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있어서 왔는데 방해될까 봐요.”그따위 소리를 듣고 상당히 거북했지만 생각해보면 결국 자신이 자초한 일이라 울고 싶었다.“확실히 방해가 되고 있습니다만.”최하준이 팔짱을 끼며 ‘나 바쁘다, 아주 바쁘다고’를 시전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김상혁은 최하준의 츤데레력에 손발이 다 오그라들었다.‘며칠 동안 안절부절 기다리셨으면서 어쩜 그렇게 연기를 잘하시나요?’분위기를 좀 누그러뜨려 보려고 김상혁이 웃으며 말했다.“변호사님 드리려고 선물 들고 오셨나 봅니다?”“맞다, 아, 선물은 아니고 점심을 좀 만들어 왔는데요.”여름이 급히 도시락을 꺼냈다.최하준은 테이블에 있는 볼펜을 들고 돌리면서 조롱하는 시선을 보냈다.“다시는 나한테 밥 안 해주겠다고 하신 분이 누구시더라.”여름은 이를 악물었다. 그래도 재빨리 억지로 웃는 표정을 만들어 냈다.“최 변호사님, 전에는 제가 뭘 잘 몰라서….”“지금 절 뭐라고 부르셨습니까?”최하준이 사뭇 싸늘하게 볼펜으로 테이블을 탁탁 치면서 물었다.여름은 깜짝 놀라서 대답했다.“최하준 씨?”하준은 여전히 기분이 별로였다.여름은 멘붕이 왔다. 남자의 마음은 정말이지 알 수가 없었다. 그 속을 대체 누가 알겠는가?하나는 츤데레 질을 하고 하나는 바보짓을 하고 있는 꼴을 보고 있자니 김상혁은 눈을 가리고 싶었다“전에 부르시던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아~ 쭌?”여름이 갑자기 알았다는 듯 큰소리로 외쳤다.최하준은 그 소릴 듣고 와락 몰려오는 부끄러움을 덮으려고 김상혁에게 눈을 부라리며 되레 화를 냈다. “자네는 할 일 있지 않았어? 나가보지.”“죄송합니다.”김상혁이 고개를 숙이고 후다닥 문을 열고 나갔다.“저분 잘못이 아니에요.”여름이 결국 착한 김상혁을 위해 한마디 거들었다.최하준은 기분이 좋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나 여름을 쳐다봤다.“지금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감싸주는 겁니까?”“......”‘사람이 이렇게 쪼잔하다, 글쎄!’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여름은 입술을 한 번 깨물더니 입을
최하준이 비꼬았다.“좋아요. 마지막 기회를 주겠습니다. 안에 가서 밥 좀 데워다 주십시오.”“그래요.”여름의 눈이 반짝하고 빛나더니 얼른 도시락을 들고 안쪽의 부엌으로 갔다.주방에 전자레인지가 있어서 3분 만에 음식은 다 데워졌다.여름은 최하준이 가장 좋아하는 돼지 불고기를 담아서 들고 왔다.돼지 불고기를 보자 최하준은 갑자기 식욕이 돋았다. 여름이 떠나고 나서 편하게 밥을 먹어본 적이 없었다.젓가락을 들자마자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그릇이 싹싹 비워졌다. 여름은 옆에서 놀라서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다.‘내가 한 음식은 이제 관심 없다더니?남자들은 입에서 나오는 말마다 죄다 거짓말이네.’“뭘 봅니까?”밥을 다 먹고 난 최하준은 여름의 시선을 느꼈다. 그제야 얼굴에 난처한 기색이 스치고 지나갔다.“아니, 난, 나는 쭌이 내가 한 음식을 먹는 걸 보니까 기쁘네요.”여름은 더듬거리며 말을 마쳤다. 최하준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테이블의 서류를 집어 들고 일할 준비를 했다.여름은 좀 초조해져서 태연한 척하면서 입고 있던 코트를 벗었다.그 행동은 당연히 최하준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다. 뜻밖에도 여름은 안에 작은 꽃무늬의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여름의 볼륨 있는 몸매를 잘 드러내 주고 있었다. “왜? 