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승제는 밤새 꿈만 꾸었다.성혜인과 서천에서 모래 바람을 피하기 위해 작은 방안에 있었던 모습이 보였다.방 밖은 천지를 뒤덮고 있는 모래 바람으로 가득 차 있지만, 방 안은 따뜻하기 그지없었다.그러고 나서 또 서천 빌딩에서 인질로 납치되어 성혜인과 합작하여 함께 곤경을 뚫고 나온 것이 보였다.그뿐만 아니라 성혜인의 온몸 구석구석에 흔적을 남기며 애틋하고 야릇하게 보냈던 밤들이 떠올랐다.이러한 유형의 꿈을 꾸게 되면 반승제는 꿈에서 빨리 깨어나게 되는데, 꿈 속에서의 강렬했던 분위기와 차가운 현실은 극심한 대비를 이루곤 했다.다시 눈을 감고 그 뜨거운 시간으로 들어가고 싶었지만, 아무리 몸 부림을 쳐도 잠이 들지 않았다.하여 일찍이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새벽 4시쯤에 차를 몰고 포레스트쪽으로 한 바퀴 돌았다.날은 아직 밝아오지 않았고 그의 차는 포레스트와 멀지 않은 곳에 정차되어 있다.그리고 지금 그는 뚫어지게 먼 곳의 건축을 바라보고 있다.그러고 나서 담배 한 대를 꺼내 고개를 숙여 불을 지피고 나서 두 손가락 사이에 끼었는데, 한모금씩 빨때마다 붉은 빛이 어둠 속에서 유난히 선명했다.연기를 뿜어내면서 한참을 지켜본 끝에 눈이 시큰거렸다.그렇게 얼마나 지났는지, 지금 몇 대째 피고 있는지 가늠도 되지 않았는데, 순간 담배를 밟아 버렸다.왜냐하면 성혜인의 차가 안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있는 길이 아니라 다른 길로 갔다.반승제는 두 손으로 핸들을 꽉 잡은 채 그녀가 출근하러 가는 것임을 알아챘다.지금은 아침 6시반이고 이곳에 2시반이나 있은 그는 온몸에 이슬이 맺힌 것만 같았다.성혜인은 지금 차에 앉아 온라인에 떠돌고 있는 여론을 분석하고 있다.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핸들을 꺾을 때, 먼 곳을 보게 되었다.왠지 모르게 별장에서 멀지 않은 곳에 정차되어 있는 차가 반승제의 차 같았고 좀 생각하더니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하여 다시 시선을 거두고 일에 집중했다.회사에 도착하고 나서 성혜인은 최신 소식을
오늘 아침 여론을 확인한 설인아의 안색은 안 좋게 변했다.“도 대표님, 아직도 저 찾아오실 낯짝이 있으세요? 이미 감옥에 안 가게 한 것만으로도 제가 인심 최대한 써준 것 같은데, 설마 제가 도 대표님 심복들까지 구해주기를 바라시는 건 아니죠?”“인아 양, 인아 양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나더러 뭘 하라든 다 할게!”그러나 설인아는 묵묵히 자신의 손톱을 칠할 뿐 그녀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그럼 먼저 성의를 다하세요. 나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하시란 말이에요.”그 말인즉슨, 도송애더러 성혜인을 처리하라는 것이었다.이윽고 도송애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서 말이다.“알았어, 인아 양은 좋은 소식을 기다리기만 하면 돼.”설인아는 그녀의 말을 마음에 두지 않고 피식 냉소했다.얼마 뒤, 이곳을 떠난 도송애의 눈빛은 음흉함으로 가득 찼다.‘성혜인이 나를 해친 거야. 폭로가 계속되는 그 계정은 반드시 성혜인 걔 것일 거라고! 이 망할 년!’도송애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최근에 일어난 일들을 자세히 정리하고 나서야 백씨 가문에 대해 생각했다.백지영은 백현문에게 아직 감금된 상태였고 백현문은 아직도 강가에서 유해은의 시체를 찾고 있었다. 백씨 가문이 모두 그의 손아귀에 들어가자 그의 성격은 유난히 고분고분해졌다.도송애는 이미 유해은이 성혜인네와 계약한 연예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S.M이 도대체 어떻게 계약을 체결한 거지?’그때, 그녀의 마음속에서 문득 뭔가가 떠올랐다.곧이어 도송애는 바로 차를 강변으로 몰고 갔고, 그곳에는 역시 인양하는 사람이 있었다.전문적인 수색 요원들이 이미 자리를 떴다. 이미 많은 날이 흘렀기 때문에 사람을 찾았어도 상당히 부패한 시신이 발견될 것으로 추정된다.하지만 백현문은 포기하기 싫어 매일 직접 와서 감독하고 심지어 일까지 전부 자동차 안에서 처리했다.그는 강변에 정차된 자동차에서 회사와 백씨 가문의 일을 처리했다.때문에 유해은의 흔적이 조금이라도 발견된다면 그는 틀림없이
