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영민과 하민석 두 사람은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용인서와 같은 거물에게 그들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사과하지 않으려면 지원병을 요청해 보든지.”용인서는 정교한 실크 스카프를 꺼내 손가락을 닦으면서 가볍게 입을 열었다. “곽씨 집안과 이씨 집안이 이 일들을 해결해 줄 지 한 번 봐봐.”곽영민과 하민석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다. 개뿔! 하 세자를 밟는데 정말 오랜 시간을 투자했는데 이런 상황에서 이 집안 식구들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겠는가? 가족에게 이 일이 전해지느니 차라리 목 매달고 죽는 게 나을 것이다. 그들은 정말 달갑지 않았다! 이렇게 많이 준비하고 이렇게 많은 후수를 두었는데도 결국 이런 꼴을 당하다니?오늘 하현 하 세자를 짓밟아 죽이기는커녕 오히려 사과를 해야 한다니, 그럼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겠는가!?“여태 무릎 꿇고 사과하지 않고 뭐 하는 거야!?”용인서는 얼음처럼 차가운 표정이었다. “스스로 여기서 죽을래? 아니면 내가 직접 항성으로 돌려 보내줄까?”맞은편에서 용인서의 압박에 곽영민은 안색이 극도로 안 좋아졌지만, 그는 하현 앞으로 다가가 고개를 숙였다. “하현, 죄송해요.”하민석도 눈가에 경련을 일으키며 앞으로 나가 말했다. “세자, 죄송합니다.”“죄송해?”하현이 담담하게 웃었다. “미안하지만, 무릎을 꿇지 않는 사과는 받을 수가 없어.” 곽영민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하씨, 너 시비를 가릴 줄 모르는 구나. 너무 기어오르지 마!”서희진도 무의식적으로 말했다. “하현, 곽 도련님과 하 도련님이 이미 사과했잖아. 또 뭘 어떻게 하라고?”“사과?”하현이 냉소를 터뜨렸다. “누가 미안하다고 하면 내가 꼭 받아 줘야 하나?”“하민석, 너 내 성격 알잖아. 너는 지금 분명 어떻게 해야 하는 지 잘 알 텐데?”하민석은 안색이 변했고 결국 바닥에 ‘털썩’ 주저 앉아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큰 형님, 죄송합니다.”
주식이 200으로 뛰었다. 하현은 곽영민을 발로 걷어 차 날려 버렸다. 항성 네 도련님 중 두 분이 하현에게 걷어차여 뒹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서희진과 사람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해져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것이 항성 네 도련님이다!항성에서는 하늘이었다!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여기서 이런 꼴을 당하다니! 이런 낭패가 있나! 심지어 만약 오늘 그룹 상장을 축하하는 날이 아니었으면 곽영민과 하민석의 목숨은 아마 여기서 끝났을 지도 모른다. “어떻게 이럴 수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이때 서희진은 너무 화가 나 곧 울음이 터질 것 같았다.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럴 수가 없었다. 곽 도련님과 하 도련님과 같은 사람들이야 말로 세상의 주역이었다!그들은 마땅히 최후 승리를 얻어야 했다!그런데 하현 같은 몰락한 집안의 자식이 어떻게 세자로 부활해 판을 뒤집을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실제로 하현은 이미 판을 뒤집어 엎었고, 항성 네 도련님 중 두 분은 물에 빠진 개처럼 되었다. 서희진 이 블랙 과부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설씨 집안 사람들과 최씨 집안 사람들은 비록 앞으로 나서지는 않았지만 지금 이 광경을 지켜보며 다들 스트레스를 받았다. 특히 설씨 집안 사람들은 이번 기회에 하현의 모든 자산을 얻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 장면을 마주했을 때 자신의 생각이 얼마나 우스운 생각이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최씨 집안 사람들은 원망하는 기색을 띠었는데 자신들의 원수를 갚지 못할 것 같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하현의 편에서 설은아와 여인들은 의아한 기색으로 하현을 쳐다보았다. 하현의 신분이 범상치 않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 범상치 않을 줄은 아무도 생각지 못했다. 지금은 예전과 같지 않다고 할 수 있다!“자, 자, 자!”“하현, 하 세자!”“오늘 일은 내가 기억해 둘 거야!”곽영민은 부축을 받으며 일어섰다. 하현과 사투를 벌일 마음이 없었기에 하현을 가리키며
