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사람은 성현준이었다. 하지만 그가 도착했을 때 비상 계단에는 권하윤 혼자뿐이었다... 그녀는 한없이 연약한 모습으로 성현준을 보자마자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현준아, 유신은 정말 나쁜 사람이야! 연우가 여기서 치료받고 있다는 걸 알고는 우리 모녀에게 찾아와서 괴롭혀. 인형 하나로 연우를 속여 좋은 아빠인 척했지만 너도 알다시피 유신은 평소에 연우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아. 그런데 이제 와서 연우를 이용해 4000만 원을 달라며 협박하고 있어... 노력하지 않고 도박으로 한몫 잡으려는 생각만 하고 있어. 현준아, 나는 너무 불행해. 내가 사람을 잘못 만난 건 받아들일 수 있지만 연우는 아무 죄가 없잖아. 이번에는 유신을 쫓아냈지만 언제 또 찾아와서 문제를 일으킬지 모르겠어.” ...권하윤의 연기는 정말 뛰어났고 성현준은 이를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앞에 있는 이 연약한 여자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으며 임신 중에 부잣집 아들과 엮였고 그 때문에 딸 연우가 선천적으로 심장병을 앓게 되었다는 사실을 그는 꿈에도 몰랐다. 물론 그 부잣집 아들은 그녀를 가지고 놀다 결국 버렸다. 결과적으로 고통받는 건 오로지 연우뿐이었다. 성현준은 너무나도 마음이 아팠다. 그는 권하윤을 위로하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그 어떤 사람도 너를 괴롭히지 못하게 할 거야.” 그가 이 말을 할 때 그는 이미 유이안을 잊고 있었고 그가 유이안을 되찾고 싶어 했다는 것도 잊고 있었다. 지금 그의 눈에는 오직 눈물을 흘리며 가엾게 보이는 권하윤만이 있었다. 권하윤의 입술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잠시 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성현준의 품에 안겼고 눈물은 비처럼 쏟아졌다. “현준아, 만약 네가 없었다면 나와 연우는 어떻게 됐을지 정말 상상도 못 하겠어... 유신은 분명 연우를 데려가서 팔아넘기려고 했을 거야. 유신은 양심이라고는 없는 사람이야.”성현준은 마음이 산산조각나는 것 같았다. 그는 계속해서 권하윤의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
연우는 겁에 질려 그 인형을 꼭 안고 조심스럽게 그들을 쳐다보았다. 성현준은 권하윤에게 말했다. “아이를 겁주지 마. 그냥 물로 씻으면 돼.” 그 말을 마치고 그는 양복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작은 식탁 위에 올려놓고 병실에 딸린 화장실로 들어갔다. 성현준의 휴대폰 비밀번호는 권하윤이 몰래 본 적이 있었다. 화장실 안에서 물소리가 들려오는 동안 권하윤은 살짝 성현준의 휴대폰을 집어 들고 연우를 향해 경고했다. 연우는 엄마가 말한 대로 얌전히 있었다. 왜냐하면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는 자신을 거리로 내쫓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애초에 권하윤은 성현준과의 이혼 진행 상황만 확인하려 했을 뿐이었는데 차 안에서 자신과 성현준이 나눈 열정적인 순간을 보게 될 줄은 몰랐다. 이 영상은 유이안이 성현준에게 보낸 것이었다. 권하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이 영상이 퍼지면 성현준과 유이안의 관계는 다시는 회복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소문이 퍼지면 유이안은 성현준과 완전히 선을 그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권하윤은 재빨리 성현준의 휴대폰으로 영상을 촬영했다. 모든 작업이 끝나자 성현준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휴대폰은 원래 자리로 돌아갔고 연우는 고개를 숙인 채 인형을 만지며 꼼짝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아까 겁을 주면서 말을 하면 병원 밖으로 내쫓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성현준은 그리 오래 머물지 않았다. 저녁 7시쯤, 그는 병실을 나섰고 차에 올라타 유이안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받지 않자 결국 메시지를 보냈다. 한 글자 한 글자 신중히 써 내려갔다. [이안아, 지금 어디 있어?] ...유이안은 강원영의 집에 있었다. 퇴근할 때 강원영이 전화를 걸어 집에 와서 아이를 봐달라고 요청했다. 유이안은 그에게 신세를 졌으니 그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고 비서를 통해 전달 사항을 정리한 후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녀가 지하로 내려왔을 때 롤스로이스 고스트 한 대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강원영이 차 옆에 서 있