한편 성혜인은 오늘 한 감독과 만나기로 했다. 본심은 그가 S.M과 계약을 체결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그렇게 성혜인은 그 감독과 점심약속을 잡았지만 장하리와 함께 지하주차장에 가서 앉자마자 창문이 박살났다.장하리는 도와달라고 외치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목을 가격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뒤에 앉아있던 성혜인이 내려보려고 했지만 때는 차가 완전히 잠겨버렸기에 때는 이미 늦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현문이었다.그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직접 차를 몰고 나갔다. 속도는 주위의 경물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게다가 창문은 이미 깨져린 탓에 바람이 세게 불어 성혜인은 머리카락이 계속 앞을 막아 눈을 뜰 수가 없었다.이윽고 자동차는 고속도로 구간에 도착하자 더욱 속도를 냈고 연달아 고속도로에서 많은 차들을 추월했다.성혜인이 아무리 뭐라 말해봤자 상대방은 잘 듣지 못하는 듯 싶었다.그렇게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핸드폰을 찾으려고 하는데, 순간 차가 급커브를 돌아 결국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그러다 몇 초 후 급제동이 걸렸다.이런 운전 방식은 매우 위험하고 성혜인은 하마터면 앞에 부딪힐 뻔했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안전벨트를 매려고 더듬거렸다. 하지만 그때 또 백현문이 급하게 속도를 올렸다.또 10km쯤 되는 거리를 쭉 속도를 낸 채 가다가, 그는 브레이크를 밟았다.얼마 뒤 그에게 끌려 차에서 내리게 된 성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옆에 쭈그리고 앉아 토했다.그러나 그녀는 아침 내내 그 감독과 어떻게 계약할 것인가를 의논하느라 바빠서 밥을 먹을 시간도 없었고, 때문에 뱉은 것은 노란 물뿐이었다.정상적인 성혜인의 스케줄 대로라면, 지금 그녀는 감독과 앉아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백현문에게 잡힐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그의 손에는 총 한 자루가 들려 있었고, 차는 이렇게 한참을 돌아 다시 강변으로 돌아왔다.강 위에는 여전히 누군가가 유해은의 시체를 수색하고 있었
장하리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몇 분 동안 서 있는데, 곧 그 여자가 또 도시락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장하리의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설인아는 안내 데스크로 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승제 오빠 오늘 회사에 없어요?”“대표님은 오늘 접대하셔야 할 귀빈이 있으십니다.”설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하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어? 성혜인 씨 비서 아니야?”그녀는 일찍이 성혜인의 자료를 조사한 적이 있었기에 성혜인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하물며 이 장하리라는 사람이 성혜인의 오른팔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장하리는 그 말에 순간 반응했다.‘설씨 가문 작은 딸이었구나. 최근 반 대표님 교제 상대라고 소문이 자자한...’곧이어 장하리가 밖으로 나가려는 데, 뒤에서 설인아의 말소리가 들렸다.“지금 승제 여보랑 연락이 안 되니까 성혜인 씨가 그쪽을 보내서 승제 여보 괴롭히라고 시킨 거예요? 그래도 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비천할 수 있어요? 승제 여보는 그 여자랑 그 어떤 것도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데, 왜 아직도 단념하지 않는지 원...”장하리는 한쪽으로 늘어뜨린 손끝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설인아의 순진한 말투를 듣고 있으면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이다.그녀는 이를 꽉 악물었다.그러자 설인아가 이때 다가와 큰 눈을 깜박거렸다.“제가 진작에 성혜인 씨 본인한테 말한 것 같은데... 성혜인 씨는 이미 승제 여보한테 아웃당했으니 다시는 여기에 찾아오지 마세요.”“설인아 씨, 여기는 반 대표님 회사이지 설씨 가문의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여기에 오는 건 설인아 씨의 허락이 필요 없다는 말이지요.”그 말에 설인아가 피식 웃으며 장하리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성혜인 씨가 당신을 비서로 택한 이유를 알겠네요. 역시 똑같이 이가 날카로우신데, 애석하게도 다 능력이 없어서... 꼭대기 층에도 못 올라가면서 여기서 무슨 저한테 설교질 할 자격이 있는 건지... 참.”