“갈 필요가 없다고?”“너는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 네가 전설의 대장이라도 돼?”“강남을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이대성은 이때 든든한 빽이라도 찾은 듯 오만하기 짝이 없었다. “하씨, 너 몇 번이나 우리 상성재벌 사람들과 맞서고 내 두 아들까지 죽였으면서, 너 정말 내가 너를 봐줄 거라고 생각해?”“나는 원래 먼저 너를 파산시키고, 너를 죽는 것보다 못하게 살게 하려고 했어!”“근데 지금 마음을 바꿨어!”“너 대단하다고 했지? 너 싸움을 잘 한다며?”“내가 벌써 우리 중국 태권도 1인자를 초청했어! 박영진 선생님은 너를 한 손으로도 제압할 수 있어!”“박 선생님이 곧 오시면 1대1로 직접 너를 상대해 주실 거야!”“박 선생님의 손에 죽는 것도 너한테는 복이야!”“용문주가 너를 지켜준다고 해도 설마 너를 대신해서 나서주겠어?”이대성은 나쁜 마음을 먹었다. 오늘 곽영민, 하민석은 손을 잡고 주식시장에서부터 하현을 짓밟아 죽이기로 결심했었다. 하지만 하현이 반격을 가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렇게 된 이상 이대성은 놀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다!그는 그를 죽이기로 결정했다!이 생각에 미치자 이대성은 득의양양하게 핸드폰을 쥐었다. “몇 분 전에 제가 벌써 박 선생님께 위치를 보냈어!”“하씨, 너는 곧 죽을 거야!”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하현은 애를 쓰고 나서야 이 사람이 누군지 떠올랐다. 설마 중국 삼군 총교관?“이대성, 여기는 우리 대하 땅이니 함부로 하지 말고 돌아가.”“그렇지 않았다가 하 세자가 너에게 손을 대면 나도 막을 수 없어.”용인서는 담담한 기색으로 소리를 냈다. 이대성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그가 감히 하현에게 도발을 하긴 했지만 용인서에게는 절대 그럴 수 없었다. 이 분의 신분은 너무 높았다. 그는 대하 길바닥의 진정한 왕이었다! 이런 사람은 한 마디로 북삼성의 모든 재벌을 날려버릴 수 있기에 이대성은 그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쾅_
“쾅______”박영진은 가벼운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며 막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는 오히려 온몸을 떨며 멍해졌다!?대장!?어떻게 대장일 수가 있지!?5대 강대국 연합군의 머리를 납작 엎드리게 만든 그 대장?그는 세상에서 모든 용병들의 악몽이자 각국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다! 대하에서 박영진이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들 중 하나이다! 세상에! 이 빌어먹을 이대성이 대장에게 선전 포고를 했단 말인가?거기다 내가 한 손으로 대장을 이길 수 있다고 공언을 했단 말인가? “털썩!”하현과 눈이 마주 친 순간 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 선생은 미처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견디지 못하고 바로 무릎을 꿇었다!”지금 이 순간 태권도 1인자의 풍채는 어디 갔는가!?무릎을 꿇다니!?중국 태권도 1인자 박영진이 손 한 번 대지 않고 바로 무릎을 꿇다니?어떻게 이럴 수가!?수많은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이 광경을 지켜보았다!박영진은 전설급 인물이었다! 듣기로 중국 태권도 세 성인도 그가 가르쳤다고 한다. 그는 혼자서 중국 무술계의 깃발을 들어 올렸었다! 그는 더욱이 일찍이 중국 삼군 총교관이었다!그런데 이런 사람이 무릎을 꿇다니!그것도 이렇게 깔끔하게 스스로 무릎을 꿇다니! 이대성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곧이어 그는 자기도 모르게 박영진의 멱살을 잡아 끌며 말했다. “박 선생, 왜 그래? 어떻게 무릎을 꿇을 수가 있어!?”“너 중국 태권도 1인자잖아!”“너 한 손으로 이 놈을 때려 눕힐 수 있잖아!”“왜 무릎을 꿇어!”“이건 공평한 결투야. 아무도 널 막지 않아. 빨리 일어나서 그를 때려 눕혀!”“퍽______”무릎을 꿇은 박영진은 놀라 몸을 부르르 떨었고 손등으로 이대성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뺨 한대 때렸을 뿐인데 이 대표는 바로 기절해 버렸다……세상이 조용해졌다. 하현이 한 발 앞서 나가더니 담담한 표정으로 박영진을 보고 웃을 듯 말
“감히 그럴 리가요! 소인이 감히 그럴 리가요!”“저는 당신과 싸울 자격이 없습니다!”박영진은 이때 피를 토할 정도로 후회했다. 대장을 만날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죽어도 대하로 오지 않았을 것이다!이 곳은 그들 같은 사람이 발을 디딜 자격이 없었다. “이건 네가 감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너희 중국은 이미 내 얼굴을 짓밟았으니 내가 이렇게 너를 놔주면 앞으로 길가의 애송이들이 다 나를 찾아와서 귀찮게 하지 않겠어?”하현은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일어나, 한 수 받아.” 하현의 말을 듣고 박영진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고 안색이 창백해졌다. 하현이 이미 체면을 세워줬다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으면 그의 신분으로 대하에 발을 들여 놓았으니 죽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목숨을 건지려면 이 한 수를 반드시 막아야 하고 전력을 다해야만 한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박영진은 심호흡을 했다. 어쨌든 그는 대가급 존재였다. 이때 그는 두 손으로 바닥을 치고는 공중으로 날아 올라 한 발을 휘둘렀다. 이 중국 태권도 1인자는 확실히 능력이 좀 있었다. 손놀림을 할 때 약간의 기세를 가지고 있었다. 평범해 보이는 일격을 가했을 때 비범한 위력을 내포하고 있었다! “쾅!”사나운 강풍이 사방팔방으로 쏟아져 나왔다. 바닥의 자갈과 낙엽이 모두 쓸려 나갔다. 주위 사람들은 이 폭풍에 수십 미터나 밀려 나갔다. 이대성은 기절한 채로 그대로 날아갔다. “박 사부님 힘이 세시네요!”이 광경을 지켜보던 이대성의 몇몇 부하들은 무의식적으로 입을 열었다. 그들은 박영진이 도대체 누구를 만났는지 알 수 없었다! 그들은 지금 박영진이 강하다는 것만 알았다!너무 강하다!비인간적일 정도로 단순했다.“풉!”바닥에 있던 푸른 벽돌이 이 순간 모두 무너졌다. 이 한 발로 천둥소리가 터져 나왔다! “퍽______”다만 이 천지를 뒤 흔드는 일격이 하현에게 떨어지는
