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52화 당돌한 모습

Author: 손라떼
“그래요? 또 뭐라고 하셨는데요?”

하연의 이런 태도는 서준을 화나게 만들었다. 이전의 하연은 줄곧 연약한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엄청 차가운 모습이다. 어쩌면 지금 모습이 진짜 하연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하연아, 내가 DS 그룹에 관한 소문을 들었어. 지금 네 실적을 높여야 한다고 들었는데 네가 필요하다면 HT 그룹은 얼마든지 널 도와줄 수 있어.”

서준은 분명 하연에게 호의를 표하고 있는 것이다.

“괜찮아요.”

하연은 전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다른 일 없으시다면 이만 비켜주시죠.”

서준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라 하연에게 물었다.

“넌 지게 될지라도 내 도움은 절대 안 받겠다는 거야?”

‘오늘 갑자기 왜 이러는 거야.’

“지게 되다뇨? 전 절대로 지지 않을 겁니다. 한서준 씨, 저흰 이미 이혼한 사이고 HT 그룹과 DS 그룹은 경쟁 관계이니 굳이 절 도와주려고 하실 필요 없습니다.”

“넌 아직도 고집이 엄청 세네.”

하연은 더 이상 그를 상대하고 싶지 않아 엑셀을 힘껏 밟았다.

서준은 깜짝 놀랐다. 차창을 사이에 두고 본 하연의 차가운 얼굴은 엄청나게 낯설었다.

“최하연,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서준이가 입을 열었다.

“비키세요.”

서준이가 비켜주지 않자 하연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은 채 서준의 람보르기니를 들이박았다.

쾅-

커다란 충돌 소리와 함께 서준의 몸은 세게 흔들렸고 람보르기니에는 깊은 자국이 생겼다.

“최하연, 너 정말 미쳤어?”

서준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하연을 향해 소리쳤다. 이에 하연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대답했다.

“한 번만 더 제 차를 막으신다면 더 세게 박을 겁니다.”

하연은 입꼬리를 씩 올린 후 서준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핸들을 꺾고 엑셀을 밟아 주차장을 나섰다.

이건 분명 도발이다.

서준은 화가 난 마음에 핸들을 돌려 쫓아가려고 했지만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최하연, 정말 독한 여자야.”

백미러를 통해 점점 사라지는 서준을 보자 하연은 입꼬리를 씩 올렸다. 그녀조차도 왜 그렇게 충동적인 행동을 한 것인지 알 수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3화 우상

    공항 출구.운석은 하연이가 도착하길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반 시간이 지난 후 마침내 하연의 차가 천천히 공항 출구로 들어왔다. 운석은 흥분된 마음에 하연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하연의 차는 그의 앞에 멈추었다.“여신님, 드디어 오셨군요.”하연은 피곤한 마음을 숨긴 채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동안 수고 많으셨어요.”운석은 차 문을 열고 차에 오른 후 환하게 웃었다.“아니에요, 여신님을 위해 힘쓸 수 있는 것은 제 영광입니다.”하연은 차의 시동을 걸며 물었다.“집으로 데려다 드릴까요?”“먼저 밥 먹으러 갑시다. 여신님과 함께 밥 먹을 수 있다면 너무 기쁠 것 같아요.”하연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먹고 싶은 메뉴라도 있나요?”운석은 입맛이 전혀 까다롭지 않았다.“여신님, 전 뭐든 주시는 대로 다 먹을 수 있으니 배불리 먹을 수만 있다면 됩니다.”하연은 말문이 막혔다. 이때 운석은 가방에서 정교하게 포장된 선물을 꺼내 하연에게 건네주었다.“여신님을 위해 준비한 선물이에요.”하연은 매우 의아했다.“이게 뭐예요?”운석은 신비로운 모습으로 말했다.“열어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하지만 지금 말고 돌아가신 후 열어보세요!”하연은 갑작스러운 선물에 어리둥절했다.“엄청 비밀스러운 선물인가 봐요?”운석은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그럼요.”하연은 한 중식당을 찾은 다음 차를 주차한 뒤 운석과 함께 차에서 내렸다. 운석은 수다쟁이처럼 걸으면서 하연에게 그동안 F국에서 있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았다.하연은 이에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그동안 엄청 풍부한 생활을 하셨네요.”운석은 조급해하며 대답했다.“여신님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에요! 전 그냥 친구들과 함께 휴식한 것뿐이에요.”“알아요.”운석은 의심스러워하는 하연의 표정을 보자 서둘러 해명했다.“여신님, 걱정 마세요. 전 여신님을 만난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다른 여자들과 가까이한 적 없어요! 여신님을 향한 제 마음은 언제나 진심이에요.”운석의 진지한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4화 뺨을 때리다

