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희가 경주에게 무슨 일이 있다고 말하자 아람은 후유증이라고 생각했다.“주소를 보내줘. 바로 갈게.”전화를 끊으면서 아람은 안색이 어두워졌다. 유지운은 담배를 다 피우고 차 문을 열고 타려는 순간 스포츠카의 엔진이 굉음을 내며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렸다.“저기, 문 열어요. 저도 타야죠.”유지운은 문을 잡아당겼다.“일이 있어요. 혼자 가세요.”아람은 앞을 보면서 핸들을 꽉 잡았다.“저기요, 구아람 씨. 여긴 성주예요, 해문이 아니라! 어디 가라는 거예요?”유지운은 어이가 없었다.“빨리 데려다줘요!”“큰형에게 전화해서 데리러 오라고 해요.”말을 마치자 검은 스포츠카가 회오리바람처럼 유지운을 지나쳤다....아람은 이유희가 보내준 주소에 따라 경주의 개인 별장에 도착했다. 별장 문 앞에 섰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 우울하고, 억울하고 마음이 아팠다. 이 별장은 경주의 사유지 중 하나였지만 경주가 가장 자주 살던 곳이다. 이것도 오정숙한테서 들었다.오정숙은 경주가 기분이 좋지 않거나 관해 정원에 돌아가기 싫을 때 이곳에 온다고 했다. 다른 여자 곁에 있는 것이 아니라 때때로 방에서 혼자 지내던 아람을 위로하기 위해 온 것이다.그 당시 오정숙은 아람에게 이곳으로 와서 경주를 찾으라고 했지만 거절을 당했다. 아람은 경주가 보고 싶은 사람을 볼 수 없어서 기분이 좋지 않고, 관해 정원으로 돌아왔을 때 보고 싶지 않은 여자들만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모욕을 당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았다. 그저 경주 곁에서 투명 인간처럼 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하지만 그날까지만이었다.아람과 신남준이 교통사고를 당했고, 그 사고로 아람과 경주의 아이도 잃었다. 어느 날 밤 병원 침대에 누워 요양하고 있을 때 해외에서 온 김은주의 전화를 받았다.“구아람, 네가 경주 오빠에게 시집가서 경주 오빠를 가진 것 같아? 넌 영원히 가질 수 없어. 지난 며칠 나와 동안 매일 같이 있었어.”“경주 오빠가 세상에 하나뿐인 목걸이까지 줬어. 그렇게 오래 사귀었는데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고 짜증을 내며 문을 밀었다. 뜻밖에도 문이 열려 있었다. 아람은 항상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곧바로 거실에 들어서자마자 마음속에서 경보음이 울렸다. 이 별장은 큰 편은 아니었다. 성주에 있는 아람의 별장만큼 크지 않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하고 아늑하고 집과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화려하지만 인정이 없는 관해 정원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렇게 있는 생각하자 아람은 눈썹을 떨며 마음이 아팠다.“이유희, 안에 있어? 이유희.”별정은 조용하고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아람은 점점 더 걱정을 하며 재빨리 계단을 올라가 모든 방을 찾아보았다. 결국 복도 마지막 방의 문을 열었다. 내부 공기의 온도는 다른 방보다 분명 높았으며 여전히 남성 호르몬이 느껴졌다. 아마 경주의 방일 것이다. 적어도 3년 이상 부부였지만 뼛속 깊이 자리 잡은 서로에 대한 친근감은 여전히 외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방의 숨겨진 문을 통해 아람은 남자의 점점 굵어지고 점점 다급해지는 숨소리를 어렴풋이 들었다. 형언할 수없이 고통스러워 보였다.“신경주?”