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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꽃의 저주
장미꽃의 저주
Author: 꼬마 도치

제1화

Author: 꼬마 도치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2-04 16:01:14
밤 10시, 야근 중이던 나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고 아이를 달래려는 순간, 아들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내가 없어도 혼자서 꼭 잘 지내야 해요. 더 이상 누구한테도 괴롭힘당하지 말고. 아빠가 시킨 것도 못 갖다 드릴 거 같아요. 너무 춥고 아파요... 엄마, 나 너무 졸려요. 이만 잘게요. 사랑해요. 엄마.”

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과 함께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

불안한 예감에 나는 우진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 위치 추적! 위치 추적을 찾아야 돼...”

마치 구세주를 찾은 것처럼 중얼거리며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의 시도 끝에 위치 추적 페이지를 열었다.

클럽 앞에서.

아들은 피바다 속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고 온몸 곳곳의 칼자국은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

피에 젖은 옷은 몸에 들러붙어 있었고 손에 꽉 쥐고 있던 하얀 장미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머릿속이 멍해졌다. 덜덜 떨리는 손을 아들의 코에 가져다 댔지만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허둥지둥 서연호에게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이 몇 번 이어지더니 건너편에서 임수아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서연호는 어디 있어?”

상대방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비웃듯 말했다.

“아, 언니세요. 우리 해피 클럽 206호에 있어요. 언니도 오셔서 같이 놀아요.”

나는 전화를 끊고 어린 시절 아들을 안았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우진을 품에 안았다.

핏물이 내 팔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지만 나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

이렇게 많은 피와 끔찍한 상처들. 우진은 얼마나 아팠을까.

눈물이 저절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룸에 가까워지자 불만스러운 투덜거림이 들려왔다.

“오빠, 우진 그 자식 설마 안 오는 거 아니지? 그럼 내 장미꽃은 어떡해? 언니가 잘 가르쳤을 줄 알았는데 이런 사소한 심부름 하나 제대로 못 하다니...”

“미연 그 천박한 년이 애새끼를 뭘 제대로 가르치겠어? 그 몹쓸 엄마랑 똑같지! 네가 부탁한 거 아니었으면 너한테 줄 물건은 절대 그딴 놈 손에 안 닿게 했을 거야. 더러워 죽겠어!”

서연호의 신경질적인 목소리에 머릿속에서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줄이 탁하고 끊어졌다.

주변의 모든 소리가 사라지고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서 있었다.

주변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아들을 바닥에 눕히며 중얼거렸다.

“아들, 좀만 기다려.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

쾅!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발로 차 열었다.

갑자기 들이닥친 소리에 방안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한복판에서 남녀가 뜨겁게 키스를 하고 있었다.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테이블을 뒤엎었다.

술과 음식이 두 사람에게 쏟아졌고 그제야 그들은 내 존재를 알아차렸다.

임수아는 비명을 지르며 가련한 모습으로 서연호의 뒤로 숨었다.

“언니, 죄송해요. 다들 분위기를 띄우자고 해서 키스했던 거예요. 언니가 싫으시면 저한테 키스해서 도로 가져가세요...”

그녀는 가련한 모습으로 사과했다.

서연호는 눈살을 찌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뭘 그렇게 설명하고 있어? 내가 널 사랑하는데 떳떳하게 밝히는 게 뭐가 어때서!”

그러다 그의 시선이 어딘가에 고정되더니 순식간에 얼굴이 굳어졌다.

나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니 임수아의 팔에서 피가 조금씩 배어 나오고 있었다.

그녀의 피부가 하얗지 않았다면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짝!

방심하고 있던 사이, 서연호의 손이 내 뺨을 후려쳤다.

“미치려면 딴 데 가서 미쳐! 병 있으면 치료받고! 당장 수아한테 사과해!”

서연호는 험악한 표정으로 고함쳤다.

그의 눈빛에는 숨김없는 혐오와 불쾌감, 그리고 증오가 가득했다.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사과는 지랄!”

나는 옆에 있던 청소용 물통을 들어 두 사람의 머리에 쏟아부었다.

