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혁의 행동은 느리되 절제되었지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뼈를 깍는 듯한 차가움을 느끼게 하기에는 충분했다.이현는 놀라 다리가 풀렸고, 그는 박수혁이 가지고 있는 물건이 행여 자기 머리를 향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다.소은정은 침착한 얼굴로 권총을 들고 전혀 의아함과 두려움이 없어 보였다.이 한 쌍의 남녀는 도대체 어떤 사람들인가?이현의 얼굴이 창백해졌고 뼛속까지 공포가 차올라 피가 굳는 느낌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소은정은 손에 권총을 들고 흔들어 보았다. 박수혁은 그대로 그녀의 손을 들어 총을 잡고 총구를 이현을 향해 겨누었다.일촉즉발의 상황이다!박수혁은 무표정한 얼굴과 삼엄한 말투로 말했다. ‘저 사람이야? 쏴버려…….’그는 좀처럼 말릴 수 없어 보였고, 눈동자의 선홍색은 그의 분노와 사나움을 억누를 수 없어 보였다. 그는 뒷 일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그대로 저질러 버리는 스타일이었다.이러한 상황은 그가 이미 여러 번 겪었기에 덤덤했다.하지만 그들이 소은정을 위협한다면, 그건 다른 상황이다.이현은 박수혁의 말을 듣고 힘이 풀려 그대로 땅에 주저앉아 무릎을 꿇고 손을 들며 말했다.‘잘못했어요, 정말 잘못했어요. 박대표님, 용서해주세요, 절 죽이지 마세요!’그는 건달을 고용해서 소은정을 겁주려 했던 것인데, 누가 이런 피의 비극을 예상이나 했을까?이 순간, 그는 심지어 소은정이 정말로 총을 쏴서 그를 소리소문없이 죽이고, 박수혁이 자신을 강에 던져 버려 흔적도 없이 사라질 수 있다고 생각했다.이것이야 말로 진정 무서운 일이 아니겠는가. 사나운 사람이 사람의 목숨을 전혀 개의치 않는 사람을 만나버린 것이다. 그의 애원을 박수혁은 못본 체 하며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이현은 깨달았다는 듯 소은정에게 고개를 돌려 속죄하기 시작했다.“苏小姐,苏总,您饶了我,我错了,东西您拿走,饶我一条狗命吧......”‘은정 아가씨, 소대표님,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물건은 다 가져가십시오. 저의 미천한 목숨만은 살려주세요…
그녀가 손에 들고 있는 물건을 바라보고 박수혁은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좋아?’소은정이 잠시 멈추더니 그에게 돌려줬다.‘가짜도 사람한테 겁을 줄 수가 있어?’박수혁의 눈에는 웃음기가 점점 짙어졌다. 물건을 챙기며 말했다 ‘진짜는 여기에 있지, 너가 총을 쏘고 싶으면, 내가 뒤를 언제든지 봐줄 테니 두려워 하지 않아도 돼. ‘책임은 모두 그가 진다고 하니 그녀는 이제 두려워 할 필요가 없었다.그는 단지 그녀가 자신의 생각대로 하길 바랬다. 소은정은 잠깐 어리둥절해 있다가 마음속이 살짝 흔들려 고개를 옆으로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너 어떻게 온 거야?’박수혁은 미소를 짓고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여기는 수심이 너무 깊어서 아주 위험하다고. 내가 어떻게 마음 놓고 너 혼자 보내겠어?’그의 목소리가 아주 낮고 묵직하여 차 안이 울렸다.소은정은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고마워, 근데 너 진짜 내가 기회를 먼저 잡을 까봐 오는 길에 국장님을 만나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하려 한 게 아니야?”박수혁은 눈동자가 살짝 반짝하더니, 갑자기 소은정을 바라보았다.‘너 나를 그렇게 못믿니?’소은정: ‘우리 사이에 신뢰라는 건 없지 아마?’그녀는 솔직하게 말했다.차 안은 몇 초 동안 침묵했다.그녀는 박수혁의 몸에서 서늘한 기운을 느꼈다.알 수 없었다. ‘그럼 이 국장님 찾아뵙지 않을거야?’박수혁은 입을 닫은채 잠시 말을 멈추었다: ‘갈거야!’그는 시간이 촉박한 관계로 원래 가는 길에 이 국장님과 얘기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은정에게 폭로 당하니 그렇게 달갑진 않았다.마치 그가 그녀를 위해 한 모든 것들이 다 의도된 것 처럼 보였다!소은정은 웃으며 생각했다. 아 이 개같은 남자!서로 라이벌 관계이긴 하지만, 두 사람이 쓰는 전략은 전혀 다른 방법이기에 충돌도 없었고, 과연 누가 마지막에 웃는 승자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박수혁은 그녀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물건을 A시로 가져가서 조사해. 여기 머무르는 것은 너무 위험하니까. ‘
