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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2화

작가: 이한나
영숙은 소종이 비꼰다는 걸 알고 억지로 웃어 보였다.

“걱정하지 마요. 섣부른 추측은 하지 않는답니다. 성실하게 손님을 접대할 뿐 품지 말아야 할 생각은 품은 적이 없어요.”

소종이 입술을 앙다물더니 길을 비켰다.

영숙이 소원을 안고 내려가려는데 두 사람이 비켜선 길은 고작 한 사람만 통과할 수 있었다. 게다가 소원은 영숙의 부축 없이는 한 걸음도 뗄 수 없었기에 참 아이러니한 상황이었다.

육경한에게 내리라고 할 수 없었던 영숙은 어쩔 수 없이 소종에게 이렇게 말했다.

“소 비서님, 일단 먼저 내리셔야 할 것 같은데요. 공간이 좁아서 한 명은 내려야 나갈 수 있어요.”

엘리베이터가 확실히 비좁았기에 소종도 뭐라 말할 수가 없어 먼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이에 영숙이 소원을 부축해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려는데 육경한에게 걸리고 말았고 아무리 당겨도 빠지지 않았다.

영숙은 소원을 안은 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평소에는 크기만 하던 엘리베이터가 왜 오늘따라 이렇게 비좁아진 건지 의문이었다. 육경한의 잘못이라고 하기도 애매했지만 육경한의 어깨가 너무 넓어 길이 막힌 건 사실이었다. 게다가 길을 비켜서긴 했지만 여전히 가로로 우뚝 서 있었다.

‘거물이라 그런가, 서 있는 것도 참 독특하게 서 있네.’

영숙은 별수 없이 소원과 몸을 더 바짝 붙이고 지나가려 했는데 여전히 실패하자 아예 톡 까놓고 이렇게 말했다.

“대표님, 아니면 체리 좀 잠깐만 잡고 계실래요? 제가 먼저 나가고 다시 받아와야 할 것 같네요.”

육경한이 대꾸하지 않자 영숙이 희망을 버리려는데 육경한이 선심이라도 베풀듯 손을 내밀어 소원을 부축했다.

영숙이 고맙다고 인사하며 얼른 엘리베이터에서 나와 이렇게 말했다.

“체리 좀 이리로…”

말이 끝나기 바쁘게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시작했고 영숙이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문이 굳게 닫혔다.

“어?”

소종이 당황하며 열림 버튼을 눌렀지만 엘리베이터는 이미 내려가기 시작했고 올라오려면 일단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야 했다.

조급해진 소종이 어쩔 바를 몰라 발을 동동 굴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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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곧 그녀는 이 생각을 부정했다.영숙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영숙을 그렇게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만약 영숙이 소원을 해치려 했다면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도와줄 필요도 없었고 지금 같은 시점에 와서 그녀를 해칠 이유도 없었다.그렇다면 이건 분명 육경한이 알아챈 것이다.소원은 육경한이 이렇게까지 똑똑할 줄은 몰랐다.‘내가 육연주와 방민아를 몰래 찍어둘 줄 어떻게 알아챘지?’소원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 초소형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고 겨우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남자의 조용한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이미 소용없어.”확인해 보니 과연 카메라 안의 저장카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육경한이 이걸 손에 넣고 안에 있는 내용을 봤다면 그녀에게 돌려줄 리 없었다.그 안의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그의 조카, 약혼녀, 그리고 그의 큰처남이었다.그들과의 관계가 워낙 가깝기에 육경한이 이들을 곤경에 빠뜨리도록 놔둘 리 없었다.소원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저장카드를 가져갔다면 그 안의 내용도 이미 보셨겠죠, 육 대표님.”“응, 봤어.”육경한은 솔직히 인정했다.“봤다면 당신 약혼녀가 한 말을 들었을 텐데요?”소원은 약간 흥분하며 물었다.“그 여자가 정말 유진이 새엄마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요?”육경한은 그 영상을 보고 난 뒤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하지만 이 순간, 문득 어젯밤 무의식중에 소원이 흘린 한마디가 떠올랐다.“현재야...”그리고 그동안 소원이 자신에게 얼마나 냉담했는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장난처럼 다루었는지, 그 안에 조금의 연민조차 없었던 것들이 떠올랐다.그래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바꾸었다.“그 여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될 거야. 유진이는 어쨌든 새엄마가 필요하니까. 누구도 유진이를 친자식처럼 보살필 수 없다면 차라리 나에게 가장 유리한 사람이 낫지.”이 말은 그야말로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자신의 아이를 이익의 발판으로 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9화

