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을 바꾼 그들은 이제 막 식사를 하고 있었고 순간 연미혜의 휴대전화가 두 번이나 울렸다.차예련이 그녀에게 보낸 메시지였다.연미혜는 무심코 클릭했고 내용을 확인해 보니 차예련이 사진 두 장을 보냈다.사진 속 인물은 다름 아닌 경민준과 임지유였다.그녀는 입술을 다물고 사진을 자세히 보지도 않고 휴대전화를 거두었다.그러자 차예련의 전화가 걸려 왔다.연미혜는 잠시 멈칫했지만 그래도 일어나서 밖으로 나갔다.“차예련.”“내가 방금 보낸 사진 두 장 봤어?!”연미혜는 한 장만 보았고, 나머지 한 장은 볼 생각이 없었다.하지
연미혜는 다솜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하지만 그녀가 달려가자마자 임지유가 가지고 있는 향기가 다시 한번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그녀는 책가방을 꺼내 소파에 내려놓고는 침대로 달려가려는 딸을 뒤로 끌어당기며 물었다.“아직 샤워 안 했어?”“씻었는데요.”목욕했는데도 여전히 몸에서 임지유의 냄새가 났다는 것은 임지유가 경민준과 함께 살았거나, 아니면 조금 전까지 경민준과 임지유가 함께 있었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다솜과 함께 아파트에 들어 오지 않았을 뿐.연미혜는 무심하게 말했다.“더러워진 것 같으니
다음날.아침 식사를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 경다솜은 경민중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녀가 돌아온 것을 본 경다솜은 고개를 들어 외쳤다.“엄마!”“응.”연미혜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컴퓨터를 켰다.전화기 반대편에서 경민준이 물었다.“오늘 일정은 뭐지?”경다솜은 침대에 엎드려 행복하게 말했다.“영화를 보고 싶어요, 점심에 엄마랑 같이 영화관에 갈 거예요!”연미혜는 어제 정리한 재료를 살펴보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잠시 후 경다솜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와 말했다.“엄마, 아빠가 엄마한테 휴대전화를 주라고 했어요.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본 후 오락실 앞을 지나던 경다솜은 오랫동안 엄마와 게임을 안 한 것이 생각이 나 다시 그녀를 오락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쇼핑, 식사, 영화 감상,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기는 경다솜에게 매우 드물게 활동하였다.하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연미혜와 함께 외출한 적이 없었고 이 모두 매우 이례적인 활동이었지만 즐겁게 지냈다.연미혜와 염용석은 저녁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오락실에서 나온 연미혜는 약속 장소에 가기 전에 경다솜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경다솜은 연미혜 곁을 떠나기 싫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
밤낮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연미혜는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 김태훈에게 보냈다.김태훈은 연미혜가 보낸 재료를 읽고 흥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맞아, 이거야. 훌륭해, 훌륭해, 훌륭해!”연미혜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먼저 낮잠을 자고 나중에 얘기할게요.”“그래.”연미혜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잠을 잤다.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방의 카펫 위에서 스도쿠 게임을 하는 경다솜을 보았다.엄마가 깨어난 것을 본 경다솜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엄마 깨어났어요?”“응.”“목마르세요? 물
경다솜이 연미혜에게 전화하자마자, 경민준이 보낸 픽업차가 곧바로 도착했다.결국 경다솜은 연미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차에 올라타 떠났다.방에 도착하자 경다솜은 경민준과 임지유의 품에 뛰어들며 외쳤다.“아빠, 지유 이모! 다솜이 왔어요!”경민준은 임지유가 백팩을 옆으로 치우는 것을 도와주는 동안 웃으며 머리를 문질렀다.룸에 들어서자, 하승태와 정범규, 그리고 손아림 모두 함께 있었다.경다솜이 경민준과 임지유를 보고 반가워하자, 정범규가 웃으며 말했다.“민준아, 내가 너희들보고 다솜을 데리고 해외여행 하라고 했잖
식사 도중 정범규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임지유를 향해 말을 건넸다.“참, 요즘 넥스 그룹에서 인재 충원 중이라던데... 혹시 다시 한번 지원해 볼 생각은 없어?”며칠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 머물렀던 임지유는 그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고,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부터 꽤 솔깃했다.넥스 그룹의 기술력은 확실했기에, 다시 지원해서 합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커리어에 훨씬 더 유리했다.‘하지만 ’임지유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정범규는 짐작하고 있었다.‘지유가 망설이는 건 연미혜 때문이겠지.’정범규는 그런 임지유의 속내를 들
퇴근 후, 연미혜와 김태훈이 유명욱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 그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이어가던 유명욱은 두 사람이 들어서는 걸 보고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이번 연구 내용은 꽤 인상 깊었어. 너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몇 있어. 이번 기회에 소개해 줄게.”연미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번 연구는 국가 연구 과제로 정식 채택되었고, 이후의 행정적 절차나 관련 사항도 그 자리에서 간단히 조율되었다. 두 사람은 유명욱에게 남은 질문들을 이어가며 늦게까지 머
노현숙의 생일이 끝난 뒤, 도원시 상류층 사회는 그야말로 술렁였다.경민준이 이미 결혼한 적이 있는 데다가 여섯 살짜리 딸까지 있다는 사실이 퍼졌다. 그동안 임지유를 짝사랑하던 재벌가 자제들은 충격과 함께 안타까움에 휩싸였다.임지유가 경민준과 연인 사이라는 건 대부분이 알고 있었지만 ‘결혼 이력’과 ‘자녀 존재’까지는 처음 알려졌기 때문이었다.다음 날 아침, 여러 남성들이 세인티로 몰려들었다. 그들은 임지유를 붙잡고 이쯤에서 그만두라며 설득하려 들었다.결국 장건식 등 측근들이 나서 겨우 임지유를 그 상황에서 벗어나게 도왔다.