    반면 서영과 서영의 친구들은 매일 집안의 돈으로 놀고먹기만 했다.집안에서는 모두 그녀들더러 하연을 따라배워 가문의 기업들을 경영해 나가라고 했기에 그녀들은 모두 하연을 우상으로 받들었다.“안 되겠어. 당장 우상님과 사진이라도 찍어야겠어! 우상님과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면 분명 많은 사람들이 좋아요를 눌러 줄 거야.”“난 사인이나 받으러 가야겠어! 우상 님의 사인은 우리 집안의 거실에 모셔놓을 거야!”“서영아, 우리랑 같이 가지 않을래?”서영은 말문이 막혔다. 새로 사귄 친구들이 모두 하연을 우상으로 받들다니.“아니, 너희들...”서영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그녀의 친구들은 하연에게 달려갔다.“하연 씨, 저랑 사진 한 장만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하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하연은 낯선 여자들을 보며 예의 바르게 대답했다.“죄송하지만, 사진은 곤란할 것 같네요.”몇 명의 아가씨들은 모두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전 정말 하연 씨를 엄청 좋아하고 있는데 사인 좀 해주시면 안 돼요?”하연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매우 어리둥절했다.“죄송하지만, 전 연예인이 아니어서 사인을 해드릴 수 없을 것 같아요.”“하지만 하연 씨는 저희 우상이에요!”“맞아요, 우상이에요! 제발 부탁드릴 게요!”...하연은 자기가 우상이 되었다는 말에 어리둥절했다, 이때 서영은 하이힐을 신은 채 하연의 앞으로 다가와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최하연, 기분 좋나 봐?”서영의 말투는 건방졌다. 이에 그녀의 친구들은 모두 놀란 표정을 지었다.“서영아, 너 하연 씨랑 아는 사이야?”서영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말했다.“아주 잘 아는 사이지. 너희들은 뉴스도 안 보고 살아? 최하연은 예전에 내 형수였지만 지금은 우리 집에서 쫓겨난 것도 모자라 우리 오빠랑 이혼했거든.”서영은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하연을 쳐다보았다. 서영은 친구들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분명 하연을 더 이상 우상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두 눈 뜨고 똑바로 봐,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5화 사진

    서영은 손을 내밀어 하연의 뺨을 때리려 했으나 운석이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손대기만 해 봐!”서영은 아무리 힘을 줘도 빠져나올 수 없었다.“최하연, 당장 이거 놓으라고 해.”하연은 꼼짝도 하지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날뛰는 서영을 지켜보았다. 서영의 친구들은 이 상황을 보자 모두 혐오스러운 눈빛으로 서영을 쳐다보았다. 원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서영은 지금 더 꼴 보기 싫어졌다.“어떻게 우리 우상님한테 이런 짓을 할 수 있지? 앞으로 다신 우리 앞에 나타나지 마.”“우리 우상님은 네가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말 좀 가리면서 하지?”“안 그래도 소문이 안 좋다고 들었는데, 역시 소문들이 모두 사실인가 봐.”...몇몇 아가씨들은 모두 서영과 거리를 두었다. 이에 서영은 화가 나다 못해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너희들! 내가 준 선물을 받을 땐 가만히 있더니 이제 와서 이딴 말을 해?”“그딴 걸 선물이라고 준 것도 참 웃기네. 그 물건들은 벌써 우리 집 아주머니한테 줬어.”“맞아, 고작 그딴 걸로 우리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던 거야?”“그까짓 게 얼마나 한다고 잘난 척하는 거야? 얼마짜리인지 말하면 돈으로 돌려줄게. 더 이상 아는 척하지 마.”하연은 자리에 앉아 여자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서영이가 친구들에게 버림받게 되자 하연은 기분이 매우 통쾌했다.“여신님, 장소를 다른 곳으로 옮길까요? 정말 입맛이 떨어지네요.”운석은 서영의 팔을 놓은 뒤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마치 서영이가 더럽기라도 하다는 듯이 불쾌하다는 눈빛을 보이기도 했다.하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정말 입맛이 떨어지긴 하네요.”하연이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몇몇 아가씨들은 하연에게 또다시 부탁하였다.“우상님, 제발 사인 좀 해주시면 안 될까요?”“맞아요, 우상님. 제발 사진 한 장만 함께 찍어주시면 안 될까요?”...서영은 친구들에게 둘러싸인 하연을 보자 화가 미친 듯이 치밀어 올랐지만 그 장면을 지켜보는 것 외엔 아무것도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6화 약속