    소원은 그제야 마음이 약간 놓이는 듯했다.하지만 지금은 육경한과 이런 일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어젯밤, 소원이 영숙에게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게 한 것은 방민아의 수를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이 육경한 외에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방민아의 수를 깨뜨리지 못하면 유진이를 지킬 방법은 없었다.그녀는 오로지 이 방법밖에 없었기에 육경한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고 이것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이후 소원은 영숙에게 부탁해 숨겨 둔 소형 카메라를 가져오게 했다.현재 그 증거는 영숙의 손에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그녀는 서둘러 그것을 손에 넣어야 했다.그래야만 육경한과 조건을 논할 수 있었다.그녀는 확신했다. 이 증거를 본다면 육경한도 미우 그룹의 체면을 버리면서까지 방민아와 결혼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설사 결혼을 강행하려 해도 그녀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었다.소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나가야겠어. 내 옷 줘.”지금 입고 있는 이 잠옷은 너무 헐렁해 입고 나가면 거의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민망했다.육경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네 옷? 그 찢어진 천 조각들을 다시 입고 나가겠다고?”소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싸움으로 옷이 모두 찢겨나갔던 것이다.“그럼 부탁할게. 내가 입을 수 있는 옷 좀 찾아줘.”그러나 육경한은 냉소하며 말했다.“왜 내가 널 위해 옷을 찾아줘야 하지? 나가고 싶으면 그냥 지금 입은 채로 나가.”소원은 그의 말에 화가 치밀어 곧바로 이불을 걷어내고 지금 입은 그대로 나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하지만 문까지 걸음을 떼기도 전에 육경한이 발로 문을 차며 문을 닫아버렸다.소원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무슨 뜻이야?”“정말 그렇게 나가려는 거야?”육경한의 눈빛은 차가웠고 말투는 뭔가 숨은 의도를 담고 있는 듯했다.속이 덜컥 내려앉았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8화

    피가 끝없이 번져가 끝내는 눈까지 뒤덮자 소원은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눈이 핏발로 가득 차 있었고 머릿속은 웅웅거려 터질 것만 같았다.낯선 방을 둘러보며 그녀는 잠시 어리둥절해 했다.이전의 일을 떠올리려 애쓰다가 문득 기억이 되살아났다.방민아가 쉽게 자신을 놓아줄 리 없다는 걸 알았기에 그녀는 그 룸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해 두었었다.그리고 영숙이 약속된 시간에 전화를 걸어왔고 그다음은 육경한이 그녀를 데려간 장면이 이어졌다.머리를 감싸 쥐고 문질렀지만 머리는 여전히 아팠고 정신도 완전히 맑지 않았다.공기 중에 뭐라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냄새가 맴돌았다.순진무구한 소녀가 아닌 소원은 그 냄새에 머리가 어지러웠다.저절로 미간도 찌푸려졌다.‘어젯밤...’소원은 서둘러 이불을 걷어내고 자신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방민아, 방민기와 몸싸움을 벌이며 생긴 상처들 외에 민감한 곳에는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하지만 허리에 남은 손자국이 의심스러웠다.그 자국은 너무 깊어서 마치 박혀 있는 것 같았다. 어떤 흔적이라 표현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다.분명 싸움에서 생긴 자국은 아닌 것 같은데 자세히 생각하려니 겁이 났다.옷차림을 다시 살펴보았다. 본래 소원이 입고 있었던 옷이 아니었다.그때, 문이 갑자기 열렸다.육경한이 성큼 들어오더니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소원을 보고 무심히 말했다.“깼네.”말을 끝내자마자 커다란 베개가 그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육경한은 손을 살짝 들어 그것을 쳐냈고 베개는 그의 얼굴을 살짝 스치며 바닥에 떨어졌다.곧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말했다.“구해줬더니 이렇게 보답하는 건가?”“나한테 무슨 짓 했어?”소원은 이를 악물고 날카롭게 물었다.육경한은 그녀가 화가 난 모습을 보며 얇은 입술을 살짝 비틀어 웃었다.그러고는 침대 머리맡에 도우미가 가져다 놓은 얼음이 담긴 위스키를 들고 한 모금 마신 뒤, 느긋하게 말했다.“내가 뭘 했다면 네가 아무 느낌도 없었을 것 같아?”순간 멍해졌지만 소원은 이내 그의 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7화

