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진?”“네. 아직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돼서요.”당시연은 미간을 누르면서 눈을 가늘게 뜨고 핸드폰 화면을 보았다. 원진에게서 온 전화가 확실했다.“미안해. 나 지금 집 아래...”말을 하면 할수록 당시연은 발음이 어눌해졌다. 원진은 다급하게 내려와서 동네를 한 바퀴 돌고서 아파트 단지의 대문 앞에 있는 편의점까지 와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당시연은 테이블에 고개를 박고 잠이 들었고 테이블 위에는 술이 몇 병 정도 있었고 과자도 한 봉지 열려있었다.그는 마음이 따뜻해져서 웃음이 났지만 그래도 허리를 숙여서 당시연을 부축했다.“누나?”당시연은 정신이 든 것 같기도 깨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상태로 원진의 품에 기대서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당시연은 자신이 데리고 온 아이인 원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착각인지 아닌지 원진의 키가 더 큰 것 같았다. 금방 집에 왔을 때 178센티 정도였는데 지금은 180센티가 되는 것 같다.엘리베이터에 들어서서 당시연은 헛디딜 뻔했지만, 원진이 잡고 있었다. 165센티 정도 되는 당시연의 키에 원진의 손을 잡아야만 넘어지지 않을 수가 있었다. 당시연은 몸에서 술 냄새가 났고 얼굴에는 연한 화장이 남아있었다. 원진은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잠깐 생각하다가 핸드폰을 꺼내서 어떻게 화장을 지우는지 검색해보았다.“누나, 화장 지워줄게요.”당시연은 소파에 기대서 살짝 움직이더니 더 반응하지 않았다. 원진은 화장품과 기초 제품에 대해서 몰랐지만, 딥클렌징이라는 글자는 알아보았다.인터넷에서 찾아본 순서대로 그는 허리를 굽히고 열심히 화장을 지웠다. 당시연의 얼굴이 깨끗하게 씻겨진 것을 보고 나서야 원진은 숨을 길게 내쉬었다.원진은 당시연을 부축해서 안방으로 들어갔다.당시연이 침대에 누운 다음 원진은 그녀의 신발을 벗겨주었다. 하지만 원진은 당시연의 옷에는 손을 대지 못했고 그녀에게 이불을 덮어준 뒤 방안의 불을 끄고 나갔다.거실로 돌아와서 원진은 테이블 위에 놓인 더러워진 화장솜들을 보고 그것들을 모두
당시연은 칭찬을 건네고 기분 좋은 듯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서 옷을 갈아입었다. 원진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숙이더니 꼭 다물고 있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어색하게 자신의 소매를 정리하고 있었다.레스토랑에 도착했을 때, 당시연은 자리에 앉자마자 옆 테이블에 있는 김성진을 보았다.김성진과 같은 전공의 학생들이 나와서 모임을 하는 것 같았는데 조촐한 모임인 듯 모두 네 명이었다.당시연을 보았을 때, 김성진은 멈칫했다가 원진을 보고서 화가 치밀어 얼굴이 빨개졌다.“이게 누구야? 당시연, 새 남자친구 생겼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다른 사람이 생길 수가 있어? 너는 애초에 나를 좋아하지 않았어!”당시연은 김성진의 화난 모습을 보고 미간을 찌푸렸다. 김성진은 자신이 너무 성급하게 행동했다는 것을 느끼고 얼른 진정했다.당시연은 자리를 바꾸고 싶었지만, 이 레스토랑이 너무 인기가 많은 탓에 남은 자리가 없었다. 이 레스토랑은 해산물 요리가 메인이었는데 주문하는 즉시 죽여서 요리하는 거로 유명했다.당시연은 원진의 맞은편에 앉아 먼저 시그니처 세트를 주문한 다음 메뉴판을 원진에게 건넸다.“먹고 싶은 거 한번 봐봐.”불이 뿜어져 나올 듯한 김성진의 눈빛은 원진을 불태울 것만 같았다. 원진은 아랑곳하지 않고 메뉴판을 건네받아서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를 주문했다.“누나, 제가 살게요. 지난번 화학 대회에서 상을 받았어요.”이 일을 이수희가 얘기했었지만, 당시연은 받은 돈을 원진이 직접 갖고 용돈으로 쓰게 했다.자신이 계속 도와주던 아이한테서 음식 대접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뿌듯함이 느껴졌다.“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김성진은 그제야 그 사람이 원진이라는 것을 알아봤다. 그의 눈에는 질투하는 기색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원진의 변화가 이렇게 클 줄 몰랐다. 그때 쭈뼛쭈뼛하던 남자애는 어느새 학교에서 무척 환영받는 모습으로 변해있었다.김성진은 칼을 들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표정이 일그러졌다.예전에 원진과 당시연