    이 말을 들은 기자는 갑자기 흥미진진해하며 물었다.[어떤 분의 사진인지 말씀해 주시면 제가 미리 준비를 하도록 하죠.]이에 서영은 느릿느릿하게 말했다.“연예인이 아니라 DS 그룹의 최하연 사장의 사진입니다. 저한테 최하연이 남자를 가지고 노는 사진이 있거든요.”이 말을 들은 기자는 순식간에 어두운 표정을 보였다. B시에서는 아무도 하연의 프라이버시를 멋대로 폭로할 수 없기 때문이다.[그래요? 어떤 사진인 거죠?]상대방은 이미 흥미를 잃었지만 서영은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서영은 이번 기회에 하연의 진짜 모습을 모두에게 보여주려고 했다.“사진을 메일로 보내드릴 테니 꼭 뉴스에 올리셔야 합니다.”[그래요.]상대방이 얼버무리며 대답했지만 서영은 매우 흥분된 마음으로 사진을 보냈다. 서영은 내일 하연에 관한 뉴스가 퍼지게 될 것을 떠올리자 매우 기뻤지만 일주일을 기다려도 뉴스가 터지지 않았다. 그 기자는 심지어 서영의 전화를 받지도 않았다.“최하연, 네가 기자랑 손을 잡았을 줄은 몰랐네.”서영은 매우 화가 났지만 여전히 포기하지 않으려 했다. 기자 쪽의 도움을 받지 못한다면 차라리 서준에게 하연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서영은 화를 가라앉히지 않은 채 HT 그룹으로 달려가 서준의 사무실을 찾았다.“오빠, 이것 좀 봐. 최하연 그년은 우리 집에서 나간 다음 계속 남자들을 꼬시고 있었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하연의 이름을 듣자 사무실의 분위기가 매우 차가워졌지만 서영은 여전히 말을 멈추지 않은 채 핸드폰 속의 사진을 서준에게 보여주었다.서준은 핸드폰 속의 사진을 보자 안색이 급격히 어두워졌다.‘최하연과 나운석이 이렇게 친하다니? 나운석은 정말 내 전체한테 들이대고 있는 거야?’지난번 하연과 싸웠던 일을 떠올리자 서준은 차갑게 웃기만 했다.“너 요즘 시간이 남아도나 봐?”서영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오빠, 왜 그래?”서준은 책상을 두드리며 말했다.“요즘 용돈을 너무 많이 줘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나 봐?”용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7화 빠지다

    “오늘 한 말 꼭 기억해. 안 그러면 정말 널 A국에 보내버릴지도 몰라.” 서영은 또다시 약속한 다음 사무실을 떠났다. 서영이가 떠난 후 서준은 차가운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는 구동후가 사무실 안으로 들어온 것도 발견하지 못한 채 계속해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기만 했다.“대표님, 괜찮으세요?”서준은 그제야 눈길을 거두었다.“무슨 일이야?”구동후가 사실대로 말했다.“최근 누군가가 저희 회사의 주식을 대량으로 구매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어쩌면 상대가 악의적으로 저희 회사의 주식을 구매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상대가 매우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어서 아직 실마리를 잡아내진 못했지만, 상대가 또다시 행동을 개시하면 분명 뭔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겁니다.”“그래,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게 조심히 행동해.’“네, 알겠습니다.”두 사람이 일에 대한 이야기를 마친 후 서준이가 말머리를 돌렸다.“이전에 하연이가 우리 회사에서 출근할 때 친하게 지내던 동료는 없어?”구동후는 서준을 한번 쳐다본 후 말했다.“최 비서님은 항상 엄밀하고 착실하게 일하시는 데다가 동료 관계를 아주 잘 처리하셨는데 특별히 친하게 지내던 동료는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서준은 좀 아쉬운 눈치였다.“그래, 이만 나가 봐.”구동훈은 서준의 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최근 서준이가 다시 하연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알아차릴 수 있었다....이와 동시에.DS 그룹의 꼭대기 사무실에서 하연이가 다국적 재벌들과의 화상회의를 마치자마자 누군가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들어오세요.”말을 마치자마자 운석이가 웃는 얼굴로 걸어 들어왔다.“여신님, 여기 사인해야 할 서류가 두 개 있습니다.”하연은 머리가 매우 아팠다. 이미 여러 번 호칭을 바로잡았지만 운석은 여전히 제멋대로였다.“회사에선 호칭을 바꾸시면 안 될까요?”운석은 장난기가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여신님께서 저와 주말에 함께 영화를 봐주신다면 호칭을 바꿀게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8화 무시당하다

    “여신님, 예전엔 제가 잘못했어요. 저랑 혼인을 할 사람이 여신님이라는 걸 알았다면 절대 거절하지 않았을 거예요. 전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저희 두 사람 다 만나는 상대가 없으니 여신님만 받으주신다면 전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어요.”운석이는 말을 마친 후 몸을 돌려 떠나려고 했다. 이때 하연이가 그를 불러 세웠다.“나운석 씨는 분명 저보다 더 좋은 분을 만나시게 될 거예요. 그러니 저한테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요.”“제 마음속엔 여신님이 최고예요. 여신님은 저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이건 제 마음일 뿐이니 절 선택할지 말지는 여신님의 자유예요. 결과가 어떻든 전 모두 받아들일 수 있어요.”운석은 이 말을 마친 후 사무실에서 물러났다. 하연은 오히려 그의 말 때문에 하루 종일 마음이 심란했다.하연에게 있어서 운석은 친구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하지만 운석은 마치 소처럼 고집이 세서 하연의 말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하연은 한숨을 내쉰 뒤 애써 심란한 마음을 가라앉힌 뒤 또다시 바삐 일하기 시작했다. 곧 퇴근하려고 할 때 조진숙한테서 전화가 걸려왔다.“이모!”조진숙은 핸드폰을 사이 두고도 하연의 피곤한 상태를 알아차릴 수 있었다.[하연아, 일 때문에 많이 피곤하지?]하연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아니에요, 이모.”조진숙은 하연과 자신의 아들 부상혁이 모두 일벌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사람은 일을 하기 시작하면 아무것도 돌볼 겨를이 없었다.[저녁에 우리 집으로 와. 이모가 네가 좋아하는 갈비를 준비했어.]“좋아요! 안 그래도 이모가 해주신 밥이 너무 그리웠거든요. 벌써 군침이 도는 것 같아요!”[너도 참 일만 하지 말고 생활을 즐길 줄도 알아야지! 이모가 상혁이더러 마중하러 가라고 했으니 지금쯤 너희 회사 밑에 도착했을 거야.]하연은 좀 놀란 눈치였다.“상혁 오빠가 절 데리러 왔다고요?”[아마 지금쯤 도착했을 거야.]하연은 말하면서 창문을 통해 사무실 밖의 상혁을 발견했다. 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59화 도발하다

