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619화

작가: 이한나
소원은 그제야 마음이 약간 놓이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은 육경한과 이런 일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녀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있었다.

어젯밤, 소원이 영숙에게 시간에 맞춰 전화를 걸게 한 것은 방민아의 수를 깨뜨릴 수 있는 사람이 육경한 외에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방민아의 수를 깨뜨리지 못하면 유진이를 지킬 방법은 없었다.

그녀는 오로지 이 방법밖에 없었기에 육경한을 이용하기로 마음먹었고 이것이 아니었다면 어떤 일이 있어도 그를 이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소원은 영숙에게 부탁해 숨겨 둔 소형 카메라를 가져오게 했다.

현재 그 증거는 영숙의 손에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변수가 생길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그녀는 서둘러 그것을 손에 넣어야 했다.

그래야만 육경한과 조건을 논할 수 있었다.

그녀는 확신했다. 이 증거를 본다면 육경한도 미우 그룹의 체면을 버리면서까지 방민아와 결혼을 강행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사 결혼을 강행하려 해도 그녀가 제시하는 조건을 받아들여야만 할 것이었다.

소원은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

“나가야겠어. 내 옷 줘.”

지금 입고 있는 이 잠옷은 너무 헐렁해 입고 나가면 거의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일 정도로 민망했다.

육경한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

“네 옷? 그 찢어진 천 조각들을 다시 입고 나가겠다고?”

소원은 잠시 생각하더니 그도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젯밤 싸움으로 옷이 모두 찢겨나갔던 것이다.

“그럼 부탁할게. 내가 입을 수 있는 옷 좀 찾아줘.”

그러나 육경한은 냉소하며 말했다.

“왜 내가 널 위해 옷을 찾아줘야 하지? 나가고 싶으면 그냥 지금 입은 채로 나가.”

소원은 그의 말에 화가 치밀어 곧바로 이불을 걷어내고 지금 입은 그대로 나가려는 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문까지 걸음을 떼기도 전에 육경한이 발로 문을 차며 문을 닫아버렸다.

소원은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뜻이야?”

“정말 그렇게 나가려는 거야?”

육경한의 눈빛은 차가웠고 말투는 뭔가 숨은 의도를 담고 있는 듯했다.

속이 덜컥 내려앉았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0화

    하지만 곧 그녀는 이 생각을 부정했다.영숙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이 안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영숙을 그렇게 의심하고 싶지는 않았다.만약 영숙이 소원을 해치려 했다면 기회는 많았을 것이다. 처음부터 도와줄 필요도 없었고 지금 같은 시점에 와서 그녀를 해칠 이유도 없었다.그렇다면 이건 분명 육경한이 알아챈 것이다.소원은 육경한이 이렇게까지 똑똑할 줄은 몰랐다.‘내가 육연주와 방민아를 몰래 찍어둘 줄 어떻게 알아챘지?’소원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 초소형 카메라를 빼앗으려 했고 겨우 손에 넣었다. 그러나 그 순간 남자의 조용한 비웃음 소리가 들렸다.“이미 소용없어.”확인해 보니 과연 카메라 안의 저장카드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생각해보면 당연했다. 육경한이 이걸 손에 넣고 안에 있는 내용을 봤다면 그녀에게 돌려줄 리 없었다.그 안의 악행을 저지른 사람들은 그의 조카, 약혼녀, 그리고 그의 큰처남이었다.그들과의 관계가 워낙 가깝기에 육경한이 이들을 곤경에 빠뜨리도록 놔둘 리 없었다.소원은 고개를 돌려 말했다.“저장카드를 가져갔다면 그 안의 내용도 이미 보셨겠죠, 육 대표님.”“응, 봤어.”육경한은 솔직히 인정했다.“봤다면 당신 약혼녀가 한 말을 들었을 텐데요?”소원은 약간 흥분하며 물었다.“그 여자가 정말 유진이 새엄마로 적합하다고 생각해요?”육경한은 그 영상을 보고 난 뒤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하지만 이 순간, 문득 어젯밤 무의식중에 소원이 흘린 한마디가 떠올랐다.“현재야...”그리고 그동안 소원이 자신에게 얼마나 냉담했는지,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장난처럼 다루었는지, 그 안에 조금의 연민조차 없었던 것들이 떠올랐다.그래서 입 밖으로 나오는 말을 바꾸었다.“그 여자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될 거야. 유진이는 어쨌든 새엄마가 필요하니까. 누구도 유진이를 친자식처럼 보살필 수 없다면 차라리 나에게 가장 유리한 사람이 낫지.”이 말은 그야말로 뻔뻔하기 짝이 없었다.자신의 아이를 이익의 발판으로 삼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1화