이로써 천일그룹의 상장은 확정됐다. 설은아는 하현 옆에 앉아 다소 복잡한 기색을 보이더니 잠시 후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원래 네가 처음에 한 말이 모두 사실이었네.”“네가 바로 하 세자구나!”이때 설은아의 목소리는 전에 없던 부드러운 목소리였고 마음 속에 하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생겼다. 전에 그녀는 늘 자기 남편은 다 좋은 데 큰소리 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녀는 오히려 하현이 말했던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처음부터 자신이 그를 믿었더라면 서로의 관계는 아마 하루 만에 천리에 이르렀을 것이다. “무슨 세자든 아니든 그건 아무런 의미가 없어.”“당신 앞에서 나는 영원히 너희 설씨 집안의 데릴사위야.”하현은 차를 한 잔 마시며 평온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네가 나를 많이 오해했어도 나는 너를 탓하지 않았어. 어쨌든 내가 남원을 강제로 떠나야 했을 때 많은 계획이 있긴 했지만 실제로 무일푼이었으니까.”“그러니 너도 너무 부담 갖지 마.”“천일그룹은 어쨌든 네가 장사하는 걸 좋아하니 앞으로 너한테 맡길게.”“어!?”설은아는 깜짝 놀라 펄쩍 뛰었다. 살짝 이슬기에게 시선을 돌리며 다소 질투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내가 천일그룹을 맡으면 네 예쁜 비서가 불만이 있을 거 같은데.”말을 하면서 은아는 하현의 허벅지를 소리 없이 꼬집었다. 전에는 슬기가 하현에게 너무 잘 해준다고만 생각했는데 설은아도 여자라 직감적으로 그녀를 매우 꺼려했다. 이렇게 예쁜 미인이 자기 남편의 비서였다는 것을 이제 알았다. 이쯤 되자 설은아의 질투심은 폭발했다. 설은아의 힘을 느낀 하현은 눈가에 경련이 일었다. 자기가 비록 문제를 해결하긴 했지만 더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느꼈다. 하현과 설은아 사이의 애매모호한 감정을 감지한 듯 슬기는 싸늘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그녀는 하현에게 인사를 한 후 미리 준비한 사직서를 꺼내 하현에게 건네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하
천일그룹, 천상화원. 용인서는 뒷짐을 지고 서서 아래쪽의 수레와 물결을 보았지만 표정은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하현 역시 그의 곁에 서서 한참이 지나서야 담담하게 말했다. “용문주님, 오늘 일에 대해 저에게 설명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하현과 용인서는 과거에 친분이 있긴 했었다. 하지만 며칠 전 하현이 직접 조중천을 불구로 만들고 난 후 그가 죽게 되자 용문은 하현을 살인자라 생각했다. 원래대로라면 용인서가 오늘 찾아와 문제를 일으켰어야 맞는데 그가 플랫폼을 제공하려고 했다니 이건 뭔가 말이 안 되는 부분이었다. 용인서는 잠시 하현을 곁눈질로 쳐다보다가 잠시 후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소년 영웅 대장님, 제가 오늘 왜 왔는지 모르시겠어요?”하현은 입을 열지 않고 옆으로 몸을 돌려 담담하게 용인서를 쳐다보았다. 용인서의 몸의 기운이 갑자기 광포해지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높은 사람에게서만 번지는 무서운 위압감이 그에게서 번지기 시작했다. 이 순간 하현은 속으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때 용인서는 그가 이 순간 모든 사람의 생사를 통제할 수 있는 것처럼 그에게 강한 느낌을 주었기 때문이다. 하현을 포함해서 말이다. 다음 순간, 용인서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대장님 먼저 한 수 받아 주시죠!”말을 마치고 용인서는 몸을 움직이며 밋밋한 주먹을 앞을 향해 날렸다. 하현은 안색이 변했지만 이때 뒤로 물러나지 않고 한 발짝을 내디디며 이때 동시에 앞으로 주먹을 날렸다. “파파파______”두 사람은 마치 어린아이들이 장난치는 듯 큰 소리를 내지 않고 가벼운 소리를 냈다. 그러나 다음 순간 허공에는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두 사람의 옷은 펄럭거렸다. “쨍그랑______”거의 같은 시각, 옥상 위의 유리가 모두 깨져 가루가 되었다. 두 사람은 일촉즉발의 상황이 되었고 하현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제자리로 돌아왔다. 용인서는 세 발짝 뒤로 물러서며 눈동자에는 의아한 빛을 띠었다.