아람은 목을 조이며 부르자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아람아, 아람아.”아람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어 서둘러 문을 밀고 들어갔다. 방의 빛은 부드럽고 어두웠다. 경주는 침대에 누워 긴 다리를 평평하게 했다. 구부러진 슈트는 바닥에 던져졌고 흰 셔츠는 넓게 열려 있었다. 아람의 시선에 나타난 건 튼튼하고 섹시하게 빨개진 근육이었다.“아람아, 너무 불편해, 아람아.”경주는 입을 살짝 열고 호흡이 거칠어졌다. 아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혼란스러웠다. 꿈인 줄 알았다. ‘아람은 날 그렇게 싫어하는데, 왜 나한테 오겠어. 하지만 꿈이라도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사람은 항상 가장 나약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마음을 알 수 있다. 아람은 숨을 죽이고 재빨리 침대 옆으로 걸어가 몸을 기울여 경주의 상태를 확인했다. 갑자기 경주가 알마의 가느다란 손목을 잡아당겼다. 아람은 눈앞이 돌더
아람은 경주의 붉어진 눈과 마주치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경주의 눈에서 나약함과 억제하기 어려운 광기가 보였다. 2년 전 그날 밤, 경주가 아람을 누르고 몸을 구르며 쾌락을 구걸하던 그 눈빛과 같았다. 밤새도록 사랑을 하던 때도 아람을 빠져나오게 하지 못했다.“신경주, 먼저 진정해, 음!”아람의 나머지 말은 경주의 사나운 입맞춤에 묻혀버렸다. 뜨겁고 젖은 입술은 아람의 떨리는 입술 위로 이리저리 굴러다니며 입안의 따뜻한 향기를 약탈했고, 숨결을 모두 빼앗고 싶었다.‘너무 하고 싶어, 아람아. 미친 듯이 원해.’아람을 만나지 못하는 매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하느님밖에 알 것이다. 그저 의미 없이 걸어 다니는 시체와 같았다. 아람은 목구멍 깊숙이 부드러운 탄식을 내뱉었고 숨이 가빠로워지며 몸이 뜨거워졌다. 또다시 경주의 몸 아래에서 떨며 드러난 가슴 근육을 힘없이 밀어 반항을 하고 싶었다. 가볍게 밀치는 행동이 경주의 눈에는 유혹이었다. 아람이 경주의 시야에 나타나는 한, 심지어 꿈속, 뒷모습이라고 해도 치명적인 유혹이었다.아람은 경주의 교활하고 위압적인 입술에 정항 할 수 없었다. 곧 두 사람은 깊이 얽혀 있었다. 너무 세게 키스하자 부끄러운 소리까지 났다. 경주는 거칠고 팽팽한 큰 손으로 아람의 아름다운 다리를 만지며 건방지게 확인했다.“안 돼.”아람은 땀을 벌벌 흘리며 경주를 막았다.“아람아, 살려줘.”경주는 숨을 헐떡이며 아람의 촉촉한 입술을 떠났다. 그 사이에 수정 같은 흔적을 남겼다.“너 말고는 아무도 안 돼. 너만이 나를 구할 수 있어.”‘너만이 날 구할 수 있어.’2년 전, 아람은 경주의 해독제가 되어주었었다. 아람이 경주를 구했다. 예기치 않게 2년 후, 이혼했지만 여전히 경주와의 운명적인 끈을 놓지 못했다. 경주는 점점 미친 듯이 키스를 했다. 아람의 입술로부터 작은 턱, 목, 쇄골까지 거칠게 키스했다. 아람은 눈물을 머금고 하얀 목을 뒤로 젖혀 아름다운 선을 보였다. 손은 저도 모르게 경주의 머리를 잡고 열 손가락으로
부부였을 때 아람은 경주가 집에 없을 때 몰래 셔츠를 입으며 경주의 특유의 향기와 체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 아람의 마음 상태는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람은 경주가 금방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아 물을 찾았다. 쉬면서 물을 마시고 나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자연스럽게 자리를 떠나려 했다.아람은 조심스럽게 방에서 나와 2층 부엌에서 찬물을 마시며 방금 전까지 심하게 욱신거렸던 심장 박동을 진정시켰다.