정범규가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연미혜의 과거를 아예 모르고 있는 거 아니야?”하승태는 그 말에 잠시 생각에 잠겼다.예전엔 많은 사람들이 연미혜와 김태훈이 사귀는 줄 알았지만,그녀가 유명욱 교수의 제자라는 걸 알고 난 후 그는 두 사람의 관계를 유심히 지켜본 적이 있었다.그리고 그들 사이엔 남녀 간의 감정 따윈 없었다고 확신했다.이미연이 그런 말을 했던 건 정말로 김태훈과 이어지길 바랐던 건지, 아니면 단순히 체면을 지키려는 소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연미혜라면 설령 한 번 결혼했고 아이가 있다 해도, 누구와
김태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경다솜은 다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삼촌 목소리도...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아요.”그 순간 김태훈의 눈가가 살짝 떨렸다.설 연휴쯤, 연미혜와 스피커폰으로 몇 시간씩 업무를 논의하던 일이 떠올랐다.그때 경다솜이 바로 옆에서 레고를 조립하고 있었다.‘다솜이가 내 목소리를 기억 못할 리 없지.’하지만 그는 그저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그랬구나?”경다솜은 고개를 끄덕였다.“네.”“삼촌 목소리가 좀 흔한가 보네?”그 말을 듣고 있던 경민준은 가만히 코끝을 만지작거리며 웃음을 흘렸다.
노현숙의 생신날이 밝았다.경다솜은 아침이 되자마자 아빠에게 부탁해서 미리 준비해 둔 선물을 품에 안고 내려왔다.그리고 식탁에 도착하자마자 조심스레 선물을 건넸다.“증조할머니, 생신 축하드려요.”노현숙은 눈가에 잔잔한 주름이 잡히도록 웃으며 그녀를 끌어안았다.“우리 다솜이가 선물을 다 준비했어? 고맙다...”곧이어 경민준도 선물 상자를 건네며 말했다.“이건 저랑 미혜가 함께 준비한 겁니다. 생신 축하드립니다.”노현숙은 잠시 그를 찬찬히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때 김영수가 큰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어르신,
그날, 연미혜는 고씨 가문 저택에 머물며 고창완과 함께 차를 마시고 바둑을 두며 오후를 보냈다.경다솜은 하루 종일 연미혜 곁에 붙어 있었고, 밤에도 함께 연씨 가문으로 돌아가고 싶어 했다.연미혜는 오후 늦게 잠시 자리를 비우고 경민준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늘 밤 다솜이 데리러 와줘.]답장은 없었다.연미혜는 그냥 못 봤겠거니 생각했다.그런데 저녁 식사가 끝난 직후, 경민준 본인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경다솜을 데리러 온 차량은 정확히 시간을 맞춰 고씨 가문 저택 앞에 도착했다.경다솜이 차에 오르고 나서야 연미혜도 자신의 차를
넥스 그룹 사무실.연미혜는 여전히 자리에 앉아 데이터를 정리하던 중이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고 그녀는 전화를 받았다.“하 대표님, 무슨 일이세요?”하승태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 말투가 한결 부드러워졌다.“수연이가 요즘 미혜 씨를 못 본 지 좀 됐다더라고요. 이번 주말 시간 괜찮아요? 잠깐 산책이라도 같이할래요?”연미혜는 화면 속 데이터 모델링 파일을 힐끔 보며 말했다.“이번 주는 일정이 꽉 차 있어요. 다음 주면 괜찮을 것 같아요.”그녀의 대답에 하승태는 눈을 살짝 떨구며 대답했다.“그래요
경민준과 염성민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연미혜는 알지 못했다.김태훈과 함께 식사를 마친 그녀는 곧장 회사로 돌아가, 남은 업무를 이어갔다.수요일 오후, 고창완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이번 주말에 우리 집에 들르지 않을래? 다솜이도 올 거야.”연미혜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네.”금요일 오후.회의 중이던 연미혜의 휴대전화가 잠깐 진동했다. 잠시 머뭇거리다 화면을 보려던 순간 전화는 이미 끊겨 있었다.회의 중이라 신경 쓰지 않았지만 발신자는 등록되지 않은 번호였다.전화를 건 사람은 강혜원이었다. 수요일부터 하원
말을 마친 연미혜는 더는 경민준을 상대하지 않았고 그저 돌아서 차로 향했다.경민준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붙잡으려는 듯 한 걸음 앞으로 나섰지만, 바로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화면을 내려다본 그는 발걸음을 멈추었고 연미혜가 차에 타는 모습을 조용히 바라보며 전화를 받았다.그 모습을 보고 있던 김태훈은 경민준이 또다시 연미혜에게 무슨 말을 꺼낼까 잠시 긴장하다가, 그가 스스로 물러서는 것을 확인하고는 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말없이 연미혜가 탄 차량 반대편으로 돌아 올라탔다.차 안.조수석에 앉은 김
임지유는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임혜민에게 말했다.“승태가 전화 받기 어려운 상황인 것 같아요. 좀 있다가 다시 걸어볼게요.”시간이 흐르고 삼십 분쯤 지났을 무렵 임지유는 다시 하승태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러자 이번엔 전화가 연결되었다.“통화 괜찮아?”임지유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응. 괜찮아.”하승태는 짧게 대답했다.사실 그는 임지유가 처음 전화를 걸었을 때부터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그때는 일부러 받지 않았다.“무슨 일이야?”하승태가 묻자, 임지유는 가볍게 웃으며 강혜원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지금 하원 그룹에서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