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람이 윤진수를 수술했다고? 최선을 다해 짐승을 살려? 설마 둘이 사랑하는 사이야?][내가 말했잖아. 재벌은 한통속의 나쁜 놈이야. 서로 이익을 취하고 있어. 고상하고 정직한 구아람 씨도 예외가 아닐 수 있어. 불쌍한 건 그저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뿐이야.][구아람, 넌 정말 실망이야. 나도 오늘부터 안티가 될 거야. 정말 최악이야!]“하하하하, 형, 빨리 댓글 봐봐, 정말 웃겨!”윤진수는 흥분하여 다리를 미친 듯이 떨었다.“나랑 구아람이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어. 하하하, 신경주가 보면 질투 폭발할 것 같은데. 밤새 달려와 나를 죽일 수도 있지 않을까?”“젠장, 내가 정말 구아람과 사랑하는 사이었으면 좋겠어. 몸매가 너무 섹시해. 느낌이 엄청 좋을 거야!”윤진수의 더러운 말은 불쾌했다. 윤성우는 안색이 어두워지며 말을 끊었다.“느낌이 좋다고? 허, 지금의 네가 아직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형, 왜 사람 아픈 곳을 찌르는 거야!”윤진수를 화를 냈다.“구아람이 널 치료하는 건 정말 나쁜 자식을 치료한 거야. 네가 생각만 하지, 행동에 옮길 용기는 있어? 구아람에게 당해서 죽을까 봐 두렵지도 않아?”“칫, 생각도 하지 못해?”윤진수는 음란하게 입술을 핥았다. 윤성우는 역겨워서 고개를 저었다.‘저 자식이 내 동생만 아니었다면, 말 걸지도 않았을 거야!’윤진수는 여전히 악플을 보며 웃음을 터뜨렸다.“참 마음도 크네.”윤성우는 와인잔을 흔들며 피식 웃었다.“인터넷 전체가 널 저주하고 있는데, 웃음이 나와?”“내가 왜 웃지도 못해? 내가 짐승이라는 걸 말할 필요가 있어? 나도 인정해!”윤진수는 입꼬리를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턱을 쓰다듬었다.“하지만 아람은 나한테 끌어내렸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착한 여자를 망치는 거잖아. 혼자 도도한 척, 착한 사람인 척 모든 수단을 써서 우리 윤씨 가문과 관계를 끊으려고 했어.”“결국 우리와 점점 엮이게 되잖아. 지금 답답해서 이불 속에 숨어 울고 있을 거야
윤진수는 순수함과 친절함을 완벽하게 연기하는 유성의 얼굴을 노려보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구치는 분노에 머리가 터질 듯했다. 분노를 참을 수 없을 무렵, 윤성우는 윤진수에게 눈치를 줬다. 차가운 눈빛을 보자 윤진수는 순간 정신 차렸다.차에 타고 있을 때부터 윤성우는 윤진수를 건드린 사람이 아람이 아닐 수 있다고 얘기해 주었다.“구아람이 널 괴롭히고 싶었다면, 네가 구아린을 괴롭힐 때 이미 손을 썼을 거야. 왜 지금까지 기다렸겠어? 그리고 네 일을 많이 알고 자세히 아는 사람이 나 말고는 한 명뿐이야.”“누구야! 감히 날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윤민주.”“맞, 맞아! 그 계집애가, 더러운 년이! 자기 형량을 줄이기 위해 날 건드렸을 거야. 내가 나가면 윤민주를 죽여버릴 거야!”“윤민주가 네 일을 알고 있다고 해도, 널 건드렸다고 해도, 감옥에서 무슨 짓을 할 수 있겠어? 경찰은 그렇게 명확한 증거를 수집하지 못했을 거야. 분명 누군가가 윤민주를 도와 복수를 했어.”“누, 누구야!”윤진수는 누구라는 물음 말고는 다른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 것 같았고 능력이 없어 화만 내고 있었다.“윤유성. 윤유성 말고 아무도 없어. 그리고 윤민주의 면회 기록을 확인해 봤는데, 그동안 윤유성만 면회했어. 하지만 윤유성이 지금 아버지의 사랑을 받고 있어서 건드리면 좋은 점이 없어. 먼저 아버지에게 인정을 받고 기회를 찾아 윤유성을 해결해야 해!”“좋아. 하느님이 우리 윤씨 가문을 지켜주고 있어. 우리 세 아들이 모두 내 곁에 있어!”윤정용은 왼팔로 윤진수를 안고 오른팔로 유성을 안고 재회의 기쁨에 잠겨 눈물을 글썽거렸다.“앞으로 우리 가족은 단결하고 화목하게 살아야 해. 윤씨 그룹을 위해 한마음이 되어야 해. 더 이상 문제를 일으키지 마! 성우야, 고생했어. 하지만 유성에게도 많은 공로가 있어. 주식이 안정적이고 S 국의 프로젝트도 순조롭게 시작했어. 그래서.”“아버지, 오늘 겹경사가 났네요. 제가 좋은 소식이 하나 더 있어요.”윤성우는 오만한 표정으