감독은 반승제가 자진해서 그에게 말을 걸어오리라 생각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윽고 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을 블랙리스트에서 끌어내더니 “S.M과 계약을 체결하자 하던가요?”라고 물었다.“네, 이미 성 사장님과 얘기도 다 끝났고 계약서 준비도 끝났습니다.”이번에는 반승제가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성혜인은 요즘 매우 바삐 보내고 있었다. 듣자니 야근도 한밤중까지 자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은 그녀와 도송애가 “싸우는” 중요한 시기이다. 때문에 성혜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녀는 연락 두절일 리가 없었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반승제는 곧장 밖으로 나갔지만,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 감독에게 한 마디 신신당부하였다.“무슨 일이 생겼나 봅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거나 해서 전화를 받지 않나 봐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세요.”그 말인즉슨, 이번 성혜인의 처사는 마음에 두지 말라는 의미였다.감독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반승제인데. 조금 전 그 몇 명의 최고 제작자들 역시 그의 손에서 어떠한 이득을 얻지 못했다.“알겠습니다, 반 대표님. 제가 다음에 성 사장님과 잘 얘기해보면 됩니다.”그런 다음, 반승제는 곧장 차를 몰고 성혜인의 회사로 향했다.한서진은 그가 온 것을 보고 조금 의외라 생각되었다.“혜인이는요?”“사장님은 점심에 한 감독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곳에 가셨습니다. 이제 곧 돌아오실 거에요.”“혜인이는 감독을 만나러 가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장하리 씨 전화번호 알려주세요.”한서진은 곧바로 장하리의 번호를 그에게 알려주었다.그 시각, 장하리는 포레스트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듣고 바로 들었다.“여보세요.”“저 반승제입니다. 혜인이는요?”그의 목소리를 듣자, 장하리는 갑자기 안도감을 느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성혜인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흑흑,
성혜인은 눈을 감고 얼마 정도 버틴 뒤에 유해은의 행적을 알려줄까 생각하고 있었다.모래가 가슴까지 올라왔을 때, 그녀는 잔뜩 눌려있어 숨쉬기조차 어려웠다.백현문은 구덩이 옆에 서서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사실을 말하면 풀어줄 거야.”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세게 백현문의 등을 차버렸다.그 바람에 백현문은 하마터면 개똥에 넘어질 뻔하였다.‘누가 대체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그가 고개를 돌리자 반승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윽고 반승제는 백현문에게로 걸어와 주먹을 휘둘렀다.“이 X발!”백현문은 눈을 가린 채 욕설을 퍼부었고 가슴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나 그 역시 맞받아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을 쥔 반승제의 손이 떨렸고,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잔뜩 쉰 목소리로 외쳤다.“성혜인! 괜찮아?!”그녀는 깊이가 2m 남짓인 구덩이에 묻혀 전혀 위의 상황을 볼 수 없었지만 이 소리가 반승제라는 것을 알아챘다.“저 괜찮아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가슴이 좀 답답함을 느꼈다.곧이어 주먹과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모진 욕설이 들려왔다.‘주위에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은 감히 도와줄 수 없을 텐데... 다들 반 대표님을 알고 있으니까...’백현문과 반승제는 모두 수단이 악랄해, 그들에게 미움을 사는 이는 그 누구라도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할 것이다!백현문은 비탈길 아래로 걷어차여 몇 바퀴나 굴러갔다.반승제의 싸움 실력은 그보다 우위에 있었고,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맞섰다가는 백현문이 손해를 보는 것이 너무 많았다.얼굴에 주먹을 여러 번 맞은 후, 그는 곧장 부러진 이빨을 내뱉었다.그렇게 싸움을 반 시간 동안 지속하다가 반승제를 쫓아온 서주혁과 온시환에게 의해 중지되었다.서주혁은 곧장 반승제를 끌어안았고, 온시환은 백현문을 끌어안았다.그러나 떨어져 있어도, 두 사람은 여전히 불꽃 같은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뜨거운 열기는 마치 사람을 죽일 듯했다!그러다 반승제는 서주혁에게서 한달음에 벗어나
