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원진을 잠복해서 살인 하자고요? 그리 간단하지 않을걸요?”유진우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채원진의 실력은 나보다 위에 있어요.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그는 즉시 알아차릴 것이고 만약 그가 도망가려고 한다면 우리는 그를 막을 방법이 없을 겁니다.”경천 랭킹 순위에 따르면 채원진은 무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강한 인물이다.다시 말해 그는 세상에서 다섯 번째로 강한 자이며 이런 사람을 처치하려는 건 하늘을 오르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려운 일이다.만약 단순한 잠복 살인 계획이라면 전혀 효과를 볼 수 없을 것이다.이 말을 꺼내는 이유는 유태범이 채원진의 실력을 모르고 있거나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것일 수 있다.“강제로 죽이는 것은 불가능하지. 우리는 독약을 쓸 수 있어.”이 말이 나오자 유태범은 유만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형님 진귀당에 많은 희귀 보물이 있잖아요. 그중 하나는 ‘멸신’이라는 독약이었던 것 같은데.”“멸신? 천하십대기독 중 가장 위험한 그 독약인가요?” 유진우의 눈동자가 좁혀졌다.천하십대기독은 사람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끔찍한 독들이며 그중 1위인 ‘멸신’은 수련 수준을 무시하고 상대의 혼을 통째로 날려버릴 수 있다.게다가 방어, 저항 그리고 제거할 방법도 없다.하지만 ‘멸신’이라는 독은 전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어서 누구도 그것을 본 적이 없다.그런 강력한 무기가 자기 아버지의 진귀당 안에 숨겨져 있는 것은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맞아. ‘멸신’은 열 대독 중에서도 가장 위험한 독이야. 이 독에 걸리면 아무리 강한 실력을 갖춘 자라도 피할 길이 없고 죽음을 면할 수 없어. 물론 용호산의 그자를 제외하고는 말이지.”유태범이 말했다. 그는 이 말을 덧붙인 이유가 있었는데 바로 용호산의 그자는 이미 인간이라고 할 수 없는 존재라서였다. “내가 어떤 보물을 가졌는지도 다 알고 있다니. 놀라운 정보력이다.” 유만수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저 우연히 알게 된 정보일 뿐이에요.” 유태범은 재빨리 웃으며 대답했다.
유태범은 눈썹을 추켜세우고 검은 알약을 보며 약간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는 억지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장혁아, 네 성의는 알겠지만 이런 보물이야 네가 가지고 있어. 삼촌은 쓸 데가 없어.”“저는 천하대보환은 많아요. 귀한 보물도 아니고 편히 드세요. 한 알로 부족하면 많으니까 더 드릴게요.”유진우는 계속 웃으며 말했다.“그게...” 유태범은 조금 망설였다.“왜요? 삼촌은 저를 못 믿으세요? 제가 독을 넣었다고 생각해요?”유진우가 냉담하게 한마디 덧붙였다.“그럴 리 없지.”유태범은 억지로 웃으며 대답했다. “장혁이 너는 정직한 사람이라 그런 일을 할 리가 없지.”“그럼 먹어봐요.”유진우는 검은 알약을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유태범은 눈꺼풀이 살짝 떨렸다. 그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결국 그 검은 알약을 받아들여 한 번에 삼켰다. 이 약이 무엇이든 그는 반드시 먹어야 했다. 그래야 상대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삼촌, 어때요?”유진우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괜찮군. 역시 신비한 약이야. 방금 먹자마자 몸 안에 따뜻한 기운이 퍼지면서 전에 막혀 있던 경락들이 모두 뚫리는 느낌이야.” 유태범은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말했다.