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혁은 입을 열려고 하다가 목이 메었다.한참 후에야 그는 말을 꺼냈지만 목이 아주 잠겨있었다. “이 눈이 그친 후에 가. 산후조리 한다고 치고 여기서 쉬어. 걱정 마, 날이 밝으면 내가 나갈게.”“이혼에 관해서는, 결혼 증명서를 하와이에서 받았으니 다시 하와이로 돌아가야 해.”“진범이는 네가 데려가.”“그리고 그 아이도 함께 잘 돌보고.”...조은혁은 알수 없는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이 결정을 할 시기가 매우 급하게 다가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만약 그가 좀 더 많이 고민한다면 그녀를 놓아주지 않으리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그러나 박연희는 자유를 원한다.박연희는 그의 곁에 남고 싶지 않았다.그는 마지막으로 그녀를 안았다. 예전처럼 욕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그저 포옹했다. 단지 조은혁이 박연희를 안았을 뿐. 단지 그가 남편으로서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내를 껴안았을 뿐.오늘이 지나면 그들은 부부가 아니다.그는 더 꽉 껴안았다.그는 그녀의 연약한 몸을 단단히 품에 안고는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말을 그녀의 귀에 속삭였다.“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기억해? 네 동창이 다쳤고 너는 내 앞에 반쯤 무릎을 꿇었지. 사실 그때 이미 나는 마음이 움직였어... 연희야, 내 세상은 너무 어둡고 타락해서 난 이 세상에 아직 순수하고 아름다운 것이 있다는 것을 잊었어.”“우리의 결말은, 내가 단순한 사람을 가지고 논 것에 대해 하늘이 주는 벌이야.”...박연희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결국 그는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말하지 않았다.그녀는 묻지 않았다.그리고 그는 말할 면목이 없었다.하지만 조은혁이 좋아하는 것은 박연희고, 그가 진시아를 대하는 것은 그저 죄책감뿐이라는 것을 그는 마음속으로 분명히 알고 있었다. 지금 그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그가 진시아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박연희의 실망을 더 이상 마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연희야, 몸조심해!”...그는 말을 마치고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의 말대로 부부가 아니면
장숙자는 냉소적으로 말했다.“대표님이 아끼는 분이시겠죠.”장숙자는 더 이상 반박하지 않았다.그녀는 벌떡 일어나 나가더니 떠날 때 그 전복죽을 가져가는 것을 잊지 않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에게 먹이지 않았을 텐데. 배은망덕한 놈.그래도 짐은 챙겨야 했다.장숙자는 침실을 지날 때, 가능한 한 작은 소리를 내서 사모님을 깨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러나 박연희는 깨어 있었다.장숙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우물쭈물 입을 열었다.“옷가지를 정리하라고 하셔서요.”박연희가 웃었다.“짐을 싸라고 했죠?”장숙자는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고 흐느꼈다.“얼마 전에 두 분 사이가 그렇게 좋길래, 전 마침내 봄날이 온 줄 알았어요. 이런 결말이 날지 누가 알았겠어요.”박연희는 해명하지 않았다.그녀는 장숙자에게 짐을 꾸리게 했다.장숙자는 간단하게 정리하고 짐을 끌고 서재로 갔지만 조은혁은 없었다.그는 조진범의 방에 있다.이른 아침 부드러운 아침 햇살이 들어와 그의 아이 조진범을 비추었다.그는 작은 침대 앞에 반쯤 웅크리고 앉아 손을 뻗어 아들의 얼굴을 애틋하게 쓰다듬었지만 진범이를 깨우지는 않았다. 그저 박연희를 닮은 작은 얼굴을 머릿속에 깊이 새기며 조용히 바라만 보았다.장숙자는 문 앞에 서서 나지막이 욕설을 퍼부었다.“가식적이긴.”조은혁은 그녀에게 따지지 않고 아들을 만지작거리며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그는 장숙자의 손에 있는 짐을 받아 들고 조용히 물었다.“연희는 어때요? 울지 않아요?"장숙자가 말했다.“곧 싱글이 된다니까 좋아하시던데요. 저도 기분이 이렇게 좋은데요.”조은혁은 미간을 찌푸리고 무슨 말을 하려했지만, 장숙자는 몸을 돌려 가 버렸다....장숙자는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박연희가 침대 끝에 기대어있었다.그녀의 반짝이는 작은 얼굴은 아침 햇살 속에서 특히 청아했다. 그녀는 조용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는 아직도 눈이 내리고 있다.그녀의 목소리는 매우 가벼웠다.“얼마나 많은 눈이 올지