우연준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까는 너무 위험했습니다. 대표님 조금 쉬시는 건 어떠신가요? 아니면 먼저 회사로 돌아가시고 여기의 업무는 저에게 잠시 맡기세요. ‘소은정은 즉각 거절했다. ‘아니요. 저는 여기 남아서 이건에게 일을 마무리하라고 하겠습니다. ‘우연준은 소은정의 성격을 알고 있다. 방금 그렇게 위험천만한 상황을 맞닥뜨려도 눈빛 하나 변하지 않았는데 지금이라고 가겠는가?우연준이 고개를 끄덕이고 나갔다. 나중에 더 많은 사람들을 배치하여 비밀리에 소대표를 보호하자고 생각했다…….네 시간 동안 이건은 한시도 지체하지 않고 사람들을 데리고 관련 부서로 가 제 3자와 함께 장부를 조사했다. 장부를 거의 다 정리해보니 그 적자를 보자 간담이 서늘해질 정도였다.그는 주저하지 않고 소은정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상황을 보고했다.소은정은 발코니에서 레몬에이드를 마시며 요가를 하고 있었다. 전화를 받자 무의식적으로 아래층을 힐끗 보았다.박수혁이 왔다.그녀의 눈살을 찌푸렸다.전화를 건 이건: ‘소대표님, 이 프로젝트에서 총 70억 이상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대부분이 장일성과 몇명이 나눠 가져갔습니다. 그들이 찾았던 시공사는 장일성의 처남이 설립한 것입니다. 인명사고 몇 번 냈지만 100만 위안도 안되게 보상했습니다.제가 보기에 그는 이 프로젝트를 이용해 계속 돈을 벌려고 하는 것 같고, 이 사업을 팔 생각은 없어 보입니다! ’파는 것은 바가지 장사지만, 계속 가지고 있다면, 끊임없이 벌 수 있다. 소은정은 이 점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이국장에게 바로 돈을 줘버리지 않았던 것이다.이런 프로젝트는 밑빠진 독에 물 붓기인데, 그들이 얼마나 욕심을 부렸는지, 사람 목숨까지 욕심을 부렸다. 어떻게 그들을 돈에 깔려죽게 만들까?그녀가 이 프로젝트를 따내려면 깨끗하게 손에 넣어야 하는데 먼저 반드시 독침을 빼내야 한다.여기까지 듣더니, 소은정은 잠시 침묵하고 입을 열었다 :‘장부 문제는 이 국장에게 직접 전달해서 처리하게 하
박수혁이 주방으로 들어간 순간부터, 소은정은 제일 최악까지 생각했다. 기껏해야, 음식 맛만 좀 떨어지고 말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뜻밖에도 박수혁은 요리도 아직 못했는데 오히려 주방이 터져버렸다!짙은 연기가 자욱해 화재 경보기를 작동시켰다. 박수혁은 이런 난리통에도, 낭패당한 기색이 전혀 없이, 매우 고고하고 완전무결한 상태로 꼿꼿히 서 있었다.다만 안색 별로 안 좋아 보였을 뿐이다. .좌절감과 분노가 있는 얼굴이었다. 그는 입술을 앙 다문 채, 어금니를 꽉 깨문 차가운 인상이었다. 연기 때문에 쇳소리가 나는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아니라 오븐의 문제야.’그 후, 그는 소은정을 끌고 밖으로 뛰쳐나갔고, 안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실제로 불길이 치솟진 않았지만, 오븐 안이 타면서 연기가 발생했던 것이지만 일정한 온도에 다다라서 이미 자동으로 꺼졌다. 짙은 연기가 스프링클러를 작동시켜 방 안은 이미 온통 물이었다. 방 뿐만 아니라 1층이 모두 피해를 입고, 호텔 지배인이 나와 고객들을 안심시켰다. 다시 고객들을 다른 방에 배치하고 물 때문에 입은 피해를 배상하기 위해 노력했다. 소은정은 이 드라마틱한 장면을 다 지켜보았고, 박수혁은 그저 계단에 편하게 앉아 휴대폰을 들고 음식레시피를 검색했다. 그는 정말 보통이 아니다!소은정이 화가 나서 웃음밖에 나오지 않자, 지배인이 와서 말했다. “소대표님, 저랑 한번 상태를 살피러 가주시죠”자신의 호텔인 만큼, 소은정은 마음이 아파서, 마음속으로 박수혁을 수만 번이고 욕했다. ‘이런 개자식, 일을 하기는 커녕, 오히려 다 망쳐버렸잖아! 그녀는 고개를 끄덕거리고는, 호텔 지배인을 따라 한 번 가보았다. 1층 전체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모두 다시 리모델링 해야만 했다. 손실을 이루 말 할 수 없었다.‘다른 건 다 좋은데, 단지 리모델링 하는 당분간은 호텔은 영업을 할 수 없어요. 처음부터 다 고쳐야 하기 때문이죠. 이렇게 되면 박대표님이……’ 그가 배상할 수 있나요?소은정
박수혁이 노트북을 찾으려던 그때 소은정이 USB를 홱 빼앗가 버렸다.“이건 내 건데?”이에 박수혁이 눈썹을 치켜세웠다.“이렇게 확실한 사람이 왜 네 직원은 나한테 넘긴 거야?”박수혁의 질문에 소은정은 미소만 지을 뿐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그거야 그 여자가 너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안달난 상태니까.“글쎄?”의미심장한 말투로 대답한 소은정은 바로 우연준에게 전화를 걸었다.“인사팀에 연락해서 지금 바로 임선 씨 해고하세요.”소은정의 명령에 우연준은 이유도 묻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임선이 입사할 때부터 얼마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기에 딱히 놀랍지도 않았다.한편 호텔을 나선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해고 통보를 받은 임선은 당황스러울 따름이었다.그녀는 정확한 해고 사유를 묻기 위해 다시 회사에 전화를 걸었지만 그 누구도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았다.