“삼촌이 큰 문제가 없으니 이번 습격은 오늘 밤에 진행하죠.” 유진우가 말을 이었다. “오늘 밤? 너무 서두르는 거 아니냐?” 유태범이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 그의 상처는 하루이틀에 나을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설령 습격에 실패해 채원진이 반격하면 그는 도망가는 것조차 힘들 것이다.“삼촌, 기회를 놓치면 안 돼요. 왕부 쪽에서의 소식은 더 이상 숨길 수 없을 거예요. 채원진이 곧 이상함을 눈치챌 겁니다. 우리가 미룰수록 채원진이 도망칠 가능성이 커지니 빠르게 움직여야 합니다.” 유진우가 단호하게 말했다.“그 말은 맞지만...” 유태범은 말을 아끼며 입을 다물었다.“삼촌, 걱정하지 마세요. 우리는 삼촌의 안전을 최대한 보장할 겁니다. 만약 위험에 처하시면 크게 소리치세요
“오? 벌써 준비를 해놨네.”유만수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역시나 작은 여우 같았다. 일부러 이런 함정을 만든 것은 유태범에게 압박을 주기 위해서였다. 그 보약을 먹은 이상 유태범이 아무리 다른 생각을 하더라도 더는 그 마음을 드러낼 수 없을 것이다. “삼촌을 믿을 수 없으니 당연히 보험을 들어야죠. 만약 삼촌이 그 순간 열 받아서 어떤 반역적인 행동을 한다면 그땐 우리가 모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격이잖아요.” 유진우는 어깨를 으쓱였다. “예방하는 건 좋은 일이지만 네 삼촌을 미끼로 쓰는 게 과연 믿을 만한 방법일까?” 유진우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말했다. “채원진의 실력은 뛰어나고 성격이 치밀해서 속이기 쉽지는 않을 거예요.”“삼촌만으로는 안 될 거예요. 채원진이 막 결맹한 사람을 믿지 않을 거니까. 우리는 두 번째 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유진우가 말했다. “그래? 좋은 생각이라도 있어?” 유만수가 미소를 띠며 물었다. “천기는 누설할 수 없어요. 그때 가면 알게 되실 겁니다.” 유진우가 살짝 비밀스럽게 답했다. “이 자식, 이제는 네 아버지인 나도 속일 셈이냐?” 유만수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를 속인 게 아니라 아버지 곁의 사람들을 속인 거예요. 아무도 모르죠. 아버지 옆에 배신자라도 있을지. 조심해야죠.” 유진우가 담담하게 미소 지었다. “알겠다. 이제 네가 충분히 혼자 맞설 나이가 되었구나. 이 일은 전적으로 네게 맡길게.” 유만수가 하품한 후 말했다. “너희 두 형제가 서로 잘 상의해 봐. 서경의 미래는 너희에게 달렸으니 잘해라.” 그는 말을 마치고 손을 흔들며 자리를 떠났다.“천우야, 옷 갈아입고 나랑 함께 나가자. 예상대로라면 오늘 밤에 치열한 전투가 있을 테니 미리 준비를 해두자.” 유진우는 미리 말해준 뒤 유천우와 함께 위장을 하고 외출했다. 지금 왕부 내에서는 몇몇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모두 신뢰할 수 없었고 나머지 사람들에겐 항상 경계심
그 순간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조용히 걸어 들어왔다. 선두에 있는 사람은 검은 망토를 두르고 모자를 깊게 쓴 중년 남자였다. 중년 남자는 모자를 매우 낮게 눌러썼고 머리를 숙여 얼굴을 확실히 볼 수 없었다. 그렇지만 외관으로 보았을 때 그의 몸은 매우 마르고 깡마른 상태였다. 문을 지나 들어온 후 모자를 쓴 중년 남자는 바로 유태범 앞에 앉았다. 그의 뒤에는 사람들이 돌아가며 경계의 태도를 취하고 주변의 이상을 감시했다. “당신은?” 유태범은 눈앞의 중년 남자를 바라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채원진을 이미 본 적이 있었고 그의 몸은 크고 건장한 모습이라 이 사람과는 확연히 달랐다. “유 장군, 오랜만입니다.” 중년 남자는 머리 위의 모자를 벗어 던지며 얼굴을 드러냈다.유태범은 눈을 크게 뜨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당신은 사철수?” “유 장군, 좋은 눈썰미를 가졌군요. 10년 만에 이렇게 알아보시다니 놀랍네요.”