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777화

작가: 류한나
신무열은 곧바로 온지유 옆에 걸터앉으며 챙겨온 치즈케이크를 건넸지만 온지유는 그걸 받지 않고 말했다.

“애들이 방금 사과했어요.”

“저 때문에 억지로 한 사과죠, 아까 바로 피하지 않으셨으면 돌에도 맞을 뻔했잖아요.”

신무열은 계속 온지유의 옆에서 떠나지 않고 말을 걸었다.

“근데 그러고 보니까 이름도 모르네요.”

“... 온지유예요.”

신무열의 집요한 시선을 느낀 온지유가 잠시 고민하다가 이름을 알려주었다.

법로의 사람이 저를 찾고 있는데 제 한 몸 희생해서 무언가 좋은 쪽으로 발전할 수만 있다면 이름을 숨기는 것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자 신무열이 또 옅은 미소를 띠며 물어왔다.

“어느 ‘유’자예요?”

“기유 ‘유’자요.”

신무열은 담담하게 대꾸하는 온지유의 손에 치즈케이크를 쥐여주며 또 입을 열었다.

“여긴 환경도 별로 좋지 않은데, 어쩌다 여기까지 왔어요?”

“아까 보니까 Y 국 말을 할 줄도 알고 듣기도 하는 것 같던데요?”

신무열의 목소리는 차분하기 그지없었지만 온지유는 그가 저를 시험하는 걸 알아채고는 웃으며 말했다.

“누구한테 팔려온 거예요. 그리고 말은 그냥 건너건너 조금 배운 거고요.”

그 순간 갑자기 불어오는 바람에 온지유의 머리카락이 이마에 붙어버리자 온지유는 손을 들어 머리를 뒤로 넘겼다.

그때 그녀가 하고 있던 비취 팔찌가 다시 한번 드러났고 햇빛 때문인지 더 반짝반짝 빛을 냈다.

그걸 빤히 보고 있던 신무열은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애들이 저를 무열 쌤이라고 부르는 건 들으셨죠? 저는 신무열이라고 합니다.”

“제가 잠시 이곳을 떠나야 할 일이 생겨서 그동안 지유 씨가 애들 화국어 가르쳐주셔도 돼요. 월급은 화국 표준으로 책정해드릴게요. 그리고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으시면 저한테 다 말씀하시면 되고요.”

하지만 온지유는 직감적으로 신무열은 그냥 그의 가짜 이름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무열도 별로 좋은 사람 같진 않았지만 법로가 나쁜 사람인 건 확실했기에 온지유는 티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아까 보셨잖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78화

    신무열도 그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지만 그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충전기를 챙겨 들었다.하지만 바로 가져다주지는 않고 그냥 보고만 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본 신무열은 차가운 표정으로 전화를 받았다.수화기 너머에서는 신무열과는 전혀 다른 온도의 여성이 다정하게 말을 건네왔다.“오빠, 언제 와요?”“당분간 못가.”전화를 받는 신무열은 아까 아이들과 온지유를 대할 때의 그 신사답고 다정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쌀쌀맞은 신무열의 말에 수화기 너머의 여자는 잠시동안 정적을 유지하다가 다시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오빠, 그럼 오기 전에 나한테 전화하거나 사람 시켜서 연락이라도 줘요.”“응, 난 바빠서 먼저 끊을게.”말을 마친 신무열이 전화를 끊어버리자 여자는 “뚜뚜”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이렇게 빨리 끊은 신무열을 탓하기라도 하듯 화난 표정을 지어 보였다.아무래도 다정하지 않은 신무열이 불만이었던 것 같다....온지유는 찰리에 의해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를 한번 보고 나서 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다시 케이크를 주워 먼지를 털어내며 기분 나쁜 듯 말했다.“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 넌 아직도 이렇게 욱하는구나.”온지유도 짜증이라는 게 있는 사람이기에 계속해서 제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찰리를 보며 협업은 이쯤 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그럼 내가 누나처럼 행동했어야 해요? 그래요, 신무열이라는 사람 괜찮아 보여요, 누나랑 말도 잘 통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럼 둘이 여기서 같이 교사나 해요, 아주 잘 되겠네.”이를 악물며 말하는 찰리의 눈에는 그동안 참았던 원한에 대한 분노가 가득 서려 있었다.온지유는 찰리가 자신을 밀치며 뱀을 던지던 것도, 또 시골 주민들이 떼 죽임을 당할 때 보여줬던 그 강인하던 눈빛도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다.복수심은 정말 한 사람을 집어삼킬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이라면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법이다.참을 줄도 알아야 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79화