평소 소은정의 친척이란 이유로 온갖 갑질을 해대는 임선이 해고되었단 소식에 직원들 모두 기뻐하는 마당에 다시 임선의 전화를 받을 리가 없었다.결국 임선은 이건에게 다시 전화를 걸 수밖에 없었다.“팀장님, 제가 해고되었다는데 이게 무슨 소리죠? 회사 측에 여쭤보실 수 있을까요? 전 딱히 잘못한 것도 없는데요?”한편 이미 소은정에게 경고를 받은 뒤로 불안함 속에서 살아가던 이건은 임선이 해고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차였다.적어도 그에게는 불똥이 튀지 않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임선이 뻔뻔하게 이유를 물으니 어이가 없었다.“임선 씨, 그 USB 누구한테 줬어요?”이건의 질문에 임선이 흠칫했다.“그게...”“박수혁 대표는 우리 회사의 경쟁사 대표입니다. 그런데 기밀사항이 담긴 USB를 넘겨요? 회사 측에서 법적 책임은 묻지 않고 해고로 끝낸 걸 다행으로 생각하세요.”이건의 말에 임선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렸다.“전 그냥 대표님한테 전해 드리려고 했던 거였어요. 그런데 마침 박 대표님이 그곳에 계셔서 잠깐 맡긴 것뿐인데...”“임선 씨, 재벌 2세 하나 잡아
의자에 기대어 앉은 박수혁이 무심한 듯 물었다.“그럼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야? 언제 돌아갈 거지?”“곧. 빠르면 내일 오전 쯤에 돌아갈 생각이야.”소은정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이현과 장일성이 체포되면 비즈니스는 이건에게 맡기고 돌아갈 생각이었다.하지만 박수혁은 자기 말이 통한 줄 알고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안심해. 처음인데 이 정도면 굉장히 잘한 거니까.”이제 남은 건 박수혁과 이 국장의 대결이었다.물론 이 국장 쪽에서는 장일성을 내세울 테지만 박수혁은 어떻게든 이 국장을 궁지로 몰아 직접 나서게 만들 생각이었다.이때 박수혁의 휴대폰이 울렸다.이휘진이었다.박수혁은 소은정의 얼굴을 힐끗 바라보더니 바로 전화를 받았다.하지만 통화 도중 뭔가 놀라운 걸 들었는지 박수혁의 눈동자가 커다래지더니 맞은 편에 앉은 소은정을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그리고 형식적인 인사로 통화를 끝마쳤다.한편, 박수혁의 반응을 확인한 순간 소은정은 이번 대결은 그녀의 승리임을 확신했다.잠깐 동안의 침묵이 이어지고 박수혁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은정, 넌 항상 놀라게 만든다니까.”“겨우 그 정도야?”소은정이 여유로운 미소로 답했다.물론 의외의 결과이긴 했지만 박수혁은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 잠깐 고민하던 박수혁이 물었다.“이 국장이 뭐라고 말했는지 알아?”“대충 알 것 같은데?”이렇게까지 한 이상 프로젝트를 SC그룹에게 맡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그룹이면 몰라도 태한그룹과 SC그룹, 어느 한쪽도 건드릴 수 없으니 명분으로 공정하게 결정할 수밖에.미간 사이를 꾹꾹 누르던 박수혁이 반짝이는 눈빛으로 소은정을 바라보았다.“이현은 이미 체포됐고 장일성도 이제 곧 체포될 예정이래. 지성그룹은 곧 주인이 바뀌겠지. 대단해. 하루 사이에 S시를 발칵 뒤집은 거야?”박수혁은 자신이 소은정을 너무 과소평가한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4시간 동안 식자재와 요리를 준비하는 사이 박수혁은 소은정이 푹 쉬길 바랐었다.하지
딱히 말도 못하고 우걱우걱 샐러드를 씹는 박수혁을 바라보던 소은정은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배상금 몇 억을 챙겼으니 이 정도 밥이야 얼마든지 살 수 있지.호텔로 돌아온 소은정은 바로 짐을 정리한 뒤 업무적인 부분은 이건에게 맡기고 다음 날 집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이건 쪽도 나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이 국장의 파워 덕분인지 장일성이 체포된 뒤로 바로 전담팀이 결성되었고 장부적인 부분이 모두 정리되고 나면 인수가 가능할 듯싶었다.확실한 증거에 결국 장일성도 모든 범행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모든 일이 해결되자 소은정은 이틀간 회사의 모든 업무를 소은호에게 맡긴 뒤 한유라와 여유를 즐기기로 결정했다.마사지에 쇼핑까지 한참을 돌아다니던 두 사람이 커피숍에 자리를 잡았다.소은정에게서 S시에서 있었던 일을 들은 한유라는 그녀를 향해 엄지를 내밀었다. 특히 비즈니스적으로 박수혁을 이겼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누구보다 더 기뻐했다.“이 일 소문나면 쪽 좀 팔리겠는데?”한유라의 말에 소은정이 눈을 흘겼다.“괜히 소문내고 다니지 마. 지금처럼 SC그룹과 태한그룹의 세력이 거의 평형을 이루는 상태가 가장 좋으니까. 어느 한쪽으로 살짝 치우쳐도 다른 그룹들이 치고 올라올 거야.”이 마당에 소은정은 태한과 SC그룹의 관계를 유지하는 데 시간을 쏟고 싶지 않았다. 지금처럼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사이, 이런 관계가 딱 좋다고 생각했다.“그런데 박수혁 말이야. 어떻게 그렇게 쉽게 패배를 인정한 거지?”“인정 안 할 거면 뭐 어쩔 거야? 인정 안 한다고 결과가 바뀌는 것도 아니고. 그리고 한 번 졌다고 화낼 사람도 아니고.”뭐, 밥맛은 제대로 떨어진 것 같았지만.소은정의 말에 한유라가 웃음을 터트렸다.“겉으로만 그런 척하는 거지 속은 말이 아닐 텐데? 그리고 솔직히 상대가 네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결과가 달라졌을지도 몰라.”한유라의 말에 소은정도 생각에 잠겼다.그래, 유라 말도 일리가 있어.소은정이 위험해질까 봐
