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민준이 말했다.“난 괜찮아. 다녀와.”이내 하승태가 대답했다.“알았어.”그러고 나서 다가가 연미혜와 마주 보았다.“김 대표님, 미혜 씨.”그를 발견한 순간 김태훈의 얼굴에 미소가 점차 사라졌다.“하 대표님, 안녕하세요.”연미혜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안녕하세요.”이때, 염성민이 다가왔다.다만 하승태와 달리 오로지 김태훈과 인사를 나눴다.“안녕하세요.”김태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오셨어요? 미안해요. 방금 너무 바빠서 인사가 늦었네요.”염성민은 지난번에 만났을 때보다 그의 태도가 훨씬 더 시큰둥하
표정이 살짝 변한 하승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연미혜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연미혜를 바라보는 하승태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한 김태훈은 점점 더 흥미가 생긴 듯 몸을 굽혀 오버스러운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아름다운 연미혜 씨, 저와 춤 한 번 추지 않을래요?”김태훈이 적극적으로 요청하자 춤을 출 줄 아는 연미혜가 웃으며 말했다.“영광입니다.”연미혜의 대답에 김태훈이 그녀의 손을 잡고 댄스장으로 들어갔다.하승태도 앞에 있는 여자에게 젠틀하게 손을 내밀었다.연회장에 들어가는 연미혜와 김태훈은 저도 모르게 경민준과 임지유를
“미혜요?”지현승이 멈추었다.“네.”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지현승은 입 밖에 내지 않았다.옆에 있던 염성민, 정범규, 하승태, 그리고 임지유와 경민준까지 모두 연미혜의 움직임을 눈치챘다.무도장에서 파트너를 바꾸는 것은 정상적인 일이다.하지만 연미혜와 지현승은... 외모만 봐도 너무 잘 어울렸다.염성민이 눈살을 찌푸렸다.하승태가 잠시 움직임을 멈추자 그의 파트너가 하승태를 바라보았다.“하승태 씨?”하승태는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죄송합니다.”“괜찮아요.”무도장에서 파트너를 바꾸는 것은
정신을 차린 연미혜는 바로 경민준을 밀어내려 했다.“긴장 풀어.”경민준은 연미혜가 이런 반응을 보일 것을 예상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한 말투로 그녀의 허리를 잡은 손에 힘을 더 줬다.“왜 이래!”소란을 피워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고 싶지 않은 연미혜는 결국 경민준의 품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지도 않았다.아무 이유 없이 굳이 입방아에 오를 필요가 있겠는가.경민준이 아마도 할 말이 있기에 파트너를 바꾼 것으로 추측한 연미혜는 더 이상 거부하지 않고 냉담하게 말했다.“하고 싶은 말이 뭔데?”
연미혜는 순간 멈칫했다.지현승은 연미혜가 그에게 별다른 감정이 없다는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기에 다시 춤을 신청했다.지현승은 조금 전의 일을 사과하고 좋은 인맥으로 이어나가기 위해 진심 어린 마음으로 연미혜를 향해 춤을 추자고 요청했다. 그러자 연미혜도 그의 체면을 살려주기 위해 손을 내밀었다.이미 댄스장을 나온 하승태는 연미혜와 지현승이 다시 춤을 추는 것을 보고는 눈빛이 어두워졌다.지현승이 다시 연미혜에게 춤을 신청한 것을 본 임지유는 조금 놀랐다.두 사람을 발견한 경민준도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로운 미소를 지었지만
먹고 싶은 과자를 발견한 김태훈은 먹으러 가는 길에 누군가가 불러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었다.한편 지현승은 임지유와 인사를 나눈 후 하승태와 정범규에게도 인사를 했다.“하 대표님, 정 대표님.”하승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이때 경민준도 전화를 마치고 돌아왔다.방금 지현승과 연미혜가 꽤 오랫동안 춤을 췄다는 것이 생각난 정범규는 머쓱한 듯 코를 만지며 살짝 기침을 했다.연미혜는 아직 경민준의 아내인데...하승태도 눈빛이 살짝 변했다.하지만 경민준은 이 일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는 듯 지현승을 보고 먼저 인사를 했다.
