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혜인은 차에 앉아 잠시 생각하더니 반승제에게 메시지를 보냈다.「흰둥이 도망갔어요.」하지만 10분을 기다려도 답장이 오지 않았고 성혜인의 메시지는 바다 밑으로 가라앉은 것만 같았다.운전석에 앉아 있는 경호원의 목소리는 다급하기 그지없었다.“사모님, 흰둥이는 체격이 너무 크고 제원에서도 금지되어 있는 품종일 것입니다. 만약 누군가가 신고라도 한다면, 아마…”그 말에 성혜인은 가슴이 미어졌다. 비록 흰둥이는 겨울이와 사이가 좋지 않지만, 흰둥이가 좋고 예뻤다.흰둥이한테서 반승제의 모습이 자꾸 보였기 때문이다.한편, 흰둥이는 지금 내내 달리고 있다.설인아는 지금 차에 앉아 있는데, 마침 차창 밖으로 하얀색 그림자가 지난 것이 보였다.여자라면 흰둥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온몸이 하얀 눈처럼 빛이 날뿐더러 위풍당당하기 때문이다.본래 반승제를 만나지 못한 이유로 다소 기분이 상했고 데리러 오라고 했었는데, 흰둥이를 보자마자 눈빛이 번쩍이더니 입꼬리까지 올라갔다.“엔디, 얘 잡아가자. 애완견으로 키워야겠어.”엔디는 킬러다. 한눈에 봐도 흰둥이가 개가 아니라 화이트 킹임을 알아차리게 되었다.이러한 컬러의 늑대는 정말로 보기 드문 품종이라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아가씨, 아마 어느 명문 세가에서 뛰쳐나온 것 같습니다.”“그건 모르겠고 앞으로 애완견으로 키워야겠어. 돈이 얼마나 들든 상관없어.”엔디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사람 불러서 잡아가도록 하겠습니다.”이에 설인아의 두 눈에는 웃음이 가득했다.“참, 이렇게 위풍당당한 애완동물이라면 우리 승제 여보도 좋아할 것 같지 않아? 잡고 나서 승제 여보한테 보여주러 가야겠어. 남자라면 이런 패기가 넘치는 것을 좋아할 거야.”그 말에 엔디는 온몸이 굳어지더니 씁쓸하게 입술을 오므린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화이트 킹이 사라진 방향을 따라갔다.가장 의외인 것은 화이트 킹이 말을 잘 듣는 것이었는데, 아마 죽이려고 다가오는 것이 아님을 감지했는지, 대형차에 실어 별장으
설인아는 자기 별장으로 돌아와서 위풍당당한 흰둥이를 바라보며 기쁨에 웃음이 멈추지 않았다.“우리 승제 여보가 나한테 선물한 애완견이야. 너무 예쁘다.”“엔디, 사진 좀 찍어 줘. 엄마한테 보내주고 싶어.”엔디는 설인아와 어머니 사이의 관계가 좋은 것을 알고 있으며 금지옥엽으로 자란 것도 똑똑히 알고 있다.“아가씨, 보내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사모님께서 이 화이트 킹이 아가씨를 다치게 할 수도 있다며 걱정하실 거 같습니다.”“어머, 그러네. 엄마가 나보고 동물은 만나지 말라고 그랬어. 전에 고양이한테 할퀸 것도 엄청 속상해 하셨는데, 내가 늑대를 키운 걸 알게 되면, 당장 해외에서 날아올 지도 몰라. 됐어, 그냥 보내지 않을래. 그럼, 큰오빠한테 보내자. 근데 우리 오빠가 놀라려는 지 모르겠어.”설인아는 흰둥이 옆에 서서 포즈를 취했고 곧 사진을 전송했다.사진을 보며 입꼬리가 올라가고 있는데, 갑자기 엔디의 질문이 들려왔다.“아가씨, 정말로 성혜인 씨를 처리하실 생각이 없으십니까? 옆에 나타나니, 무척이나 거슬립니다.”소파에 누워있는 설인아의 눈빛은 순간 한껏 어두워졌다.“당연히 죽이고 싶지. 근데 산 사람이 어떻게 죽은 사람을 이길 수 있겠어. 지금 승제 여보는 아직 완전히 그 여자 신경 쓰지 않은 게 아니야. 만약 이대로 죽으면, 난 평생 그 여자 이길 수 없어. 그러니 일단 승제 여보가 그 여자가 싫어하게 만들어야 해.”“아가씨 말씀대로 하겠습니다.”“아이고, 알아. 너 나한테 잘하는 것도, 날 좋아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이에 엔디는 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채 고개를 숙이고 지시에 따르겠다는 모습을 보였다.설인아는 계속 즐거워 마지 못하며 소파에 앉았는데, 해외보다는 제원이 더욱 재미있다고 느껴졌다.지금 손에 성혜인의 관한 자료를 들고 있는데, 어떻게 하면 성혜인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뭐야?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 씨 없는 종자였어? 이런 여자는 우리 승제 여보하고 정말 진심으로 어울리지 않아