비록 강원영의 태도는 느긋했지만 유이안은 성숙한 여자로서 그가 조심스럽게 떠보는 것을 날카롭게 눈치챘다. 유이안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나의 이혼에 대해 묻고 싶은 거지?”강원영은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대답하지도 않았고 더 이상 추궁하지도 않았다. 남자의 깊은 눈빛은 그의 마음을 말하고 있었고 성숙한 여자라면 누구나 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잠시 짧은 침묵이 흘렀고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유이안은 약간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운전해.” 강원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천천히 시동을 걸었다. 이후 한참 동안 그들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유이안은 옆으로 고개를 돌려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참이 지난 후, 그녀는 갑자기 입을 열었다. “강원영, 난 성현준처럼 되고 싶지 않아. 관계는 깨끗하게 시작되어야 해. 우리 지금은 그저 동창이거나 의사와 환자의 관계일 뿐이고 기껏해야 평범한 친구야. 만약 네가...” 강원영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선을 넘지 않을 거예요.”유이안은 침묵했다.그가 유이안의 말을 끊어버렸고 유이안이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모른다. ...아마 차 안 분위기가 너무 답답했는지 강원영은 손을 뻗어 음악을 틀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고 취향이 유이안과 비슷했다. 조용하고 시끄럽지 않는 음악이었다. 유이안은 YS 병원의 원장이자 최고의 외과 의사이기도 하여 체력 소모가 컸다. 그래서 의자에 기대어 음악을 듣자 어느새 잠이 들었다. 몽롱한 상태에서 유이안은 남성용 외투가 자신의 몸을 덮고 있는 것을 느꼈고 그 외투에는 상쾌한 향과 함께 은은한 담배 향이 섞여 있었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인식한 것은 강원영도 담배를 피우는 사실이었다. 30분 후, 차는 한 별장으로 들어섰다. 차가 막 멈추자 유이안은 잠에서 깨어났다. 눈을 뜨자마자 고성 같은 별장과 끝없이 펼쳐진 초록색 잔디가 보였다. 유이안은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이 별장의 규모가 적
유이안은 강원영보다도 두 살 위였다.그런데 딸에게 그녀를 언니라고 부르도록 하다니... 어이가 없어진 유이안은 얼른 그를 매섭게 쏘아보고는 고개를 돌려 부드럽게 웃으며 소녀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이안 이모라고 불러도 돼. 이모가 다음에 만나면 케이크 사줄게.”그러자 강윤은 아빠를 껴안고 연신 애교를 부리며 기뻐했다.“우와, 예쁜 이안 이모 좋아요.”‘사회생활 한번 잘하네.’유이안은 똑똑한 아이의 말에 연신 혀를 내둘렀고 한편, 강원영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정말 미안해요, 유선생님. 내 기억 속에서 당신은 여전히 고등학교 때 모습 그대로네.”유이안이 아무리 무디다고 해도 숨겨진 비밀을 깨닫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강원영은 애초에 병에 걸린 적이 없다.강원영은 결국 핑계를 대고 유이안을 집에 초대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여 유이안은 바로 떠날 수가 없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첫째, 그래도 체면을 지켜야 했다. 둘째, 품에 안긴 여자아이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귀여웠다. 마치 말캉한 찹쌀떡처럼 얼굴이 탱글탱글했고 작은 얼굴에는 땀방울이 맺혔지만 몸 곳곳에는 향기로운 냄새가 배어있었다.그때, 강원영은 갑자기 손을 들어 셔츠 단추를 두 개 풀며 유이안에게 말을 건넸다.“잠깐만 아이와 같이 있어 줘요. 제가... 밥할게요.”밥을 한다고? 그러나 유이안에게 있어 이건 불필요할 정도로 성대한 의식이었다. 강원영이 평소에 집에서 밥을 할 거라는 건 믿지 않았다.그런데 그런 그녀의 마음을 꿰뚫어 보기라도 했는지 강원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저도 가끔은 집에서 요리해 먹어요. 제 요리 솜씨는 꽤 괜찮은데.”심지어 말을 하며 윤이에게 윙크를 날리기도 했다.그러자 스위치가 작동하기라도 한 듯 강윤은 곧바로 박수를 쳐주며 강원영의 말에 리액션을 해주었다.“아빠 최고!”부녀를 바라보는 유이안은 이제 진심으로 강원영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여섯 살짜리 아이가 이렇게까지 리액션을 잘 해주고 그와 잘 어울릴 수 있다는 건 평소에 그
