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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0화

작가: 류한나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5 19:00:00
하지만 남자에겐 살려달라고 빌 기회도 없었다.

남자가 끌려간 후 여이현은 온지유에게 다가갔다.

“방금 같은 상황에 내가 나서서 처리하면 되는데. 왜 네가 나서서 그래?”

여이현은 온지유의 손을 잡다가 이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5년 동안 생이별을 하고 나서 여이현은 온지유를 아주 애지중지 여겼다. 그런데 지금은 임신까지 했으니 여이현의 보호는 더 심해졌고 그녀의 귀에 더러운 욕설조차 들리게 하지 않게 했다.

“화가 나잖아. 더러운 말만 내뱉는데 당연히 때려야지 않겠어?”

감히 여이현을 잡종이라고 했으니 말이다.

여이현은 S 국 대통령 브람의 셋째 아들이었다. 브람도 그를 차기 대통령으로 만들 생각이었다.

만약 그녀와 별이가 아니었더라면 어쩌면 S 국에 남아서 대통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여이현이 이토록 대단한 사람인데 감히 새파랗게 어린놈이 멋대로 지껄이지 않는가.

게다가 여이현은 그녀가 사랑하는 사람일 뿐 아니라 두 아이의 아빠였기에 당연히 화가 났다.

“그래, 때려야 하지. 하지만 다음부터는 직접 나서지 마. 손이 더러워지잖아.”

여이현은 그녀를 부축했다.

“앞으로 이런 일은 나한테 맡겨. 당신은 그냥 지켜보고 있기만 하면 돼. 임신해서 입맛도 없는 데 자꾸 힘 빼면 안 돼. 만약 갑자기 사라지기라도 하면 별이랑 장인어른한테 어떻게 설명하라고 그래.”

법로와 온지유는 지금 아주 사이가 좋았다.

별이도 활발해졌고 자꾸만 두 사람에게 애교를 부리며 달라붙었다.

셋이서... 아니 이젠 넷이 되었으니 앞으로 더 행복할 것이다.

그는 절대 이 행복을 깨지지 않게 노력할 것이다.

온지유는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그 정도까지 아니야. 예전의 나는...”

여이현이 말허리를 잘랐다.

“예전에 어땠다고 말하지 마. 예전은 예전이고 지금은 지금이야. 지금은 내가 네 곁에 있으니까 절대 뜻밖의 사고가 생기게 하지 않을 거야.”

“알았어.”

여이현은 아주 조심스럽게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그런데 그녀가 뭐라 말할 수 있겠는가.

온경준과 정미리가 오후에 그들을 찾아왔다.

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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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은 입꼬리를 올리며 비꼬았다.“그래서요? 그래서 당신들은 나더러 지금 고개를 푹 숙이면서 사과하고 보상금까지 내놓으라는 건가요? 그러지 않으면 모든 책임을 나한테 돌리고 알아서 그 상황을 받아들여라 이건 가요?”여이현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눈은 싸늘했다.그들도 오랫동안 높은 자리에 앉아 있으면서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나보았다.여이현의 태도에도 딱히 놀라거나 당황하지 않았지만 반드시 여이현이 이 일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알고 있다니 다행이군요.”하지만 여이현이 누구인가? 절대 다른 사람에게 고개를 숙일 사람이 아니었다.특히 지위와 권력으로 남을 짓누르는 사람에겐 더더욱.먼저 찾아온 사람들은 그들이었으니 그도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여이현은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에게 연락했다. 그러자 바로 감사팀이 왔다. 그들의 아들과 손자들까지 조사를 하고 나니 샛별이는 원래부터 별이의 인지도를 노리고 데뷔한 것이었다. 이름까지 비슷하게 지으면 연예계에서 별이의 덕을 보고 유명해질 것으로 생각했다.게다가 그들이 투자한 돈도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번 것이 아니었다.제일 중요한 건 새파랗게 어린 남자는 아버지와 삼촌의 명의로 나쁜 짓을 많이 했다.하필이면 여이현에게 걸려 인생이 끝장나게 되었다.여이현은 전화를 끊은 후 강태규를 찾아가려고 했다. 혼자 남을 온지유가 걱정되었지만 마침 온경준과 정미리가 왔으니 편히 다녀올 수 있을 것 같았다.여이현은 두 사람에게 온지유를 부탁했다.“아버님, 어머님. 저 대신 지유를 잘 챙겨주세요. 여기서 며칠 동안 지내셔도 돼요. 전 지금 당장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만 먼저 가봐야 할 것 같아요.”여이현이 거만한 태도로 찾아온 사람들과 싸우는 것을 온경준과 정미리도 보았다.온지유와 여이현은 살면서 평온했던 적은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온경준도 온지유가 앞으로 이런 쓸데없는 일에 휘말리기를 원치 않았다.그래서 온지유에게 말했다.“지유야, 여 서방이랑 한적한 시골에서 지내는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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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132화