‘이 나쁜 자식, 너무 오래되어서 그러나. 이게 자는 거야? 나랑 찢어 먹으려는 거지.’이렇게 생각하면서 키스를 당하던 입술을 삐쭉거렸다. 목에 부은 얼음 물까지 따뜻해진 것 같았다. 이곳은 아람이 항상 궁금해하던 곳이다. 이곳에 올 기회가 생겨 조금 돌아다녔다. 부엌, 정원, 거실. 모든 곳이 심플하고 따뜻하게 꾸며져 있었다. 한눈에 봐도 세심하게 배치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자 이 별장은 경주가 선물로 준 거라는 김은주의 말이 떠올랐다.‘정말? 정말이야? 김은주와 있었던 집에서 그 짓을 했어?’아람은 마치 커다란 손이 잔인하게 움켜주는 것처럼 아파서 숨을 쉴 수 없었다.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주의 방에 와서 옷을 입고 떠나려 했다. 작은 거실은 조용했고 침실 맞은편에는 서재가 있었다.아람은 멍하니 서재로 걸어 들어갔다. 그러자 책장 한 쪽을 가득 채운 액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람은 입을 다물고 사진 앞으로 다가가더니 무심코 액자 하나를 집어 들었다. 사진 속 소년은 우울한 표정과 섬세한 이목구비로 어린 시적의 경주임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복고풍 소파에 앉아 소년을 안고 있는 여자의 얼굴은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그분도 신이 내린 복숭아꽃 같은 눈동자를 가졌다. 아람은 눈이 번쩍 뜨였다. 이 여자가 경주의 친어머니이자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전 시어머니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너무 아름다워.”아람은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구만복의 세 부인이 각자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지만, 합쳐도 경주의 어머니만큼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
우르르-아람의 손이 떨리자 액자는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 튀어 오른 유리 파편이 아람의 부드러운 발목을 베었고, 얇은 상처에서 피가 몇 방울 스며 나왔다.“네가 왜 여기에 있어?”경주의 매력적인 소리가 뒤에서 가느다란 등을 뚫고 들어왔다. 아람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저 냉정하게 말했다.“방해해서 미안해, 금방 갈게.”경주는 자신의 셔츠를 입은 아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부드러운 빛은 넓은 셔츠 안의 아람의 몸을 희미하게 비추었다. 몽롱한 매력을 발산하여 품에 안고 부드럽게 감싸고 싶었다. 경주는 마른침을 삼키며 입이 말랐다. 방금 잠에서 깨어난 경주는 식은땀을 흘렸다. 무의식적으로 옆을 더듬어 보았지만 아람은 사라졌다. 그러나 옷은 여전히 바닥에 있고 하이힐도 신지 않아 아마 별장에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제야 마음이 진정되며 일어나 서둘러 아람을 찾았다. 어젯밤의 키스와 격렬한 충돌이 경주의 피와 가슴에 깊이 새겨져 있다. 하지만 왜 이렇게 됐는지 생각이 나지 않았다.‘내가 아람을 괴롭혔나? 너무 아파서 반항하지 못했나?’복잡한 죄책감으로 가득 찬 경주는 눈시울이 불어지며 아람을 향해 다가갔다. 바로 이때 아람은 갑자기 돌아서서 고개를 숙이고 재빨리 경주를 지나쳤다. 경주는 눈을 부릅뜨며 아람을 잡았다.“가지 마.”“날 상관할 자격이 없어.”“우리 잤어.”경주는 아람을 덥석 품에 안았다. 날카로운 눈빛은 아람의 차가운 눈빛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구아람, 우리가 잤다고. 나한테 할 말 없어?”“없어.”아람은 경주의 이글거리는 눈빛을 피하며 말했다.“놔.”“구아람, 비록 우리가 이혼했지만 어젯밤에 일어난 모든 일은, 내가 반드시 책임질게.”경주의 눈빛은 진지하고 아람의 팔을 잡은 손은 계속 조여졌다.“원나잇일 뿐인데, 책임을 따질 필요는 없어. 우린 성인이야. 자기의 선택에 대가를 치러야 해.”아람은 차갑게 웃으며 경주의 손을 힘껏 뿌리치며 비아냥거렸다.“앞으로 신 사장님이 조심스럽게 사회생활을 해, 당하지