소찬식의 말에 소은정은 알겠다고 대답한 뒤 바로 본가로 향했다.집에 도착하니 전동하, 소은해, 소찬식이 거실에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소찬식은 처음 봤을 때부터 전동하의 진중함과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마음이 들었던지라 눈동자에 웃음기가 가득했다.소은정이 들어가자 마이크가 입이 잔뜩 나와서는 트렁크를 들고 2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예쁜 누나...”소은정을 발견한 마이크가 달려가 그녀에게 안겼다. 눈동자가 빨간 걸 보니 그녀가 오기 전에 꽤 심하게 울었나 보다.소은정도 아쉬운 마음에 마이크의 등을 토닥였다.그 동안 함께 지내며 어느새 마이크를 가족으로 받아들인 소은정이었다. 하지만 그 감정이 아무리 깊다 해도 전동하만큼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기에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전동하도 일어서서 소은정을 맞이했다.“마이크 이제 곧 개학이거든요.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것 같아서요.”옆에 앉아있던 소찬식이 아쉬운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국내에도 좋은 학교는 많은데 이 어린 걸 굳이 해외로 보내야겠나.”“마이크도 사실 해외 커리큘럼에 익숙해진 상태예요. 지금 상황에서 오히려 국내로 학교를 옮기면 더 혼란스러워할 거예요.”전동하는 전 세계 최고의 선생님들을 초빙해 오직 마이크만을 위한 커리큘럼을 제작해 놓은 상태였으니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전동하의 설명에도 여전히 아쉬워하는 소찬식을 바라보던 마이크가 쪼르르 달려가 소찬식의 목을 끌어안았다.“삼촌, 제가 자주 찾아뵐게요. 최대한 빨리 공부를 마치고 화려하게 돌아올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그때가 되면 아빠 재산도 물려받을 수 있을 테고 우리 영원히 같이 행복하게 살 수 있어요!”마이크의 말에 전동하가 어이가 없다는 듯 고개를 주었다.누가 주겠다고 했나?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는구만. 마이크의 말에 소찬식도 웃음을 터트렸다.잠시 후, 마이크, 전동하가 저택을 나서고 소씨 일가 사람들이 그들을 배웅했다.차에 타려던 전동하는 깊은 눈동자로 소은정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지만 주위에 워낙 보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문준서는 그녀의 눈물을 보고 죄책감에 얼굴을 들 수 없었다.새봄이가 점차 울음이 잦아들자 그는 고개를 숙이고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새봄이는 길게 심호흡하고 감정을 식혔다.준서에게는 묻고 싶은 게 정말 많았다.문준서는 울어서 빨갛게 부은 새봄이의 눈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커피 계속 마실 거야? 안 마실 거면 우리 집에 올래? 내가 맛있는 커피 만들어 줄게!”새봄이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준서는 소녀의 손을 잡고 핸드백을 챙긴 뒤, 밖으로 나갔다.커피숍 직원들마저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고 부러운 눈빛을 보냈다.새봄이는 그와 손을 잡고 걷고 있자 저도 모르게 가슴이 설레었다.어릴 때는 항상 손을 잡고 다녔는데 지금은 어딘가 어색했다.어린 문준서는 항상 새봄이를 우선으로 생각했는데 지금도 그럴까?문준서는 소녀가 기억하는 어린 준서가 아니었다. 그의 거대한 뒷모습은 왠지 모를 안정감을 주었다.문준서가 웃으며 소녀에게 물었다.“뭘 그렇게 뚫어지게 봐?”“키 몇이야?”“192, 만족해?”새봄이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고개를 돌렸다.“내가 키 큰 사람 별로라고 하면 뼈라도 깎을 거야?”문준서는 웃으며 소녀의 손을 잡아끌었다.“응. 네가 집도해.”새봄이도 덩달아 웃었다.10여 년을 떨어져 지내다 보니 처음에는 정말 보고 싶었지만 점차 감정은 옅어져 갔다. 매번 부모님에게 준서의 안부를 물을 때면 그들은 머리만 흔들었다.그 뒤로 새봄이는 더 이상 준서를 찾지 않았다.말없이 사라진 그를 원망한 적도 있었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가 해외에서 무사히 지냈으면 하는 바람이 더 컸던 것 같았다.문준서는 길가에 세워진 스포츠카로 다가갔다.차도 주인을 닮아 검은색으로 차분하고 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처음 그와 눈이 마주쳤을 때, 새봄이는 그가 문준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다. 티없이 맑고 순수했던 눈동자는 어릴 때와 비교해 변한 게 전혀 없었다.하지만 소녀
