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성혜인은 오늘 한 감독과 만나기로 했다. 본심은 그가 S.M과 계약을 체결하게 하기 위해서 였다.그렇게 성혜인은 그 감독과 점심약속을 잡았지만 장하리와 함께 지하주차장에 가서 앉자마자 창문이 박살났다.장하리는 도와달라고 외치려 했다. 하지만 누군가 그녀의 목을 가격해 결국 쓰러지고 말았다.뒤에 앉아있던 성혜인이 내려보려고 했지만 때는 차가 완전히 잠겨버렸기에 때는 이미 늦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운전석에 앉은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는 백현문이었다.그는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으며 직접 차를 몰고 나갔다. 속도는 주위의 경물조차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게다가 창문은 이미 깨져린 탓에 바람이 세게 불어 성혜인은 머리카락이 계속 앞을 막아 눈을 뜰 수가 없었다.이윽고 자동차는 고속도로 구간에 도착하자 더욱 속도를 냈고 연달아 고속도로에서 많은 차들을 추월했다.성혜인이 아무리 뭐라 말해봤자 상대방은 잘 듣지 못하는 듯 싶었다.그렇게 그녀가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핸드폰을 찾으려고 하는데, 순간 차가 급커브를 돌아 결국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그러다 몇 초 후 급제동이 걸렸다.이런 운전 방식은 매우 위험하고 성혜인은 하마터면 앞에 부딪힐 뻔했다.그녀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안전벨트를 매려고 더듬거렸다. 하지만 그때 또 백현문이 급하게 속도를 올렸다.또 10km쯤 되는 거리를 쭉 속도를 낸 채 가다가, 그는 브레이크를 밟았다.얼마 뒤 그에게 끌려 차에서 내리게 된 성혜인은 결국 참지 못하고 옆에 쭈그리고 앉아 토했다.그러나 그녀는 아침 내내 그 감독과 어떻게 계약할 것인가를 의논하느라 바빠서 밥을 먹을 시간도 없었고, 때문에 뱉은 것은 노란 물뿐이었다.정상적인 성혜인의 스케줄 대로라면, 지금 그녀는 감독과 앉아서 밥을 먹어야 했다. 그런데 백현문에게 잡힐 거라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그의 손에는 총 한 자루가 들려 있었고, 차는 이렇게 한참을 돌아 다시 강변으로 돌아왔다.강 위에는 여전히 누군가가 유해은의 시체를 수색하고 있었
장하리는 그 자리에 서서 한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렇게 몇 분 동안 서 있는데, 곧 그 여자가 또 도시락을 들고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장하리의 쪽으로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설인아는 안내 데스크로 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승제 오빠 오늘 회사에 없어요?”“대표님은 오늘 접대하셔야 할 귀빈이 있으십니다.”설인아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장하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어? 성혜인 씨 비서 아니야?”그녀는 일찍이 성혜인의 자료를 조사한 적이 있었기에 성혜인의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하물며 이 장하리라는 사람이 성혜인의 오른팔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장하리는 그 말에 순간 반응했다.‘설씨 가문 작은 딸이었구나. 최근 반 대표님 교제 상대라고 소문이 자자한...’곧이어 장하리가 밖으로 나가려는 데, 뒤에서 설인아의 말소리가 들렸다.“지금 승제 여보랑 연락이 안 되니까 성혜인 씨가 그쪽을 보내서 승제 여보 괴롭히라고 시킨 거예요? 그래도 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비천할 수 있어요? 승제 여보는 그 여자랑 그 어떤 것도 엮이고 싶지 않아 하는데, 왜 아직도 단념하지 않는지 원...”장하리는 한쪽으로 늘어뜨린 손끝을 천천히 움켜쥐었다. 설인아의 순진한 말투를 듣고 있으면 더욱 화가 치밀어 올라서 말이다.그녀는 이를 꽉 악물었다.그러자 설인아가 이때 다가와 큰 눈을 깜박거렸다.“제가 진작에 성혜인 씨 본인한테 말한 것 같은데... 성혜인 씨는 이미 승제 여보한테 아웃당했으니 다시는 여기에 찾아오지 마세요.”“설인아 씨, 여기는 반 대표님 회사이지 설씨 가문의 것이 아닙니다. 제가 여기에 오는 건 설인아 씨의 허락이 필요 없다는 말이지요.”그 말에 설인아가 피식 웃으며 장하리를 아래 위로 훑어보았다.“성혜인 씨가 당신을 비서로 택한 이유를 알겠네요. 역시 똑같이 이가 날카로우신데, 애석하게도 다 능력이 없어서... 꼭대기 층에도 못 올라가면서 여기서 무슨 저한테 설교질 할 자격이 있는 건지... 참.”