    온경준이 계속 말을 이었다.“지유는 지금 결혼해서 가정을 이뤘는데 우리랑 가면 아이들은? 여이현은 분명 지유 혼자 우리를 따라가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라고.”정미리가 대꾸했다.“그게 뭐라고 그래요. 여 서방도 따라오라고 하면 되잖아요.”정미리의 생각은 아주 좋았다. 하지만 그들이 결정한다고 해서 되는 일이 아니었다.“여이현이 허락하는지부터 봐야지.”“하, 당신도 참. 애들은 그냥 결혼했을 뿐이에요. 결혼했다고 우리 지유가 남이 되나요? 지유는 여이현의 소유물이 아니라고요.”정미리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온경준의 말에 반박했다.결혼은 하나의 가정을 꾸리는 것이었으나 온지유는 자유의 몸이었다. 언제든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기에 굳이 일일이 여이현에게 허락받지 않아도 된다.온경준이 말했다.“우리가 이렇게 논쟁을 벌일 때가 아니야. 지유 의견이 중요하지.”“제가 집으로 돌아가면 두 분께 민폐만 끼칠 거예요. 지금은 배 속에 아기도 있어서 입맛도 매일 변하고 있거든요. 그러니 전 그냥 여기 있을게요. 며칠 머물다가 가세요. 제가 집까지 모셔다드릴 테니까요.”“이건 네가 우릴 데려다주느냐 안 데려다주느냐의 문제가 아니란다. 그리고 민폐라니. 가족끼리 그런 말을 하는 건 아니야. 어차피 거리도 멀지 않은데 돌아가는 거야 어렵지 않지.”“그냥 두 분 여기서 한동안 지내시는 게 어때요. 별이가 방학하면 함께 돌아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오늘은 화요일이었다. 별이는 금요일부터 방학할 것이었다.다만 온경준이 조용히 한마디 던졌다.“방학에 함께 돌아가자고? 내가 보기엔 별이는 매일 촬영하느라 시간이 없는 것 같고 너는 시간이 있을 것 같은데.”온경준은 사실 탐탁지 않았다. 그는 별이가 촬영이 아닌 공부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비록 아직은 유치원생이었으나 어릴 때부터 공부에 재미를 들여야 한다고 생각했다.온지유는 순간 난감해졌다.“아빠, 전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에요. 전... 전 그냥 아빠랑 엄마가 여기서 조금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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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난 주방으로 가서 뭘 좀 만들어 보마. 네가 좋아하는 거로.”정미리는 온경준을 당기며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기 생각을 말했다.“난 지유를 어떻게든 데리고 갈 생각이에요. 여 서방은 당신이 알아서 설득해줘요.”“당신 정말...”온경준은 정미리를 말려보려고 했으나 확고한 눈빛에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이 완성되었고 전부 온지유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자리에 앉자 정미리는 음식을 집어주었다. 그녀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자 정미리는 인내심 있게 말했다.“임신 초기엔 다 그래.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전부 말해. 입덧 때문이라면서 자꾸 밥 거르면 안 되니까.”온지유는 임신이 처음이 아니었지만 처음과 달랐다. 입덧이 심해도 너무 심해 정미리가 만들어준 음식을 보아도 자꾸 속이 울렁거렸다.정미리는 매운탕을 담아 그녀에게 건넸다.“입덧이 심할수록 더 먹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토할 때도 덜 괴로워.”온경준도 옆에서 그녀를 걱정해 주었다. 온지유는 두 사람을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아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먹었다.정미리는 바로 더 떠주었다. 온지유가 국물을 꿀꺽 삼킨 것을 보고 나서야 웃으며 말했다.“먹을 수 있는 음식이 있다니 다행이구나. 먹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렴. 내가 전부 떠줄 테니까.”두 사람이 와서 분위기가 달려져서 그런지 모르겠으나 국물 한입 먹고 나니 정말로 입맛이 생기는 것 같았다.고개를 끄덕인 후 정미리에게 돼지갈비찜을 집어달라고 했다.그녀는 봉인 해체라도 된 것처럼 먹었다. 너무 많이 먹으면 아기에게도 좋지 않았지만 그녀는 계속 먹고 싶었다.어느새 해가 저물고 온지유가 잠자리에 들려고 할 때 여이현이 돌아왔다.바깥에서 들리는 자동차 소리에 온지유는 일어나 창가로 갔다. 창밖을 내려다보자마자 여이현과 눈이 마주쳤고 바로 미소를 지었다.여이현도 그녀를 향해 미소를 짓더니 손에 든 간식을 들어 보였다.“내 거야?”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온지유는 웃음이 나왔다.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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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134화