유이안은 미디엄 웰던을 선택했다.그러자 강원영은 더욱 짙어진 듯한 검은 눈동자로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그럼 미디엄 웰던으로 할게요.”강원영은 목소리가 정말 듣기 좋았다. 그 목소리를 듣다 보면 마치 강원영이 귓가에 대고 사랑의 속삭임을 하는 것마냥 저도 모르게 귓불이 뜨거워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유이안은 동시에 화가 나기도 했다. 강원영은 원래 솔로로 지내며 와이프가 없는데 곳곳에서 이렇게 여자를 꼬시는 건 아닐까?남자는 화가 난듯한 유이안의 표정을 유심히 살피더니 갑자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아주머니, 우리 이안 아가씨에게 제가 평소에 어떻게 철벽을 치고 다니는지 말해줘요.”그러자 오씨 아주머니도 다급히 해명을 늘어놓았다.“말했어요! 미리 맞춰놓은 멘트도 잊지 않았으니... 사장님은 걱정 붙들어 매세요.”그 말에 강원영도 씩 웃으며 당당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 역시 아무리 화가 나도 강윤이 옆에 앉아 그녀의 팔을 껴안고 달콤하고 말캉한 목소리로 이모라고 부르며 애교를 부리니 저 너머 하늘 끝까지 솟아오른 화도 한 번에 팍 식는 기분이었다... 그러자 강원영은 다시 한번 강윤을 향해 윙크를 날렸다.“...”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강원영의 요리실력이 훌륭한 것은 부정할 수 없었다. 게다가 강씨 가문은 식사 분위기도 매우 화기애애했다.강윤은 어른의 보살핌도 없이 홀로 큰 밥그릇 하나를 들고 음식을 맛보고 있었다. 그릇 안에는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 쌓여있었는데 이를 보며 유이안은 알 수 있었다. 오늘의 저녁 메뉴는 양식이지만 강원영은 특별히 강윤을 위해 한식 반찬을 가득 만들어주었다... 유이안은 의사로서 병원에서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을 봐왔고 그중에는 야박한 남자들도 셀 수 없이 많았다. 하여 강원영 정도라면 정말 훌륭한 아버지라고 할 수 있었다.순간 가슴이 뭉클해진 유이안이 강원영을 쳐다보았다. 강원영은 셔츠 소매를 걷어붙이고 유이안의 시선을 눈치챘는지 그녀를 향해 싱긋 웃어 보였다.역시나 요리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강원영의 말에는 사실 조금 모호한 기류가 담겨있었다.유이안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며 차마 말을 잇지 못했고 강원영은 대수롭지 않게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주소를 내비게이션에 찍고 그녀의 집으로 향했다.밤의 정취가 물씬 풍기고 롤스로이스는 고요한 도로를 질주하고 있었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남자의 의도가 너무 뻔하다는 이유로, 여자는 아직 남자의 마음을 받아들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두 사람은 가늘 길 내내 침묵을 지켰지만 그 침묵도 마냥 나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마음이 편했다.유이안은 성현준과의 신혼집을 떠난 후, 그녀가 데려간 고용인은 유씨 저택에 돌려보냈고 자신은 병원 근처의 아파트에서 임시로 거주하게 되었다. 그녀는 전문적인 아주머니를 집에 들이지 않았다. 매일 그녀의 비서가 사람을 불러 유이안의 집을 청소해주었고 하루 세끼는 대부분 병원에서 해결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가끔 집에서 쉬게 되면 간단한 요리도 해 먹곤 했다.30분 후, 그들이 탄 자동차는 아파트 아래층에 멈춰 섰다.강원영은 운전석에 앉아 옆에 있는 유이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오늘 윤이와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오늘 밤 너무 즐거웠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나중은 없어.”“강원영, 당신도 우린 안된다는 거 알잖아.”어두운 차 안에서 강원영의 그 눈빛은 더욱 깊이를 짐작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녀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비로소 다시 입을 열었다.“전 나중이라고 했지 지금이라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유이안, 난 당신을 난처하게 하지 않아.”그 순간, 무언가가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의 정곡을 찔렀다.그동안 유이안은 줄곧 자신에게는 남자가 필요 없다고 생각해왔었다. 하여 성현준과의 결혼도 그녀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생각했지만 강원영의 한마디에 어렵게 쌓아온 탑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너무 오랫동안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성현준은 자신의 모든 포