별장.거실은 봄처럼 따뜻했고, 도우미들은 쟁반을 들고 주방을 드나들었고, 식탁 한가운데에는 면 두 그릇이 놓여 있었고, 아름다운 3단 케이크도 있었다.오늘은 진시아 34번째 생일이다.그녀가 특별히 일찍 퇴원한 것은 조은혁과 그녀의 생일을 함께 보내기 위해서였다.밖에는 가랑눈이 흩날린다.보름 동안 내린 이번 눈은 벨린 전체를 눈에 파묻히게 해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았다.진시아는 휠체어를 움직여 조은혁의 뒤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볍게 그를 껴안고 중얼거렸다.“은혁 씨, 전 이 눈이 영원히 멈추지 않기를 바라요. 그러면 당신은 영원히 내 곁에 있을 거니까. 은혁 씨, 제가 꿈을 꾸는 거예요? 정말 그녀와 헤어지고 나랑 같이 있어 주는 거예요? 전 정말 두려워뇨... 단지 좋은 꿈일 뿐일까 봐 두려워요. 만약 꿈이라면 전 차라리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거예요. 이 모든 것을 지금 이 순간에만 간직하고 싶어요.”그녀는 그를 꼭 껴안았다. 미친 듯이 기뻤다.“당신이 저와 함께 하기를 원한다면 저는 모든 것을 용서할게요. 당신이 저를 사랑하기만 한다면!”사랑?조은혁이 움찔했다.그는 결코 진시아를 사랑하지 않는다. 그들 사이는 가장 뜨거울 때일지라도 그저 남녀간의 정욕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들이 이미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부인하지 않았다.여자와 많이 놀아나봤기에 그는 흥을 깨는 남자가 아니었다. 관계를 할 때 그가 얼마나 많은 여자들에게 그 단어를 말했는지 셀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그는 여전히 창가에 서서 밖에 쌓인 눈을 보고 있다.그가 여기에 온 지도 보름이 되었다.그 동안 박연희는 연락을 한 번도 안 했다. 한 번도.어젯밤, 그는 진시아를 데려왔다. 비록 그들은 함께 방을 쓰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같이 살 것이라고 다들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는 그녀에 대한 계획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녀를 하와이 혹은 B시로 데려가지는 않을 것이다.박연희가 거기 있다.박
"듣자 하니, 사모님 쪽에서 대표님을 찬거라던데!”...진시아는 부엌 문 앞에서 화가 나서 몸을 떨었다.예전 같으면 진작에 그녀들에게 귀싸대기를 날린 후 떠나라고 했을 텐데, 지금은 감히 할 수 없다. 조은혁이 그녀가 도우미를 학대한다고 생각할까 봐. 그를 화나게 할까 봐.진시아의 손톱이 살 속으로 파고 들어갔다.출혈이 심하게 났다.한참 뒤, 그녀는 필사적으로 휠체어를 움직여 황급히 떠났다.한 도우미가 그녀의 존재를 알고 당황했지만 다른 한 명이 말했다.“뭐가 무서워! 다리가 부러져서 우리를 어떻게 할 수 없어. 만약 저 여자가 우리를 각박하게 대하면, 화장실에 가려고 할 때 우리는 못 들은 척하고 저 여자가 바지에 오줌을 싸게 하면 돼. 그럼 온 몸에서 지린내가 나겠지.”다른 한 도우미가 입을 가리고 크게 웃었다.두 명의 나이 많은 도우미가 뒤에서 진시아를 모욕했다...진시아는 로비로 돌아왔다. 그녀는 억울해서 펑펑 울고 싶었다. 그녀는 히스테리를 부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그녀는 조은혁이 그녀가 성질을 통제할 수 없는 여자라고 생각하기를 원치 않았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의 히스테리적인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고, 그저 완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그에게 자신이야말로 사모님 자리에 적합하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했다.비록 그녀에게 장애가 있더라도 그녀는 의족을 장착할 수 있었고 여전히 그와 함께 접대하고 사업을 할 수 있다.그들은 금슬 좋은 한 쌍일 것이다.그녀는 기분이 가라앉았다. 애써 웃음을 지었지만 조은혁은 발견하지 못했다.그는 심지어 그녀의 생일 케이크도 겨우 한 입만 먹고 통창 앞에 앉아 담배를 피웠다.그대로 가만히 앉아 멍하니 바깥의 눈 내리는 밤을 바라보았다.진시아는 미칠 지경이었다.이건 그녀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 그들은 어렵게 함께하게 됐는데, 왜 그는 자신을 신경쓰지 않는 걸까?왜?왜 그는 밤에 잠을 자면서도 자기와 한 침대에서 자려고 하지 않을까?그녀는 불안했다.그녀는 그가 자신의 장애를