    오늘 밤, 소원은 또 소진용에 대한 꿈을 꾸었다.어릴 적, 소진용이 그녀를 데리고 시골로 자선 활동을 갔던 기억이었다.끝없이 이어진 논둑길 위에서 소진용은 그녀에게 본 적 없는 농작물을 하나하나 보여주며 그것들이 어떤 용도로 쓰이고 나중에 어떤 음식으로 변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어린 소원은 금세 지쳐버렸고 소진용은 몸을 낮추어 그녀를 등에 업었다.소원은 아버지의 등에 업힌 채 그의 설명을 들으며 즐거워했다.그때 소진용이 어떤 농부들은 하루 세끼를 고구마로 연명한다고 말하자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던 소원은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물었다.“아빠, 왜 농부 아저씨들은 고기를 안 먹어요? 고기를 먹으면 배도 부르고 맛있잖아요. 왜 안 드시는데요?”소진용은 딸의 말을 듣고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아이의 천진난만함에 미소가 번진 것이었다.이 나이의 아이가 고기와 같은 값진 음식의 가치를 모르는 것은 당연했다.소원은 대도시에서 자랐고 가풍 덕분에 소씨 가문은 도우미들에게조차 인색하지 않았다.집안에서 일하는 도우미들조차 매 끼니마다 고기와 생선이 곁들여진 음식을 먹는 상황에서 시골 농부들이 왜 고기를 먹지 않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소진용은 아이가 이해하기 어려운 어른의 논리가 아닌 아이의 눈높이에 맞춘 말로 설명해 주었다.“우리 소원이, 고기 좋아하니?”“네, 소원이는 고기 좋아요!”소원은 어린 목소리로 대답했다.고기는 얼마나 맛있는데, 부드럽고 향기로운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 리 없었다.소진용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네가 먹는 소고기, 돼지고기, 양고기는 다 농부 아저씨들이 키운 거란다. 하지만 아저씨들은 그것들을 먹지 않고 다 팔아서 집안 살림에 보탠단다. 많은 농부 아저씨들은 학교를 다니지 못했기 때문에 머리를 써야 하는 일을 하지 못해. 그래서 몸으로 하는 일로 가족을 먹여 살려야 해.”“아저씨들이 고기를 안 좋아하는 게 아니라 돼지 한 마리나 양 한 마리의 값이 그 집 한 해 생활비나 아이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6화