    그러자 카키색 치마를 입은 구릿빛 피부의 여자가 먼발치에서 경멸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나 놀래키는 거야 당신?”쥐나 던지는 저급한 방법을 쓰던 여자는 팔짱을 낀 채 온지유에게로 다가갔다.“아니, 경고하는 거야. 우리 무열쌤 한테서 떨어지라고, 어딜 무열 쌤을 꼬셔.”화국어로 말하는 여자의 언어 수준은 그냥 아이들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라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상대를 잘못 골랐네. 나는 신무열 선생님한테 그런 쪽으론 전혀 생각이 없거든.”“어디서 거짓말이야!”하지만 여자는 오히려 미간을 찌푸리며 온지유에게 소리쳤다.“넌 우리 마을 사람도 아니잖아, 이상한 짓 하려고 온 거지!”“그리고 무열 선생님이랑 그렇게 가깝게 지내는 게 꼬시는 게 아니면 뭐야?”화를 내는 여자가 웃겨서 온지유는 마음이 가는 대로 웃은 것뿐인데 그게 여자를 더 열 받게 했는지 그녀는 손을 들어 온지유를 밀치려 했다.하지만 온지유는 재빠르게 몸을 피하며 바닥에 있는 뱀을 보고는 대담한 생각이 들어 그 뱀을 여자에게로 집어 던졌다.“아!”그에 놀라서 눈물을 터뜨린 여자는 온지유를 손가락질하며 욕설을 퍼부었다.“너! 너 미친년! 너 딱 기다려!”말을 마친 여자가 자리를 뜨자 온지유는 계속해서 잡초를 뽑기 시작했다.처음에 여자가 쥐를 뿌렸을 때만 해도 되갚아줄 생각은 없었는데 그 뒤로도 예의 없는 언행을 내뱉고 저를 밀려고까지 했으니 온지유도 호구처럼 가만히 당하고 있을 수는 없어서 뱀을 뿌린 것이다.그런데 온지유의 예상외로 도망갔던 여자는 빠르게 마을 주민들과 함께 돌아왔다.하나같이 나무로 된 몽둥이거나 낫을 든 주민들은 빠르게 온지유를 에워쌌다.그리고 여자는 온지유를 가리키며 마을 주민들에게 Y 국 말로 울분을 토해내고 있었다.“쟤가 신무열 선생님을 꼬시고 또 저한테 뱀까지 던졌어요, 저런 사악한 년을 더는 우리 마을에 머물게 할 수 없어요!”“당장 나가!”여자의 말에 흥분한 마을 주민들이 무기들을 들고 설쳤지만 온지유는 전혀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80화

    온지유의 말에 아린이 할 말을 잃어버리자 그제야 사건의 자초지종을 알게 되고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게 된 마을 주민들도 아린이를 질책하며 온지유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우리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이렇게 와서 아가씨를 다치게 할 뻔했네요.”“너무 마음에 담아 두지 마세요. 그리고 앞으로도 아가씨한테 아무 짓도 안 할 테니까 마음 놓고 여기서 지내요.”“아린아, 잘못했으면 사과해야지, 얼른 죄송하다고 말씀드려.”...사실 주민들이 하는 Y 국 말은 절반밖에 알아듣지 못한 온지유였지만 아린이 사과를 하기 싫어한다는 것만을 아주 잘 알 것 같았다.사실 아린은 신무열을 좋아하면서도 고백할 용기가 나지 않아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그걸 온지유가 다 까발리는 탓에 앞으로 신무열을 어떻게 봐야 할지 생각하고 있었다.그리고 다른 주민들도 다 같이 나서서 사과하라고 부추기니 말은 해야 할 것 같은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그때 신무열까지 입을 열었다.“아린아, 사과해.”그에 심장이 철렁한 아린은 신무열이 나섰으니 더 피할 수도 없어 울며 겨자 먹기로 고개를 푹 숙이고 온지유에게 말했다.“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 용서해줘요.”“이런 일은 앞으로 없었으면 좋겠어. 복잡한 세상 조용하게 살아가고 싶거든.”“네.”아린은 대답을 하면서도 손톱이 살을 파고 들어갈 정도로 주먹을 꽉 말아쥐며 언젠가는 이 수모를 갚아주겠다고 다짐했다.그때 신무열이 다 모인 마을 주민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내일부터 온지유 씨가 저 대신 아이들의 수업을 맡아줄 겁니다.”“네, 걱정 마세요 선생님, 저희가 애들한테 지유 선생님 말씀 잘 들으라고 할게요.”마을 주민들이 하나같이 온지유에게 우호적으로 대하며 이 소동은 끝이 나버렸다.오늘 신무열이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제 말을 믿어주지 않았을 마을 주민들을 알기에 온지유는 그래도 예의상 감사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 입을 열었다.“고마워요, 무열 씨.”“괜찮아요. 근데 뱀도 손으로 다 잡고, 용기가 대단하신데요?”신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81화