김성진의 시선은 원진에게로 향했는데 원진이 당시연을 보는 시선이 불순하다고 느껴졌다. 그는 당시연과 같은 여자애들이 남자의 마음속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첫사랑 같은 존재였다.예쁘게 생긴 데다가 성격도 좋고 매사에 열심히 했다. 생각하면 할수록 불안감이 더해졌다.“당시연, 얘기 좀 해.”당시연은 미간을 찌푸렸다.“할 얘기 없어. 천천히 식사해. 나는 먼저 가볼게.”김성진은 체면이 중요한 사람인데 여러 번 거절을 당하고 나니 화가 치밀었다.“너 원진이랑 잤지?”당시연은 발걸음을 멈췄다. 예전에 원진이 처음 그녀의 집에 왔을 때부터 김성진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았다.지금 반년이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이렇게 생각하고 있었다.“당시연, 내가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우리 지인들 가운데서도 그렇게 어린 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어.”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성진은 따귀를 세게 맞았다. 김성진은 믿기지 않는다는 듯 자신의 얼굴을 움켜잡았다.“지금 저 자식 때문에 나를 때렸어?”당시연도 이제야 알게 되었다. 김성진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곱게 자랐고 또 집에 돈이 많았기 때문에 본성은 아주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을 말이다.그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받는 것에 익숙했고 누군가가 자신을 받들어주지 않는다면 그걸 못마땅해했다.“김성진, 네가 이렇게까지 저질일 줄 몰랐어!”김성진은 곁눈질로 자신의 동기들이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을 보고 문득 후회했다. 당시연과 이렇게 난리를 피우지 말았어야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뺨을 맞고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김성진은 깊은 곳에서 불쑥 어떠한 힘이 치밀어 올랐다. 따귀도 맞은 마당에 오늘 반드시 말을 끝까지 해야 했다.“아니야? 이 자식이 너를 보는 눈빛을 못 봤어? 나도 남자야. 그러니까 그 눈빛이 무슨 의미인지 안다고!”당시연은 화가 치밀어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원진은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잠깐 생각하다가 다가가서 당시연의 등을 토닥였다.“누나, 저 때
말이 최선이지 사실 사력을 다하는 것이다. 고등학교 2학년 두 번째 학기 때, 원진은 반에서 1등을 했다. 그와 동시에 그는 자신의 17살 생일을 맞이하게 되었다.당시연도 이때에는 졸업했고 선생님이 될 생각이었지만 자신의 지도 교수님의 추천으로 남게 되었다.대학교 4년 동안 당시연은 계속 이 교수님의 밑에 있었고 그 기간에 많은 대회에 참가했었다. 지금 교수님은 그녀가 계속 학업을 3년 정도 지속하기를 제안했고 그렇게 되면 그녀를 대학교에서 교편을 잡을 수 있게 추천할 수 있었다.당시연은 고민도 하지 않고 승낙했고 이것 때문에 더 바빠졌다. 아무래도 교수님한테 있는 프로젝트들은 모두 해외와 관련되는 것들이기 때문에 그녀는 대부분 시간에 따라서 외국으로 출장을 가야 했다.대학의 교수님들은 겸손하시지만 사실 밖에 나오면 대부분이 대단한 신분을 가지고 있었다. 당시연도 외국에 나와서야 자신의 교수님이 그쪽 연구소에서의 명예 교수님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연은 거기서 두 달 정도 지냈는데 그 기간에 이수희의 전화를 받게 되어 원진이 처음으로 1등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아직 성적표를 나눠주지 않았어. 먼저 너한테 전화해서 말하는 거야. 그 아이가 참 영리해. 그런데 너 요즘 외국에 있지 않아? 진이는 매일 학교에서 아주 늦게까지 남아있던데.”“선생님, 저 지금 외국에 있는 거 맞아요.”“너랑 진이는 얘기를 별로 안 하지? 나한테 네 스케줄을 묻더라고.”당시연은 자신의 핸드폰을 한번 보았다. 얘기를 안 하는 건 아닌데 시차 때문에 그녀는 자신의 메시지가 원진이 휴식하는 걸 방해할까 봐 시간에 따라 연락하고 답장이 적어진 것뿐이다.“휴식하는 데 방해될까 봐 그래요. 너무 열심히 하잖아요. 매일 잠도 얼마 자지 않으면서 말이에요.”이수희는 자신의 손에 있는 시험지들을 보면서 한숨을 내쉬고 자랑스럽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때 이 아이를 반에 데리고 왔을 때 다른 선생들은 모두 볼거리가 생겼다고 생각했어. 모두 우리 반의 짐이 될 거로 생각