말을 하며 윤성우는 자상한 웃음을 지으며 유성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지하게 말했다.“아버지도 나이가 드셨어. 최근 들어 귀찮게 하는 일들이 많아져서 많이 힘들어. 아버지도 이제 쉬어야지. 앞으로 일과 관련해서는 나에게 직접 보고하면 돼. 더 이상 아버지를 귀찮게 하지 마.”“그래, 유성아. 형은 사장님이잖아. 앞으로 많이 배우고 소통해야 해.”윤정용도 장남 윤성우에 대한 존경심을 되찾아 같이 말했다. 유성은 총구 속 블랙홀처럼 살의가 숨어있는 눈빛으로 윤성우를 노려보더니 이내 겸손하게 미소를 지었다.“형님은 정말 실력이 뛰어나요. 아직 형한테 배워야 할 것이 많아요. 프로젝트가 좋게 마무리를 지었으면 좋겠어요.”...서재에서 나온 유성은 침울하고 적대적인 표정으로 긴 복도를 힘차게 걸었다.“유성아, 왜 그렇게 서둘러? 아버지가 가족끼리 밥 먹자고 했잖아.”윤성우가 유성을 부르며 자신감 넘치게 다가왔다.“나랑 같이 밥 먹고 싶어?”유성을 돌아서서 차갑게 윤성우를 노려보았다.“난 같이 먹고 싶지, 왜 싫겠어?”윤성우는 웃음을 터뜨리며 승리한 것에 대한 뿌듯함을 숨기지 않았다.“네가 다시 한번 내게 짓밟혀 화를 내며 이를 갈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어. 네가 그렇게도 모함하려 했던 사람이 무사히 네 앞에 앉아 있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 네 계획이 무산된 후 실망한 표정이 얼마나 재밌겠어.”“이번엔 아마 네가 실망할 거야. 난 쓰레기에 내 소중한 감정을 낭비하지 않아.”유성은 입꼬리를 올리며 가느다란 손을 들어 안경을 들어 올렸다.“쯧.”윤정용한테 다시 사랑을 받은 윤성우는 기분이 좋아 유성과 다투기 싫었다.“윤 사장님!”이때, 우 비서가 급히 달려왔다. 말하려는 순간 윤성우가 있는 것을 보자 서둘러 입을 다물었다.“네 부하들이 널 윤 사장님이라고 불러?”윤성우는 비아냥거렸다.“허, 아쉽네. 윤씨 그룹에는 윤 사장님이 한 명밖에 없어. 그게 바로 네 형인 나야. 하지만 난 마음이 넓은 사람이야. 네가 하고 싶으면 이 기회를 줄
“지금의 아람은, 내 눈에는 고귀하고 거룩하고 범접할 수 없는 여신 같은 존재야. 최선을 다해도 다가갈 수 없어. 그런 닿을 수 없는 고통은 넌 평생 이해할 수 없어.”유성은 눈을 감았다. 심장이 심하게 욱신거렸다. 마치 뚫을 수 없는 철창에 갇힌 짐승이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쳐도 못 나가는 것 같았다.“전에 아람이 행복하길 바랐어. 하지만 이제 아람을 해쳐도 상관없는 것 같아. 아람이 순진한 요정이라면 난 아람을 끌어내려서 내 곁에 두고 싶어.”‘구아람, 난 악독한 인간이야. 배은망덕할 수 있는 놈이야. 이게 내 잔인한 본성이야. 하지만 난 절대 널 죽이지 않아. 나만의 방식으로 널 사랑해 줄 거야.’...곧 경주는 두 소녀의 주소를 알아냈다. 다음 날 오후, 한무는 차를 몰고 아람과 경주와 함께 소녀들을 만나러 갔다. 소녀들이 증언할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싶었다. 소녀들의 가족에게 심리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평범하고 수수한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이동하기로 했다.아람과 경주는 심플한 정장을 입었는데, 꽤 괜찮았다.경주의 고귀한 분위기와 훤칠한 몸매는 무엇을 입어도 모델 같았다. 하지만 아람은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 화장하지 않은 예쁜 얼굴은 침착해 보였고, 그 모습은 마치 공무원 같았다.하지만 옷이 화려하지 않더라도 아람의 타고난 아름다움과 자신감은 아람을 반짝이게 했고, 남자들의 뜨거운 시선을 끌었다. 간단하게 말하면 욕망이 느껴졌다. 저속하지만 너무 어울리는 말이다.“야, 그런 눈빛으로 계속 날 보지 마.”경주는 차 안에서 10분 동안이나 아람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아람은 소름이 돋았고 저도 모르게 옆으로 피했다.“음란하고 변태 같아.”경주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갑자기 아람의 허리를 감싸자 몸이 비틀거리며 경주의 품에 안겨졌다.“아람아, 날 꼬시는 거야?”“나, 나 아무것도 안 했어.”아람은 의아하며 부드러운 손으로 경주의 가슴을 밀었다.“이 옷차림이 날 미치게 하고 있어.”경주의 눈빛
“사장님, 사모님. 여기예요. 여기가 만소연의 집이에요.”한무는 말을 하면서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는 역시 명문가 집안 출신이다. 오랜 세월 경주를 따르며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이런 생존하기 열악한 환경은 접해본 적이 없다. 오늘은 경호원도 없이 왔기에 한무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경주는 담담하게 먼저 차에서 내렸다.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경주는 웅덩이와 진흙탕을 밟자 비싼 가죽 구두에 흙이 튀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집에 돌아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사장님, 발 조심하세요!”