    “네.”주인장의 말에 온지유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으로 들어갔다.핸드폰을 손에 꽉 쥔 온지유는 자꾸만 떠오르는 익숙한 얼굴에 마음이 복잡해졌다.그렇게 몸을 뒤척이다가 언제 잠이 들었는지 온지유가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튿날 아침이었다.신무열에게 아이들을 위해 수업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던 온지유는 주인장 어머니가 만들어 준 옥수수 미음을 반쯤 먹고는 주인장과 함께 학교로 향했다.저번에 아이들이 글자를 잘못 읽은 걸 생각해낸 온지유는 이참에 성모와 운모부터 제대로 가르치기로 했다.허름한 교실에 들어온 온지유는 검은색 페인트로 칠해진 한쪽 벽을 칠판 삼아 몽당분필로 성모와 운모를 적어 내려갔다.다 적은 온지유는 아이들을 보며 Y 국 말로 간단한 자기소개를 진행했다.“안녕 얘들아, 나는 신무열 선생님 대신 잠시동안 너희들의 화국어를 가르칠 온지유라고 해.”신무열이 어떻든 아이들은 죄가 없었기에 온지유는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기도 했고 신무열에게 호감을 잘 쌓으면 나중에 그를 통해 법로를 만날 수도 있었기에 맡은 바 책임은 다하기로 했다.하지만 아이들은 그런 온지유의 말을 일부러 무시하며 아까보다 더 큰 소리로 떠들기 시작했다.“조용히 해.”아이들이 자신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건 알고 싶었지만 그래도 약속을 한 것이니 제대로 가르치려고 한마디 한 온지유를 향해 교실에 앉아있던 남자애 하나가 소리를 질렀다.“화국어 좀 하고 화국인이라고 우리 선생님인 척 하지 마요, 우리한테 이래라 저래라도 하지 말라고요!”온지유가 소리 지르는 아이를 바라보자 그 얼굴이 어딘가 낯이 익었다.자세히 보니 어제 돌을 던진 케빈이라는 아이였다.“듣기 싫으면 여기서 다른 애들 선동하지 말고 나가.”여기 오기 전에 많은 준비를 했던 온지유이기에 아이들과 Y 국어로 대화가 가능했다, 다만 말하는 게 느릴 뿐이었다.“누가 선동을 했다고 그래요? 또 사람 몰아가네, 당신 오고 나서 이 마을이 조용할 날이 없어요!”말을 마친 케빈은 온지유가 보는 앞에서 책상을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82화

    신무열이 준 열쇠로 방문을 열고 들어간 온지유는 깔끔하게 정리된 방 한구석에 놓여있는 붓기를 가라앉히는 빨간 약을 발견하고는 서둘러 아이의 상처에 펴 발라 주었다.“학교에서는 내가 발라줄 테니까 나머지는 집에 가져가서 발라, 그리고 다음에도 이런 일 생기면 바로 선생님이랑 부모님께 말해줘. 울기만 하면 안 돼. 그리고 케빈 무서워할 필요도 없어.”온지유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매단 아이를 안쓰럽게 쳐다보며 말했다.그러자 여자아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으며 말했다.“케빈이 저 때릴까 봐 무서워요...”“괜찮아, 선생님 있으니까 이제 안 무서워해도 돼.”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아이를 어르고 달랜 끝에 온지유는 마침내 아이와 함께 방을 나섰다.그런데 방문 앞에는 또 어젯밤처럼 마을 주민들이 잔뜩 모여있었다.온지유가 그들을 바라보니 남자 하나가 튀어나오며 소리쳤다.“어젯밤 일은 우리 아린이가 잘못한 게 맞는데 오늘 일은 케빈이 잘못일 리가 없어요!”남자의 말로부터 케빈과 아린이 남매라는 걸 알아차린 온지유는 케빈이 어젯밤 일까지 같이 복수하려고 그런 일을 벌인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온지유는 이내 여자아이의 옷을 내려 상처를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말했다.“오늘부터 제가 신무열 선생님을 대신해서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어요. 안 그래도 케빈이 부모님을 만나 뵈려고 했는데 이렇게 오셨으니 그냥 지금 얘기하죠.”“제가 아이들을 가르치려 했는데 케빈이 제 수업을 듣지 않겠다고 하면서 책상을 뒤집어엎는 탓에 이 아이 몸에 상처까지 났어요. 그리고 수업을 들으려는 다른 애들까지 혼란스럽게 만들었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는 게 일진이나 되라고 그런 건 아니시겠죠?”“선생인 저한테도 아이들을 훈육할 권리가 없다면 선생이 왜 필요하겠어요?”그 순간만큼은 Y 국 말을 아주 유창하게 해내는 온지유에 마을 사람들은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버렸다.그때 아까 온지유의 말에서 용기를 얻은 여자아이가 나서며 말했다.“케빈은 평소에도 저희를 괴롭혔었어요. 이번에도 새로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83화

    “문제가 생긴 것 같아!”“얼른 방어작전 실시해!”“주민들부터 보호해!”전쟁이 시작됨과 동시에 마을에는 피바람이 불어왔고 혼란스러운 이 상황에서 중간에 낀 주민들은 어떻게든 살아보겠다고 머리부터 감싸며 뛰어다녔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총알에는 맥을 못 추고 픽픽 쓰러져버렸다.잇따라 들려오는 총성과 그 연기 때문에 주민들은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해 마을은 점점 피바다가 되어가고 있었다.두세 살 먹은 아이들은 깜짝 놀라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못한 채 엄마를 찾아대고 있었다.“아이들부터 살려!”특수부대원들은 아이들부터 안아서 보호하며 그들을 안전한 곳으로 대피시켰다.동맹군도 이번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쳐들어왔지만 화국의 위화부대가 올 줄은 몰랐기에 서둘러 철수 명령을 내렸다.전투력과 무기 등 모든 방면에서 자신들보다 우월한 화국 부대와 싸우는 건 죽겠다고 도발하는 꼴이라 재빨리 철수한 것이다.동맹군이 철수하니 애초에 주민들을 보호하라고 투입된 화국 군대는 더 쫓아가지 못했다.통집령도 손에 없고 적군도 이미 물러간 마당에 그 뒤를 쫓아가서 죽이는 건 남의 영토에서 괜한 물의를 일으킬 수 일이었기 때문이다.전쟁은 시작된 지 십여 분만에 막을 내렸지만 그 짧은 시간에도 마을은 쑥대밭이 돼버렸다.지붕에는 총알이 지나간 자리대로 구멍이 뚫려있었고 셀 수도 없이 많은 집들이 불에 활활 타오르고 있었으며 바닥에는 시체와 부상자들이 가득 깔려있었다.아이들과 부녀자들은 그 시체들을 붙잡고 통곡하고 있었다.이 난세에 내일을 살아낼 수 있을지도 그들에게는 의문이었다.“소대장님!”그때 여전히 훤칠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여이현이 군복을 입고 차에서 내렸다.보호 안경을 착용하고 허리춤엔 장총을 끼고 있는 그는 평소와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위엄있고 냉철해 보이는 얼굴로 엉망진창이 된 마을을 훑어보던 여이현은 이제는 이런 상황이 익숙해졌는지 차갑게 부하들을 향해 명령했다.“현장 정리하고 주민들 집 다시 지어.”“예!”여이현이 명령을 내리면 부하들도 다른 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84화