임수아는 비명을 지르며 서연호의 뒤로 숨었다.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된 서연호는 음침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임수아에게 덮치려는 나를 막아섰다.

나는 돌아서서 테이블 위의 술병을 집어 들었다.

서연호가 방심한 틈을 타 나는 퍽하고 그의 뒤통수를 내리쳤다.

꽤 세게 내리쳤는지 그는 머리를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잠시 동안 그는 나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몸을 숙여 바닥에서 유리 조각을 주워들고 천천히 임 수아에게 다가갔다.

주변 사람들은 미친듯한 내 모습에 놀라 어쩔 줄 몰라 하며 아무도 감히 다가오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내가 한 손에 유리 조각을 들고 다른 한 손에 장미 한 다발을 들고 임 수아에게 다가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었다.

“임수아, 너 장미 좋아한다며? 이 색깔, 좀 밋밋하지 않아? 사실 장미는 피로 물들여야 제일 아름답거든.”

임수아는 공포에 질린 얼굴로 도망치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팔을 꽉 붙잡았다.

모든 사람이 보는 앞에서 나는 유리 조각으로 그녀의 팔을 사정없이 그었다.

피가 팔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임수아의 손목을 높이 들어 피가 한 방울씩 장미꽃 위로 떨어지게 했다.

하얀 장미는 피로 물들어 기괴할 정도로 아름다웠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빛은 더욱 공포로 물들었다.

나는 묘한 쾌감을 느꼈지만 동시에 슬픔이 밀려왔다.

조금만 더 일찍, 조금만 더 빨리 와서 우진의 편을 들어주었다면 우진은 살 수 있지 않았을까?

한 번, 두 번, 세 번...

나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해서 그녀의 팔을 그어 피로 장미를 물들였다.

주변 사람들은 꼼짝도 하지 못했고 내 손은 멈추지 않았다.

쾅!

나는 누군가에게 강하게 얻어맞아 벽에 부딪혔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던 서연호가 겨우 정신을 차렸던 것이다.

“너 미쳤어? 수아는 혈우병이 있다고! 수아가 잘못되면 너 가만 안 둬!”

그는 임수아를 안고 황급히 방을 나섰다.

“당장 이 미친년 경찰에 넘겨!”

나는 그들을 무시하고 손에 묻은 피를 대충 닦은 후 우진을 안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사람들이 따라 나왔다. 피투성이가 된 우진을 보고 몇몇 용감한 사람들이 나를 붙잡으려다가 결국에는 뒷걸음질 쳤다.

“악!”

군중 속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지만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엉망이 된 모습이었지만 내 품에 안긴 우진은 마치 잠든 것처럼 조용했다.

나는 나지막이 속삭였다.

“우진아, 엄마랑 같이 집에 가자.”

한 걸음 한 걸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사람들이 계속 따라오자 나는 차갑게 경고했다.

“누구든 더 따라오면 임수아랑 같이 병원에 갈 줄 알아.”

그러잖아도 겁먹고 있던 사람들은 황급히 물러섰고 나와 우진이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만 했다.

얼마나 걸었는지, 어떻게 집에 도착했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집에 들어온 뒤 정신없이 우진의 몸에 묻은 피를 닦아냈다.

“우진이는 깨끗한 걸 좋아하는데... 이런 더러운 게 우진이 몸에 묻어 있으면 안 되지.”

장례식 날,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서연호가 나타났다.

서연호는 화가 난 얼굴로 아무 말 없이 내 손목을 잡아챘다.

“따라와! 수아가 너 때문에 다쳤으니 네가 골수 이식을 해 줘야겠어!”

서연호는 거칠게 말하며 나를 끌고 가려 했다.

아무리 끌어당겨도 나는 꼼짝하지 않았다.

“병 있으면 병원 가서 치료받으라고 해. 걔가 다친 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어!”

나는 품에 안은 유골함을 꽉 끌어안고 서연호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는 분노에 차 격앙된 목소리로 소리쳤다.

