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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82화 여보라고 부르지 마

Author: 민아
탈의실이 문이 닫히자, 손경민의 얼굴은 더욱 추악해졌고 곧바로 도시락을 옆으로 치워버렸다.

“촬영장으로 찾아오지 말라고 얘기했었잖아.”

연령은 그가 도시락을 기꺼이 받는 걸 보고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왜냐하면 그간 몇 년 동안 손경민은 그녀가 만든 음식을 먹지 않았고, 딸의 생일을 제외하고는 집에 돌아오는 일이 없었다.

연령은 화가 나면서도 너무 서러웠다. 왜 여태껏 다른 사람에게 아내를 소개하지 않았는지, 왜 어떤 모임에도 데려가지 않았는지, 왜 바람은 피운 건지, 왜 유시은과 아이를 낳았는지... 모든 걸 따지고 싶었으나 이어폰을 통해 들려오는 성혜인의 말에 이성을 되찾았다.

“여보, 저도 방해될까 봐 오고 싶지 않았는데 우리 딸이 도시락을 꼭 아빠한테 주고 싶다고 해서 차마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오늘 하루 종일 했던 말이 이것뿐이었어요.”

손경민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연령의 성격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에 그녀가 도시락을 싸 온 건 촬영장에서 망신을 주면서 겸사겸사 모든 사람에게 자신의 존재를 밝히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딸이 만들어준 도시락을 전해준 것 외에 그 어떤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연령은 붉어진 눈시울과 함께 핸드폰을 꺼냈다.

“딸이 아빠가 도시락 먹는 걸 꼭 영상 찍어 보여달라고 했거든요. 이것만 찍고 갈 테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절대 방해하지 않을게요.”

연령은 얼마 전에 유시은의 아들이 남편의 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하지만 손경민은 여전히 그녀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예전의 손경민은 줄곧 일이 바쁘거나 소속 아티스트와 함께 출장을 가야 한다는 핑계로 시간이 없다며 둘러댔다.

연령은 그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었다. 그날 밤 딸이 고열로 병원에 가기 전까지는.

당시 아픈 딸을 데리고 병원에 도착한 연령은 입구에서 서로 애틋한 키스를 나누는 두 사람을 목격하게 되었다. 그날은 유시은이 촬영 중 부상을 당했다는 소식이 검색어에 오른 날이었고 아니나 다를까 손경민은 한걸음에 달려가 그녀를 위로하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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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83화 뻔뻔한 내연녀

    손경민은 지금 이 순간 연령에 대한 반감이 극에 달했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중요한 순간에 호칭을 변경한 그녀의 모습에 안도감이 밀려오면서 한편으로는 무식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아이는 여전히 땅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었고 유시은의 두 다리를 껴안고선 손가락을 떨며 연령을 가리켰다.“엉엉엉. 엄마, 저 사람이 절 밀었어요.”그 말에 더욱 화가 난 유시은은 망설임 없이 또 한 번 뺨을 때렸고 연령의 입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천한 내연녀 주제에 뻔뻔하게 행동하는 유시은을 보며 똑같이 되갚아주고 싶다는 충동이 밀려왔으나 성혜인이 이어폰에서 지시하는 상황이라 제멋대로 행동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지시대로 최대한 억울하고 불쌍한 척을 했다.아이의 울음소리는 매우 날카로워 모든 사람을 예민하게 만들었다. 만약 그가 유시은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일찌감치 촬영장에서 쫓겨났을 것이다.유시은 쪼그리고 앉아 애틋하게 아이를 품에 껴안고선 매섭게 손경민을 노려봤다. 말하지 않아도 당장 연령을 처리 하라는 그녀의 의사가 고스란히 드러났다.“경민 씨, 정말 제가 한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넘어진 겁니다.”그녀와 유시은 사이에서 손경민은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고 역겹다는 듯이 손을 내저으며 연령을 쫓아냈다.“당장 나가! 어린애도 가만두지 않다니, 정말 치가 떨리네.”연령은 억울함에 계속 눈물을 흘렸지만, 유시은은 결코 이대로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당장 내 아이한테 사과해요.”연령은 눈물을 훔치며 입을 열었다.“미안해.”“미안하다고 하면 다예요? 당장 무릎 꿇고 사과해요.”아이는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는 두 손으로 유시은을 꽉 붙잡았다.비록 겨우 다섯 살이지만, 그는 엄마가 얼마나 든든한 존재인지 알고 있었기에 이 촬영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챘다.연령의 눈에는 깊은 증오가 담겼다.‘내가 왜 내연녀랑 그 아들한테 무릎을 꿇어야 하는데? 왜! 도대체 왜!’흥분한 연령과 달리 이어폰 속 성혜인의 목소리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84화 사과해