    잠시 동안 육경한은 소원이 자신을 속이고 있는지 판단할 수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소원의 얼굴빛을 살폈고 소원은 태연하게 말했다.“당신이 유진이의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다면 엄마인 내가 할 수밖에 없지. 내일...”“모든 사람들에게 당신들 모두의 진짜 모습을 보여줄 거야.”소원의 단호한 말투는 거짓말을 하는 사람의 태도가 아니었다.육경한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어쩌면 그녀가 정말로 백업 파일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물었다.“그리고 나면?”소원은 잠시 멈칫했다.그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육경한은 다시 입을 열었다.“네가 공개한다고 해도 연주는 자신의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지 않을 거야. 우리 누나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까. 최악의 경우 해외로 나가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면 그만이지. 연주의 이후 삶에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방민아와 방민기도 마찬가지야. 방씨 가문이 뒤를 봐주고 있는데 네가 벌이는 이 작은 사건이 큰 파장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아? 그리고 만약 돈과 인맥을 써서 이슈를 만들어낸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어?”육경한은 술잔을 내려놓으며 냉담하게 말했다.“그들의 대응 방식은 연주와 다를 게 없어. 이런 일들은 그들에게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할 거야.”그리고 그는 냉랭하게 덧붙였다.“소원, 꿈같은 소리 하지 마. 난 방민아와 결혼하지 않아도 다른 여자와 결혼할 거야. 근데 내가 그 여자들이 유진이에게 나쁜지 좋은지 일일이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해?”육경한의 말을 들어보니 생각지도 못했던 점들이 속속 보였다.그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지금 그녀가 가진 영상은 방민아를 육경한 대표님 부인 자리에서 내려오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하지만 그다음은? 또 그다음은?그녀가 그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어떻게 판별할 수 있겠는가.결국 육경한이 유진이를 놓아주지 않는 이상 양육권은 여전히 그의 손에 있으며 잠재적인 위험은 피할 수 없었다.그녀는 잠시 혼란에 빠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2화

    소원의 숨이 순간 멎었다.물론이다. 당연히 유진이의 양육권을 원했다.그것만이 유진이의 안전을 완벽히 보장할 수 있는 길이었으니 말이다.유진이는 원래부터 몸이 약하고 허약했다.다른 사람이 조금만 속임수를 써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상황이었고 그래서 소원이 이렇게까지 모든 것을 걸고 방민아를 육경한 대표 부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것이었다.유진이의 몸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다.게다가 의사는 유진이의 건강 상태가 많이 좋아졌으며 적합한 기증자를 찾는 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런 상황에서 유진이를 반드시 자신의 곁으로 데려와야 했고 이 일이 조금이라도 틀어지면 소원은 평생을 후회할 것이었다.“나는 당연히...”하지만 소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육경한이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입술을 막으며 조용히 ‘쉿’하고 말했다.약간 거친 그의 손가락 끝은 마치 사포처럼 꺼끌꺼끌한 촉감을 남겼고 전류가 흐르는 듯한 낯선 감각이 스쳤다.몸에 소름이 돋으며 소원은 본능적으로 몸을 뒤로 뺐다.육경한은 가볍게 비웃으며 한 걸음 더 다가섰다.“원한다면 진심을 보여야지.”소원은 잠시 멍해졌다가 곧 한 발 더 물러섰다.“원하는 게 뭔데?”그녀가 다시 묻기도 전에 육경한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얼굴에 닿았다.육경한은 소원을 옷장 문에 밀어붙였고 열기가 느껴지는 입술이 붉게 부어오른 그녀의 입가에 닿았다.그것은 마치 시험하듯 시작되었고 이내 그녀의 입술로 깊숙이 파고들었다.술 냄새가 코를 찌르자 소원은 한순간 멍하니 있다가 정신을 차렸다.소원이 손발을 모두 사용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육경한은 무릎으로 그녀의 두 다리를 꽉 누르고 한 손으로 그녀의 뒤통수를 잡아 거칠게 키스했다.그의 입술은 거칠었고 심지어는 물기까지 했다.소원은 그의 강압적인 키스에 벗어나려 몸부림쳤지만 키가 190cm에 육박하는 남자의 힘 앞에서는 그녀의 저항은 무력할 뿐이었다.결국 육경한의 입술이 소원의 것을 물어 피가 묻어났고 그것이 누구의 피인지 알 수 없었지만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3화