    여이현은 온지유를 소파에 앉힌 후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졌대. 아주 만족하고 있대. 다음도 기대할 거래.”말을 마친 그는 바로 욕실로 들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소리가 들려왔다.온지유는 왜 그런 것인지 모르겠으나 미소가 지어졌다.다음 날 아침, 정미리는 특별히 일찍 일어나 여이현을 기다렸다.여이현이 방에서 내려오자 바로 다가갔다.“여 서방, 내가 할 말이 있네.”여이현은 고개를 끄덕인 후 그녀와 함께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이세요?”“난 지유랑 같이 집으로 돌아가 한동안 살고 싶네. 어제도 사실 지유한테 말했는데 망설여지는 모양이야. 자네가 좀 지유를 설득해주게.”정미리의 말에 여이현은 다소 난감해졌다. 회사에 발을 뗄 수 없는 상황에서 온지유를 데려가도 된다고 허락하기는 어려웠다.그는 온지유와 떨어져 지내고 싶지 않았다.두 사람은 이미 충분히 떨어져 지냈었다. 그랬기에 여이현은 지금 당장이라도 어떻게든 떨어져 지낸 5년 동안의 시간을 보상해주고 싶어 했고 1분 1초라도 그녀의 곁에 꼭 붙어 있고 싶었다.정미리의 기대 가득한 눈빛에 그는 한참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두 분이 여기서 지내시는 게...”“자네는 평소에도 회사 일로 바쁘지 않은가. 또 남자니까 지유를 제대로 보살펴 주기는 힘들겠지. 하지만 나는 달라. 난 시간이 아주 많아서 지유 곁에 24시간 붙어 있을 수 있어.”정미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놀란 여이현은 얼른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뭘, 뭘 하시려고요.”“지유는 비록 내 배 아파 낳은 아이가 아니지만 가슴으로 낳은 아이이네. 친딸보다 더 친딸 같은 아이지. 자네가 허락하지 않는다면 허락해줄 때까지 무릎 꿇고 있겠네.”“아니에요. 허락할게요. 허락할 거예요. 다만 폐를 끼치게 될까 봐 조금 걱정했을 뿐이에요.”여이현은 그녀를 부축하며 소파에 앉혔다.“이렇게 하죠. 제가 사람을 불러 필요한 물건들을 전부 준비하라고 할게요. 필요한 것이 있으면 바로 말씀하세요. 바로 준비할 수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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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135화

