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간을 찌푸린 소은정이 물었다.“전 대표님도 술집에 드나드시는 걸 즐기실 줄은 상상도 못했네요.”전동하가 눈썹을 실룩거리며 말했다.“소은정 씨의 인상 속에 저는 고독을 즐기는 사람으로 보이나요?”“교향곡이 어울리시는 것 같네요.”전동하:“제가 고독 노인 같으세요?”전동하의 말에 소은정은 입술을 깨물었다.“너무 비굴하게 들리네요.”전동하:“......”두 사람은 마주 보며 웃기 시작했다.십 분 뒤, 소은정의 집에 도착했다.한유라가 소은정의 집에 전화를 한 것 같았다. 소은해가 대문 앞에서 덜덜 떨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전동하의 차가 집사가 열어준 대문을 유유히 지나치고 있었다.소은해가 기침을 하며 조수석에 앉은 소은정의 차문을 열어 주었다.“이렇게 늦게 다니면서 술도 마셨어?”소은해를 가뿐하게 무시한 소은정은 전동하를 보며 물었다.“전 대표님 같이 들어가요, 마이크 아직 잠들 시간 아니에요.”그녀를 구해준 전동하를 집 앞까지 모셔놓고 돌려보내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이다.전동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낮은 목소리로 소은정의 뒤를 따랐다.“그럼, 실례하겠습니다.”거실에서 티브이를 보는 소찬식은 한 팔에는 소호랑을 다른 한 팔에는 마이크를, 그모습이 너무 자연스러워 보였다.아들 마이크가 소은정 집에 너무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다.소호랑의 잠옷을 입고 전동하를 발견한 마이크가 그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아빠, 안녕...”전동하:“......”소찬식 회장도 전동하를 발견하고 소파에서 일어나 인자한 미소를 띠었다.“전 대표, 은정이를 데려다줘서 고맙네. 앉게나...”전동하가 점잖은 말투로 소찬식의 안부를 물었다.“별말씀을요, 가는 길에 들렀을 뿐입니다.”자신의 아들을 본 그는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렸다.“며칠 동안 폐를 끼쳤습니다. 애가 까불거리지 않았나요?”전동하의 말을 들은 소찬식은 연신 손사래를 쳤다.“아닐세, 마이크는 내가 본 아이들 중 제일 얌전하고 말도 잘 듣는 아이야!”소찬식이 전동하의 앞에서
소찬식이 곁에서 아이를 달랬다.“안가 안가. 올라가서 자야지 아가야…”귀엽게 투덜거리던 마이크가 그제서 얌전히 전동하한테 안겼다. 아이는 전동하한테 기댄 채 계단을 가리키며 말했다.“방에 가서 잘 거야!”“……”전동하는 할 말을 잃었다.이렇게까지 티 나는 수작을 부린다 이거지?소은정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마이크의 투정을 지켜보았다. 집안의 모든 사람들 행여 마이크의 잠을 방해할까 두려워 아무런 말도 못 하고 있었다.아무도 지금 마이크가 훌륭한 연기를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전동하는 할 수 없이 아이를 안은 채 소은해가 가리키는 방향대로 계단을 올랐다.방안, 소은해는 그가 익숙하게 마이크의 이불을 정돈해 주는 모습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아버지의 사랑은 산 과도 같다더니…”전동하가 멈칫거렸다. 그는 소은해가 나가는 것을 확인한 후 마이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놈 자식이!”마이크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옆으로 돌아누웠다.전동하가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소 씨 집안 세 사람이 하하 호호 웃으며 떠들고 있었다.소은정이 뭐라고 말을 꺼내자 화가 난 소천식이 곧바로 옆에 놓인 쿠션을 소은해한테 집어던졌다.소은해가 서러워하며 투덜거렸다.“전동하 씨가 마이크한테 주는 아버지 사랑은 산처럼 커다랗기만 하던데, 우리 집 아버지의 사랑은 도미노 인가 봐, 다 무너졌어!”화가 난 소찬식은 당장이라도 그를 때릴 기세였다.“내가 몇 년간 아끼고 아껴온 보옥을 망가뜨려놓고 뭐? 산처럼 큰 아버지의 사랑을 바래? 너 이 자식 오늘 내 손에 죽었어!”전동하가 헛기침을 하며 내려오자 소찬식이 그제야 겨우 화를 억누르며 그를 맞이했다.“회장님께서 마이크를 잘 돌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시간도 늦었으니 저는 이만 돌아가겠습니다. 다음에 다시 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참, 별말씀을요. 우리 집안에는 저런 아이가 부족했어요. 이렇게 자식들이 많은데 변변찮은 녀석 하나 없답니다. 아이는 저희가 잘 돌보고 있을 테