    남자는 소원의 손가락을 단단히 얽으며 열 손가락을 맞물렸다.그리고 조금씩 그녀의 얼굴에 가까이 다가가며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방금 그 키스는 어젯밤 일에 대한 대가야. 이제부터가 내가 내놓을 조건이야.”소원은 경계심 가득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이번엔 또 뭘 하려는 거야!”“뭘 하겠어? 당연히...”눈을 가늘게 뜨더니 육경한은 고개를 숙였다.“널 가질 거야.”뒤이어 거칠고 압도적인 키스가 다시금 그녀에게 덮쳐왔다.이번 키스는 이전 것보다 훨씬 강렬하고 더 거침없었다.조금 전의 키스는 단순한 장난처럼 느껴질 정도였다.소원은 두 눈을 크게 뜨고 남자의 가슴을 치며 몸부림쳤다.그녀의 손톱이 등과 목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남겼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남자는 소원을 침대 위로 강제로 밀어 눕히고 그녀의 다리를 가슴 위로 억누르며 반항할 여지를 완전히 차단했다.그의 뜨겁고 거친 키스는 소원의 입술에서 목덜미로 이어졌고 술에 취한 듯한 짙은 욕망이 가득했다.남자의 손은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부드러운 곡선을 타고 내려가며 탐욕스럽게 그녀를 더듬었다.서로 뒤엉킨 숨소리는 남자가 흥분했을 때만 내뱉는 거친 숨결이었다.정신이 아득해지며 소원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육경한이 이렇게 폭력적으로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했기 때문이었다.분명 최근에는 자신과 거리를 두려는 태도를 보였던 그가 왜 갑자기 이런 행동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눈빛에 진한 욕망의 빛이 서린 채 육경한은 거친 숨을 내쉬며 그녀를 잠시 놓아주었다.“아까 나한테 물었었지? 내가 원하는 게 뭐냐고.”그는 낮고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내 조건은 간단해. 널 내게 줘. 그러면 내가 유진이의 엄마로 만들어줄게.”소원은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멍해졌다.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유진이의 엄마’라니. 유진이는 원래부터 그녀의 아이다.‘난 이미 유진이의 엄마잖아?’대체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혼란스러웠다.육경한은 소원이 자신의 말뜻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4화

    육경한은 눈앞의 여자를 산산조각 내버리고 싶을 정도로 분노와 욕망이 뒤섞였다.조금 전의 짧은 접촉만으로도 그의 온몸의 세포가 깨어난 듯했다.그녀를 지금 이 자리에서 눌러 제 몸 어디 한 부분에라도 붙여두고 싶었다.다시는 움직이지 못하게 하고 더는 다른 남자를 유혹하지 못하도록 말이다.특히 그녀가 술에 취해 무의식적으로 내뱉었던 ‘현재야’라는 말은 마치 날카로운 가시처럼 그의 가슴속을 파고들었다.그는 지금 당장 서현재를 붙잡아 바다 깊숙이 가라앉히고 싶은 충동을 억누를 수 없었다.“육경한, 양심에 손을 얹고 우리 모자에게 부끄럽지 않아? 왜 내가 당신에게 빌어야 하지? 유진이는 당신 아들 아니야?!”소원은 눈가가 붉게 달아오를 정도로 격분하며 그를 노려보았다.눈앞의 이 남자가 자신을 위협하는 모습에 깊은 증오를 느꼈다.육경한은 차분히 말했다.“내가 두 사람에게 잘못한 건 인정해. 하지만 네가 나한테 그걸 만회할 기회를 준 적이 없었잖아.”그의 말은 소원에게는 터무니없게 들렸다.그렇지만 육경한은 개의치 않았다.소원을 곁에 둘 수만 있다면 비웃음을 사는 것쯤은 상관없었다.“네가 유진이의 엄마로 돌아와 내 곁에 머문다면 내가 필요한 권리를 줄 거야. 하지만 네가 유진이의 엄마가 아니라면 그 권리는 너와 아무 상관없어.”육경한의 말은 현실적이고도 냉정했다.교환을 원하는 것이었다.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무언가를 희생해야 한다고 그는 분명히 했다.곧 소원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육경한, 당신 왜 이래? 이건 사랑이 아니야! 우리 둘 사이엔 사랑 따윈 없어!”극도로 지친 소원은 무력감을 느꼈다.육경한은 이기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과는 항상 같았다.그를 이길 수 없었고 심지어 서현재조차 위험에 빠져 있었다.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눈빛이 어두워진 채 육경한은 그녀의 상처를 조심스레 손끝으로 쓰다듬었다.“이제 와서 사랑이니 뭐니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아.”그는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5화

    소원은 눈앞에 놓인 담백하고 향긋한 보양식을 보며 희미하게 쓴웃음을 지었다.‘몸이 다쳤을 때는 보양식으로 보충할 수 있다지만 마음은 어떡해야 하지? 상처 입은 마음은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비록 입맛은 없었지만 그녀는 억지로 음식을 삼켰다.건강한 몸이 필요했다.절식하며 저항하는 건 미성숙한 아이들이나 할 짓이었다.약해진 몸으로는 아무런 계획도 세울 수 없고 제대로 된 판단도 할 수 없었다.억지로 먹긴 했지만 그 양은 겨우 생명을 유지할 정도에 불과했다.정상적인 사람이 배부르게 먹을 양에는 한참 못 미쳤다.남은 음식을 도우미가 들고 나갈 때, 육경한은 그 모습을 흘낏 보며 시선을 거두고 말했다.“연근을 좋아하니까 다음 끼니엔 연근 요리를 준비해.”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물러났지만 도우미는 속으로 생각했다.‘연근 같은 사소한 취향까지 기억하다니... 이 여자는 정말 육 대표님께 특별한 존재임이 틀림없어.’다음 날 아침, 소원은 아침 식사를 마친 뒤 도우미에게 말했다.“육 대표님을 불러주세요.”그녀에게는 삼일이나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유진이의 안전은 단 한순간도 미룰 수 없는 문제였다.곧이어 육경한이 방 안에 들어서자 방 안의 분위기는 한순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소원이 입을 열었다.“조건 받아들일게.”이 결정에 육경한은 별로 놀라지 않았다.사람은 약점이 있으면 잡히기 마련이었으니 말이다.소원의 약점은 언제나 그녀의 소중한 사람들이었다.그녀는 어머니를 포기할 수도, 아이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그런 사람들이 있는 한, 소원을 굴복시키는 건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육경한은 그동안 그런 수를 쓰지 않았다.자신에게 아직 그 알량한 자신감이 남아 있었다고 생각했으니 말이다.결국 육경한은 그 자신감이 얼마나 허망한지 깨달았고 소원은 그에게 남아 있는 감정이라고는 조금도 없었다.“하지만 나도 조건이 있어.”소원이 덧붙였다.육경한은 그녀가 조건을 제시하는 일에 대해 전혀 놀라지 않았다.오히려 조건을 내놓지 않는다면 그건 소원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6화