“너 진짜 인간이야? 수아는 혈우병이 있다고 했잖아! 그런 애를 그렇게 심하게 다치게 하면 죽으라는 거 아니야? 어떻게 그렇게 악독할 수 있어!”

내가 꿈쩍도 하지 않자 그는 내 손목을 더 세게 쥐고 이를 악물었다.

“골수 기증, 좋든 싫든 해야 할 거야!”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 뜨며 품 안의 유골함을 바라보았다. 마음이 너무나 허탈했다.

우진의 장례식 날에 나는 일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심호흡하고 나는 서연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서연호, 오늘은 아들 장례식 날이야.”

서연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비웃듯 말했다.

“미연아, 너 진짜 갈수록 가관이다. 날 속이려고 별 핑계를 다 대는구나!”

나는 분노를 억누르며 차분하게 말했다.

“네 눈으로 직접 확인해 봐. 내가 거짓말하는 것 같아?”

서연호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내 가슴에 달린 하얀 국화꽃과 내가 안고 있는 유골함을 번갈아 보았다.

“연극도 참 철저하게 하는군. 유골함에 뭐가 들었는데? 밀가루라도 넣었어?”

그는 품에 안은 유골함을 쳐내려고 손을 뻗었다.

순간 긴장한 나는 본능적으로 유골함을 감쌌다. 다행히 유골은 쏟아지지 않았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서연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인상을 잔뜩 찌푸린 채 나를 바닥으로 거칠게 밀쳤다.

그러고는 품에 안고 있던 유골함을 억지로 빼앗았다.

나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일어서자마자 유골함에서 유골이 흩날리며 쏟아져 나왔다.

“이게 진짜 유골인지 아닌지 확인해 보자!”

순간, 그는 단번에 굳어 버렸다.

삽시에 분노가 폭발한 나는 성난 맹수처럼 서연호에게 달려들었다.

그가 바닥에 나동그라지자 나는 유골함을 되찾았다.

흩어진 유골을 조심스럽게 주워 담아 우진을 잘 모신 뒤에 나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방으로 향했다.

나는 밀가루 한 봉지와 뜨거운 물 한 병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의 머리 위로 밀가루를 쏟아붓고 뜨거운 물을 퍼부었다.

“서연호, 이제 똑똑히 봤냐? 이게 유골인지 밀가루인지!”

밀가루와 물이 섞여 끈적끈적한 반죽이 되었다.

나는 그의 얼굴에 마구잡이로 반죽을 발랐다. 눈, 코, 입 어디든 빠짐없이...

“서연호, 너 똑똑히 보라고. 어떤 게 유골이고 어떤 게 밀가루인지!”

그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랐고 숨쉬기조차 힘들어 보였다.

내 힘이 조금 약해진 순간, 그는 나를 거칠게 밀쳤다.

나는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났다.

“미연아, 넌 정말 미친년이야! 내가 눈이 삐어서 너 같은 미친년을 마누라로 들였지! 이혼해! 무조건 이혼이야!”

곧 그는 사람을 시켜 이혼 서류를 가져다 내 앞에 던졌다.

“이혼? 너와 그 내연녀의 애새끼에게 자리를 비워주라고? 꿈 깨! 너희들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우리 아들 핏값을 받아내고 말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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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st Updated : 2024-12-04
  • 장미꽃의 저주   제7화