공교롭게도 오늘 밤 김성진도 이 술집에 있었다. 그는 자신의 지인들과 나와서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미 졸업한 김성진은 집에서 경영하는 회사를 이어받을 예정이었고 자연스레 경영진들과 술자리를 함께해야 했다.이 사람들은 모두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왔고 술을 마시고 나서는 계속 여자의 옷에 손을 넣고는 했다.김성진은 이 모습을 보면서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 그중 한 사람이 여자 파트너를 데리고 화장실을 가겠다면서 떠났다. 정말 화장실로 가는 게 맞는지 아닌지는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몇 분 후, 밖에서 욕을 퍼붓는 소리가 들려왔다.“미친년, 너 이게 무슨 뜻이야? 내가 늙었다고 지금 나 무시하는 거야? 고등학생한테 번호를 물어봐? 젠장, 내가 너를 너무 봐줬지?”“이거 놔요! 이 손 놔요!”“미친년, 저 자식을 보는 네 눈에 빛이 도는 걸 봐서는 네가 뒤에서 얼마나 더럽게 노는지 다 알 텐데, 번호를 물어보러 가? 내가 너 때려죽일 거야!”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점점 더 커지자 김성진은 방금 나간 자신의 일행이라는 것을 알아채고 얼른 일어서서 나왔다.이때, 그는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원진을 보게 되었다. 원진은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있었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김성진은 발걸음을 멈추었고 분노가 또다시 타올랐다. 저번 학기에 원진에게 저격당한 일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한 학기를 못 봤는데 키가 더 크고 더 품격이 있는 것처럼 보였는데 마치 당시연이 한번 다시 키운 듯했다.김성진은 마음이 아주 불편했다. 그는 이미 소유진을 명확히 거절했고 그렇게 하면 당시연이 언젠가는 마음이 돌아지리라 생각했는데 몇 달이 지나고 두 사람이 각자 졸업을 한 마당에도 당시연은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예전에도 김성진은 당시연과 싸움을 하지 않은 게 아니지만, 매번 당시연은 스스로 돌아왔었다.하여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김성진은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런 모습의 원진을 본 그는 갑자기 두려움이 생겼다. 그제야 그는 무언가가 자신의 인지를 벗어
원진은 남자의 주먹을 놓아주고 시선은 멀지 않는 곳에 있는 김성진에게로 향했다. 김성진은 여유만만한 그의 모습을 보면서 예전에 가난에 찌들어있던 절박함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당시연이 사람을 참 잘 키웠다. 기품이 있고 반듯했다.생각하면 할수록 김성진은 더 질투가 났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그는 다른 사람을 질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지금에야 질투의 쓴맛을 보게 되었다.김성진의 질투는 남김없이 원진에게로 직접 표출되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공중에서 맞물리고 마치 불꽃이 일 것 같았다.원진은 손에 들렸던 과일 맛 술을 내려놓았다. 이런 종류의 술은 맥주랑 비슷해서 몇 병을 마셔도 취하지 않았다.김성진은 차갑게 웃었다.“역시 어린 애야.”원진은 똑같이 비아냥거렸다.“그렇죠. 당신 같은 어른들처럼 느끼하지는 않죠.”젊음은 자산이지 비웃음을 받을 이유는 아니다. 김성진은 마음이 꽉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술을 두 잔 정도 마신 것 때문에 후끈해지는 것 같았다.“시연이가 너를 언제까지 책임질 수 있을 것 같아? 반년이 더 지나면 나랑 결혼할 거야. 그때가 되면 너는 네가 살던 데로 돌아가야 할 거야.”“그래요? 누나가 요즘 형 얘기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저번에 따귀를 맞은 후부터 두 사람 완전히 헤어진 거 아니에요?”원진은 따귀를 맞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어 김성진은 더 체면을 구겼다.김성진은 왜 매번 원진을 마주칠 때마다 참을 수가 없었는데 몇 년 후에야 알게 되었다. 아마도 서로를 처음 봤을 때부터 제일 강력한 상대가 될 것이고 제일 소중한 것을 빼앗기리라는 것을 느꼈을지도 모른다.“원진, 네가 뭐라도 되는 줄 알아?”“현재 누나가 제일 신경 쓰는 사람이죠. 오늘은 저의 17살 생일이에요. 누나가 특별히 외국에서 돌아온다고 하죠. 이따가 데리러 가야 해요.”원진의 곁에 있던 친구들도 그제야 원진이 다른 사람들과 싸우는 것을 싫어하는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었다. 시연 누나에 관한 일에 대해서는 절대 양보하지 않았다