    성혜인은 너무 차분했다. 연령은 물론이고 유시은, 손경민과도 초면인 듯한 그녀의 모습에 사람들은 거짓말을 했을 리가 없다며 확신했다.그 시각 연령은 여전히 무릎 꿇은 자세를 유지하며 흐느껴 울었다.이때 송아현이 끼어들었다.“유시은, 이제 어떡할 거야? 애꿎은 사람을 때린 것도 모자라 무릎까지 꿇게 만들었으니 당연히 피해보상금이라도 줘야 하지 않겠어?”송아현은 이 현장에서 가장 큰 선배였다. 그런 그녀가 입을 열자 다른 사람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소신 발언하기 시작했다.“그러게 말이에요. 피가 날 정도로 때렸으니... 솔직히 시은 씨 이번엔 좀 심했어요.”성혜인은 재빨리 다가가 연령을 일으켜 세웠다. 그제야 입가에 묻은 핏자국이 보였고 유시은이 힘을 얼마나 줬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 저분을 고소하셔도 됩니다. 이건 명백한 과실치사니깐요.”유시은은 피해보상금을 얼마든지 내놓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일로 명예가 훼손된다면 지금처럼 영화를 찍는 건 불가능한거나 다름없다.반박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투자자인 성혜인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참을 수밖에 없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아들을 바라봤다. 아이의 눈에서는 일말의 죄책감이 느껴졌고 그 순간 유시은은 이 모든 게 그의 일방적인 모함임을 깨달았다.사태 파악을 마친 유시은과 달리 아이는 여전히 난동을 부렸고 사악한 눈빛으로 성혜인을 째려봤다.“당신도 나쁜 사람이에요. 당장 나가요.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나가라고요!”아이는 성혜인을 향해 행패를 부렸고,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흥미진진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마음이 초조해진 유시은은 다급하게 손경민을 끌어당기더니 얼른 이 일을 해결하라고 눈치를 줬다.그 시각 손경민의 눈에는 착잡함이 담겨 있었다. 특히 연령의 얼굴에 찍힌 손바닥을 보았을 때 죄책감은 극에 달했다.알고 보니 연령은 정말로 아이에게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그는 한숨을 내쉬며 자기 아들을 끌어당겼다.“됐어, 얼른 사과해.”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85화 남자의 죄책감

    “정말요? 아이가 엄청 기뻐할 거예요. 저한테 기사를 얘기해줬던 그날 기억하죠? 그때 전 정말 멘붕이었거든요. 경민 씨에게 전화를 몇 통이나 걸었는데도 받지 않아서 바쁠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딸아이 몸에 생긴 상처를 보고 나니 두려움이 밀려와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어요. 경찰들이 지금 수사하고 있대요. 만약 온수빈이 억울하게 누명을 쓴 게 맞다면 그 또한 온라인에 해명해서 진실을 밝힐 거예요.”연령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훔쳤다.“여보, 난 우리 딸에게 모든 걸 걸었어요.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긴다면 나도 확 죽어버릴 거예요.”남자의 죄책감은 참 이상한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 그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으면 유시은의 말 한마디에 흔들려 죄책감을 까맣게 잊어버릴 게 뻔하다.“여보, 전 이만 가볼게요. 아이가 영상을 기다리고 있거든요. 얼든 들어가 봐요. 어쩌면 경민 씨를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잖아요.”손경민은 두 눈이 빨갛게 충혈된 그녀의 모습을 보고 방금 그 도시락이 다시 떠올랐다. 그건 연령이 예전에 가장 즐겨 만들던 도시락이었다.“아니야, 같이 가서 저녁 먹자.”선물 같은 그의 말에 당장이라도 답장을 하고 싶었지만 때마침 이어폰에서 성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거절해요. 고작 밥 한 끼에 그동안의 서러움을 풀어버릴 거예요? 경민 씨는 밥 먹고 나오는 순간 모든 걸 잊어버릴 거예요. 지금 이걸 거절하면 앞으로 몇 시간동안 연령 씨의 대한 미안함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겁니다. 자연스레 딸아이도 같이 떠오르겠죠. 유시은 씨가 어떤 성격인지 잘 아시잖아요. 분명히 싸울 이유가 생길 겁니다.”그녀의 말에 연령은 이성을 되찾았다.“유시은 씨가 지금 멀지 않은 곳에서 지켜보고 있어요. 식사를 거절하면서 자연스럽게 경민 씨에게 입맞춤해요. 이 일로 두 사람이 싸우게 된다면 연령 씨의 소중함을 알게 될 거예요.”연령은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손경민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 같은 식탁에서 밥 먹는 장면은 수없이 상상했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86화 자극적인 달콤함

    “유시은, 작작 좀 해!”유시은 자신을 향해 윽박지르는 손경민의 모습에 놀란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주제 파악 좀 해요. 당신이 뭔데 나한테 소리치는 거죠? 꼴도 보기 싫으니까 당장 꺼져요.”순간 화가 나서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린 손경민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탈의실에서 나왔다.마침 문 앞에 서 있는 성혜인을 발견했다.그녀는 손에 핸드폰을 든 채 통화를 하고 있었고 손경민을 보고선 고개를 까닥하며 인사를 건넸다.그는 불편함에 몸 둘 바를 몰랐다. 방금 유시은과 언성 높여 싸운 걸 들었을까 봐 걱정했으나 그 어떤 감정 기복도 없이 태연하게 서있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을 내려놓았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성혜인을 향해 예의 바르게 인사를 올리고선 자리를 떴다.성혜인은 그가 연령을 만나러 간다고 추측했다. 이곳에서 천대받았으니 당연히 화풀이할 상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성혜인은 핸드폰을 든 채 통화하는 척하며 두 사람의 싸움을 엿들었다.그녀는 곧바로 이어폰에 대고 속삭였다.“손경민 씨는 지금 그쪽으로 갈 겁니다. 연령 씨,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저한테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연령은 이 모든 걸 손쉽게 해내는 성혜인의 능력을 차마 믿을 수 없었다.30분 후, 정말로 성혜인의 말대로 손경민이 찾아왔고 심지어 손에는 작은 케이크가 있었다.비록 값비싼 케이크는 아니지만 연령은 이미 감동한듯 눈시울이 붉어졌다.그녀의 모습에 손경민의 마음은 금세 풀렸다. 유시은과 있으면 보잘것없는 존재였지만 연령과 함께 있으면 마치 자신이 신이라도 되는것 같았다.연령은 그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그럴수록 손경민의 마음은 더 편해졌다.저녁 식사를 마친 후 손경민은 떠났다.연령은 흥분을 주체하지 못한 채로 성혜인에게 전화를 걸었다.“정말 혜인 씨 말대로 찾아왔어요. 믿기지 않아요.”성혜인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이제 연령 씨도 약속을 지켜야죠? 앞으로 보름 동안 손경민 씨의 마음을 돌릴 수 있도록 옆에서 최선을 다해서 도와줄게요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87화 기웅 오빠 너한테 잘하잖아

