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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94화 시연 누나, 저에요

“시연아.”

김성진은 당시연의 팔을 잡고 생각 없이 말했다.

“그만해. 네가 다른 사람이랑 그럴 때 나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우리 둘 다 똑같아.”

이 말을 들은 사람들은 어리둥절해서 서로 눈치만 봤다. 하지만 소유진은 마치 약점이라도 잡은 듯 눈이 번쩍 뜨였다.

“네? 선배님한테 남자가 생겼어요? 그래서 성진 선배가 기분이 안 좋았던 거군요. 선배님, 그건 선배님이 잘못하셨어요. 저랑 성진 선배는 아무 사이도 아니에요. 호감 같은 건 전혀 없었어요.”

당시연은 미간을 찌푸리고 뒤돌아 당당하게 김성진을 바라봤다.

“나한테 다른 사람이 있다고? 누구?”

“누군지 내 입으로 말해야 해?”

보아하니 또 원진의 얘기이다. 그녀는 이게 우스웠다.

“네 마음속이 더럽다고 해서 모두 그렇다고 생각하지마. 김성진, 우리 헤어지려면 깨끗하게 헤어지자. 네가 또 우리 아빠한테 전화해서 이르고 그런다면 정말 지저분하게 되는 거고, 멍청해 보일 거야. 나는 네가 소유진이랑 사귀는 걸 막지 않아. 그러니 너도 내 생활을 간섭하지 마.”

정말 자신을 화낼 줄 모르는 사람으로 알고 있는 건가? 당시연은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

김성진은 더 다급해져서 이마에 땀이 삐질삐질 났다.

“당시연!”

당시연은 그에게 눈길을 주지 않았다. 방 안에서는 소유진의 울음소리가 더 커졌다.

김성진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에게 사과를 건넸다.

“미안해. 오늘 저녁에 시연이가 기분이 안 좋았나 봐. 일부러 너한테 그러는 건 아니야.”

소유진은 눈물을 닦았다.

“저는 괜찮아요. 선배, 가서 시연 선배님을 달래주세요.”

만약 그녀가 이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김성진은 당시연을 따라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다 까밝혀 진 상황에서 쪽팔렸다. 방금 당시연의 얘기도 지나쳤는데 지금 따라가면 자신이 매달리는 꼴이 되어버린다.

그는 학교에서 무척 촉망받는 사람이니 여자친구가 고플 일은 없다. 당시연은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것이다.

그는 자리에 앉아서 도수가 높은 술을 연속 세잔 들이켰다.

“안 가. 헤어지면 헤어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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