    방 안.여자가 침대에 누워 있다. 마치 잠이 든 듯 보이지만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었다.젖은 머리카락과 몸에는 도우미가 갈아 입혀준 실크 잠옷이 걸쳐져 있었다.목선이 살짝 드러난 잠옷은 조금만 움직여도 속살이 살짝 비칠 듯 아슬아슬했다.손에 헤어드라이어를 들고 육경한이 다가왔다. 그는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말려주기 시작했다.여자의 머리를 말려주는 것은 처음이 아니었는지라 육경한의 손놀림은 익숙하고 능숙했다.몇 년 전, 그가 머리를 말려주던 여자도 바로 눈앞의 이 여자였다.다만 그때 그녀는 지금보다 훨씬 순진하고 온순했다.침대 한구석에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앉아 자신에게 머리를 맡기던 모습이 떠올랐다.그것이 육경한이 처음으로 여자의 머리를 말려준 순간이었다.그 후로, 그녀를 제외하고 다른 어떤 여자에게도 머리를 말려준 적이 없었다.하지만 지금, 같은 일을 하면서도 육경한의 마음은 전혀 달랐다.그와 그녀 사이에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간극이 생겨버렸기 때문이다.미약한 드라이기의 온풍이 두피를 스치자 소원은 따스함을 느꼈다.가벼운 간지러움에 무의식적으로 몸을 뒤척였지만 여전히 깨어나지는 않았다.그녀 옆으로는 넓은 공간이 비어 있었다. 이곳은 원래 육경한의 침대였다.폭이 무려 2.8m에 달할 만큼 넓은 침대였다.그는 잠시 고민하다 침대 위로 올라가 이불을 걷어내고 누웠다.부드러운 침대는 곧바로 크게 푹 꺼졌다.육경한은 무언가를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다만 이렇게 한 침대에 함께 누워 있는 순간이 그에게는 너무 오랜만이었다.오늘만큼은 충동적으로 그 기분을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이불 안은 온통 소원의 향기로 가득했다.희미한 향기가 은은하게 그를 유혹하고 있는 듯했다.그는 눈을 감고 침대와 어울리지 않는 이 새로운 향기를 깊게 들이마셨다.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 향기는 육경한을 편히 잠들게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의 머릿속을 더욱 선명하게 만들었다.몸속에 잠자고 있던 짐승이 서서히 깨어나는 듯했다.제어할 수 없는 욕망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5화

    의사로서 해야 할 말은 했으니 선택권은 육경한에게 있었다. 의사도 거짓말을 한 건 아니었다. 방민기도 그저 즐기는 게 목적이었기에 소원에게 독극물을 먹이기보다는 감정을 극대화할 수 있는 음료수를 먹였을 것이다.육경한이 물었다.“다른 방법은요?”육경한이 첫 번째 방안을 동의하지 않자 의사는 자기가 잘못 생각했나 싶어 멈칫했다. 육경한의 눈빛은 말 그대로 여자가 남자를 보는 눈빛이었기에 같은 남자로서 그 눈빛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의사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주사를 맞아도 되는데 어떻게 처리하실래요?”“몸 많이 상해요?”육경한이 물었다.의사도 더는 아는 척하기가 두려워 이렇게 말했다.“많이 상하진 않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제일 온화한 진정제를 선택해서 투여할게요.”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리고 소원을 바라보더니 그렇게 오래 망설이지 않았다.“주사 놓으세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구급상자에서 도구를 꺼내 소원에게 주사를 놓으려 했지만 소원이 조금도 협조하려 하지 않았다. 손이 묶여 있었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도우미들은 소원이 다칠까 봐 힘을 쓸 엄두가 나지 않아 퍽 난감한데 결국 육경한이 손으로 소원을 꾹 누르고 의사에게 지시했다.“이제 주사 놓아요.”주사를 놓자 소원도 많이 얌전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슴처럼 얌전해졌다. 육경한은 도우미에게 소원을 데려가 몸을 닦아주라고 하고는 그도 위층으로 올라갔다.방으로 들어온 육경한은 더러워진 옷을 벗어 던지고 누드로 샤워실에 들어갔다. 뜨거운 물이 샤워기에서 흘러 내려오자 입술이 따끔거려 손으로 만져보니 아까 소원에게 물려 입술이 까진 것 같았다.생각만 해도 살이 떨리는 키스였기에 육경한도 덤덤할 리는 없었다. 육경한은 욕망이 없는 게 아니라 대부분 억누르고 있었지만 먼저 다가오는 여자에겐 거의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역겹다고 생각했다.지금까지 육경한이 인정한 여자는 방민아뿐이었지만 그렇다 해도 두 사람은 아직 거기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방민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4화