한무는 서둘러 말했지만 이미 늦었다. “괜찮아.”경주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가볍게 입을 열었다. 아람이 차에서 막 내리려던 순간, 갑자기 시야가 흔들리며 몸이 공중으로 솟아올랐다. 그녀는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며 급히 경주의 목을 끌어안았다. 경주는 아람의 깨끗한 신발과 바지가 더러워질까 봐 아람을 번쩍 들어 안았다. 그러고 다정하게 웃었다.“왜 긴장해, 네 남자가 언제 안정적이지 않을 때가 있었어?”“음, 갑자기 안으니까 그러지. 놀랐잖아!”아람은 주먹으로 경주의 가슴을 치며 경주의 생각을 꿰뚫어 보았다.“게다가 웅덩이일 뿐이야. 내가 그렇게 나약해? 예전에 나도 외국에서 고생을 많이 했어. 온실 속의 화초가 아니야.”“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이제 네 곁에 내가 있잖아.”경주는 아람을 천천히 내려놓고 아람의 허리를 부축했다.‘아람아, 이젠 네 곁에 내가 있어. 난 모든 사랑을 줄 거야.”“한무야, 왜 먼 길로 와서 만소연의 집에 먼저 와?”아람이 의아하여 눈썹을 찌푸렸다.“다른 소녀의 집이 더 가까운 것 같은데, 먼저 거기로 갔다가 여기로 오면 되잖아.”“그, 사모님. 그 소녀와 가족이 사모님과 사장님을 만나기를 거부하고 있어요.”한무는 말을 잇지 못한 채 한숨을 쉬었다.“어떻게 된 거야?”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말할 필요 없어. 다 이해해.”아람은 경주의 손을 잡고 다정하고 침착하게 바라보았다.“우리는
아람은 맑은 눈을 들어 경주의 불타는 눈빛과 마주쳤다. 그녀는 경주를 이해했다.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세 사람은 좁은 통로를 통해 옥상으로 걸어 올라가 가장 안쪽에 있는 집 앞에 도착했다.노크를 하기도 전에 목발을 짚은 할머니 한 분이 아래층에서 비틀거리며 올라왔다. 정교한 정장을 입은 세 사람을 보자 할머니는 화를 내며 부들부들 떨었고 지팡이로 땅바닥을 마구 내리쳤다.“감히, 감히 또 여기를 와? 만씨 가문에 남자가 없다고 마음대로 괴롭혀도 된다고 생각해? 이미 고소하지 않겠다고 말했는데 또 무엇을 원해? 죽이고 싶어?”경주와 아람은 서로 바라보다가 바로 깨달았다. 윤씨 그룹이 전에 와서 만씨 가문 모녀를 협박한 적이 있다. 보지 않아도 윤씨 가문이 악독한 모습이 눈앞에 생생했다.“아니에요. 할머니. 진정하세요. 우리는 그 사람들과 한편이 아니에요. 우리는 도움을 주러 왔어요!”한무는 서둘러 설명하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할머니는 한무의 말을 듣지도 않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때렸다.“꺼져! 어차피 살기도 귀찮아. 협박하고 겁을 줘도 난 무섭지 않아. 죽일 거야! 난 소연을 어렸을 때부터 봐왔어. 엄청 순진하고 착한 아이야. 나한테 친손녀와 같아. 소연을 괴롭히지 마! 꺼져!”지팡이를 휘두르자 바람 소리가 들렸다. 할머니는 히스테리를 부리며 목숨을 걸고 싸우려는 것이다. 한무는 제때 피하지 못하고 팔을 맞아서 고통스럽게 헐떡거렸다. 다시 휘두르려고 할 때 눈치 빠른 경주는 다가가 지팡이를 막았다.“경주야, 할머니가 다치면 안 돼!”아람은 깜짝 놀라 급히 말렸다.“할머니, 저희는 악의가 없어요.”경주는 천천히 손을 내려놓으며 온화하고 진주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천천히 말했다.“우린 만소연 씨를 도와주러 왔어요. 전에 찾아온 사람과 한편이 아니에요. 제발 믿어주세요.”할머니는 눈앞에 있는 잘생긴 경주와 뒤에 서 있는 예쁜 아람을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천생연분 같았고 선하게 생겼다. 지난번 적대감과 악의가 가득했던 사
“허, 그럼 좋은 마음이 없겠네. 당신은 윤씨 그룹과 같은 편이에요. 당신도 윤씨 그룹이 보낸 거죠? 우리 소연을 괴롭히려고?”“아니에요! 저.”“당신도 좋은 의도가 아니었어요. 어떻게 감히 그 짐승한테 수술을 해줄 수 있어요? 나쁜 사람을 도와주는 거예요. 꺼져요. 다시는 소연을 찾아오지 마세요!”만소연의 어머니는 눈시울을 붉히며 아람을 향해 고통스럽게 소리쳤다. 문을 쾅 닫으려는 순간, 아람은 마음이 급해져 재빨리 문을 막았다.“아주머니, 정말 소연을 도와주러 온 거예요. 설명할 시간을 좀 주세요!”화난 만소연의 어머니는 창문 옆에 있던 갓 뜯은 세제를 아무렇지 않게 집어 들고 아무 말 없이 아람의 얼굴을 향해 던졌다. 아람은 이마에 땀이 났다. 피하려고 했지만 이미 늦었다. 갑자기 큰 힘에 끌려가더니 뜨거운 호르몬이 아람을 둘러쌌다. 허리에 내려앉은 팔은 단단하고 강했다. 귀가에서 경주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아람은 깜짝 놀랐다.팍-세제 본지는 경주의 뒤통수에 부딪혔다. 머리와 어깨, 등에 눈송이처럼 하얀 가루가 뿌려졌다. 