    그날 밤, 임수아가 내 집에 쳐들어왔다.예전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나를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간미연,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녀는 소리치며 내 목을 졸랐다.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모습은 정말 섬뜩했다.숨이 막혀 죽기 직전, 누군가가 그녀를 떼어 던졌다.그렇게 나는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서연호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이런 사달을 만든 것도 그였다.“미안해. 내가 잘 감시할게. 앞으로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지금의 서연호에게서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보였지만 내 마음은 이미 예전 같지 않았다.그에 대해 나는 이미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앞으로 당신도 날 찾아오지 마.”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두 사람을 어떻게 흔적 없이 처리할지 궁리하고 있었다.서연호는 내 생각을 읽은 듯 씁쓸하게 웃었다.“알았어.”그는 돌아서서 임수아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하지만 얼마 안 지나, 서연호는 약속을 어겼다.나는 납치되어 낡은 공장으로 끌려갔던 것이다.눈이 가려져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미지의 상황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나는 심호흡을 하며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간미연 아니야? 꼴이 왜 이래?”임수아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눈을 가린 천이 벗겨지자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깜빡이며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나는 차갑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임수아와 함께 죽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하지만 주변에 있는 놈들의 수를 보니 함께 죽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뭘 원하는 거야?”그녀는 독기가 서린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지분 양도하고 해외로 도망칠 돈도 줘. 경찰만 피할 수 있으면 어디든 좋아.”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Last Updated : 2024-12-04
  • 장미꽃의 저주   제8화

    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았다.서연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임수아를 가볍게 기절시켰다.“수아가 살아있으면 너희들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거다. 살리고 싶으면 잘 생각해 봐!”서연호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얼굴에 비치자 숨길 수 없는 살기가 드러났다.사람들은 황급히 도망쳤다. 그곳에 더 머물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다.서연호는 빠른 걸음으로 내게 와 밧줄을 풀고는 나를 안아 들고 정문으로 달렸다.불길이 거세지면서 숨 막히는 연기가 밀려들었다.난생처음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그때, 불길 속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이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서연호가 비틀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뒤에는 임수아가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날 불에 태워 죽이려고? 우리 그냥 다 같이 여기서 죽자!”서연호는 비틀거렸고 팔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그의 낮은 신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나를 내려놔 줘.”서연호는 고개를 저으며 간신히 문 앞까지 걸어갔다.그리고 마침내 나를 내려놓고는 문밖으로 밀어냈다.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닫았다.“미연아, 미안해. 내가 너희 모자에게 못 할 짓 너무 많이 했어.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속죄할게. 앞으로 수아도 네 평화로운 삶을 더 이상 방해하지 못할 거야.”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나는 저도 모르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문은 이미 닫히고 있었고 임수아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막 서연호에게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서연호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이 말했다.“잘 있어.”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벌려 뭔가 말하려 했지만 짙은 연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문이 닫히는 순간, 임수아와 서연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황급히 전화를 걸

    Last Updated : 202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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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미꽃의 저주   제8화

    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불길이 순식간에 치솟았다.서연호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하더니 임수아를 가볍게 기절시켰다.“수아가 살아있으면 너희들 모두 감옥에 가야 할 거다. 살리고 싶으면 잘 생각해 봐!”서연호는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며 차갑게 말했다.활활 타오르는 불길이 그의 얼굴에 비치자 숨길 수 없는 살기가 드러났다.사람들은 황급히 도망쳤다. 그곳에 더 머물렀다간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이다.서연호는 빠른 걸음으로 내게 와 밧줄을 풀고는 나를 안아 들고 정문으로 달렸다.불길이 거세지면서 숨 막히는 연기가 밀려들었다.난생처음 나는 죽음의 공포를 느꼈다.그때, 불길 속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우리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이때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서연호가 비틀거리며 신음소리를 냈다. 나는 저도 모르게 뒤를 돌아보았다.뒤에는 임수아가 몽둥이를 들고 서 있었다.그녀의 얼굴은 광기로 가득 차 있었다.“날 불에 태워 죽이려고? 우리 그냥 다 같이 여기서 죽자!”서연호는 비틀거렸고 팔에 힘이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그의 낮은 신음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렸다.나는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나를 내려놔 줘.”서연호는 고개를 저으며 간신히 문 앞까지 걸어갔다.그리고 마침내 나를 내려놓고는 문밖으로 밀어냈다.그러고는 있는 힘을 다해 문을 닫았다.“미연아, 미안해. 내가 너희 모자에게 못 할 짓 너무 많이 했어. 하지만 이번에는 내가 저지른 잘못들을 속죄할게. 앞으로 수아도 네 평화로운 삶을 더 이상 방해하지 못할 거야.”그의 목소리가 내 귀에 들려왔다.나는 저도 모르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문은 이미 닫히고 있었고 임수아의 손에 들린 몽둥이가 막 서연호에게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하지만 서연호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소리 없이 말했다.“잘 있어.”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입을 벌려 뭔가 말하려 했지만 짙은 연기 때문에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문이 닫히는 순간, 임수아와 서연호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나는 황급히 전화를 걸

