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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09화

박연희는 음식을 먹을 때도 우아한 모습으로 조금씩 떼어먹었다.

조은혁이 한참 서 있었지만 그녀는 별로 아랑곳하지 않고 그를 냉담하게 대했다.

그러나 그녀가 냉담할수록 그는 더욱 가까이 가고 싶어졌다.

조은혁은 샤워를 마치고 하얀 유카타만 입은 채 나오다가 박연희의 곁에 앉아 그녀의 몸을 살짝 잡았다. 그러나 박연희가 가볍게 그의 손을 뿌리치자 그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는 소파에 몸을 기댔다.

이윽고 시가를 꺼내 늘씬한 손가락 사이에 끼웠지만 냄새만 맡고 불을 붙이지는 않았다.

잠시 후, 조은혁은 시선을 박연희에게 돌린 뒤, 마치 평범한 부부처럼 말을 꺼냈다.

“다음 달 베를린에 있는 유명한 귀족의 아들이 결혼하는데 결혼식도 엄청 성대하게 치러지고 Y국 왕실도 참석한다고 들었어. 그때 너도 나와 함께 참석하자... 기분도 풀 겸 가는 거지.”

여전히 우아한 자태로 음식을 곱씹던 박연희의 손가락이 흠칫 떨렸다. 길게 늘어뜨린 속눈썹이 눈동자를 가려 그녀의 감정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녀가 원하지 않는 줄 알고 설득하려던 찰나, 뜻밖에도 박연희는 그의 제안에 동의하며 방긋 웃어 보였다.

“좋아요. 돌아온 지 이렇게 오래되었는데 아직 제대로 놀러 간 적이 없잖아요.”

환히 웃는 박연희의 얼굴에는 청순함과 순수함이 어려 있어 매우 귀엽고 아름다웠다. 순간, 저도 모르게 잠시 감정이 북받친 조은혁은 예상 밖으로 갑자기 몸을 기울여 그녀의 귓가에 대고 고백했다.

“연희야, 요 며칠 네가 너무 보고 싶었어. 예전에는 그저 풋풋하고 어리숙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지금은 여성스러움이 더해졌으니 얼마나 좋은지 넌 모를 거야.”

박연희는 여전히 담담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이 뒤늦은 사랑 고백은 길 가던 개가 들어도 웃음을 터뜨릴 것이기에 박연희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

...

저녁 무렵, 조은혁이 집을 나섰다.

박연희는 그가 진시아를 보러 간 줄 알고 있었지만 뜻밖에도 조은혁은 공항에 가서 장씨 아주머니와 진범이를 데려온 것이다. 그들을 태운 차가 아래층에 도착하고 집안의 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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