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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86화 혼자만의 짝사랑

성혜인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제자리에 멈춰 섰다. 다행히 임경헌이 나타나 중간에서 꽃병을 가로막아 준 덕분에 최악의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형, 이러다가 사람이 죽겠어요! 페니 씨도 보고만 있지 말고 와서 말려 봐요!”

임경헌은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로 꽃병을 내려놓았다. 그러자 성혜인은 이제야 정신이 들었는지 황급히 한도하의 앞으로 가서 호흡이 있는지 확인했다.

한도하는 가까스로 호흡하고 있었다. 앞으로 촬영은커녕 사람 구실하기도 어려워 보였다. 성혜인의 노력 또한 헛되어 버리고 말이다.

성혜인은 짧게 심호흡하고 119에 전화를 걸었다. 반승제는 곁에서 어두운 눈빛으로 그녀의 모습을 바라볼 뿐이었다. 전화를 끊고 반승제와 눈이 마주친 그녀가 무엇이라 말하려고 입을 연 순간 반승제는 그녀의 손목을 확 잡아채며 밖으로 끌어당겼다.

혼자 남아 뒷정리를 하게 생긴 임경헌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그리고 아는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려 5분 안에 현장을 정리하도록 했다.

반승제를 따라 밖으로 나간 성혜인은 단호하게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는 잔뜩 화난 얼굴로 성혜인을 길가의 나무로 내밀면서 말했다.

“넌 진짜 남자면 다 되는 거야? 어떻게 된 여자가 수치심도 없어!”

성혜인은 그래도 반승제의 고마운 마음을 품고 있었다. 그가 계획을 망친 건 사실이지만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순간 얄팍한 고마움은 흔적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대표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저도 할 말이 없네요.”

반승제는 순간 호흡을 멈추더니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 그리고 성혜인을 끌고 차 안에 들어갔다.

“저런 남자를 찾아갈 바에는 나를 찾아오지 그랬어. 내가 돈이 없어, 권력이 없어?”

반승제는 성혜인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성혜인은 가슴이 쿵 내려앉는 것 같았다. 자존감은 반승제에 의해 짓밟히고 또 짓밟혔다. 성혜인으로서든, 페니로서든 반승제의 앞에서는 한치의 자존감도 남길 수 없었다.

“질려서요. 대표님한테는 이제 관심 없어요.”

성혜인은 시선을 떨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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