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과 경주는 그저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따뜻하고 달콤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사랑은 말이 필요 없다. 서로를 바라보는 깊은 눈빛과 섬세한 스킨십만으로도 모든 것을 알 수 있다. 윤정용은 눈썹을 찌푸리고 안색이 좋지 않은 구만복을 바라보았다.“알았어, 알았어. 나도 너 신경 안 써. 신씨 가문은 은행과 같잖아. 투자하고 싶은대로 해.”아람은 몸을 돌려 경주를 무시했지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옆에 서 있는 유성은 화가 났다. 경주는 유성의 창백해진 얼굴이 보였다. 정교하고 사악하여 마치 사람을 잡아먹는 락샤사 같았다.경주는 승리의 기쁨을 느끼지 못했다. 반대로 유성이 비밀리에 사악한 음모를 꾸미는 것이 두려웠다. 경주가 제일 두려워하는 건 아람이 다치는 것이다. 경주는 무의식적으로 아람이 뒤에 붙어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깊고 높은 산처럼 단단하고 안전감 있게 지켜주었다.거물들은 모두 자신의 판돈을 걸었다. 하지만 유희는 신씨 그룹이나 구씨 그룹의 말에 베팅하지 않았다. 그녀는 효정의 뜻을 따르며, 백설처럼 빛나지만 능력이 높지 않은 말을 선택했다. 이유는 단 하나, 그 말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여자 아이들 눈에는 말이나 차나 같은 것이다. 고급지든 말든, 성능이 좋든 말든 상관이 없었고 오직 예뻐야했다. 기분이 좋은 유희는 40억을 베팅했다. 유희에게 제일 많은 것이 돈이었다. 40억을 눈 깜빡 하지 않고 뿌렸다. 효정만 기쁘면 된다고 생각했다.“안드레 씨, 베팅에 관심이 있으신가요?”신광구는 윌슨 부자 곁에 서서 웃으며 말했다.“관심이 많아요. 하지만 경마 매팅은 단순한 오락일 뿐만 아니라 투자이기도 해요.”안드레는 망원경으로 넓은 경마장을 바라보았다.“좋은 혈통과 뛰어난 자질을 가진 말을 고르고 있어요. 만약 말의 주인이 자신의 말을 잘 키워서 정상에 오를 수 있다면, 비즈니스 안목과 능력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신광구는 눈썹을 찌푸렸다. 이 말에서 안드레가 새로운 비즈니스 파트너를 찾고 싶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신씨
신광구는 자신 있게 웃었다.“안드레 씨, 신씨 그룹이 성주과 다른 도시에도 경마장이 있어요. 경마장 건설에 관한 건 신씨 그룹이 성주에서 제일 경험이 많다고 할 수 있어요.”“허, 뻔뻔하네.”이상철은 나지막하게 조롱하며 신광구의 말을 경멸했다.“신 회장님, 신씨 그룹 경마장이 있는 건 맞지만, 제일 경험이 많다고 하는 건 아닌 것 같네요.”윤정용은 보고만 있을 수 없어서 끼었다.“오늘 우리 윤씨 그룹이 호스트예요. 이 경마장은 성주에서 규모가 제일 커요. 회장님도 잘 아시죠?”신광구는 여유가 넘쳤다.“그건 윤씨 그룹이 늦게 지어서 그렇잖아요. 당시 신씨 그룹은 어마어마했어요.”윤정용은 화가 나서 친구인 구만복을 내세웠다.“KS 그룹은 30년 전에 제일 먼저 경마장을 건설했어요. 국내에서 제일 클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해문에서 유일한 곳이에요. 구 회장님도 어마어마하다고 하지 않았는데, 신 회장님께서 먼저 감히 말을 꺼내네요.”구만복은 어리둥절했다.‘왜 날 꺼내, 나랑 무슨 상관이야?’신광구는 화가 났지만 심호흡을 하며 분노를 가라앉쳤다. 지금 윤정용은 신씨 그룹을 대항하기 위해 구씨 가문과 엮어놓았다.“게다가 경마장만 있으면 뭐해요? 말의 품질이 어떤지, 어떤 경로로 구입을 했는지 중요해요. 이건 KS가 신씨 그룹보다 경험이 많잖아요. 해외에 우수한 자원이 있고, 해문에 대형 마사도 보유하고 있어요. 말 품질에서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어요. 신 회장님께서 현재 시장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네요, 참, 이해할 수 있어요. 요즘은 젊은이들의 세상이잖아요.”윤정용은 신씨 그룹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으며 날카롭게 말했다. 특히 마지막 말은 신광구에게 비수를 꽂았다고 할 수 있다.“안드레 씨, 우리 이씨 그룹에도 마구간이 있어요, 말들이 엄청 훌륭해요. 이번에 경마 대회에 참가한 말도 우리 이씨 그룹 직접 키운 세븐이에요. 우리 나라에서 세븐은 러키죠, 하하하!”이상철이 이런 말에 끼기 난감했다. 하지만 이준상은 이런 기회를 놓치지