밥을 먹은 후 마이크까지 보고 난 전동하는 뭔가 더 할 말이 남아 있는 듯해 보였다.“은정 씨, 저 회사에 일이 터져서 당분간 해외에 있을 거예요. 새해가 지나고 나서야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으니 당분간 마이크를 잘 부탁드려요.”소은정이 미간을 찌푸렸다.“마이크를 돌보는 건 큰일이 아니지만… 갑자기 무슨 일이 터진 게예요?”연말에 많은 사건사고가 터지는 것이 다반사이긴 했다. 하지만 전동하 정도의 위치에 있는 사람까지 나서서 특별히 급하게 처리해야 할 일은 흔한 일이 아니었다.전동하가 웃으며 말했다.“해외에서 진행되고 있던 프로젝트에 작은 문제가 생겨서요. 협력상 측에서 계약을 파기하려고 해서 제가 직접 가서 확인하려고요.”그의 해명에 소은정은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걱정 말고 가보세요. 마이크는 저희 집에서 잘 돌보고 있을 테니까. 보고 싶으면 언제든지 영상통화할 수 있게 해줄게요.”전동하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는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이는듯했지만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프로젝트가 어디에서부터 어긋났는지 그는 대충 짐작하고 있었다.그 남자는 정말이지 온갖 수단을 다 쓰고 있었다.그는 소은정의 이익과 관련된 항목에는 절대 손을 대지 않더니 결국 그 마수를 외국에 뻗친 것이다.박수혁은 정말로 소은정을 아끼며 그 누가 감히 건드릴 수 없게 지키고 있었다.전동하는 여전히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의 미소에는 아무런 꿍꿍이도 느껴지지 않았고 예전처럼 온화하기만 했다.소은정 역시 더 깊이 생각하지 않고 그와 헤어진 후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얼굴에 팩을 붙인 후 느긋하게 소호랑을 안고 베란다에 누워 주식을 살펴보고 있었다.그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전화를 확인하기 귀찮았던 소은정은 소호랑의 엉덩이를 툭 툭치며 말했다.“누가 전화 왔는지 확인해 봐.”소호랑의 인공지능시스템이 발동되었다.“한유라 이모한테서 전화 왔어요……”소은정은 미간을 찌푸렸다.“연결해.”소호랑이 통화를 연결했다.한유라가 말했다
오한진은 그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침착하게 설명했다.“소 대표님만 보게 설정을 해놓았다가는 그쪽에서 대표님을 차단해 버리면 끝이잖아요?그게… 좀 쪽팔리긴 해도 소 대표님의 마음을 얻으시려면 좀 참으시죠!”박수혁은 짜증이 났다. 속으로 계속해서 이것은 소은정을 위한 일이라는 것을 되뇌었다.1분… 2분….기다리다가 인내심은 바닥이 나고 말았다.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소은정이 전화를 걸어 오지 않는다면 단톡방을 없애 버리고 오한진은 잘라버릴 생각이었다.오한진은 자꾸 등 뒤가 서늘해지고 발밑이 차가워진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리에 힘이 다 풀릴 무렵 드디어 박수혁의 휴대폰이 울렸다.오한진은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덜덜 떨리는 손으로 박수혁이 비싼 휴대폰을 건네주었다.“소 대표님이 말할 때 절대로 너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마세요. 절대 먼저 단톡방 없애지도 마시고요.”박수혁은 입술을 핥고는 끽소리도 안 하고 담담히 전화를 받았다.심장은 마구 두근대고 있었다.“여보세요?”오한진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감탄해서 박수혁을 바라보았다.역시나 대표님은 대표님이셔. 언제라도 저 자신만만한 기세는 꺾이지 않나 봐.아무래도 저 카리스마는 버리기 힘들겠지!“박수혁,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단톡방에서 발광을 하고 싶으면 혼자서 하던지, 왜 남가지 끌어들이고 난리야?내 이름을 다 안 써넣었다고 내가 아니라는 개소리는 하지도 마. 한 자만 써넣어도 그게 난지는 온 세상이 다 알아! 당장 그 단톡방 폭파하지 못해?”소은정의 말투는 사뭇 차갑고 강렬했다. 딱 들어도 얼마나 화가 났는지 알 수 있었다. 위신이 걸려 있고 흠집 잡힐 것을 신경 쓰지만 않았다면 있는 대로 큰 소리로 ‘야 이 개**야!’라고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었다.박수혁의 얼굴이 어두워지더니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핸드폰을 있는 대로 꽉 잡고 있는 것이 다 보였다.겉으로는 침착한 척하고 있지만 손가락에서는 힘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긴장을 하고 있었다.소은정의 말을 듣는 박수혁의