    하연은 눈썹을 찡긋거리며 서희와 악수했다.“안녕하세요, 전 최하연입니다.”“부 대표님한테서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하연 씨는 소문처럼 예쁠 뿐만 아니라 성격도 좋으시네요.”서희는 말을 매우 듣기 좋게 했다. 이 말을 들은 하연은 고개를 돌려 상혁에게 말했다.“상혁 오빠 눈에 내 장점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네.”이에 상혁은 자애로운 눈빛으로 말했다.“모두 사실이잖아.”하연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됐어, 이만 돌아가자! 나 배고파 죽겠어!”“그래.”상혁은 피식 웃으며 하연을 쳐다보았다. 세 사람은 함께 회사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서희는 당연히 운전석에 앉았다.“임 비서, 부씨 주택으로 가.”서희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네, 대표님.”차창 밖의 건물들을 내다보던 하연은 입을 열었다.“오빠 덕분에 TY 그룹과의 계약을 따낸 것 같아. 이틀 후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야.”이에 상혁은 가볍게 응했다.“그건 정말 좋은 프로젝트야. 초기엔 좀 고생해야겠지만 나중엔 많이 좋아질 거야.”“모두 오빠가 도와준 덕분에 일이 잘 풀린 거야! 정말 고마워, 오빠.”하연은 진심 어린 감사를 전했다. 이 말을 들은 상혁은 자기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우리 사이에 그런 말 할 필요 없어.”하연은 헤헤 웃으며 말했다.“알았어, 다음부턴 안 할게.”서희는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몰래 지켜보고 있었다. 상혁이가 하연을 위해 이렇게 많은 일을 했다는 것에 그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매우 질투가 났다.“대표님, 앞쪽 가게에 사모님께서 좋아하시는 케이크가 있는데 잠깐 차 세울까요?”조진숙이 한 번 언급했었기에 상혁도 그 가게를 알고 있었다.“그래, 잠깐 차 세워. 내가 사러 갈게.”서희가 차를 가까운 주차장에 세우자 하연이가 얼른 말했다.“나도 함께 가!”“괜찮아, 금방 다녀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 하연은 어쩔 수 없이 상혁의 말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상혁이가 떠난 후 서희가 입을 열었다.“사모님께서 이 가게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60화 위험한 선택

    “부 대표님은 자신과 마찬가지로 훌륭한 분을 만나서야 합니다.”하연은 서희가 말하려는 뜻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다만 비서가 이런 말을 꺼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임 비서님은 회사 일뿐만 아니라 대표의 사생활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시나 보네요. 제가 한 마디 경고하자면, 더 이상 오지랖을 피우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겁니다.”서희는 하연이가 이렇게 무례하게 말할 줄은 몰랐다. 그래서 더 이상 숨기지 않은 채 말했다.“저도 대표님을 위해 한 말입니다. 만약 두 분이 만나기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어 대겠어요? 하연 씨께서 신경 쓰지 않는다 해도 저희 대표님은 분명 신경 쓰실 겁니다.”서희가 말을 마치자마자 상혁은 차에 올랐다. 상혁은 차에 오르자마자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하연에게 물었다.“무슨 일 있었어?”서희의 말은 하연의 마음을 심란하게 만들었다. 가족들은 모두 두 사람이 만나보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정작 상혁의 생각은 소홀히 했다. 하연의 타오르던 마음은 순식간에 꺼지고 말았다. 하연은 상혁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별일 없었어. 임 비서님과 잠깐 이야기 좀 나누고 있었어.”서희는 하연이가 고자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연은 오히려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대표님, 저랑 하연 씨는 생각 밖으로 말이 잘 통하는 것 같아요.”상혁은 다시 하연에게 물었다.“정말이야?”하연은 애써 부자연스러운 표정을 숨긴 채 말했다.“얼른 돌아가자! 이모가 기다리고 있겠어!”상혁은 더 이상 의심하지 않은 채 서희더러 차를 출발시키라고 분부하였다.차를 별장의 정원에 세워졌다. 조진숙은 일찍이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연을 보자 미소를 지으며 앞으로 나가 맞이했다.“하연아, 정말 보고 싶었어!”하연은 단번에 조진숙의 품에 안긴 채 말했다.“이모, 저도 너무 보고 싶었어요!”조진숙은 늘 하연을 친딸처럼 예뻐했다.“이모가 이틀 전에 쇼핑하다가 너랑 어울릴 것 같은 보석들을 사놨어. 집에 돌아갈 때 꼭 가지고 가!”“정말요?