용인서는 계속해서 말했다. “둘째, 저는 은퇴한 대장님이 여전히 전설처럼 대단한지 보고 싶었습니다.”“셋째, 조중천을 위해 약간의 정의를 세우고 싶었던 셈입니다. 어쨌든 그는 제 부하니까요.”하현이 담담하게 말했다. “죽고 싶으면 내가 언제든지 보내드리겠습니다.”용인서는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은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옥처럼 보이지만 옥은 아닌 영패가 하현 앞에 떨어졌고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넷째, 용문 대구 지회를 저는 오랫동안 배치해왔습니다.”“조중천이 대장님에게 살해를 당했든 아니든, 그가 대장님 때문에 죽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조중천이 죽자 대구의 모든 것이 혼란스러워졌습니다. 저는 대장님이 한달 내에 영패를 들고 용문 대구 지회를 인수해 모든 문제를 바로 잡아 주시길 바랍니다.”하현이 웃었다. “용문주님, 꿈도 크시네요?”“용전국이 여러 번 나를 9대 병부 대장으로 초청했지만 나는 거절했습니다.”“용문주의 신분으로 나를 용문 대구 지회장으로 몰아 넣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죠?”용인서는 미소를 지었다. “대장님, 공연한 걱정이십니다. 저는 명령을 하는 것도 아니고 강요를 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대장님이 이 일을 하실 수 있으실 거라 생각했던 겁니다.”그는 하현에게 질문할 기회를 주지 않고 스스로 알아서 입을 열었다. “대하가 세계 민족 대열에 오르자 5대 강대국은 우리를 적대시 해왔습니다.”“수년 전 유라시아 1차 대전에서 대장님은 혼자 힘으로 5대 강국 연합군을 휩쓸었습니다!”“이후 변방에서는 가끔 소규모의 충돌이 있긴 했지만 더 이상 전쟁은 없었습니다.”“강대국이 망하더라도 대하는 죽지 않습니다.”“물고기와 용이 한데 섞여 있는 대구는 각 방면에서 각축을 벌이는 교두보 입니다.”“얼마 전 섬나라 남문의 많은 사람들이 대구에 잠복해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목적은 불분명합니다.”“제가 이 일을 조사하라고 대구에 배치해 놓은 사람이 바로 조중
이때 엄도훈의 머릿속에 한 마디가 떠올랐다.천하 무공의 으뜸은 빠름이다!설마 눈앞에 있는 이놈의 실력이 격식과 장법을 무시해도 될 정도로 빠른 것인가?그 정도 실력인 것인가?말도 안 된다!젊은 나이에 어떻게 그런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단 말인가?이 경지에 도달할 수 있는 것은 전신이 아니고선 불가능하다!대하의 전신 중에 이렇게 젊은 사람이 있었던가?엄도훈은 고심 끝에 하현이 병왕의 실력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그는 몰래 핸드폰을 꺼내었다.사람을 더 불러야 할지 어째야 할지 고민이 되었던 것이다.만약 하현이 정말로 병왕이라면 자신의 무리들이 그를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진홍헌과 십여 명의 부잣집 자제들도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얼굴을 일그러뜨렸다.도저히 눈앞의 상황을 믿으려야 믿을 수가 없었다.그들은 하현이 수백 명의 무리들 앞에서 가죽이 벗겨지도록 고통을 당할 거라고 생각했었다.그러나 오히려 하현이 깃털처럼 가벼운 몸놀림으로 사람들을 제압할 줄은 몰랐다.거의 반 이상이나 되는 무리들을 단숨에 해치운 것이다.가히 무서운 실력이었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아니 어떻게?!”진홍민이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그녀는 하현이 자신의 오빠에게 혼쭐이 나서 짓밟힌 뒤 함부로 대들었던 자신을 탓하며 회한의 눈물을 흘릴 거라고 생각했고 당연히 그렇게 될 줄 알았다.심지어 자신의 오빠에게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싹싹 빌며 잘못을 빌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진홍민이 잘못 알아도 한참 잘못 알았던 것이 분명하다.그녀가 생각하는 그 허여멀건한 데릴사위는 그녀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강했던 것이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들 부잣집 2세들이 데릴사위 하나 때려잡지 못하고 오히려 만신창이가 되어 버리다니!“계속할 거야?!”멍하니 서 있는 엄도훈을 바라보며 하현이 희미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계속하든지 아니면 당신 스스로 남은 손 하나 마저 부러뜨리든지!”