    저녁을 먹은 후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세 사람의 분위기는 아주 화기애애했다.온지유는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미루고 있었다. 정미리가 화난 척해서야 그녀는 방으로 들어갔다.화장실로 간 그녀는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숙여 보았다. 피가 어느새 흥건히 나 있었다.“엄마! 엄마! 얼른 와주세요!”깜짝 놀란 온지유는 당황해버렸고 무의식적으로 정미리를 찾았다.정미리는 그녀의 목소리에 바로 달려왔다. 바닥에 어느새 피가 뚝뚝 떨어졌다.온지유에게 옷을 입으라고 한 뒤 정미리는 그녀를 침대로 부축했고 다시 방 문을 열고 온경준을 불렀다.피를 보게 된 두 사람은 더는 시간을 지체할 것도 없이 바로 온지유를 병원으로 데리고 갔다.검사를 받고 나니 유산의 징조가 보인다는 결과를 듣게 되었고 입원이 필요하다고 했다.정미리는 너무도 속상했다. 자책하면서 여이현에게 사과했다.사실 이건 정미리의 탓이 아니었다. 여하간에 온지유도 나이를 먹었기에 몸 상태는 예전 같지 않았고 언제든 유산을 일으킬 수 있었다. 고작 시골로 내려왔다고 해서 유산의 징조를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여이현은 이 점을 알고 있었기에 자책할 필요 없다면서 정미리를 달랬다.정미리는 뭐라 말하고 싶었으나 온경준이 온지유가 쉬어야 한다고 말하는 덕에 결국 걱정 가득한 얼굴로 병실에서 나갔다.온지유는 벽을 멍하니 보았다. 순간 두려움이 밀려왔다.만약, 아주 만약에 유산하기라도 한다면 정말로 아주 괴로울 것 같다.여이현은 그런 그녀의 두 손을 잡으며 달래주었다.“괜찮아. 의사 선생님도 이젠 괜찮다고 하셨잖아. 우린 열심히 건강 챙기면서 안정기까지 무사히 버티면 돼.”“미안해. 내가 우리 아기를 잘 돌보지 못해서 그런 거야.”온지유는 자책하고 있었다. 어느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여이현은 그를 품에 끌어안고 이마에 뽀뽀해주었다.“네 탓 아니야. 이런 일이 일어날 거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해. 그러니 누구의 탓도 아니야. 착하지, 울지 마. 우리 아기는 아주 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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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비록 안내대 뒤에 있는 방은 뭐 하는 방인지 알지 못했으나 남녀가 유별한데 한 방에 둘만 있다는 건 이상했다. 게다가 방금 간호사의 행동으로 그는 더 들어가기 싫었다.“그냥 가져다주세요. 나오기 불편하신 거라면 이따가 다시 가지러 올게요.”걸음을 옮기려던 때 상대가 말했다.“여이현 씨, 혹시 제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그러시는 거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여긴 CCTV가 있거든요. 아무 짓도 못 해요.”그렇게 말하자 여이현은 더는 걸음을 옮기지 않았다. 다만 그는 그저 문 앞에 우뚝 서 있을 뿐이다.간호사는 그를 보자마자 바로 달려와 붙었다. 지금의 간호사는 유니폼을 입고 있지 않았다. 그저 짧은 치마를 입고 있었고 여이현이 고개를 숙이면 그녀의 몸매가 다 보일 정도의 상의를 입고 있었다.여이현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앞만 보며 말했다.“간호사님, 약은 어디에 있죠?”“여이현 씨, 제가 방금 약 가지러 들어갔다가 허리를 삐끗해서요. 좀 눌러주시면 안 될까요?”말을 하면서 간호사는 여이현의 손을 잡더니 자신의 허리에 올려두었다.여이현은 빠르게 손을 빼낸 후 그녀의 손을 쳐냈다. 그리고 싸늘한 눈빛으로 그녀를 보았다.“계속 이러시면 병원에 항의할 겁니다.”“안 돼요. 전 그냥 여이현 씨에게 반해서 그런 거예요. 제가 싫으신 거라면 거부하시면 되는 거잖아요.”간호사는 발을 동동 굴리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알겠어요. 들어오세요. 약은 저 안에 상자에 있으니까 알아서 가져가세요.”여이현은 원래 그녀를 무시하고 가버리고 싶었으나 온지유가 먹어야 하는 약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들어갔다.방으로 들어가자 간호사의 말대로 테이블 위에 상자가 있었고 안에는 작은 약병이 있었다.“한 번에 전부 먹어야 해요. 점심때가 되면 또 가지러 오세요. 참, 반드시 식후 30분이 지난 후에 먹어야 해요.”간호사는 말하면서 일부러 머리를 자꾸 쓸어넘겼다. 여이현은 얼른 방에서 나왔다.그 방에 1초라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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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이현은 간호사가 입을 열기도 전에 원장을 불러와 확고하게 말했다. 해고하라고.간호사는 그 말을 듣자마자 여이현의 다리를 붙잡으며 애원했다.“여이현 씨, 정말로 죄송해요. 제가 다 잘못했어요. 제발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저희 부모님이 어렵게 인맥을 동원해서 이 병원에 취직시켜준 거란 말이에요. 전 부모님을 실망하게 해 드릴 순 없어요.”“부모님을 실망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걸 알면 그러지 말았어야죠.”온지유는 물러서지 않았다.“병원장님, 이분을 해고하지 않으면 전 계속 책임을 물을 겁니다. 그때가 되면 병원의 이미지에도 영향이 가겠죠. 전 미리 말했습니다.”병원장은 여이현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고 있었기에 바로 간호사를 해고했다.간호사는 끌려가면서도 반항을 했고 우는 소리가 병원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였다.병원장은 두 사람을 향해 사과한 뒤 다른 간호사를 배정해 주었다.여이현은 아주 만족했다. 병원장을 돌려보내면서 병원 리모델링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그러자 병원장은 기뻐 어쩔 줄 몰라 하면서 연신 감사 인사를 했다.온지유는 약을 먹은 후 잠을 잤다. 인기척이 느껴졌지만 여이현인 줄 알고 가만히 있었다.그런데 상대는 아주 조심스럽게 문을 닫고 있었기에 그녀는 바로 경계하며 보았다.“그쪽이었어요?”온지유는 눈을 뜨자마자 자신의 침대까지 다가온 이민영을 보았다. 그녀는 조금 전 해고당한 간호사였고 침을 든 채 섬뜩한 눈빛으로 그녀를 내려다보았다.“뭐 하는 거죠?”온지유는 베개를 꽉 잡으며 상대를 보았다.그러자 이민영은 픽 웃었다.“뭘 할 것 같아요? 병원에서도 잘렸는데 당연히 복수하러 와야죠.”말을 하면서 그녀는 온지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온지유는 베개로 막아버리곤 얼른 침대에서 내려와 문 쪽으로 달렸다.이민영은 행동이 빨랐다. 침을 다시 들고 달려가자 온지유는 바로 그녀의 손목을 잡아 힘껏 벽으로 쾅 내리쳤다.침이 떨어지고 이민영은 이를 빠득 갈며 소리를 질렀다.“죽여버릴 거야!”행여나 배 속의 아기에게 문제가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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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병이 박살 나며 바닥이 깨진 조각들로 가득 찼다.여자는 눈앞의 상황에 깜짝 놀라 화들짝 일어섰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배진호를 쳐다보는 그녀의 심장은 놀라서 요동쳤다."당신 지금 뭐 하는 거야?""비키라고 했잖아."배진호는 마침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의 눈빛엔 감정이 전혀 없었다. 욕망은커녕 오히려 혐오감만 가득 차 있었다.그 순간, 여자는 철저히 무너지는 기분을 느꼈다.‘내가 그렇게 형편없나?’제 발로 찾아온 여자도 거부할 뿐만 아니라 맥주병까지 깨버리다니."알았어. 가면 되잖아. 설마 내가 당신 아니면 안 될 줄 알아?"그녀도 자존심에 화가 났다.체면을 세우고 싶었던 그녀는 독설을 날렸다."당신 같은 사람 나 말고 누가 좋아한다고 그래? 사람들한테 방해받기 싫으면 여기엔 왜 온 건데?"클럽은 남녀가 자유롭게 어울리는 곳 아닌가?자기가 순진한 남자라도 되는 줄 아는가?배진호는 그녀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주변이 조용해진 뒤, 그는 다시 자리에 앉아 조용히 술잔을 들었다.만약 권다솔이 여기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꿈일 뿐이라는 것을.그가 술잔을 집으려 고개를 숙인 순간, 남태건이 그의 옆을 지나 안쪽 자리로 향했다.권다솔이 그곳에 앉아 있었다.그녀는 자신이 쫓아낸 남자들이 몇 명인지 셀 수도 없었다. 몇몇은 버티며 소란을 피우려 했지만 그녀의 손에 든 맥주병은 그들을 봐주지 않았다.머리를 맞을 뻔한 남자들은 당연히 더 이상 그녀를 귀찮게 하지 못했다.하지만 그들 역시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틈틈이 이쪽을 힐끔거리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그때 남태건이 다가왔다.그는 권다솔의 손에 있던 술병을 순식간에 낚아챘다.“다솔아,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밤늦게 집에 안 들어가고 왜 여기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어?”“이건 내 일이에요. 당신이랑은 아무 상관 없어요.”권다솔은 그의 말을 듣고도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권다솔은 방금 뺏긴 술병 대신 새로운 술병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3화