그러나 아람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하이힐의 날카로운 굽으로 경주의 발을 밟았다. 경주는 너무 아팠다. 고급 구두가 망가지는 건 괜찮지만 발가락이 부러질 것 같았다.“예의를 좀 갖추세요, 신 사장님.”아람은 머리카락을 휘날렸다. 머리카락이 경주의 뺨을 스치자 가슴까지 설레였다.“그렇지 않으면 다음에 발을 밟는 건 말발굽이 될 거야.”경주는 눈을 내리깔고 아람을 바라보았다. 절제하고 있는 목소리는 이미 쉬었다.“그럼 집에 가면, 우리.”“집에서 있는 문제는 집가서 얘기해.”아람은 말을 딱딱하게 하지만 가슴이 두근거리고 부끄러워 눈썹을 떨었다. 경주는 씁쓸했다. 사랑하는 여자와 스킨십을 하는 것도 눈치를 봐야 했다.‘너무 비참해.’“여러분께서 경마장과 말 사육에 매우 경험이 많으셔서 구별하기가 어렵네요.”안드레가 흥분했다. 문득 아이드어가 생겨 여러 가족을 테스트하려 했다.“여러분, 이 기회를 빌어 경쟁하는 건 어때요?”“경쟁?”사람들은 깜짝 놀랐다.“여러분 모두 경주에 참가하기 위해 직접 고른 말이나 직접 키운 말을 데리고 왔다고 들었어요. 그럼 경마를 해봐요. 우승을 차지하는 분이 우리 J그룹 경마장 호텔 프로젝트의 파트너가 될 거예요!”이 말이 나오자 관중석은 소란스러워졌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안드레는 나름의 고려 사항이 있었다. 우선 4대 가문의 실력 차이가 크지 않았다. 모두 각자 잘하는 분야를 자지고 있으며, 독보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경쟁을 통해 파트너를 선정하면 선택되지 않은 세 가문도 납득할 수 있었다.그리고 신씨 그룹과 다시 협력하고 싶지 않았다. 안드레는 경주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신씨 그룹이 성주에서 지위가 있어 대놓고 표현할 수 없었다. 그래서 이런 방식으로 신씨 그룹에게 강력한 라이벌을 추가했다. 아람은 경마한다는 말을 듣자 눈썹을 찌푸렸다. 경마장 호텔 프로젝트를 너무나도 따내고 싶었다. 아람은 항상 야망을 가지고 있다. 돈 벌 수 있는 모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경주는 아람의 마음을
모두의 시선이 구만복에게 집중되었다.“왜?”구만복은 나지막하게 물었다.“우리 경마 선수가 경기장 밖에서 말을 산책시키다가 다른 가문 미친 말에게 부짖혀 다쳤어요!”구씨 가문 사람들은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뭐?”구만복은 눈을 부릅뜨고 걱정스럽게 물었다.“상태는 어때? 생명에는 지장이 없어?”구만복은 비록 살기가 넘치는 자본가이지만 부하 직원들에게는 자상한 사람이다. 제일 먼저 걱정하는 건 경주가 아니라 경마 선수의 안전이었다. 기 비서는 땀을 닦았다.“없어요. 그저 여러 군데 타박상을 입고 팔이 부러졌어요. 사람을 보내 병원에 보냈지만, 대회에 참가할 수 없네요.”“아아, 괜찮아서 다행이네, 다행이야.”구만복은 긴 숨을 내쉬었다.“누구 말이 친 거야? 책임을 져야지.”초연서는 다정하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셋째 사모님. 우리 구씨 가문의 사람은 괜히 당하지 않아요. 제가 이미 해결했어요. 상대방이 끝까지 책임을 져야 해요.”하지만 구씨 가문은 비상사태였다. 경마 선수가 없으면 경기에서 물러나 기회를 내줄수도 없었다. 구만복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구 회장님, 이런 큰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니 정말 안타깝네요.”신광구는 아쉽다고 말을 하지만 입꼬리는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하지만 아직 기회가 많아요. 내년에도 기회가 있어요.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구만복의 안색이 더욱 어두워졌다.‘네 아들이 내 딸을 괴롭히면서, 감히 강 건너 불구경을 해? 퉤!’윤씨 가문과 이씨 가문도 경쟁자가 줄어들어 약간 안도했다.“아쉬워요? 신 회장님이 말이 너무 앞서네요.”아람은 주위를 둘러보며 침착하게 나아갔다. 청량한 목소리가 승리에 대한 오만함을 드러냈다.“우리 구씨 가문은 결코 후회를 남기고 패배로 돌아가지 않아요.”신광구의 표정이 굳어지면서 가슴이 답답했다. 아람의 말소리는 미묘한 분위기를 깼다. 경주는 눈을 가늘게 뜨고 다정하게 사랑하는 여자를 보며 이번에는 어떤 서프라이즈를 보여줄지 은근히 기대했다.“풋, 이 년
소희는 눈이 빠질 것 같았다. 효린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렸다.“입이 정확하네, 하는 말마다 실현돼.”“흥, 과시하고 싶어서 타려는 건데, 하게 해! 멍청하게 넘어지겠지!”소희는 이를 악물며 아람의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을 사악하게 바라보았다.“아람아, 할 수 있어?”구만복은 걱정하며 아람을 의심했다.“아빠, 내가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아빠가 알잖아.”아람은 구만복을 향해 귀엽게 눈을 깜빡거렸다. 구만복, 초연서, 구윤이 서로 눈을 마주쳤다. 아람이 말을 탈 줄 안다는 것을 알지만 경마와 전혀 다른 것이다.