박연희가 그에게 시간을 줬다.그녀는 지척에 있었다. 분명히 그는 여자를 꼬시는 데 도가 텄지만 이때는 왠지 말문이 막혔다.미안하다는 네 글자는 박연희가 입은 상처에 비해 너무 간단해 보였다.결국 그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았다.그는 쉰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몸은 좀 나아졌어? 언제 하와이로 돌아갈 예정이야?”박연희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한참 뒤, 그녀는 말했다.“모레요. 모레 눈이 그치면 비행기가 정상적으로 이륙할 수 있어요.”“하와이? 아니면 B시?”그는 박연희가 그에게 말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급하게 물었다.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녀는 담담하게 말했다.“하와이요. 우리는 아직 이혼하지 않았잖아요? 하와이에서 이혼할 때까지 기다릴게요.”그녀는 한마디에 이혼을 두 번이나 말했다.조은혁은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침묵을 지켰지만, 결국 그녀가 말을 철회하게 하지는 못했다. 어떻게 철회할 수가 있을까.결국 그들은 모두 이혼을 해야 했다. 게다가 이건 그가 내린 선택이었다.“걱정 마. 너에게 최대의 지원을 해줄 게. 만약 네가 원한다면, 난 여전히 예전처럼 너를 돌봐 줄 수 있어.”박연희는 부드럽게 웃었다.봄바람이 조은혁의 가슴에 와 닿는 듯 했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그의 눈을 시큰하게 했다.“조은혁 씨, 전 그녀가 아니에요. 저는 당신의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아요.”그녀는 말을 마치면 전화를 끊을 것이다.조은혁은 전화를 끊기가 아쉬워 연이어 그녀를 불렀다.“연희야!”하지만 박연희는 이미 전화를 끊었다.조은혁은 전화기에서 들려오는 뚜뚜뚜 소리를 들으며 한참을 서글퍼했다...그는 전화기를 버리고 침대에 반듯이 누워 조진범과 박연희를 생각했다.바로 그때 문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고, 이어서 도우미가 말했다. “조 대표님, 주무세요? 진시아 씨가 몸이 좀 안 좋으시다고 하셔서, 와서 좀 봐달라고 하십니다.”만약 방금의 전화가 없었다면 조은혁은 그녀에게 갔을 것
도우미는 땅콩을 먹으며 남몰래 즐거워하고 있었다.진시아가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아주머니! 아주머니!”문득 그녀가 말을 멈추었다.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몸 밑을 보았다. 침대 시트가 젖었고 물이 천천히 번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그녀는 너무 흥분해서 요실금까지 왔다.진시아는 한참 동안 멍해 있었다.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부끄러워 견딜 수 없었다. 그리고 나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조은혁이 알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그가 지금 그녀가 이렇게 초라하다는 것을 안다면, 그녀는 감히 그가 그녀를 어떻게 바라볼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그는 그녀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키고 의사를 찾아가서 몸을 요양해야 한다. 그녀가 병을 고치기만 한다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그녀는 필사적으로 강해지려고 했다.하지만 몸 밑의 노란 얼룩을 보자 그녀는 결국 수치스럽게 울었다....다음날, 그녀는 병원에 가서 재검사를 받았는데 마침 조은혁이 밖에 있었다.그녀는 기회를 틈타 의사에게 물었다.의사는 그녀에게 골반 운동을 꾸준히 하면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진시아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돌아가는 차 안에서 그녀는 기분이 조금 좋아져서 조은혁에게 말을 걸려고 했지만 가는 길 내내 그는 팔꿈치로 턱을 괴고 차창 밖을 바라보고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그가 또 그 천한 년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진시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번쩍이는 검은색 캠핑카가 천천히 별장에 들어가 멈춰 섰다.간병인이 달려와 휠체어를 가져다주고 부축해 주려고 했지만 그녀는 옆자리에 있는 조은혁을 바라보며 말했다.“은혁 씨, 안아줄래요?”조은혁은 담담하게 그녀를 한번 보다가 차 문을 열고 말했다.“길이 미끄러우니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그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떠났다.진시아는 끈질기게 그의 뒷모습을 노려보고 입술이 끊임없이 떨렸다. 결국 그녀는 참지 못하고 욕을 한마디 했다.“조은혁...