    자세히 보니 이불과 컵에는 전부 노란색 별이 그려져 있었다.설마...“선생님, 일어나셨어요?”그때 케빈이 깨어난 온지유를 보고 그의 품 안으로 뛰어들자 온지유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그 작은 머리통을 쓰다듬어주었다.“일어났어요?”그때 천막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도 안에서 나는 소리를 들었는지 안으로 들어오며 말했다.“몸은 좀 어때요?”오랜만에 유창한 화국어를 들은 온지유는 집에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괜찮아요. 근데 혹시 화국 군대예요?”“네.”병사들도 환한 표정을 지으며 온지유를 반가워했다.“이렇게 혼란스러운 곳에서 같은 나라 사람을 만나니 너무 반갑네요!”그들이 화국 군대라는 말을 듣자마자 온지유는 혹시나 여이현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자신도 병사들을 잘 모르고 병사들도 온지유를 처음 봤기에 대놓고 묻기가 쑥스러워 떠보듯 물었다.“혹시 여이현 씨라고 아세요?”온지유가 살짝 기대하며 묻자 병사들은 놀라운 듯 눈을 크게 뜨며 답했다.“우리 소대장님을 어떻게 아세요?”병사의 말에 온지유는 흥분하며 물었다.“여이현 씨 지금 어디 있어요?”“아직 안 돌아오셔서 잘 몰라요. 아마도 임무 수행 중이실 거에요.”온지유의 분위기가 달라지는 걸 느낀 병사는 친절히 답해주었다.한편 여이현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확인한 온지유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이렇게 많은 일을 겪었어도 온지유는 여이현이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살아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으니까.“네.”병사들은 아까 그렇게 흥분하더니 또 갑자기 차분해지는 온지유를 의아한 듯 쳐다봤다.“그럼 좀 쉬고 계세요. 저희는 이만 나가볼게요.”“아, 네. 감사합니다.”“아니에요, 저희가 해야 할 일이었는데요 뭘.” 정의가 넘쳐 흐르는 것 같은 병사들이 온지유를 향해 경례를 하고 나가자 기다렸다는 듯이 케빈이 다가왔다. “선생님, 전에는 제다 다 잘못했어요. 앞으로는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말썽도 안 피우고 선생님께 대들지도 않을게요. 그러니까 죽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785화

    둘은 이 세상에 둘밖에 남지 않은 것처럼 오랫동안 눈을 맞추고 있었다.그렇게 오랜 시간 서로를 마주 보며 지내왔었지만 지금의 이 눈 맞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소중했다.온지유는 빨개진 눈으로 여이현을 바라보고 있었다.그가 무사하다니 다른 건 이제 아무 상관도 없어진 것 같았다.하지만 온지유는 제 감정을 억누르며 그에게로 다가가지는 않았다.다신 보지 못할 것 같은 사람을 이리 두 눈에 담았으니 온지유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여이현에 대한 미움도 그의 안전 앞에서는 그토록 작아져 있었다.그렇게 그 둘은 서로에게 다가서지는 않았지만 그리움 가득한 눈으로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소대장님.”그때 움직이지 않는 여이현을 한 사병이 부르며 말했다.“다들 소대장님이 들어가시길 기다립니다.”“아, 그래.”짤막하게 대답한 여이현은 고민도 없이 들어갔고 그 모습을 보고서야 온지유도 그곳을 빠져나왔다.이미 이혼한 사이라는 건 알지만 여이현의 미련없는 뒷모습을 보니 또다시 실망스러운 감정이 앞섰다.하지만 여이현이 이혼서류를 내밀던 그때보다 더한 실망은 느껴지지 않았기에 온지유는 마음을 진정시키다가 천막으로 들어가지 않고 주위를 둘러보았다.그러자 멀지 않은 곳에서 타오르는 불과 연기가 보였는데 자세히 보니 그 위에는 검은 냄비도 놓여있었다. 아마도 병사들이 그곳에서 무언가를 삶아 먹는 것 같았다.허름한 이 마을에는 주방시설도 제대로 되지 않아 다른 집들도 다 불에 냄비를 올려 쌀을 끓이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생활하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그보다 더 원시적인 것 같았다.냄비도 남들이 쓰다가 버린 것 같은 걸 쓰고 있는 병사들이 안쓰러웠던 온지유는 그들에게로 다가갔다.그러자 온지유를 알아본 병사들이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을 걸어왔다.“상처는 다 나으셨어요?”“네, 괜찮아졌어요.”그에 온지유도 웃으며 말했다.“제 성은 온 이고 이름은 지유에요. 앞으로 온지유라고 불러주세요.”“네, 지유 씨.”“아직 식사 전이시면 같이 드세요.”병사들도 예의를 갖추며