미인계를 쓸 생각입니까?”조롱하는 말투였지만 내심 기분이 좋았다. ‘역시나 내게 마음이 남아 있잖아?’순식간에 탄로가 나자 여름은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도 입으로는 여전히 연기를 계속했다.“아뇨. 더워서요. 여기 난방을 엄청 트나 보네요. 왜 이렇게 덥지?”“그렇게 더우면, 더 벗으시던가?”최하준의 눈썹이 위로 올라갔다.여름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곧 조용히 다시 코트를 끼어 입었다. ‘됐다. 유혹은 무슨… 망신당하기 전에 그만두자.’“이리 와요.”최하준이 손가락을 까딱거렸다.여름은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다가갔다.남자의 손이 손목을 잡나 했더니 확 당겨서 여름을 무릎에 앉혀버렸다.그 모든 일이 너무
“그냥 가게 두기에는 귀여운 옷이 너무 아까운데.”최하준의 눈이 살짝 감기면서 오른손으로 여름의 뒷머리를 받쳤다. 최하준의 입술이 여름의 입술에 닿았다.바로 이 느낌이었다. 지난번 레스토랑에서 입 맞추고 나서 내내 잊을 수 없었던 바로 그 느낌이었다.뭘 발랐는지 여름의 입술은 너무나 달콤했다.여름은 당황스러웠다.‘날 싫어하지 않나? 왜, 왜 자꾸 입을 맞추는 거지?‘설마하니 이게 바로 ‘입으로는 아니라면서도 몸은 정직한 남자’의 전형인가?’그러나 여름은 최하준이 자신을 좋아한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저 욕망일 지도 모를 일이었다.처음에는 머릿속이 이런저런 쓸데없는 생각으로 어지러웠지만, 곧최 하준의 키스에 정신을 잃고 말았다. 특히나 최하준에게서 나는 향기가 너무 좋아서 여름은 저도 모르게 팔로 그의 목을 감고 말았다.“여름, 여름! 우리 여름 씨! 너무 오랜만이에요!”굳게 닫혀있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지훈이 신이 나서 뛰어들다가 눈앞의 광경을 보고 그대로 멈췄다.여름이 소스라치게 놀라 최하준을 팍 밀치고 무릎에서 내려왔다. 얼굴이 귀까지 빨개진 채 어쩔 줄을 몰랐다.최하준의 얼굴이 평소와 다르게 매우 상기 되어 있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자다가 코털이 뽑힌 사자라도 되는 양 두 눈에 분노가 타올랐다.“미, 미안! 난 아무것도 못 봤어. 계속해!”이지훈이 놀라서 얼른 문을 닫고 걸음아 날 살려라 도망쳤다. 이지훈이 원래 이렇게 남의 일에 나서는 사람은 아니었는데최 최하준의 그 성질머리에 혹여라도 여름과 무슨 일이 있을까 싶어서 분위기를 풀어볼까 하고 왔는데 세상에 이런…‘나 참, 내가 하준이를 너무 얕잡아 봤군.’사무실 안.여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머리를 돌돌 말고 있었다.‘부끄러워. 창피해서 이제 얼굴을 못 들겠어.’ 중간에 흥이 깨져 버려서 있는 대로 기분이 상했던 최하준은 여름이 한창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감상 중이었다.‘귀엽잖아.’“이리 와요.”최하준이 다시 아까처럼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그러나 이
“잠깐.”최하준이 열쇠 꾸러미와 카드 한 장을 탁자 위에 놓았다.“집을 옮겼습니다. 여기, 현관 열쇠랑 전에 쓰던 카드입니다.”여름은 잠시 멍해 있었다.“갑자기 이사는 왜요?”“지오가 새끼를 낳았잖습니까? 비좁기도 하고 햇볕 쬘 마당도 필요했습니다.”최하준이 무뚝뚝하게 말했다.“…….”너무 지쳤다. 자신이 고양이 한 마리만도 못한 존재였다니.고양이는 밥도 안 하는데 초호화 주택에 살 수 있지 않은가.“부러워할 필요 없습니다. 나한테 잘만 붙어 있으면 이런 삶이 가능하니까 말입니다.”최하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앞으로 얌전히 곁에 있기만 하면 영원히 여름이 자신의 와이프 자리를 지키도록 할 생각이었다.