엄도훈은 자신의 지원병이 오는 것을 보자 순간적으로 기운이 넘쳐흘렀다.이 사람들은 모두 신사 상인 연합회의 유능한 간부들이며 평소에 그를 돕던 인재들이었다.이에 엄도훈은 끊어지지 않은 손을 흔들며 의기양양한 자태를 보였다.그는 하현을 가리키며 말했다.“형제들아! 어서 저놈을 죽여!”“저놈을 죽여야 내 한이 풀어질 거야!”백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엄도훈의 말을 듣고 쇠파이프를 질질 끌며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해 왔다.하현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런 상황일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진주희나 황천화를 금정으로 불러 자기 곁에 머물게 했을 것이다.저 많은 사람들을 자신이 혼자 감당해야 하니 정말 막막하긴 했다.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한 걸음씩 내디디며 엄도훈 앞으로 거침없이 다가와 손바닥을 또 한 번 휘둘렀다.“퍽!”엄도훈의 몸이 또 날아올라 그의 뒤에 서 있던 스무 명 남짓한 사람들을 모두 땅에 처박아 버렸고 동시에 그는 큰소리로 울부짖었다.부러진 한 손이 너무 아팠던 것이다.그리고 쓰러진 스무 명은 모두 허둥지둥거리기 시작했다.어떤 이는 사람을 부축하고 어떤 이는 일어나려고 애를 썼다.하지만 하현은 그들에게 예의 차리지 않고 바로 다가가 한 발 한 발 내디디며 사람들을 모두 땅바닥에 쓰러뜨렸다.“개자식!”하현이 감히 먼저 손바닥을 휘갈기며 자신들의 우두머리를 또 때리는 것을 보고 남아 있던 건달들이 숨을 헐떡이며 고함을 지르고 달려들었다.“죽어라!”손에 든 쇠파이프가 하현의 얼굴 위로 떨어졌다.건달들의 행동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난폭했다.하현은 가까스로 몸을 돌린 후 손바닥을 후려쳤다.비록 상대는 수십 명이나 되지만 하현의 눈에는 모두 어중이떠중이처럼 보였다.옆에 누군가가 있었더라면 하현도 상황을 봐 가면서 손을 썼을 것이다.“짝짝짝!”앞에 있던 몇몇 건달들이 손에 들고 있던 쇠파이프를 휘둘렀고 하현에게 떨어지기도 전에 눈앞이 캄캄해지며 화끈거리는 고통과 함
”사람을 불러보라고?!”이 말을 들은 엄도훈은 하마터면 피를 쏟을 뻔했다.과거에는 누가 이런 말을 하면 사정없이 밟아주었더랬다.아주 뼈도 못 추릴 정도로 시원하게!하지만 뜻밖에도 풍수가 뒤바뀌었는지 그가 다른 사람에게 짓밟히는 사람이 되었다.순간 엄도훈의 마음속에는 슬픔과 분노만이 소용돌이쳤다.당당하던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맞아서 얼굴이 시뻘게지다니!그는 마음이 씁쓸하고 울적하고 괴로웠다.창피한 것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체면치레 몇 마디로 이 상황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는 계속 헛소리를 들이대면 자신의 체면이 더욱 구겨질 것이 뻔하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자신을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다.그래서 엄도훈은 쓸데없는 말 대신 냉랭하게 입을 열었다.“이 자식! 딱 기다려. 네놈을 밟는 일에 우리 서문 천문채 사람까지 부를 필요도 없어!”“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에는 수백 명의 형제와 십여 명의 고수들이 있어!”“아주 뼈마디마다 꼭꼭 밟아 줄 것이야!”말을 하면서 엄도훈은 어딘가에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그는 신사 상인 연합회를 총출동시킬 모양이었다.그제야 하현은 바라보는 진홍헌의 눈가에 의기양양한 빛이 다시 슬슬 떠오르기 시작했다.하현은 확실히 싸움 실력도 좋고 배짱도 두둑하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하지만 문제는 지금 이 시대가 개개인의 싸움 실력만 좋다고 마음대로 휘저을 수 있는 시대가 아니란 것이다!돈, 권력, 인맥, 역량, 배경이 모든 것을 대표하는 시대이다.하 씨 성을 가진 놈이 싸움을 잘하면 뭐해?손을 끊어 놓으면 뭐해?이럴 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만둘 줄도 모르고 신사 상인 연합회를 자극해 결국 총출동하게 만들어 서남 천문채까지 나서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으로 몰고 갔으니!이 모든 일로 미루어 보아 식견이 부족한 얼뜨기임에 틀림없다.하 씨 이놈은 실력이 좀 있다고 해도 그것도 한계가 있을 것이다.수백 명이 한꺼번에