성혜인은 이 전화로 인해 잠에서 완전히 깨어났다.하지만 이미 차단 되어 있는 전화번호라 아무리 걸어도 통하지 않았다.반승제가 무슨 이유로 화를 내고 있는 건지 영문을 알 수 없었지만, 날이 밝아올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아침.성혜인은 또다시 시도해 보았는데, 여전히 차단되어 있는 상태였다.장하리는 아침 일찍 포레스트를 찾아 와 여론이 이미 최고점에 이르렀다고 했다.“사장님, 도송애 쪽에서 아직도 미친 듯이 먹물을 칠 하고 있습니다.”성혜인은 검색 순위를 열어 보았는데, 10순위 안에는 여전히 자기와 관련되어 있는 것이고 네티즌들은 아직도 욕을 쏟아붓고 있다.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도송애는 성혜인 측에서 아무런 반응이 없자, 게다가 반승제에게 새로운 애인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성혜인이 감히 반박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당장 우리 측에 모든 인원을 동원하여 성혜인을 욕하도록 합니다. 네티즌들에게 성혜인은 천한 X에 불과하는 거 알게 해야 합니다.”“도 사장님, 그러다가 성혜인 측에서 반박이라도 한다면 어떡합니까?”도송애의 얼굴에는 오만함이 가득하다.“그럴 용기가 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 반승제한테 새로운 애인도 생겼는데, 성혜인이 뭐라도 되는 것 같습니까? 밤새 숨어있잖습니까.”말을 마치고 도송애는 갑자기 얼굴에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보아하니 다들 반승제의 새 애인이 누군지 모르는 눈치인데, 해외의 설씨 가문이라도 들은 적 있습니까? 설씨 가문의 작은 공주가 제원에 왔는데, 이따가 함께 밥도 먹어야 합니다. 이미 선물은 보냈으나, 직접 나오려는 지 그건 모르겠습니다.”설씨 가문은 전세계적으로 가장 유명한 엔터테인먼트 회사이다.TJ 엔터는 국내에서만 명성이 자자하고 아직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영화를 찍은 적이 없이 반드시 설씨 가문의 배에 올라야 한다.도송애는 한쪽에 있는 가죽 의자에 앉았다.“게다가 성혜인은 반승제의 전처인데, 설씨 가문의 작은 공주가 재혼남한테 시집갈 거 같습니까? 그러니 반드시 성혜인의 명성을
전에 남자를 형용할 때는 보통 지나치게 느끼하다며 눈 뜨고 볼 수 없다고 했었다.하지만 이 동영상들 속에서 도송애는 느끼함을 최대치로 표현했고 좌우로 각각 남자 연예인을 한 명씩 안은 채 마음껏 누리는 모습을 보였다.도송애가 보이지 않은 각도에서 보면, 남자 연예인의 얼굴에는 싫음이 가득하나 사장이라는 이유로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스폰” 두 글자를 제대로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네티즌들도 순간 터지고 말았다.「도송애가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네티즌들 유도해서 성혜인 욕하게 한 거 아니야? 난 더 이상 못 보겠어. 매분 매초가 느끼하니 다들 보지 않은 게 좋을 거야.」「남자 연예인은 무슨 죄? 다들 죽으러 가는 듯한 얼굴이던데?」「애꿎은 성혜인만 욕먹고… 지금까지 성혜인이 스폰서라는 증거는 하나도 없어. 매번마다 네티즌들이 추측하고 또 정정되는데, 성혜인도 참 안 됐다.」「도송애하고 성혜인 원래 원수 사이잖아. 전에 있었던 일들 다들 잊었어? 성혜인이 SNS계정 개통한 이유도 TJ 엔터와의 실랑이 때문이잖아.」동영상에는 너무 선명하게 담겨있어 도송애가 아니라고 부정하려고 해도 안 될 노릇이다.네티즌들은 모두 도송애의 계정으로 찾아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지금 도송애는 설인아와 커피 타임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많은 사람이 연락 와서 검색순위를 바라고 했다.그래서 들어가 보았는데, 보자마자 얼굴이 굳어졌다.맞은편에 앉아 있는 설인아는 눈썹을 들썩이며 곧장 전화를 꺼냈는데, 이러한 반전을 보고 눈꺼풀이 가라앉더니 곧 웃으며 말했다.“도 사장님도 백지영과 마찬가지로 쓸모없는 것 같아요. 커피는 그만 마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앞으로 또 어떤 서프라이즈가 떠오르면 그때 다시 연락해요.”설인아의 신분으로는 누군가를 일부러 존경할 필요도 없고 하물며 도송애가 직접 찾아와서 잘 보이려고 한 것이다.만남에 응해 나온 것만으로도 이미 체면을 살려준 셈이다.도송애는 처음으로 대놓고 모욕을 당하는 것이라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라 뭐라고
반승제와의 약속을 잡으라고 한 도송애는 반승제가 성혜인을 버렸음을 100% 확신했기 때문이다.하여 거리낌 없이 이러한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이고 반승제 쪽에서 도송애의 식사 제안을 듣게 되었다.그는 휴대 전화의 메인 페이지를 훑어보았는데, 그 전에 연예계와 관련되어 있는 소식은 알림이 뜨게끔 만들어 요즘에 있었던 이슈들을 잘 알고 있다.이런 시기에 도송애로부터 식사 제안이 들어온다는 건 도움을 청하는 것임이 틀림없다.반승제는 아무런 표정도 없이 휴대 전화를 내려놓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인우가 걸어왔다.“대표님, 도 사장님께서 오늘 저녁에 한 번 만났으면 한다고 연락이 왔었습니다.”“만나지 않겠다고 해요.”“도 사장님께서 앞으로 모든 합작 프로젝트의 이익을 모두 저희에게 넘기겠다고 하셨습니다.”