 것과 같았다. 원래 민영은 이 일을 이용해 홍빈의 대단함을 보여주려고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한 것은, 은아의 데릴 남편이 피아노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그는 홍빈이 직접 연주한 척한 사실을 알아차렸다니, 이 순간 민영은 자신의 체면을 잃은 것만 같았다.연주가 끝났는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연주에 빠져 여운을 느끼며 오랫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이 사람이… 정말 그 소문의 데릴사위라고?” 어떤 여자 동기가 의아한 얼굴로 말했다. 그녀들은 조금 전까지만 해도 하현을 신랄하게 조롱했지만, 하현이 보여준 것은 자신들의 남편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것이었다.“그럴 리가? 이 사람이 어떻게 그 머저리야?” 세리의 매혹적인 몸이 살며시 떨더니 믿기지 않는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소은의 작고 귀여운 입도 살짝 벌어졌고, 매우 큰 충격을 받은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의 이러한 표정은 마치 오늘 하현을 처음 알게 된 것과 같았다.눈앞에 있는 하현은 그녀의 기억 속 머저리 데릴사위와 완전히 달랐다. 비록 그는 여전히 가난해 보였지만, 분위기든 기세든, 완전 딴판이었다…“반죽을 치는 것도 이거랑 비슷하겠죠…” 하현이 여유로운 표정으로 태연하게 말했다.그는 아까 어떠한 곡도 연주하지 않았고 그저 손가락을 마음대로 놀렸을 뿐이다.
홍빈은 얼굴에 미소를 띤 채 홀을 빠져나가 얼른 재욱의 사무실로 들어갔다.백재욱, 서울 백씨 집안의 후계자, 백 씨 어르신의 친아들.그는 30살쯤 되는 젊은이에 외모도 잘생겼지만, 얼굴이 매우 창백해 아파 보였다. 백 씨 집안은 어두운 곳과 밝은 곳에 모두 몸담고 있었다. 그들의 길바닥 세력이 크지는 않았지만, 지용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하지만 그들은 소식에 정통하지 않아 요 며칠간 지용이 이미 백범의 부하가 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삼촌.” 홍빈이 사무실로 들어와 공손하게 말했다.“왔어?” 여자 비서의 정교한 얼굴을 갖고 놀던 재욱이 웃어 보였다.그는 자신의 조카에게 꽤 잘해줬는데, 그 이유는 이 조카가 그의 비위를 잘 맞췄기 때문이다.재욱은 자기 사람도 내치는 이런 독한 사람을 매우 마음에 들어했다.재욱이 여자 비서에게 나가라고 손짓한 후, 그제서야 웃으며 말했다. “무슨 일이야? 이 자식이 날 보러 올 줄도 알고?”“삼촌, 무슨 말씀이세요. 온천 리조트에 왔는데 당연히 제일 먼저 삼촌을 찾아 봬야죠.” 홍빈이 정중하게 말했다.“아, 네 와이프는 그 차가 마음에 들었대? 마음에 들었다면 선물해줄게. 시간 날 때 또 한 번 그렇게 해…” 재욱은 음흉한 얼굴을 내비치며 암시했다.홍빈은 기뻐했다. 다시 한 번 자기 아내에게 약을 먹이면 페라리 한 대를 얻을 수 있다고? 밑지는 장사가 아니잖아!“삼촌께서 그런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시간 봐서 제 집에 오셔서 한 잔 하시죠. 제가 다 준비해 놓겠습니다!” 홍빈은 가슴팍을 두드렸다. “삼촌께서 민영한테 이렇게나 잘해주는 걸 민영이가 알면 분명 감사해할 거예요.”“다 같은 집안 사람인데 스스럼없이 대해야지. 내가 집안 어르신이 되면 온천 리조트는 너한테 맡길게.” 재욱이 웃으며 말했다.이 온천 리조트의 수익은 깜짝 놀랄 정도였다. 순월수익은 수천만 원 했고, 만약 관리를 잘한다면 돈 쓰는 데 거의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홍빈은 흥분했다.