만약 엄도훈이 방심했기 때문에 하현에게 얼굴이 날아갔다고 치더라도 하현이 십여 명의 건달들을 가볍게 날려버린 건 하현이 쉽지 않은 상대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다.분명 출중한 실력이 있는 것이 틀림없다.의기양양하던 진홍헌, 진홍민 남매는 눈만 멀뚱멀뚱할 뿐 도저히 눈앞의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젠장! 여자한테 빌붙어 빌어먹는 놈이 어떻게 이렇게 싸움을 잘 할 수가 있지?”“그럴 리가 없어!”“흥! 어쩐지 이 개자식이 혼자서 당당하게 우리 연합회에 찾아오더라니! 알고 보니 실력이 꽤나 있는 모양이군!”하현이 맥없이 쓰러지는 꼴을 기다리고 있던 부잣집 2세들도 모두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았다.마치 자신의 얼굴이 맞은 듯 화끈화끈거렸다.하현에게 당한 사람들은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들이 아니라 신사 상인 연합회 싸움꾼들이었다!이 사람들은 모두 엄도훈에게 기술을 전수받아 평소에도 거침없이 사람들을 대했다.그런데 왜 오늘은 이렇게 당한 거지?엄도훈 역시 눈앞의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표정이었다.그는 비틀거리며 땅에서 일어나 화끈거리는 얼굴의 통증을 부여잡았다.치솟아 오르는 부끄러움과 분노에 치가 떨릴 지경이었다.순간 엄도훈은 눈빛이 매서워졌고 품에서 병부의 단검을 뽑아 하현의 가슴에 들이댔다.“퍽!”단검은 하현의 가슴은커녕 허공에서 뻣뻣하게 굳어버렸다.엄도훈이 사정을 봐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하현이 재빠르게 그의 손목을 잡아버린 것이다.“서남 천문채의 제자가 이 정도 실력밖에 안 돼?!”하현은 심드렁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힘을 주었다.“차칵!”순간 낭랑한 소리와 함께 엄도훈의 손목이 바로 부러졌다.아앗!처량한 비명이 흘러나옴과 동시에 엄도훈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고 물에 젖은 솜처럼 온몸이 땀에 흥건히 젖어 부르르 떨다가 그대로 땅바닥에 나뒹굴었다.하현이 당하는 꼴을 구경하려던 예쁜 여자들은 하나같이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느낌이 들었다.범접하지 못할 하현의 단호함과 매서운 실력에 놀라
엄도훈은 얕잡아 보는 듯 기분 나쁜 미소를 떠올리며 하현의 얼굴을 건드리려고 손을 뻗었다.“탁!”하현이 엄도훈의 손을 덥석 잡더니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말했다.“엄 회장님, 이건 사람을 너무 업신여기는 짓이죠!”“사람을 너무 업신여겨요?”엄도훈은 하현의 손을 뿌리치고 흥미로운 눈빛으로 하현을 응시했다.하현이 감히 반격할 줄은 생각지도 못한 것 같았다.“원래 세상은 약육강식이 판치는 것 아닙니까?”“주먹이 도리이자 법이죠!”“당신은 너무 약한 존재라 우리한테 고개를 숙여야 하는 건 당연하죠!”“안 그렇습니까?”“엄 회장님. 이런 녀석과 쓸데없는 말로 시간 낭비하지 마세요!”2층에 있던 진홍헌이 냉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그냥 손발을 부러뜨리면 그만이에요! 흥! 어디 두고 보자구! 감히 날뛸 수 있는지!”하현이 다이아몬드와 포르쉐 918로 진홍헌의 체면을 뭉개버린 것이 진홍헌에게 적잖은 상처와 수치를 남긴 모양이었다.어쨌든 진홍헌은 중천 그룹의 아들이고 그의 아버지 재산은 수조 원에 육박한다.하지만 금정 재벌 2세인 그가 데릴사위에게 뺨을 맞았다?!이런 일은 정말 참을 수가 없는 일이었다!하현에게 이 치욕을 되돌려주지 않으면 진홍헌이 앞으로 어떻게 금정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있겠는가?이를 지켜보던 진홍민과 몇몇 아름다운 여자들은 모두 웃는 듯 마는 듯 이죽거렸다.다들 하현이 묵사발이 되어 나가떨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만약 주먹이 도리라고 한다면 그래, 어디 해 보시죠! 당신들이 못 할까 봐 두려울 지경이군요!”하현은 더 이상 진홍헌을 상대하지 않고 엄도훈의 얼굴을 보며 진지하게 입을 열었다.“오호?!”“지금 당신이 날 협박한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우리 신사 상인 연합회 구역에 와서 나 엄도훈을 협박하는 겁니까?”“흥! 자식! 배짱 한번 두둑하군!”엄도훈은 염주를 돌리며 하현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이어 그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손을 뻗어 자신의 얼굴을 문