    연령이 도착했을 때, 재벌 2세 몇 명은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광대를 보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린다는 옆에 있는 의자를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앉아. 그래서 알려주려는 정보가 뭔데?”연령은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보다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앉았다.“성혜인 씨에게 다른 남자가 있는 것 같아요. 이름은 반승우, 반승제 씨의 형이에요.”“고작 이딴걸 알려주려고 찾아온 거야?”반승우의 복귀는 이미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기에 이 일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었다.린다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정보를 듣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설기웅에 관련된 일은 또 뭐야?”“성혜인 씨가 알려준 건데.. 설인아 씨가 제원에서 설기웅 씨에게 여자를 소개해 줬다고 해요. 인아 씨는 그 여자가 새언니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소개했다는데 결국에 두 사람은 흐지부지하게 끝났어요.”“말도 안 돼!”연령이 말을 마치자마자 린다가 반박했다.설인아는 린다가 설기웅을 좋아하는 걸 알고 있는 사람인데 어떻게 그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해 주겠는가?린다의 눈빛은 날카로워졌다.“성혜인 씨한테 돈 받았지?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고 찾아온 거야?”연령은 겁에 질려 즉시 무릎을 꿇었다.“제가 어떻게 감히 그러겠어요. 누가 봐도 그 여자는 린다 씨의 상대가 아니잖아요. 전 그쪽에서 쓸만한 정보를 들은 것 같아 얼른 전해주고 싶은 마음에 찾아온 것뿐이에요.”억울함이 가득 담긴 연령의 표정을 보자 린다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럼에도 한편으로는 정말 설인아가 설기웅에게 다른 사람을 소개해 준 건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얘기를 듣고 있던 다른 사람들은 옆에서 말렸다.“린다야, 누가 봐도 성혜인이 지어낸 말이잖아. 네가 기웅 형을 좋아하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어.” “그래, 기웅 오빠가 너한테 엄청 잘해주잖아.”“맞아, 성혜인이 지껄이는 헛소리는 마음에 담아두지 마.”연령은 눈치를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참, 성혜인 씨가 사람을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88화 두 사람이 결혼을...

