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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19화

박연희를 대하는 조은혁의 행동에는 조금의 부드러움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소파 위, 카펫 위, 곳곳에 그가 만들어 낸 흔적이 흩뿌려져 있었고 큼직한 유리창 위에도 그녀의 입가에서 흘러나온 핏자국이 묻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혁은 눈치채지 못했고 오직 자신의 욕구에만 몰두하느라 그녀가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것도 전혀 모르고 있다.

그날 밤, 그는 돌아오지 않았다.

박연희는 차가운 침대에 웅크린 채 유리창 너머로 달빛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생명을 세기 시작했다.

조은혁의 옆에 머물러 있다면 아마 빨리 죽을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반년, 어쩌면 두세 달 만에 세상을 떠날지도 모른다.

진범이... 그래. 그녀에게는 아직 진범이가 있다.

B시에 돌아온 후, 박연희는 진범이에게 해마다 엄마가 직접 준비해준 새 옷을 입게 하도록 몇 년 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여러 벌 사주었다. 그뿐만 아니라 그녀는 진범이에게 책도 골라주어야 했다. 조은혁에게 새로운 사람이 생기게 된다면 진범이에게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녀의 수중에 아직 돈이 좀 있으니 그 돈을 장씨 아주머니에게 맡기고 그녀가 진범이 대신 저축하도록 해야 한다.

정말 사고나 다른 일이 생기더라도 그녀의 진범이는 고통받지 않을 것이니까.

진범아, 하나뿐인 진범아... 박연희가 어찌 진범이를 두고 안심할 수 있겠는가?

밤에 그녀는 고열에 시달리게 되었지만 다행히도 후에 다시 내렸다.

새벽녘에야 돌아온 조은혁의 몸에는 은은한 향수 냄새를 풍기고 있었는데 박연희는 단번에 그 향이 이미연의 것과 같은 제품이라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는 아직 썸타는 흔적이 남아 있다.

이것으로 박연희에게 벌을 주려는 것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박연희는 곧 죽을 운명이다.

어느덧 벌써 오전 9시가 되고 이들이 체크아웃까지 한 시간이 남은 시점이었다.

박연희가 먼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옷 갈아입고 올게요.”

그러나 손목이 잡히고 조은혁은 그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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