최신 챕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8화

    은서우는 깜짝 놀라며 급히 말했다.“원장님, 제가 알아볼 테니 먼저 가서 쉬세요.”그러나 인명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은 선생님 먼저 쉬세요. 오늘 하루 종일 이동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제가 알아서 할 게요.”은서우는 두 개의 침대가 놓인 객실을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인명진의 배려가 고맙기도 했지만 동시에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죄책감과 두려움이 그녀를 짓눌렀다.그녀는 침대 모서리에 앉아 두 손으로 옷자락을 꽉 쥐었다.머릿속은 온통 뒤엉킨 생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잠시 후 돌아온 인명진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근처 호텔에도 빈방이 없어서 방법이 없네요. 오늘 밤은 그냥 이렇게 지내야 할 것 같아요. 너무 신경 쓰지 말고 그냥 특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은서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원장님.”인명진이 씻으러 들어가자 은서우의 시선은 탁자 위의 주전자에 멈췄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주머니로 가져가 약봉지를 만졌다.심장이 요동치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이보다 더 좋은 기회는 없었다.그녀는 약봉지를 손안에 단단히 움켜쥐었다.너무 세게 힘을 주어 손가락 마디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였다.갈등 속에서 은서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아무렇지 않은 척 주전자 쪽으로 다가갔다.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약을 컵에 넣고 재빨리 물을 부었다.그 후 약이 빠르게 녹도록 조심스럽게 저었다.모든 것을 완성하고 물컵을 원래 자리에 돌려놓는 순간 인명진이 욕실에서 나왔다.그는 느슨한 가운 하나만 걸친 채였다.젖은 머리칼 몇 가닥이 이마에 흩어져 있었고 물방울이 그의 단단한 턱선을 따라 흘러내려 쇄골을 타고 가운 속으로 사라졌다.은서우는 무심코 그 장면을 바라보다가 순간적으로 심장이 멎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오른 그녀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하지만 그녀는 다시 한번 그를 힐끔 쳐다보았다.인명진은 그녀의 반응을 눈치채지 못한 듯 수건으로 머리를 털며 은서우에게 다가왔다.목소리는 방금 샤워를 마친 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7화

    이렇게 드문 해외 교류 기회를 얻는 것은 그녀의 전문 능력을 크게 인정받은 것이며 또한 시야를 넓히고 자신을 성장시킬 절호의 기회였다.하지만 그 인턴은 이 소식을 듣고 다른 속셈을 품게 되었다.그녀는 은서우를 찾아가 몰래 약봉지를 건네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은 선생님, 이번에 원장님과 함께 가시죠? 기회를 봐서 이 약을 물에 타세요. 일이 끝나면 2천만 원 드릴게요.”은서우는 눈을 크게 뜨고 놀란 채로 연신 고개를 저었다.“안 돼요. 이건 불법이에요. 절대 할 수 없어요.”인턴 민지아는 어두워진 얼굴로 싸늘하게 협박했다.“전에 제 돈을 받고 제 부탁 들어주신 거 잊지 마세요. 안 하면 당신이 돈을 받고 원장님의 사진을 몰래 찍은 사실을 폭로해 버릴 거예요. 그러면 당신은 완전히 끝장나는 거죠. 그리고 소씨 가문 사람들이 가만있을 것 같아요?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망쳐버리면 더 난리 칠걸요?”은서우의 얼굴은 핏기 하나 없는 흰 종이처럼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그녀는 자신이 이 자리까지 오기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떠올렸다.‘이 선택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지만 민지아의 요구대로 하면 내 양심은 어떡하지? 원장님의 신뢰는 어떻게 보답하지?’민지아는 그녀가 망설이는 것을 보고 다시 유혹하듯 말했다.“그냥 약을 타기만 하면 돼요. 원장님은 전혀 눈치채지 못할 거예요. 잠들면 사진 몇 장만 찍으세요. 어렵지 않잖아요? 이것만 끝내면 우리 둘은 완전히 정리되는 거예요.”은서우는 피가 배어 나올 정도로 입술을 꽉 깨물었다.고뇌 속에서 결국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민지아는 목적을 달성하자 만족스러운 냉소를 지으며 장난치지 말라는 경고를 남긴 뒤 급히 자리를 떠났다.은서우는 손에 약봉지를 꽉 쥔 채 혼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출발일이 다가왔다.은서우는 무거운 짐을 끌고 인명진과 함께 공항으로 향했다.가는 길 내내 인명진은 그녀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번 교류와 관련된 의학적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6화