유이안은 이제 해명하고 싶지 않았다.만약 유이안이 강원영과의 관계를 해명하면 성현준은 또 그녀의 마음속에는 아직 그가 있다고 여길 것이다. 하여 유이안은 힘껏 성현준을 밀어내고 엘리베이터 입구를 가리키며 썩 꺼지라고 욕설을 읊조렸지만 이미 이성을 잃어버린 성현준은 한사코 놓아주지 않았다. 오히려 유이안을 끌어당기더니 고개를 숙여 키스를 퍼부으며 그녀의 몸을 탐하기도 했다.강원영은 지워버리고 그녀의 남편이라는 존재를 새겨두고 싶었던 것이다.성현준은 과거의 열정을 떠올리게 하고 싶었다.하지만 이를 유이안이 허락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이사하는 순간부터 유이안은 그들의 결혼은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확신했다. 한편, 성현준이 무력을 사용하기 시작하자 유이안은 곧바로 가방 안에서 늑대 방지용 스프레이를 꺼내 성현준의 얼굴에 대고 힘껏 뿌렸다. 그건 다름 아닌 고추 물이었고 성현준은 더 이상 유이안을 침범할 생각을 못 하고 얼굴을 감싸 쥔 채 고통에 몸부림쳤다.궁지에 몰린 성현준은 꼴이 말이 아니었다.유이안은 그 틈을 타 재빨리 성현준을 걷어차고 다른 엘리베이터를 타 집으로 돌아왔다. 아파트 문이 닫히고 유이안은 입구에 기대어 숨을 몰아쉬었다. 주위가 조용해지고 뒤늦게 피곤이 몰려오자 유이안은 한숨을 푹 내쉬며 긴 머리를 살짝 쓸어 넘겨버렸다.그녀는 진즉 성현준을 포기하고 이 결혼을 포기했다.하지만 성현준은 결코 믿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유이안은 비로소 마음을 가라앉히고 바바리코트를 벗어 핸드백에서 핸드폰을 꺼내 만지작거렸다. 성현준의 전화가 여러 통 걸려왔고 수많은 메시지가 도착했지만 그녀의 핸드폰은 오후 내내 무음 상태였기에 보지 못했다.유이안이 고개를 살짝 젖혀 천장을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실패한 결혼에는 진정한 승자란 존재하지 않는다. 유이안도 성현준과 마찬가지로 괴롭고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문득 강원영이 떠올랐다. 여자로서 또 강원영의 정성스러운 대접을 받고 나니 성현준과 어느 정도 비교가 될 수밖에 없었다. 확실히 강원
날카로운 브레이크 소리가 귀를 찌르고 검은색 벤틀리가 갓길에 급정거했다.차가 멈춰 서자 성현준은 휴대폰을 손에 쥔 채 옆에 있던 유이안을 바라보았고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정과 눈빛과는 달리 그의 목소리는 한없이 가벼웠다.“유이안, 유 원장, 그렇게 날 떠나고 싶었어? 그렇게 날 부숴버리고 강원영 곁으로 가고 싶었어?”유이안이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또 무슨 미친 소리를 하는 겁니까?”“왜 동영상을 내보냈어? 유이안, 난 네가 원하는 걸 모두 줄 수 있어. 너만 바라보는 결혼과 너만을 위한 사랑, 난 전부 너에게 줄 수 있어. 그런데 왜 그걸 퍼뜨렸어... 강원영 때문이야? 왜? 이제 강원영을 사랑하게 된 거야?”영상?“성현준 씨, 그 동영상은 제 손에만 있는 게 아니에요. 당신 손에도 있죠. 그런데 현준 씨는 그 동영상이 당신으로부터 유출되지 않았다고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다시 한번 말하지만 전 굳이 그런 짓을 할 이유가 없어요. 가치도 없고요. 저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닙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더러운 행위가 대중들에게 드러났으니 이제 우리도 깔끔하게 해결하죠. 저도 변호사를 불러 이혼 소송을 제기하도록 하겠습니다.”이 일은 논쟁할 가치도 없었다. 유이안은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성현준은 이미 그녀가 퍼뜨린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아마 성현준은 유이안이 강원영을 사랑해서 그를 배신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조급함과 분노, 상실감, 말로 이룰 수 없는 감정이 성현준을 뒤덮었고 순간 이성을 잃은 성현준은 저도 모르는 사이에 유이안의 뺨을, 과거 누구보다 그를 사랑해주었던 애인의 뺨을 내리쳤다.뜨겁고 팽팽한 공기가 순식간에 굳어버리고 좁은 차 안에는 서로의 숨소리만 남았다.얼굴이 돌아가고 한참이 지나서야 유이안은 굳어버렸던 눈을 깜빡였다. 이윽고 그녀는 도무지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성현준을 바라보았다. 이 지경까지 밑바닥을 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다. 성현준이 앞뒤 상황도 제대로 알아보지 않은 채 그녀의 뺨을 내리쳤다.유이안