“심 비서, 도송애가 여자 연예인을 강제로 술자리로 끌고 간 내용도 퍼뜨려요.”현재 온라인상에서는 남자 연예인이 전부이고 도송애 본인이 스폰한 남자 연예인이며 아직 여자 연예인은 파급되지 않았다.만약 여자 연예인도 파급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도송애는 평생 일어날 수 없을 것이다.“네.”심인우는 즉시 전화를 걸어 지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하여 도송애가 여러 핫한 여자 연예인을 강제로 술자리에 끌고 간 것도 화제의 중심에 올랐고 여자 연예인 중에는 성격이 강렬한 이들도 있었다.이슈에 오른 틈을 타서 자기는 이미 TJ 엔터와 계약을 해제할 것이며 가장 좋은 변호사도 구했다고 했다.TJ 엔터는 업계에서도 명망이 높아 변호사들은 많은 이들에게 미움을 사지 않기 위해 보통 사건을 받지 않는다.도송애의 인품은 별로이나 인맥은 확실히 무척이나 넓다.하나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시에는 변호사 사무실 전체가 부도날 수도 있다.그러나 이 여자 연예인이 찾은 변호사는 BH 그룹 투자 변호 사무소의 변호사들이며 BH 그룹 법무부의 변호사들은 모두 이 사무소에서 뽑은 것이다.여자 연예인이 실명으로 제보함에 따라 도송애는 벼랑 끝에 서게 되었다.여자
모두가 도송애를 욕하고 있을 때, TJ 엔터에서는 도송애가 이미 사장 자리에서 사임했음을 알렸다.하지만 자기 스타를 옹호하는 팬들은 이러한 행위에 만족하지 않았다.「도송애 감옥으로 가! 우린 관련 부문에서 이 일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원한다! 우린 사실을 원하고 죄인은 마땅한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전에 TJ 엔터와 S.M 사이에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TJ 엔터에서 돈 써서 빠져나가는 거 아니야? 성혜인의 온라인의 일을 퍼뜨리고 나서야 회사 쪽의 작품들도 심사에 통과한 거잖아. TJ 엔터는 뿌리부터 썩어있는 회사야.」「사직했다고 해서 죄가 사라져? 강제로 웃음 팔고 술이나 먹어야 했던 연예인들은 인간도 아니야? 그리고 절대 술로 끝났을 리가 없어. TJ 엔터 내부 부패를 철저하게 조사할 것을 바란다! 아니면 이로써 국민들의 화가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온라인의 여론은 여전히 떠들썩하고 TJ 엔터는 도송애가 사임한다고 하고 나서 별 다른 말이 없었다.이 일에 연루된 남녀 연예인 중에서 총 3명이 감히 나서서 말을 할 수 있었고 다들 자기 계정에서 고위층과 어떻게 시간을 보냈는지 세부적이게 서술했는데, 이로써 여론은 더욱 끓어 넘쳤다.성혜인은 줄곧 온라인의 여론을 관찰하고 있었으며 회사 전체가 감찰하고 있는데, TJ 엔터에서 또 다른 꼼수가 있을 수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웠다.하지만 온 오후가 흘러가고 저녁 7시가 되어서도 이 정도 여론이라면 조사하고도 남을 것인데, 그 어느 부문에서도 나서서 조사하지 않았다.이에 성혜인은 눈살을 찌푸리며 도송애가 또 다른 인맥을 쓴 건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했는데, 찾을 만한 사람이 누군지 또 궁금했다.이런 저런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휴대 전화가 울렸는데 도송애로부터 메시지가 왔다.「성혜인, 이번 일 네가 뒤에서 수작 부린 거 맞지? 그 폭로 계정도 너희 회사에서 만들어 낸 거 아니야? 허허, 난 이미 반 대표님에게 도움을 청했어. 반씨 가문에서 검찰 쪽에 인맥이 있으니 만약 우리 회사
전에 성혜인이 자기 형수라는 것을 몰랐을 때, 임경헌은 성혜인에 대해 마냥 의혹스럽기만했다.아무런 감정도 없이 대다수 사람들처럼 왜 저런 여자가 반씨 가문으로 들어온 것인지 생각이 들었었다.하지만 알고 나서 보니 페니는 그림 실력이 막강할 뿐더러 실내 인테리어 디자인에서도 명성이 자자하며 지금 경영하고 있는 회사도 잘 되고 있다.이런 여자만이 자기 사촌 형인 반승제에게 어울린다고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설씨 가문의 작은 공주는 배경이 대단하나 온실의 화초와 같은 사람보다는 가시밭을 걸어오며 꽃을 활짝 치운 성혜인이 더욱 대단하다.만약 성혜인도 설인아와 같은 집안 배경이 있었다면, 더더욱 큰 성과를 이뤄냈을 것이다.만약 설인아가 성혜인과 같은 출세라면 설인아는 그저 일반인으로 살게 될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임경헌이 반한 성혜인의 “잘난 점”이다.임경헌의 지지에 대해 성혜인은 감동했고 그때 네이처 빌리지의 일고 그가 도와준 것이다.“경헌 도련님, 감정상의 일은 제3자가 끼어들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반 대표님도 이미 생각이 통하면서 자기 신분과 맞는 사람을 만나고 싶게 됐을 지도 모릅니다.”“도련님이라고 하지 말고 그냥 임경헌이라고 불러 주세요. 