그는 후회하고 있다는 것을 마음속으로 알고 있다.하지만 더 이상 그녀에게 용서를 구할 면목이 없었고 다시 함께 살자고 말할 수도 없었다.그래서 이혼하기로 했다.그는 진시아와 결혼하지 않을 생각이다.지금 그녀는 미치광이였다.그녀에게서 더 이상 여성의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그녀와 함께 있는 매 순간마다 그는 억압을 느꼈다.조은혁은 담배를 뻑뻑 빨더니 천천히 내뱉었다.한숨 사이로 가슴에 둔한 통증이 느껴졌다...다음날 하루 종일 그는 창가에 앉아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의 박연희는 지금쯤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를 향해 날아갔을 테다...저녁 무렵.문 앞에서 도우미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대표님, 진시아 씨가 같이 저녁을 하시자고 합니다.”조은혁은 몇 초 동안 묵묵히 있었다.그 후 그는 손에 들고 있던 담배를 끄고 문을 열고 걸어 나갔다.진시아는 오늘을 위해 특별히 꾸몄고 정교한 메이크업과 예쁜 민소매 드레스를 입었다.하룻밤 새 그녀는 냉정해졌다.박연희가 갔을 때, 조은혁이 슬퍼서 기분이 안 좋을 때, 그녀는 좀 더 상냥해야 한다...그녀는 클래식 음악을 틀었고, 왼쪽 다리의 고통을 참으며 의족을 달고 다정하게 조은혁을 춤에 초대했다.하지만 조은혁은 흥이 나지 않았다.그는 식탁에 앉아 말했다. “특별한 날도 아닌데 무슨 춤을 춰.”진시아가 그의 목을 뒤에서 껴안았다.“아직도 그녀를 생각해요?”“그럴리가.”“그럼 증명해 봐요!”진시아는 그렇게 말하며 그의 다리에 털썩 주저앉더니 도우미들이 보는 앞에서 한쪽 민소매 끈을 살짝 풀었다... 눈처럼 흰 속살이 보였지만 조은혁은 전혀 욕구가 일어나지 않았다.그는 눈살을 찌푸렸다.“장난하지 말고, 밥이나 먹지.”진시아는 조금 화가 났다.그녀는 그의 얼굴을 바로잡고 자신의 몸을 보라고 했다.“조은혁 씨, 제가 이렇게 벗었는데도 보고 싶지 않아요? 이래도 당신 마음속에 그녀가 없다고 할게예요? 당신 마음속에 그녀가 없는 데 웬 정조를 지키고 있어요!
그 기사를 조은혁은 대여섯 번 보았다.기사의 말미에는 사진 한 장을 첨부했는데 물건 원주인의 사진이었다. 그는 꽤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로 조은혁의 눈에도 익었다.그는 사진을 주시했다.약 2분 정도 지난 뒤 그는 그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났다.그 의사는 박연희를 진찰 봐 준 적이 있다.당시 그는 결과를 직접 듣지 못했고, 박연희가 그에게 아이가 잘 자라고 있고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고 알려줬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믿었다.하지만 지금 보니, 꼭 그렇지는 않을 것 같았다....조은혁이 벌떡 일어났다.그는 현관으로 가서 외투를 걸치고 차 열쇠를 쥔 채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뒤에서 진시아가 소리쳤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는 거예요? 밖에 눈이 다 얼었는데, 조은혁 씨 당신 정말 죽고 싶어요?”그녀는 쫓아와 그의 팔을 끌었다.“그 여자 찾으러 가는 거죠?”“그 여자는 이미 떠났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당신이 그녀와 헤어지려고 한 건 저한테 사죄하려고 그런거예요. 조은혁 씨, 벌써 잊었어요?”...조은혁은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그는 빠른 걸음으로 현관을 통과했고 잠시 후 밖에 있던 검은 카이엔을 타고 떠났다.달빛은 차가웠고, 눈은 녹지 않은 채 잣나무 가지를 누르며 바람이 불때마다 소리를 냈다.검은 차가 질주하고 타이어가 지면에 깊은 자국을 내며 귀에 거슬리는 소리도 동반했다.진시아는 현관 입구에 서 있었다.그녀는 조용히 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가 차를 멀리 몰고 가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녀가 입고 있는 그 섹시한 드레스는 우스꽝스럽고 쓸쓸해 보였다.그녀는 중얼거렸다.“그를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어야 했어. 겨우 며칠 함께 했는데, 그새를 못 참고 그 여자를 찾아가... 그 천한 년에게 무슨 마력이 있어서 그가 이렇게 죽고 못사는 거지?”도우미는 관심하는 척 했다.“진시아 씨, 저녁 식겠어요. 대표님이 안 계시더라도 잘 드셔야 해요. 남자는 통통한 여자를 좋아해요.”진시아가 냉소했다.“지금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