이 말을 들은 임지유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연미혜를 바라보며 한마디 했다.“그렇다면... 제안서의 문제점을 얘기하면 우리가 수정할게.”임지유가 아마도 일부러 본인을 괴롭힌다고 생각한다는 것을 안 연미혜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임지유 씨, 제안서의 문제점을 찾는 것은 임지유 씨의 일이야. 스스로 문제점을 찾지 못해 우리에게 묻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해? 우리가 반드시 그쪽 회사와 협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야. 이런 질문 자체가 우리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게 무엇인지 모른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야. 이러면 그쪽에서 우리 회사의 요구를
임지유에 대한 말을 마친 후 연미혜가 물었다.“경문 그룹은 어때?”이 말을 들은 김태훈은 코를 만지며 말했다.“알다시피 경민준 본인이 우리 업계 기술을 잘 알잖아.”돈이 많은 경문 그룹은 업계에서 많은 기술자들 선망의 대상이었다.게다가 경민준 본인도 기술을 잘 알고 있었기에 제안서가 나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이것이 아마도 경민준이 이제야 여유롭게 협력을 요청한 중요한 이유일 것이다.이 말에 연미혜는 별로 놀라는 기색없이 한마디 했다.“결정을 내릴 때는 객관적으로만 생각해.”훌륭한
염성민은 오늘 있었던 일을 지현승에게 간단히 전했다.곧 지현승에게서 답장이 도착했다.[아버지랑 할아버지는 미혜 씨하고 미혜 씨 외할머님에 대해 인상이 꽤 좋으셨어. 아마 그래서일 거야.]지현승의 말대로라면 지철호가 연미혜를 신경 쓰는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는 얘기였지만 염성민은 여전히 뭔가 석연치 않았다.‘아무리 좋은 첫인상이었다 해도, 겨우 한두 번 본 사이에 그 정도로 각별할 수 있을까?’속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현승에게 더 따져 묻는 건 의미 없었다.날씨 예보에 따르면 오늘 오후부터 비가 내릴 거라고 했
간담회가 끝난 뒤, 정부 측에서 참석한 기업 대표들에게 준비한 오찬 자리가 이어졌다.연미혜는 조용히 짐을 챙겨 일어났고, 경민준은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곧 뒤따라 나왔다.회의실을 나서던 중, 염성민은 회의에 함께 참석했던 지철호를 발견하고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지씨 가문과 염씨 가문은 원래부터 교류가 있는 편이었고, 염성민과 지철호 역시 자주 마주치는 사이였다.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던 연미혜는 잠시 주춤했지만 곧 겸손한 자세로 다가가 지철호에게 고개를 숙였다.“장관님, 안녕하세요.”지철호는 눈가에 미소를
퇴근 후, 연미혜와 김태훈이 유명욱의 자택에 도착했을 때, 그는 통화를 하고 있었다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이어가던 유명욱은 두 사람이 들어서는 걸 보고 전화를 끊고, 자리에 앉으며 말했다.“이번 연구 내용은 꽤 인상 깊었어. 너를 한 번 만나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몇 있어. 이번 기회에 소개해 줄게.”연미혜는 고개를 끄덕이며 공손히 대답했다.“알겠습니다.”이번 연구는 국가 연구 과제로 정식 채택되었고, 이후의 행정적 절차나 관련 사항도 그 자리에서 간단히 조율되었다. 두 사람은 유명욱에게 남은 질문들을 이어가며 늦게까지 머