정장이 순간 엉망으로 되면서 비참해 보였다.“신, 신 사장님. 괜찮으세요?”한무는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달려와 경주의 상태를 보았다. 아람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부들부들 떠는 손으로 경주 머리의 세제를 털어주며 겁에 질렸다.“괜찮아. 사모님이 괜찮으면 돼.”경주는 아람이 당황한 것을 눈치채고 입꼬리를 올리며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았다.“아람아, 무서워? 담이 작아졌네.”“바보야, 네가 무슨 일이 있을까 봐 두려운 거야!”아람은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났다. 온 힘을 다해 경주의 단단한 가슴을 때렸다.“내가 내 생각만 한 줄 알아?”세제 봉투라서 다행이었다. ‘만약 냄비, 프라이팬이었다면? 만약 돌이었다면? 만약, 칼이었다면?’’이런 생각을 하자 아람은 겁에 질렸다. 경주는 눈웃음을 지었다. 아람에게 사랑을 받고 관심을 받아 가슴이 따뜻해졌다. 이때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렸다. 만씨
경주와 아람은 바로 돌아섰다. “아린아!”아람은 신나서 눈을 부릅떴다. 경주의 손을 놓고 홀로 서 있는 아린에게 달려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얼마나 기다렸어? 들어가지 그래. 아줌마 계셔. 널 알아서 들어오라고 했을 거야. 왜 여기서 기다려.”“언니, 미안해. 갑자기 찾아와서 언니와 형부를 방해했어.”아린의 나지막한 목소리는 늘 사람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바보야, 무슨 소리야. 언니가 얼마나 보고 싶었는지 알아?”아람은 아린의 부드러운 얼굴을 만지며 웃으며 말했다.“네 형부가 전에도 얘기했었어. 바쁜 시기가 지나면 너랑 같이 나가 놀자고, 세계여행도 좋아!”아람의 말을 듣자 경주는 깜짝 놀라더니 가슴이 따뜻해지며 미소를 지었다. 아린은 경주의 신분을 인정하였지만, 아람에게 직접 들으니 그 행복감과 만족감은 전혀 달랐다. 아람은 눈썹을 치켜올렸다.“어차피 네 형부 돈이야. 네 형부는 부자야. 블랙 카드를 막 긁어도 돼. 이참에 혼수를 더 벌어와야겠어.”경주는 입꼬리며 사랑스럽게 웃었다.‘다른 사람한테는 정말 대범하네. 나한테면 꿍꿍이를 품네.’비록 경주에게 블랙카드가 있지만, 아람의 오빠들에게도 가득하다. 그래도 아람은 경주의 돈을 쓰겠다고 한다.‘딸은 집의 웃음꽃이라더니, 시집을 가도 가족을 향한 마음은 변화가 없네.’하지만 경주는 기꺼이 하고 싶다. ‘돈을 남겨서 뭐 해. 와이프에게 쓰는 거지.’“무, 무슨 혼수야. 언니, 농담하지 마.”아린은 쑥스러워서 얼굴을 붉혔다.“농담은 무슨,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야.”아람은 정색하며 눈을 깜빡였다.“너랑 수해의 결혼도 곧 일정을 잡아야지. 결혼도 엄청 빠르게 지나갈 거야.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아.”이 말을 듣자 아린은 입술을 오물거리며 눈가에 알 수 없는 슬픔의 흔적이 감돌았다.“어? 혼자 왔어? 수해는 같이 안 왔어?”아람은 의아하며 물었다.“언니를 찾으러 왔다는 걸 모르고 있어. 내가 얘기하지 않았어.”아린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반짝이며 머뭇거렸다. 경주는 아린이
아린은 억지로 참았지만 여전히 울컥했다.“저는 피해자 중의 행운아예요. 하지만 다른 피해자를 구경하며 무시하면서 제 자신만 살고 싶지 않아요. 아무도 저를 위해 얘기하지 않으면 저 스스로 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제가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나설 거예요.”“저는 용감하고 의로운 사람은 아니에요. 칼날이 저에게 달려들어도 짐승같은 윤진수가 소녀들의 순수함과 자존심을 짓밟고 여전히 제멋대로 사는 모습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요!”말을 마치자 아람은 눈물을 흘러내리며 핸드폰에 뚝뚝 떨어졌다. 아람은 자책하기 시작했다. 항상 영리하게 문제를 해결하던 자신이 생각이 짧았고 너그럽게 행동하지 못한 것 같았다. 동시에 사람들의 유언비어를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던 아린이 매우 자랑스러웠다. 이때 수해 역시 등을 돌린 채 넓은 어깨가 떨리 정도로 눈물을 참으며 손을 들어 조용히 눈을 비볐다.“아람아, 아린이 정말 많이 컸어. 이제 더 이상 네 보호가 필요한 어린 소녀가 아니야.”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 마음이 아프기보단 흐뭇한 마음이 더욱 컸다. 아람도 미소를 지었다.“그러게, 앞으로 우리 구씨 가문에 여전서가 또 한 명 많아졌네.”