식사하는 도중에 하현은 화장실 간다는 핑계를 대고 밖에 나가서 전화를 걸었다.그는 민영 같은 사람을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피해를 보고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조금 전에 민영이 굳이 와서 자신들을 협박했으니, 곧 있으면 무슨 일이 생길 게 뻔했다.하현은 겁먹지 않았다. 다만 이곳은 그의 구역이 아니니, 만일 은아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후회해도 소용없을 것이다.물론, 하현은 백씨 집안 사람들을 잘 알지는 못했지만, 백 씨 집안을 짓누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바로 지용이었다.지용은 이제 백범의 부하이니, 이런 일을 처리하게 하는 것은 그에게 잘못을 씻어내고 새롭게 태어날 기회와 마찬가지였다.하현이 아까 홀에서 나와 통화를 하러 갔을 때, 때마침 불량배 같아 보이는 자들 몇명이 담배를 입에 문 채 홀 안으로 들어갔다.그 사람들을 보자, 민영은 더욱 악독한 눈빛으로 홍빈에게 싸늘하게 말했다. “설은아가 결혼하긴 했지만, 3년 동안 그 머저리는 은아의 손끝 하나 만져보지 못했어. 그래서 이 하찮은 남자얘들은 은아를 잊지 못하는 거야. 이 녀석들이 은아를 더럽히게 할 수 있을까? 그러고도 순진한 척할 수 있는 보자고!”“그건…” 홍빈은 멍해졌다. 빌어먹을 이 좋은 기회를 왜 자신이 차지할 생각을 못 했을까?이 생각을 하자, 홍빈은 재빠르게 말했다. “설은아도 결국엔 설씨 집안 사람이야. 설씨 집안이 2류 가문이지만 그 사람들 앞에서 모두 고개를 조아린다고. 그러는 건 별로 안 좋지 않을까?”“흥!” 민영은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안 좋을 게 뭐가 있어? 이 천한 인간이 내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게 해야겠어! 그리고 당신은 설씨 집안이 우리 백씨 집안 안중에 있을 것 같아?”홍빈은 미간을 살짝 찡그렸다. 옛날의 설씨 집안이라면, 백씨 집안은 분명 안중에 두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서울 전체가 설씨 집안이 맡고 있는 쇼핑몰 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다. 이런 발판이 있으면 설씨 집안은 한순간에
“어이구, 피부도 참 뽀얗지. 오빠가 미끄러운지 한번 만져볼게!”“조그마한 얼굴이 예쁘기도 해라. 오빠가 이런 얼굴을 제일 좋아해!”“이런 미인 옆에 남자가 없다니, 너무 아깝다!”불량배 몇 명은 은아, 소은과 세리 옆으로 가 집적대기 시작했고, 다른 사람들을 모조리 쫓아냈다.그러나 이곳에는 적지 않은 은아의 팬들이 있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그들은 모두 화가 났다!“당신들은 뭐하는 놈들이야? 어떻게 여기를 들어왔어? 여기는 우리가 예약해 놓은 곳인 거 몰라?”“우리 동기를 희롱하다니, 경찰에 신고하지 못할 것 같아?!”“그래, 얼른 나가. 이곳은 당신들을 환영하지 않아!”“...”남자 동기 몇몇이 정의감에 가득 찼다. 이런 영웅이 미녀를 구할 기회를 어떻게든 놓쳐서는 안 된다.“퍽!”불량배 무리 속에 있던 한 명이 앞으로 걸어 나와 말을 하고 있던 남자 동기의 뺨을 내리쳤다. 그가 냉랭하게 말했다. “넌 뭐야? 감히 내 앞에서 허세를 부려? 영웅이 미녀를 구하기라도 하게?”얻어맞은 남자 동기는 얼굴을 부여잡으며 차갑게 말했다. “감히 우리를 때려? 누가 우리를 여기로 데리고 온 지 모르나 보지? 그 사람은 백씨 집안의 백홍빈이야. 여기서 소란을 피우지 않는 게 좋을 거야!”반면, 홍빈은 두 귀를 막고 아무것도 못 들은 척하며 자기 밥을 먹었다.그 불량배는 발을 쭉 뻗어 그 남자 동기를 바닥으로 걷어찬 다음 쌀쌀맞게 말했다. “이 대가리에 물 들어간 쓰레기야, 그 사람이 누군지 나는 모르겠는데, 흐름을 읽을 줄 아는 자가 뭐더라…”“똑똑한 사람입니다…” 다른 불량배 한 명이 말을 이었다.“그래, 그거! 그 사람이 내 앞에서 잘난 척을 하지도 못하는데, 너는 무슨 간덩어리로 내 앞에서 방귀를 뀌냐? 네가 뭔데?!”