“구아람 씨, 경마는 장난이 아니에요. 게다가 이 경기는 비즈니스 협력과 연관되고 4대 가문의 체면이 걸린 문제예요.”이상철은 경멸하는 눈빛으로 겁이 없는 아람을 바라보았다.“참가하지 않아도 되요. 하지만 말을 타다가 넘어지면 구 회장님의 마음이 얼마나 아프겠어요.”지는 것보다 체면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람을 경기에 참석하게 하면 망신을 당하러 나가는 것 같았다.“그래요, 구아람 씨, 선수중에 여자도 없는데, 참석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이상철이 입을 열자 소희도 참지 않고 아람을 비아냥거렸다.“승부욕이 강하다는 것을 알지만, 주제 파악을 해야죠. 크게 당할 수도 있어요!”“이소희 씨는 여자는 승마에 참가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나요, 아니면 여자가 남자보다 열등하다고 느껴요?”아람의 차가운 시선이 소희의 얼굴에 닿으며 경멸하 듯 입꼬리를 올렸다.“제가 알기로는 이소희 씨 할머니인 이 사모님께서도 젊었을 때 유명한 승마 선수였어요. 승마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던 시적에 사모님은 국제 승마 대회에 국가 대표로 출전해 금메달을 따기도 하셨죠. 이소희 씨의 뜻은 할머니의 행동이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는 거예요? 저를 무시하는 건 괜찮지만 가족을 무시하면 안 되지 않아요?”“너!”이소희는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지며 말문이 막혔다.정말 제 무덤을 파는 스타일이다. 이상철은 무모한 손녀 소희를 보며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소희가 이상철의 친손녀이기에 도아줘야했다. 아람이 훌륭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유희의 여자 친구가 아람이라면 생각해 볼 수 있었다.“아빠, 연서 이모, 오빠. 시간이 많이 없어요. 옷 갈아입고 올게요.”말을 하고 아람은 시원하게 손을 흔들며 기 비서를 따라 경기장 밖으로 갔다.“아람아, 조심해!”초연서는 걱정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아람은 뒤돌아보며 손짓을 했다.“좋아, 가만 있지도 못하니 해보는 것도 좋아.”구만복도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티내고 싶지 않았다. 경주의 뜨거운 눈빛은 아람이 사라질 때까지 지켜보았다.“의외라고 생각해요? 아람이 경마할 줄은 몰랐죠?”경주는 눈썹을 찌푸렸다. 유성은 웃으며 다가왔다. 비주얼이 뛰어난 남자가 나란히 서 있자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하지만 그들이 맞지 않다는 건 하늘만 알고 있다. 서로를 지구에서 없애고 싶었다.“아람은 하늘이 나에게 준 선물이에요.”경주는 나지막하게 말했다.“선물이니 당연히 항상 서프라이즈를 주죠.”“풋, 아람을 알지도 못하잖아요. 그 불쌍한 자존심과 승부욕을 위해 당당하게 말하는 거예요?”경주는 숨이 막혀 주먹을 주었다.“저와 아람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잘았어요. 함께 겪은 일, 서로에 대한 이해는 당신보다 휠씬 만아요. 당신의 수작에 먹힌 것 같아서 아람은 평생 당신 곁에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정말 당신 여자가 된 것 같아요?”유성은 나지막하게 말하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꿈은 기분 좋게 하지만, 그 꿈이 깨면 참 힘들어요.”“서로에 대한 이해? 정말 아람이 당신을 이해하게 했어요? 윤유성 씨?”경주는 웃음을 터뜨렸다.“라이언과 결탁하여 남도에 사람을 불러 아람의 큰오빠를 죽이게 했을 때의 사악한 윤 도련님은 아람이 알아요?”“신경주, 날 건드리지 마.”유성은 웃고 있지만 몸에서 지옥 같은 으슥함이 느껴지며 살기가 넘쳤다.“울지도 못하게 할 거야.”경주는 입고리를 올렸다. 준수한 얼굴은 사람을 놀랍게 했고 유성에게 피할 수 없
효린은 몰래 비웃었다.‘체, 네가 흉악하게 날뛰었잖아.’잠시 침묵을 하더니 소희는 한숨을 내쉬며 계속 부추겼다.“우리 오빠에게 시집을 가도 행복하지 못할 거야. 우리 오빠는 그 년을 사랑하고 있어. 앞으로도 분명 바람을 피울 거야.”‘바람?’소희는 담배를 끊었다. 머리속에서 지저분한 장면이 떠올라 극도로 창피했다.“부리까지 없애 해, 아니면 일이 또 터질 거야.”“허, 말은 참 쉽게 하네. 이씨 가문의 수단으로 다른 사람을 상대할 수 있지만, 구아람의 집안은 이씨 가문보다 엄청 강력한데, 건드릴 수 있겠어? 건드릴 수 있다면 왜 아직까지도 움직이지 않았겠어?”효린은 재떨이에 담배 꽁초를 내렸다.“알아보니 구아람의 경마 실력이 엄청 뛰어나다고 했어. 10살 때 지역 청소년 승마 대회 챔피언이었어. 해외 인터뷰까지 했었어. 그저 우리가 몰랐을 뿐이야. 