    은서우는 인명진의 카카오톡을 추가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동시에 긴장감이 엄습해 왔다.이제 남은 과제는 사진을 찍어 전달하는 것이었다.어느 날 병원 휴게실에서 그녀는 인명진이 혼자 앉아 자료를 보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주변에는 사람도 많지 않았다.은서우는 심호흡하며 용기를 내어 조용히 다가가 그의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그녀는 평소와 다름없이 핸드폰을 만지는 척했다.실제로는 몰래카메라를 켜 자연스럽게 각도를 조정한 뒤 빠르게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다행히도 인명진은 자료에 집중하고 있어 그녀의 행동을 눈치채지 못했다.은서우는 재빨리 사진을 인턴에게 전송했다.인턴은 그 사진을 보고 매우 만족스러워했다.[은 선생님. 잘하셨어요. 이 정도는 되어야죠.]그러나 안도의 순간도 잠시,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인명진이 카카오톡으로 메시지를 보내 학술 교류에 관련하여 질문한 것이다.당황한 은서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때 인턴도 들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한 것인지 은서우에게 카카오톡 아이디를 보내주며 인명진이 그녀를 추가할 수 있도록 지시했다.은서우는 난감했지만 어쩔 수 없이 인턴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그녀는 다시 인명진을 찾아갔다.“원장님, 한 인턴이 이번 수술에 대해 관심이 많더라고요. 학술 연구에서도 독특한 시각을 가지고 있는 친구인데 원장님께서도 얘기 나눠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건 그 친구 연락처입니다.”인명진은 의심스러운 눈길로 은서우를 바라보았지만 별다른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그는 은서우와 학술 논의를 하기 시작했다.은서우는 탄탄한 의학적 지식과 침착한 분석 능력으로 빛을 발했고 인명진은 그런 그녀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다.‘이상한 점도 있긴 하지만 확실히 능력은 있네. 한 번 키워봐도 되겠어.’인명진이 은서우를 보며 말했다.“은 선생님, 전문적인 역량이 기대 이상이군요. 앞으로 더 도전적인 케이스들을 맡겨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연구 프로젝트에도 참여해 보면 어떻겠습니까?”은서우는 깜짝 놀랐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5화

    은서우는 심장이 조여오는 듯했지만 이번에 물러서면 평생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나는 숨길 것도 두려울 것도 없어. 마음대로 해. 진실은 결국 밝혀질 테니까.”소태훈은 은서우가 조금도 흔들리지 않자 분노에 휩싸였다.그는 옆에 있던 테이블을 손으로 밀쳐버렸다.탁자 위의 찻잔과 유리병들이 바닥으로 떨어지며 산산조각이 났다.깨진 유리 조각들이 사방으로 튀었고 날카로운 소리가 온 방 안을 가득 채웠다.“은서우! 넌 내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 없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광기에 휩싸인 그의 행동은 방 안에 있던 다른 가족들의 분노까지 부추겼다.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덩치 크고 험악하게 생긴 중년 남성이 목소리를 높였다.“은서우! 네가 이 집에서 몇 년을 공짜로 먹고살았는데! 이제 와서 발을 뺀다고? 꿈도 꾸지 마.”말을 마친 남자는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거친 손으로 은서우의 옷깃을 움켜잡아 그녀를 번쩍 들어 올렸다.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은서우는 목이 조여와 숨이 막혔지만 여전히 그 남자를 노려보며 외쳤다.“이건 불법 감금이에요! 놔요!”“불법 감금? 이건 가족 간의 일이야! 네가 태연이를 죽였으니 끝까지 책임져야 할 거 아냐.”그 장면을 목격한 인명진은 얼굴을 굳히고 이내 앞으로 나서서 중년 남성의 손목을 움켜잡으며 싸늘한 눈빛으로 노려봤다.“놔. 안 그러면 신고할 거야.”남자는 인명진의 기세에 눌려 주춤했지만 굽히지 않고 외쳤다.“넌 누구야? 뭔데 우리 가족 일에 끼어드는 거지?”인명진은 단호하게 대답했다.“은서우 병원 원장. 내 직원이 이런 식으로 위협받는 걸 두고 볼 수 없어. 사람이 많다고 마음대로 해도 된다고 생각하나? 법 앞에서는 너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명심해.”그제야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눈치챈 소상태가 다가와 사내의 팔을 붙잡았다.“이러다 일이 더 커지겠어요. 일단 놔요.”사내는 마지못해 손을 풀었다.갑작스럽게 자유로워진 은서우는 비틀거리며 몇 걸음 뒤로 물러났다.인명진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4화

