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당신이랑 첫사랑이 사이에 끼어든 건가요?”여름이 울먹이며 비꼬았다.“내가 아니라면 아닌 거야. 당신 왜 앞뒤 가리지도 않고 무작정 사람을 모욕해? 당장 백지안 씨에게 사과하지.”하준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사과하라고?’여름은 완전히 어이가 없었다.“준, 됐어.”백지안이 급히 말렸다.“얼른 아내 분이랑 돌아… 엣취!”백지안은 말을 하다 말고 재체기를 하면서 몸을 웅크렸다.하준이 급히 자기 쟈켓을 벗어 백지안에게 덮어 주었다.여름은 완전히 절망에 빠졌다.전에 백지안과 닮은 지다빈이 나타났을 때 두 사람은 죽도록 싸우고 이혼까지 할 뻔했었다.이제는 백지안 본인이 나타났으니 여름에게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여름은 망연자실해졌다.‘오늘 여기를 오지 말았어야 했나?’내내 문 앞에 가만히 서서 차마 끼어들지 못하고 있던 최양하는 홀로 남겨진 채 덜덜 떠는 여름의 뒷모습을 보고 나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정말 너무 하네요. 아무리 그래도 와이프인데. 유부남이 되어가지고 오밤중에 집에 들어올 생각은 안 하고 다른 여자랑 품에서 부둥켜안고 뒹굴다니, 형수님 기분은 생각이나 해봤습니까?”“대체 누가 부둥켜안고 뒹굴었다는 거야?”하준은 짜증스럽게 여름을 노려보았다.“최양하가 당신을 여기 데리고 왔나? 아직도 저 녀석이 어떤 인간인지 몰라? 당신이랑 내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녀석이라고. 왜 이렇게 번번이 녀석의 간계에 빠지는 거야?”“누가 이간질한다고 이럽니까?”최양하도 이제는 화가 났다.“됐어요. 우리 가요.”여름이 최양하를 잡았다.‘지친다. 이런 자리, 애초에 오지 말았어야 했어.’“누가 그 녀석 손 잡으라고 했어?”최하준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여름을 잡아채서 자기 쪽으로 당겼다.“최양하, 경고하는데, 내 와이프에게서 떨어져.”저만치서 이 장면을 보고 있던 백지안은 얼굴이 굳어지면서 가만히 주먹을 꽉 쥐었다. 눈에 질투심이 어렸다.“당신은 백지안 씨랑 붙어 있으면서 최양하 씨는 왜 내게서 떨어지라고 하는 거
여름은 복잡한 시선으로 최양하를 흘깃 쳐다보았다. 최양하가 이렇게 마음에 든 적이 없었다.최양하도 여름을 향해 환하게 웃었다.두 사람이 시선을 주고받는 모습을 보자 하준은 갑자기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이때 백지안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끼어들었다.“오늘 치료는 여기까지만 하지. 준, 아내 분 모시고 일단 돌아가.”“그래.”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준도 차마 여름과 최양하 둘이서만 돌아가게 할 수는 없었다.‘지안이는 자기 차를 끌고 왔겠지.’입구까지 걸어가서 여름이 갑자기 백지안을 돌아봤다.“백지안 씨, 하준 씨를 치료를 계속하셔야겠다면 우리 집으로 와서 해주시면 좋겠네요. 제가 속이 이렇게 좁아서 미안하지만, 백지안 씨는 여전히 너무나 매력적인 분인데다가 하준 씨의 전 애인이라 불안하네요. 백지안 씨도 여자니까 이런 제 심정 이해해 주시리라고 믿어요.”“충분히 이해합니다.”백지안이 빙그레 웃으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하준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완전히 자리를 뜨고 나자 백지안이 얼굴이 음험해졌다.‘준이 나만 두고 가버리다니….