이런 회의에 전동하야말로 빠져서는 안 되는 사람이었다.회의실에 난방기구를 한껏 틀어 놓았는데도 이상하게 한기가 느껴졌다.임춘식이 웃었다.“전 대표님은 지금 해외에 계셔서 회의는 참석 못 하신다고 끝나면 회의록을 보내달라고 했습니다.”소은정은 인상을 찌푸렸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자기 자리를 찾아 앉아서 자료를 읽었다.박수혁은 최대한 소은정에게 시선을 주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었다.그러나 소은정은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처럼 무시하기 어려웠다. 힐끔힐끔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다.소은정이 전동하를 언급 하자 박수혁은 저도 모르게 냉소가 흘러나왔다.‘그 자식은 지금 해외에서 프로젝트를 구해보려고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있을걸.쌤통이지! 소은정 주변에서 얼쩡거리는 거 꼴 보기 싫었거든.’임춘식이 보고를 하는 동안 박수혁의 싸늘한 태도는 스트레스를 더해주었다.임춘식은 두 사람이 전혀 교류가 없는 것을 보고 심장이 발딱거렸다. 회의를 할 때마다 완전히 무슨 심리전이 벌어지는 것만 같았다.간신히 회의를 끝내고 해산했다.임춘식이 헛기침을 했다.“연말이 되어도 이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중단되지 않을 겁니다. 이제 심리검사원이 연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그러니 설을 지나서는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까 하며 어떨까 싶은데요?”소은정이 말했다.“아직 시험도 안 해봤고 검증도 안 됐는데 이렇게 단기간에 시장에 내놓아 버리면 문제가 생겼을 때 금방 매장되고 말 겁니다.”박수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으로 암묵적으로 소은정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의사를 표시했다.임춘식이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이미 어느 정도 결과가 나왔습니다. 경찰에서 통용되는 거짓말 탐지기는 최저 수준의 심리 검사설비입니다. 우리가 개발한 측정기는 그것보다 수백 배는 고급이라고요!”소은정은 담담하게 말을 받았다.“뭐가 그렇게 급하죠? 설 지나서 얘기하면 되잖아요?”지금 꼭 그렇게 일거리를 만들어야 하나?임춘식은 초조한 듯 이마를 문질렀다
임춘식은 흥미진진하게 바라보았다. 심리측정 연구의 최대 성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정신질환 치료 케이스와 프로세스를 수집한 것이다. 측정한 데이터를 근거로 사용하여 마음 깊은 곳이 파동과 생각을 탐측해 환자의 자아 치유 과정을 가이드 해준다.치료 과정에 다른 사람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이 일반 심리상담과 차별되는 점이었다. 인간과 기계의 평등한 대화를 통해 솔직하게 대할 수 있다.심리상담사로 등장한 인공지능은 충분한 데이터를 구축하여 환자가 완전히 인공지능 시스템을 신뢰하게 하고 맞춤형 치료를 제공한다.환자가 과거에 정의로운 사람이었든 죄를 지은 사람이든, 배신할 일도 없고, 개인 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없다. 이 점이 환자에게 큰 매력으로 소구되는 것이다.이 프로젝트의 성과가 세상에 알려지면 분명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될 것이다.소은정은 이 프로젝트에 관심이 많아서 직접 해보고 싶었다.경험 있는 정신과 의사가 누군가의 심리를 컨트롤할 수 있다면 과연 기계는 어떨지 궁금했다.임춘식은 박수혁과 소은정을 보며 웃었다.“들어가시죠.”박수혁은 군대에 있을 때 혹독한 심리전 훈련을 받았기 때문에 쉽게 주변 사람이나 환경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기계가 자신의 사생활을 들여다보는데 별생각이 없었다.그냥 거절을 할까 하다가 소은정이 일어나는 모습을 보았다.얼른 나오려던 말을 삼키고 옷을 정리하며 일어나 따라갔다.실험실에 도착했다. 바람 한 점 들어오지 않는 공간이었다. 어두운 회색 벽은 특수 재질로 만들어진 듯했다.소은정과 박수혁은 입구에 섰다. 두 사람은 그렇게 가까이 서서도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임춘식도 영 부자연스러운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수혁이 소은정과 접촉할 그 숱한 기회를 다 포기하다니….안에서 하얀 겉옷을 입은 사람이 나왔다. 둘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준비되었습니다.”임춘식이 손을 뻗었다.“이쪽으로 가시죠.”둘이 같이 들어간다고?그러나 소은정은 별 생각하지 않고 그냥 들어갔다. 가서 보니 안에