...아린이 라이브 방송을 한 곳은 아람이 운영하는 KS 호텔의 객실이었다. 컴퓨터를 끄고 어둠 속에 홀로 앉아 생각에 잠졌다. 라이브 도중 수많은 악플을 보았다. 예전의 아린은 소심하고 겁이 많아 여론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제 아린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심지어 전례 없는 안도감이 느껴졌다. 마음속에서 가장 큰 트라우마는 윤진수의 괴롭힘을 당한 것이 아니었다. 악독한 윤진수가 대가를 치르지 않고 여전히 윤씨 가문의 보호 아래서 자유롭게 살아간다면, 그것이야말로 아린의 인생에서 벗어날 수 없는 잔인한 트라우마일 것이다.이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아린은 복잡한 감정에서 벗어나 다소 뻣뻣해진 몸을 곧게 펴고 문을 열었다. 문이 열리는 순간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렸다. 문
아람은 화를 내며 숨을 돌렸다. 증오에 찬 가슴을 잡고 숨을 헐떡였다.“지금 우선 아린을 찾아야 해. 아린이 미쳤어. 어떻게 라이브를 켜서 이 일을 폭로해? 이건 스스로 심연으로 밀어 넣는 거야!”경주도 긴장했다. 투쟁의 끝자락으로 몰리는 느낌은 경주와 아람이 잘 알고 있다. 조심하지 않으면 떨어져서 산산조각이 날 것이다.“아가씨!”수해는 아람의 곁으로 달려갔다. 분노에 목소리는 이미 쉬었다.“아린이 아직 라이브를 하고 있어요. 조회수가 벌써 200만을 넘었어요! 왜, 왜 이 문제를 폭로하는 거예요? 도현 도련님이 무슨 말을 하셨어요?”아람은 화면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진지하게 카메라 앞에 앉아 있었다. 눈빛에는 두려움이 없는 빛을 반짝였다. 아람의 심장은 마치 큰 손에 의해 잔인하게 파괴되는 것 같아 너무 고통스러웠다. 라이브 방송 아래에는 어지러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댓글이 달렸지만, 언뜻 보면 악플이 쏟아져 나왔다.[핫해지려고 선을 넘어? 이런 일로 사건화해?][나 이 사람 알아. 성주 예술영화대학교의 퀸카야. 윤진수의 이름으로 핫해지려고 그래?][성주 예술영화대학교 퀸카가 구씨 가문의 아가씨야? 윤진수에게 성추행을 당할 뻔했어? 이게 무슨 막장 드라마야. 다 헛소리지?][정말 사실이라면 가짜였으면 좋겠어. 정말 가짜라면 윤씨 가문 남자들에게 강간을 당했으면 좋겠어!][맞아, 윤진수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증거 있어? 영상 있어? 돈 안내고 볼 수 있어?]조롱이 섞인 말은 칼과 같다. 그러나 소문이 퍼지며 귀청을 때렸다. “어떡해요, 아가씨, 지금 어떡해요?”수해는 화가 나서 눈시울이 붉어졌고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아린을 멈추게 할 수 없어요? 라이브를 끊을 수 있어요? 아린이 겁도 없는데, 곁에 있어 주고 지지해 주는 사람이 없는데, 저 악플들을 보면 멘탈이 무너질 수 있어요!”이 순간에도 수해는 아린을 탓하지 않았다. 그저 아린을 찾아서 최대한 빨리 곁에 있고 싶었다.“수해야, 진정해. 적어도 아린이
‘구아람이, 구아린의 친언니야?’소녀들은 입을 벌리며 멍해졌다. 울음을 터뜨리던 소녀도 뚝 멈췄다. 바닥에 주저앉은 파마머리 소녀도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호빵처럼 부은 얼굴을 가리며 두 다리에게 힘을 주며 뒤로 물러섰지만 이미 도망칠 곳이 없다.아린의 성도 구 씨이다. 하지만 아린은 평소 겸손하고 인상착의가 평범한 여자애들과 같았다. 그래서 해문 갑부의 딸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그 장면을 보던 경주와 한무, 수해는 표정이 다르며 생각도 달랐다. 수해는 원래 매너를 내려놓고 입이 더러운 소녀들을 혼내려고 했다. 하지만 아람이 먼저 나서서 혼낼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경주의 단단한 주먹도 점점 풀렸다. 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하지만 반응이 느린 자신에게 살짝 화가 났다.“방금 전까지 신나게 얘기했잖아, 왜 벙어리로 됐어?”아람은 차갑게 웃으며 몸을 숙이고 파마머리 소녀를 노려보았다.“젊은 나이에 좋은 것을 배워야지, 그 더러운 말들만 내뱉으면 어떻게 해.”“빨, 빨리 녹화해! 다 찍어! 구씨 가문 아가씨가 무고한 여학생을 때렸어!”파마머리 소녀는 아무 생각이 없이 소리를 질렀다. 나약한 척, 억울한 척하며 도덕적으로 아람을 비판하려고 했다. 몇몇 여학생이 핸드폰을 손에 들고 있지만 아람의 위압적인 카리스마에 감히 핸드폰을 꺼내 촬영하지 못했다.“풋, 내가 무서울 것 같아? 나 구아람은 이제 악명이 자자해. 널 더해도 상관없거든.”아람은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아름다움을 뽐냈다.“너희들은 윤씨 가문을 건드릴 용기도 없는데, 구씨 가문을 건드릴 용기가 있어? 네가 교문을 나서기도 전에 너의 연예계 꿈을 수포로 만들어줄까?”파마 소녀의 표정은 멍해지며 굳어졌다, 다른 여학생들도 핸드폰을 치워버렸다. 아예 겁을 먹었다. 아람은 팔짱을 끼며 혀를 내둘렀다.“25년 동안 살면서 정말 내 인지를 새로 고쳐주네. 감히 피해자인 척해? 악독하고 더러운 짓을 하는 강간범의 편을 서? 대학교에 도덕이라는