  • 장미꽃의 저주   제7화

    그날 밤, 임수아가 내 집에 쳐들어왔다.예전의 당당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초라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나를 증오에 가득 찬 눈으로 노려보았다.“간미연, 네가 이겼다고 생각해? 난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녀는 소리치며 내 목을 졸랐다. 핏발이 선 눈으로 나를 노려보는 모습은 정말 섬뜩했다.숨이 막혀 죽기 직전, 누군가가 그녀를 떼어 던졌다.그렇게 나는 간신히 숨을 쉴 수 있었다.하지만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며 나는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비록 서연호가 내 목숨을 구해준 건 고맙지만 이런 사달을 만든 것도 그였다.“미안해. 내가 잘 감시할게. 앞으로 다시는 널 귀찮게 하지 않을 거야.”지금의 서연호에게서는 처음 만났을 때의 모습이 보였지만 내 마음은 이미 예전 같지 않았다.그에 대해 나는 이미 아무런 감정이 없었다.“앞으로 당신도 날 찾아오지 마.”나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속으로는 두 사람을 어떻게 흔적 없이 처리할지 궁리하고 있었다.서연호는 내 생각을 읽은 듯 씁쓸하게 웃었다.“알았어.”그는 돌아서서 임수아의 머리채를 잡고 밖으로 끌고 나갔다.하지만 얼마 안 지나, 서연호는 약속을 어겼다.나는 납치되어 낡은 공장으로 끌려갔던 것이다.눈이 가려져 있어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내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미지의 상황에 대한 공포가 엄습해 왔다.나는 심호흡을 하며 애써 침착하려고 노력했다.“어머, 이게 누구야? 간미연 아니야? 꼴이 왜 이래?”임수아의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들렸다.눈을 가린 천이 벗겨지자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깜빡이며 주변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나는 차갑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면서 임수아와 함께 죽을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다.하지만 주변에 있는 놈들의 수를 보니 함께 죽는 건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다.“뭘 원하는 거야?”그녀는 독기가 서린 눈빛으로 차갑게 말했다.“지분 양도하고 해외로 도망칠 돈도 줘. 경찰만 피할 수 있으면 어디든 좋아.”나는 갑자기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장미꽃의 저주   제6화

    “친자 검사 해. 만약 내 아이면 내가 끝까지 책임질 거고, 아니면 꺼져!”두 남자는 마치 짠 듯 말투까지 똑같이 차가웠다.나는 흥미진진하게 그들을 바라보았다.네 사람이 병원으로 향하는 모습을 지켜본 후, 나는 무표정하게 돌아섰다.구경하러 가기 전에 나는 우진의 명예를 회복해야 했다.죽어서도 사생아라는 오명과 배신자라는 낙인을 쓴 채 살아갈 수는 없었다.절대 안 된다.나는 녹음 파일을 김미숙과 서연호에게 보냈다.그들의 반응은 딱히 궁금하지 않았다.조용히 집으로 돌아온 나는 우진의 영정사진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우진아. 엄마가 미안해. 다 엄마때문이야.”결과가 어떻든, 두 놈 다 죄값을 치르게 할 것이다.나는 우진의 사진을 품에 넣고 서둘러 집을 나섰다.그런데 문을 나서자마자 김미숙과 마주쳤다.그녀는 다급한 눈빛으로 기대감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내 큰손주는 어디 있어?”그녀에게는 뜻밖의 기쁨이었을 것이다.나는 김미숙이 진실을 알게 되면 후회할까 궁금했었다.하지만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순간 멈칫했다.“죽었어요.”나는 담담하게 말했다.김미숙은 눈을 크게 뜨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물었다.“뭐라고?”나는 아무렇지 않게 방금 한 말을 되풀이했다.김미숙은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서더니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망연자실한 모습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김미숙은 결국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나는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고 그곳에서 두 남자가 멱살을 잡고 싸우는 모습을 보았다.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를 떠났다. 그들의 추잡한 싸움에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그때 임수아가 두 남자의 몸싸움에 휘말려 다쳤고 그제야 두 남자는 싸움을 멈췄다.나는 잠깐 쳐다보고는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 김미숙을 병원에 입원시킨 후, 나는 서연호에게 서명된 이혼 서류를 건넸다.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입을 열었다.“미연아. 우리 이혼 안 하면 안 될까? 난 속았어. 난 네가 다른 남자에게 몸을 준적이 없