Latest chapter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9화 기회

    배가 항구에 서서히 가까워질 때, 허징인은 저 멀리 보이는 부두를 응시하면서 머릿속에서 끔찍했던 기억들이 마치 영화처럼 재생되기 시작했다. 그날의 비명, 피 냄새, 그리고 민찬의 얼굴... ‘다시는 이곳에 돌아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는 참았던 감정이 북받쳐 오른 듯 숨을 깊게 들이쉬며 한 걸음 앞으로 다가갔다. 난간을 꽉 잡은 여자의 손에 힘이 들어가면서 하얀 손등에 핏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 허징인의 떨리는 손끝은 마음속 분노와 슬픔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 그때, 상혁이 조용히 허징인 곁에 다가왔다. 남자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바닷바람에 섞여 들려왔다. “배에서 내리면, 제 부하들이 안전한 곳으로 허징인 씨를 모실 겁니다. 모든 게 끝날 때까지 절대 모습을 드러내지 마세요.” 허징인은 거센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차가운 눈빛과 함께 낮고 냉정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부 대표님, 하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한겨울의 서리처럼 차가웠다. “제 남편이 부남준 밑에서 오랜 시간 일을 했어요. 물론, 제 남편도 깨끗한 사람은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저와 민찬이를 지키기 위해 부남준의 죄를 대신 뒤집어쓴 적도 많았어요.” 잠시 말을 멈춘 허징인은 숨을 고르며 상혁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제 남편은 민찬이의 죽음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동안 자신과 부남준 사이에 있었던 모든 부정한 거래를 실토할 겁니다.” 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러니, 부 대표님께서 제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할 방법을 찾아주시길 바랍니다.” 허징인의 목적은 단순했다. ‘정규인을 이용해 부남준을 무너뜨릴 단서를 만들어야 해. 민찬이의 억울한 죽음을, 그리고 수많은 희생자들의 한을 풀기 위해!’ 상혁은 잠시 고개를 숙여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이윽고, 그의 입가에 살짝 미소를 머금고 고개를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8화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합니다

    상혁의 원래 무심하던 표정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그가 감정적으로 흔들렸다는 건 분명했다. 상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조용히 담배 한 갑을 꺼내 들었다. 남자의 길고 날렵한 손가락이 담배 한 개비를 집어 들고는 정확히 입술 끝에 물었다. 그다음엔 상혁은 침착하게 라이터를 켜고 담배를 태우기 시작했다. 그는 담배를 깊이 들이마신 뒤, 한순간 숨을 멈췄다가 연기를 천천히 내뱉었다. 연기 사이로 보이는 남자의 눈빛은 이전보다 한층 더 날카로워졌다. ‘이 판이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어.’ 그러나 허징인은 자신의 분노에 사로잡혀, 상혁의 변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그녀는 차가운 웃음을 터뜨렸다. “부남준은 제가 가진 증거를 빼앗으면 모든 게 끝날 줄 알았겠죠. 그래서 절 죽이고 모든 걸 덮으려 했던 거고요. 정말 어리석은 꿈을 꾼 거죠.” 허징인의 목소리는 점점 격앙되었다. 감정이 폭발하면서 그녀는 마치 스스로를 증명하려는 듯 말을 쏟아냈다. “부남준도 설마 이런 상황까지는 생각 못 했겠죠. 제가 이런 처지에 놓일 거라고는 꿈에도 예상 못 했을 거예요. 하지만 증거를 손에 넣는 순간부터 전 모든 걸 철저히 준비해 뒀어요. 단 한 치의 빈틈도 없도록 말이에요.” 상혁은 담배를 쥔 손을 잠시 멈추고, 허징인을 바라봤다. 남자의 눈빛엔 전에 없던 흥미와 약간의 감탄이 섞여 있었다. “허징인 씨, 오늘 정말 날 실망시키지 않는군요.” 허징인은 상혁의 반응에 반응하지 않았고, 대신 스스로를 비웃듯 쓴웃음을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처음엔 그저 제 아들과 평범하게 살고 싶었어요. 그 사람이 우리를 그냥 내버려 둔다면, 제가 가진 증거는 영원히 세상에서 사라졌을 겁니다.” 그녀는 한순간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음 순간, 허징인의 눈이 새빨갛게 충혈되며,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폭발했다. “그런데 이제는 아니에요. 그놈이 제 아들을... 민찬이를 죽였어요! 제 손으로 지켜야 했던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7화 진짜 범인