    클럽에는 예쁜 여자들이 많았지만 권다솔 같은 분위기의 사람은 얼마 보이지 않았다.권다솔이 들어서자마자 한 남자가 술잔을 들고 와서 말을 걸었다.“저희 이미 자리 잡았는데 오실래요? 스페이드 에이스도 깠어요. 마시러 와요.”“저 사람 따라가실 거면 그만두고 이쪽으로 오세요. 전 이 클럽 회원이에요. 마시고 싶은 술이 있으면 아무거나 불러요.”하지만 권다솔은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그들을 밀어냈다.“비켜주세요.”권다솔은 곧장 카운터로 걸어가서 테이블 석과 맥주를 한 박스 주문했다.그녀는 혼자서 자리에 앉아 기계식으로 맥주를 열고 입안으로 털어 넣었다. 곧 테이블 위에는 빈 맥주병들이 줄을 지었다.알콜로 정신을 마비시키고 싶었지만 이렇게 많은 술을 마셔도 머리는 점점 맑아지기만 했다.머릿속에는 심지어 배진호의 모습이 그려지기까지 했다.같이 일을 하던 장면들, 행복한 연애를 하던 장면들, 많은 조각들이 모여져 무릎을 꿇고 프러포즈를 하는 배진호의 모습으로 변했다.한때 그녀는 자신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인 것 같았다. 크면서 한 번도 억울함을 겪은 적 없었고 일도 순조로웠다. 배진호라는 사랑하는 남자도 만났고 말이다.하지만 지금은 그저 광대가 돼버린듯한 기분이었다.“웨이터.”권다솔은 빈 술병을 한쪽에 치워두고 휘청거리며 일어섰다.“소주 몇 병 추가해 주세요.”맥주로는 아무리 마셔도 도저히 취하지 않았다.소주라도 더 마셔야 할 것 같았다.취하고 나면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더 이상 슬프지도 않을 것이다.머지않은 곳 다른 테이블 석에서 배진호도 한잔 또 한잔 술을 입안에 들이붓고 있었다.잘 생기고 분위기 있는 그의 모습에 고급스러운 옷차림, 게다가 주변에는 다른 여자도 없었다.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바에 있는 여자들의 이목을 끌었다.곧 노출이 심한 복장을 항 여자 한 명이 그의 곁에 와서 앉으며 배진호의 허리를 두 손으로 감쌌다.“오빠, 혼자 왔어? 혼자 마셔도 재미없는데 나랑 게임 할까? 진 사람이 옷 하나씩 벗기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2화

    설마 특수한 취향이라도 있어서 다른 사람의 욕을 듣는 걸 좋아하기라도 하는 건가?“진호 오빠...”석규리는 배진호가 떠나는 모습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그녀는 따라가지 않고 자리에서 묵묵히 일어나기만 했다.배진호가 보여준 혐오는 거짓이 아니었다. 석규리도 바보는 아니니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정미진이 약속한 물건은 너무나도 달콤했다.둘이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갖기만 하면 집안의 모든 것은 아이의 것이 되고 회사도 수중에 들어올 수 있다.여이현도 배진호를 가족처럼 대해주니 그 인맥을 이용해 배진호의 회사는 앞으로도 승승장구할 테다. 지금 이 대우만 참아내기만 하면 그녀를 기다리는 건 호화로운 부잣집 며느리 생활이었다.남편이 잘 대해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시부모의 사랑을 받고 있으니 무서울 게 없었다. 아이의 얼굴을 봐서라도 배진호는 독하게 굴지 않을 것이다. 배진호는 좋은 남자였다. 그를 따내기만 하면 그 뒤에는 달콤한 미래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석규리는 치밀하게 계산을 하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포기할 수는 더더욱 없었다....권다솔 쪽.그녀는 단걸음에 자신의 방으로 달려와 방문을 잠갔다. 창밖의 풍경을 보며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그녀는 자신에게 한번, 또 한 번 배진호 따위를 위해 눈물을 흘려서는 안된다고 되새김했지만 감정이라는 건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똑똑똑.”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지가 따라온 것일 테다.권다솔은 마음을 가다듬고 문을 열었다. 하지만 문밖에는 아버지가 아닌 남태건이 서 있었다.“다솔아, 괜찮아? 나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진호 씨와 여자분이 하도 너무 심한 말을 하길래. 입 밖에 오빠, 오빠라며 얼마나 시끄럽게 구는지. 아버지의 성격도 잘 알잖아. 그렇게 너를 사랑하시는데 얼마나 화가 나셨겠어.”남태건은 한숨을 내쉬었다.“네가 많이 속상할거라는건 잘 알고 있어. 뭔가 있으면 나한테 말해. 말하고 나면 좋아질 거야.”“졸려요. 전 그냥 빨리 자고 싶어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1화