    같은 시각, 설인아는 일찌감치 설기웅의 별장으로 옮겨졌고 허약한 모습을 한 채로 침대에 누워있었다.설기웅은 그녀에게 죽을 먹이면서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엔디 씨를 불렀으니까 혜인 씨의 일은 나한테 맡겨. 넌 내가 꼭 반 대표님이랑 결혼하게 할게.”설인아는 그다지 달갑지 않았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설기웅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오빠, 고마워.”설기웅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때마침 설우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고 핸드폰 너머의 목소리에서는 다급함이 느껴졌다.“린다 씨의 일행이 인아 별장에서 마약 하다가 경찰에 붙잡혔어요. 경찰이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을 거예요. 별장 소유자가 인아니까 경찰 쪽에서는 일부러 숨겨준 거라고 의심하고 있어요.”국내에서 마약은 절대 금지되어 있다.그 소식을 들은 설기웅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제원에서는 조심해야 한다고 몇 번이나 얘기했잖아!”“형, 이미 경찰에 잡힌 마당에 그게 무슨 소용이에요.”설기웅은 머리가 아파졌고 표정이 잔뜩 어두워졌다.“인아는 이제 방금 병원에서 돌아왔어. 이 일은 내가 해결할게.”“해결하기 어려울 거예요. 제원에서 요즘 엄격하게 조사하고 있거든요.”설기웅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의심의 화살은 저도 모르게 반승제를 향했다.하지만 반승제는 요즘 반승우의 일로 정신이 없으니, 몸을 뺄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설마 성혜인인가?’설기웅은 단 한 번도 성혜인을 자신의 상대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이번 일로 인해 재벌 2세들은 제원에서 강제 추방되고 앞으로는 근처에 얼씬도 못 한다. 심지어 설인아까지 끌어들였으니 이런 악랄한 수법을 성혜인이 했을 리가 없다며 단정지었고 그녀에게는 이럴 능력조차 없다고 확신했다.한참의 정적 후 설우현이 말을 이었다.“성혜인 씨가 했을 거예요. 린다가 소속 연예인을 건드렸거든요. 그래서 반격하는 모양인데, 린다에 비하면 정말 고수예요. 경찰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잡혀갔던 사람들은 오늘밤에 강제로 추방된다고 해요. 그리고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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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의종이 상대방의 말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전화를 끊어버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설인아도 바보는 아니었다. 몇 마디를 엿들어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금방 깨달았고 어느새 눈시울을 붉어진 채로 애처롭게 서 있었다.“오빠, 나 안 도와줄 거야?”설기웅은 한숨을 내쉬며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었다.“그런 뜻이 아니야. 린다가 이번에 일으킨 일이 워낙 커서 제원 상부에 보고될 예정이거든. 다들 어떤 신분을 가진 사람인지 너도 잘 알잖아. 심지어 네 별장에서 일어났으니 당연히 아버지도 이 소식을 듣게 된 거지. 둘째 삼촌이 약 때문에 목숨을 잃어서 그런지 아버지가 이런 일에는 엄청 예민하셔. 그래서 화를 내신 거야.”설인아는 둘째 삼촌이 마약에 빠져 인사불성이 됐다는 건 알고 있었다.자유를 추구한다고 주장하는 플로리아의 재벌 2세들은 어려서부터 가정 교육이 엄격하지 않아 거의 모든 사람이 쉽게 약에 손을 댈 수 있다. 설씨 가문은 뼈아픈 교훈을 몸소 겪은 경험이 있었기에 설의종은 일찍이 약에만 손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었다.당시 설의종의 형이 마약에 취해 모르는 사람과 원나잇을 했고 실수로 그 여자를 임신시켰다.그 여자는 뱃속의 아이로 본처를 협박했고, 그 스트레스와 충격을 견디지 못한 본처는 끝내 목을 매어 자살했다.당시 이 일로 설씨 가문은 난리가 났다. 모든 사람이 둘째 삼촌의 집으로 달려갔으나 그 와중에도 마약에 취한 그는 하마터면 칼로 나미선을 죽일뻔했다.비록 사람들이 재빨리 앞을 막아섰지만, 나미선은 결국 칼에 찔렸고 병원으로 이송되어 응급 처치를 받았다.그 후 의식을 되찾은 둘째 삼촌은 죄책감에 시달린 끝에 아내와 동일한 방법으로 생을 마감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고등학생인 아이가 있었는데 설씨 가문에 찾아오는 일이 거의 없었고, 지금은 그 아이가 어디서 뭘 하는지조차 아는 사람이 없었다.하룻밤 사이에 두 사람이 목숨을 잃었으니, 설의종은 마약에 대해 극도의 증오심을 갖게 되었다.그러니 설인아가 마약에 연루되었다는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1190화 하늘과 땅 차이

    설기웅 역시도 이렇게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설인아가 처음이었다.“인아야...”그 순간, 설인가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방금 막 퇴원했는데 또 병원에 입원해야 할 판이다.설기웅은 잔뜩 어두워진 표정으로 사람을 불러 재빨리 그녀를 병원으로 이송시켰다.한편 의자 밑에 숨긴 도청기로 모든 상황을 엿듣고 있었던 성혜인은 린다 일행이 경찰에 잡혀가고서야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그녀는 기분이 매우 좋았다. 오만하게 날뛰는 재벌 2세들을 해결했으니, 이제 연령의 도움으로 온수빈의 일을 처리하는 것만 남았다.성혜인은 사무실 의자에 앉아 한참을 기다렸고 마침내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사장님, 그 사람들은 강제 추방됐다고 합니다.”성혜인은 연락처를 뒤지더니 설인아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린다 씨가 떠났는데 배웅 안 하세요?]그 말인즉 지금 린다에게 일어난 모든 것들은 그녀가 계획한 일임을 밝히는 거나 다름없었다.성혜인은 설인아가 병원에 실려간 줄 몰랐고, 지금 핸드폰을 쥐고 있는 사람이 설기웅이라는 것도 몰랐다.설기웅은 문자를 본 순간 표정이 굳어지더니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두려울 게 없었던 성혜인은 곧바로 통화버튼을 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인아 씨, 아픈 건 좀 괜찮아요?”성혜인은 단 한 번도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설씨 가문이 그녀를 처리하려고 손을 쓴 마당에 굳이 예의를 차릴 필요가 있을까?그러나 핸드폰 너머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설인아가 아니라 설기웅이었다.“혜인 씨, 이번에 사람 잘못 건드렸어요.”설기웅은 해외에서도 손꼽히는 인재 중의 한 명이다. 하여 인맥이 넘쳐흘렀고, 이번에 반승우와 손을 잡게 된 것도 여러 사람에게 인사만 했을 뿐이지 크게 공을 들인 건 없었다. 반승우의 편의를 봐달라고 한 건 맞지만 반승제를 처리하고 싶은 생각은 아니었다.하지만 성혜인이 저지른 일은 그의 마지노선을 넘었다.설인아는 성혜인에게 두 번이나 당했고, 심지어 또 병원에 실려 갈 상황에 놓였다. 건강이 나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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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12화 최종화