에휴, 이번에 또 그년이 잘난 척하게 하네. 우리 두 자매는 나설 기회가 없어.”소희의 안색이 어두웠다. 마음속에 또 악독한 생각이 떠올랐다.“왜 없어? 오늘이 좋은 기회야. 나대기 좋아하잖아. 그럼 사지가 멀쩡하게 돌아오게 하면 안 돼!”“무슨 방법이 있어?”효린은 급히 물었다.“이번 승마 경기는 4대 가문의 체면이 걸렸을 뿐만 아니라 중요한 비즈니스와도 관련 있어. 그래서 구아람이 고생하게 하고 KS 그룹이 프로젝트를 잃게 할 거야. 어떻게 하든 윌슨 부자에게 선택받으면 안 돼!”소희의 집에도 마구간이 있어 어렸을 때부터 말에 대해 알고 있어 사악한 눈빛을 보였다.“구아람이 넘어지게 하려면, 말이 먼저 넘어져야 해!”효린은 숨이 막히더니 바로 알아들었다. 비록 소희가 싫지만 정말 악독하고 겁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30분 후, 경기는 준비의 마지막 단계에 들어섰다. 아람은 햇살에 반짝이는 구름을 마구간에서 이끌고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하지만 말의 기분이 좋지 않은 듯했다. 몇 번 숨을 헐떡이며 고개를 푹 숙인 채 투지가 없어 보였다.“구름아, 왜? 아파?
경기 시간이 되었다. 기대와 환호 속에서 선수들은 우월하고 건강한 말을 이끌고 등장했다. 꽃과 박수 속에서 경마 선수들은 모두 전사와 같은 자세로 고개를 높이 들고 가슴을 치켜들었다. 사회자는 무대에 오른 각 선수와 말을 따뜻하게 소개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의 말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오직 VIP 석에 있는 몇몇 사람들만 조용히 한 알므다운 인물의 등장에만 집중하고 있었다.“다음 선수는.”사회자는 갑자기 멍한 표정으로 손에 든 참가자 명단을 쳐다보더니 말을 더듬거렸다. 현장도 고요했다.“KS 재단 구 회장님의 따님, 구씨 가문 아가씨 구아람!”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란스러워졌다.‘세상에, 구씨 가문 아가씨가 직접 참석해? 승마 능력도 좋아?’‘주얼리 디자이너 알렉스, 호텔 경영자, 패션 디자이너 샤론, 명의 백신. 이제 경마 선수까지. 아직도 모르는 또 다른 놀라운 게 있어?’하지만 일부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KS처럼 큰 재단이 경마 선수도 없어? 아가씨가 직접 나서야 해? 정말 위신이 떨어지네.”“그니까, 경마장에 먼지도 많고 더러운데, 나라면 절대 안 해.”“말도 결국 동물인데, 만약 미쳐서 떨어지고 밟히면 어떡해? 구씨 가문 아가씨가 나서기 위해 정말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네.”아람은 카리스마 넘치는 흑백 승마복을 입고 구름을 끌고 위엄 있게 걸어나왔다. 사람들은 눈을 떼지 못했다. 비아냥거리는 사람들도 입을 다 물었다. 너무 아름다웠다.승마복은 색상이 단조롭고 몸매가 드러나기 때문에 누구나 느낌을 살릴 수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 모든 우려와 결점은 아람의 뛰어난 몸매로 완벽하게 해소되었다.밝은 눈과 긴 다리, 밝은 태양처럼 압도적이고 영웅적인 모습을 들어났다.아람이 등장하자 경주는 급히 제일 앞으로 다가갔다. 두 손은 난간을 움켜 쥐고 횃불처럼 빛나는 눈은 예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경주는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왠지 모르게 울고 싶었다. 소희는 경주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 차갑게 웃더니 술
마치 머리 위에 칼이 매달린 듯 날카로운 살기가 느껴졌다. 경찰서장은 억지로 웃었다.“그, 두 분 먼저 차 한 잔 드세요.”“아니요. 여기 있는 차를 감히 마실 수가 없네요.”아람은 예쁘고 유연한 다리를 꼬고 차갑게 바라보았다.“제 비서를 가두었더라고요. 바로 풀어주시면 좋겠어요. 이 일은 우리 구씨 가문과 윤씨 가문 사이의 사적인 문제예요.”“원만하게 공직 생활을 계속하고 싶다면 문제를 일으켜서 자신을 곤란하게 하지 마시죠.”아람은 항상 단도직입적으로 말했고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 경찰서장의 가식적인 미소를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고 억지로 말했다.“구아람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요. 하지만 30년 넘게 일하면서 온갖 종류의 사람들을 상대해 왔어요.”“잡혀들어온 사람 중 결백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임수해는 비록 구아람 씨의 사람이지만, 윤씨 가문의 도련님을 장애가 생길 정도로 때렸어요. 이미 고의 상해죄에 해당해요. 감정 결과도 이미 상사에게 보고했어요.”“두 분은 성주에서 존엄한 분이지만 법 앞에서는 누구든지 평등해요. 