“백현문이 이렇게 만든 거야?”말을 마친 그가 백현문을 찾아가려고 하자 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어깨 쪽에 통증이 몰려와 그럴 수 없었다.반승제는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 굽혀 그녀를 안고는 자신의 차로 향했다.차에 도착한 뒤, 그는 뒷좌석의 가림막을 닫더니 심인우더러 운전을 하라고 지시했다.그렇게 심인우는 그 둘을 태운 차를 몰고 네이처 빌리지로 향했다.뒷좌석에서 반승제는 성혜인의 상처를 치료해주려고 그녀의 옷깃을 뜯었다. 어깨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다.“나한테 약 있어. 바르면 좀 따갑긴 하지만.” 반승제는 성혜인 몸에 있는 멍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성혜인은 본능적으로 뒤로 숨었고 반승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둘 사이의 거리를 넓혔다.그렇게 둘의 분위기는 다시 어색해졌다. 얼마 안 지나 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하자 반승제는 성혜인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그녀의 옷깃은 이미 모두 뜯어진 상태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속살이 훤히 내비칠 수 있어 반승제는 미리 성혜인을 위하여 잠옷을 준비해 두었다.두 사람의 몸에는 온통 흙이 묻어 있었다. 그리하여 반승제는 성혜인을 위해 욕실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았다.“먼저 씻고 나와서 약발라.”성혜인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가슴 아래엔 누런 흙이 묻어 있고 흐트러진 옷차림과 산발이 된 그녀의 모습은 귀신을 방불케 하였다.곧이어 성혜인은 샤워기 아래에 서서 머리를 감으려고 팔을 들었다. 하지만 어깨의 부상 때문에 팔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그만 샴푸 통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욕실에서 나체 상태로 있는 성혜인은 고통을 참고 팔을 뻗어 떨어진 샴푸 통을 주우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줍지 못했다.그때, 밖에 있던 반승제가 욕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문을 벌컥 열어 들어왔다. 자욱한 물안개 속에 있었지만 유달리 하얀 피부를 갖고 있는 성혜인이였기에 퍼런 멍 자국은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반승제는 가까이 다가가 샴푸 통을 줍고는
성혜인의 소리에 반승제는 힘을 풀고 두피 마사지를 해주었다.거품이 눈에 들어갈까 봐 그녀가 두 눈을 꼭 감고 있으니 반승제도 이런 점을 고려했는지 성혜인의 몸을 당겨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그러자 성혜인도 안심하고 머리를 천천히 뒤로 젖히고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나 이게 웬걸, 앞에는 반승제가 발가벗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고 둘 중 한 명이라도 시선을 피할 줄 알았으나, 어느 누구도 피하지 않은 채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이윽고 뜨거운 물이 머리에 닿으니 성혜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반승제는 그녀의 머리를 다 감겨주고 난 뒤 샤워까지 시켜주었다.그렇게 반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반승제는 타올로 성혜인의 몸을 감아 안고는 소파로 향했다.“씻고 와서 약발라 줄게.”“네.”20분 후, 반승제는 아래층으로 가서 약을 갖고 와 그녀의 어깨에 발라줬다.“조금 아플 거야.”사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욕실에서 나올 때부터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설레었다. 물방울은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왔고 잠옷은 단추를 잠그지 않아 단단한 근육이 훤히 보이는 것이 남성미가 넘쳐나 보였다.약이 피부에 닿을 때, 성혜인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이렇게 꾹꾹 눌러줘야 약이 흡수가 잘돼서 빨리 나을 거야.”반승제가 멍든 곳을 꾹꾹 누르니 성혜인은 아파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그는 약을 발라주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긴 눈초리, 오뚝한 코, 불그스름한 입술에 반승제는 또 매혹당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타올 벗어, 등에도 온통 멍이야.”그의 말에 성혜인이 타올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자 보다 못한 반승제가 타올을 휙 벗기고는 그녀를 소파에 엎드리게 하였다.“반승제!”“움직이지 마.”그는 차가운 손으로 성혜인의 등에 약을 바르고 꾹꾹 눌렀다.소파에 엎드려 있던 성혜인은 통증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등을 누르던 반승제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로 내려갔다. 그러나 하필 거기가
공지민이 눈을 떴을 때 천장이 보였는데 연승혁이 말한 대로 안전해진 것 같았다.그녀는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연승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공지민은 침대에서 내려와 방문을 열었다. 밖에 서 있던 연승혁의 부하들은 그녀가 나오는 걸 보고 격정스런 눈빛을 지었다. “공지민 씨, 괜찮으신가요?”공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에 살짝 미소를 지었다.“오빠는요?”“형님은 아직 의식이 없으십니다.” “오빠 보러 가고 싶어요.”그때 그녀는 일부러 미친 척하며 그를 몇 번 밀쳤고 기억에 의하면 그를 불더미 속에 밀어 넣었다. 그의 등은 아마 화상을 입었을 것이다.하지만 연승혁은 정말 강한 사람이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녀를 안고 탈출할 수 있었으며 그녀가 다치지 않도록 잘 보호했다.공지민은 감동하기보다는 오히려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원래는 그와 함께 그곳에서 같이 죽을 생각이었지만 두 사람 모두 무사히 살아남았다.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연승혁이 있는 방으로 향했다.