    순간 육경한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얼음장처럼 차가워졌고 손등에 올라온 핏줄이 그가 화를 억누르고 있음을 알려줬다.바로 소원을 차에서 던지려는데 고개를 돌려보니 소원이 창가에 몸을 쭈그리고 앉은 채 불안해하는 모습이 마치 고양이 같았다. 소원에게 이렇게 얌전하고 부드러운 모습은 참으로 드물었다.육경한은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과 신경전을 벌이는 게 의미없다 생각해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젠장.”육경한이 욕설을 퍼붓더니 짜증스럽게 셔츠 단추를 풀다가 힘 조절을 잘못하는 바람에 단추가 그대로 떨어지고 말았다. 덕분에 셔츠 앞부분이 밖으로 펼쳐져 탄탄한 가슴 근육이 드러났다.다행히 소원은 잠깐 실언했을 뿐 그 뒤로 더는 실수하지 않았다. 아니면 육경한은 정말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 소원을 차에서 던져버렸을지 모른다.‘이렇게 데리고 오는 게 아닌데. 그냥 지켜보기만 하면 되지 왜 데려와 가지고. 봐. 저 여자가 필요한 건 네가 아니야. 다른 사람이라고...’별장.육경한은 소유한 부동산이 많았는데 이 별장은 시내와 좀 떨어져 있었고 여기로 올 때면 주로 혼자 왔다. 그가 이곳을 좋아하는 원인은 조용하고 귀찮게 하는 사람이 없어서였다. 게다가 강가에 지어져 있어 폭우가 오면 위층 테라스에서 큰비가 강에 떨어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그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그동안 겪었던 풍파가 떠올라 마음이 서글퍼지기도 했다.그래야만 흔들리지 않고 그동안 겪었던 수모와 해왔던 노력을 생각하며 꿋꿋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육경한은 이제 더는 부드럽고 젠틀하던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부드럽고 젠틀한 남자가 아니었는지 모른다.별장의 도우미는 운전기사의 지시를 받고 준비에 돌입했고 의사도 대기하고 있다가 차가 들어오자 얼른 앞으로 다가섰다.도우미는 육경한이 여자를 안고 들어오는 걸 보고 얼른 손을 뻗었지만 소원은 육경한만 경계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사람을 경계했다.의식이 흐릿했기에 모든 사람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이는 밖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13화

    그러다 문득 뭔가 생각났다는 듯이 온몸으로 거부하며 남자를 밀어내기 시작했다.“저리... 가... 제발... 좀 꺼져... 이 나쁜 놈아...”소원이 팔을 버둥거리며 남자의 품에서 벗어나려 했다.“이거 놔... 나쁜...”육경한이 소원의 턱을 꽉 움켜잡자 소원은 하려던 말을 도로 삼킬 수밖에 없었다.“꺼지라고?”육경한의 차가운 목소리는 어딘가 음침했다.“그러면?”“그러면...”소원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아파 자기도 모르게 신음하듯 이렇게 말했다.“아무튼... 너는 아니야... 꺼져... 꺼지라고.”“누구더러 꺼지라는 거야.”육경한이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 지금의 소원은 음료를 마신 사람 같지 않게 정신이 말짱했다.“경한... 육경한... 꺼지라고... 이 나쁜 놈아.”버벅거리지만 않았다면 육경한은 그의 이름을 또박또박 내뱉는 소원을 보며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너뿐이야.”육경한이 소원의 뾰족한 턱을 부여잡더니 싸늘하게 말했다.“이 세상에서 나를 이렇게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사람 너뿐이라고.”육경한에게 접근하는 여자는 굽신거리는 쪽이 많았지만 유독 소원만은 목숨이 아깝지도 않은지 내뱉는 말마다 육경한의 신경을 자극했다.소원은 정신이 말짱한 것 같지만 사실은 하늘이 빙빙 돌고 혀가 꼬여서 하던 말을 계속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꺼져.... 꺼지라고... 꺼져...”육경한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언짢은 듯 이렇게 말했다.“꺼지면? 아까 그 애송이들 찾아서 해결하게?”소원이 마구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연신 고개를 저었다. 지금 소원의 의식을 지배하는 건 소원이 아니었기에 소원 본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아무튼 너는 아니야... 악마 같은 놈. 나쁜 놈.”육경한의 말투는 얼음장처럼 차가웠다.“내가 정말 네 말대로 악마였다면 네가 지금까지 무사히 살아있을까?”육경한에게 밉보인 사람은 지금쯤 다 한 줌의 재가 되었을 것이다. 소원은 지금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기만 한 게 아니라 쥐고 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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