    온시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공지민은 갑자기 연승혁의 총을 움켜쥐었고 경찰에게는 지금이 좋은 기회였다.저격수의 총소리가 다시 울려 퍼졌고 공지민은 어깨에 총알이 박힌 것을 느꼈지만 연승혁의 총을 꼭 붙잡고 놓지 않았다.총성이 다시 울리자 연승혁은 그녀를 안은 채 몇 바퀴를 굴렀다.온시환은 바로 옆에 있던 사람을 붙잡으며 미친 듯이 소리쳤다.“인질이 아직 잡혀 있는데 총을 쏘면 어떡해요? 당장 멈춰요!”현장은 매우 혼란스러웠고 이때 그들이 공격을 멈춘다면 연승혁이 어떻게 반격할지 예측이 안 갔다. 방금 그가 살짝 손을 움직였을 뿐인데 한 사람을 죽였다.총성은 잠시 멈췄고 공지민의 어깨에서 피가 흘렀으며 연승혁은 방금 그녀를 보호하다가 다리와 허리에 총을 맞았다.두 사람 모두 온전한 데 없었지만 공지민은 그가 웃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농담할 기분이 있어 보였다.“지민아, 우리가 어쩌다 이런 거지꼴이 됐냐?”공지민은 그가 화를 낼 줄 알았다. 그녀가 방금 미친 듯이 그의 손에 들린 총을 붙잡지 않았다면 경찰도 총을 쏘지 않았고 그도 두 번이나 총에 맞지 않았다.게다가 총알이 날아왔을 때 그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보호했는데 그가 왜 그랬는지 그녀는 이해가 안 갔다.그녀는 바닥에 숨었고 연승혁은 그녀 앞에 쪼그리고 앉았다.경찰 측은 반승제와 온시환, 그리고 서주혁이 막고 있어서 더 이상 총을 쏘지 못했다.연승혁이 맞은 두 발의 총알로 그를 죽이기엔 역부족이었고 그는 손을 들어 공지민의 머리에 총을 겨누었다.공지민의 속눈썹이 떨렸지만 여전히 입을 꾹 다물었다.그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다.“방금 네가 한 짓은 내가 널 백번 죽여도 모자라.”모든 사람이 연승혁이 공지민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는 것을 보았고 그가 총을 쏠 거라고 생각했다.온시환은 그들을 향해 달려가려고 했지만 누군가에 의해 끌려갔고 연승혁은 다른 곳에 신경 쓰지 않은 채 공지민의 눈만 바라보았다.그녀는 두려워하지 않았다.연승혁은 갑자기 그녀의 얼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11화 날 걱정해 주는 거야?

    연승혁은 절벽 끝까지 밀려나면서 주변을 둘러보았다.주변에는 저격수들이 잠복했고 그는 미소를 지으며 공지민을 붙잡아 자신의 앞을 막았다.“나 곧 죽는다고 생각하니까 행복하지?”공지민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한테 붙잡힌 채 서 있었다. 절벽은 매우 높았고 아래는 안개가 자욱했다.주위에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이 너무 교활해서 공지민을 인질로 삼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저격수는 지금까지 총을 쏘지 못했다. 절벽 끝에는 연승혁과 공지민이 서 있었고 반대편에는 수십 명의 경찰들이 있었다.숲의 다른 곳도 수많은 경찰들이 지켰고 연승혁은 오늘 절대 빠져나가지 못했다.누군가가 연승혁을 설득하기 시작했다.“연승혁, 지금 당장 자수하고 무고한 사람을 끌어들이지 마.”연승혁은 미소를 지으며 공지민의 관자놀이에 총을 겨누었다.“무고한 사람? 이 사람은 무고하지 않아.”공지민은 전혀 두렵지 않았고 그녀의 시선이 앞을 향하자 급히 나타난 온시환을 보았다.온시환의 다리는 부상을 입은 듯 절뚝거리고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의 표정을 자세히 볼 수 없었지만 그가 매우 괴로워하고 있는 것을 느꼈다.연승혁은 온시환을 보자 눈썹을 치켜올렸다.“다 왔네. 지민아, 남편한테 인사 안 해?”공지민은 그가 무슨 의도인지 몰라 눈살을 찌푸렸다.연승혁은 일부러 그녀의 뺨에 키스하고 온시환 쪽을 바라보았다.“네 아내 덕분에 도망치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이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알아챘다.온시환은 순간 안색이 변했지만 다시 평온해졌다.연승혁은 마치 미친개처럼 아무나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가 온시환한테 적대감을 품은 건 온시환과 공지민의 부부 관계를 질투하기 때문이었다.온시환은 기침하며 공지민에게 물었다.“괜찮아?”공지민은 고개를 저으려고 했지만 연승혁이 계속해서 안 좋은 소리를 할까봐 그저 못 들은 척했다.하지만 연승혁은 그녀를 가만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네 남편이 묻잖아. 나랑 같이 있는 동안 얼마나 즐거웠는지 말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10화 온시환도 똑같이 우스웠다