  • 장미꽃의 저주   제5화

    임수아는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 얼굴에는 피가 몰려 벌겋게 달아올랐고 숨이 막혀 죽을 것 같았지만 나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았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나를 응시했다. 내가 진심으로 자신을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은 듯했다.내가 손을 놓자,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바닥에 주저앉았다.조금 전의 질식할 것 같은 공포에 넋이 나간듯했다.그녀는 도망치려 했지만 나는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끌고 왔다.나는 임수아를 억지로 무릎 꿇게 했다.그녀는 공포에 질린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며 머리카락이 뜯겨나가는 고통에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제발 살려줘. 돈 많이 줄게. 평생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만큼 줄게...”나는 임수아의 머리채를 잡고 우진의 묘지로 끌고 가 우진의 무덤 앞에 무릎 꿇렸다.“널 죽이진 않을 거야. 살아서 내 아들한테 속죄하게 해야지!”나는 그녀에게 아들을 위해 기도하고 참회하며 자신의 죄를 뉘우치도록 강요했다.그녀가 힘겨워할 때마다 나는 그녀의 아들을 볼모로 협박했다.역시 이 방법이 통했다. 임수아는 모든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냉소를 흘리며 나는 두 군데에 전화를 걸었다.이제 모든 것을 끝낼 때가 되었다. 나는 내 아들을 이렇게 억울하게 죽게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단 한 놈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이 도착했다. 임수아를 보자마자 그들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감싸려 들었다.나는 고개를 숙이고 비웃음을 흘렸다.“역시 임수아 씨는 매력이 대단해. 하지만 오늘 두 사람을 부른 건 서현민의 일 때문이야.”“아이에게는 아빠가 있어야 하잖아? 모든 아빠가 친아빠는 아니지만.”이쯤 되니 두 사람 다 내 의도를 파악했다.그러자 두 사람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고 순간 분위기가 팽팽해졌다.서연호는 얼굴을 굳히고 화를 냈다.“미연아, 너 그렇게 할 짓 없냐. 현민은 내 아들이야, 그건 절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임수아는 완전히 얼어붙었다.그토록 오랫동안 공들여 계획했던 일이 이렇게

  • 장미꽃의 저주   제4화

    임수아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지만 내 분노는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그녀의 몸에서 피가 나자 나는 그제야 손을 놓았다.정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이런 여자 때문에 내 인생을 망칠 수는 없었다.나는 그녀를 한참 주의 깊게 바라봤지만 뭔가 이상했다.임수아는 혈우병이 있어서 상처가 잘 아물지 않고 출혈이 생기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런데 지금 보니 출혈이 멈춘 것 같았다.나는 무심코 임수아의 팔을 잡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임수아는 흠칫 놀라더니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황급히 팔을 빼냈다.“뭘 보는 거야? 피 나는 거 처음 봐?”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피 나는 건 많이 봤지만 혈우병이 있는 사람이 이렇게 피를 적게 흘리는 건 처음 봤다.“그러니까 혈우병은 네가 꾸며낸 거짓말이었던 거지?”나의 온몸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왔다. 임수아에게 더 이상 자비를 베풀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그녀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고 침묵으로 내 질문에 답했다.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를 뚫어져라 응시했다.친자 확인 검사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면 다른 것도 얼마든지 조작할 수 있을 것이다.내 강렬한 시선에 임수아의 얼굴에 미세한 동요가 일었다.그걸로 충분했다. 나는 모든 진실을 깨달았다.임수아는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나에게 똑똑히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나는 코웃음을 쳤다. 참으로 가소로운 일이었다.바로 그때, 임수아의 전화가 울렸다.임수아는 전화를 받지 않으려 했지만 상대방은 끈질기게 전화를 걸어 왔다.나는 더 이상 참지 않고 그녀의 휴대폰을 낚아챘다.“전화 받아 봐. 누구 전화인지 들어보자고.”나는 임수아 대신 전화를 받아 스피커폰을 켰다.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거칠고 퉁명스러웠다.“임수아 씨, 댁 때문에 실수로 사람을 죽였는데 보상은 해줘야 할 거 아니야? 그리고 일도 끝났으니 용역비도 줘야지. 우리도 다 목숨 걸고 일하는 사람들이야. 다들 힘든 세상이라