어쨌든 이혼하면 결국 누군가와 다시 결혼해야 할 텐데 그건 너무 귀찮은 일이었다.“아.”여름은 속으로 입을 삐죽거리고 있었다. ‘난 평생 밥이나 지을 생각은 없거든요? 죽어라 벌어서 480억 갚고 깨끗이 관계 청산할 겁니다.’“그럼 이틀 후에 갈게요.”“안 됩니다. 지금 바로 오십시오. 내가 퇴근하기 전에 집에 가 기다려요.”최하준의 눈썹이 순간 찌푸려졌다.“이번 소송이 얼마나 힘든 건지 압니까? 제대로 챙겨 먹고 잘 자야지, 안 그러면 질지도 모릅니다.”“…아 네. 당장 들어가죠.”여름은 억지로 살짝 웃는 표정을 지었다.******사무실을 나오자 여름은 바로 윤서의 집으로 가 짐을 챙겼다.점심을 먹고 짐 옮길 준비를 하는데 윤서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여름의 손에 무언가를 쥐여주었다. “몸 잘 챙겨, 피임 잘 하라고.”여름은 불덩이라도 받아든 것처럼 화들짝 놀라 받은 걸 집어던졌다. 얼굴은 온통 빨개져 있었다.“장난해? 이런 걸 왜 줘?”“이그, 원래 내가 쓰려고 샀지. 지난번에 오빠가가 여기서 자고 간다길래 혹시 쓸 일 있으려나 했는데 갑자기 일 생겼다고 가버렸잖아.” 윤서는 아쉽다는 듯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쓰건 안 쓰건 네 맘인데 나중에 일 생기면 내 탓은 마라.”여름은 잠시 생각하더니 두 눈 딱
오후 5시, 최하준의 차가 집 주차장으로 들어왔다.임옥희는 최하준이 예정보다 일찍 돌아오자 깜짝 놀랐다.이사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최하준은 매일 일찍 출근하고 늦게 돌아오곤 했다. 세 끼 식사도 집에서 한 적이 없다. 이 집은 그저 잠만 자는 장소인 것 같았다.“어머, 이… 이렇게 일찍 오실 줄은, 아직 식사 준비도 안 됐는데.”“괜찮습니다. 밥 안 하셔도 됩니다.”최하준도 자신이 일찍 퇴근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여름이 사무실을 떠난 뒤로 내내 일할 마음이 안 생겼기 때문이다.이 모든 게 여름이 한 음식을 오랫동안 못 먹은 탓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그래서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 것이다.그런데, 집에 돌아온 지 3분이 다 되어가는데도 그 사람은 그림자도 보이지가 않았다.“이 사람은? 없습니까?”최하준은 인상을 쓰고 좌우를 둘러보았다.도우미 아주머니가 잠시 얼어 있다가 말했다.“선생님 방에 계시는데 올라가신 후 내려오지 않고 계세요. 누워 계시지 않나 싶은데요.”최하준의 얼굴에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 ‘내 방이라고? 진짜 대단하군. 오자마자 내 방에 들어가 누워있어? 그렇게 급했나?’‘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물론 내 사람으로 삼겠다고 결심은 했지만, 같이 방을 쓴다고 한 적은 없다고.’최하준은 불쾌해 하며 이 층으로 올라갔다. 방문이 잠겨있지 않아 곧바로 열고 들어갔다.들어가다가 옆에 놓인 짐 가방을 보니, 옷 안에 형태가 확실치 않은 무언가가 들어 있었다.최하준은 그것을 집어 들어 확인하고는 실소를 금치 못했다. ‘준비 한 번 완벽하군!’물건을 들고 침대 옆으로 가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여름을 보았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최하준의 전용 베개 위에 흐트러져 있고 홍조를 띤 맑은 얼굴이 잠들어 있었다.더운지 이불은 가슴까지만 덮은 채, 목과 쇄골의 눈부시게 하얀 피부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이불 한쪽엔 새하얀 종아리가 나와 있었다. 방 안에 여인 하나 더 있을 뿐인데 이렇게 그윽한 향기로 가득하다니.