감독은 반승제가 자진해서 그에게 말을 걸어오리라 생각지 못해 어찌할 바를 몰랐다.이윽고 반승제는 얼굴을 찡그리며 핸드폰을 꺼내 성혜인을 블랙리스트에서 끌어내더니 “S.M과 계약을 체결하자 하던가요?”라고 물었다.“네, 이미 성 사장님과 얘기도 다 끝났고 계약서 준비도 끝났습니다.”이번에는 반승제가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성혜인은 요즘 매우 바삐 보내고 있었다. 듣자니 야근도 한밤중까지 자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은 그녀와 도송애가 “싸우는” 중요한 시기이다. 때문에 성혜인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는 한, 그녀는 연락 두절일 리가 없었다.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하자 반승제는 곧장 밖으로 나갔지만,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 감독에게 한 마디 신신당부하였다.“무슨 일이 생겼나 봅니다. 누군가에게 쫓기고 있거나 해서 전화를 받지 않나 봐요. 나중에 다시 얘기해보세요.”그 말인즉슨, 이번 성혜인의 처사는 마음에 두지 말라는 의미였다.감독이 감히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앞에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반승제인데. 조금 전 그 몇 명의 최고 제작자들 역시 그의 손에서 어떠한 이득을 얻지 못했다.“알겠습니다, 반 대표님. 제가 다음에 성 사장님과 잘 얘기해보면 됩니다.”그런 다음, 반승제는 곧장 차를 몰고 성혜인의 회사로 향했다.한서진은 그가 온 것을 보고 조금 의외라 생각되었다.“혜인이는요?”“사장님은 점심에 한 감독님과 약속이 있어서 그곳에 가셨습니다. 이제 곧 돌아오실 거에요.”“혜인이는 감독을 만나러 가지 않았습니다. 저한테 장하리 씨 전화번호 알려주세요.”한서진은 곧바로 장하리의 번호를 그에게 알려주었다.그 시각, 장하리는 포레스트에 거의 다 도착할 즈음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핸드폰이 울리는 것을 듣고 바로 들었다.“여보세요.”“저 반승제입니다. 혜인이는요?”그의 목소리를 듣자, 장하리는 갑자기 안도감을 느껴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성혜인이 너무나도 걱정되었다.“흑흑,
성혜인은 눈을 감고 얼마 정도 버틴 뒤에 유해은의 행적을 알려줄까 생각하고 있었다.모래가 가슴까지 올라왔을 때, 그녀는 잔뜩 눌려있어 숨쉬기조차 어려웠다.백현문은 구덩이 옆에 서서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사실을 말하면 풀어줄 거야.”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누군가 세게 백현문의 등을 차버렸다.그 바람에 백현문은 하마터면 개똥에 넘어질 뻔하였다.‘누가 대체 감히 나한테 이런 짓을...’그가 고개를 돌리자 반승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 보였다.이윽고 반승제는 백현문에게로 걸어와 주먹을 휘둘렀다.“이 X발!”백현문은 눈을 가린 채 욕설을 퍼부었고 가슴이 터질 정도로 화가 나 그 역시 맞받아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을 쥔 반승제의 손이 떨렸고, 눈동자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는 잔뜩 쉰 목소리로 외쳤다.“성혜인! 괜찮아?!”그녀는 깊이가 2m 남짓인 구덩이에 묻혀 전혀 위의 상황을 볼 수 없었지만 이 소리가 반승제라는 것을 알아챘다.“저 괜찮아요!”말을 마치자 그녀는 가슴이 좀 답답함을 느꼈다.곧이어 주먹과 몸이 부딪치는 소리와 모진 욕설이 들려왔다.‘주위에 서 있는 몇몇 경호원들은 감히 도와줄 수 없을 텐데... 다들 반 대표님을 알고 있으니까...’백현문과 반승제는 모두 수단이 악랄해, 그들에게 미움을 사는 이는 그 누구라도 내일의 태양을 보지 못할 것이다!백현문은 비탈길 아래로 걷어차여 몇 바퀴나 굴러갔다.반승제의 싸움 실력은 그보다 우위에 있었고, 그렇다고 목숨을 걸고 맞섰다가는 백현문이 손해를 보는 것이 너무 많았다.얼굴에 주먹을 여러 번 맞은 후, 그는 곧장 부러진 이빨을 내뱉었다.그렇게 싸움을 반 시간 동안 지속하다가 반승제를 쫓아온 서주혁과 온시환에게 의해 중지되었다.서주혁은 곧장 반승제를 끌어안았고, 온시환은 백현문을 끌어안았다.그러나 떨어져 있어도, 두 사람은 여전히 불꽃 같은 눈빛을 내뿜고 있었다. 그 뜨거운 열기는 마치 사람을 죽일 듯했다!그러다 반승제는 서주혁에게서 한달음에 벗어나
“백현문이 이렇게 만든 거야?”말을 마친 그가 백현문을 찾아가려고 하자 성혜인은 반승제의 손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어깨 쪽에 통증이 몰려와 그럴 수 없었다.반승제는 발걸음을 멈추고 허리 굽혀 그녀를 안고는 자신의 차로 향했다.차에 도착한 뒤, 그는 뒷좌석의 가림막을 닫더니 심인우더러 운전을 하라고 지시했다.그렇게 심인우는 그 둘을 태운 차를 몰고 네이처 빌리지로 향했다.뒷좌석에서 반승제는 성혜인의 상처를 치료해주려고 그녀의 옷깃을 뜯었다. 어깨에는 커다란 멍이 들어있었다.“나한테 약 있어. 바르면 좀 따갑긴 하지만.” 반승제는 성혜인 몸에 있는 멍을 보며 말했다.그러자 성혜인은 본능적으로 뒤로 숨었고 반승제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둘 사이의 거리를 넓혔다.그렇게 둘의 분위기는 다시 어색해졌다. 얼마 안 지나 네이처 빌리지에 도착하자 반승제는 성혜인을 위해 차 문을 열어주었다.그녀의 옷깃은 이미 모두 뜯어진 상태였기에 자칫 잘못하면 속살이 훤히 내비칠 수 있어 반승제는 미리 성혜인을 위하여 잠옷을 준비해 두었다.두 사람의 몸에는 온통 흙이 묻어 있었다. 그리하여 반승제는 성혜인을 위해 욕실에 따뜻한 물을 받아놓았다.“먼저 씻고 나와서 약발라.”성혜인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뚫어져라 보고 있었다. 가슴 아래엔 누런 흙이 묻어 있고 흐트러진 옷차림과 산발이 된 그녀의 모습은 귀신을 방불케 하였다.곧이어 성혜인은 샤워기 아래에 서서 머리를 감으려고 팔을 들었다. 하지만 어깨의 부상 때문에 팔을 움직일 때마다 통증이 밀려왔다. 그러다가 그만 샴푸 통을 땅에 떨어뜨리고 말았다.욕실에서 나체 상태로 있는 성혜인은 고통을 참고 팔을 뻗어 떨어진 샴푸 통을 주우려 몇 번을 시도했지만 결국 줍지 못했다.그때, 밖에 있던 반승제가 욕실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문을 벌컥 열어 들어왔다. 자욱한 물안개 속에 있었지만 유달리 하얀 피부를 갖고 있는 성혜인이였기에 퍼런 멍 자국은 더욱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반승제는 가까이 다가가 샴푸 통을 줍고는