    은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내가 그날 가자고 제안한 건 단순한 모임이었어. 그 누구도 그런 사고가 날 거라 예상하지 못했어. 그래도 나는 지난 몇 년간 계속해서 보상하려고 노력했어. 하지만 나도 내 삶이 있어. 더 이상 이 일에 끌려다닐 순 없어.”그 순간 소상태가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더니 손가락을 뻗어 은서우의 이마를 찌를 듯 들이밀었다.“이 배은망덕한 년아! 태연이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이렇게 배신해?”은서우는 고개를 돌려 그의 손길을 피하며 차분하게 말했다.“저도 태연이의 죽음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하지만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죄까지 짊어지고 살 순 없어요. 저도 할 만큼 했어요.”연희진이 흐느끼며 애원했다.“서우야, 한 번만 더 도와주면 안 되겠니? 태훈이 몸이 안 좋아서 치료비가 계속 필요해.”은서우는 자신을 거둬준 양모를 바라보며 심란함을 느꼈다.이전의 기억들이 밀물처럼 밀려 들어왔다.처음 이 집에 들어왔을 때 그녀는 감사한 마음뿐이었다.은서우는 조심스럽게 행동했고 진심으로 인정받는 가족이 되고 싶어 노력했다.하지만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엄마, 마지막이라고 말했잖아요. 제가 지난 몇 년간 드린 돈만으로 부족했나요? 단순한 사고였어요. 저도 태연이한테 그런 일이 발생할 줄 몰랐고 태훈이가 이렇게 될 줄도 몰랐어요.”그 말에 소태훈이 흥분하며 휠체어에서 몸을 기울였다.그의 눈빛에는 증오와 광기가 서려 있었다.“은서우! 그렇게 쉽게 벗어날 생각은 하지 마. 이 모든 게 왜 벌어진 줄 알아? 다 너 때문이야! 네가 내 마음을 받아줬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야!”은서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몸을 떨며 물었다.“뭐라고? 그 사고... 설마 일부러 낸 거야? 단지 내가 네 고백을 거절했다는 이유로?”소태훈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그는 이젠 감추는 것조차 귀찮다는 듯 입꼬리를 비틀며 말했다.“그래! 너만 아니었으면 태연이가 죽을 일도 없었고 내가 장애인이 될 일도 없었겠지. 그러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3화

    “성북 쪽으로 가주세요. 도착하면 제가 길 안내할게요.”인명진은 은서우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내비게이션을 켜고 조용히 성북 방향으로 차를 몰았다.성북은 오래된 주택가가 밀집한 지역이었다.인명진은 한 번도 이곳에 온 적이 없었다.그가 경성에서 주로 활동하는 곳은 병원이었고 그게 아니면 여이현이 있는 지역에 가끔 방문할 뿐이었다.하지만 생활이 안정된 후로는 여이현이 있는 곳으로도 향하지 않았다.은서우가 아니었다면 그는 이곳에 올 일조차 없었을 것이다.마침내 그녀의 안내에 따라 차는 한 단칸방 앞에 도착했다.차를 세운 순간 안에서 격한 소란이 들려왔다.“왜 아직도 그 계집애 편을 들고 있어? 대체 무슨 생각이야! 그 애만 없었어도 우리 태훈이가 이렇게 되진 않았어!”“그 애가 우리한테 준 돈만 해도 충분해. 게다가 태훈이 사고는 그냥 예상치 못한 사고일 뿐이었어. 대체 언제까지 그 아이한테 책임을 떠넘길 거야?”끝없는 다툼.은서우는 이제 이런 광경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져 있었다.더는 아무런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인명진은 남의 사생활에 관여하는 타입이 아니었다.그는 은서우가 안전벨트를 풀고 내리려는 순간 무심하게 말했다.“가족 문제로 일에 지장 주지 마세요. 도저히 해결할 방법이 없으면 그냥 휴가 내세요. 그리고 차비는 안 받아요.”그건 분명 의도적인 언급이었다.인명진은 은서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더는 그녀와 이 문제로 말 섞고 싶지 않다는 신호였다.‘내일 현금을 들고 가서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지. 지금은 그런 것보다 당장 눈앞의 일을 해결하는 게 먼저야.’은서우는 얼른 집안으로 들어섰고 방 안은 깨진 유리 조각, 뒤집힌 가구들과 여기저기 널브러진 물건들로 인해서 엉망진창이었다.그녀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깊이 한숨을 내쉬었다.“여기 이천만 원이에요.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거 기억하세요. 저도 이제 곧 서른이에요.”“곧 서른이라고? 그럼 태연이는 너 때문에 서른이 되기도 전에 죽었다는 거 알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2화

    이천만 원이라는 돈은 가뭄의 단비처럼 절실했다.‘하지만 원장님께서 이 일을 아시면 이 병원에서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수도 있어.’“은 선생님, 1억이라도 원하시는 건 아니죠?”인턴은 어떻게든 인명진과 접촉하려 했지만 방법이 없었다.인명진의 비서와 접촉하는 건 꿈도 꿀 수 없었고 결국 선택한 차선책이 은서우였다.어차피 은서우는 돈을 받으면 부탁을 들어줄 것이었고 그 후 그녀가 병원에서 잘리든 말든 인턴과는 상관없는 일이었다.은서우는 머리가 지끈거렸다.“일단 급한 일부터 처리해야겠어요. 그 부탁은 내일 다시 얘기하면 안 될까요?”“내일이면 원장님 사무실에 가는 날이잖아요? 은 선생님, 그냥 지금 확실히 해두는 게 좋겠어요.”인턴은 끊임없이 떠들어댔고 그때 은서우의 폰이 다시 울렸다.“은서우! 지금 죽어야 할 사람은 너야! 네가 아니었으면 우리 가족이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어!”전화를 받자마자 들려온 것은 분노에 찬 외침이었다.너무나 익숙한 소리에 그녀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고 숨이 막혀왔다.“진정 하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 원하는 것도 바로 가져다드릴게요.”은서우는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눈앞이 핑 돌 정도로 현기증이 몰려왔다.전화를 끊자마자 그녀는 거의 본능적으로 인턴의 손을 꽉 붙잡았다.“이천만 원 준다고 하셨죠? 바로 주면 내일 부탁 처리해 줄게요.”“지금 바로 송금할게요.”인턴은 은서우가 결국 제안을 받아들이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그녀가 핸드폰을 꺼내는 순간 은서우는 그것이 최신형 아이폰이라는 걸 알아챘다.케이스조차 반짝이는 보석으로 장식된 명품이었다.‘그래. 돈 없는 사람이 이런 일에 이천만 원이나 쓸 리 없지.’계좌 번호를 불러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계좌로 이천만 원이 들어왔다.인턴은 신신당부했다.“전 고화질 사진이 필요해요. 그리고 카카오톡도 꼭 추가해 줘야 해요.”“그럼 제가 당신 카카오톡을 로그인해야 하지 않나요? 아니면 어떻게 추가해요?”“좋아요. 로그인하세요. 은서우 씨...”그때 인턴의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1화