연승혁은 병상에 누워 있었고 의사가 그의 상처를 살펴보고 있었다.섬의 의료 수준은 제원에 미치지 못했다. 연승혁은 등 부상으로 인해 이미 이틀째 의식을 찾지 못했고 의사는 감염을 우려하며 그의 곁을 이틀 동안 지키고 있었다. 공지민의 눈빛에 조롱의 기색이 스쳤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왜 이 사람은 타 죽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녀는 곧 눈가가 붉어진 채 천천히 병상 옆에 앉았다.“오빠는 괜찮아졌나요?”의사는 그녀를 보며 공손하게 답했다. “위험한 고비는 넘겼습니다. 이제 깨어나기만 기다리면 됩니다.”공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연승혁의 손을 잡았고 그대로 병상 옆에 앉아 떠나지 않았다.의사는 곧 방을 떠났고 방 안에는 연승혁과 공지민 두 사람만 남았다.공지민은 주위를 살펴보았지만 이 방에는 카메라가 없었다. 그녀는 옆에 있는 베개를 가져다 이 남자를 질식시켜 죽일 생각도 했다. 그러면 모든 게 끝날 테니까. 그녀가 그렇게 하려던 찰나
남자는 이미 죽고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 연승혁은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곧바로 옆에 있는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옆에 있던 부하들에게 짧게 말했다. “정리해. 난 먼저 간다.” 호텔 쪽에는 이미 그의 부하들을 배치해 두었으니 원래라면 아무 문제도 생기지 않아야 했다. 하지만 방금 그 남자의 말이 자꾸 마음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결국 직접 돌아가 확인해야만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승혁은 자신이 공지민에게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것이 정상적이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다. 더 이상 이걸 단순한 게임으로만 여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렸다. 만약 공지민이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다면 자신이 어떻게 될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 그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원래는 30분은 걸려야 할 거리였지만 그는 10여 분 만에 도착했다. 그가 머물던 호텔은 이미 짙은 연기로 뒤덮여 있었다. 그의 표정은 순식간에 굳어졌고 서둘러 앞으로 나가 자신의 부하를 붙잡고 물었다. “공지민 어디 있어!” “형님, 공지민 씨는 아직 나오지 않으셨습니다. 방 안에서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연승혁의 눈빛은 얼음처럼 차가워졌다. 바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불길은 이미 너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고 섬의 소방은 아직 빠르지 않아 불은 이미 1층에서부터 꼭대기까지 번져 있었다. 지금 들어가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연승혁은 이성적으로 생각하며 밖에서 소식을 기다려야 한다고 여겼다. 어쩌면 공지민이 운 좋게 스스로 탈출했을지도 모르니까. 하지만 그는 더 이상 이성을 차릴 수 없었다. 곧바로 옆에 있던 사람들을 밀쳐내고 불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자신이 자던 방으로 들어갔다. “공지민! 공지민!” 그는 큰 소리로 외쳤고 곧 방 한구석에서 공지민의 희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짙은 연기에 눈을 뜰 수 없었던 연승혁은 최대한 몸을 낮추며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려갔다. 공지민은 방구석에 웅
연승혁은 즉시 공지민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넌 이 방에 가만히 있어. 내가 가서 그 사람을 처리하고 나서 나랑 같이 제국으로 돌아가자.”공지민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오빠가 위험하진 않겠죠?”“걱정하지 마. 금방 돌아올 테니까 한잠 푹 자고 있어.”연승혁이 묵고 있는 호텔은 이 섬에서 가장 큰 호텔로 매우 호화로운 데다가 그의 부하들도 지키고 있기 때문에 공지민은 안전했다.공지민은 서서 그가 떠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연승혁은 겨우 몇 걸음을 걸었을 뿐인데 이상하게 매우 불안했고 심지어 공지민이 그와 함께 움직이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와 함께하는 건 결코 안전하지 않았고 그 사람이 혹시나 손에 총이 있다면 공지민은 위험할 수 있었다.그는 신이 아니었고 공지민을 100%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했으며 약간의 과실로 그녀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그는 감히 모험할 수 없었고 그녀를 호텔에 남겨 둘 수밖에 없었다.연승혁은 차에 올라탔고 차는 30분 동안 달리다가 암초가 있는 곳에 멈췄다.근처의 암초는 크고 새까맣기 때문에 숨어 있기에 좋은 장소였다.연승혁은 옆에 있는 부하한테 물었다.“여기에 있는 게 확실해?”“네. 확실해요. 저희 쪽 사람들이 지금 수색하고 있어요. 늦어도 30분이면 결과가 나올 거예요.”연승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보헤미안 스타일의 소매를 입고 있었는데 평소의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고 휴가를 온 것 같았다.멀지 않은 곳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아마도 양측이 싸우고 있는 것 같았다.연승혁은 눈썹을 치켜올리고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이제 그 사람은 도망칠 수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부하들은 온몸이 새까만 남자를 붙들고 걸어왔다.어쩐지 이 남자가 그렇게 오랫동안 숨어 있더라니 그의 몸에는 검은 물감이 칠해져 있었고 마치 암초와 융합된 것처럼 보였으며 사람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연승혁은 담배에 불을 붙였고 밤바다 바람에 그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그는 심호흡한 뒤 그 남자