식사 도중 정범규가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임지유를 향해 말을 건넸다.“참, 요즘 넥스 그룹에서 인재 충원 중이라던데... 혹시 다시 한번 지원해 볼 생각은 없어?”며칠 전까지만 해도 해외에 머물렀던 임지유는 그 소식은 이미 알고 있었고,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부터 꽤 솔깃했다.넥스 그룹의 기술력은 확실했기에, 다시 지원해서 합격할 수 있다면 앞으로의 커리어에 훨씬 더 유리했다.‘하지만 ’임지유가 선뜻 나서지 못하는 이유를 정범규는 짐작하고 있었다.‘지유가 망설이는 건 연미혜 때문이겠지.’정범규는 그런 임지유의 속내를 들
경다솜이 연미혜에게 전화하자마자, 경민준이 보낸 픽업차가 곧바로 도착했다.결국 경다솜은 연미혜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차에 올라타 떠났다.방에 도착하자 경다솜은 경민준과 임지유의 품에 뛰어들며 외쳤다.“아빠, 지유 이모! 다솜이 왔어요!”경민준은 임지유가 백팩을 옆으로 치우는 것을 도와주는 동안 웃으며 머리를 문질렀다.룸에 들어서자, 하승태와 정범규, 그리고 손아림 모두 함께 있었다.경다솜이 경민준과 임지유를 보고 반가워하자, 정범규가 웃으며 말했다.“민준아, 내가 너희들보고 다솜을 데리고 해외여행 하라고 했잖
밤낮으로 바쁜 시간을 보낸 연미혜는 아침 식사를 하러 내려가기 전에 정리해야 할 내용을 정리해 김태훈에게 보냈다.김태훈은 연미혜가 보낸 재료를 읽고 흥분한 목소리로 답했다.“맞아, 이거야. 훌륭해, 훌륭해, 훌륭해!”연미혜는 이마를 문지르며 말했다.“먼저 낮잠을 자고 나중에 얘기할게요.”“그래.”연미혜는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잠을 잤다.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녀는 방의 카펫 위에서 스도쿠 게임을 하는 경다솜을 보았다.엄마가 깨어난 것을 본 경다솜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엄마 깨어났어요?”“응.”“목마르세요? 물
저녁을 먹고 영화를 본 후 오락실 앞을 지나던 경다솜은 오랫동안 엄마와 게임을 안 한 것이 생각이 나 다시 그녀를 오락실 안으로 끌고 들어갔다.쇼핑, 식사, 영화 감상,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기는 경다솜에게 매우 드물게 활동하였다.하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연미혜와 함께 외출한 적이 없었고 이 모두 매우 이례적인 활동이었지만 즐겁게 지냈다.연미혜와 염용석은 저녁에 함께 저녁 식사를 하기로 했다.오락실에서 나온 연미혜는 약속 장소에 가기 전에 경다솜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경다솜은 연미혜 곁을 떠나기 싫어 그녀의 손을 잡아당기
다음날.아침 식사를 마치고 위층으로 올라갔을 때 경다솜은 경민중과 영상 통화를 하고 있었다.그녀가 돌아온 것을 본 경다솜은 고개를 들어 외쳤다.“엄마!”“응.”연미혜는 간단하게 대답하고 컴퓨터를 켰다.전화기 반대편에서 경민준이 물었다.“오늘 일정은 뭐지?”경다솜은 침대에 엎드려 행복하게 말했다.“영화를 보고 싶어요, 점심에 엄마랑 같이 영화관에 갈 거예요!”연미혜는 어제 정리한 재료를 살펴보는 데 몰두하고 있었다.잠시 후 경다솜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가와 말했다.“엄마, 아빠가 엄마한테 휴대전화를 주라고 했어요.
연미혜는 다솜이 넘어지지 않도록 손을 뻗어 안아주었다.하지만 그녀가 달려가자마자 임지유가 가지고 있는 향기가 다시 한번 그녀의 코끝을 스쳤다.그녀는 책가방을 꺼내 소파에 내려놓고는 침대로 달려가려는 딸을 뒤로 끌어당기며 물었다.“아직 샤워 안 했어?”“씻었는데요.”목욕했는데도 여전히 몸에서 임지유의 냄새가 났다는 것은 임지유가 경민준과 함께 살았거나, 아니면 조금 전까지 경민준과 임지유가 함께 있었다는 뜻일 수밖에 없었다.그들은 다솜과 함께 아파트에 들어 오지 않았을 뿐.연미혜는 무심하게 말했다.“더러워진 것 같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