  • 장미꽃의 저주   제3화

    나는 간호사가 식사를 가져다주는 틈을 타 몰래 휴대폰을 빌려 외부 사람들과 연락했다.그리고 다음 날, 내연녀의 아들 서현민이 사라졌다.임수아는 평소의 고상한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분노로 얼룩진 얼굴로 병원에 들이닥쳤다.“내 아들 어디 있어?!”미친년처럼 발광하는 모습은 예전에 미쳐 날뛰던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나는 가볍게 웃으며 짐짓 태연하게 대꾸했다.“네 아들이 없어졌다고 왜 나한테 와서 그래? 죄수처럼 갇혀 있는 내가 네 아들을 어디로 데려가기라도 했다는 거야?”임수아는 멍해 있다가 이내 나를 노려보며 소리쳤다.“네가 한 짓이기만 해봐! 그랬다간 살아남지 못할 줄 알아!”그녀는 분노를 삭이지 못하고 병실을 나갔다. 당연히 문 앞을 지키던 사람들도 모두 데려갔다.아들을 찾으려면 사람이 많을수록 유리하니까.나는 그들이 떠나는 뒷모습을 보며 미소짓고는 기회를 틈타 몰래 병원을 빠져나왔다.집에 도착하니 친구와 서현민이 함께 서 있었다.서연호는 섬세한 외모를 가졌지만 서현민은 오히려 거칠고 투박한 인상인 것이 서연호와는 전혀 닮은 구석이 없었다.문득 이 둘이 친부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친구는 못마땅한 얼굴로 나를 쏘아보며 말했다.“이렇게 큰일이 났는데도 말도 안 하고 당하고만 있었던 거야? 이제 어떻게 할 건데?”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곧바로 대답했다.“얘를 인질 삼아 협상할 거야.”친구는 썩 내키지 않는 표정이었지만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그날 저녁, 나는 임수아를 우리 집으로 불렀다.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미리 녹음 펜을 준비해 두었다.임수아는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를 향해 손을 휘둘렀다.“간미연, 역시 네 짓이었어! 내 아들 당장 돌려줘!”그녀의 손이 뺨에 닿기 전에 나는 그녀의 손목을 낚아챘다.그리고 차분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했다.“돌려줄 수 있어. 하지만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줘야겠어. 내 아들의 친자 확인 검사 결과는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분명 서연호의 아들인데, 왜 검사 결과