    “다솔 씨, 우리 꼭 이런 결말로 끝을 보아야겠어요?”배진호는 차갑게 식은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그의 마음도 덩달아 식어가기 시작했다.이 순간 배진호는 과거의 추억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권다솔이 그를 바라보던 눈빛에는 사랑이 가득했었다. 그녀의 시선은 마치 정오의 햇빛처럼 따뜻했다.지금은 모든 것이 바뀌어버렸다.권다솔은 그를 비웃으며 말했다.“여기까지 온건 다 당신 탓이 아닌가요? 진호 씨, 선택은 당신이 했으면서 이제 와서 후회를 하는건 재미가 없어요. 성인인데 자신이 한 결정에는 책임을 져야지 않겠어요?”그가 어머니의 말을 듣기로 하고 석규리와 함께 이 자리에 나타난 순간부터 둘 사이에는 일말의 가능성도 남지 않았다.권다솔은 이 모든 것을 용서해 줄 수 있을 만큼 대인배가 아니었다. 남편이 밖에서 여동생을 만들어 오는 것도, 시어머니가 시시각각 남편에게 바람 상대를 소개해 주는 것도 참을 수 없다.그래도 좋다는 사람이 그와 함께 살면 된다. 어쨌든 권다솔은 사서 고생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다솔 씨, 제가 선택한 사람은 당신이에요. 인터넷 여론도 사람을 시켜서 해결하도록 했어요. 어머니 쪽도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 우리 좋았던 때로 다시 돌아가면 안 돼요?”배진호는 끊임없이 그녀를 설득하려 했다.권다솔은 손을 뻗어 옆의 나무에서 나뭇가지를 꺾어 왔다.그리고 그 나뭇가지를 배진호의 손에 쥐여주었다.“이 가지를 다시 이어 붙일 수 있어요? 안 되겠죠. 엎지른 물은 다시 주어 담을 수 없어요. 저희 사이는 완전히 끝났으니까 이만 애인을 데리고 돌아가세요.”권다솔은 이미 이 모든 것에 질려버렸다.사랑이며 혼인이며 결국은 다 헛된 것뿐이다. 다시는 남자와 엮이고 싶지 않다고 진심으로 생각했다.배진호는 그래도 권다솔을 쫓아가고 싶었으나 석규리가 그의 팔을 잡아끌며 온몸의 힘으로 멈춰 세웠다.“진호 오빠, 제발 가지 말아요. 오빠가 이렇게까지 맞았는데 또 모욕을 받게 내버려둘 수 없어요!”그러나 배진호는 힘껏 그녀의 팔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60화

    “비켜, 방해하지 말고! 석규리 너 내 손에 죽고 싶은 거야?”배진호는 두 눈을 붉히며 말했다.그는 권용민과 대화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그런데 어째서 상관없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그의 앞에 나타나서 방해를 해오는 걸까.“진호 씨, 절 죽이고 싶다면 그대로 목을 졸라 죽이세요. 전 상관없어요.”석규리는 턱을 들고 가녀린 목을 배진호 앞에 드러냈다.한 가닥의 투명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 내려왔다.그녀는 배진호가 아무리 화가 나도 여성에게 손을 대는 사람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모두가 보고 있는 곳에서 그녀는 목 졸라 죽일 리도 없다고 믿고 있었다.모든 일에는 리스크가 따르는 법이다. 이번 일로 정말 그의 노여움을 사게 된다 하더라도 권다솔의 집안의 마음을 완전히 돌려버릴 수 있다면 그걸로 만족이었다.권용민은 두 사람이 일부러 연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여겼다.이곳은 그의 집이다. 드라마 촬영현장이 아니다.차오르는 화를 못 이겨 권용민은 다시 한번 배진호를 향해 발길을 날렸다.“양심의 가책은 무슨!”“아저씨, 때리려면 저를 때리세요! 진호 오빠를 때리지 말아 주세요!”석규리는 급히 배진호의 앞을 막아섰다.권다솔은 메시지를 받고 달려 온 순간 이 광경을 보게 되었다.석규리는 배진호의 앞에 막아선 것도 모자라 권용민을 손으로 밀어내기까지 했다.아버지가 비틀거리는 것을 본 권다솔은 재빨리 달려가서 그를 부축하려 했다.하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초인이 아닌 이상 그렇게 빨리 도착할수 없었다. 그저 눈앞에서 아버지가 넘어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곁에 남태건이 있었기에 권용민은 바닥에 넘어지지 않았다.권다솔은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그는 남태건의 손에서 아버지의 손을 전해받고 그에게 감사 인사를 했다.배진호를 보는 권다솔의 눈에는 실망이 가득했다.“가세요. 전 이제 당신 얼굴 보고 싶지 않아요.”“당신 아버지라는 사람이 진호 오빠를 때려서 이 지경으로 만들었는데 그러고 돌아갈 생각이에요?”석규리는 쉽게 돌아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9화

