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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유선우의 이성의 끈은 끊어지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유선우 밑에 깔린 조은서의 온기가 전해져 왔다. 유선우는 조은서를 사랑하지는 않지만 이 몸은 사랑한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매우 당연하게 이 몸을 소유하고 싶었다.

조은서는 유선우의 어깨를 밀며 흐트러진 호흡으로 얘기했다.

“선우 씨, 저 요즘 약을 안 먹어서 임신할지도 몰라요.”

그 말을 들은 유선우는 그대로 굳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충동적으로 행동해서 두 사람의 아이를 만들고 싶지 않았다.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한참 지나서 그는 웃더니 얘기했다.

“요근래 생각할 게 많았나 봐?”

조은서의 반항은 유선우의 눈에 아무것도 아니었다. 유선우는 한 손으로 침대를 짚고, 다른 한 손으로 침대맡의 서랍에서 아직 포장지를 뜯지 않은 작은 상자를 꺼냈다. 그 작은 상자에는 영어 자모 세 개가 적혀있었다.

포장을 뜯으려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유선우는 신경 쓰지 않고 한 손으로 포장을 뜯고 몸을 숙여 조은서에게 입을 맞췄다. 조은서는 여전히 반항하며 도망치려고 했다. 그리고 핸드폰은 계속 울렸다.

결국 유선우는 짜증을 내며 핸드폰을 받았다.

전화를 건 사람은 유선우의 어머니인 함은숙이었다.

함은숙은 담담한 말투로 얘기했다.

“선우야,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 돌아와 봐야 할 것 같아. 맞아, 그 애도 데려와. 할머님이 그 애가 만든 영양 찰떡이 먹고 싶으시대.”

함은숙도 조은서를 썩 좋아하지 않았기에 말투는 차가웠다.

유선우는 진유진의 몸을 한 손으로 누르며 그녀를 내리깔아 보았다. 그리고 잠시 고민하더니 대답했다.

“곧 데리고 갈게요.”

조은서는 힘이 풀려 침대에 퍼질러 있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일어나서 옷을 입었다.

유선우는 바지 지퍼를 올리고 조은서의 가녀린 뒷모습을 힐끔 보고 또 침대맡의 박스를 보더니 입술을 달싹이고는 먼저 나갔다.

조은서가 내려갈 때, 유선우는 차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다.

이제 하늘은 완전히 어두워져서 불빛이 없이는 앞을 볼 수가 없었다.

조은서는 흰 셔츠를 입고 긴 검은 치마까지 입은 채 발목과 종아리를 조금만 드러냈다. 살짝 드러난 그 피부마저 하얗게 빛났다.

뒤에 타려던 조은서 앞에서 유선우가 조수석의 문을 열어주며 얘기했다.

“타.”

조은서는 할 수 없이 조수석에 탔다.

검은색 벤틀리가 유유히 별장을 떠났다. 유선우는 한 손으로 핸들을 잡고 열심히 운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백미러를 통해 가끔 조은서를 훔쳐보았다.

결혼한 지 3년, 조은서는 그의 차에 앉아본 적이 매우 드물었다. 지금은 이혼하려고 마음먹었으니 둘은 더 나눌 대화가 없었다.

조용한 차는 반 시간 후, 산 중턱에 있는 한 별장에 도착했다.

꽃이 조각된 검은색 대문이 열리자 별장의 불이 환하게 켜져 마치 대낮처럼 밝았다.

차를 세우고 시동을 끈 유선우가 몸을 돌려 조은서를 쳐다봤다.

“할머니가 편찮으셔서 충격을 받으면 안 돼. 그러니까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조은서는 차 문을 열고 차갑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유선우는 그녀의 뒷모습을 쳐다보다가 차에서 내려 얼른 따라가 조은서의 손을 잡았다. 그녀의 거부감을 확실히 느낄 수 있었지만 이내 조은서의 손을 꽉 잡은 그가 얘기했다.

“아까 한 말, 잊지 말고.”

조은서는 손끝을 말아쥐었다. 그리고 다시 펴지 않았다.

거실에는 함은숙을 포함한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손을 잡고 들어오는 두 사람을 보며 약간 미간을 찌푸렸다. 그러나 이내 담담하게 얘기했다.

“진 의사는 조금 전에 떠났어. 들어가 봐.”

말을 마친 함은숙은 조은서를 쳐다보았다.

조은서가 인사를 올리자 한참이나 있다가 겨우 대답하며 응해주었다.

만약 평소였다면 상처를 받았겠지만, 지금의 조은서는 유선우도 신경 쓰지 않는 사람이었기에 함은숙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러자 귓가에 유선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할머니를 뵈러 들어가자.”

침실에 들어서니 할머니는 확실히 몸이 좋지 않아 보였다. 침대에 기댄 채 앓는 소리를 내던 그녀는 유선우가 조은서를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두 눈을 반짝였다.

“아이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우리 은서가 왔네!”

유선우는 조은서를 앞으로 살짝 밀었다.

그리고 할머니의 귓가에 대고 얘기했다.

“몸이 불편하시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데려온 거 아니겠습니까.”

유선우의 할머니는 눈을 예쁘게 접으며 웃었다.

그리고 일부러 제대로 못 들은 척하면서 큰소리로 물었다.

“뭐? 은서랑 애를 가질 거라고? 선우야, 애를 가질 거면 빨리 가져야 한다. 나도 이제 나이가 많아서 오래 살지 못하거든.”
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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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미러가아니라 사이드미러겠지; 조수석에 앉았는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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