성혜인의 소리에 반승제는 힘을 풀고 두피 마사지를 해주었다.거품이 눈에 들어갈까 봐 그녀가 두 눈을 꼭 감고 있으니 반승제도 이런 점을 고려했는지 성혜인의 몸을 당겨 자신에게 기대게 했다.그러자 성혜인도 안심하고 머리를 천천히 뒤로 젖히고는 감았던 눈을 떴다. 그러나 이게 웬걸, 앞에는 반승제가 발가벗은 모습으로 서 있었다!두 사람 사이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갔고 둘 중 한 명이라도 시선을 피할 줄 알았으나, 어느 누구도 피하지 않은 채 서로를 지긋이 바라보기만 했다.이윽고 뜨거운 물이 머리에 닿으니 성혜인의 얼굴은 빨갛게 달아올랐다.반승제는 그녀의 머리를 다 감겨주고 난 뒤 샤워까지 시켜주었다.그렇게 반 시간 정도가 흘렀을까, 반승제는 타올로 성혜인의 몸을 감아 안고는 소파로 향했다.“씻고 와서 약발라 줄게.”“네.”20분 후, 반승제는 아래층으로 가서 약을 갖고 와 그녀의 어깨에 발라줬다.“조금 아플 거야.”사실 성혜인은 반승제가 욕실에서 나올 때부터 그의 잘생긴 얼굴을 보고 설레었다. 물방울은 그의 얼굴을 타고 내려왔고 잠옷은 단추를 잠그지 않아 단단한 근육이 훤히 보이는 것이 남성미가 넘쳐나 보였다.약이 피부에 닿을 때, 성혜인은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이렇게 꾹꾹 눌러줘야 약이 흡수가 잘돼서 빨리 나을 거야.”반승제가 멍든 곳을 꾹꾹 누르니 성혜인은 아파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그는 약을 발라주며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긴 눈초리, 오뚝한 코, 불그스름한 입술에 반승제는 또 매혹당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타올 벗어, 등에도 온통 멍이야.”그의 말에 성혜인이 타올을 만지작거리며 망설이자 보다 못한 반승제가 타올을 휙 벗기고는 그녀를 소파에 엎드리게 하였다.“반승제!”“움직이지 마.”그는 차가운 손으로 성혜인의 등에 약을 바르고 꾹꾹 눌렀다.소파에 엎드려 있던 성혜인은 통증 때문에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등을 누르던 반승제의 손은 어느새 그녀의 허리로 내려갔다. 그러나 하필 거기가
방안의 온도는 순식간에 올라갔고 성혜인은 더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너무 고팠던 반승제는 그녀의 몸에 상처가 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관계를 맺었디.진이 빠진 성혜인이 반승제의 어깨를 밀쳤지만 그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혜인아...”반승제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고는 더 꽉 끌어안았다.이런 반승제의 모습에 성혜인은 그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이 진짜인지 아니면 자신의 착각인지 헷갈렸다.시간이 한참 흘러 새벽이 되자 그들이 뜨거운 밤도 끝이 났다.성혜인이 고개를 돌리고 입술을 꽉 깨물고 있는 모습을 본 반승제가 물었다.“왜 그래?”“다리가 아파요.”그러자 그는 그녀를 창가에 앉히고 무릎을 반쯤 꿇으며 물었다.“여기가 아파?”반승제는 그녀의 발바닥부터 주물러 주었다.10분쯤 지나자 성혜인이 물었다.“우리는 무슨 사이에요?”성혜인은 자신이 반승제가 원하면 언제든지 함께 잠자리를 가질 수 있는 유흥업소의 아가씨와 다름이 없다고 생각했다.아무런 “신분”이 없을 뿐더러 지금도 반승제와 다른 여자의 스캔들이 돌고 있다. 또 흰둥이도 다른 사람에게 보내지고 심지어 이제는 그 여자도 BH 그룹에 마음대로 드나들게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은 도대체 무슨 사이일까?반승제는 무릎을 꿇고 한참을 그녀의 다리를 주무르더니 말했다.“넌 우리가 어떤 사이였으면 좋겠어?”그의 물음에 성혜인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충분한 확신과 자신감이 있었더라면 그녀는 당당히 반승제의 여자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했겠지만 확신도 자신감도 없고 반승제에게 더 좋은 상대가 생겼으니 성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둘은 이미 이혼을 했고 결혼 한 3년 동안 반승제는 성혜인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그깟 잠자리 한 번을 가졌다고 어찌 반승제가 성혜인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그녀의 침묵을 반승제는 다르게 받아들였다.조금 전 뜨거운 사랑을 나눴음에도 불구하고 끝나고 나니 성혜인의 마음엔 아직도 배현우가 남아있는 것 같았다.지난번 성혜인이 그 남자를 만나러 가서 무슨