소란이 끝나고 나니 원진이 있는 이곳의 분위기도 조금 이상해졌다. 원진에게 연락처를 묻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계속해서 방해받았기 때문이다. 한 친구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진이를 찾은 사람들로 축구팀 하나는 충분히 꾸리겠는데?”“이게 어른들의 세계인가? 이렇게 직설적이라니. 인정, 인정.”그 친구의 발언이 너무 웃겨서 분위기가 조금 풀렸다.하지만 원진은 눈에 띄게 기운이 빠져 보였다. 조금 전 그가 김성진을 속이기 위해 당시연이 귀국한다고 말한 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실제로는 당시연이 오랫동안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왔다. 마치 자신이 버려질 것 같은 기분이었다.‘시연 누가 이제 나를 정말로 버리려는 걸까?’원진은 가슴이 조여오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손에 쥔 잔을 더 세게 잡았다. 그와 동시에 눈가가 뜨거워졌다.한 시간 후 모임이 끝났다.원진은 택시를 타고 살고 있는 아파트로 돌아갔다. 멀리서 당시연의 모습이 보였고 그의 눈이 순간 환해졌다. 막 달려가려던 순간 당시연의 곁에 중년 남자가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당시연, 내가 김성진의 회사에 찾아가지 않았다면 너희가 이렇게 오래 전부터 헤어졌다는 것도 몰랐을 거야. 네가 정말 원진 때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어?”당시연은 원진의 생일을 챙기기 위해 서둘러 해외에서 돌아왔다. 아직 집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는데 당지석이 그녀를 막아섰다.그녀는 피곤함을 느꼈다.“아빠, 원진은 학교에서 열심히 하고 있어요. 이제 반에서 1등도 했고 이수희 선생님도 그 아이는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어요. 나중에 제원대에도 충분히 갈 수 있을 거라고요. 제발 그 아이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지 말아주세요.”“그만해! 그 아이 때문에 너와 성진이가 헤어진 거잖아. 내가 성진이의 회사에서 나간 후에도 성진이는 계속 너에게 연락하려고 시도했어. 성진이가 아직 너를 놓지 못한 건 분명해. 성진이와 대화를 잘 나눠서, 6개월 안에 너희 결혼 문제를 확정 짓도록 해.”당시연은 손에 작은 여
원진은 주방으로 가서 요리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냉장고에서 얼음팩도 꺼냈다.하지만 당시연은 너무 피곤했다. 소파에 앉아 몸을 뒤로 기대고는 눈을 감았다.얼굴에 차가운 감촉이 닿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원진의 진지한 표정을 마주했다.그의 눈에는 걱정, 아쉬움, 그리고 무언가 깊숙이 감춰진 감정이 담겨 있었다.당시연은 그 감정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지만 원진이 자신을 얼마나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었다.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자 원진이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는 시선이 어느 순간 더 진지하게 변한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얼마간 당시연의 얼굴에 얼음을 대고 있던 원진이 물었다.“시연 누나, 정말 저를 돌려보내실 건가요?”당시연의 마음이 살짝 흔들렸다. 그제야 그녀는 그가 얼마나 불안해하고 있는지 알았다.원진을 이곳으로 데려온 이후로 그는 수없이 그녀와 가족들 간의 다툼을 목격해왔다. 아마 그는 늘 불안 속에서 지냈지만 차마 물어보지 못했을 것이다.당시연이 눈을 뜨자 그녀의 옷자락을 잡고 있는 원진의 손이 점점 더 불안하게 움켜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소년의 눈가도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꼬리를 흔들며 애원하는 강아지 같았다.당시연은 가슴이 아팠다. 그녀는 늘 원진의 성적만 신경 썼지 그의 마음 상태는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한 번도 도시의 높은 빌딩을 본 적 없는 산골 소년이, 갑자기 낯선 세상으로 끌려왔다면 얼마나 무서웠을까?그제야 당시연은 어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이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그녀는 원진을 끌어안았다.원진은 그녀보다 키가 훨씬 컸지만 이 순간에는 몸을 최대한 낮추어 그녀의 어깨에 기대었다.당시연은 위로하듯이 그의 등을 토닥였다.원진을 안고 있는 동안 당시연은 그가 꽤나 건장해졌다는 걸 느꼈다. 처음 산속에서 그를 봤을 때에도 그를 안아본 적이 있지만 그때는 마치 작은 고슴도치처럼 얼굴을 찡그리고 사람을 밀어냈었다.그때 당시연은 이 아이가 너무 말라서 마음이 아팠다.이제 원진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