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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9화

유선우는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며 화장대를 만졌다.

은서가 일기장을 가져갔다.

순간 테라스에서 타는 냄새가 은은하게 났다. 선우는 움찔하더니 뭔가 떠오른 듯 빠른 걸음으로 테라스에 갔다.

그리고 눈에 들어오는 건 그들의 결혼사진이었다. 은서가 그 일기장을 태우는 것도 보았다.

은서는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마치 쓸모없는 물건을 태우는 것 같았다.

“너 돌았어?”

선우는 생각하지도 않고 앞으로 달려가 그 일기장을 뺐었다. 심지어 아무런 보호 조치도 없이 맨손으로 가져왔다. 고작 일기장 하나에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생각할 시간도 없었다.

불은 이미 꺼졌지만, 일기장은 절반밖에 남지 않았다.

선우는 화상을 입은 손바닥은 신경 쓰지 않은 채 급하게 일기장을 펼쳐보았는데 눈에 들어온 건 마침 그 한마디가 있는 페이지였다.

“선우 씨는 영원히 날 안 좋아해!”

심장이 저릿해 났다.

선우는 고개를 들고 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이걸 태우는 건 지금까지의 마음도 버리겠다는 뜻이야?”

“그래요, 버릴래요.”

은서도 붉게 핏발이 선 눈으로 선우를 보았다. 둘은 마치 궁지에 몰린 짐승처럼 서로를 노려보고 있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은서는 낙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젠 당신도 버릴 거예요! 유선우 씨, 앞으론 당신에 관한 모든 건 갖고 싶지 않아요!”

선우는 얇은 셔츠 한 장만 달랑 입고 있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서 비가 내렸다.

빗방울은 선우의 몸을 치고 갔는데 그건 마치 바늘처럼 몸에 꽂히곤 했다.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고 싶은 정도였다.

그는 은서 눈에 담긴 실망을 보자 처음으로 당황함을 느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다.

도우미는 침실을 청소했고 은서도 샤워한 후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점심이 되었을 때 도우미가 밥을 가져왔지만, 그녀는 입맛이 없다고 하면서 돌려보냈다.

-

선우는 아래층에서 담배를 피웠고 그의 앞에는 거의 탄 액자와 일기장이 놓여있었다.

이건 은서가 버리려 했던 거였다.

옅은 연기 속에서 선우는 조용히 그 두 물건을 보았다. 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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