전 일단 우리 형 태도부터 보러 가야겠어요.”말을 마치고 임경헌은 전화를 끊었다.임경헌은 성격이 불과 같아 지금 반씨 가문 전체 모든 사람들 중에서도 그만이 반승제 옆에서 입을 열 수 있다.반승제를 찾으러 가려고 하자, 이제 막 내려가려는 반희월이 보였다.“경헌아, 어디가?”임경헌은 이미 며칠 동안 “어머니”라는 사람과 말을 하지 않았고 지금도 아무런 말도 없이 현관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있다.그의 반응에 반희월은 순간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모두 아들을 위해 선택한 일들이었는데, 왜 이러한 국면에 이르게 되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경헌아, 너를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난 절대 반씨 가문의 전쟁에 끼어들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이러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널 보니, 난 그저 한심할
서주혁이 멀지 않은 곳에서 걸어왔는데, 표정은 엄숙하기 그지없다.“승제야, 나 경고 받았다. 앞으로 승우형에 대해서 조사하지 말라고 그랬어.”서주혁도 지금 서씨 가문의 관계를 이용하여 반승우가 연구했던 내용이 인체와 관련된 다는 것을 알게 되었었다.이는 전세계적으로 금지 되어 있으며 일단 누출이라도 된다면 모든 참여국은 국제 언론 앞에 서서 지적을 받게 될 것이다.그 누구도 이러한 결과를 책임질 수 없는 노릇이다.반승제는 컴퓨터를 바라보며 아직도 그 시구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데, 그것이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단서이다.하지만 서주혁은 컴퓨터를 꺼버렸고 자료도 모두 거둬들였다.“승우 형 쪽의 상황도 복잡해. 짧은 시간 안에 우린 아무것도 조사해낼 수 없을 거야. 최근에 승우 형과 접촉한 사람을 찾으면 좋겠지만, 우린 한 명도 찾아낼 수 없잖아.”반승제는 손에 들고 있던 자료를 내려 놓았다.“나 간다.”“지금 간다고? 설씨 가문의 그 공주는? 요즘에 맨날 도시락 배달한다고 들었어.”하지만 반승제는 이에 대답하지 않고 직접 네이처 빌리지로 돌아왔다.임경헌은 이미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해외에서 준비해 온 선물인 넥타이핀도 가져왔다.반승제는 선물을 보지 않고 팔목의 단추부터 풀면서 작은 상자에 넣고 양복 외투를 벗었다.그러고 나서야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형, 설인아하고는 사실이에요? 다들 두 사람 됐다고 하던데, 그럼, 페니 씨는요?”“걔가 그래?”여기서 걔는 성혜인이 틀림없다.“아니요. 조금 전에 페니 씨한테 전화했었는데, 뭔가 많이 슬프게 들렸어요.”“슬퍼한다고?”반승제는 믿어지지 않아 입술을 오므렸다.“BH 그룹에 자리 하나 마련해줄게. 앞으로 회사로 출근해.”그러자 임경헌은 순간 조급해 마지 못했다.“그 일로 온 거 아니에요.”“알아, 근데 너도 할 일은 있어야 할 거 잖아.”이때 임경헌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난 우리 집안의 돈으로도 여생은 편안하게 살 수 있어요. 굳이 뭘 할 필요도 없어요. 내가 찌
공지민은 다른 것에는 관심이 없어서 그저 연승혁한테 기대어 있기만 했다.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지만 밖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고 누군가가 그녀를 들어 올려 따뜻한 침대에 눕혔다.이곳은 작은 섬으로 보였고 원주민들도 꽤 많아서 야시장은 매우 북적거렸다.공지민은 안겨서 이동하는 동안 많은 노점상들의 외침 소리를 들었다.또 30분이 지났을 때 음식의 냄새가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연승혁은 그녀를 일으키며 말했다.“왜 이렇게 많이 자는 거야? 너 하루 종일 잠만 잤어. 얼른 일어나서 뭐라도 좀 먹어. 이따가 야시장 구경하러 가보자.”“사람 잡으러 왔다면서 야시장을 구경할 기분은 나요?”“그 사람이 지금 이 원주민들 사이에 있어. 멀리 도망가지 못할 거야. 이곳의 출입구는 이미 부하들이 지키고 있어서 그 사람이 함정에 빠뜨리기만을 기다리고 있으면 돼.”공지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기울여 그의 뺨에 뽀뽀했다.“역시 오빠는 대단해요.” 연승혁의 입꼬리가 올라갔고 그는 역할에 완전히 몰입한 듯했다.“네 약혼자가 될 수 있는 걸 봐서 내가 좀 대단하긴 하지. 그러고 보니 네가 보는 눈이 있네.”“그럼요. 내가 안목이 높긴 하죠.” 그녀의 말을 들은 연승혁은 기분이 더 좋아졌고 그녀를 품에 껴안은 채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이거 야시장에서 파는 것들인데 먹고 싶은 게 있나 봐봐.”