예전 같으면 절대로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야.내가 준의 마음속에 저 못생긴 것이 차지하는 비중을 너무 얕봤나 보네. 방법을 바꿔야지 안 되겠어.’----술집에서 나오자 최양하는 눈치껏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여름이 최양하를 불러세웠다.“오늘 고마워서 내가 야식을 쏠까 하는데요.”오랫동안 집에만 갇혀 있다가 나왔더니 갑자기 치킨이 확 먹고 싶었다.“이래 가지고 치킨집을 가겠다고?”하준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그냥 나랑 같이 집으로 가지.”“당신이 동의하지 않을 걸 알고 있어서 내가 최하준 씨는 부르지 않았잖아요. 가려면 혼자 가세요.”여름이 최양하에게 눈짓을 하더니 두 사람은 저쪽으로 가버렸다.완전히 낭패한 얼굴의 최하준을 흘끗 돌아보고 최양하는 갑자기 의기양양해졌다.‘흥, 비즈니스에서 너한테 안 된다면 내가 네 아내라도 빼앗아 주지.’최하준은 화가서 소리 질렀다.“강여름, 예전에
하준은 그래도 믿을 수가 없었다.“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뉴스에서 보니까 이런 데서는 더러운 기름을 쓴다고 하던데요.”“……”‘아니, 돌았나? 덩치만 좀 작고 제대로 차려입지만 않았어도 내가 발로 차서 내쫓는 건데.’“못 믿으셔도 할 수 없죠. 정 그러면 다른 집으로 가시죠.”주인이 기분 나쁘다는 듯 말했다.“아, 뭐 그럴 것까지는 없고, 우리 와이프 먹을 것은 기름을 새 걸로 바꿔서 튀겨 주십시오.”하준은 주인이 직접 기름을 다시 바꾸는 것을 확인했다.“두 마리 주문하셨던데, 아주 두 번째 것도 시름을 또 갈아서 튀겨 드릴까?”주인이 이를 바득바득 갈며 물었다.“아, 그럴 필요 없습니다. 저 녀석 먹을 것은 아까 버린 기름에 다시 튀겨서 줘도 상관없습니다.”“……”‘뭐야, 이거? 정신이 나갔나?’하준은 그제야 가뿐한 기분으로 침착하게 테이블로 돌아왔다.“자기야, 내가 자기 먹을 치킨은 새 기름에 튀겨 달라고 했어. 아주 맛있을 거야.”너무 어이가 없어서 여름은 헛웃음이 나왔다. 배를 문지르며 말했다.“둥이들아, 이제 다 너희들 덕분이네.”“……”최양하는 ‘킥킥’ 웃었다.“아빠가 어떤지는 몰라도 우리 조카들, 삼촌이 많이 예뻐해 줄게.”“최양하, 넌 가만있어. 내가 지금 할 말 많은데도 꾹 참고 있다는 것만 알아둬라.”하준이 화를 억누르며 말했다.“제가 뭘요? 솔직히 옛 연인들이 오밤중에 집에는 안 가고 술집 룸에 들어가서, 뭐? 치료? 하하하! 난 그런 치료는 보도 듣고 못 했네. 형님, 조심하시라고요.”최양하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넌 아직도 그 소리냐? 의사마다 다 자기만의 치료 방식이 있는 거야.”최하준이 짜증스럽게 말을 받았다.“좋아요. 형님은 당당한지도 모르지. 하지만 백지안도 형님에게 100% 아무 생각이 없다고 생각하는 겁니까?최양하가 어깨를 으쓱했다.“예전 같았으면 나도 이런 소리 안 해요. 네, 나도 쓰레기였으니까.하지만 난 와이프가 임신을 했다면 다른 여자들하고는 무조건 거리를 둘
하준은 짜증스러운 듯 입술을 핥았다.“네가 좀 잘 돌봐 줘.”통화가 끝나자 여름이 하준을 쳐다보았다.“왜요? 백지안 사고 났대요?”“들렸어?”하준의 눈이 당황한 듯 커졌다.‘아주 작은 소리로 통화했는데 들렸단 말이야.’‘들리기는 개뿔, 그냥 다 때려 맞춘 거지.역시나 백지안 만만치 않군.’여름이 답했다.“하, 백지안이 사고 났다고 송영식이 전화한 거 아녜요? 안 봐도 뻔하지. 송영식은 당신이 백지안을 데려다주지 않았어 사고 났다면서 백지안은 또 왜 다 젖었냐고 당신한테 한 소리 했겠지. 하지만 백지안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송영식에게 한마디도 안 했을 테고.”