그 남자 동기는 바닥에 나뒹굴며 끊임없이 온몸을 떨었다. 그는 배를 부여잡으며 일어서지도 못했다. 다른 불량배 몇 명도 곧장 앞으로 나와 한 명씩 걷어차며 그 남자 동기가 맥을 못 추게 했다.이 광경을 보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모두 겁에 질렸다. 홍빈과 민영 둘 다 나 몰라라 하며 무관심한 표정을 보이자, 사람들은 모두 인상을 찌푸렸다.원래대로라면, 홍빈과 민영 같이 체면을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어째서 다른 이들이 자신들의 구역에서 난장판을 벌이는 걸 용납하겠나? 지금 이 불량배들은 설마 민영과 홍빈 부부가 일부러 준비시킨 게 아니겠지?“민영아, 우리 다 같은 동기인데 이렇게 독하게 할 필요는 없잖아?” 은아의 팬 한 명이 화난 얼굴로 말했다.“개자식아! 그게 무슨 뜻이야? 이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인데? 망할 놈들이 스스로 문제를 자초했는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미쳤어 진짜!” 민영이 일어서서 고함을 질렀다.문제는 이 온천 리조트는 백씨 집안의 구역이었고, 홍빈은 백씨 집안 사람이었다. 이 사람들이 어떻게 감히 백씨 집안의 구역에서 소란을 피우지? 홍빈의 체면을 안 세워주나?비록 민영이 그렇게 말했지만, 현장에 있던 동기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일은 분명 그녀와 연관이 있었다.단지 많은 이들은 민영에게 약점 잡히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화가 난 남자 동기들 몇 명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찍소리도 내지 못했다.하지만 그렇다 한들, 그 남자 동기들도 쉽사리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방금 한 명이 이미 바닥에서 죽도록 얻어맞았기 때문이다.“은아야, 하현은? 왜 아직도 안 와?” 소은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그녀는 평소에 하현이 머저리라고 말했지만, 이런 위급한 순간에는 자기도 모르게 그 머저리가 이 자리에 있길 바랐다.어쨌거나 다른 사람들은 그녀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그 머저리는 신경을 써야하지 않겠나?세리는 몸을 떨고 있었지만 깔보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여기 올 간댕이가 있겠어? 이 장면을 보면 무서워서 바
“얼씨구? 미인 몇 분께서 귓속말을 하시네? 누가 먼저 올 지 의논하고 있나? 걱정하지 마, 오빠들은 공평함을 중요시해서 편애하지 않을 거야…” 불량배 한 명이 세리의 어깨 위에 손을 올리며 변태스러운 표정을 드러냈다. 세리의 몸매가 매우 좋긴 했다.세리는 황급하게 몸을 돌리고 화난 채 말했다. “그 더러운 손으로 날 만지지 마!”“참나, 오빠가 더럽다고 생각해? 괜찮아, 이따가 너는 오빠보다 더 더러워질 거야. 그렇다고 이 오빠가 널 버리지는 않을게!” 불량배는 턱을 만지며 침을 흘릴 지경이었다.사나운 말에 항복한다. 아주 기분 좋은 일이었다.세리는 조그마한 얼굴이 창백해진 채 은아 뒤로 몸을 숨겼다. 그녀는 너무 무서워 거의 울려고 했다.은아는 세리를 감싸 안으며 일어났다. 그녀는 이 사건의 주범이 분명 민영일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민영아, 우리 사이에 갈등은 있으니 내가 사과할게.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은아가 이마를 찌푸렸다.“설은아, 네가 밖에서 남자를 몇 명이나 만나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저 사람들이 너랑 무슨 사이인지 내가 어떻게 알아? 게다가 나도 지금 무서워! 여보, 날 지켜줘!” 민영은 ‘겁먹은’ 표정을 보였다.홍빈이 큰소리로 웃으며 말했다. “여보, 걱정하지 마. 나는 어떤 머저리랑은 달라! 나는 내 아내를 지킬 수 있어. 내가 있는 한, 당신 머리털 하나라도 건드리는 자식은 무릎을 꿇게 할 거야!”“여보, 당신은 상남자야!”“그럼! 그럼!”홍빈과 민영 두 사람은 두려울 게 없었다. 그들은 거만할 대로 거만했다.“아가씨, 설마 어젯밤에 우리가 어떤 로맨틱한 밤을 보냈는지 잊었어? 어떻게 나를 외면할 수가 있어? 나를 책임져야지!” 불량배는 웃으며 은아에게 말했다. 그는 손을 뻗어 그녀의 턱을 만지려 했다.“내가 언제 당신을 알고 지냈는데! 명예 회손으로 고소할 거야!” 은아는 황급히 피했고 분노에 치를 떨었다.“날 고소한다고? 그래!” 불량배가 폭소를 터뜨렸다. “그럼 우리 둘은