신혼부부의 열정이 프레지던트 스위트룸을 빨갛게 태웠다.피로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한 특별한 손님이 조용히 다녀갔는데 다름이 아니라 그 여자가 자기를 보고 슬퍼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그러나 원수는 항상 외나무다리에서 만나는 법, 그들은 생각지도 못하게 복도에서 마주쳤다.성현준은 유이안을 조용히 지켜봤다. 유이안은 강윤을 데리고 화장실에 왔지만 어린아이를 혼자 두지 못해서 작은딸도 데려왔다. 아마 강원영을 위해 낳은 딸인데 오누이 쌍둥이다. 쌍둥이 이름은 강온과 강민이다.강윤은 동생들을 아주 좋아했다. 학교에서 돌아온 후 먼저 동생들과 한참을 놀았고 저녁에도 여동생을 방으로 ‘훔쳐 와’ 인형처럼 꼭 끌어안고 잤다.처음에 유이안은 많이 걱정했지만 동생이 생긴 후 강윤이 더 밝아지자 그제야 시름을 놓았다. 평소에 강윤과 여동생을 데리고 나올 때가 많았고 아들은 강원영이 데리고 다녔다.이때 그들 부부가 막 돌아가려던 참에 지인을 만났다.성현준이 출국한 후 그들은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그녀가 출산할 때 그가 돌아왔지만 병원에는 가지 않고 그저 값비싼 선물을 보냈다.유이안의 마음이 자기한테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강원영은 이 부분에 있어 아량이 넓었다.갑자기 만났으나 서로 말이 없었다. 결국 성현준이 몸을 쪼그리고 앉아 강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저씨 기억나?”기억이 좋은 강윤은 얼굴을 찌푸리더니 쏜살같이 유이안한테 다가가 그녀의 다리를 꽉 껴안았다.성현준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유이안은 강윤의 작은 얼굴을 만지며 저도 모르게 슬퍼졌다.성현준은 명의상 강윤의 아버지고 또 별장도 선물했었다.어린 강윤은 마음을 진정시켰는지 유이안을 놓고 천천히 성현준에게 다가가 살며시 안아줬다.성현준은 잠긴 목소리로 유이안에게 물었다.“잘 지냈어? 아이들은 어때? 그 사람과 사이는 좋아?”“다 좋아요.”유이안도 목소리가 잠기는 것 같다. 이 나이가 되어서 사실 따질것도 없고 과거는 과거일 뿐 연연하지 않았다.유이안도 성현준에게 물었다.“당신
아침의 첫 햇살이 대지를 비추고 있다.오늘은 조씨 가문이 잔치를 치르는 날이다.조은혁 부부의 제일 어린 딸이 마침내 시집갔고 그것도 어릴 적부터 좋아했던 남자에게 시집갔다. 전통 혼례복을 입은 그녀의 모습은 진석이 보았던 그 여느 여자보다도 예뻤다.진석의 부모님도 쉴 틈이 없이 바빴다. 그들은 비록 큰 부자가 아니지만 진석의 아버지인 진대용은 한 가문을 이끄는 어르신으로서 능력이 대단했다. 팔방미인처럼 하객을 잘 접대했을 뿐만 아니라 뜻밖에도 유선우와도 잘 어울렸다.조은혁은 의견이 많았다. 유선우는 사돈도 없는가?유선우는 그와 따지지 않고 아내 조은서와 함께 결혼식 진행을 도왔다. 전통 결혼은 현대식보다 훨씬 번거로웠지만 다행히 양측에 일손이 충분해서 허둥거리지 않아도 된다. 낮에는 떠들썩하게 결혼식을 올리고 저녁에는 B시의 제일 럭시리한 호텔의 가장 큰 홀에 200상을 넘게 안배했다. 조씨와 유씨의 양가 친척과 진석의 협력 파트너를 포함해 모두 축하해주려고 이 자리에 모였다. 이 결혼식은 올해 제일 거대한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규모가 컸고 앞으로 3년 동안 이렇게 성대한 결혼식이 없을 수 있다.B시의 명인들이 한자리에 모였다.진석은 조은희와 손잡고 곁에 술을 먹어줄 수 있는 사람을 8명이나 데리고 하객에게 술을 권했다. 200상에 달하는 손님을 한 분이라도 빠뜨리지 않기 위해 진석은 필사적으로 마셨고 8명의 술막이 친구들도 충분히 역할을 발휘했다. 그러나 진석은 학교의 선생님들에게 술을 권할 때 술에 취해 쓰러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평소에는 학생의 본보기가 되어야 하므로 자제하고 있던 이 선생님들은 진석이 결혼하고 조은희도 같은 학교의 선생님이다 보니 10억을 위해서라도 신랑, 신부를 열정적으로 대했다. 그 결과 진석은 거의 취했고 조진범과 조우현이 대신 막아줘서야 겨우 룸으로 끌려갔다.조은혁은 잠자코 진석을 지켜보다가 놀려줬다.“괜찮겠어? 혹시 밀랍으로 만든 총대여서 쓸모없는 거 아니지?”이때 진대용이 감쪽같이 나타났다.
밤이 되었다.유이준과 진은영은 진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갔다.집에 돌아가자마자 진별이은 숙제하러 갔고 진은영은 잠든 막내아들을 보러 갔다. 막내아들은 돌보고 있는 가정부는 발자국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조용히 말했다. “오셨어요? 한 번도 깨지 않고 계속 자고 있었어요. 엄청 착해요.”진은영은 가볍게 웃으며 아줌마에게 내려가 쉬라고 했다.문이 받히고 그녀는 고개를 숙여 막내아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꼬마는 이미 8개월이 지났고 용모는 유이준을 완전히 물려받았고 거의 판에 박힌 것 같았다. 심지어 진별이 조차도 때때로 동생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이건 정말 하느님의 걸작이야!”유이준이 물었다.“하느님의 걸작이 뭔지 알아?”진별이가 답했다.“남편의 용모, 아내의 영광!”진은영은 유이준에게 속삭였다.“모델 렌위이를 보고 저러는 거야.”유이준은 즉시 그에게 예쁘냐고 물었다.