반승제는 앞에 놓인 서류 더미를 보면서, 어젯밤 그녀의 부드러움과 달콤함을 떠올렸다.서류를 거꾸로 들고 있음에도 인지하지 못했다.심인우도 굳이 일깨워주지 않았고, 얼마 뒤 반승제가 입을 열었다.“한 여자가 심 비서랑 관계를 맺는 것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그럼 그 여자 마음에 적어도 심 비서가 있지 않을까요?”심인우는 줄곧 일하느라 바빠 남녀 사이의 일을 겪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에 대해 알 리 만무했다.“남자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요?...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여자의 80%가 침대에서 만족을 얻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심인우는 자료를 찾아 반승제의 앞에 내놓았다.어떠한 다른 색채도 없이 이 문제를 단도직입적으로 토론하여, 반승제도 잠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그 자료를 밀어내고 앞에 있는 컴퓨터를 바라보았다.인터넷에 뜨는 실시간 검색어는 여전히 TJ 엔터를 욕하는 것뿐이었고 심지어 몇몇 임원들까지 연루되는 등 여론은 한창 정점을 달리고 있었다.반승제는 몇몇 홈페이지를 훑어보더니 컴퓨터를 껐다.서재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보다, 차라리 성혜인과 같이 자는 것이 낫다고 생각해서 말이다.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만이라도 얻는 만족은 일로서 대체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뒤이어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침실로 돌아갔다.성혜인은 너무 피곤한 탓인지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반승제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고 얼굴을 자세히 보았다.긴 속눈썹, 하얀 피부, 작고 오뚝한 코는 어떻게 보아도 마음에 들었다.그는 옆에서 누워서 성혜인을 조심스럽게 품에 안았다.그러자 성혜인은 누군가가 자신을 안았다는 것을 느끼고 머리를 비비며 몸을 뒤척였다.그렇게 그녀의 등이 반승제의 가슴에 바짝 붙게 되었다.매우 만족한 반승제는 그녀를 품에 꼭 안아주며 성혜인의 정수리에 턱을 두어 번 쓰다듬더니 잠이 들었다.점심 12시, 성혜인이 잠에서 깼다.원래도 어깨와 허리에 상처가 있어 조금만 움
공지민은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저 연승혁한테 기대어 있기만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누군가가 그녀를 들어 올려 따뜻한 침대에 눕혔다.이곳은 작은 섬으로 보였고 원주민들도 꽤 많아서 야시장은 매우 북적거렸다.공지민은 안겨서 이동하는 동안 많은 노점상들의 외침 소리를 들었다.또 30분이 지났을 때 음식의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연승혁은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왜 이렇게 많이 자는 거야? 너 하루 종일 잠만 잤어. 얼른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어. 이따가 야시장 구경하러 가보자.”“사람 잡으러 왔다면서 야시장을 구경할 기분은 나요?”“그 사람이 지금 이 원주민들 사이에 있어.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거야. 이곳의 출입구는 이미 부하들이 지키고 있어서 그 사람이 함정에 빠뜨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공지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기울여 그의 뺨에 뽀뽀했다.“역시 오빠는 대단해요.” 연승혁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는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듯했다.“네 약혼자가 될 수 있는 걸 봐서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그러고 보니 네가 보는 눈이 있네.”“그럼요. 내가 안목이 높긴 하죠.” 그녀의 말을 들은 연승혁은 기분이 더 좋아졌고 그녀를 품에 껴안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야시장에서 파는 것들인데 먹고 싶은 게 있나 봐봐.”연승혁은 많은 음식을 사 왔고 그녀는 확실히 배가 고파서 그의 품에 안겨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연승혁은 여자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전부다 네 거니까 천천히 먹어.” “오빠가 뺏어 먹을까 봐 그러죠.”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는 연승혁의 눈이 깊어졌다.공지민은 눈치채지 못한 듯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다.“야시장 구경하러 간다면서요? 얼른 가요. 나도 너무 구경하고 싶고 이곳의 풍습이 궁금해요. 여기 국내는 아니겠죠?”연승혁은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이전에는 연승혁의 주변에 여자가 별로 없었고 오직 원아정 한 명뿐이었다. 원아정과는 단순히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던 거라서 그녀와의 경험은 그저 상쾌함만 느껴졌고 내면의 만족감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공지민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달랐다.연승혁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피부를 만지기 시작했고 무기력하게 기대어 있는 공지민이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연승혁은 힘겹게 시선을 돌렸다.