불량배의 말을 듣자, 은아와 친구들 세 사람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그녀들은 이 불량배들의 심기를 건드리면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지 잘 알고 있었다. 부자라고 해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했다.“자, 아가씨, 몸부림치지 마. 무슨 말이었더라, 뭐 뭐 할 수 없으면 즐겨라?” 앞에 있던 불량배가 호기심에 물었다.“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다른 불량배가 대답했다.“그래, 그래. 바로 이거야…” 앞에 있던 불량배가 하하 웃음을 터뜨렸다. “자, 아가씨, 시작하자.”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불량배는 손을 뻗어 은아의 얼굴을 만졌다.“찰싹!”은아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화가 끓어올라 무의식적으로 그 불량배의 뺨을 내리쳤다.불량배는 순간 멍해졌다. 순한 양 같이 생긴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감히 그들을 때릴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날 때려? 이 미친 년이! 체면을 세워줄려고 했더니 그건 싫고, 오빠들이 거칠게 나오지 않는다고 니들이 대단한 줄 알아? 제기랄!” 얻어맞은 폭력배는 화가 났고 창피함을 느꼈다. 그들은 본래 길바닥에서 놀았는데 여자를 아끼는 게 뭔지 어떻게 알겠나.그들은 한 명씩 은아와 친구들 세 사람을 바닥 위로 걷어찼다.은아는 고통스러워했다. 절친 세 사람은 서로를 부축하며 일어섰다. 은아의 상태가 가장 심각했는데, 그녀는 거의 똑바로 서지 못했다.소은은 조금 전에 제일 많은 보호를 받았다. 그녀는 재빨리 은아 앞을 막아서며 큰소리로 말했다. “감히 사람을 치다니, 내가 확 신고해서 잡아가라고 할 거야!”“신고?!” 폭력배 몇 명이 폭소를 터뜨렸다.“잘못 알고 있는 거 아니야? 니들이 먼저 손으로 사람을 쳤는데 감히 신고를 하겠다고!”“신고해 봐. 다같이 경찰서에 가서 앉아보자. 누가 누굴 무서워하는지 보자고!”“근데 오빠들 몇 명이 잡혀간다고 해도 니들은 앞으로 편하게 살 수 없을 거야!”“한번 해볼래? 집이 매일 남에게 개 피로 페인트칠 당하는 기분이 뭔지 느껴볼래?”이런 말들을 들은 소은
온천 리조트의 어느 건물. 하현은 소파에 앉아있었고, 앞에 있던 지용은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며칠 간 백범의 훈육 끝에, 지용은 드디어 하현의 정체를 알게 되었다. 지금 하현을 마주보며 그는 일말의 반항할 생각도 없이 그를 따를 뿐이었다.왜냐하면 지용은 잘 알고 있었다. 하현이 보여준 빙산의 일각뿐인 실력을 보면, 그가 자신을 죽이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이번에 백범이 봐준 것은 하현의 뜻을 잘 전달했다. 안 그랬으면, 지용은 일찌감치 강물로 버려져 물고기 밥이 됐을 것이다.“네가 아직 백 씨 집안을 지키고 있다며? 서울 길바닥에서 잘나가나 봐.” 하현은 지용에게 눈길 한 번 안 주고 그저 손에 있는 오래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덤덤하게 말했다.지용은 이 말을 듣자 머리가 욱신거려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 그건 전부 옛정입니다. 도련님께서 백씨 집안이 마음에 들지 않으신다면 오늘부터 제 사람들은 모두 백씨 집안에서 나오겠습니다!”“네 사람?” 하현이 고개를 들어 웃을락 말락 말했다.“찰싹!”지용은 자신의 뺨을 때린 후 재빨리 말했다. “도련님 사람입니다. 저의 말실수일 뿐이었으니 불쾌함을 느끼지 않으시길 바랍니다.”“백씨 집안은 2류 가문일 뿐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사람들을 자기들 방패로 쓰는 거야. 물론, 돈을 좀 받고 싶다면 네 돈줄을 끊지 않을게. 하지만 무슨 일을 해야 하고 무슨 일을 하면 안되는지 잘 알고 있을 거야. 안 그러면 내가 널 봐줄 수도 있고, 마찬가지로 널 죽음보다도 못하게 만들 수 있어.” 하현이 무심하게 말했다.“도련님께서는 안심하세요. 저는 이제 도련님의 개니까 누굴 물라고 하면 누굴 물겠습니다. 절대 불평불만 한마디도 없을 겁니다.” 지용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참, 백재욱이 과시하는 걸 좋아한다고 하던데, 네가 뒷받침하고 있던 거야?” 하현이 물었다.이 말을 듣자 지용은 조금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도련님, 백재욱은 백 씨 집안의 후계자이고 제 앞에서는 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