    금발 남자의 얼굴엔 잔인한 기색이 스쳤다. 허징인과 민찬에게 단 한 줌의 자비도 보이지 않았다. “저년의 입과 코를 꽁꽁 막아. 빈틈 하나도 남기지 말고.” 허징인은 절망에 빠진 눈으로 민찬을 바라보았다. ‘내 아들... 우리 민찬이...!’ 울부짖는 어린 민찬의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는 가운데, 그녀는 거대한 배의 20미터 높이의 갑판에서 차갑고 무자비하게 바다로 내던져졌다. 얼음처럼 차가운 바닷물이 온몸을 감싸고, 숨을 쉴 수 없는 답답함이 허징인을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의식은 멀어지고, 그녀의 몸은 깊고 어두운 바다 밑으로 가라앉았다.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건가...?’ 그러나 의식이 다시 돌아왔을 때, 허징인은 머리가 지끈거리고 무겁게 아파왔다. ‘아... 여긴 어디지?’ 본능적으로 손을 들어 머리를 눌러본 뒤에야, 그녀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주변을 둘러보니 낯선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분명 나는 바다에 던져졌는데... 대체 여긴 어디지?’ 그리고 그녀의 뇌리에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 민찬. ‘민찬? 설마... 설마 내 아들...!’ 그 순간, 절망감이 몰려오며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나왔다. 갑자기, 문이 거칠게 열렸다. 허징인은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리며 뒷걸음질쳤다. ‘누구야? 또다시 무슨 짓을 하려는 거야?’ 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람은 너무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그녀의 입술이 떨렸다. “부상혁 대표님...?” 상혁은 미소를 지으며 먼저 입을 열었다. “허징인 씨, 오랜만이네요.” 상혁 곁에 있던 원신민은 눈치를 보며 조용히 방을 나가고, 문을 닫았다. 허징인은 불신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표정으로 상혁을 바라보았다. “부 대표님, 어떻게... 어떻게 여기에...?” 여자의 목소리는 떨리고, 대답을 기다리며 불안감이 가득했다. 잠시 침묵이 흘렀지만, 허징인은 곧 머리를 굴렸다. ‘설마... 나를 구한 사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6화 바다로 던져버려

    “조사가 끝났습니다.” 원신민은 망설임 없이 지도를 꺼내 상혁의 앞에 펼쳐 놓았다. “이 배는 F국 항구에서 출발해 서해안을 따라 항해한 후, 이 항로를 통해 태평양을 건너 L국의 T시 항구에 도착...” 원신민의 손가락이 지도 위를 천천히 움직이며 항로를 또렷하게 그려냈다. “대표님, 우리가 이 사람을 빼돌릴 수 있는 최적의 시간은 오늘 밤입니다. 배가 F국 영해를 벗어나면 일이 훨씬 까다로워질 겁니다.” 상혁은 눈을 가늘게 뜨고, 긴 손가락 끝으로 지도 위 특정 지점을 톡 건드렸다. ‘역시 냉철해.’ 원신민은 눈치를 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굵직한 뱃고동 소리가 항구를 울렸다. 거대한 배는 서서히 항구를 떠나 물결을 헤치며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갔다. 이 배는 15층짜리 대형 크루즈로, 가장 아래층은 화물칸으로 쓰이고, 그 위로는 승객의 숙소, 식당, 그리고 각종 오락 시설이 층층이 자리 잡고 있었다. 허징인과 아들 민찬은 가장 아래층의 음침하고 습한 방에 배치되었다. 방에는 좁은 창문 하나만 달려 있어 바깥의 희미한 빛이 들어오는 것이 전부였다. “엄마, 무서워요!” 민찬은 허징인의 품에 파고들며 온몸을 덜덜 떨었다. 허징인은 아들을 꼭 끌어안으며 본능적으로 달랬다. “괜찮아, 민찬아. 엄마가 있잖아.” ‘여기서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방문이 거칠게 열렸다. 낯선 남자들이 순식간에 방으로 들이닥치며 좁은 공간을 가득 메웠다. 허징인은 경악하며 외쳤다. “당신들 누구야? 뭐 하려는 거야?” 이 사람들 중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진 외국인이었다. 그는 거대한 체구와 빽빽이 자란 턱수염을 가졌고, 강렬한 눈빛으로 허징인을 꿰뚫듯 쳐다보았다. 이어서 다소 서툴지만 알아듣기 쉬운 F국말로 입을 열었다. “당신이 바로 남준이 말한 여자인가?” 그는 허징인의 얼굴을 훑어보더니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었다.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5화 다시는 이 땅을 밟지 않을 겁니다