    남자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 한 걸음 다가왔다.차갑고 섬뜩한 육경한의 검은 눈동자를 마주하고도 속으로 긴장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다.만약 그가 화를 낸다면 지금 그의 집에 있는 상황에서 소원이 저항하기는 매우 힘들 것이다.“지금 나 위협하고 있는 거야?”육경한이 입을 떼자마자 강렬한 압박감이 그녀를 덮쳤다.소원은 무의식적으로 손에 힘을 주며 평온한 눈빛으로 그의 시선을 마주한 채 대답했다.“위협이 아니야. 단지 거래지. 내가 현재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이유는 현재가 유진이의 생명의 은인이라서야. 그때 그 해변 절벽에서 현재가 없었다면 나는 이미 유진이와 함께 떨어져 죽었을 거야. 현재가 없었다면 지금의 나와 유진이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소원은 육경한의 약점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를 자극하는 것은 자신에게도, 서현재에게도 불리했다.지금 그녀가 해야 할 일은 유진이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동시에 육경한에게 서현재의 안전도 지켜달라고 하는 것이다.이건 육경한에게 있어 어려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이었다.변화무쌍한 서울에서 뿌리 없는 두 사람이 스스로 살아남으려면 정말 쉽지 않았다.더군다나 그녀는 이미 수많은 적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으니 말이다.비록 그 적들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 아니었지만 소원은 어쩔 수 없이 맞서야만 했다.지난밤 만약 영숙의 말이 아니었다면 소원은 지금 이토록 빠르게 마음을 고치지 못했을 것이다.영숙이 말했다.“스스로 살아가는 게 고결하게 보일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 오히려 스스로만 의지해서 초라하게 산다면 사람들의 조롱거리밖에 안 될 거야. 똑똑한 사람은 자신에게 유리한 모든 기회를 붙잡는 법이지. 법을 어기지만 않으면 자신을 도울 수 있는 길은 옳은 길이야. 쓸데없는 사람들의 시선에 신경 쓸 필요 없어...”영숙의 위로에 소원은 많은 것을 깨달았다.그동안 수없이 부딪혀 왔던 벽들, 이제는 좀 더 똑똑하게 자신이 지키고 싶은 사람들을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627화

    그녀는 유진이에게도 항상 그렇게 가르쳐 왔다.무려 1분 동안 육경한은 그녀를 바라봤다.“옷은 조금 있다 가져올 테니 입고 내려와.”곧 이 한마디를 던지고 그는 몸을 돌려 나가버렸다.그제야 소원은 한숨을 돌린 듯했다.다음 순간, 그녀는 힘이 풀려 침대 위에 주저앉았다.명확히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거절한 것도 아니었다. 육경한이 그렇게 말했다는 건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며 옷을 들고 들어왔다.옷은 몸에 딱 맞는 사이즈의 옷이었다.그녀가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도우미가 아침 식사를 식탁 위에 준비해 놓고 말했다.“대표님께서 아침을 다 드시고 내려오라고 하셨습니다.”소원은 육경한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몰랐지만 전날의 과로와 몸의 통증 때문에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게다가 아침 식사의 고소한 냄새가 참을 수 없을 만큼 유혹적이었다.결국 소원은 식탁에 앉아 아침을 천천히 다 먹었다.아침 식사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자 남자가 거실 소파에 앉아 길게 다리를 꼰 채 신문을 읽고 있는게 보였다.앞에는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놓여 있었다.그렇게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육경한은 여전히 아침을 거르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었다.그 한 잔이면 완벽한 컨디션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소원이 내려오는 것을 보자 그는 신문을 내려놓고 앞에 놓인 커피를 한 번에 마신 뒤 자리에서 일어나 문밖으로 향했다.무슨 의도인지 알 수 없었지만 소원은 일단 따라나섰다.남자는 이미 차에 올라 있었다. 뒷좌석 문이 열려 있었고 운전기사는 그녀가 탈 때까지 기다렸다가 문을 닫아주었다.소원은 고개를 숙이고 차에 올라 육경한의 오른편에 앉았다.운전기사가 문을 닫고 출발하자 소원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지금 어디 가는 거야?”육경한은 단 한 마디로 대답했다.“구청.”“...뭐라고?”자신이 잘못 들었나 싶어 소원은 눈을 크게 뜨고는 다시 물었다.“육경한, 지금