  • 장미꽃의 저주   제2화

    서연호가 며칠째 조용해서 아들 장례는 무사히 치를 수 있었다.그러던 며칠 뒤, 평소처럼 집을 나섰다가 나는 갑자기 뒤통수를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다.눈을 떠보니 수술실이었다.이번엔 정말 빼도 박도 못한 것이다. 수술실에는 서연호가 미안한 표정으로 가만히 서 있었다.“미안해, 이번엔 어쩔 수 없었어. 너랑 네 아들에게 나중에 꼭 보상할게.”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나는 서연호를 노려봤지만 몸은 꼼짝도 할 수 없었다.그때 다급한 외침이 들려왔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안 돼요! 간 여사님은 엄중한 심장병이 있어 골수 기증을 할 수 없어요!”누가 나를 구했는지 얼굴은 보이지 않았지만 서연호의 분노에 찬 얼굴은 선명하게 보였다.그는 옆 벽을 주먹으로 내려쳤다. 순간, 손가락 마디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 긴 침묵 끝에 그는 갈라진 목소리로 물었다.“강제로 기증하면 어떻게 되죠?”나는 눈을 부릅떴다.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였다.“죽습니다.”옆에 있던 의사의 담담한 대답에 서연호는 마침내 입을 다물었다.그가 나가자 나는 비로소 숨통이 트였고 당장의 위험은 피했다는 생각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러나 서연호는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며칠 후, 그는 골수 기증 동의서를 들고 다시 내 앞에 나타났다.“이거 서명해. 서명만 하면 뭐든지 다 들어줄게.”그는 차분한 어조였지만 그 위압적인 말투에 분노가 치밀었다.어이가 없어 웃음을 흘리며 나는 그를 조롱하듯 쳐다보았다.“그래. 기증해도 돼. 다만 조건이 하나 있어. 너와 임수아 둘이 우진의 무덤 앞에 가서 무릎 꿇고 사죄해. 그리고 네 목숨을 우진에게 내놔. 그럼 골수 기증해서 그년 살려줄게.”나는 서연호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극도로 이기적인 그가 임수아를 위해 죽을 리 만무했다.그는 얼굴이 굳어지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했다.“그건 불가능해!”단호한 그의 대답에 나는 웃었지만 그것은 공허한 웃음이었다.“왜 불가능해? 서명만 하면 뭐든지 다 들어준다며? 난 단지 우리 가족이

  • 장미꽃의 저주   제1화

    밤 10시, 야근 중이던 나는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를 받고 아이를 달래려는 순간, 아들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내가 없어도 혼자서 꼭 잘 지내야 해요. 더 이상 누구한테도 괴롭힘당하지 말고. 아빠가 시킨 것도 못 갖다 드릴 거 같아요. 너무 춥고 아파요... 엄마, 나 너무 졸려요. 이만 잘게요. 사랑해요. 엄마.”심장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과 함께 무언가 끔찍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불안감이 엄습했다.불안한 예감에 나는 우진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하지만 아무런 대답도 돌아오지 않았다...“그래, 위치 추적! 위치 추적을 찾아야 돼...”마치 구세주를 찾은 것처럼 중얼거리며 나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몇 번의 시도 끝에 위치 추적 페이지를 열었다.클럽 앞에서.아들은 피바다 속에 미동도 없이 누워 있었고 온몸 곳곳의 칼자국은 보기만 해도 끔찍했다.피에 젖은 옷은 몸에 들러붙어 있었고 손에 꽉 쥐고 있던 하얀 장미는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머릿속이 멍해졌다. 덜덜 떨리는 손을 아들의 코에 가져다 댔지만 숨결은 느껴지지 않았다...나는 그대로 주저앉아 허둥지둥 서연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이어지더니 건너편에서 임수아의 불쾌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누구세요?”“서연호는 어디 있어?”상대방은 잠시 말이 없다가 이내 비웃듯 말했다.“아, 언니세요. 우리 해피 클럽 206호에 있어요. 언니도 오셔서 같이 놀아요.”나는 전화를 끊고 어린 시절 아들을 안았던 것처럼 조심스럽게 우진을 품에 안았다.핏물이 내 팔을 타고 뚝뚝 흘러내렸지만 나는 아무런 감각도 없었다.이렇게 많은 피와 끔찍한 상처들. 우진은 얼마나 아팠을까.눈물이 저절로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룸에 가까워지자 불만스러운 투덜거림이 들려왔다.“오빠, 우진 그 자식 설마 안 오는 거 아니지? 그럼 내 장미꽃은 어떡해? 언니가 잘 가르쳤을 줄 알았는데 이런 사소한 심부름 하나 제대로 못 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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