“……”하준은 깜짝 놀랐다. 여름이 자기 전화기에 도청기라도 달아놓은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지경이었다.“어떻게 알았어?”여름의 양쪽 입꼬리가 축 내려갔다.‘뭐야, 다 맞췄어?’“다 예전에 강여경이 하던 짓이잖아요?”그 말을 듣는 순간 하준의 미간에 깊은 골이 패였다.여름은 어깨를 으쓱했다.“첫째, 사고로 최하준에게 깊은 자책감을 심어준다. 둘째, 송영식에게 왜 내가 술을 부었는지 말하지 않음으로서 최하준에게 자신은 착한 마음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어필한다. 이게 다 그런 애들이 쓰는 전형적인 수법이에요.”하준의 미간이 더 찌푸져졌다.“지안이를 안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자기가 지안이를 잘 몰라서 그래….”“됐어요. 그 사람이 착하다고 쳐요. 당신은 십수 년을 알았고 나는 어젯밤 처음 만났으니까. 그렇게 마음에 품도 못 잊던 첫사랑인데 그런 소리 들으면 당연히 기분 별로겠지.”여름이 고개를 끄덕였다.“미안하지만 내 눈에 백지안은 내 남편 빼앗아 가서 내 아이의 가정을 망치려는 사람으로 밖에는 안 보여요.”“왜 이렇게까지 날 안 믿어 주는 거야?”하준은 조금 화가 난 듯했다.“당신에게는 내가 그렇게 무책임한 사람으로 보이나?”“믿음은 상대가 주는 거죠. 당신이 나에게 뭘 보여줬는데요? 지다빈 가니까 지안 온 거밖에 안 보이는데?”여름은 참지 못하고 계속했다
“내 몸에 무슨 흔적이라도 남아있는지 보라고. 난 정말 결백해.”하준이 팔을 활짝 벌리고 여름 앞에서 한 바퀴 돌아 보였다.여름은 도저히 그대로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하준을 욕실로 밀어 넣었다.“뭐야, 망나니같이. 빨리 들어가요.”“여보, 울지마. 내가 죽일 놈이야. 잘못했어.”하준은 그 틈에 여름을 품에 감아 안더니 얼굴에 입을 맞추면서 속삭였다.“난 당신한테만 망나니이고 싶은데.”“아, 진짜. 당신 이러는 거 싫어!”여름이 손을 들여 하준의 어깨를 때렸다. 불안감을 해소해주기는커녕 점점 더 속상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왔다.“허구한 날 날 비난하고 욕을 쏟아내다가 갑자기 달콤하고 사랑스럽게 대해주고! 앞으로는 백지안도 만나지 마!”“자기야, 그건 안 되지.”하준이 쓴웃음을 지었다.“지금 내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은 백지안밖에 없어. 내가 이 젊은 나이에 당신이랑 우리 아가들을 못 알아봐도 괜찮겠어?”여름은 입술을 깨물었다. “하지만 당신이랑 그 사람이 둘만의 세계에 있는 거, 난 싫단 말이야. 정 그러면… 집으로 와서 치료하라고 해요. 내가 밖에서 지켜볼 거야.”하준이 여름이 얼굴을 쓰다듬었다.“이제 보니 우리 와이프가 이렇게 엄한 분이셨어. 전에는 내가 왜 몰랐을까?”여름이 하준을 노려봤다.“잘 들어요. 아기만 아니었으면 내가 당신한테 이렇게 할 이유도 없어.”“무슨 뜻이야?”하준이 눈을 가늘게 떴다.“아기 때문에 나랑 산다는 말이야?”“당신이 한 짓을 생각해 보라고. 지다빈을 곁에 두더니 이제는 백지안이라니. 나도 이제 지쳤어. 얼마나 더 당신에 대한 애정을 지탱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여름이 진짜 자기 속마음을 이야기하며 쓴웃음을 지었다. 하준은 은근히 씁쓸했다.하준도 지안이 자신을 치료할 정신과 의사라고는 생각도 못 했다.그러나 정말이지 백지안과 다시 합칠 생각 같은 건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우리 자기, 난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할게.”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여름은 이미 침대에 누워있