새봄이가 떠난 뒤로 전동하는 한숨을 달고 살았다. 옆에서 지켜보는 소은정은 어이가 없었다.학교 생활은 생각했던 것보다 따분하지 않았다.어릴 때부터 곱게 자란 새봄이지만 거만하지 않고 성격이 활발했기에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아이는 가끔 친구들을 집에 초대해서 파티를 벌였다.그리고 혼자 있는 시간도 충분히 즐겼다.가끔 센 강변에 가서 산책도 하고 석양을 감상하며 오리에게 먹이를 주기도 했다.그런데 가끔 혼자 있을 때면 누군가가 지켜보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주변에 수시로 경호원들이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다.새봄이는 아이스크림을 들고 홀로 석양 아래에서 산책을 즐겼다. 손에는 엄마를 위해 준비한 선물인 한정판 명품백이 들려 있었다.이목구비가 화려한 동양소녀가 길을 걷고 있자 무수히 많은 시선들이 따라다녔다.하지만 프랑스의 치안은 별로 좋지 못했다.새봄이가 아이스크림을 먹는 사이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남자가 소녀의 핸드백을 가로채서 사람들 틈으로 도주했다.놀란 새봄이는 다급히 남자의 뒤를 따라가며 소리쳤다.“도둑이야!”안타깝게도 유럽에서 비슷한 사건은 비일비재하게 벌어졌다.아무도 핸드백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싶지 않아했다.새봄이는 자신이 안전하다는 것을 알기에 끝까지 남자를 쫓아갔다.수염이 덥수룩한 남자는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욕설을 지껄이더니 골목으로 진입했다.새봄이가 쫓아갔을 때, 남자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소녀가 망연자실한 얼굴로 서 있을 때, 갑자기 옆 골목에서 사람이 튀어나왔다.남자는 바로 새봄이의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지만 손이 소녀에게 닿기도 전에 누군가가 달려와서 남자를 걷어찼다.새봄이는 겁에 질린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훤칠하고 잘생긴 동양인 남자가 등 뒤에 서 있었다.어딘가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가 새봄이의 앞으로 다가갔다.그에게서 익숙한 우드향이 풍겼다.그는 천천히 소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가늘고 예쁜 손이었다.녹색 트레이닝복을 입은 강
전동하는 그날 밤 새봄이에게 해외유학 얘기를 꺼냈다.새봄이는 고민도 해보지 않고 바로 동의했다.어디에 가고 싶냐고 물었더니 프랑스만 제외하고 아무데나 괜찮다고 했다.전동하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준서 때문에 프랑스에 가기 싫은 거야?”새봄이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걔가 누군데? 하나도 기억 안 나! 걔 얘기하지 마!”아이는 억울함을 토로했다.줄곧 아이의 옆을 지켜주던 오빠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마치 꿈을 꾼 것 같았다.더 이상 아이의 뒤꽁무니를 따라다니던 오빠는 없었다.아이는 준서가 보고 싶었지만 준서는 떠날 때 편지 한장 남기지 않았다.전동하는 안쓰러운 표정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새봄이도 이제 컸잖아. 준서도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 연락이 없던 것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였어. 나중에 준서 만나도 너무 준서를 욕하지 마.”새봄이는 고집스럽게 고개를 돌려버렸다.부모의 사랑만 받고 자란 아이는 갑작스러운 이별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가끔 딸이 울기라도 하면 전동하는 항상 달려와서 딸을 위로해 주었다.태어날 때부터 다이아수저를 물고 태어난 아이는 누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다.그런데 어느 날 오빠가 보고 싶었던 아이가 준서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없는 번호라고 나왔다.아이는 버려진 느낌을 받았다.