“오빠, 정말 낙관적이라 놀랍네!”아람은 화가 나서 이마를 움켜쥐었다. 경주의 우월한 턱선이 팽팽해졌다. 머릿속이 번개처럼 돌아가며 방법을 생각할 때, 학교 뒷문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며 수다를 떠는 여학생 몇 명이 조롱을 하며 다가왔다.“세상에, 내가 제대로 봤어? 우리 학교 연기과 구아린이잖아. 라이브를 열어 윤진수에게 강간당했다고 고발했어!”이 말을 듣자 아람과 경주, 수해는 벼락을 맞은 듯했다. 수해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지면서 몸을 떨며 뒤로 물러섰다.“이 구아린은 이미 우리 학교에서 이름을 날리고 있어. 졸업한 지 며칠 안 됐는데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관심을 끄는 거야?”“아이고, 그게 똑똑한 거야. 유명해져서 셀럽이 되면 바로 라이브 커머스를 할 수 있어. 어쩌면 어떤 프로듀서가 보고 연예계에 진출시켜 줄 수 있어. 이런 걸 지름길이라고 하는 거야!”“흥, 지름길? 그냥 불장난하다가 화상 입을 것 같아!”그 중 파마를 한 소녀가 아린에 대한 질투와 경멸을 숨기지 않으며 입꼬리를 올렸다.“자기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 생각도 안 해? 감히 윤씨 그룹 둘째 도련님을 모함해? 지금 라이브에서 윤진수에게 성추행당했다는 건 핫해지기 위해서잖아.”“뭐? 이렇게 핫해진다고? 너무 뻔뻔하잖아!”“그러게, 구아린이 핫해지고 싶어서 미쳤나 봐. 여자의 명예가 얼마나 중요한데, 체면이 필요 없다는 거야?”소녀들은 차갑게 웃었다.“악플로 뜨는 것도 핫한 거야. 게다가 이런 가장 빠르게 유명해지는 방법이야. 라이브를 키고 이것을 말하면 바로 관심을 끌 수 있잖아. 윤씨 그룹이 구아린을 바로 죽일 것 같아. 풋, 비천한 년!”또 다른 여자도 비웃었다.“내가 보기에 구아린과 윤진수가 잤다고 해도 구아린이 다가갔겠지. 아마 만족스러운 돈을 못 받아서 라이브를 켜서 화풀이하는 거야! 하하하!”조롱의 소리가 극도로 모욕적이고 불쾌하게 들려왔다.“젠장, 입이 더러운 년들, 감히 아린 아가씨를 모욕해!”한무는 주먹을 꽉 쥐었다. 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가로등 불이 서서히 켜졌다. 아람과 경주는 수해를 만난 후 최대한 빨리 성주로 돌아왔다. 가는 길에 수해는 아린에게 계속 전화를 했다. 결국 아린의 폰은 꺼졌다. “아린아, 왜 전화를 안 받아, 아린아!”수해의 가슴은 불안감에 불타고 있어 정신이 혼미한 듯 중얼거렸다.“수해야, 긴장하지 마.”경주는 백미러를 통해 수해의 충혈된 눈을 바라보며 다정하게 얘기했다.“이미 한 비서보고 아린의 학교에 가서 찾으라고 했어. 30분 후면 성주에 도착해. 바로 성주 영화예술대학교로 갈 거야.”아람은 옷깃을 꽉 움켜쥐고 불안감에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힘겹게 입을 열며 중얼거린다.“경주야, 지금 너무 후회돼. 아린에게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어.”“아람아, 무슨 소리야.”경주는 아람을 품에 안고 꼭 껴안았다.“아린은 변덕스러운 사람이 아니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랐잖아. 네가 얼마나 아린을 예뻐하는지 아린이 모르겠어? 네가 걱정해서 이런다는 걸 이해할 거야.”“하지만 경주야, 그래도 무서워.”“괜찮아, 내가 있잖아. 우리 함께 아린을 찾자.”경주는 아람을 토닥여주며 마음이 다소 복잡했다. 한편으로는 갑자기 연락이 끊긴 아린이 걱정되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을 기대고 의지하는 아람이 너무 좋았다. 나른하게 자신에게 기대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몇몇 남자들보다도 아람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경주는 여전히 아람이 가끔 자신에게 기대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의 업적을 숨기고 묵묵히 아람의 뒤에 있어줄 수 있다. 다른 사람들이 비웃어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오로지 아람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고, 남자로서 자신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를 바랐다.겸손하게 행동하기 위해 리무진은 대학교 뒷문에 주차되어 있었다. 곧 한무가 땀을 뻘뻘 흘리며 가장 먼저 뛰어나왔다.“사장님, 사모님. 학교 전체를 뒤졌고, 여학생 기숙사 사감님께도 부탁해서 직접 아린 아가씨의 숙소로 가셨는데 아린 아가씨를 찾지 못했어요.”세 세람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