“그리고 이제 치료받을 때가 아니면 백지안하고 따로 만나지 말아요. 당신 친구들이 백지안이랑 사이가 워낙 좋아서 종종 만난다는 건 알겠는데 다음에 넷이 만날 일이 생기면 날 데리고 가요.”여름은 작은 새처럼 하준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하준은 한동안 여름이 이렇게 먼저 사랑스럽고 따스하게 나오는 것을 본 적이 없었다. 갑자기 마음이 확 약해졌다.“하지만 걔들이….”“날 안 좋아하는 건 알아요. 하지만 상관없어. 내 남편을 다른 여가자 빼앗아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면 다 참을 수 있어.”여름이 고개를 들더니 그 커다랗고 사랑스러운 눈을 깜빡였다.“누가 우리 남편 이렇게 잘 생기래? 사랑스럽게!”“우리 자기, 난 자기 말만 들을게.”하준이 시선이 뜨겁게 달아오르더니 고개를 숙여 여름의 입술을 키스로 눌렀다.‘난 아무래도 이 자그마한 여자에게 완전히 빠져버린 것 같아. 이렇게 빠졌는데 내가 백지안이랑 뭘 어쩐다고? 뭐, 상관없어 여름이가 기분만 좋다면 다 좋아. 출근하고 싶으면 해야지, 암.’----오전 8시 40분.하준은 여름이 허리에 팔을 감고 식당으로 들어왔다.여름의 작은 입술과 볼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장춘자는 경험이 풍부한 노인이었다. 한눈에 아침에 두 사람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눈치챘다. 안심이 되면서도 노파심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보기 좋구나. 그래야 부부 같지. 하지만 그래도 조심해야지. 의사가 3개월 되기 전에는….”“할머니, 괜찮습니다.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저희도 다 압니다. 애도 아니고.”할머니의 잔소리가 시작될 것 같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여름은 어쩔 줄 모르고 바닥만 뚫어져라 내려다봤다.한쪽에서 식사를 하던 최양하가 혀를 찼다.‘어젯밤에는 그 난리를 치더니 오늘은 또 뭔 깨를 볶고 이래?최하준이 여자를 구슬리는 기술이 좋은 건지, 강여름이 남자 다루는 솜씨가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아주 천생연분이다, 천생연분이야.’“아 참, 어제 셋이 같이 돌아왔다면서?”최대범이 갑자기 물었
최대점의 미간이 확 찌푸려졌다. 전에 백지안을 본 적이 있었지만 여름처럼 마음에 들지는 않았었다.“세상에 정신과 의사가 없어서 걔를 불러다가 치료를 하냐? 당장 의사 교체해!”장춘자도 고개를 번쩍 들었다.“그래! 전 여친에게 치료를 받다니 네 와이프 기분은 생각해 봤니?”여름이 한숨을 쉬었다.‘할아버지랑 할머니는 백지안을 그렇게 좋아하시지 않나 보네.’하준이 쓴웃음을 지었다.“주혁이가 그러는데 지금 최고의 정신과 의사래요. 세계 최고라는 정신과 의사를 초빙해 올 때만 해도 그게 백지안인지 몰랐어요.”최대범은 잠시 아무 말이 없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다. 하지만 행실 조심하고! 난 네가 네 에미가 했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구나.”“저는 절대 그럴 일 없을 겁니다.”하준이 고개를 끄덕였다.출근길에 하준은 다음 치료 일정을 물으려고 백지안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럴 줄 알았지. 