진은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유이준은 침실 문을 살짝 열고 들어왔다. 남자는 아내의 뒤로 와서 가는 허리를 가볍게 껴안고 막내아들의 잠든 얼굴을 함께 보았다. 진은영은 고개를 돌려 조용히 물었다. “진별이 과제는 보았어?”유이준은 그녀의 허리를 꼭 껴안고 말했다.“봤어, 열 개 중 아홉 개가 틀렸어.”진은영은 참지 못하고 가서 직접 확인하려 하였다. 유이준이 그녀를 가로막으며 웃었다.“진별이가 실수하는 것을 어떨 땐 넘길 줄도 알아야 해! 은영, 우리 아이는 그렇게 빠듯하게 살 필요가 없어. 봐, 조민희와 조은희도 잘 살고 있잖아.”진은영은 망설였다.하지만 진별이는 진은영의 아이였고 그녀는 어려서부터 강했다.유이준은 또 진안영을 두고 말했다.“안영도 잘 살고 있잖아. 그녀는 어렸을 때 분명 문제집을 제일 잘 푸는 사람은 아니었을 거야.”진은영이 물었다.“왜 또 안영을 끌어들이는 거야?”유이준은 답했다.“내가 주변 사람들을 예로 들어야 더 설득력이 있지 않겠어? 안영도 진범을 찾았고 지금 딱 쥐고 있잖아.”진은영이 입을 열었다.“고생은 한
2층.조은희는 내일 입을 드레스를 입어보고 있었다. 진석이 그토록 원하는 드레스였다.하얀 눈꽃을 두른 듯한 드레스는 국내 최고 디자이너의 손길을 거쳐 아주 세심하고도 화려한 기품을 뿜고 있었다. 그녀가 쓰고 있는 보석이 박힌 티아라는 수억 단위의 거액으로 마련한 것이었다.거울 속의 여인은 꽃처럼 아름다운 외모를 지녔고 조은희는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혼잣말했다.“자기 애호 때문에 정말 돈을 아끼지 않았네.”좋은 사람과 결혼해서 다행이지 이 어린 딸은 정말 말문이 막혔다. 박연희는 어머니로서 머리를 툭툭 쳤다.그녀는 조민희가 시집갈 때처럼 두둑한 혼수를 주었고 조은희도 마찬가지로 조 씨 그룹의 주식을 요구하지 않았으며 진석이 번 돈은 그녀와 그의 작은 취미를 먹여 살리기에 충분했다.한편, 조민희는 동생을 도와 드레스를 정리해 주고 있었고 그녀도 조금 아쉬워했다. 조은희는 집안의 막냇동생이었고 이제 시집을 가려고 한다.조은희는 그녀를 보며 말했다.“언니, 언제 귀국해서 정착할 거예요? 평소에 일 년에 한두 번 볼 수밖에 없잖아요.”조민희는 그녀의 얼굴을 비비며 답했다.“몇 년만 더!”조은희는 더 이상 묻지 않고 강아지처럼 애교를 부리며 조민희의 품에 안겼고 조민희는 항상 인내심을 가지며 그녀를 아끼며 함께 해주었다.박연희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나와 너의 아버지도 너와 설진이 빨리 귀국해서 정착하기를 바라고 있어.”조민희는 말했다.“설진의 사업은 대부분 밖에 있고, 돌아오면 적어도 10년은 걸릴 것입니다. 다행히 저와 아이들도 그곳 생활에 익숙합니다.”말이 끝나자, 김설진이 밖에서 걸어들어왔다.그는 박연희를 먼저 불렀고 돈봉투를 조은희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돈봉투를 받으며 달콤한 말투로 형부라고 불렀고 김설진은 그제야 아내에게 말했다.“김욱의 다리가 찰과상을 입어서 아래층에서 울고 있어.”비록 작은 사나이이자 울보이지만, 김설진은 그런 아이를 응석받이로 키우고 있었다.조민희가 낳은 아이였다!조민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남
김설진은 말했다.“너랑 나 다 아프잖아.”조민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김욱은 한창 활동적인 나이지만 아버지가 엄격한 교육 아래 매우 예의 바르고 규칙적인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김욱은 조우현을 보고 공손하게 인사를 했다.“둘째 외삼촌.”조우현은 그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자신의 아이보다 더 튼튼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방유설이 너무 약한 탓도 있었다. 그는 돌아가 조우찬에게 영양을 공급해야겠다고 생각했다.검은색 롤스로이스는 고속도로를 질주하며 저녁이 되기 전에 사람들을 조 씨 저택으로 데려 보냈다.조씨 집안의 아들들은 모두 이사를 나갔지만, 조은희만이 여전히 집에 남아있었다. 조민희가 모처럼 돌아왔어도 그녀는 집에 머물고 있었으며 거절하지 않았다. 조은희는 며칠 묵은 후에 하와이에 가서 친부모님께 향을 피울 계획이었다.차는 저택으로 들어섰고 집안의 불빛은 휘황찬란했다.정원의 주차 공간에는 유명한 차들이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집안의 어른들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조은희의 내일 결혼식을 위해 남자들은 한 곳에서 이야기하고 있었고 여자들은 2층에서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김욱은 마당에 남아 조우진, 조우찬과 함께 놀았다.작은 공 하나가 남자아이의 발밑에서 이리저리 날아다녔다.노는 과정에 김욱이 실수로 넘어졌다.