출국이 결정되었으니 전동하는 아이가 다닐 학교를 알아보았다.결국 새봄이는 유럽을 선택했다.마치 누군가가 거기서 자신을 기다리는 것처럼.떠나기 전, 아이는 일곱 남자친구와 작별인사를 나누었다.아이가 출국하는 날, 온가족이 나와서 새봄이를 배웅햇다.새봄이는 딱히 슬프거나 아쉬운 티를 내지 않았다. 마치 부모님 손을 잡고 해외여행을 가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다.아이는 활짝 웃으면서 가족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전동하와 소은정은 영지까지 데리고 같이 프랑스로 출국하기로 했다.일가족이 탑승수속을 마치고 돌아서는데 뒤에서 급박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새봄아!”고개를 돌리자 하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이쪽
눈 깜짝할 사이에 새봄이는 어엿한 숙녀로 자라났다.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그녀에게는 남자친구가 생겼다.새봄이는 집으로 돌아와서 이 소식을 소은정에게 알렸다.소은정은 딱히 말리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어렸을 때 이런저런 경험을 다 해보는 게 아이에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새봄이가 진심일 거라고 생각하지도 않았다.하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전동하는 밤새 잠을 이룰 수 없었다.그는 아이와 대화를 나눠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새봄이의 반응은 시큰둥했다.“친구들이 다들 남자친구를 사귀는데 나만 솔로면 유행에 뒤떨어지잖아. 그래서 만나보기로 했어. 그리고 너무 이른 나이도 아니잖아! 중학교 때부터 연애하는 애들도 많다고!”전동하는 인내심 있게 아이를 타일렀다.“그래도 넌 아직 너무 어려. 밖으로 나가 사람들과 더 많이 접촉해 보면 알게 될 거야. 남자는 다 믿을 놈이 못 돼….”“그럼 엄마가 아빠를 만난 것도 사랑에 눈이 멀어서 만난 거겠네?”어릴 때부터 말싸움에는 절대 지지 않던 새봄이는 미소가 소은정을 닮은 예쁘고 사랑스러운 소녀로 성장했다.그리고 총기 있는 눈동자와 말빨, 그리고 큰 키는 전동하를 많이 닮았다.소은정은 어디 하나 빠지지 않는 딸이 나중에 남자 여럿을 울릴 거라는 것을 알기에 아이에게는 사랑을 하면 꼭 아빠랑 엄마처럼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강조했다.새봄이는 전동하가 말이 없자 달려가서 그의 팔짱을 꼈다.“아빠, 걱정하지 마. 그냥 연애는 어떤 느낌인가 궁금해서 해보는 거야.”“그래서 그 남자친구는… 어떤 사람이야?”“어느 남자친구를 말하는 거야?”전동하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물었다.“몇이나 사귀었는데?”“다른 애들은 다 한명하고만 사귀는데 난 다른 애들 따라하기 싫어. 그래서 하루에 한 명, 일주일에 일곱 명이야! 주일을 정해서 따로 만나!”새봄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전동하는 입을 뻐금거리며 한참을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도 다행인 건 사랑에 깊이 빠지는 스타일은 아니라는 점이랄까.
다른 CCTV에서 정황이 포착되었다. 직원이 그쪽으로 다가가다가 발을 헛디디며 하마터면 술잔을 쏟을 뻔한 정황이었는데 그때 잔을 안쪽으로 옮기며 위치가 바뀐 것 같았다.독극물 검사결과도 나왔다.청산가리였다.심청하의 몸에서 나온 독극물과 약병에 있던 독극물 성분이 일치했다.살인을 계획했던 심청하가 제 꾀에 당한 상황이었다.아마 그녀는 죽을 때까지 어디서 문제가 생겼는지 몰랐을 것이다.형사들은 밤을 새워 CCTV를 확인하면서 이 약병의 출처가 남유주의 큰어머니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그렇게 큰어머니가 경찰에 소환되었다.큰어머니는 숨김없이 사건의 경과를 진술했는데 심청하에게 협박을 당했다는 내용이었다.하지만 사람을 해치고 싶지 않아서 넘어지는 틈을 타 약병을 바닥에 버렸다고 했다.심청하가 포기를 못하고 스스로 행동에 옮기다가 제 꾀에 당했다는 말도 했다.형사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에게 물었다.“그랬다는 증거 있나요?”“당연히 있죠.”큰어머니는 딸인 남연을 호출했다.“형사님이 묻는 대로 사실을 대답해! 떨지 말고!”남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핸드폰을 꺼냈다.그리고 차 안에서 심청하와 대화했던 녹음을 재생했다.“그 여자가 아빠랑 엄마를 죽이겠다며 협박했어요. 그 파티 초대장은 제가 거금을 주고 산 거예요. 우린 태한그룹 사모님과 친척관계에요. 평소에 왕래는 하지 않지만 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다고요!”남연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형사님, 제가 아는 건 다 얘기했어요.”형사는 그녀의 진술에서 이상한 점을 포착했다.“전에 남유주 씨를 해하려 한 적이 있죠?”“그래! 너도 직접 남유주를 죽이려고 했잖아? 그건 왜 쏙 빼고 말해?”녹음본에 담겼던 심청하의 목소리였다.의심을 사지 않기 위해 파일은 편집을 거치지 않았다.남연은 고개를 푹 숙이고 사실을 털어놓았다.“그것도 심청하가 협박해서 했어요. 하지만 언니 앞에서 이미 잘못을 인정했고 사과도 했어요. 언니는 저를 용서했고요.”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건 박수혁 대표와