    “그저 여자일 뿐인데, 너무 똑똑하면 손해만 볼 뿐이에요.” 남준이 허징인에게 다가가며, 몸을 숙여 그녀의 귀에 대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여기까지 왔으니, 내가 원하는 걸 이제 줘야 하지 않겠어요?” 허징인은 차갑게 비웃으며 얼굴을 굳혔다. “뭐가 그렇게 겁나십니까, 상무님? 제가 약속을 어길까 봐요? 아니면... 그 물건들이 엉뚱한 사람 손에 들어갈까 봐요?” “그건 사모님이 그런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때의 이야기죠.” 남준의 목소리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허징인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꽉 쥐었고, 속으로는 분이 차올랐지만, 상황을 감안해 타협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함부로 해서는 안 되겠어. 지금은 일단 물러서는 게 최선이야.’ “걱정하지 마세요, 상무님. 이미 약속한 이상, 전 제 말을 반드시 지킬 겁니다.” 허징인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며 남준과 눈을 맞췄다. “상무님도 본인의 약속을 지키길 바랍니다.” 남준은 가볍게 손을 펼치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허징인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작전을 바꾸기로 결심했다. “제가 반은 먼저 드리고, 나머지는 우리가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드릴게요.” “안 돼요!” 남준이 단호히 그 제안을 거절했다. “지금 사모님한테는 조건을 제시할 자격이 없는 것 같은데, 안 그래요?” 허징인은 눈을 감고 결연한 태도로 말했다. “그럼 차라리 지금 절 죽이세요. 하지만 제가 죽으면 그 물건들이 공개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알아두세요.” “엄마!” 곁에 있던 민찬이 울먹이며 그녀의 다리에 매달렸다. “엄마, 무서워요!” 허징인은 민찬을 꼭 안으며 남준을 노려보았다. ‘이 상황에서 물러서면 끝장이야. 적어도 내 아이는 지켜야 해.’ “상무님, 선택은 당신 몫입니다.” 남준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침묵했다. 남자의 눈빛은 한층 더 날카로워졌고, 어금니를 악물더니 잠시 후 말했다. “죽음도 불사하다니, 사모님의 배짱은 보통이 아니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4화 참 행복해

    집에 돌아온 하연은 좀처럼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침실 안. 은은한 조명이 켜진 방에서, 하연은 소파에 몸을 웅크린 채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대표님...” 가정부가 따뜻한 우유 한 잔을 들고 조심스레 부르며 방으로 들어왔다. 상혁은 문틈 사이로 방 안의 하연을 흘깃 바라보며 손으로 가정부를 막았다. “내가 할게요.” 가정부가 물러난 뒤, 상혁은 바로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벽에 기대어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상혁의 주머니에서 휴대폰이 울렸는데, 원신민에게서 온 메시지였다.그 내용은 간단했다. 하지만 상혁은 짧은 문장을 확인한 뒤, 입가에 가볍게 조소를 띄우며 휴대폰 화면을 껐다. 마치 모든 걸 손아귀에 쥐고 있는 사람의 태도였다. 그는 이내 천천히 방의 문을 열었다. “하연아.” 남자의 차분한 목소리에 하연은 깜짝 놀라며 정신을 차렸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상혁을 바라보며 조금 의아한 듯 물었다. “언제 들어왔어요?” 상혁은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손에 들고 있던 우유를 하연의 손에 쥐어주었다. “따뜻할 때 마셔.” 남자의 부드러운 말에 하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곧 우유를 들고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 잠시 후, 컵이 바닥을 드러냈다. “잠깐 회사에 좀 다녀올게. 집에서 푹 쉬고 있어.” 상혁은 하연이가 들고 있던 유리잔을 받아들며 말했다. “이 밤중에요? 무슨 일 있는 거예요?” 하연은 살짝 의아해했다. “회사에 급한 일이 있어서. 아마 늦을 거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 남자는 고개를 숙여 하연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지금 이 순간이 난 참 행복해.” 상혁의 눈에는 하연이가 자신의 곁에 있어 주는 것만으로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다. ‘이 행복이 오래가길, 조금이라도 더 오래가길...’ 하연은 상혁의 목에 팔을 두르고 그의 품에 안기며 살짝 장난스럽게 말했다. “나도요. 정말 행복해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3화 왜 갑자기 포기했을까?