아무리 재벌이라도 약자를 괴롭히고 법을 무시할 수는 없어요. 그러니 구아람 씨의 요구를 들어줄 수가 없네요.”“서장님, 말은 잘하시네요. 법 앞에서 모두가 평등하네요.”경주는 따뜻한 손으로 아람의 차가운 손을 잡으며 눈썹 사이로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그렇다면 무고한 사람을 억울하게 유죄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말씀이겠죠?”아람은 갑자기 무언가를 깨닫고 가슴이 떨리며 눈을 부릅떴다.“신 사장님, 그게 무슨 뜻이에요?”경찰서장은 의아했다.“윤진수를 때린 건 임수해가 아니라 저예요.”경주는 차갑고 경멸적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검은 눈동자가 차갑고 날카로운 빛을 번쩍이며 마치 경찰서장을 갈라놓으려는 듯 섬뜩하게 말했다.“이제 임수해를 풀어주고 저를 체포해도 되죠?”아람은 깜짝 놀라 경주의 손을 잡았다.“경주야, 너.”경찰서장은 멍해져 입을 반쯤 벌린 채 아무 반응도
아람은 눈을 부릅뜨고 경주의 차갑고 멋진 옆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전화기 너머 희미한 흐느끼는 소리만 남긴 채 정적이 흘렀다.“왜? 한 명은 이런 눈빛으로 날 바라보고, 한 명은 말도 안 하네.”경주는 입꼬리를 올리며 손을 들고 아람의 볼을 꼬집었다.“이 자매가 정말, 아무도 나를 믿어주는 사람이 없어?”[아, 아니에요.]아린이 가장 먼저 나지막한 목소리로 감사 인사를 했다.[형부, 수해 오빠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우린 가족이야. 예의를 차릴 필요 없어.”아린의 감정을 진정시킨 경주는 전화를 끊은 후 곧바로 한무에게 명령했다.“차 돌려. 경찰서로 가.”그 말을 듣자 한무는 바로 핸들을 꺾어 차를 돌렸다.“경주야, 어떻게 할 생각이야?”아람은 걱정스럽게 경주의 차분한 표정을 바라보았다.“어떻게 하든 수해를 먼저 구해야 해.”경주는 한숨을 쉬며 아람과 깍지를 꼭 꼈다.“아린과 수해는 연애를 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어. 무슨 일이 있어도 다시 곤경을 겪게 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상처받게 하고 싶지 않아.”아람은 순간 더듬거렸다.“공감되었어?”경주는 안도하며 고개를 저었다. 다시 한번 아람을 꼭 껴안았다.“예전에는 공감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이 세상에서 최고의 행복이 지금 내 품에 있잖아.”...수해는 이 더러운 구치소에서 2주 동안 구금되어 있었다. 윤씨 그룹이 합의를 거부하면 계속 구금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수해는 아람과 경주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힘겹게 발버둥을 친 끝에 기다리는 것은 여전히 감옥일지라도 수해는 여전히 모든 것을 짊어지고 입을 꼭 다물 것이다. 이때 수해는 벽에 기대어 팔짱을 끼고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건너편의 구석에 몸을 움츠리고 조심스럽게 수해를 바라보며 수다를 떨고 있는 남자 몇 명이 있었다.“너희들, 너무 시끄러워.”수해는 여전히 눈을 감고 차갑게 입을 열었다.“맞고 싶지 않으면 닥쳐.”구금된 몇 명의 남자는 즉시 입을 가리고
걱정으로 인해 아린은 멘붕 직전이었고 주체할 수 없이 흐느꼈다.[엄마와 나는 여러 가지 방법을 생각했어. 임씨 가문에서도 사람을 찾았지만 수해 오빠를 구하지 못했어.]“뭐? 왜 이제야 나한테 말해?”아람은 마음이 급해서 목까지 쉬었다.“아람아, 흥분하지 마. 아린이 놀라겠어.”경주는 아람의 손을 조금 더 세게 잡았다.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람의 흥분된 감정을 진정시켰다.“아린에게 말해.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말해라고.”아람은 죄책감에 숨을 내쉬었다.“미안해, 아린아. 언니가 방금 너무 심하게 말했어. 울지마. 무슨 일인지 천천히 말해. 도대체 어느 겁도 없는 놈이 감히 나 구아람의 사람을 건드려! 죽여버릴 거야!”상황이 긴박하지만 경주가 아람의 말을 듣자 웃음을 참았다.[윤씨 가문의 사람이 한 거야.]아린은 처절하게 흐느꼈다.[아마도 내가 윤진수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맞아서 그래. 윤씨 가문 사람이 화가 나서 수해 오빠를 괴롭혔어.][수해 오바는 고의 상해죄로 체포되었어. 그리고 윤진수 그 짐승이 진단서까지 뗐어. 몸에 있는 크고 작은 병을 모두 수해 오빠 탓을 해서 중상을 선고받았어.]물론 그 안에 발기 부전도 포함되었다. 윤씨 그룹의 능력으로 진단서를 조작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위조하는 것도 사소한 일이었다.“저 양심도 없는 짐승 새끼 죽여도 속이 시원하지 않아. 죽이지 않은 것만으로도 이미 봐줬어. 윤씨 그룹이 감히 우리를 건드려?”아람은 화를 냈다. 너무 원망스러워서 눈시울이 붉어지며 살기를 뽐냈다.[윤씨 그룹이 어떻게도 합의를 해주지 않아.]“허, 합의? 그럴 일이 있어? 저 사람들은 수해를 죽이고 싶을 거야!”아람은 심하게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원망했다.“이런 짓을 할 수 있는 건 윤성우야. 임윤호도 참여했을 수 있어!”[임윤호, 임윤호는 수해 오빠의 친형이야. 어떻게 그럴 수 있어?]아린은 깜짝 놀라며 믿을 수 없었다.“그럴 가능성이 커.”경주는 큰 손으로 다정하게 아람의 등을 쓰다듬으며 안