최신 챕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8화

    하지만 그때는 딸을 구하는 데 급급해 다른 생각을 할 겨를도, 눈에 뵈는 것도 없었다.“그러다 결국 그 여자의 요구를 들어주게 됐어요. 해산 회의를 하는 날 모든 사람이 아래층에 모여있을 때 대표님 사무실로 향했죠. 어디로 가면 CCTV를 피할 수 있는지 알고 있어서 나를 발견한 사람은 없었어요. 하지만 사모님은 그날 사무실에 함께 계셔서 그날 마지막으로 대표님을 만난 사람이 나라는 걸 알고 있었어요.”소원은 전미영도 이 일을 알고 있을 줄은 몰랐다. 다만 전미영은 뒤에 큰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그대로 혼수상태에 빠졌고 그렇게 진실은 오랫동안 묻히고 말았다.안상철이 계속 말을 이어갔다.“그 영상을 대표님께 보여주면서 가끔은 어른이 살아있는 게 자식들에겐 짐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죠. 딸이 힘든 거 보기 싫으면 이제 결정할 때가 되었다고 말이에요.”“내 말을 들은 대표님이 한참 동안 말을 아끼셨어요. 그리고 내 예상과는 달리 딸에게 짐이 되지 말아야 한다면서도 딸 혼자서 이 모든 걸 짊어지게 하는 건 아니라면서 딸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은 하지 않겠다고 했어요. 대표님은 자살하면 소원 씨가 충격을 받을까 봐, 모든 걸 자기 잘못으로 돌릴까 봐 걱정했어요. 대표님은 참 좋은 아버지였고 소원 씨를 참 잘 알았죠.”소원의 눈동자에 눈물이 가득 차오르더니 이내 두 볼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음이 너무 아파 숨 쉬는 것조차 너무 힘들었다.안상철이 말했다.“그때는 나도 너무 감동해서 내가 사람도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자기 딸을 구하겠다고 똑같이 딸을 사랑하는 아버지를 해치려 한 내가 너무 미워서 그 자리에서 바로 모든 걸 털어놓았어요. 대표님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면서 하시던 말씀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요.”“안 비서, 이번만큼은 내가 용서할게요. 같은 아빠니까 용서하겠지만 앞으로 절대 이런 실수는 하지 마요.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요.”안상철이 눈시울을 붉혔다. 같은 아빠로서 똑같이 지켜야 하는 사람이 있는데 하마터면 아빠의 자격을 잃은 뻔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7화

    소원이 무릎을 꿇자 충격을 받은 안상철이 입술을 뻐끔거리더니 이렇게 말했다.“지영아, 다른 방에서 나 기다려.”안지영이 가지 않고 이렇게 물었다.“아빠, 내가 알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어요?”“말 들어.”안상철이 말했다. 안지영이 알면 자책할 게 뻔했기에 절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죄책감이라는 족쇄는 안상철이 평생 지는 걸로 족했고 딸만큼은 여생을 아무 부담 없이 즐겁게 지내길 바랐다. 만약 아버지가 그녀를 위해 양심에 반하는 일을 했다는 걸 알면 안지영은 평생 행복하게 살 수 없을 것이다.안지영은 안상철이 걱정되어 이렇게 물었다.“설마 소원 언니한테 무슨 짓 하려는 거 아니죠?”안상철이 그런 안지영을 보며 말했다.“아빠 못 믿어? 걱정하지 마. 아빠 절대 사람 죽인 적 없어.”이 말에 안지영은 청심환이라도 먹은 것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더니 옆방으로 향했다. 이제 방안에는 소원과 안상철만 남았다.안상철이 앞으로 다가가 소원을 부축하더니 말했다.“소원 씨, 일어나요.”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삼촌, 나 삼촌 믿어요. 하지만 진실이 뭔지 알려주시면 안 될까요?”잠깐의 침묵이 흐르고 안상철이 입을 열었다.“소원이 예상이 맞아요. 대표님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거예요.”소원의 마음은 마치 무수히 많은 화살에 맞은 것처럼 너무 아팠다.‘아빠가 자살한 게 아니라 누군가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니...’안상철이 그해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해 해산 회의를 하기 전에 어떤 여자가 저를 찾아왔어요. 돈은 섭섭지 않게 줄 테니 말하는 대로만 하면 된다고 말했죠. 무슨 일이냐 했더니 어떤 물건을 대표님께 보여드리면 된다고 했어요. 좋은 물건은 아니겠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여자가 준 테이프 안에는...”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이렇게 말했다.“소원 씨가... 누군가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영상이었어요. 남자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소원 씨 얼굴이 아주 또렷하게 나왔더라고요. 나는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6화