여름도 분을 삭일 수 없었다.“네, 여긴 당신 집이니까 침대도 다 당신 거죠. 하지만 내가 들어와 살기로 한 이상 나한테도 사적인 공간은 줘야 하지 않아요? 이렇게 노크도 없이 바로 내 방으로 들어오는 건 너무 실례 아녜요?”최하준은 여름을 몇 번 보고는 더욱 빈정거렸다.“지금 내 방, 내 침대에서 자고 있었으면서 누구더러 사적인 공간을 운운하는 겁니까? 며칠 나가서 살더니 더 뻔뻔해졌군요.”여름은 혼란스러웠다. 그러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잠깐, 여기가 당신이 자는 방이라구요?”“모르는 척하지 말아요.”최하준의 우람한 체구가 여름의 몸을 눌러왔다. 침대 위로 뻗은 여름의 양쪽 귓가를 두 손이 꾹 누르고 있었다.그런 여름을 보며 최하준이 씨익 웃었다.“그렇게 꿍꿍이가 많은 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동거로는 부족해서 같은 침대를 쓸 생각을 하다니.”여름은 놀라 멍해졌다. 그러니까 이 집에 오자마자 이 사람 침대로 들어가 늘어지게 낮잠을 잤다는 것인가?확 혀 깨물어 죽고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아니에요, 난 몰랐어요. 이모님이 여기로 안내했다구요.”“됐습니다. 이제 이모님까지 끌어들일 생각입니까?”최하준은 여름의 턱을 잡은 채 눈은 아래쪽을 훑었다. “준비 많이 했군요. 잠옷이 별로 섹시하진 않지만 청순한 감은 있고. 이번 컨셉은 좀 참신합니다.”“…….”‘아니야, 아니라고! 이건 그냥 길거리에서 파는 3만 원짜리 잠옷이라고, 응?’“난….”“나랑 있고 싶은 건 알겠는데 시간은 좀 봐가면서 하지 말입니다. 아직 밤도 안 됐는데.”최하준이 여름의 가느다랗고 하얀 손목을 꽉 잡아 끌어당기면서 숨결도 가까워졌다.여름은 억울해 미칠 것만 같았다.“하늘에 맹세하건대, 정말 이모님이 데려왔다구요!”“그만 둘러대십시오.”최하준이 야유조로 말하며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이런 것까지 준비해 놓고.”그걸 쳐다보는 여름의 얼굴이 곧 폭발할 것처럼 빨개졌다. 맙소사, 아까 떠날 때 윤서가 준 그 물건 아닌가! 이 사람이 어떻
최하준이 밥 세 그릇을 비우고 나자, 지오가 새끼 세 마리를 데리고 다가왔다.“이름이 뭐예요?”여름이 한 마리를 안으며 물었다.“아직 안 지었습니다.”최하준은 여름을 한 번 보고 또 고양이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방금 지었습니다. 봄이, 가을이, 겨울이.”여름은 어이가 없었다.“왜 내 이름이랑 세트인데요?”“그냥 생각나는 대로 지어봤는데 부르기도 좋고 기억하기도 쉽군요.”최하준은 말을 마치고 서재로 들어갔다.아주머니가 웃으며 다가와 과장되게 말했다.“아유, 깨가 쏟아져요.”“…….”‘벌써 노안이신가 봐요? 어디로 무슨 깨가 쏟아지는 거죠?’여름은 이모님과 사담을 나눌 여력이 없어 얼른 올라가 다른 빈방으로 짐을 옮겼다.밤 10시가 되어서야 최하준이 서재에서 나오는 것이 보였다. ‘내 사건 때문에 바쁜 거겠지? 엄청 골치 아픈가 봐.’ 여름은 미안한 마음에 주방에서 죽을 해서 들고 가 문을 두드렸다.“들어와요.”여름은 죽을 받쳐 들고 들어갔다.데자뷔 같았다. 최하준은 안경을 쓰고 서류를 보고 있었고 스탠드 불빛이 최하준의 수려한 얼굴을 감싸듯 비추고 있었다.“출출할까 봐…”여름은 죽을 들고 들어갔다.“저녁밥을 세 그릇이나 먹었는데 배가 고프겠습니까?”최하준이 얼굴을 찌푸렸다.'아차, 까먹었다.'“그럼 조금만 더 먹어요.”