선두에 선 황모 청년이 하현을 위아래로 몇 번씩이나 훑어본 후 담배를 물고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누구시죠? 여긴 왜 왔어요?”“신사 상인 연합회에 보호비 내러 왔어요?”하현은 점잖고 예의 바르게 말했다.“안녕하세요. SL그룹에서 왔습니다.”“저는 하현이라고 합니다. 엄 사장님께 오백억을 받으러 왔습니다.”“하현? SL그룹?”“아, 당신이 설 씨 가문의 데릴사위?”분명 요 며칠 최희정이 하현에 대해 떠벌린 것이 틀림없었다.그렇지 않았더라면 이런 건달들이 하현을 데릴사위라고 칭하며 단번에 알아봤을 리가 없다.잠시 후 황모 청년은 손뼉을 쳤다.그러자 여기저기서 야구방망이와 쇠파이프를 든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염주를 든 점잖아 보이는 남자가 유유히 걸어 나왔다.그는 전통옷을 입고 있어서 마치 뭔가에 몰두하는 학자처럼 보였지만 눈동자에는 흉악한 기운이 가득 맴돌고 있었다.이 사람이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 회장이자 서남 천문채 금정 지부를 책임지고 있는 엄도훈이었다!엄도훈은 하현을 위아래로 훑어본 후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이 하현입니까?”하현은 눈살을 살짝 찌푸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맞습니다. 내가 바로 하현입니다. 혹시 날 아십니까?”“당신이 하현이라니 마침 잘 되었네요!”엄도훈이 박수를 치며 껄껄 웃었다.“내 친구 중의 한 명이 나한테 그랬죠. 데릴사위가 한 명 있는데 그놈이 그들을 괴롭혔다고. 그 사람 이름이 하현이라고 하더군요.”“내 친구는 자기 대신 내가 어떻게 좀 해주길 바랐죠.”“친구요?”하현이 차가운 눈빛이 스치며 말했다.“그 친구가 누구인지 짐작이 안 갑니까?”엄도훈이 하현에게 손짓을 하며 뒤쪽을 보라고 했다.이때 2층 베란다에 낯익은 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바로 진홍헌과 진홍민 남매였다.그들 뒤에는 화려한 옷차림을 한 열두 명의 남녀와 부잣집 자제들이 병풍처럼 늘어서 있었다.하나같이 기세등등하게 하
”안 돼!”설은아는 단호하게 말하며 하현을 노려보았다.“안 마시기만 해 봐!”하현은 어쩔 수 없다는 듯 단념한 표정으로 우유를 받아들고 쓴 약을 먹는 듯 눈을 찡긋하며 우유를 마셨다.하현이 순순히 우유를 마시자 설은아는 비로소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래, 잘했어!”“그리고 엄마가 한 말은 마음에 두지 마.”“신사 상인 연합회가 빚진 오백억은 내가 해결할게.”“어쨌든 내 뒤에는 대구 정 씨 가문이 있으니 상대방이 아무리 서문 천문채에 뒷배가 있더라도 우리 체면을 세워 주지 않을 수 없을 거야.”“하지만 당신이 가면 아마 무참하게 뭉개 버리려 할 거야. 뼈도 못 추릴 수도 있어...”“아무리 당신이 실력이 좋아도 무학의 성지 앞에서는 무리야.”“그러니까 당신은 이틀 동안 이 집에서 나오지 말고 편하게 쉬어. 내가 이 일을 다 해결한 후에 증명서 받으러 갈게.”말을 마치니 설은아의 얼굴에 붉은 홍조가 달처럼 띄워졌다.그러자 그녀는 부끄러운지 얼른 몸을 돌렸다.하현은 설은아의 말을 듣고 빙긋 웃었다.설은아가 이전에 비해 많이 용감해지고 자신감도 상당히 강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다....설은아와 설유아의 당부는 깔끔하게 무시되었다.이튿날 아침 10시.하현은 아침을 먹고 차를 몰고 바로 신사 상인 연합회로 향했다.그곳은 금정 구시가지에 있는 오래된 거리 끝에 위치해 있었다.하현의 눈에 명청 양식의 오래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아 있는 것이 들어왔다.건물은 매우 견고해 보였다.앞에는 넓은 광장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많은 상가들이 있었다.오래된 건물의 대문에는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큰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위에 부러진 칼이 당당한 위용을 드러내며 박혀 있었다.오는 길에 하현은 이미 대략 알아차릴 수 있었다.신사 상인 연합회는 서남 천문채의 금정 지사 휘하에 있는 조직이었다.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은 결과로 신사 상인 연합회는 일 처리를 하는데 거리낌이 없었다.그리고