    하지만 지금은...안상철이 들고 있던 막대기를 놓으며 말했다.“가요.”소원을 보내주는 건 안상철이 베풀 수 있는 마지막 자비였다. 아니면 정말 소원을 쓰러트리고 강에 던져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상철은 어릴 때부터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라다니던 소원이 생각나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안상철이 말했다.“난 아무것도 모르니까 찾아오지 마요. 다치고 싶지 않으면 얼른 가요.”소원이 입을 열었다.“삼촌, 난 그저 사실을 알고 싶을 뿐이에요. 제발 부탁이에요. 우리 아빠... 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과거 얘기가 나오자 안상철은 가슴이 철렁했고 이내 걷잡을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혔지만 안상철도 결국 딸을 보호해야 하는 아버지였고 노인을 먹여 살려야 하는 아들이었기에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마음을 다잡은 안상철이 막대기로 소원을 가리켰다.“소원 씨, 5분 줄게요. 그래도 안 간다면...”안상철이 잠깐 뜸을 들이더니 매서운 눈빛으로 말했다.“나도 내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요.”소원은 갈 생각이 없었다. 안상철이 이렇게 내쫓는다는 건 아직 양심을 완전히 말아먹은 건 아니라는 의미였다.그때도 딸을 살리기 위해 순간 이성을 잃은 것 같았다. 피해자의 딸인 소원은 안성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로서 느끼는 무력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그렇다고 해서 진실을 묵과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삼촌, 진실을 알기 전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예요.”소원이 꿋꿋하게 말했다.“기회를 줘도 제 발로 걷어차네요.”안상철이 손에 든 막대기를 흔들며 소원에게 달려들었다.“아악...”옆에 있던 안지영이 놀라서 울음을 터트리며 안상철의 팔을 잡고 울먹였다.“아빠, 아빠... 제발 다른 사람 다치게 하지 마요...”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딸을 바라봤다. 지금 마음을 모질게 먹지 않으면 앞으로 더는 그녀를 보호할 수 없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았다.안지영이 울면서 말했다.“소원 언니가 나 살려줬는데... 이러면 안 되죠.”안상철이 난감한 표정으로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5화

    소원은 안지영이 말한 주소로 향했다.지난번의 교훈을 바탕으로 이번에는 소원 혼자 갔다. 괜히 안상철을 놀라게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혼자 가야 무언가라도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안지영이 보내준 장소는 꽤 멀리 있는 교외였다.안지영의 말로는 안상철이 안지영을 데리고 외국으로 나가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울에서 차를 타고 외진 변두리 작은 마을로 간 뒤 거기서 출발하려는 모양이었다. 물론 떠날 방법은 아주 많았다.소원이 장소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다.교외에도 집이 몇 채 있었다. 안상철은 안지영을 데리고 폐교가 된 학교 안에 숨어 떠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소원은 문 앞에 도착한 뒤 안지영이 말한 대로 뒤쪽 담장의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학교가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어 곳곳에 잡초가 무성한 것이 그야말로 숨기 좋은 장소였다.소원은 교실 하나하나를 돌아다니며 확인했고 마침내 세 번째 교실을 찾았다.교실 안에는 키가 크지만 몸이 약간 구부정한 사람이 서 있었다. 소원은 그 사람이 안상철임을 한눈에 알아보았다.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안상철의 모습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다만 등이 살짝 구부러져 있는 것이 삶에 많이 짓눌린 듯했다.소원이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천천히 문을 두드리자 안상철이 즉시 경계 태세를 취하며 몸을 돌렸다. 손에 두꺼운 몽둥이를 쥔 채 문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안상철은 소원을 본 순간 표정이 확 바뀌었다. 그는 소원이 어떻게 여기에 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어떻게...”소원이 먼저 말했다.“상철 삼촌, 오랜만이에요.”안상철이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여기에 어떻게 온 거예요?”소원이 대답하기도 전에 안지영이 먼저 말했다.“내가 말했어요. 아빠, 내가 소원 언니를 불렀어요.”“지영아, 너 미쳤니?”안상철이 화를 내며 말했다.“내가 한 말 다 잊었니?”“안 잊었어요.”안지영이 흥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안 잊었기 때문에 소원 언니를 부른 거예요. 아빠가 나를 데리고 외국으로 가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4화

    주석훈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지금은 미열이 나는 것뿐이에요.”소원은 그나마 마음이 조금 놓였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놓은 것은 아니었다.일단 미열이 있다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주석훈은 소원의 걱정스러운 표정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소원 씨, 걱정하지 마세요. 말했잖아요. 생사는 운명에 달려 있다고. 어떤 결과든 받아들일 거예요. 소원 씨와는 상관이 없어요. 다 내 운명이니까 자책하지 마세요.”주석훈이 이렇게 말할수록 소원은 더욱 미안해져 조용히 한마디 했다.“주 변호사님, 그렇게 위로하지 않아도 돼요. 저도 제 책임이 크다는 거 알아요. 내가 갑자기 아프지만 않았어도 주 변호사님이 저를 병원에 데려가는 일은 없었겠죠. 그러면 그 취객에게 물리지도 않았을 것이고요. 이미 일어난 일, 우리 같이 좋은 결과가 나오길 기도해요. 어떤 결과가 나오든 주 변호사님에게 큰 빚을 졌으니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말씀하세요. 반드시 도울게요.”주석훈이 말했다.“내가 어떻게 말해도 소원 씨는 본인 책임이라고 생각하겠군요. 하하, 그럼 진짜로 문제가 생기면 소원 씨에게 부탁할게요.”농담 반 진담 반으로 한마디 한 주석훈에 그나마 마음이 놓인 소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꼭이요!”이때 소원의 전화에 낯선 번호가 걸려왔다.문밖으로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전화기 너머로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소원이 물었다.“여보세요, 누구세요?”“...”“계속 말하지 않으면 끊을게요.”소원이 장난 전화인 줄 알고 전화를 끊으려던 순간 상대방이 말했다.“소원 언니...”소원은 깜짝 놀랐다.목소리만으로도 안지영임을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지난 며칠 동안 안지영의 집에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고 강민혜가 말했다. 가족들이 집에만 틀어박힌 채 밖으로 나가지 않는다고 했다.그리고 안상철도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아무래도 그들이 경계하고 있는 모양이었다.안상철이 눈치를 챈 것이다.소원이 아무리 초조해해도 나타나지 않으면 그를 찾을 수 없었다.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3화