연승혁은 많은 음식을 사 왔고 그녀는 확실히 배가 고파서 그의 품에 안겨 마음껏 먹기 시작했다.연승혁은 여자가 먹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행복감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 그는 손가락을 내밀어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전부다 네 거니까 천천히 먹어.” “오빠가 뺏어 먹을까 봐 그러죠.”그녀의 입술을 바라보는 연승혁의 눈이 깊어졌다.공지민은 눈치채지 못한 듯 모든 음식을 다 먹고 나서 곧장 침대에서 일어났다.“야시장 구경하러 간다면서요? 얼른 가요. 나도 너무 구경하고 싶고 이곳의 풍습이 궁금해요. 여기 국내는 아니겠죠?”연승혁은 그녀가 어린아이처럼
이전에는 연승혁의 주변에 여자가 별로 없었고 오직 원아정 한 명뿐이었다. 원아정과는 단순히 욕구를 해결하기 위해 만났던 거라서 그녀와의 경험은 그저 상쾌함만 느껴졌고 내면의 만족감은 한 번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공지민을 마주했을 때의 느낌은 달랐다.연승혁은 천천히 손을 뻗어 그녀의 피부를 만지기 시작했고 무기력하게 기대어 있는 공지민이 마치 자신을 유혹하는 것만 같았다.연승혁은 힘겹게 시선을 돌렸다.그는 공지민이 다 씻은 후 옆에 있던 타월로 그녀의 몸을 감쌌다.침대에 누운 공지민은 곧 잠이 들 것 같았지만 연승혁은 욕구를 참느라 너무 힘들었다.그는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무해한 모습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고 그의 이마에서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연승혁이 손끝으로 그녀의 허리에서 가슴까지 쓰다듬을 때 공지민은 가끔 눈을 떠 그를 쳐다보았고 그녀와 눈이 마주친 연승혁은 더욱 불타올랐지만 그녀가 현재 아픈 상태라는 걸 잊지 않았다.연승혁은 몸을 숙여 그녀의 목에 흔적을 남겼고 공지민은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낸 후 그한테 물었다.“오빠, 우리 정말 약혼한 사이에요?”그녀의 질문에 연승혁은 순간 몸이 굳었다.공지민이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냥 우리 둘 사이가 너무 순수해 보여서요.”연승혁이 그녀의 목을 힘껏 깨물자 공지민은 너무 아파서 소리 질렀다.연승혁은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순수해 보여? 오늘 밤, 네 몸 전체에 흔적을 남겨줄게.”공지민의 볼이 빨개졌고 그녀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돌렸다.연승혁은 그냥 말해본 거였는데 그녀의 반응을 보니 정말 그렇게 하고 싶었다.그가 그녀의 몸에 흔적을 남기기 시작하자 공지민은 허리를 굽힌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침대 시트를 움켜쥐었다.연승혁이 그녀의 몸에 키스하는 동안 그의 머릿속에는 많은 비도덕적인 생각들이 떠올랐고 자신이 지금의 행위를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간다면 벌을 받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의 몸에 흔적을 하나하나 남길 적마다 그의 이성은 사라졌고 오늘 밤만은 그녀
공지민의 시선은 먼 곳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곳은 온시환이 차를 세워둔 위치였다.오후부터 그녀는 강한 시선이 느껴졌고 신기하게도 그녀는 그 시선의 주인이 온시환이라는 걸 알았다. 온시환은 열 몇 시간 동안 은밀한 곳에 숨은 채 그녀의 곁을 지켰다.공지민은 연승혁를 향해 미소를 짓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연승혁은 그녀를 안아 들고 곧장 차로 돌아간 후 자신의 외투를 벗어서 그녀의 몸에 덮어줬다.별장으로 돌아온 후 그는 공지민을 안고 안방으로 데려갔다.공지민은 악몽을 꾸는 듯 이마에 땀이 맺힌 채 계속 뭔가를 중얼거렸다.“가지 마요.”“날 괴롭히지 마요.”그런 공지민의 얼굴을 바라보는 연승혁의 마음이 너무 아팠다.그는 옆에 있던 휴지를 뽑아 그녀의 이마를 닦아주었다.중간에 공지민이 눈을 떴지만 그가 돌아온 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다시 눈을 감았다.도우미가 몸보신하는 죽을 들고 오면서 물었다.“도련님, 제가 지민 씨 먹여드릴까요?”연승혁은 손을 들어 죽을 건네받으며 말했다.“제가 할게요.”도우미는 서둘러 자리를 떴다.연승혁은 공지민을 일으켜 세우고 흔들어 깨웠다.“지민아, 얼른 일어나서 이거 좀 먹어. 너 지금 열도 나고 저녁에 아무것도 안 먹었잖아.”공지민은 어렴풋이 눈을 뜨고 웃으면서 말했다.“오빠 돌아왔네요.”연승혁은 고개를 기울여 그녀한테 입을 맞추며 말했다.“네가 그렇게 슬프게 우는데 내가 어떻게 돌아오지 않을 수 있겠어?”공지민은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말했다.“역시 오빠밖에 없어요. 근데 또다시 나갈 건가요?”연승혁은 늦어도 날이 밝은 후 일 보러 다시 나가봐야 했다. 하지만 공지민의 상태가 많이 안 좋았고 혹시나 나중에 무슨 일이 생길까 봐 걱정이었다.그렇다고 이상우를 불러 공지민의 기억을 되돌리고 온시환 곁으로 보낼 수는 없었다. 그걸 생각만 해도 연승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그는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그녀한테 죽을 먹여준 다음 옆에 있던 휴지로 그녀의 입가를 닦아주었다.염정아는