이 순간, 성주에서 아린은 동구 지부 앞에 홀로 서서 이를 악물고 걸어 들어갔다.“아가씨, 신고하러 오셨어요?”여경이 아린을 맞이했다. 아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나지막하게 물었다.“혹시 구도현, 구 팀장님 계신가요?”...도현은 이틀 밤낮으로 바빠서 지금 이 순간에도 당직실에서 자고 있다. 아린이 찾으러 왔다는 것을 알게 되자 도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맞이했다. 사무실에서 아린과 도현과 마주 앉아 있었다. 아린은 손가락을 맞대고 주물자 손이 빨개졌다.“아림아, 갑자기 날 찾으러 온 건 무슨 일이야?”도현의 시선은 조심스럽게 아린을 살폈지만 말투는 매우 걱정스러웠다. 이복남매이고 아린은 다정하고 소심한 성격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람의 뒤를 따르며 커다란 아우라에 있었다.하지만 도현은 늘 평등하게 대했고, 아린을 친동생처럼 예뻐해 주었다.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도 아람과 아린에게 선물을 가져오곤 했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고 항상 떨어져 있었다. 수줍음이 많고 내성적인 아린은 아람처럼 적극적으로 오빠들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아보인다. 하지만 아람이든 아린이든 둘 다 동생이다. 두 사람에 향한 마음은 똑같다. 한참 침묵하더니 아린은 천천히 눈을 들고 도현의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했다.“오빠, 피해자의 신분으로 윤진수의 성폭행에 대해 증언하고 싶어요.”도현은 깜짝 놀라 눈을 부릅떴다.“아린아, 뭐라고?”“제가 윤진수를 성폭행으로 고소하고 싶어요.”이 말을 내뱉을 때 아린의 가슴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처럼 아팠다. 도현은 입술을 꽉 다물었다. 그는 훌륭한 형사이다. 전문적인 범죄 수사 기술과 뛰어난 정신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족에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는 두려울 수밖에 없다. 도현은 누구보다도 윤진수를 처리하고 싶었다.“아린아, 여기 오는 걸 연서 이모한테 얘기했어? 아람은? 아람은 알아?”아린은 고개를 흔들며 나지막하게 말했다.“오빠, 만약 내가
“우는 게 좋아, 참는 것보다 우는 게 나아.”경주는 아람의 촉촉한 얼굴을 꼬집었다.“두 자매는 오늘 밤에 감정을 진정시켜. 내일 시간을 내서 아린을 만나서 제대로 이야기해 봐. 분명 완벽한 방법이 있을 거야.”아람의 착한 의도를 온 세상이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경주는 이해했다. 울보가 된 아람은 눈을 비비며 애교를 부렸다.“배고파, 밥 좀 해줘.”경주는 오른손을 가슴에 대고 왼손을 뒤로하며 인사를 했다. 순간 우아하고 잘생긴 집사로 변신했다.“네, 아가씨.”...다음 날, 경주와 아람은 해문으로 가서 아린을 찾았다. 하지만 아린이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했다. 아린은 초연서에게 연락했었다. 중요한 일이 있어서 학교로 돌아가고, 이틀 동안 기숙사에 머물 것이라고 말했다. 경주와 아람은 서로를 바라보며 의아했다.아린은 이미 졸업했고, 짐까지 집으로 옮겼는데, 학교에서 머물면서 해결할 일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했다.“아람아, 아린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초연서는 긴장하며 물었다.“괜찮아요, 이모. 나랑 경주는 아린을 데리고 나가 놀고 싶었어요. 산책도 하면서 기분 풀어주려고 했는데 바쁜 줄 몰랐어요.”아람은 초연서가 걱정할까 봐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었다.“아람아, 네가 시간을 내서 아린과 있어 줘서 너무 고마워.”초연서는 걱정이 가득했다.“윤진수가 풀려난 후 아린은 계속 불면증에 시달렸어. 밥도 잘 먹지 않았어. 괜찮다고는 하지만 아린의 마음이 안 좋다는 거 알아.”그 말을 듣자 아람은 가슴이 아프며 자책했다. 어제 아린에게 한 말들이 후회되었다. 차분한 태도 속에 아린이 처음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피해자로서 아린은 그 누구보다 위로와 보살핌이 필요했다. 하지만 오히려 아람을 걱정해 주었다. 생각을 하자 너무 가슴이 아팠다.“아람아, 아린을 만나면 좀 설득해 줘. 고집을 부리지 말라고.”초연서는 다정하게 말하면서도 절망의 기색이 역력했다. “과거는 과거일 뿐이야. 살아야 하니 앞을 내다봐야지.”해장원에서 나오
