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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4화 지겹지도 않니?

서준은 하연을 외면한 채 자리를 떠날 수 없는 듯했다. 서준은 하연을 데려가기를 원했다. 하연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관없었다.

서준은 하연과 유신혁이 함께 있던 층에 도착하자마자 유신혁이 다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 하연은 아주 후련하고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그제야 서준은 자신이 하연을 의심한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준의 가슴은 마치 무언가에 의해 찢긴 것처럼 간헐적으로 아파왔다.

맞은편에 서서 자신을 보고 있는 하연의 차가운 눈빛은 마치 보이지 않는 채찍이 되어 서준의 얼굴을 후려치는 것 같았다. 서준은 하연에게 다가갈 용기를 내지 못했고, 심지어는 아무것도 물을 수 없었다.

믿음, 이 역시 3년간의 결혼 생활동안 서준이 하연에게 주지 못한 것이었다.

하연이 호텔을 나서자, 구급차에서 내린 구급대원들이 들것을 든 채 호텔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하연은 집사에게 전화를 걸어 호텔로 차를 보낼 것을 지시하면서 다시 한번 옆에 서있는 양복차림의 서준을 힐끗 보았다.

“내가 데려다 줄게.”

서준은 덤덤한 말투로 하연에게 아직 할 말이 남은 것처럼 말했다.

하연의 눈은 서늘함과 예리함으로 가득했다.

“아니, 한 대표님 차를 더럽힐 수는 없지.”

“내 잘못이야.”

서준의 목소리에는 실의가 섞여 있었다.

“서영이랑 혜경이가 한 일, 내가 대신 사과할게.”

뒤로 한 걸음 물러난 하연은 희미한 표정으로 거절을 표했다.

“필요 없어.”

“3년 동안 그렇게 힘들었으면서, 왜 나한테 말 한 번을 안 했어?”

하연이 떠난 후에야, 서준은 비로소 모든 것을 알게 되었다. 지난 일을 묻는 말투조차도, 서준은 조심스러웠다.

하연은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한서준, 지겹지도 않니? 이미 다 지난 일이야. 이제 와서 고민하면 무슨 소용이야? 진작에 했어야지! 과거는 이미 다 지나버린 일인데 이제 와서 이런 것 고민해봤자 무슨 소용이 있다구. 여태 뭐 하다 이제 와서!”

‘늦바람이 무섭다더니.’

기사가 포르쉐를 몰고 하연을 데리러 왔다. 하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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