그는 공지민이 다 씻은 후 옆에 있던 타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침대에 누운 공지민은 곧 잠이 들 것 같았지만 연승혁은 욕구를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무해한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고 그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연승혁이 손끝으로 그녀의 허리에서 가슴까지 쓰다듬을 때 공지민은 가끔 눈을 떠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연승혁은 더욱 불타올랐지만 그녀가 현재 아픈 상태라는 걸 잊지 않았다.연승혁은 몸을 숙여 그녀의 목에 흔적을 남겼고 공지민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낸 후 그한테 물었다.“오빠, 우리 정말 약혼한 사이에요?”그녀의 질문에 연승혁은 순간 몸이 굳었다.공지민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냥 우리 둘 사이가 너무 순수해 보여서요.”연승혁이 그녀의 목을 힘껏 깨물자 공지민은 너무 아파서 소리 질렀다.연승혁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순수해 보여? 오늘 밤, 네 몸 전체에 흔적을 남겨줄게.”공지민의 볼이 빨개졌고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연승혁은 그냥 말해본 거였는데 그녀의 반응을 보니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그가 그녀의 몸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자 공지민은 허리를 굽힌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연승혁이 그녀의 몸에 키스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많은 비도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고 자신이 지금의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면 벌을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흔적을 하나하나 남길 적마다 그의 이성은 사라졌고 오늘 밤만은 그녀
공지민의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곳은 온시환이 차를 세워둔 위치였다.오후부터 그녀는 강한 시선이 느껴졌고 신기하게도 그녀는 그 시선의 주인이 온시환이라는 걸 알았다. 온시환은 열 몇 시간 동안 은밀한 곳에 숨은 채 그녀의 곁을 지켰다.공지민은 연승혁를 향해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연승혁은 그녀를 안아 들고 곧장 차로 돌아간 후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그녀의 몸에 덮어줬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그는 공지민을 안고 안방으로 데려갔다.공지민은 악몽을 꾸는 듯 이마에 땀이 맺힌 채 계속 뭔가를 중얼거렸다.“가지 마요.”“날 괴롭히지 마요.”그런 공지민의 얼굴을 바라보는 연승혁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는 옆에 있던 휴지를 뽑아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중간에 공지민이 눈을 떴지만 그가 돌아온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시 눈을 감았다.도우미가 몸보신하는 죽을 들고 오면서 물었다.“도련님, 제가 지민 씨 먹여드릴까요?”연승혁은 손을 들어 죽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제가 할게요.”도우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연승혁은 공지민을 일으켜 세우고 흔들어 깨웠다.“지민아, 얼른 일어나서 이거 좀 먹어. 너 지금 열도 나고 저녁에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공지민은 어렴풋이 눈을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오빠 돌아왔네요.”연승혁은 고개를 기울여 그녀한테 입을 맞추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슬프게 우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겠어?”공지민은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말했다.“역시 오빠밖에 없어요. 근데 또다시 나갈 건가요?”연승혁은 늦어도 날이 밝은 후 일 보러 다시 나가봐야 했다. 하지만 공지민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고 혹시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그렇다고 이상우를 불러 공지민의 기억을 되돌리고 온시환 곁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걸 생각만 해도 연승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그녀한테 죽을 먹여준 다음 옆에 있던 휴지로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염정아는