심청하는 한참 침묵하더니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무슨 방법을 쓰든 그 사람들과 걔를 만나게 해. 안 그러면 이 약은 네 부모님 배 속으로 들어갈 거야!”남연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떨어뜨렸다.“알겠어요.”결국 그녀는 겁에 질린 얼굴로 명령을 받아들였다.며칠 뒤, 마침 좋은 기회가 찾아왔다.오늘은 자선회가 열리는 날이었는데 박수혁은 남유주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그녀와 함께 자선회에 참석했다.그리고 자선회에서 많은 보석과 골동품을 구매하며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자선회가 끝나고 파티가 이어졌다.남연의 부모는 힘겹게 초대장을 입수했다.심청하는 파티홀에서 이어질 장면을 기대하고 있었다.하지만 남연의 부모는 뒤늦게 파티에 참석했고 그들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파티가 다 끝난 뒤였다.심청하는 분노를 주체할 수 없었다.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에는 언제가 될지 장담할 수 없었다.SC그룹에서는 지분 사건으로 그들을 물고늘어질 것이다.본사에서 움직이기 전에 남유주를 제거해야 했다.잠시 후, 남유주의 큰어머니는 사람이 없는 곳에 숨어들었다.그리고 약을 꺼내 술병에 쏟아넣으려고 했다.마침 취객이 그녀의 어깨를 부딪히고 지나가며 그녀가 바닥에 쓰러졌다.남유주 큰어머니가 고통에 신음을 흘리자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다.약병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구석진 곳으로 굴러갔다.심청하는 싸늘한 눈빛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정말 뭐 하나 일을 제대로 하는 게 없는 일가족이었다.남유주의 큰아버지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다급히 다가가서 아내의 손을 잡고 구급차를 호출했다.호텔에 미리 대기하고 있던 의료진이 달려왔고 큰어머니를 들것에 실어 병원으로 호송했다.심청하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람들이 모두 흩어지고 그녀는 구석진 곳으로 가서 아무도 안 보는 틈을 타 약병을 손에 쥐었다.그리고 기회를 봐서 약을 와인에 쏟고 흔들었다.모든 게 끝난 뒤, 심청하는 손에 난 땀을 닦았다.이미 살인을 하기로 마음먹은 그녀였지만 직접 모든 일을 끝내고 나니
남유주는 미소를 지으며 소은정과 박수혁 사이를 스스럼없이 얘기했다.남유주는 지나간 둘의 과거를 신경 쓰지 않았다.박수혁은 소은정에게 다른 마음이 없었고 그들은 각자 다른 사람과 행복한 삶을 살기로 했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남유주가 건넨 상자를 열었다.안에는 팔찌가 있었다, 반짝이며 아름다운 화려한 목걸이의 모든 보석은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었고 본연의 미와 섬세함의 아름다움을 결합하는 느낌이 들게 했다.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몇 년 동안 이런 것을 모으기를 좋아했는데... 고마워요, 진짜 마음에 들어요." 남유주는 화해의 의미로 소은정에게 팔찌를 건넸다.소은정은 미소를 지으며 팔찌를 착용했다."과거는 과거일 뿐이니 우린 서로 용서하는 게 어때요?"소은정은 머리를 끄덕였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안타깝게도 난 어떤 선물도 준비하지 못했네요…"그녀는 가방에서 계약서를 꺼내고 남유주에게 건넸다.남유주는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서류 내용을 살펴보았다."이게 뭐예요?""원래는 소찬학의 주식이었지만 몇 년 전에 회사 소유로 되었어요. 아빠가 나이도 있고 해서 주식 대신 배당금을 주기로 했었어요, 근데 더는 그 사람의 것이 아니니까, 아빠가 유주 씨한테 넘기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주는 작은 선물이니까 받아줬으면 좋겠어요." 얼굴이 굳었던 남유주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계약서를 다시 내밀었다."전 받지 않을래요.""유주 씨, 이게 얼마나 큰 돈인지 몰라요? 술집을 사려고 했던 거 아니었어요? 이 돈으로 그 건물 같은 거 열 개는 살 수 있어요."소은정은 인내심을 가지고 설명했다.남유주는 웃음을 참고 머리를 흔들었다."이걸 받으면 소찬학이 내 생부라는 것을 인정하는 거잖아요, 끊을 수 없는 혈연관계를 받아들여야 하고, 내가 관여하지 않은 과거의 강탈과 억압을 직면해야 해요. 태어난 이래로 부모가 없는 존재로 살아왔고, 아직 그것을 원하지 않아요. 나의 아버지로 인정하고 싶지도 않고 소씨 가문과 혈연적인 관계가