    그러나 그의 목적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알 수 없었다.육경한은 감정을 억누르며 이 신비한 인물의 다음 액션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황진수가 계속 말했다.“하지만 최근에 그때 당시 한 청소부가 바닥에서 펜을 주웠다는 것을 알아냈어요. 청소부는 그 펜이 예뻐서 손자에게 주기 위해 가져갔대요. 청소부를 찾아가 무슨 이상한 점을 발견한 것은 없는지 물었더니 그제야 말하더라고요.”황진수는 청소부에게서 가져온 펜을 꺼내며 말했다.“바로 이겁니다.”육경한이 사인펜을 손에 들고 살펴봤다. 무게도 어느 정도 무거운 것이 가치가 상당할 것 같았다.평소 육경한이 사용하는 사인펜과 비슷했다.평소 글을 잘 쓰지 않는 소종은 뭔가 쓸 일이 생기면 손에 잡히는 펜을 아무것이나 집어서 글을 썼다. 이런 고급스러운 사인펜을 소지할 리가 없었다.이 펜은 소종의 거친 이미지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황진수도 같은 생각이었다.“소종 비서는 이런 펜을 사용한 적이 없어요. 조사해 봤는데 이건 이탈리아 왕실 귀족들이 사용하는 사인펜이에요. 한 자루에 수천 달러가 넘죠. 일반 사람들은 펜의 브랜드를 신경 쓰지 않아요. 이 펜의 주인은 아마도 글쓰기와 관련된 일을 하면서 이 펜을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요. 사람 자체가 우아하고 점잖을 거예요. 물론 내면은 그렇지 않겠지만 그런 척하겠죠.”황진수의 분석은 아주 일리가 있었다. 배후 인물이 누구인지 조금씩 드러나고 있었다.“귀족용 펜이라 서울에서 사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야. 이탈리아 쪽 주문 리스트를 받아서 서울에 있는 사람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 없는지 확인해 봐.”육경한이 말했다.이 사람은 배후에 계속 숨어 있었기에 그들이 현재 가지고 있는 정보라고는 이 펜뿐이었다. 쉬운 상황은 아니었다.적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있어 밝은 곳에 있는 그들은 매우 수동적인 상황이 되었다.육경한은 속으로 반드시 이 사람을 빨리 잡아내야겠다고 결심했다. 어떻게든 소원이 출산하기 전에 배후에 있는 조종자를 제거해야 했다.“그리고 진아연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2화

    오랫동안 약을 먹은 소원이 아무런 부작용이 없다는 것은 약이 그래도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말해줬다.게다가 무녀의 장수 효과도 거짓이 아니었다. 다만 그들이 말하는 것처럼 평생 늙지 않는 그런 신비로움은 없었다.육경한이 말했다.“난 서현재를 믿지 않아. 내가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볼게. 그다음에 결정하자.”서현재를 믿지 않는다는 육경한의 말에 소원도 더 이상 그와 논쟁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 아이를 위해 이렇게 하는 것이다. 서현재를 믿지 않으니 본인이 믿는 사람을 찾겠다는 것은 이 일을 매우 신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보여줬기에 굳이 논쟁할 필요도 없었다.“알았어. 하지만 시간을 너무 오래 끌지는 마.”소원이 한마디 했을 때 소원의 전화가 울렸다.발신자를 보니 주석훈이었다.오기 전에 주석훈에게 병원으로 가는 길이라고 말했던 그녀가 오랫동안 나타나지 않자 주석훈이 걱정되어 전화를 한 모양이었다.통화버튼을 눌러 주석훈에게 곧 갈 것이라고 말한 소원이 전화를 끊었을 때 육경한이 그녀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소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이만 가 봐야겠어.”육경한이 말했다.“주석훈, 너무 가까이하지 마. 그다지 믿을 만한 사람 같지 않아.”육경한이 직감적으로 느끼는 감정이었다. 사실 사람을 시켜 조사도 해봤지만 아무 단서도 찾지 못했다. 이력이 훌륭했고 신상 정보도 매우 완벽했다.하지만 너무 완벽해서 오히려 더 이상하다고 느꼈다.소원에게 접근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주석훈이 예전에 이선 그룹에서 일한 것도 확인해 봤지만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소원이 물었다.“왜 그러는데?”소원은 육경한이 무슨 증거를 찾았거나 의심스러울 만 한 단서라도 있는 줄 알았지만 육경한은 단답형으로 한마디 내뱉었다.“직감이 그래.”소원은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육경한 씨, 모든 사람을 본인 생각으로만 판단하지 마. 세상에 그렇게 많은 음모를 꾸미는 사람이 어디 있어.”소원의 말에 육경한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는 주변에 믿을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1화