너희 집에 가면 가는 건데, 너희 할아버지, 할머니께서 날 워낙 안 좋아하시잖아, 그래서….”“이미 말씀드렸어. 다들 상황은 대충 이해해 주셨어.”“그럼 됐어.”백지안이 신음했다.“그런데 너한테는 내가 솔직히 말할게. 장소가 바뀌니까 원래 하려고 했던 치료 프로세스를 다시 수정해야겠어. 아마 예전처럼 회복 속도가 빠르진 못할 거야. 이해해 줬으면 좋겠다.”하준은 살짝 찡그렸다. 물론 빨리 상태를 회복하고 싶었지만 백지안과 단둘이만 있는 상황을 여름이 워낙 신경 쓰여 하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그래. 아, 어젯밤에는 괜찮았어? 왜 차가 없다고 말 안 했냐? 기사 보내서 태워 주면 되는데.”“됐어. 어젯밤 같은 상황에서는 네가 나를 잘 챙겨줄수록 네 와이프는 오해하게 되어 있어.”백지안이 낮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난 네가 어렵게 찾은 행복을 깰 생각은 없어.”“……”하준은 미간을 꾹 눌렀다.“지안아, 너도 네 행복을 찾아야지. 너와 나는 인연이 못 되었지만 사실 네 곁을 내내 지켜주는 사람 있잖아?”“혹시… 영수 말하는 거야?”백지안
“아, 대표님. 전에 영하 쪽하고도 꽤 가깝게 지내셨잖습니까? 이번에 새 회장이 부임했던데 축하 전화라도 한 번 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오 사장이 말했다.여름은 흠칫했다.“누군데요?”“백윤택이죠. 백현수와 전처 사이에서 낳은 큰아들입니다. 그다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FTT에서 바로 반도체 공급에 동의도 했다고 합니다."여름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백윤택 같은 인간쓰레기가 소영이를 대신하다니.십중팔구 뒤에서 백지안하고 최하준의 입김이 적잖이 작용한 거겠지.’ 전 나랑 소영이가 그렇게 애원해도 영하에 반도체를 공급해주지 않더니 백지안이 돌아오고 백윤택이 회장이 되고 나니 반도체를 넣어주다니.최하준, 백지안하고 재결합할 생각이 없다고 해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백지안의 자리가 있는 거야.애만 아니었으면 백지안의 자리가 나보다 훨씬 더 크겠지.’여름은 한숨을 쉬었다.‘릴랙스~ 릴랙스~ 아기를 위해서 감정 조절해야 해.’그런 생각을 하는 중에 ‘여하간 LOVE’로부터 톡이 들어왔다.-자기야, 출근 첫날인데 어디 불편한 데는 없어? 배 안 고파? 뭐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 내가 상혁이 편에 보낼게.‘젠장, 챙겨주는 척하지 마! 이 나쁜…..’여름은 휴대전화를 던져 버렸다.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10분쯤 지나자 하준에게서 전화가 왔다.“우리 자기, 왜 톡을 보고도 답이 없어?”“답장하기 싫어서요.”여름도 계속 얌전한 역할로 남고 싶었지만 너무 화가 나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왜 그래?”하준은 어리둥절했다.“누가 우리 자기를 짜증 나게 했어?”“최하준이요.”여름이 짜증스럽게 답했다. “왜 백윤택을 영하 회장 자리에 앉혔어요? 전에 술집에서 날 그렇게 모욕한 것도 알고, 그 인간이 한 짓거리 때문에 난 죽을 뻔하기도 했는데. 또 백지안 한 마디에 넘어가서 그 인간쓰레기가 무슨 짓을 해도 무조건 도와주고 싶은 거예요? 전에 다시는 백윤택에게 신경 쓰지 않기로 나하고 약속했잖아요?”하준은 머리가 아팠다.“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