염정아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공지민은 그녀의 표정을 통해 그녀가 그다지 나오고 싶어 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면회가 끝나갈 무렵 염정아는 갑자기 공지민한테 다가가서 어렵게 말을 꺼냈다.“지민 언니, 나는 내가 그 사람한테 관심이 없는 줄 알았어.”공지민은 온몸이 굳어버렸고 눈이 따가워졌다.염정아는 손을 흔들며 인사를 건네고 경찰을 따라 다시 들어갔다.홀로 남은 공지민은 몸과 마음이 너무 괴로웠고 마치 수만 마리의 개미가 그녀의 심장을 갉아 먹는듯한 느낌이었다. 경찰서 문 앞까지 나온 그녀는 속이 울렁거려서 토하고 싶었지만 나오는 건 위액뿐이었다.그녀는 심호흡하고 하늘을 올려다보며 처음으로 복수를 계속할 것인가에 대해 망설이기 시작했다.마침 연승혁의 전화가 걸려 와 그녀의 위치를 물었다.공지민의 목소리는 여전히 쉬어있었고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이 벌어지지 않았다.연승혁은 드디어 도망간 사람에 관한 단서를 얻게 되어 그 사람을 잡으러 가는 중이었는데 공지민이 걱정되고 마음에 걸려 전화를 한 거였다.“나 지금 경찰서에요. 내 친구가 사람을 죽였어요. 오빠, 나 걔랑 있었던 일이 기억났어요. 고등학교 때 우린 둘 다 괴롭힘을 당했었어요. 근데 우리를 괴롭힌 사람이 누군지 기억이 안 나요.”연승혁은 그녀들을 괴롭힌 사람이 이미 죽은 원아정이란 걸 알고 있었다.그가 목을 가다듬고 그녀를 위로하려고 입을 열기도 전에 공지민이 울기 시작했다.“오빠, 보고 싶어요. 왜 아직도 안 돌아오는 거예요? 너무 보고 싶어요. 나 지금 심장이 너무 아파서 숨이 멎을 것 같아요.”그녀의 울음소리를 듣자 연승혁의 심장도 조여오는 것 같았다. 그는 이미 헬리콥터에 올라탔고 원래는 도망친 그 사람을 잡으러 가야 했지만 그녀가 걱정되어 조종사한테 목적지를 바꾸라고 말했다.“우린 먼저 제국으로 돌아가고 다른 사람들은 계속 추적하라고 해.”조종사는 조금 놀랐다. 보스가 도망친 그 사람을 잡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고 이제 겨우 단서를 얻었는데 제국으로 돌아간다
경찰서에서 나온 온시환은 마침내 밖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사실 그는 공지민을 다시 찾아가 그녀한테 복수를 그만두라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계속 복수에 집착했다가 염정아와 염정아 동생처럼 될지도 모른다고 말해주고 싶었다.하지만 공지민이 건드린 건 연씨 가문이기에 그녀의 미래 운명은 염정아보다 훨씬 더 비참할 것이었다.온시환은 머리가 터질 것 같았고 너무 오랫동안 경찰서 앞에 서 있다 보니 허벅지가 마비될 정도였다.과거의 그는 상류층에 속해 있어서 인간성의 복잡성과 인정의 차고 따뜻함을 깊이 느낀 적이 없었다. 염정아의 일을 통해 그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꼭 설명이 필요한 건 아니고 당사자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다는 걸 느꼈다.다만 온시환은 이제 정말 지쳤고 그는 그저 공지민이랑 오랫동안 함께 하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공지민은 마음속에 너무 많은 것들을 품고 있었고 오랫동안 원한으로 가득 차 있었다.공지민도 TV 뉴스를 통해 교통사고가 난 사람이 염정아의 동생이란 걸 알았다. 그녀는 매우 걱정스러웠고 염정아의 동생이 왜 제국에 있는지 혼란스러웠다.그녀는 서둘러 연승혁에게 전화를 걸었고 바람 쐬러 나가겠다고 전했다.연승혁은 그녀가 나가면 온시환의 사람들을 만나게 될까 봐 걱정됐고 그로 인해 지금 진행 중인 게임도 끝나버려서 그한테 불리할까 봐 단박에 거절했다.하지만 몇 시간 후 공지민은 울먹이면서 또다시 연승혁한테 전화를 걸었다.“고등학교 때 친구가 방금 뉴스에 나왔어요. 기억이 조금 돌아온 것 같아요. 흑흑, 걔가 사람을 죽였대요. 오빠, 걔 만나러 가야 돼요. 저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걔가 어떻게 사람을 죽여요?”염정아의 동생이 죽은 다음 염정아가 원아정을 죽인 걸 봐서 염정아 동생의 죽음이 원아정과 관련이 있는 게 분명했고 염정아가 원아정한테 복수하려고 그녀를 죽였을 가능성이 높았다.공지민의 울음소리를 들은 연승혁은 마음이 아팠지만 그는 바로 동의하지 않고 사람을 시켜서 오늘의 뉴스를 조사해
