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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8화 나 배려심 끝판왕입니다

운석은 이전에 껄렁껄렁하던 모습과는 다르게 하연을 향해 부드럽게 웃었다.

“보아하니 손수건이 필요 없을 것 같네요.”

하연이 정색하며 말했다.

“물론이죠, 울지도 않았으니까요.”

“지난번처럼 예쁘게 우는 모습일 것 같아 오늘은 특별히 손수건 두 장 준비했는데.”

운석은 손수건을 하나 더 꺼내며 눈웃음을 지었다.

“어때요, 나 배려심 끝판왕입니다.”

하연은 D국 옥상에서 있었던 그날 밤을 떠올렸다. 자신이‘원수' 앞에서 운 거였다. 그렇게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게 거의 없는 일이라 그 날의 기억이 몹시 불편했다.

“제가 언제 그랬다고 그러세요? 운석 씨가 잘못 알고 있는 거예요.”

운석은 하연과 다투지 않고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내가 잘못 안 거 맞아요.”

운석은 하연의 불편한 얼굴을 보면서 이전에 울었던 것도 서준 때문이었을 거라고 추측했다.

“내가 가서 한 대 때려줄까요?”

운석이 이 말을 물었을 때 그 눈빛은 보기 드물게 진지했다. 심지어 허공에 주먹질까지 했다.

“말만 하세요, 뭐든 가서 시키는 대로 다 할 거니까.”

“한서준이랑 친구겠지만, 한서준 편만 안 들면 돼요.”

하연은 운석의 말을 믿지 않는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운석은 자신을 믿으라며 가슴을 힘껏 두드렸다. 그 진동 때문에 두 번이나 헛기침을 했다.

“어떻게 그럴 수 있겠어요, 내가 명색이 정의의 사도인데, 내 친구라고 편들 수는 없습니다!”

하연을 보는 운석의 눈빛에는 마치 여왕을 위해 전쟁에 나가는 기사 같은 비장감이 돌았다.

하연의 아름다움은 장미처럼 가시가 돋혀 있다. 운석은 하연의 말이라면 무엇이든 따르기로 했다.

정색을 하는 운석이 너무 웃겨서 하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

“정말 아무 말 대잔치네요.”

“원하는 거 저한테 말만 하세요.”

운석이 발걸음을 내디디며 하연의 곁에 섰다.

“말만 번지르르하긴.”

하연은 계속 운석을 비아냥거렸다. 하지만 전과 다른 점은 이번에는 미간에 웃음기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 내 편을 드는 걸 보니 눈이 삔 한서준보다 백배 낫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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