아람과 경주는 자신의 별장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나가는 길에 경주는 아람을 안고 펑펑 울었다. 아람의 검은 드레스를 구겨질 정도로 잡았고 옷까지 젖었다. 모르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다시는 만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아람이 위로하며 효정에게 약속했다. 가끔 와서 효정을 보고 유희에게 이씨 가문만 챙기지 말고 효정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라고 당부했다. 자유의 기쁨을 잃고 사육된 동물처럼 되지 않게 하라고 했다.유희는 또다시 맹세를 했다. 눈물을 흘리는 효정을 안고 문 앞에 서서 떠난 모습을 지켜보았다. 차는 한참 달렸다. 아람은 결국 참지 못하고 어깨를 부들부들 떨며 어두운 밤에 떨어지는 별처럼 맑은 눈물을 흘렸다.“아람아, 울지 마.”경주는 마음이 아파서 호흡이 가빴다. 튼튼한 팔로 아람을 품에 안아주며 다정하게 위로했다. 턱으로 아람의 머리카락을 문질렀다.“다시는 만나지 못하는 게 아니잖아. 효정이가 보고 싶으면 한동안 데려와서 같이 살아도 돼. 아니면 내가 더 큰 별장을 사서 아예 같이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 “정연은 이제 사장님 비서가 될 거야. 그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텐데, 효정을 아줌마에게 맡기는 게 제일 좋아.”“흥, 네가 정말 이유희의 절친이야?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어.”아람은 코를 빨아들이며 손끝으로 경주의 가슴을 찌르며 원망했다.“아직 편하고 행복하게 지내본 적이 없는 커플을 헤어지게 할 거야? 날 기쁘게 하려고? 신경주, 넌 정말 양심이 없어. 효정이 아무 말을 안 해도 유희가 매일 널 저주할 거야.”경주는 갑자기 멍해졌다. 그러고 얇은 입술로 아람의 촉촉한 입술에 키스했다. 키스를 하고 경주는 씁쓸하게 웃었다.“그렇게 많이 생각하지 않았어. 효정이도 너랑 헤어지기 싫어하는 것 같아서 좋은 일인 줄 알았어.”“저 커플을 방해하지 말라고 네가 그랬잖아.”아람은 키스를 받고 호흡이 흐트러져 눈이 촉촉해지며 설렜다.“그래서 너도 가서 귀찮게 하지 마.”경주는 아람의 예쁜 두 눈을 바라보며
“아람아, 무슨 생각이 들었어?”경주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유희와 정연도 긴장을 하며 하얀 아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한 비서의 분석이 맞아. 윤유성의 사악한 성격으로 라이언을 흔적도 남기지 않고 죽일 수 있어.”“그리고, 오랫동안 계략을 꾸미고 있었을 거야. 다만 중요한 도구가 이제 도착했을 뿐이야!”유희와 다른 사람들이 의아해 하고 있을 때 경주만 바로 깨닫고 반응했다.“그 도구가 헬기라고 생각해?”아람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초조하게 말했다.“지상에서는 윤유성이 행동하기 어렵지만, 하늘에서 편하잖아. 그리고 비행기가 출국하면 우리가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막을 수 없어. 그럼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어!”정말 음흉하고 고압적인 행동이다. “형수, 정말 똑똑하네. 넌 정말 신이야!”유희는 바보처럼 입을 벌리고 박수를 치며 공손하게 절을 할 뻔했다.“아부는 그만하고 빨리 대책을 생각해.”아람의 가슴은 돌에 눌린 것처럼 숨이 막혔다.“한무야. 지금부터 인력을 추가 배치해. 윤유성의 헬기 행방을 면밀히 감시해. 어떤 행동이 있더라고 제때 차단해야 해.”경주는 카리스마를 뽐내며 안색이 차가워졌다.“네, 신 사장님.”예전의 경주는 비즈니스의 거물이고 고귀한 왕이었다. 하지만 아람 앞에서 보좌하든, 아람을 위해 전장에 돌격하는 장군이든 상관없었다. 무엇이든 아람을 위해 기꺼이 할 수 있었다.“만약 막지 못하고 헬기가 뜨면 어떡해? 폭탄으로 라이언을 구해야 하나?”유희는 진지하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던졌다.“라이언은 양국의 공개 수배 범죄자야. 때가 되면 백진 오빠와 도현 오빠에게 알려서 군과 경찰이 힘을 합치도록 할게.”아람은 입꼬리를 올리며 자신감이 넘치면서도 침착하게 말했다.“하늘로 날아가더라도 반드시 잡을 수 있을 거야.”세 남자의 얼굴에는 존경이 가득했다....윤민주가 감옥에 가고, 윤진수가 체포되었다. 경주의 말대로 윤성우의 처지는 점점 난감했고 살얼음 위를 걷는 것과 같았다. 게다가 유성이 S 국에서의 노력