    말투에는 서운함이 가득했다.어젯밤부터 오늘까지 그 일로 육경한은 입맛이 없어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오직 다른 남자에게 사줬던 이 죽을 맛보고 싶었다.육경한이 소심한 것을 알고 있는 소원은 혹시라도 주석훈에게 태클을 걸까 봐 일부러 설명을 덧붙였다.“주석훈의 병문안을 간 것은 주석훈이 나를 돕다가 다쳤기 때문이야. 게다가 꽤 심각해. 나 때문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사람이 고통을 받는데 어떻게 가보지 않을 수 있어?”“참 착하기도 하지.”육경한의 약간 비꼬는 듯한 말에 소원이 어이없다는 듯한 얼굴로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이 남자, 과연 그녀가 알고 있던 그 육경한이 맞나?너무 이상하게 변한 것이 아닌가?도도하던 모습이 사라지고 오히려 사람 냄새가 나니 말이다.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감정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당연하지. 내가 얼마나 착한데. 하지만 누구에게나 다 착한 것은 아니야. 사람을 가리거든.”너무나 명확한 말에 육경한이 침묵하다가 말했다.“저기 있는 생선 먹고 싶어.”소원은 순간 멈칫했지만 육경한이 환자인 것을 감안해 생선 배 부분의 가시 없는 살을 떼어 죽과 함께 먹여 주었다.생선 배 부분의 살을 소원에게 먼저 먹여 주는 것은 육경한의 옛날 습관이었다.육경한은 생선을 다 먹은 뒤 말했다.“배불러.”소원이 말했다.“좀 더 먹어. 그래야 빨리 회복하지. 그러면 황진수 씨도 배 아픈 척 안 해도 되고.”소원은 황진수가 배 아프다고 했던 것이 연기인 것을 알아차렸다.육경한도 숨길 생각이 없었다. 그는 빈 생선 뼈를 보며 한마디 했다.“소원아, 나 후회해. 전에 너에게 그렇게까지 잔인하게 하지 말걸... 많이 후회하고 있어.”소원은 순간 손이 멈칫했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육경한은 그런 그녀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아이가 또 생겨서인지 몰라도 왠지 그녀에게 남다른 감정이 생긴 것 같았다.두 사람은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이준혁은 육경한의 행동과 일 처리 방식이 너무 극단

  • 이혼하자더니 갑자기 연애   제1820화

    컵을 받아 물을 마신 육경한은 이내 몸이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컵을 내려놓자 소원이 말했다.“그럼 밥 먹어. 난 갈게.”육경한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소원은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나가려 했다.문 앞까지 왔을 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났다. 뒤돌아보니 육경한이 침대에서 떨어졌다.키가 188cm인 남자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바닥에 넘어져 있으니 매우 허약해 보였다.소원은 급히 가서 육경한을 부축했다.“일어날 수 있겠어?”소원은 갑자기 허약해진 육경한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침대에 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바닥에 떨어지냐 말이다.이내 육경한이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아파.”이 말을 들은 소원은 순간 육경한이 꾀병을 부리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안색을 보면 연기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관자놀이에는 땀이 맺혀 있었다.상처 난 등이 촉촉한 것을 보니 아마도 상처가 다시 터진 것 같았다.황산에 의한 상처는 피가 아니라 고름이 나오기에 소원은 상처가 터졌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하지만 그날 육경한이 망설임 없이 뛰어든 것을 생각하니 차마 모른 척할 수는 없었기에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힘주지 마. 날 잡아. 조심하고.”소원의 팔에 기댄 육경한은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오랜만에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에 육경한은 심장이 졸깃했다. 소원의 몸에서는 여전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 냄새는 마치 약처럼 아픔을 잊게 했다.육경한을 다시 침대에 눕힌 소원은 침대 높이를 조절해 그가 더 편안하게 앉을 수 있게 했다.모든 것을 마친 후 소원이 돌아서자 육경한은 그녀가 또 떠날까 봐 급히 말했다.“소원아, 나 배고파.”순간 소원은 조금 전 넘어진 것이 진짜로 고의는 아니었는지 의심하게 되었다. 조금 전 넘어지면서 손을 다쳐 밥을 먹을 수 없게 되었다.“간병인은 어디 갔어?”“간병인 없어. 평소에 황진수가 도와줘.”육경한의 말에 소원이 짜증 내며 한마디 했다.“왜 간병인을 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