30분 후, 하현이 침대에 눕자마자 문 앞에서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이어 잠옷을 입은 설유아가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럽게 들어왔다.“형부, 아까 제가 계속 눈짓을 보냈는데 왜 안 본 거예요?”“언니와 재결합하려면 이렇게 해서는 안 돼요.”“엄마가 지금은 경제권을 관장하지 않지만 지난번 일을 핑계 삼아 언니와 내 호적등본을 엄마가 모두 숨겨 버렸어요.”“호적등본이 없으면 재혼도 못하잖아요.”하현은 설유아가 건네준 유유를 받아 한 모금 마시고는 무심코 설유아를 훑어보았다.처제가 이미 완전히 성숙한 여인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허리가 가늘고 다리가 학처럼 길쭉할 뿐만 아니라 맨얼굴이라도 순수한 청순미가 돋보여 가히 아름답다 할 수 있었다.그는 심호흡을 하고 자신의 마음을 가라앉힌 뒤 입을 열었다.“장모님이 나한테 도전할 기회를 주셨잖아!”“신사 상인 연합회에서 오백억 빚만 받아오면 순리대로 언니랑 재결합하는 거야.”“간단해. 뭐 복잡할 게 없다구!”설유아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아유, 형부. 아직도 모르겠어요? 그 신사 상인 연합회라는 곳이 형부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다구요.”“상인 연합회라고 하지만 실은 길바닥 조직과 다를 바 없어요.”“무학의 성지인 서남 천문채를 등에 업고 있는 것이 문제죠.”“금정 간 씨 가문과 금정 김 씨 가문도 모두 그 조직을 건드리지 않아요!”“대구 정 씨 가문도 그들에겐 두려움이 대상이 되지 않아요!”“엄마가 형부더러 거기에 찾아가서 돈을 받아오라고 한 건 절대 좋은 마음에서 한 게 아니에요.”하현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알겠어. 알려줘서 고마워.”하현은 최희정이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을 거라고 짐작은 했었지만 이렇게 고약한 단체인 줄은 몰랐다.“어쨌든 형부, 내 말은요. 절대 가지 마세요.”“내일 엄마의 화가 풀리면 다른 방법을 생각하는 게 좋겠어요...”설유아는 하현의 안위가 걱정되어 잔뜩 긴장한 얼굴
하현은 어이없어하는 최희정의 얼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설은아를 보며 부드러운 미소를 보였다.“은아, 내일 호적등본을 가지고 구청에 가서 혼인 증명서를 받을 거야.”“결혼식도 올릴 거야.”“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 줄게!”설은아는 약간 어리둥절해하며 수줍은 표정을 지었다.하현에게 이런 박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설유아는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돌려 자신의 눈동자에 서리는 어두운 그림자를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내일 결혼한다고?”최희정은 헛웃음을 지으며 화를 냈다.“자네 같은 무능한 사람이 감히 그런 말을 해?”“자네는 스스로가 뭔가 거물인 줄 아는 거야?”“내일 재혼을 한다고?!”“꿈도 꾸지 마!”“난 자네가 이번에 은아를 따라 금정에 온 것이 우리 설 씨 가문에서 빌붙어 먹기 위해서라는 걸 진작에 알았어.”“왜? 은아랑 떨어지니까 벌어먹기 힘들었어?”“은아 옆에서 편한 밥 먹다가 서러운 밥 먹으니까 힘들었어? 죽을 것 같던가?”최희정에게 있어 설은아가 해야 할 일은 최고 명문가에 시집가서 최희정 자신을 최고의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이었다.하현 같은 놈에게 시집가는 게 아니었다.하현이 아무리 돈이 많고 능력이 출중하다고 해도 최희정은 하현이 초창기에 보였던 무능한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하현은 지난번 일로 설은아의 안전을 위해 위장 이혼을 했었다.최희정이 여러 방면으로 각고의 노력을 펼친 끝에 겨우 두 사람을 떼어놓은 것이다.최희정에게 있어서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수 없었다.가짜로 위장이혼을 했지만 그것을 진짜 이혼으로 밀어붙일 셈이었다.그러니 지금 어떻게 하현에게 재혼할 기회를 줄 수 있겠는가?“감정은 두 사람의 일이고 결혼도 마찬가지입니다.”하현이 냉담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지금이 조선시대도 아닌데 요즘 부모님의 명령으로 결혼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최희정은 냉소적으로 말했다.“요즘은 확실히 이런 방식이 통하진 않지.”“하지만 자네가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