아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눈을 내리깔았다. 경주는 아람의 침울한 표정을 보고 손을 잡아주며 쓰다듬었다.“아람아, 알아. 네가 효정을 많이 이뻐하는 거. 봐봐, 지금 효정에게 유희가 있어. 유희가 많이 사랑하고, 아껴주고, 챙겨주고 있어. 유희는 능력도 좋고 집안도 좋아. 효정을 지켜주기에는 충분해.”“응, 알아. 사실 너무 고마워.”아람은 유희가 효정을 받아줘서 고마운 것이 아니다. 고마운 건 유희가 초월적인 안목이 있고, 다이아몬드처럼 아름답고 순수한 효정을 인정해 주고, 기꺼이 인내심을 가지고 곁에 있어 준다는 것이다. 잠시 후 유희가 돌아왔다.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것 같았다.“유희야, 고생했어.”경주는 한숨을 내쉬었다.“내 와이프야, 내가 좋아서 하는 건데 고생은 무슨.”유희는 정연을 원망하지 않고 계속 물었다.“어디까지 얘기했지? 참, 방금 생각해 봤는데 라이언은 수배 중인 범죄자야. 국내에서 권력이 없는데, 어떻게 많은 사람들을 매수할 수 있어? 윤유성의 짓인가? 몰래 라이언을 지켜주고 있어?”아람과 경주도 같은 생각이었다. 결국 라이언은 왕준의 상사였고, 남도 습격 사건에 참여했다. 라이언은 유성에게 치명타를 입힌 중요한 증인이기도 하다. 유성은 이런 약점을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다. 아니면 스스로 발등을 찍는 짓이다.“라이언이 나타난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거고 아직 성주에 있다는 거야. 성주에 있으면 절대 도망칠 수 없어. 그저 시간문제야.”경주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원망에 목이 쉬었다.“사람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윤유성과 라이언과 같은 짐승 때문에 무고한 사람을 더 이상 희생하기 싫어. 너무 가치가 없어.”유희의 가슴이 아파 났다. 경주는 겉으로 차갑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이다.“저기, 궁금한 게 있어요.”한무가 갑자기 손을 들었다.“뭔데?”세 사람이 일제히 물었다.“윤유성이 왜 라이언을 보호하려고 애쓰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 돼요. 지금 S 국에 있는 것도 아니고 자기 구역에
정연도 화가 나서 뺨이 불타는 듯 붉어졌다.“원래는 우리 사람들이 우세했지만, 라이언 쪽에 지원이 있다는 것을 몰랐어요. 모두 능력이 뛰어나고 무기를 들고 있었어요.”“완전히 우리를 다 죽이겠다는 기세였어요. 살아 돌아온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에요.”유희는 화가 풀리지 않아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뼈마디에서 소리가 났다. 라이언을 잡지 못하고 부하들은 거의 전멸한 상태였다. 승부욕이 넘치는 유희 앞에서 이미 선을 넘을 행동이었다.“음, 유희 오빠, 왜. 누가 오빠를 화나게 했어?”사람들은 깜짝 놀라 소리를 따라 계단 쪽을 바라보았다. 효정이 주름진 새하얀 원피스를 입고 아람이 선물 준 곰인형을 품에 안은 채 졸린 눈을 비비며 서 있었다. 말할 때 한쪽 어깨끈이 흘러내렸다.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는 도자기처럼 매끈했다. 하마터면 속살을 드러낼 뻔했다.뿐만 아니라 효정의 목과 쇄골에 붉은 자국이 있었다. 유희가 남긴 키스 마크였다. 어젯밤의 광기 어린 집착이 분명했다. 한무는 놀라서 바로 눈을 감았다. 경주도 어색하여 땀을 흘리며 시선을 거두고 아람을 바라보았다.‘아아아!’유희는 화가 나며 마음속에서 소리를 질렀다. 순간 효정의 앞으로 달려가 부드러운 몸을 덥석 안고 감쌌다. 효정은 고개를 유희의 품에 묻히며 그렁그렁한 눈만 보였다. 그러고 나른한 목소리로 유희를 위로했다.“유희 오빠, 화내지 마. 화내면 무서워.”“화내지 않았어. 기분이 엄청 좋아. 가자, 방에 가자.”유희는 마음이 급해서 눈시울이 붉어졌다. 효정을 안고 성큼성큼 위로 올라가며 귀에 속삭였다.“다른 사람한테 보여주지 마. 나한테만 보여줘!”거실은 어색하게 침묵했다. 한무는 어안이 벙벙하며 급히 해명했다.“저, 저 아무것도 못 봤어요. 신 사장님, 제 편을 들어줘야 해요!”정연도 겁에 질려 얼굴이 창백해졌다. 급히 유희에게 상황 보고를 하느라 효정을 챙기지 못해 이런 어색한 일이 일어났다.“연아, 걱정하지 마.”아람은 다정하게 위로해 주었다.“네가 오랫동