염정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공지민은 그녀의 표정을 통해 그녀가 그다지 나오고 싶어 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회가 끝나갈 무렵 염정아는 갑자기 공지민한테 다가가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지민 언니, 나는 내가 그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공지민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눈이 따가워졌다.염정아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경찰을 따라 다시 들어갔다.홀로 남은 공지민은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웠고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가 그녀의 심장을 갉아 먹는듯한 느낌이었다. 경찰서 문 앞까지 나온 그녀는 속이 울렁거려서 토하고 싶었지만 나오는 건 위액뿐이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복수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망설이기 시작했다.마침 연승혁의 전화가 걸려 와 그녀의 위치를 물었다.공지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있었고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연승혁은 드디어 도망간 사람에 관한 단서를 얻게 되어 그 사람을 잡으러 가는 중이었는데 공지민이 걱정되고 마음에 걸려 전화를 한 거였다.“나 지금 경찰서에요. 내 친구가 사람을 죽였어요. 오빠, 나 걔랑 있었던 일이 기억났어요. 고등학교 때 우린 둘 다 괴롭힘을 당했었어요. 근데 우리를 괴롭힌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안 나요.”연승혁은 그녀들을 괴롭힌 사람이 이미 죽은 원아정이란 걸 알고 있었다.그가 목을 가다듬고 그녀를 위로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공지민이 울기 시작했다.“오빠, 보고 싶어요.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예요? 너무 보고 싶어요. 나 지금 심장이 너무 아파서 숨이 멎을 것 같아요.”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자 연승혁의 심장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이미 헬리콥터에 올라탔고 원래는 도망친 그 사람을 잡으러 가야 했지만 그녀가 걱정되어 조종사한테 목적지를 바꾸라고 말했다.“우린 먼저 제국으로 돌아가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추적하라고 해.”조종사는 조금 놀랐다. 보스가 도망친 그 사람을 잡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고 이제 겨우 단서를 얻었는데 제국으로 돌아간다
경찰서에서 나온 온시환은 마침내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사실 그는 공지민을 다시 찾아가 그녀한테 복수를 그만두라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복수에 집착했다가 염정아와 염정아 동생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공지민이 건드린 건 연씨 가문이기에 그녀의 미래 운명은 염정아보다 훨씬 더 비참할 것이었다.온시환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너무 오랫동안 경찰서 앞에 서 있다 보니 허벅지가 마비될 정도였다.과거의 그는 상류층에 속해 있어서 인간성의 복잡성과 인정의 차고 따뜻함을 깊이 느낀 적이 없었다. 염정아의 일을 통해 그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꼭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고 당사자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다.다만 온시환은 이제 정말 지쳤고 그는 그저 공지민이랑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고 오랫동안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공지민도 TV 뉴스를 통해 교통사고가 난 사람이 염정아의 동생이란 걸 알았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웠고 염정아의 동생이 왜 제국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서둘러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바람 쐬러 나가겠다고 전했다.연승혁은 그녀가 나가면 온시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봐 걱정됐고 그로 인해 지금 진행 중인 게임도 끝나버려서 그한테 불리할까 봐 단박에 거절했다.하지만 몇 시간 후 공지민은 울먹이면서 또다시 연승혁한테 전화를 걸었다.“고등학교 때 친구가 방금 뉴스에 나왔어요. 기억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아요. 흑흑, 걔가 사람을 죽였대요. 오빠, 걔 만나러 가야 돼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걔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염정아의 동생이 죽은 다음 염정아가 원아정을 죽인 걸 봐서 염정아 동생의 죽음이 원아정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고 염정아가 원아정한테 복수하려고 그녀를 죽였을 가능성이 높았다.공지민의 울음소리를 들은 연승혁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바로 동의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서 오늘의 뉴스를 조사해