    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이마는 고통으로 인해 땀으로 뒤덮여 있었다.연승혁은 막대기를 던지고 담담하게 말했다.“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아. 내가 널 죽일거라고 생각했지?”“그러려고 한 게 아니야?”지금 그녀를 죽이는 건 그가 그동안 쌓여왔던 원한을 풀고 해외로 도망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었다.연승혁은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난 말이야. 경찰들이 정의로운 척 가식 떠는 게 그렇게 꼴 보기 싫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를 인질로 잡는 게 더 안전하지 않겠어?”그제야 공지민은 그가 자신을 죽이지 않은 이유가 그녀를 인질로 삼기 위해서란 걸 알았다.하지만 그는 1급 수배범이고 심지어 건드려서는 안 되는 조직까지 건드려서 인질을 잡고 있다고 해도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공지민은 그의 손에 이끌려 일어난 후 길을 계속 가는 수밖에 없었다.“꼼수 부리지 마.”그녀의 머릿속에는 그가 자신을 전에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본 질문이 떠올랐다.사실 방금 연승혁이 그녀를 찔렀던 사악한 행동이 그녀가 꿈에서 본 어린 소년의 행동과 똑같았다는 것 외에는 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사방에서 연승혁한테 자수하라는 경찰 측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연승혁은 하늘로 중지를 치켜들고 환하게 웃으며 그녀를 더욱 꼭 껴안았다.주위의 총소리가 다시 울렸지만 그는 운이 좋게도 매번 피했다.아마도 경찰 측에서는 공지민을 염려하여 함부로 총을 쏘지 못했고 연승혁이 스스로 멈추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온시환은 경찰의 뒤를 따르면서 공지민이 바로 앞에 있다는 것을 알고는 다리의 상처도 개의치 않고 더 빨리 걸어가려고 했다.반승제는 그가 심하게 다친 것을 보고 화가 났다.“미친 거야? 다리에 통증도 안 느껴져? 여기에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연승혁이 도망갈 수 있을 것 같아? 공지민이 살아있는 것도 직접 확인했잖아.”온시환의 눈앞이 캄캄해지기 시작했고 반승제를 밀치며 그가 말했다.“빨리 가야 해. 지금 살아 있다고 해서 안전한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9화 우리 전에 본 적 있어?

    공지민은 자신이 왜 이런 꿈을 꾸는지 몰랐고 이 꿈이 실제로 일어난 것인지도 몰랐지만 꿈속의 나쁜 소년은 연승혁과 매우 흡사했다.그녀가 깨어났을 때 주변에서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고 모두가 지쳐서 한적한 곳에서 쉬고 있었다.연승혁은 그녀가 깨어난 것을 보고 비꼬기 시작했다.“돼지야? 이런 상황에서도 잠이 와?”공지민은 두 손으로 팔을 감싸면서 담담하게 말했다. “도망쳐야 할 사람들은 당신들이잖아.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어.”연승혁은 너무 화가 난 나머지 헛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지금은 상황이 긴박해서 더 이상 말을 꺼내고 싶지 않았다.공지민이 눈을 감고 잠시 쉬려고 했는데 주변에서 총소리가 들렸다.연승혁의 부하들은 신속하게 총을 꺼내 경계하기 시작했고 연승혁은 그녀를 끌고 계속 길을 떠났다.“더 이상 여기에 머물러 있으면 안 되고 서둘러 길을 떠나야 해. 국경을 넘으면 우리 쪽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안전할 거야.”연승혁의 부하들은 이미 지쳐서 녹초가 되었음에도 자리에서 일어섰다.공지민은 지금 이 구역이 이미 포위된 상태이고 이들 중에 배신자가 존재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그녀의 시선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에게로 향했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조용히 뒤따라오고 있었다.몇 분을 걷다가 연승혁은 갑자기 단검을 집어 들고 그 남자를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미리 대비하고 있어서 가슴의 상처는 깊지 않았고 그는 수 미터 높이의 제방에서 뛰어내려 도망쳤다.연승혁은 그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오므렸다.부하들이 서둘러 물었다.“형님, 무슨 일이에요?”“저 남자 몸에 추적기가 달려 있어.”그 남자가 처음부터 배신을 작심하고 접근한 게 아니라 중간에 배신하기로 한 후임시로 설치한 추적기로 보였다. 그래서 경찰이 그렇게 빨리 찾아 올 수 있었던 거고 또한 총소리가 간헐적으로 들리는 거 봐서 아마 주변은 이미 빈틈없이 포위된 듯했다.부하들은 초조해하기 시작했다.“그럼 이제 어떡해요? 아니면 저희가 여기서 막고 있을 테니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8화 죽으면 안 되지

    공지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욕설하면서 그녀를 정말 죽이려고 했지만 연승혁이 막아섰다.연승혁은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목에 걸려 있는 호루라기를 흘깃 쳐다본 후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계속 걸음을 재촉했다.공지민은 눈을 감았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이 사람들이 잡혔으면 좋겠다고 마음속으로바랐다.그녀는 자신이 지금의 상황에 대해 매우 걱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시 기대어 있다가 잠결에 살해당해도 모를 정도로 깊이 잠들었다. 공지민은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을 꾸기 시작했다.그녀는 어렸을 때 외딴 산골 마을에서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그녀가 장작을 모으러 산에 올라갔을 때 멀지 않은 곳에 한 소년이 나타났고 그 소년의 옆에는 키 큰 남자들이 몇 명 있었는데 그들은 심각한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등에 돼지풀이 가득한 바구니를 짊어지고 손에는 자신이 주운 막대기를 쥔 채 언덕에서 굴러떨어졌는데 마침 그 소년 앞에 절하는 자세로 엎드려 넘어졌다.그녀보다 몇 살은 많아 보이는 소년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흥미로운 듯 고개를 숙였다.옆에 있던 누군가가 말했다.“도련님, 간첩일지도 모르니 반드시 죽여야 합니다.”공지민은 그 당시에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고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시나리오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도련님이라고 불리는 소년이 그녀의 손에 들려 있던 막대기를 가져가서 그녀의 얼굴과 어깨를 번갈아 찌르기 시작했다.공지민은 너무 아파서 바로 울음을 터뜨렸다.소년은 옆에 있던 남자에게 물었다.“이게 간첩이라고? 갓 태어난 새끼 돼지처럼 뽀얗네.”“도련님, 혹시 모르니 매사에 조심하셔야 합니다.”소년은 웃으며 손에 든 막대기로 공지민을 계속 찔렀다.공지민은 감히 한마디도 내뱉지 못한 채 숨을 헐떡이며 울기만 했다.“이 아이의 눈이 너무 예뻐서 파내서 소장하고 싶어.”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갑자기 하늘에서 헬리콥터 소리가 울려 퍼졌다.공지민은 우는 것도 잊은 채 TV에서도 본 적이 없는 헬리콥터가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7화 너 데리고 같이 죽을 거야