연승혁은 한동안 그녀와 꽁냥꽁냥하다가 해변의 경치를 구경하러 가자고 말하며 그녀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공지민은 바다를 극도로 두려워했다. 구은우가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후 그녀는 평생 악몽 속에서 살았다.그녀는 고요한 바다를 바라보며 가슴이 격하게 오르내리기 시작했지만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연승혁은 이상함을 눈치채지 못한 채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모래 위를 걸었다.“지민아, 어때? 여기 달이 특별히 예쁜 것 같지 않아?”공지민은 얼굴에 순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예뻐요. 이렇게 예쁜 달은 처음 봐요.”연승혁의 입꼬리는 올라갔고 그녀를 품에 안은 채 말없이 서 있었다.그는 정말로 여기의 달이 예쁘다고 생각했지만 여자와 함께 경치를 보면서 느낀 감정은 뭔가 더 특별했고 전에 한 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이었다.공지민은 내내 연승혁한테 맞춰줬고 그가 바닷물을 만지고 싶다고 해서 그녀도 따라나섰다.바닷물에 발을 담그면서 연승혁이 물었다.“이런 해변을 보고 있으면 뭔가 떠오르는 게 있어?”공지민의 눈에는 의문으로 가득 찼고 그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연승혁은 구은우에 관해 얘기하고 싶었다. 그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공지민은 그때 구은우를 매우 사랑했고 그들이 서로를 가장 열정적으로 사랑할 때 구은우가 사망했는데 그녀가 그를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이상우가 최면술을 사용했음에 불구하고 연승혁은 그녀가 갑자기 기억해 낼까 봐서 걱정이었다.하지만 공지민의 눈에는 아무런 감정도 없었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모르는 듯했다.연승혁은 안도감을 느꼈고 그녀를 품에 안았다.“기억 안 나면 됐어. 손 줘봐. 우리 여기 좀 둘러보다가 돌아가자.”공지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오빠가 잡으려는 그 사람은요?” “아마 일주일 안에 잡힐 거야. 이 섬이 제국만큼 크지는 않지만 숨을 수 있는 동굴이 많아. 그 사람이 이곳에 들어온 후 바로 숨어버렸어. 그래서 내 부하들이 그를 찾아내려면 구석구석을 돌아다녀야 해.”그들이 며
공지민은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저 연승혁한테 기대어 있기만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누군가가 그녀를 들어 올려 따뜻한 침대에 눕혔다.이곳은 작은 섬으로 보였고 원주민들도 꽤 많아서 야시장은 매우 북적거렸다.공지민은 안겨서 이동하는 동안 많은 노점상들의 외침 소리를 들었다.또 30분이 지났을 때 음식의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연승혁은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왜 이렇게 많이 자는 거야? 너 하루 종일 잠만 잤어. 얼른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어. 이따가 야시장 구경하러 가보자.”“사람 잡으러 왔다면서 야시장을 구경할 기분은 나요?”“그 사람이 지금 이 원주민들 사이에 있어.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거야. 이곳의 출입구는 이미 부하들이 지키고 있어서 그 사람이 함정에 빠뜨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공지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기울여 그의 뺨에 뽀뽀했다.“역시 오빠는 대단해요.” 연승혁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는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듯했다.“네 약혼자가 될 수 있는 걸 봐서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그러고 보니 네가 보는 눈이 있네.”“그럼요. 내가 안목이 높긴 하죠.” 그녀의 말을 들은 연승혁은 기분이 더 좋아졌고 그녀를 품에 껴안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야시장에서 파는 것들인데 먹고 싶은 게 있나 봐봐.”연승혁은 많은 음식을 사 왔고 그녀는 확실히 배가 고파서 그의 품에 안겨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연승혁은 여자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전부다 네 거니까 천천히 먹어.” “오빠가 뺏어 먹을까 봐 그러죠.”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는 연승혁의 눈이 깊어졌다.공지민은 눈치채지 못한 듯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다.“야시장 구경하러 간다면서요? 얼른 가요. 나도 너무 구경하고 싶고 이곳의 풍습이 궁금해요. 여기 국내는 아니겠죠?”연승혁은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이전에는 연승혁의 주변에 여자가 별로 없었고 오직 원아정 한 명뿐이었다. 