죽을 내려놓자 최하준은 여름을 끌어당겨 자신의 다리 위에 앉혔다. 심장이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왜 이 사람은 자꾸 이런 식으로 날 안는 걸까? “내가 보고 싶어서 일부러 죽을 만든 건 아닙니까?”최하준이 여름의 귓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하준이 뿜어내는 숨결에 여름은 온몸에 전류가 뚫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무어라 답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갈수록 상상력이 풍부해지시는데?’“그냥 고마워서….”“그런 말을 믿을 것 같습니까?”최하준의 눈이 ‘이 사기꾼’이라고 말하고 있었다.“......”‘그래, 임윤서가 날 그런 이미지로 만들었지, 최하준 광팬, 헐
돌연 여름의 입술이 주는 느낌이 생각난 최하준은 결국 여름을 안아 올렸다.“방으로 갑시다.”여름은 당황스러웠다.“잠깐, 업무 중 아니었어요?”“그만 하란 뜻 아니었습니까?”최하준이 여름을 쏘아보았다.“내가 언제?”여름은 너무 놀랐다.“당신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잖습니까?”최하준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힐끗 보고는 여름을 안고 들어갔다.여름은 정말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 자신의 눈빛을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최하준은 눈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맙소사, 설마….여름은 벌떡 일어났다.“아니, 저기, 생리 중이에요.”최하준은 당황스러웠다. 드디어 이 한 몸 바쳐 이 소원 좀 들어주려고 했는데 이런 찬물이라니!여름은 오히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마침 좀 아까 샤워할 때 시작했다. 사실대로 말하면, 지난번 사진 유출 사건 이후로 그런 일에 대해 엄청난 거부감이 생겼다.“그럼 난 내 방으로 돌아갈게요.”나가려는데 최하준이 인상을 썼다.“여기서 자고 싶은 거 아니었습니까?”“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당신이랑 한 방 쓸 생각 없다고!’“됐습니다. 여기서 지내요. 또 한밤중에 이불 들고 오면 더 짜증 나니까.”최하준은 여름을 다시 침대로 밀었다. “가서 내 옷이나 좀 가져다주죠. 샤워하게.”여름은 정말 난처했다.‘왜 내가 이런 일까지 해야 하는 거야? 진짜 아내라도 된 줄 아나.’여름이 옷을 찾아오자 최하준은 들고 욕실로 들어갔다. 샤워하며 최하준은 ‘같이 있으니 좋군.’하는 생각을 했다.씻고 나와보니 여름은 벌써 누워 있었다. 하지만 침대 끝 쪽이었다. 최하준은 누워서 여름을 끌어당겼다.“난…….”“그만. 한밤중에 침대에서 굴러 떨어지는 소리 듣고 싶지 않아 그럽니다.”따지자면 오늘은 두 사람이 두 번째로 한 침대에 누워 자는 날이다. 한 번 뿐인 ‘첫날 밤’은 두 사람은 너무 피곤해 그대로 잠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엔 피곤하지 않았다.여름을 안은 최하준은 처음으로 여름의 체취가 침대를 가득 채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