사내 녀석은 고통을 참지 못하고 와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조진범은 마침 복도에 서 있었고 그는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겨울이라 검은 코트를 입은 그의 몸집은 더욱 방대해 보였고 그의 성숙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는 작은 아이를 안아 가볍게 품에 안았고 그의 눈매는 매우 부드러웠다.“어디가 아픈지 외삼촌에게 말해?”녀석은 희고 작은 얼굴을 찡그리며 눈물을 글썽였다.“무릎이 아파요.”말을 마치자, 그는 외삼촌의 품에 안겨 일어나려 하지 않았다.조진범은 의자에 가서 앉아 한 손으로 꼬마를 껴안고 있었다. 조우찬과 조우진도 다가왔고 조우진은 아주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아빠, 우리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저녁, 조은희는 퇴근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녀는 주차장에서 진석의 차를 보았지만 차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마침, 학교 상사가 지나가며 말을 걸었다.“진석이 학교에 와 강당에서 기증식을 하고 있어. 가서 보고 이따가 같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걸. 이 추운 날 뜨거운 훠궈를 같이 먹으면 얼마나 좋아.”조은희는 장난스레 답했다.“삶을 즐기실 줄 아네요.”상사는 손에 든 요리를 들며 답했다.“이봐, 네 사모님이 아침 일찍 집에 가서 손자를 위해 밥을 해라고 재촉하셨어.”조은희는 가볍게 웃으며 그를 배웅했다.하늘에는 구름이 주황빛을 띠며 금빛 테두리를 두르고 있다.조은희는 뜨거운 물컵을 들고 강당 쪽으로 걸어갔다. 가는 길에 몇몇 학생들이 그녀를 향해 재잘거리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장난스럽게 그녀를 진 사모님이라고 불렀다.“조 선생님이라고 해.”학생들은 답했다.“진 사모님! 진 선생님은 강당에 계십니다.”지나가는 모든 사람은 그녀에게 진석이 강당에 있다고 말했고 조은희는 속으로 생각했다.[진석의 구십억이 가치가 있긴 하네. 학교 유명인이 다 됐어.]그녀는 자작나무 숲을 가로질러 강당 계단을 올라갔고 멀리서 진석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연설하고 있었고 아주 틀에 박힌 듯 말하고 있었지만, 목소리가 좋았다.강당에는 수천 명의 사람들이 정면으로 앉아 집중하고 있다.진석은 남자의 꿈이자 여자의 꿈이었고 조은희의 모든 청춘과 미래였다. 그녀는 들어가지 않고 입구에 서서 조용히 그녀의 남편이 될 남자를 바라보고 있었다.약 5분 후, 진석이 강연을 끝내고 그도 그녀를 보았다.조은희는 흰색 코트를 입고 뜨거운 물컵을 들고 그가 가르치던 곳에 서 있다. 그녀는 현재 이곳의 선생님이었다.진석은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사실, 조은희가 그에 대한 사랑은 그에 비해 조금도 부족하지 않다.그녀는 젊고 활발했지만, 아주 용감하고 사랑스러웠다. 그녀는 하늘이 진석에게 맞춤 제작한 인생의 동반자였다. 조은희가 있으니, 그는 이번 생에 여한이 없을 것
조은희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검은색 코트를 입은 진석은 키가 컸고 그런 그가 서재에 서 있자, 그녀는 압박감을 느꼈다. 그는 그녀를 향해 걸어와 고양이처럼 우는 어린 소녀를 품에 안고 한 손으로 가볍게 쓰다듬어 주었다. 그의 목소리는 매우 부드러웠다.“울지 않는다면서요.”조은희는 그의 어깨 위에 엎드려 말했다.“일부러 그러는 거야?”“좀 감동하지 않았나요?”그녀는 그를 나긋하게 때렸다.진석은 술에 취해 나지막이 웃었고 그녀가 감정을 내뱉도록 내버려두었지만 동시에 그의 마음도 쓰라렸다.지난 5년 동안 그는 사실 방황해야 하는 것을 두려워했다. 그는 자신이 출세하기를 기다리지 못하고 조은서가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될까 봐 무서웠다. 만약 그때가 오면 그는 무엇을 가지고 그녀에게 돌아오라고 부탁할까?가난한 집 부잣집 딸의 사랑은 소설 속에만 있고 현실은 참혹했다.조은희는 개의치 않지만, 그는 그녀가 고생하는 것을 원치 않았다.지금, 그들은 서재에서 서로를 끌어안았고, 그들은 곧 결혼할 것이었다.창밖으로 가랑눈이 흩날리고, 그는 눈을 밟고 돌아와 그녀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진석은 어린 소녀가 그의 목을 껴안고 애교를 부릴 수 있도록 한 손으로 코트를 벗고 소파에 내동댕이쳤다. 그들은 감정에 그치지 않게 서로를 사랑했지만, 한 발짝도 그 선을 넘지 않았다.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은 그녀는 아주 따가웠고 힘줄 또한 뜨겁게 뛰고 있었다. 그녀는 쉰 목소리로 물었다.“그녀가 준 것을 왜 진작 주지 않았어?”“어제 받았어요.”“편지를 봤는데 잘 쓴 것 같아서 보여드리려고 했어요.”……조은희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고 그를 껴안고 소리 없이 애교를 부렸다. 잠시 후 그의 턱에 뽀뽀를 해주었고 순간 진석의 마음은 말할 수 없는 감정으로 가득 찼다.그는 조은혁 부부에게 감사했다. 그들이 조은희를 낳은 덕분에 그는 인생의 단맛과 쓴맛을 다 볼 수 있었다.그는 엿처럼 달게 여겼다.문밖에서 아주머니가 문을 두드렸다.“선생님 아가씨, 식