박수혁이 여기에 와 있으니 소은정은 어쩐지 박수혁이 미스터리하게 느껴졌다.시스템은 잠시 아무 반응이 없었다. 이런 요구를 받을지 예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10초도 되지 않아 입구로 누군가가 들어왔다.임춘식이었다.웃을랑 말랑한 얼굴로 바라보았다.“규정에 따르면 그런 일은 안 됩니다. 하지만 소 대표님이라면 예외로 해드릴 수 있죠.”소은정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두 사람 중 하나만 시험해 보면 되지 않겠는가?소은정은 진짜로 실험실의 쥐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임춘식이 손가락을 딱 소리 나게 부딪히자 시스템이 자동으로 움직였다. 그들의 앞쪽 벽이 서서히 투명해졌다.소은정은 담담히 박수혁을 보더니 입꼬리를 올리고 웃었다.“이 벽은 가격이 어마어마하겠네요?”임춘식이 씩 웃더니 소리를 낮추었다.“세계 최상의 재료입니다. 안전 문제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소은정은 벽 안쪽의 남자가 매의 눈으로 주변을 둘러보는 모습을 바라보았다.박수혁이 있는 곳이 밝아졌다. 고급 주택이었다. 보고 있던 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다음 순간 남자의 시선은 갑자기 이쪽을 향하더니 벽을 바라보았다.소은정은 흠칫 놀라서 무의식적으로 주먹을 쥐었다.‘내가 보이나?’임춘식이 안심시켰다.“걱정하지 마십시오. 이쪽을 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는 말도 안 들리고요.”소은정은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러나 바로 임춘식을 바라보더니 쌀쌀맞은 눈빛을 보냈다.“이제 나가 보세요.”“……”“박수혁 대표가 당신이 자기 심리를 들여다봤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가만둘까요?”“하지만 소 대표님은….”소은정이 풋 하고 웃었다.“나는 걱정하지 마세요.”임춘식을 입술을 깨물었다.‘그래, 내 걱정이나 해야지.’곧 구경할 마음이 싹 사라졌다. 임춘식은 빙긋 웃으며 나갔다. 소은정은 담담히 시선을 거두었다.박수혁의 시선은 얼마 머무르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가만히 보니 박수혁은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안색이 확 변하더니 입가
두 사람은 회의실로 가서 커피를 마셨다. 정확하게는 남종석의 보고를 들으러 갔다.도중에 임춘식은 전화를 받고 나갔다. 소은정은 거기 앉아서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15분이 안 되었을 때 갑자기 박수혁이 누군가를 나무라는 소리가 들렸다.소은정은 흠칫했다가 일어났다. 문을 열려는 찰나에 박수혁이 냉엄한 말투로 임춘식에게 하는 말을 듣게 되었다.“AI 심리상담사는 개뿔! 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면 그 사람을 잊으라고요? 잊어서 문제가 해결된다는 소리나 들으려고 상담을 받아요?”임춘식이 답했다.“대체 누굴 잊으라고 했길래 이러십니까?”“나가요!”소은정은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아서 팔짱을 끼고 앉았다.박수혁과 임춘식은 앞서거니 뒤 서거니 하며 들어왔다. 박수혁은 그다지 기쁜 얼굴이 아니었다. “이 프로젝트는 역시 연기하는 게 좋겠습니다. 시스템이 경직되고 유연하지 않아요. 사람의 심리를 1%도 못 읽는데 이런 걸로 전 세계를 놀라게 만들 수 있겠어요?”임춘식은 뭔가를 할 말이 있는 듯했다.소은정은 입술을 깨물었다.“세계적인 전문가를 좀 초빙하죠. 그분들의 기준에 따라 판정하면 언제 출시하는 게 좋을지 알 수 있을 거예요.”임춘식의 눈이 반짝했다. 그거면 되겠구나!빙고!박수혁은 입술을 핥더니 무거운 시선으로 소은정을 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춘식이 박수혁을 쳐다보았다.“소 대표님의 의견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모든 것은 박수혁의 뜻에 달려있었다..박수혁은 눈썹을 치켜세웠다. 고개를 들어 소은정을 보더니 빙긋 웃었다.“소 대표 말대로 하죠.”역시나 박수혁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것은 소은정밖에 없었다.소은정이 고개를 들어 박수혁과 눈을 맞추었다.박수혁이 씩 웃더니 떠보듯 물었다.“당신은 들어가서 누굴 생각했어? 누가 당신의 고민거리였는데?”잠시 침묵이 흘렀다.소은정의 눈빛이 깊어지더니 가만히 웃었다.“난 안 들어갔는데.”박수혁의 몸이 굳어졌다. 임춘식을 확 돌아보았다.임춘식은 부들부들 떨더니 고개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