거침없이 내뱉는 심청하의 태도에 소찬식이 얼굴이 어둡게 변했다.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피식 웃음을 터트렸다."소씨 가문의 주식은 애초에 저희 집안 거에요. 그리고 둘째 삼촌이 직접 주식을 그룹 소유로 돌리겠다고 서명까지 했어요. 자기는 주식 배당만 챙기겠다고, 회사를 떠난 지금 삼촌한테 배당금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죠. 이모가 한 계산은 너무 터무니없어요. 이 주식들은 재산 분할과 관련이 없어요. 설령 분할을 한다 해도, 먼저 그룹의 이익을 보호하는 게 우리의 원칙이고요."심청하는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저는 어떻게 해요? 그이가 감옥에 가고, 우리는 손가락 빨면서 굶어 죽으라는 거예요? 주식을 전부 넘겨주세요, 그럼 더는 따지지 않을게요!" 그녀는 무례한 태도로 단호하게 앉아 있었다.소찬식의 표정이 음울하게 어두워졌다, 그는 복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한번 쳐다보았다."그만 돌아가세요, 돌아가서 경찰 소식 기다리세요. 찬식이 회사 자금을 자기 돈처럼 써버렸고 수억 달러를 횡령했어요. 그럼에도 그룹이 이 돈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하세요. 어떻게 돈을, 주식을 요구할 수 있어요?" "나는 찬식 씨가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 사정은 모르겠고, 누가 날 어떻게 생각하든 관심없어요."그는 말을 마친 뒤 옆에 서 있는 집사에게 눈짓했다."손님을 내보내.""네."집사의 대답에, 심청하는 일어서서 조급하게 말했다. "아주버님,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형제들끼리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굴어요? 이 일을 언론에 알리면 어떻게 될지 저도 기대되네요, 아마 언론도 이 일에 엄청난 관심을 둘 것 같거든요!"소찬식의 표정은 신경질적으로 굳어졌다, 눈빛이 차갑고 어둡게 변했다.공기 안에는 침묵이 깔렸다.소은정은 갑작스럽게 직감했다. 심청하가 예전과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진 것을 눈치챘다.하지만 그들은 타협할 수 없었다. 한 푼이라도 더 주면, 그녀는 주제 파악을 못 하고 더 달라고 요구할 것이다.그녀는 절대로 이번 한
심청하의 얼굴이 새파랗게 변했다."다 해봐야죠, 우선 믿을 만한 변호사를 찾아서 형량부터 줄여줘요."옆에서 듣고 있던 소은정이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으며 소리를 냈다.소은정이 입을 열었다."마침 잘 오셨어요, 우리도 지금 삼촌을 어떻게 구할지 토론하고 있었거든요!"심청하는 의아한 눈빛으로 소은정을 쳐다보았다. "그러면... 어떤 방법을 논의했는데?"전동하는 멋도 모르고 웃었다. 그는 소은정의 대답을 기다렸다.소은정은 청량한 목소리로 한숨을 쉬었다."사실 우리가 변호사를 찾아서 물어봤어요. 판결이 심하게 나면, 사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쨌든 두 사람을 죽인 거니까.그래도 방법이 있어요, 둘째 삼촌은 그때 혼인 상태였잖아요?법정에 나서서 전부 둘째 삼촌이 한 게 아니라고 증언하면 돼요. 삼촌은 줄곧 숙모랑 함께 있었고, 그런 일을 꾸밀 시간적 여유도 없었다고!"심청하는 갑자기 얼굴이 하얗게 질리더니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일어섰다."너... 나보고 거짓 증언을 하라는 거야, 말이 되니? 그거야말로 불법이야!"소은정은 차가운 눈빛으로 비웃었다."불법이라는 것도 알고 계셨네요? 근데 왜 저희 아버지한테 당당하게 그런 짓을 요구하는 거예요?"심청하는 그제야 자신이 소은정에게 당했다는 것을 깨달았다.화가 난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은정아, 너 말 이상하게 하는 구나, 내가 마음이 너무 급해서 나온 말을 꼬투리 잡는 거니? 그리고 너희 삼촌 아직 유죄 판결도 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우리가 조금 더 노력하면 돼."소은정은 눈썹을 찌푸렸다."그럼 혼자 잘 해보세요! 우린 응원이나 하고 있을게요!""너 지금 뭐하자는 거니?" 심청하는 화를 내며 소찬식을 바라보았다."진짜 이렇게 내버려두실 거예요?"소찬식의 눈빛이 어둡게 깔렸다."자기가 한 일에 대가를 치러야 하겠죠, 저희는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제수씨도 저희를 그만 찾아오세요."심청하는 소찬식의 태도가 이렇게 차갑고 딱딱할 줄은 몰랐다.그녀는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