“내가 책임질게. 반드시 책임질게.”“책임질 필요 없어. 그냥 날 보내주기만 하면 돼.”아람의 수정 같은 눈물이 경주의 어깨에 떨어지며 가슴을 아프게 했다.“신경주, 네가 싫어. 네가 너무 싫어. 날 건드리지 마!”“널 건드리지 않으면 누굴 건드리겠어?”경주의 쉰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신경주, 책임지고 싶으면 애초에 왜 나와 이혼했어? 그때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뭐?”경주는 깜짝 놀랐다.“책임을 져야 할 때가 되자 넌 날 멀리 밀어냈어. 지금 네 책임이 필요 없는데, 왜 멀리 꺼지지 않아?”아람은 경주가 한 눈판 사이에 경주의 팔을 악랄하게 물어뜯었고 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경주는 아파서 힘을 풀었다. 그러자 아람은 토끼처럼 경주의 품에서 빠져나갔고 눈 깜빡할 사이에 서재에서 사라졌다.경주는 그 자리에 멍하니 서서 아람의 말을 반복해서 떠올렸다. 갑자기 침실의 깨끗한 시트가 떠올라 가슴이 조여 왔다. 아람은 결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아니다. 결혼한 3년 동안 경주는 그들이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다고 생각했다. 이혼할 때 여전히 처녀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젯밤은 서로의 처음이었지만 침대 시트에 빨간색이 보이지 않았다.“그때 왜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경주는 갑자기 번개를 맞은 듯 눈을 크게 뜨고 쳐다보았다. ‘설마, 결혼 생활 중에 이미 잤었나? 하지만 왜, 전혀 생각이 나지 않지? 왜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나?’경주는 온몸이 얼어붙고 움직일 수 없는 것처럼 충격을 받아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 정신 차릴 때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몰랐고, 손을 뻗어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제야 경주는 불빛 아래 반짝이는 파편을 발견했다. 경주는 무거운 발걸음으로 천천히 다가가 몸을 웅크렸다. 고등학교 시절에 찍은 자신과 김은주의 액자가 부서진 것을 보자 눈앞이 깜깜하며 모든 것을 깨달았다....아람은 방으로 돌아와 재빨리 옷을 입고 최대한 빨리 별장을 떠났다. 가는 길에 얼굴은 눈물 범벅이 되었고 차는 빠르게 달렸으며 마
“아람아, 괜찮아? 다쳤어?”구윤은 차 문을 열고 들어가서 아람의 팔과 다리를 만져보며 다치거나 골절된 곳이 없는지 살폈다.“괜찮아, 나 괜찮아, 오빠.”아람의 붉어진 눈시울에는 눈물이 고였고 안색이 창백했다. 구윤은 아람을 잘 알고 있다. 아람은 쉽게 눈물을 흘리는 여자가 아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싸운 사람이 고작 교통사고로 겁을 먹어 눈물을 흘리지 않을 것이다.‘분명히 무슨 심각한 일이 있어.’“그저 외상으로 보이지만 병원에 가서 추가 검사를 받아야 해요. 뇌진탕이 있는지 CT도 찍어보세요.”