    그들이 분석을 마친 후 그녀는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비밀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먼 곳의 헬리콥터 소리가 들렸지만 연승혁 쪽인지 H국 정부 쪽인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연승혁의 부하들이 고개를 들어 올려다보고 안색이 변한 걸 보니 H국 정부 쪽인 것 같았다.공지민은 빠르게 깊은 숲으로 끌려들어 갔는데 이곳의 숲은 비교적 원시적이었고 H국 국경에 자리 잡고 있어서 앞으로 1km 더 나아가 국경에서 벗어나게 되면 H국 정부도 그들을 어찌할 수 없었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한국어로 욕하는 소리가 공지민의 귀에 또렷하게 들렸다.“제기랄! 젠장!”그 남자는 몇 마디 욕설을 퍼부은 뒤 키 큰 나무가 우거진 울창한 숲속으로 재빨리 몸을 숨겼다.여기서는 헬리콥터가 그들이 보이지 않지만 방금 전에 그들이 터널에서 빠져나왔을때 이미 발견됐을 것이고 헬리콥터에 있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기만 하면 추적자들이 곧 올 거였다.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앞에서 길을 안내했고 가끔 멈춰 서서 어느 쪽으로 가야 할지 생각했다.공지민은 연승혁에 이끌려 모두와 함께 빠르게 이동하다가 중간에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알 수 없는 말을 한 뒤 자리에 멈춰 섰다.그는 몸을 돌려 연승혁에게 무언가를 말하기 시작했다.연승혁의 표정은 처음에는 괜찮다가 갑자기 싹 바뀌면서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고 공지민을 바라보았다.공지민은 버마어를 하는 남자가 또다시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연승혁은 당분간 그의 도움을 받아 길을 나서야 했기에 이때 저 여자를 달라고 하면 연승혁은 분명히 동의할 거였다.하지만 연승혁은 단검을 꺼내 들어 빠른 속도로 남자의 팔을 향해 찔렀다.그 남자는 고통으로 얼굴이 창백해졌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연승혁은 그에게 버마어로 무언가를 말했고 상대방은 즉시 공손한 태도를 보이며 공지민을 더 이상 쳐다볼 엄두를 내지 못했고 전전긍긍하며 계속해서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공지민은 연승혁이 정말 미친놈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의 그한테 제일 필요한 사람을저렇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6화 도망자면 뭐 어때

    공지민은 연승혁이 역겨움을 느끼고 멈출 줄 알았는데 갑자기 그가 힘을 더 세게 주기 시작했다.“계속해 봐. 네가 그 남자랑 있었던 일을 말할수록 난 더 흥분될 거야.”“이거 놔!”‘미친놈!'연승혁은 그냥 이대로 그녀를 죽이고 싶었다.공지민은 자신을 뒤에서 안고 있는 연승혁의 눈에 비친 상처를 보지 못한 채 그를 인간적인 감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짐승만도 못한 인간이라고 생각했다.설사 그녀가 그의 눈을 봤다고 해도 그저 비웃기만 할지도 모른다.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이튿날 공지민은 누군가 부은 찬물에 의해 잠이 깼다.그녀는 눈을 뜨고 연승혁이 담배를 손에 쥔 채 얼굴에 반쯤 미소를 띠고 있는 것을 보았다.“깼어?”공지민은 갑자기 어젯밤에 그가 미친 듯이 그녀를 탐해서 온몸이 떨릴 정도의 고통스러움에 자신이 기절해 버렸던 게 떠올랐으며 지금도 찢어지는 듯한 아픔을 느꼈다.그는 호루라기를 손에 쥐고 놀면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깼으면 얼른 일어나. 서둘러 떠나야 해.”공지민은 심리적 혐오감뿐만 아니라 육체적 피로와 고통으로 인해 온몸이 떨렸다.“나 지금 걸을 수가 없어.”한 발짝만 내딛어도 그녀는 무릎을 꿇을 것 같았고 더군다나 며칠간 제대로 쉬지도 못했다.연승혁이 다가와서 공지민의 턱을 잡고 호루라기로 그녀의 얼굴을 두드리며 말했다.“지금 나한테 애교 부리는 거야? 안타깝지만 난 구은우가 아니라서 안 넘어가.”공지민은 지금 이 상황에 왜 구은우를 언급하는지 이해가 안 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유독 구은우를 언급하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여전히 침대에 앉아 일어날 생각이 없었고 심지어 이대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면서 그가 아무리 괴롭히고 재촉해도 다시 걸음을 떼지 않기로 했다.하지만 다음 순간 그가 갑자기 그녀의 목에 호루라기를 걸어주었다.그녀가 의혹스러워하던 찰나 그가 입을 열었다.“이거 네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 만들어 준 거잖아. 이제 걸을 힘이 생겼지?”심리적 작용인지는 모르겠지만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5화 구은우의 비교 상대조차 안 돼!