염정아는 주삿바늘을 뽑아버리고 병실 문을 나섰다. 밖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온시환의 사람들이었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왔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보호 받을 필요가 없었다.경호원이 그녀에게 물었다.“염정아 씨, 어디 나가시려고요?”“여기가 너무 답답해서 바람 쐬러 내려가려고요.”경호원들은 그녀를 보호하러 온 것이지 감시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염정아는 진짜 바람 쐬러 나간 게 아니라 병원에서 나온 후 바로 원아정을 찾아 나섰다.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한 증오와 원아정을 찾아내서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복수의 불꽃이 가슴속에 계속해서 타올랐다.염정아는 30분 동안 거리를 헤매다가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이 도운 건지 정말 원아정을 찾아냈다.오늘의 원아정은 더 이상 부잣집 딸의 옷차림이 아닌 수수한 옷차림에 머리는 부스스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염정아는 그녀를 너무 잘 알기에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백화점 밖에서 오고 가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원아정을 못 찾을 만했다. 자신의 체면을 그렇게 중히 여기던 원아정이 거지의 모습으로 가장 번화한 상권에 나타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염정아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다가 칼을 사 들고 원아정을 향해 걸어갔다.원아정은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감지 못했고 마음속으로는 연승혁의 부하들이 평생 자신을 찾지 못할 거라고 기뻐하고 있었다.하지만 곧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외쳤다.“원아정.”아직 반응하지 못한 원아정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자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향해 칼을 꽂았다.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주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염정아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칼을 뽑았다가 분노에 휩싸여 다시 원아정의 몸을 향해 찔렀다.원아정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언제 발각되었고 또 왜 이토록 처참하게 죽어야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고 당시 CCTV를 확인한 결과, 남성 피해자가 소형차에 치인 뒤 뒤따라오던 트럭이 남성을 깔아뭉갰고 남성이 트럭 차대에 끼어서 몇 킬로미터를 끌려가다가 트럭 뒤를 따르던 차량이 핏자국을 발견하고 계속해서 경적을 울려 트럭 운전기사를 멈추게 했다.트럭 운전기사는 너무 놀라서 머리가 멍해졌고 계속 자신이 사람을 쳤다고 여겼는데 CCTV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요 책임은 아니었지만 그도 연대 책임을 져야 했다.곧바로 누군가가 사망자의 가족한테 연락하려고 했지만 사망자의 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의 가족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경찰도 난감한 상황에 빠져 사망자의 교통사고 보도를 TV로 방송하고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 염정아는 계속해서 동생을 찾고 있었고 흐려진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두 시간 후 온시환의 부하가 마침내 소식을 전해왔는데 바로 차에 치여 사망한 남자의 가족을 찾는 뉴스 보도였다.익숙한 옷을 본 염정아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옷은 동생의 옷이었고 그녀가 사준 거였다.“어디에 있어요? 동생 만나러 가야 해요! 꼭 가야 해요!”그녀는 심한 충격에 기절할뻔했지만, 동생의 곁으로 갈 때까지 이 악물고 버텼다.시신은 병원 영안실로 옮겼는데 머리 빼고는 온전한 데 하나도 없었고 염정아는 시신을 보자마자 기절해 버렸다.온시환은 깜짝 놀라서 그녀를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다.염정아는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가 고등학교 때 괴롭힘을 당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부모님은 그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뿐이었다.그녀가 슬픔에 잠겨 울고 있을 때 바보 동생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서 막대 사탕을 건네줬다.막대 사탕은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었고 그때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불렀다.“누나.”염정아는 동생을 미워했고 항상 동생의 존재가 자신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생각