염정아는 주삿바늘을 뽑아버리고 병실 문을 나섰다. 밖에는 두 명의 경호원이 서 있었는데 그들은 온시환의 사람들이었고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왔지만 지금의 그녀는 더 이상 보호 받을 필요가 없었다.경호원이 그녀에게 물었다.“염정아 씨, 어디 나가시려고요?”“여기가 너무 답답해서 바람 쐬러 내려가려고요.”경호원들은 그녀를 보호하러 온 것이지 감시하러 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녀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는 것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하지만 염정아는 진짜 바람 쐬러 나간 게 아니라 병원에서 나온 후 바로 원아정을 찾아 나섰다.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한 증오와 원아정을 찾아내서 무조건 대가를 치르게 하고 싶은 복수의 불꽃이 가슴속에 계속해서 타올랐다.염정아는 30분 동안 거리를 헤매다가 하늘나라에 있는 동생이 도운 건지 정말 원아정을 찾아냈다.오늘의 원아정은 더 이상 부잣집 딸의 옷차림이 아닌 수수한 옷차림에 머리는 부스스하고 지저분한 모습이었지만 염정아는 그녀를 너무 잘 알기에 한눈에 알아봤다. 그녀는 백화점 밖에서 오고 가는 화려한 옷차림의 사람들 앞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원아정을 못 찾을 만했다. 자신의 체면을 그렇게 중히 여기던 원아정이 거지의 모습으로 가장 번화한 상권에 나타날 줄은 누구도 생각지 못했다.염정아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다가 칼을 사 들고 원아정을 향해 걸어갔다.원아정은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감지 못했고 마음속으로는 연승혁의 부하들이 평생 자신을 찾지 못할 거라고 기뻐하고 있었다.하지만 곧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외쳤다.“원아정.”아직 반응하지 못한 원아정은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리려 하자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향해 칼을 꽂았다.피가 사방으로 튀면서 주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염정아는 자신의 얼굴에 묻은 피를 닦아내며 칼을 뽑았다가 분노에 휩싸여 다시 원아정의 몸을 향해 찔렀다.원아정은 죽을 때까지 자신이 언제 발각되었고 또 왜 이토록 처참하게 죽어야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도착했고 당시 CCTV를 확인한 결과, 남성 피해자가 소형차에 치인 뒤 뒤따라오던 트럭이 남성을 깔아뭉갰고 남성이 트럭 차대에 끼어서 몇 킬로미터를 끌려가다가 트럭 뒤를 따르던 차량이 핏자국을 발견하고 계속해서 경적을 울려 트럭 운전기사를 멈추게 했다.트럭 운전기사는 너무 놀라서 머리가 멍해졌고 계속 자신이 사람을 쳤다고 여겼는데 CCTV를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주요 책임은 아니었지만 그도 연대 책임을 져야 했다.곧바로 누군가가 사망자의 가족한테 연락하려고 했지만 사망자의 몸에는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그의 가족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경찰도 난감한 상황에 빠져 사망자의 교통사고 보도를 TV로 방송하고 사망자가 입고 있던 옷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같은 시각 염정아는 계속해서 동생을 찾고 있었고 흐려진 하늘을 바라보며 그녀는 안 좋은 일이 생길까 봐 불안하고 두려웠다.두 시간 후 온시환의 부하가 마침내 소식을 전해왔는데 바로 차에 치여 사망한 남자의 가족을 찾는 뉴스 보도였다.익숙한 옷을 본 염정아는 머리가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그 옷은 동생의 옷이었고 그녀가 사준 거였다.“어디에 있어요? 동생 만나러 가야 해요! 꼭 가야 해요!”그녀는 심한 충격에 기절할뻔했지만, 동생의 곁으로 갈 때까지 이 악물고 버텼다.시신은 병원 영안실로 옮겼는데 머리 빼고는 온전한 데 하나도 없었고 염정아는 시신을 보자마자 기절해 버렸다.온시환은 깜짝 놀라서 그녀를 급히 응급실로 데려갔다.염정아는 아주 긴 꿈을 꿨다. 그녀가 고등학교 때 괴롭힘을 당하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부모님은 그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말뿐이었다.그녀가 슬픔에 잠겨 울고 있을 때 바보 동생이 그녀의 곁으로 다가와서 막대 사탕을 건네줬다.막대 사탕은 동생이 가장 좋아하는 물건이었고 그때 그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면서 불렀다.“누나.”염정아는 동생을 미워했고 항상 동생의 존재가 자신에게 불행을 가져다준다고 생각