    “당연히 아니에요. 우리 사이에는 아무 관계도 없어요.”배진호는 급히 해명했다.하지만 석규리의 눈에서는 눈물이 더 쏟아졌다. 그녀는 먼저 배진호를 한번 바라보고 억울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마치 큰 결심을 한 것처럼 말했다.“저는 진호 씨를 단순히 오빠로만 생각해요. 우리 둘은 남매처럼 지내는 사이입니다. 그러니 제발 저희 관계를 오해하지 말아 주세요. 그리고 그런 말씀도 하지 말아 주셨으면 해요.”이 말은 권용민의 분노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그는 멍청하지 않았다. 석규리의 표정만 보아도 이 두 사람 사이가 결코 평범하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그런데 무슨 남매 같은 사이라니.“오빠 동생은 무슨. 이혼도 했겠다 집에 가서 실컷 마음껏 해 봐라. 왜 여기서 연극을 하면서 날 역겹게 만드냐!”권용민은 분노에 차서 배진호의 옷깃을 놓고 손을 털어냈다.그는 자신의 딸이 이런 남자에게 소중한 시간을 낭비한 것이 너무나도 안타까웠다.“아니에요! 우리 사이엔 정말 아무 일도 없었어요. 진호 오빠, 빨리 말 좀 해 봐요! 오빠가 형수님이랑 이혼한 건 저 때문이 아니잖아요!”석규리는 서둘러 배진호의 옆으로 다가섰다.그녀는 손을 뻗어 배진호의 손을 잡으려 하며 연약한 척 그의 쪽으로 기댔다.남태건은 이 장면을 놓치지 않고 재빨리 사진을 찍어 권다솔에게 보내고 메시지를 덧붙였다.배진호는 석규리를 거칠게 밀어내며 혐오감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했다.“꺼져!”그는 어머니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이유로 석규리를 양녀로 받아들이는 것을 묵인했지만 그것이 자신과 석규리의 관계를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석규리가 계속해서 배진호의 앞에 나타나 관심을 끌려는 행동에 그는 진절머리가 났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서도 말이다.석규리는 남태건과 비등할 정도로 성가셨다. 둘이야말로 천생연분이니 그와 권다솔 사이를 방해하지 말고 같이 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배진호는 생각했다.권용민은 배진호의 태도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의 눈에서 보이는 혐오는 거짓으로 보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8화

    딸이 결혼 생활 동안 겪은 고통은 얼마나 컸을까!게다가 인터넷에 퍼진 여론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이 아무 이유 없이 권다솔을 욕하고 악독한 말들로 그녀를 공격했다.이 모든 것을 떠올린 권용민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결국 그는 더는 참지 못하고 분노에 찬 주먹을 휘둘렀다.배진호의 몸에 주먹이 연달아 날아들었다.“아버님, 남태건은 비열한 사람입니다. 남태건의 말을 믿으시면 안 됩니다. 저는 다솔 씨를 때린 적도 없고, 욕하거나 모함하려 한 적도 없어요.”배진호는 권용민에게 손을 대고 싶지 않아 반격하지 않고 계속 몸을 피하며 말했다.하지만 권용민은 이미 분노에 휩싸여 있어 어떤 말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그는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을 믿으며 말했다.“콩 심은 데서 콩 난다는데 당신 어머니도 좋은 사람이 아니었잖아. 매일 우리 딸을 괴롭힐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당신이라고 뭐가 다르겠어?”배진호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굳어 있었다.그 역시 남자로서 권용민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만약 상처받은 사람이 자신의 딸이었다면 자신도 다른 사람의 해명을 듣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그는 권다솔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지만 어머니가 그녀를 깊이 아프게 한 건 사실이었다.그리고 혈연관계는 쉽게 끊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그가 어머니와 다르다는 걸 아무리 말해도 사람들이 그의 말을 믿어 줄까?“이렇게 찾아와서 변명하는 건 무슨 뜻인데? 다솔이 부모님에게 미움받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 초라하고 보잘것없는 회사에 피해 갈까 봐 말이지.”남태건은 이 틈을 이용해 발길질을 더 했다.남태건의 발길은 거칠었다. 특히 한 번은 배진호의 허리를 강하게 찼다. 배진호가 권다솔과 부부였다는 사실, 그들이 모든 친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사실이 남태건의 분노를 극도로 자극했다.권다솔은 그의 것이다. 영원히!“네가 우리 딸을 진심으로 대하고 처음에 나와 한 약속을 지켰다면 우리도 널 도와줬을 거다. 내가 소중한 딸을 고생하게 놔두겠냐? 그런데 약속은커녕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7화