한무는 숨을 들이마셨다. 아침을 먹지 않은 상태지만 이미 배부른 느낌이 들었다.“아니에요. 아니에요. 헬기가 좋지만 제가 살아서 타도 죽어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네요.”“됐어, 경주야. 한 비서가 얼마나 충성하는지 우리보다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잖아. 헬기 한 대로 이렇게 화를 내?”아람은 긴 손끝으로 경주의 턱을 치켜올리며 여왕처럼 오만한 미소를 지었다.“올해 생일 선물로 헬기를 사줄게. 윤유성보다 더 좋은 거 사줄게. 좋아?”‘젠장, 너무 부럽네! 역시 해문 갑부의 딸이야. 헬기를 생일 선물로 해?’경주는 눈을 깜빡이며 아람의 손을 잡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 난 네 남자야. 하지만 난 너에게 빌붙어 사는 남자가 아니야. 선물을 해도 내가 너한테 해야지.”“풋,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우리 사이에 무슨. 그저 돈 몇 푼인데.”아람의 카리스마 넘치는 말은 유희와 한무를 부럽게 했다. 그들도 여자한테 빌붙어 사는 남자는 아니지만, 남자라면 리무진, 탱크, 헬기를 갖고 싶어할 것이다.경주는 담담하게 고개를 흔들며 가슴이 찡해났다.“아람아, 나한테 선물할 필요 없어. 네가 네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네가 예전에 나한테 준 선물들은 지금 별도의 방에 전시되어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 매번 집에 갈 때마다 그 방에 들어가서 여러 번 보고 만졌어.”그때 아람을 잃은 경주는 마치 페티시스트와도 같았다. 경주는 종종 그 방에 들어가서 나오지 않거나 그 방에서 잠을 자기도 했다.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던 경주는 남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사랑에 빠진 미치광이 같았다.마음속은 이미 통제 불능이고 미쳐버렸다. 아람은 경주를 깊이 바라보았다. 표정은 평온했지만 경주의 뺨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손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게다가 내가 무슨 선물이 필요하겠어. 넌 하늘이 내게 준 최고의 선물이야.”경주는 이 로맨틱한 말을 다시 반복했지만, 말할 때마다 처음처럼 다정했다.“바보.”더 많은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그저 키스로 천 마디 말을 대신
“연적?”아람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 블루베리를 집어 경주의 입에 넣어주었다.“이유희에게 연적도 있어? 신선하네.”경주도 피식 웃었다.“네가 우리 동생을 감금하듯 지켜주는데. 매일 너랑 네 비서 말고는 누구를 만나? 정상적인 사회생활도 못 하는데 무슨 연적이야. 꿈꿨어?”“그렇다고!”유희는 초조하여 목소리까지 갈라지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젯밤 자기 품에서 도현 오빠라고 부르는 효정이 떠올랐다. ‘꿈에서 다른 남자 이름을 불렀어!’유희의 가슴은 아파 나며 산산조각이 된 것 같았다.“설마 네가 말한 사람이 우리 도현 오빠야?”아람은 차갑게 유희를 바라보았다. 경주는 멍해졌다. 도현이랑 어떻게 엮인 건지 전혀 상상이 안 된다. 유희는 눈을 부릅뜨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아람을 바라보았다.“아람아, 네가 어떻게 알아? 너 신이야?”“신은 무슨!”아람은 어이없었다.“넌 참, 속마음이 얼굴에 쓰여있어. 어젯밤 너와 우리 오빠가 얘기하는 것을 봤어. 네 눈빛이 막 이글거렸어. 그래서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근데, 이 사장님. 넌 사람을 너무 무시하는 거 아니야?”“우리 구씨 가문 남자는 모두 상남자야. 절대 남친 있는 여자를 좋아하지 않아. 효정이 남자랑 얘기를 했다고 다 연적이라고 생각하지 마.”“도현 도련님은 그럴 분이 아니야. 유희야. 누구를 의심해도 아람이 가족은 의심하지 말아야 해.”경주는 아람의 허리를 안고 유희를 비웃었다. 유희도 한숨을 쉬고 계속 얘기하기 곤란했다. 너무 유치해 보였다.“아. 그래서 효정과 서둘러 혼인신고를 하겠다고 했어? 위기감이 들었던 거네.”아람은 유희의 속마음을 모두 꿰뚫어 보았다.“야, 그런 사소한 거로 침착하지 못해? 왜 이렇게 유치해!”유희는 부끄러워 입을 오물거렸다.“혼인신고는 나중에 다시 생각해.”경주의 안색이 어두워지며 정색했다.“지금은 네 집안일을 먼저 해결해야 해. 네가 이씨 그룹에서 안정되면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을 거야.”유희는 여전히 불안했다. ‘나 이유희의 아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