    지석의 말이 끝나자마자, 상혁의 얼굴에 잠시 스치는 한 줄기 차가운 빛... 하지만 그것은 곧 부드러운 미소로 가려졌다. “지석 도련님 말씀대로, 형제간에는 서로 도와야 하는 법이죠.” “다만, 부씨 가문의 일을 굳이 외부인이 나설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만.” 상혁의 말에는 분명한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었고, 그의 기운에 압도된 지석은 잠시 얼굴이 굳었다.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지석이 변명을 하려는 찰나, 슬기가 먼저 나섰다. “하연 씨, 여기 메뉴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맛이 괜찮아요? 추천 좀 해주세요.” 슬기의 말에 하연은 조용히 상혁의 손등 위에 손을 올렸다. 둘의 시선이 교차하자, 상혁의 눈가에 웃음이 스쳤다. ‘지금 나를 걱정하는 거야? 하지만 너무 날 과소평가하는 거 아닌가?’ 별일도 아닌 걸로 걱정하는 하연을 안심시키려는 듯, 상혁은 눈빛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하연이 그제야 안심이 되어 바로 슬기에게 메뉴를 추천했다.“오리지널 맛도 괜찮고, 여러가지가 섞인 맛도 좋을 것 같아요. 둘 다 드셔보세요.” “그럼 두 가지 맛으로 각각 한 그릇씩 주세요!” 슬기는 메뉴를 탁 닫으며 밝게 말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지석은 더 이상 자리를 지킬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담배 한 대 피우고 올게요.” 그가 나가는 것을 슬기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지석이 자리를 떠나 자, 슬기는 미안한 표정으로 말했다. “죄송해요. 두 분의 오붓한 자리를 불편하게 해서요. 집안에서 주선한 선 자리를 억지로 나온 거라...” 여자의 말투에서 묘한 무력감이 느껴졌다. 슬기는 문득 눈을 들어 상혁을 바라보았지만, 상혁은 그녀를 신경 쓰는 기색도 없이, 온전히 하연에게만 시선을 두고 있었다. 슬기는 속으로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그 눈빛을 외면했다. “그나저나, 하연 씨.” 슬기가 화제를 돌렸다. “최근 하연 씨가 뒤로 물러나고 회사를 최하성 씨에게 맡겼다고 들었어요.”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2화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하연 씨, 우리 같이 합석해도 괜찮을까요?” 슬기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연은 환하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물론 괜찮죠.” 슬기는 예상 밖의 대답에 약간 놀란 듯했다. 그녀는 눈웃음을 지으며 하연을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연 씨, 이제 저 같은 ‘라이벌’에게 경계심이 풀린 건가요? 그래도 혹시 모르죠. 제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재도전할지?” 슬기가 농담 섞인 말이었지만 그 속엔 은근한 탐색이 깃들어 있었다.그러나 하연은 여유롭게 미소를 지으며 되받아쳤다. “주 대표님, 그런 생각할 여유가 있으시면 옆에 있는 분 눈치부터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슬기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거 아니라는 듯 답했다. “뭐, 집에서 주선한 맞선일 뿐이라 별로 신경 안 써요. 첫 만남이기도 하고요.”그 순간 뒤에 있던 지한이 앞으로 나서며 상혁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다. “부 대표님, 평소에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부 대표님’이라는 말은, 그가 이미 상혁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지한은 외부에서 떠도는 소문을 떠올렸다.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이 곧 혼사를 통해 막대한 사업적 결합을 이룰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는 여자가 바로 최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에 지한은 적잖이 긴장했다.“최하연 씨, 안녕하세요.” 지한이 하연에게도 정중하게 인사를 건네면서도 속으로는 긴장의 끊을 놓지 않았다. ‘주슬기가 최씨 가문과 부씨 가문 사람들과 이렇게 가까운 사이일 줄은 몰랐는데?’ 처음 지한은 그저 형식적인 맞선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이 상황을 보니 다시 생각해 봐야겠다고 느꼈다.그때 상혁이 나직하게 입을 열었다. “SW그룹의 도련님을, 여기서 다 만나고 보기 드문 일이군요.” 단 한마디로 심지한의 배경을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지한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눈썹을 살짝 들어 올렸다. “부 대표님께서 저를 알고 계셨

  • 이혼 후 갑부의 외손녀가 되었다   제1051화 생각보다 괜찮은데?

    최근 몇 년 동안 H시는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루며 번화한 고층 빌딩들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섰고, 도시 풍경은 완전히 새롭게 바뀌어 이제는 명실상부한 대도시로 자리 잡았다.상혁은 차를 몰고 하연과 함께 요즘 SNS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른 유명 먹거리 거리로 향했다. 차를 주차장에 세운 후, 두 사람은 나란히 걸어 먹거리 거리로 들어섰다. 거리 양옆으로는 다양한 가게들이 즐비했고, 상인들은 열심히 손님들을 끌어모으며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북적거렸고, 곳곳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가 두 사람의 발걸음을 이끌었다.한참을 걷던 중, ‘10년 전통 국밥집'이라는 간판이 걸린 깔끔하고 정갈한 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내부 인테리어는 오래된 가게답지 않게 세련되었고, 메뉴는 벽에 붙어 있어 가격이 한눈에 들어왔다.상혁이 가게를 한참 바라보는 사이, 하연은 이미 들어가 자리에 앉으며 기다릴 새도 없이 외쳤다. “사장님, 여기 대표 국밥 하나요!” 사장님은 빠르게 주문을 적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못 드시는 재료 있으세요?”“짜지 않게 해주시고, 후추는 빼주세요. 나머지는 다 괜찮아요.” 하연이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은 상혁을 향해 자연스럽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사장님은 뭘로 드릴까요?” 상혁은 자신도 모르게 사장님의 깍듯한 존대에 살짝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저도 같은 걸로 주세요.” 가게의 음식 나오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잠시 후, 두 사람 앞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밥 두 그릇이 놓였다. 하연은 반짝이는 눈으로 국밥을 바라보며 기쁜 표정으로 숟가락을 들고 신나게 먹기 시작했다.“천천히 먹어.” 상혁은 그녀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한마디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자신 앞에 놓인 국밥을 내려다보았다. 어릴 때부터 상혁은 까다로운 식습관을 가진 어머니인 조진숙의 영향으로 엄격하게 관리된 음식을 먹으며 자라, 이런 길거리 음식은 한 번도 접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