    밖으로 가는 도중 남태건은 권용민을 진정시키는 척 불 난 집에 부채질을 하는 말만 계속했다.문 앞에 도착한 그들은 마침 배진호와 마주쳤다.“무슨 담으로 여기에 온 거냐! 딸을 그렇게 해코지해놓고 지금 와서 또 무슨 짓을 벌이려고?”권용민은 소매를 걷고 주먹을 꽉 쥐었다.쭉 신사적인 태도로 살아왔던 그는 말로 처리할 수 있는 일에는 절대 손을 올리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의 그는 딸을 위해 배진호의 얼굴에 한 방 날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아버님, 죄송합니다. 제가 다솔 씨를 지키지 못한 탓입니다. 제가...”배진호는 진심으로 사과를 했다.하지만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태건이 그의 말을 끊었다.그는 진실이 밝혀질까 봐 불안해 급히 배진호를 쫓아내려 했다.“두 분은 이미 이혼하셨지 않나요. 지금 이곳에 있을 자격은 없다고 봅니다만. 당장 여기서 떠나세요, 될수록 멀리요. 이미 다솔이를 죽을 만큼 괴롭게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부모님들도 편치 않게 만들 작정인가요!”“태건 씨, 사람을 모함하는 데에도 정도가 있습니다!”배진호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둘은 외나무다리에서 만난 원수처럼 누구도 물러서지 않으려 했다.남태건은 인품에 문제가 있었다. 그가 한 짓들은 비겁하다는 단어 외에 묘사할 방법이 없었다.하지만 남태건은 그런 짓들을 벌이고도 부끄러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는 비웃음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진호 씨는 이미 내기에서 졌어요. 당장 다솔이 곁에서 떨어져서 다시는 접근하지 마세요. 뒤에서 꼼수를 부릴 생각은 꿈도 꾸지 말고요.”배진호는 인터넷의 여론을 떠올렸다.다시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권용민의 모습을 보고 그는 이해를 할 수 없었다.권용민은 분명 이 모든 것이 배진호가 벌인 짓이라고 오해하고 있는 게 분명하다.하지만 배진호가 권다솔을 해칠 리가 있는가?“아버님, 인터넷의 그...”“퍽!”남태건은 급한 마음에 결국 배진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그는 배진호에게 진실을 말하지 않게 하려는 생각뿐이었다

  • 이혼 후, 아빠가 되었습니다   제1356화

    비서가 그에게 모든 일을 설명하고 나서야 배진호는 진실을 알게 되었다.배진호는 자신이 어떤 모욕을 들어도 상관없었으나 권다솔이 상처를 받지는 않았는지가 걱정이었다.“다솔 씨는 제게 미안할 일은 전혀 한 적이 없어요. 이런 말들을 들어야 할 사람이 아닙니다. 대체 누가 이런 짓을 한 거죠?”설령 권다솔이 정말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 하더라도 그 남자가 좋은 사람이면 가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배진호가 권다솔에게 험한 말을 할 리가 없었다.권다솔은 좋은 여성이었다. 둘이 헤어지게 된 건 다 배진호가 잘해주지 못해 그녀에게 상처를 줬기 때문이다.“잘 모르겠어요. 누군가가 동영상을 업로드 한것이 지금 곳곳에 퍼져 나가고 있어요. 실시간 검색어에도 올라가서 권다솔 씨 집에서 반격을 하고 있습니다.”비서는 자신이 알고 있는 것들을 모두 전해주었다.배진호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바로 사람을 시켜서 해명하도록 하세요. 함부로 루머를 퍼뜨리고 있는 계정에는 고소장을 보내고요. 앞으로 또 근거 없는 말들을 하면 법적 책임을 묻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치고 그는 밖으로 걸음을 돌렸다.배진호는 당장 권다솔을 만나 그녀의 상태를 확인하고 싶었다.비서는 바로 해명 글을 올리러 갔다.하지만 밀접히 인터넷 여론의 동향을 파악하고 있는 남태건이 이 일을 쉽사리 해명하게 놔둘 리가 없었다.배진호가 해명 문장을 올린다면 그 문장들 사이에서 트집을 잡아내 또 네티즌들을 자극 시키면 된다.동시에 권용민과 김영은에게 배진호가 한 ‘악행’들을 전해주기도 했다.“다솔이는 너무 순진했던 겁니다. 부모님이 어릴 때부터 곱게 키우셔서 사회의 어두운 면을 잘 몰랐던 거죠. 그래서 배진호의 본성을 알아 채지 못한 겁니다. 배진호라는 사람도 정말 지독하죠. 아무리 그래도 부부였던 사이인데 남은 정도 없는 걸까요.”“우리 딸에게 욕받이를 시키지 않으면 분이 풀리지 않는다는 건가!”권용민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그는 힘껏 상을 내리쳤다. 눈에는 분노가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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