사실 원아정은 염정아를 잊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얘기를 꺼내자 그녀에 대한 기억이 조금 떠오르긴 했다.공지민이 나타나기 전에 확실히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 있긴 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염정아는 심호흡하고 말했다.“나랑 지민 언니는 동병상련의 관계일뿐이고 내 집안 사정이 어려울 때 지민 언니가 도와주고 돈도 줬어. 내가 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지민 언니가 날 데려온 거고 날 숨기려고 한 게 아니야. 난 단지 집에서 수공업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대학도 못 가고 하니 학력도 없고 인맥도 없어서 돈을 벌려면 할 수 있는 게 수공업뿐이었으니까.”원아정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염정아가 또 무슨 쓸모가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염정아의 집안은 너무 평범했고 심지어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셔서 그녀의 곁에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다섯 명의 자녀뿐이었다.원아정의 눈에는 혐오감이 감돌았고 특히 길가에 불쌍하게 웅크리고 있는 염정아의동생을 봤을 때 혐오감이 더욱 깊어졌다.하필이면 이때 염정아의 동생이 일어서면서 원아정한테 물었다.“저 언제 집에 갈 수 있죠?”그는 더 이상 제국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재미도 없고 가장 중요한 건 누나를 화나게 했으니 혹시나 누나가 평생 그를 안볼까 봐서 걱정이었다.동생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억울함이 가득했고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었다.원아정은 자신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고생했는데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자 염정아의 동생을 순순히 보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끊임없는 차량이 왔다 갔다 하는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안으로 들어가서 걸어 다니다 보면 누군가 널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몰라. 저거 봐, 차가 저렇게 많은데 너희 집 방향으로 가는 차가 당연히 있지 않겠어? 널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도 무조건 저기 있을 거야.”염정아 동생의 눈에는 순간 희망의 빛이 반짝였고 그녀의 말을
염정아는 그들의 집에서 제원까지 오려면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고 동생은 멀리 외출한 적이 없어서 표는 어디서 어떻게 사고 차는 또 어떻게 타야 되는지도 모를 텐테 그냥 애교부리며 농담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갈거닉가 그때까지 집에서 애들 잘 돌보라고. 안 그럼 나 화낼거야. 알지? 화내면 널 버릴 수도 있다는걸.”동생이 살면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염아정에게 버림받는 일이었고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아니야, 나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염정아는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말만 잘 들으면 안버릴테닉가 걱정하지 마.”“알았어. 나 누나 말 잘 들어. 진짜 잘 들을 거야.”전화를 끊은 후, 화가 치밀어 오른 원아정은 바로 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원아정은 동생을 통해 염정아를 불러내여 공지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 했지만 동생은 그렇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동생은 뺨을 맞고도 이유를 몰랐고 감히 되받아치지도 못했다.원아정은 힘들게 이 남자를 불러 제원까지 데리고 온 것만 해도 억울함에 미칠것 같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니 더 화가 치밀었다.원아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계속하여 염정아의 동생을 위협했다.“누나한테 다시 전화 걸어 꼭 나오라고 해요. 안 그러면 나도 당신 상관 안 할 거예요. 이렇게 큰 제원에서 누나한테 연락 안 하면 당신은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대로 죽어 버릴 수 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누나도 영원히 못 볼 거 아니에요.”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누나한테서 버림받는 것이 더 두려워서 더는 연락 하지 않기로 했다.원아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저절로 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정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아까 물어보지 못한 말부터 했다.“너 누구 휴대전화로 연락한 거야? 왜 번호가 틀려?”원아정은 음험하고 악독한 소리로 말했다.“염정아, 잘 들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