    ‘나 몰래 그런 짓까지 한 거야?’“온시환도 이 사실을 알아?”“알 필요 없어.”공지민의 단호한 대답에 연승혁은 낮게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는 여전히 그녀의 위에 몸을 얹고 있었고 고개를 숙여 그녀의 목덜미를 물며 속삭이듯 말했다.“좋아. 나도 애를 좋아하진 않아. 이제 걱정 없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널 가지고 놀 수 있겠군.”하지만 그가 내뱉은 그 말에는 약간의 떨림이 섞여 있었다. 스스로도 의식하지 못한 그 떨림이 불안처럼 스며들었다.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밀어내며 허리띠를 채웠다. 그리고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공지민은 온몸이 풀린 채 바닥에 주저앉아 자기 몸을 닦았다. 배 안은 긴장감으로 가득했다.누구도 이 상황에 대해 입을 열지 않았고, 연승혁 역시 침묵을 유지했다....3시간 뒤, 배는 강을 빠져나와 육지에 도착했다.그들은 국경을 넘어야 했다. 그리고 H국 국경은 삼엄한 방어로 악명이 높았기에 탈출이 쉽지 않았다.그날 밤, 그들은 산 아래에 있는 한 집에서 머물기로 했다.공지민은 나무로 된 욕조 안에 거칠게 던져졌다. 연승혁은 그녀를 대충 씻긴 뒤 욕조 가장자리로 그녀를 끌어올렸다. 그러고 나서는 힘으로 그녀를 억누르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행동했다.그녀의 몸은 이미 한계에 다다라 있었지만, 연승혁은 그런 그녀의 상태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의 손길과 이빨 자국은 그녀의 피부 곳곳에 깊은 흔적을 남겼고, 멍과 상처로 얼룩지게 했다.그러나 공지민의 눈빛은 여전히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녀의 냉정하고 무감한 눈빛은 그를 자극했고 더 불편하게 만들었다.그의 잔인함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눈에는 두려움이나 고통 대신 오직 차가운 거부감만이 가득했다.모든 것이 끝난 뒤, 연승혁은 그녀를 바닥으로 밀쳐냈다.강한 충격에 그녀는 바닥에 힘없이 쓰러졌다.연승혁은 욕조 옆에 앉아 무언가를 손에 들고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공지민의 시선이 그 물건으로 향했다. 그것은 그녀가 너무도 잘 아는 물건이었다. 바로 구은우가 어린 시절 그

  • 이혼했는데 전남편이 집착해요   제2304화 자궁을 제거했어

    그 뜨거운 온기가 다가오자, 공지민은 참을 수 없는 불쾌감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속이 뒤틀리듯 메스꺼워졌고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그 순간 연승혁의 눈과 마주쳤다. 그의 눈빛은 깊은 어둠 그 자체였다. 그를 둘러싼 기운이 아까와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공지민의 가슴을 더듬고 있던 외국인 남자는 여전히 손을 멈추지 않았고 그녀는 연승혁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구해달라고 애원하기를...연승혁은 무릎 위에서 손가락으로 천천히 박자를 맞추며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그의 표정은 마치 게임을 즐기는 사냥꾼처럼 여유로웠다.처음 그가 공지민을 TV에서 봤을 때부터 그는 그녀를 망가뜨리고 싶었다. 그 맑고 깨끗한 눈동자가 너무나 순수했기에, 거기에 자신만의 색을 덧칠하고 싶다는 충동이 있었다.연승혁은 눈을 내리깔더니 갑자기 공지민을 자신의 품으로 잡아당겼다. 그녀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이 그의 손끝에 느껴졌다.외국인 남자는 잠시 멈칫하더니 입술을 훔치며 사과하는 듯 외국어로 중얼거렸다.하지만 공지민은 여전히 혐오감에 휩싸여 있었다. 심지어 연승혁의 품에서조차 조금 전 외국인 남자에게 느꼈던 것과 똑같은 불쾌감이 가시지 않았다.그녀의 눈빛이 이를 드러내자, 연승혁은 비웃으며 갑자기 허리띠를 풀며 그녀의 바지를 거칠게 잡아 내리며 낮게 말했다.“왜? 나랑 잤던 것도 그렇게 더럽게 느껴졌었어? 그땐 그렇게 좋아하더니 지금은 왜 이러는 건데?”그의 목소리는 서늘하게 낮아졌고 분노는 점점 더 격렬해졌다.연승혁은 그녀를 거칠게 다루며 무자비하게 밀어붙였다.공지민은 저항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그녀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다.배 안에 있던 다른 사람들은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차라리 아무 말도 없이 가만히 있었다. 연승혁의 분노와 집착 앞에서 누구도 감히 나설 수 없었다.통증이 그녀의 몸을 가르고 지나갔다.고통과 모멸감이 그녀의 온몸을 뒤덮었고, 그가 내뱉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녀의 가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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