사실 원아정은 염정아를 잊고 있었는데 상대방이 먼저 얘기를 꺼내자 그녀에 대한 기억이 조금 떠오르긴 했다.공지민이 나타나기 전에 확실히 다른 사람을 괴롭힌 적 있긴 했는데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오랫동안 잊고 있었다.염정아는 심호흡하고 말했다.“나랑 지민 언니는 동병상련의 관계일뿐이고 내 집안 사정이 어려울 때 지민 언니가 도와주고 돈도 줬어. 내가 제국에서 일하고 싶다고 해서 지민 언니가 날 데려온 거고 날 숨기려고 한 게 아니야. 난 단지 집에서 수공업을 하고 있었을 뿐이야. 내가 고등학교 졸업하고 나서 대학도 못 가고 하니 학력도 없고 인맥도 없어서 돈을 벌려면 할 수 있는 게 수공업뿐이었으니까.”원아정은 그녀의 말이 믿기지 않았지만 그 외에는 염정아가 또 무슨 쓸모가 있는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염정아의 집안은 너무 평범했고 심지어 부모님도 모두 돌아가셔서 그녀의 곁에는 누구의 자식인지도 모르는 다섯 명의 자녀뿐이었다.원아정의 눈에는 혐오감이 감돌았고 특히 길가에 불쌍하게 웅크리고 있는 염정아의동생을 봤을 때 혐오감이 더욱 깊어졌다.하필이면 이때 염정아의 동생이 일어서면서 원아정한테 물었다.“저 언제 집에 갈 수 있죠?”그는 더 이상 제국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재미도 없고 가장 중요한 건 누나를 화나게 했으니 혹시나 누나가 평생 그를 안볼까 봐서 걱정이었다.동생의 얼굴에는 초조함과 억울함이 가득했고 빨리 집에 가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었다.원아정은 자신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하면서 고생했는데 결국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하자 염정아의 동생을 순순히 보내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녀는 끊임없는 차량이 왔다 갔다 하는 도로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안으로 들어가서 걸어 다니다 보면 누군가 널 집으로 데려다줄지도 몰라. 저거 봐, 차가 저렇게 많은데 너희 집 방향으로 가는 차가 당연히 있지 않겠어? 널 집까지 데려다줄 사람도 무조건 저기 있을 거야.”염정아 동생의 눈에는 순간 희망의 빛이 반짝였고 그녀의 말을
염정아는 그들의 집에서 제원까지 오려면 거리가 엄청나게 멀었고 동생은 멀리 외출한 적이 없어서 표는 어디서 어떻게 사고 차는 또 어떻게 타야 되는지도 모를 텐테 그냥 애교부리며 농담한다고 생각했다.“내가 말했지. 내가 갈거닉가 그때까지 집에서 애들 잘 돌보라고. 안 그럼 나 화낼거야. 알지? 화내면 널 버릴 수도 있다는걸.”동생이 살면서 제일 무서운 일은 염아정에게 버림받는 일이었고 그 말에 당황한 표정을 하며 대답했다.“아니야, 나 집에서 애들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절대 버리면 안 돼.”염정아는 전화기 너머로 동생의 당황함을 눈치채고 다시 달래기 시작했다.”말만 잘 들으면 안버릴테닉가 걱정하지 마.”“알았어. 나 누나 말 잘 들어. 진짜 잘 들을 거야.”전화를 끊은 후, 화가 치밀어 오른 원아정은 바로 동생의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원아정은 동생을 통해 염정아를 불러내여 공지민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어 내려 했지만 동생은 그렇게 통화를 끊어버렸다.동생은 뺨을 맞고도 이유를 몰랐고 감히 되받아치지도 못했다.원아정은 힘들게 이 남자를 불러 제원까지 데리고 온 것만 해도 억울함에 미칠것 같았는데 아무 도움도 안 되는 쓸모없는 인간이라니 더 화가 치밀었다.원아정은 점점 화가 치밀어 올랐고 계속하여 염정아의 동생을 위협했다.“누나한테 다시 전화 걸어 꼭 나오라고 해요. 안 그러면 나도 당신 상관 안 할 거예요. 이렇게 큰 제원에서 누나한테 연락 안 하면 당신은 먹지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그대로 죽어 버릴 수 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사랑하는 누나도 영원히 못 볼 거 아니에요.”동생은 조금 망설이는 듯했지만 이대로 죽는 것보다는 누나한테서 버림받는 것이 더 두려워서 더는 연락 하지 않기로 했다.원아정은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바로 저절로 염정아에게 전화를 걸었다.염정아는 전화를 받자마자 바로 아까 물어보지 못한 말부터 했다.“너 누구 휴대전화로 연락한 거야? 왜 번호가 틀려?”원아정은 음험하고 악독한 소리로 말했다.“염정아, 잘 들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