원아정과는 단순히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던 거라서 그녀와의 경험은 그저 상쾌함만 느껴졌고 내면의 만족감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공지민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달랐다.연승혁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피부를 만지기 시작했고 무기력하게 기대어 있는 공지민이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연승혁은 힘겹게 시선을 돌렸다.그는 공지민이 다 씻은 후 옆에 있던 타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침대에 누운 공지민은 곧 잠이 들 것 같았지만 연승혁은 욕구를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무해한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고 그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연승혁이 손끝으로 그녀의 허리에서 가슴까지 쓰다듬을 때 공지민은 가끔 눈을 떠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연승혁은 더욱 불타올랐지만 그녀가 현재 아픈 상태라는 걸 잊지 않았다.연승혁은 몸을 숙여 그녀의 목에 흔적을 남겼고 공지민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낸 후 그한테 물었다.“오빠, 우리 정말 약혼한 사이에요?”그녀의 질문에 연승혁은 순간 몸이 굳었다.공지민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냥 우리 둘 사이가 너무 순수해 보여서요.”연승혁이 그녀의 목을 힘껏 깨물자 공지민은 너무 아파서 소리 질렀다.연승혁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순수해 보여? 오늘 밤, 네 몸 전체에 흔적을 남겨줄게.”공지민의 볼이 빨개졌고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연승혁은 그냥 말해본 거였는데 그녀의 반응을 보니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그가 그녀의 몸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자 공지민은 허리를 굽힌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연승혁이 그녀의 몸에 키스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많은 비도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고 자신이 지금의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면 벌을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흔적을 하나하나 남길 적마다 그의 이성은 사라졌고 오늘 밤만은 그녀
공지민의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곳은 온시환이 차를 세워둔 위치였다.오후부터 그녀는 강한 시선이 느껴졌고 신기하게도 그녀는 그 시선의 주인이 온시환이라는 걸 알았다. 온시환은 열 몇 시간 동안 은밀한 곳에 숨은 채 그녀의 곁을 지켰다.공지민은 연승혁를 향해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연승혁은 그녀를 안아 들고 곧장 차로 돌아간 후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그녀의 몸에 덮어줬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그는 공지민을 안고 안방으로 데려갔다.공지민은 악몽을 꾸는 듯 이마에 땀이 맺힌 채 계속 뭔가를 중얼거렸다.“가지 마요.”“날 괴롭히지 마요.”그런 공지민의 얼굴을 바라보는 연승혁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는 옆에 있던 휴지를 뽑아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중간에 공지민이 눈을 떴지만 그가 돌아온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시 눈을 감았다.도우미가 몸보신하는 죽을 들고 오면서 물었다.“도련님, 제가 지민 씨 먹여드릴까요?”연승혁은 손을 들어 죽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제가 할게요.”도우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연승혁은 공지민을 일으켜 세우고 흔들어 깨웠다.“지민아, 얼른 일어나서 이거 좀 먹어. 너 지금 열도 나고 저녁에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공지민은 어렴풋이 눈을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오빠 돌아왔네요.”연승혁은 고개를 기울여 그녀한테 입을 맞추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슬프게 우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겠어?”공지민은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말했다.“역시 오빠밖에 없어요. 근데 또다시 나갈 건가요?”연승혁은 늦어도 날이 밝은 후 일 보러 다시 나가봐야 했다. 하지만 공지민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고 혹시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그렇다고 이상우를 불러 공지민의 기억을 되돌리고 온시환 곁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걸 생각만 해도 연승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그녀한테 죽을 먹여준 다음 옆에 있던 휴지로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염정아는