진석 그리고 조은희의 혼사는 순리대로 이루어졌고 아무도 발버둥 치지 않았다.가끔, 조은희는 이런 생각을 가지기도 했다.과정이 너무 순조로운 나머지 몇 년간의 헤어짐이 마치 없었던 일처럼, 마치 항상 붙어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재회한 후에도 그는 그녀에게 해외 생활에 대해 더 묻지 않고 여전히 예전처럼 그녀를 대했다.그녀는 예전처럼 어리지 않았지만, 진석은 그녀를 20세 소녀로 여겼다. 조은희는 그가 18세 소녀를 더욱 좋아할 거라 마음속으로 생각하곤 했다.세월은 야속하게도 흘러만 갔지, 되돌아오진 않았다.진석은 그냥 미소를 지을 뿐.겨울, 낮이 점점 짧아지기 시작했고 조은희는 퇴근 후 진석의 별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진석은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도우미 두 아주머니를 집으로 불러 이미 저녁을 준비하기 시작했다.조은희가 차에서 내릴 때 마침 진석의 전화를 받았고 그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언제 돌아와?”전화 한편의 진석은 손을 들어 시계를 보았다.“일곱 시쯤 집에 도착해요.”조은희는 소녀의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대답했다.진석은 그녀에게 서재로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고 지시했고 조은희는 일부러 작은 소리로 입을 열었다.“내가 너의 직원도 아니고 월급도 받지 않는데 내가 왜.”진석이 답했다.“가족 수당을 받잖아요.”조은희는 핸드폰을 사이에 두고 그에게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어준 후 차에서 내렸다.집안의 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보고 잇달아 멈추어 인사를 하였다.“아가씨가 돌아왔나요, 진 선생님은 몇 시에 돌아오죠?””일곱 시요, 바쁜 사람이잖아요.”하인들은 모두 그녀를 좋아했고 배가 고플가 먼저 과일 한 접시를 씻어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조은희는 과일 접시를 들고 위층으로 올라갔고 잠시 후 진석의 노트북에 무슨 영화가 있는지 찾아보려 하였다. 영화 한 편을 보며 진석을 기다리기로 하였다.진석의 서재는 단순하고 섬세하며 고급 원목 가구는 반짝반짝 광을 내고 있었다.조은희는 코트를 벗고 가죽 의자에 놓은 후 서랍을 열어 서류를 찾
조은희는 진석을 빤히 바라보았다.진석은 낮게 웃으며 외투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블랙 카드를 한 장 꺼내 조은희의 손바닥 위에 가만히 올려놓았다.“내 카드야. 한도가 없으니까 마음껏 써.”조은희는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외쳤다.“진석 씨, 정말 통 크시네요! 진 선생님, 감사합니다.”진석이 장난스럽게 그녀를 가볍게 툭 치자 조은희는 그의 목을 감싸안으며 웃었다.“스폰서 오빠, 감사합니다.”진석은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말투에 웃음을 터뜨리더니 그녀의 작은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고 강렬하게 입을 맞추었다. 예전에는 학문적이고 온화했던 그의 이미지가 지금은 사업가다운 자신감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조은희의 장난스러운 태도에 그는 어쩔 수 없이 입맞춤 후 그녀의 귀에 낮고 거친 목소리로 농담을 던졌다. 조은희는 그 말을 듣고 묘하게 떨리는 감정을 느꼈다...진석은 그녀의 코끝을 장난스럽게 살짝 물었다.“넌 은근히 독특한 취향이네.”조은희는 더 이상 그를 자극하지 않기로 마음을 먹고 자세를 바로잡으며 운전하라고 했다. 진석은 그녀를 한 번 더 바라보고는 천천히 시선을 돌려 차를 출발시켰다...둘이 별장에 도착했을 때 진석의 어머니는 고향 요리로 한 상을 가득 준비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중에는 진석이 조은희가 좋아한다고 말해준 요리도 포함되어 있었다.진석의 아버지는 붉고 싱싱한 과일을 깨끗이 씻어 가지런히 접시에 놓고 있었다.진석의 차가 멈추자 그는 조은희를 데리고 내렸다. 진석의 부모는 반갑게 나와서 두 사람을 맞았다.아버지는 조은희가 가져온 선물을 받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는데요.”어머니는 차가운 바람을 느끼며 감기 조심하라고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조은희의 피부는 밝고 투명하게 하얀 편이라 마치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은 진석의 부모 눈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속으로 진석과 조은희가 아이를 낳는다면 남녀를 불문하고 정말 예쁘고 훌륭한 아이가 태어날 거로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