    은서우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인명진은 이미 돌아서서 갈 길을 가고 있었다.비록 인명진이 병원의 원장이었지만 은서우는 회의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를 본 적이 거의 없었다.오늘 처음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서 마주하는 것이었다.그는 수술용 멸균복을 입고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고 있었다.얼굴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깊고 차가운 그의 검은 눈동자가 인상적이었다.수술 내내 상황이 아무리 긴박해도 인명진은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고 그의 침착함과 냉정함은 뛰어난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은서우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이제야 왜 병원의 많은 여성 간호사, 인턴, 심지어 여의사들까지도 그에게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은서우는 가볍게 몸을 풀며 수술실을 나왔다.막 자신의 사무실로 돌아왔을 때 한 동료가 그녀를 찾아왔다.가슴에 걸린 명찰을 보고 은서우는 상대가 인턴임을 알았다.은서우는 예의 바르게 물었다.“안녕하세요. 무슨 일이시죠?”“은 선생님, 방금 원장님과 함께 수술을 마치셨죠?”인턴의 질문에 은서우는 약간 의아했다.“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인턴은 자신의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은 선생님, 저 좀 도와주세요. 원장님 카톡 좀 추가해서 저한테 넘겨주시거나 아니면 원장님 사진 몰래 몇 장만 찍어 주세요. 제가 이만큼 드릴게요.”인턴의 눈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 있었다.은서우는 인턴의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제가 원장님 연락처를 넘긴다고 해도 원장님 입장에서는 그냥 낯선 사람일 뿐일 텐데 원장님이 연락 받아줄 것 같아요? 그리고 몰래 사진 찍는 건 불법인 거 모르나요? 고작 그 정도 푼돈으로 저를 이런 큰일에 끌어들이겠다고요? 당신이 미친 걸까요? 아니면 제가 미친 걸까요?”은서우는 거침없이 인턴을 몰아붙였다.인턴이 급히 덧붙였다.“아니에요, 은 선생님. 도와주시기만 하면 백만 원 아니 천만 원도 문제없어요.”‘천만 원에 사진 몇 장과 연락처? 저 인턴 진짜 제정신이 아니네.’은서우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720화

    이명진은 병원에서 만약 어떤 의료 사고라도 발생한다면 이 병원의 명성은 그대로 무너질 것으로 생각했다.그의 말에 한 간호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답했다.“원장님, 병원 내부 번호와 원장님 개인번호 모두 통화 중이셨어요. 원장님 인기가 지금 장난 아닌 걸 모르시는 건 아니시죠?”문 앞에 대기 중인 인턴들로도 모자라 소문 듣고 연락이 오는 환자도 있었고 학생들도 있고 심지어 부잣집 부인들도 어디서 개인번호를 얻었는지 매일 전화를 걸어 이명진의 전화는 항상 통화 중 상태였다.긴급 상황만 아니라면 인명진이 직접 나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인명진은 간호사의 필요 없는 말을 들을 시간도 없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그가 문을 열자 밖에서 있던 인턴들은 모두 어안이 벙벙했다.“진짜 너무 멋있고 젊잖아. 이렇게 젊으신데 원장 선생님이라고?”“너무 잘생겼어. 여자 친구도 없다 그러던데.”“많은 수술도 직접 하신대. 그리고 학술논문도 봐주고 기타 강의도 하신다고 들었어.”“이렇게 훌륭한 사람 품에 안겨있는 느낌은 어떤지 상상도 안 가.”그들은 미친 사람처럼 저마다 한마디씩 주고받고 있었고 심지어 어떤 사람은 인명진에게 달려들어 길을 막고 있었다.“인 원장님, 저랑 사귀시면 이런 병원 몇 개라도 더 해줄 수 있어요. 당신을 경성의 의료센터에서 우두머리로 만들어 드릴게요.”“인 원장님, 저 사람 말 믿지 마세요. 저랑 사귀시면 더 많은 가치가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드릴게요.”“인 원장님, 저랑...”“다들 꺼져!”인명진은 평소에 이 사람들에게 무관심이었지만 지금은 급한 수술이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화를 내며 소리쳤다.한 간호사가 데리고 온 경호원들도 그녀들을 막을 수가 없었지만 항상 따뜻하고 우아하고 부드러운 말만 할 거로 생각했던 인턴들은 인명진의 화내는 소리 한 번에 더 이상 앞으로 다가서지 못했고 자리를 피해 길을 열어 주었다.인명진은 재빨리 수술용 무균복으로 갈아입고 소독한 후 바로 수술실로 들어갔다.수술실 안에서는 피비린내가 진동했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