유지운은 장난기를 버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구윤은 눈썹을 찌푸리고 즉시 아람을 안고 롤스로이스로 돌아갔다. 이때, 임수해도 도착했다. 아람이 허약하게 구윤에게 기대는 것을 보자 겁에 질려 식은땀을 흘렸다.“아가씨, 아가씨. 괜찮아요?”“수해야, 수습해. 아람을 바로 병원에 데려다줄게.”구윤은 명령하고 바로 차에 탔다.“네, 사장님, 저한테 맡겨 주세요!”임수해는 아람을 보며 가슴이 아팠다. 구윤은 아람을 차에 태우고 꼭 껴안았다. 남매의 다정한 모습을 보자 유지운은 왠지 모르게 질투가 났지만 부러움과 설렘이 더 컸다.유씨 가문의 친척들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권력과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 아무리 피가 물보다 진하더라도 정이 없었다. 이것이 유지운이 해외로 진출한 이유이기도 하다. 유일하게 잘해주는 친척은 고모 유민지이다. 하지만 구만복을 만난 후 집에서 쫓겨났고, 파렴치하다는 말까지 들어 지금까지 유씨 가문에 돌아오지 못한다. 하지만 유지민이 유일하게 유씨 가문에 돌아온 건 그때였다.그 당시 아람을 위해서였다. 그때 아람이 대신 치료 방법이나 약을 구하기 위해 어르신의 서재 앞에서 사흘 밤낮으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먹지도 않고 물도 마시지 않아서 어르신이 만나주었다. 이 사건 이후, 유지운은 유민지가 창피한 것이 아니라 고집 센 고모가 존경스러웠다. 구만복이 유민지에게 잘 해주고 구씨 가문도 잘해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래
이유희는 이상철의 부름을 받고 그룹에 회의를 하러 갔다. 회의 도중에 경주의 전화를 받았다. 죽지 않았다면 동교 쪽 봉황호 별장에서 만나자고 했다. 그래서 회의를 마치 지도 못한 채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이씨 그룹을 떠났다. 이유희는 경주의 별장으로 쏜살같이 달려갔다.“뭐야?”현관문에 들어가지도 전에 마치 화산이 곧 폭발할 것 같은 짙은 연기가 집 전체에 퍼졌다. 이유희는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지며 정신없이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결국 뒷마당에서 철제 양통에 무언가를 태우고 있는 경주를 발견했다.불 옆에 서 있는 경주의 잘생긴 얼굴은 창백했다. 찌푸려진 눈썹에는 한없는 슬픔이 있었고, 불빛에 비추어진 얼굴은 마치 폐허 한가운데 서 있는 비참한 조각상 같았다. 이유희는 당황한 나머지 재빨리 경주에게 다가갔다.“경주야, 경주야. 왜 그래? 뭘 태우고 있어?”말을 마치기도 전에 경주는 다른 물건을 불길 속으로 던졌다. 이유희가 자세히 보자 김은주와 경주의 사진이었다.“내가 투약 당한 후, 날 여기로 데려온 게 너야?”경주는 차갑게 말했다.“맞아, 난 여기밖에 몰라, 네가 전에 자주 왔잖아?”이유희는 아직 상황 파악이 안 되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말했다.“네가 그렇게 됐는데 관해 정원으로 보낼 수 없잖아. 집에 가기 불편한 것 같아서 이곳으로 데려왔어.”경주는 차갑게 눈을 치켜들었다.“구아람, 네가 불렀어?”“맞아, 네가 정신을 못 차릴 때 계속 아람이만 불렀어. 친구인 내가 당연히 도와줘야지. 그래서 거짓말을 해서 아람을 속였어.”이유희는 두리번거리며 의아한 듯 물었다.“아람은? 갔어?”쾅-경주는 시뻘건 눈빛으로 이유희를 노려보더니 화를 내며 불타는 쇠통을 걷어찼다. 불똥이 이유희의 몸에 튀자 이유희는 팔로 얼굴을 가렸다. 하지만 여전히 수억 원의 셔츠에 구멍을 내고 앞머리도 탔다.“젠장, 신경주, 너 미쳤어? 나까지 태울 거야? 내가 종이 인간이야?”이유희는 화를 내며 몸에 있는 불꽃을 끄느라 바빴다. 경주의 몸이 회복되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