염정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공지민은 그녀의 표정을 통해 그녀가 그다지 나오고 싶어 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회가 끝나갈 무렵 염정아는 갑자기 공지민한테 다가가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지민 언니, 나는 내가 그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공지민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눈이 따가워졌다.염정아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경찰을 따라 다시 들어갔다.홀로 남은 공지민은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웠고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가 그녀의 심장을 갉아 먹는듯한 느낌이었다. 경찰서 문 앞까지 나온 그녀는 속이 울렁거려서 토하고 싶었지만 나오는 건 위액뿐이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복수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망설이기 시작했다.마침 연승혁의 전화가 걸려 와 그녀의 위치를 물었다.공지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있었고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연승혁은 드디어 도망간 사람에 관한 단서를 얻게 되어 그 사람을 잡으러 가는 중이었는데 공지민이 걱정되고 마음에 걸려 전화를 한 거였다.“나 지금 경찰서에요. 내 친구가 사람을 죽였어요. 오빠, 나 걔랑 있었던 일이 기억났어요. 고등학교 때 우린 둘 다 괴롭힘을 당했었어요. 근데 우리를 괴롭힌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안 나요.”연승혁은 그녀들을 괴롭힌 사람이 이미 죽은 원아정이란 걸 알고 있었다.그가 목을 가다듬고 그녀를 위로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공지민이 울기 시작했다.“오빠, 보고 싶어요.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예요? 너무 보고 싶어요. 나 지금 심장이 너무 아파서 숨이 멎을 것 같아요.”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자 연승혁의 심장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이미 헬리콥터에 올라탔고 원래는 도망친 그 사람을 잡으러 가야 했지만 그녀가 걱정되어 조종사한테 목적지를 바꾸라고 말했다.“우린 먼저 제국으로 돌아가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추적하라고 해.”조종사는 조금 놀랐다. 보스가 도망친 그 사람을 잡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고 이제 겨우 단서를 얻었는데 제국으로 돌아간다
경찰서에서 나온 온시환은 마침내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사실 그는 공지민을 다시 찾아가 그녀한테 복수를 그만두라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복수에 집착했다가 염정아와 염정아 동생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공지민이 건드린 건 연씨 가문이기에 그녀의 미래 운명은 염정아보다 훨씬 더 비참할 것이었다.온시환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너무 오랫동안 경찰서 앞에 서 있다 보니 허벅지가 마비될 정도였다.과거의 그는 상류층에 속해 있어서 인간성의 복잡성과 인정의 차고 따뜻함을 깊이 느낀 적이 없었다. 염정아의 일을 통해 그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꼭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고 당사자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다.다만 온시환은 이제 정말 지쳤고 그는 그저 공지민이랑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고 오랫동안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공지민도 TV 뉴스를 통해 교통사고가 난 사람이 염정아의 동생이란 걸 알았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웠고 염정아의 동생이 왜 제국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서둘러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바람 쐬러 나가겠다고 전했다.연승혁은 그녀가 나가면 온시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봐 걱정됐고 그로 인해 지금 진행 중인 게임도 끝나버려서 그한테 불리할까 봐 단박에 거절했다.하지만 몇 시간 후 공지민은 울먹이면서 또다시 연승혁한테 전화를 걸었다.“고등학교 때 친구가 방금 뉴스에 나왔어요. 기억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아요. 흑흑, 걔가 사람을 죽였대요. 오빠, 걔 만나러 가야 돼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걔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염정아의 동생이 죽은 다음 염정아가 원아정을 죽인 걸 봐서 염정아 동생의 죽음이 원아정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고 염정아가 원아정한테 복수하려고 그녀를 죽였을 가능성이 높았다.공지민의 울음소리를 들은 연승혁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바로 동의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서 오늘의 뉴스를 조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