“음, 왜 갑자기 이래. 아줌마랑 마주치면 너무 부끄럽잖아.”아람은 부끄러워 입술을 오물거렸다.“남극에서 뛰어내릴까 봐 걱정돼서 화 풀어주는 거야.”경주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어때, 기분은 좀 나아졌어?”“괜찮아. 하지만 여전히 좀 억울하고 숨 막혀.”아람은 답답해 나서 눈시울을 붉히며 킁킁거렸다. 그 불쌍한 표정에 경주의 가슴이 아파 났다. 경주는 두 손으로 아람의 붉어진 얼굴을 어루만졌다. 손바닥은 아람의 체온처럼 뜨거웠다.“네가 화내니까 얼굴이 열난 것 같아. 두 자매가 사이도 좋은데, 윤씨 가문 그 자식들 때문에 싸우는 건 의미가 없어. 화 풀어, 응?”“내가 어떻게 아린과 싸우겠어.”아람은 답답하여 고개를 숙였다.“난 나한테 화내는 거야. 윤진수에게 복수도 못 하고, 숨 쉴 기회를 주었어. 내가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해서 생긴 문제야. 누구 탓을 하겠어. 그냥 내 탓이야.”경주는 가슴이 아파 눈썹을 찌푸렸다.“아람아, 그렇게 말하지 마. 너랑 상관없어.”“아린이 나보고 사심이 있다고 해. 맞아, 사심이 있어. 억울한 손녀들에게 정의를 찾아주고 싶고, 가족을 지켜주고 싶어.”“아린은 어렸을 때부터 아빠와 연서 이모의 보호를 받아서 학교를 다니고 공부하는 것 외에는 세상의 어둠과 인간의 사악한 본성을 본 적이 없어.”“아린은 구씨 가문 아가씨야. 고귀한 신분은 아린을 도와줄 수도 있고, 해칠 수도 있어.”아람은 숨을 헐떡였다. 심장 끝이 날카로운 핀셋에 꼬집힌 것처럼 느껴졌고 너무나 아팠다.“아린은 생각하지 못하겠지. 하지만 난 기억하고 있어. 아린의 꿈은 배우야. 만약 앞으로 연예계에 들어서면 강간은 치욕적인 문제가 될 거야. 평생 벗어날 수 없어.”“앞으로 구아린 이름을 언급하면 사람들은 이 문제를 떠올리겠지. 그럼 아린과 윤진수의 이름은 평생 엮일 거야.”“그럼 연예계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어떻게 감당하겠어? 말로 사람을 죽일 수도 있어. 윤진수를 처리해도 아린은 평생 손가락질 받을 거야!”
아린의 말 한마디가 분위기를 차갑게 했다. 아람은 눈을 부릅떴다. 순간 억울함이 가슴에 휘몰아쳤다.“아린아, 그게 무슨 뜻이야? 그 말은 난 그저 가족들만 걱정하고 다른 사람들을 신경 안 쓰는 이기적인 사람이라는 거야?”두 자매는 어렸을 때부터 서로에게 떨어지지 못할 정도로 친했다. 오늘 밤은 처음으로 싸운 것이다. 경주는 조마조마하여 가슴이 쿵쾅거렸다. 중간에서 어쩔 줄 몰라 씁쓸했다. 그저 아람의 옷깃을 가볍게 잡았다.“아람아, 아린이가 그렇게 생각하겠어?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마.”“내가 생각이 많은 거야? 그럼 해명해 봐, 무슨 뜻인지.”아람은 경주의 애타는 손바닥에서 옷깃을 잡아당겼다. 경주는 가슴이 떨리며 씁쓸하게 입술을 오물거렸다. 외부인들이 악플을 달며 비아냥거려도 아람은 침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정말 화가 난 것 같았다. 아람이 제일 참지 못하는 건 가족 간의 오해이다. 그건 칼로 뼈를 긁어내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이다. 며칠 동안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으며 정신이 지쳐서 마침내 참지 못하고 사랑하는 동생 아람에게 화를 냈다.“언니, 아직 내 문제에 대답하지 않았어.”예상치 못한 아린 역시 포기를 할 줄 모르는 성격이다.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다 한번 또박또박 물었다. “만약, 내가 언니 동생이 아니라면 여전히 날 말렸어?”“만약 네 질문이 내가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묻는 거라면, 난 대답해 주지 않을 거야.”아람은 최선을 다해 화를 억누르며 목소리를 낮춰 경주에게 말했다.“경주야, 차 준비해서 아린을 데려다줘.”...두 자매는 안타깝게 헤어졌다. 아린이 떠난 후 아람은 부엌에 가서 냉장고를 열어 냉수 한 병을 원샷하며 화난 마음을 진정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심장 끝에서 치밀어오는 불길은 꺼지지 않았고 혈압도 치솟고 있다.‘뭐야, 이유희 그 자식의 방법이 소용없잖아. 한 병 더 마셔 보자!’아람이 냉수 한 병을 더 마시려는 순간, 경주의 단단한 팔이 아람의 머리를 지나 쾅 하는 소리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