사철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10년 전의 그 강건했던 모습에 비해 지금의 사철수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잠깐! 당신은 이미 죽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살아있을 수가 있죠?” 유태범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당시 자금성 대변혁에서 왕부에 있던 사람 중 유장혁과 술광 외에는 거의 전원 희생되었고 사철수도 그중 하나였다. 그랬는데 10년 만에 그가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것이 믿기 어려웠다. “운이 좋았습니다. 누군가 구해줘서 간신히 목숨을 구했지요.”사철수가 설명했다. “그렇다면 당신도 송원호처럼 호룡각 사람인 거예요?” 유태범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맞아요. 우리는 모두 호룡각의 스파이였고 서경에 숨어 있었어요. 이제는 본래의 신분으로 돌아온 거죠.” 사철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진짜 예상 못 했네요. 당신들이 이렇게 깊숙이 숨어서 우리 모두를 속였다고요?” 유태범은 눈을 좁혔다. 10년 동안 이름을 숨기고 세상 사람들을 완벽하게 속인 것이라니. 그 깊
“기다리세요!”유태범이 떠나려 하자 사철수는 마침내 참을 수 없었다. “유 장군, 얘기는 천천히 나누면 됩니다. 왜 이렇게 성급하게 행동하시나요?”“무엇을 더 얘기할 게 있겠습니까? 가장 기본적인 신뢰조차 없는데 이것은 분명히 저를 존중하지 않는 행동입니다.” 유태범은 일부러 화가 난 듯한 표정을 지었다.“유 장군, 잠시 진정해 주세요. 각주께서는 당신을 뵙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라 지금 시간이 없으셔서 그렇습니다. 가능하시다면 잠시 기다려 주시고 제가 각주께 여쭤보겠습니다. 어떻게 하실지 여쭤볼게요.” 사철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빨리 물어보세요. 저는 그렇게 오래 기다릴 시간이 없습니다.” 유태범은 두 손을 뒤로 포개며 위엄 있게 말했다.“알겠습니다. 강 장군, 잠시만 앉아 계세요. 바로 각주께 여쭤보겠습니다.”사철수는 몇 마디를 진정시키며 옆으로 가서 핸드폰을 꺼내 누구와 통화를 시작했다. 약 2분 정도 이야기를 나눈 뒤 사철수는 고개를 끄덕이며 손짓했다. 레스토랑 안에 있던 그의 부하들이 즉시 흩어져 주변을 살폈다. 잠시 후 모든 부하가 돌아와 상황에 이상이 없다는 보고를 했다. 사철수는 몇 마디를 더 한 후 채원진과의 통화를 마쳤다.사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유태범 앞에 다가가 말했다. “유 장군, 방금 각주께 보고했는데요. 그쪽 일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급하시다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얘기해도 괜찮습니다.” “다른 곳?” 유태범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자연히 저희 호룡각의 서경 비밀기지입니다.” 사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우리 비밀기지는 고위 인사들만 알고 있습니다. 이번에 각주께서 장군을 초대한 것도 충분한 신뢰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니까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말을 들은 유태범은 턱을 만지며 잠시 망설였다. 그는 지금 채원진이 어떤 속셈을 가졌는지 몰랐지만 상대가 절대 순진하지 않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았다.호룡
지금 한 대의 이동하는 비즈니스 차 안에서. 사철수는 검은 천 한 조각을 꺼내어 유태범에게 건넸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유 장군, 길이 멀고 잠시 눈을 감고 쉬어 가시죠.” “무슨 뜻이죠?” 유태범은 얼굴을 미세하게 찡그리며 물었다. “이건 우리의 규칙입니다. 비밀 기지에 외부인이 갈 때는 반드시 눈을 가려야 합니다. 안전을 위해서죠.” 사철수는 차분하게 설명했다. “왜요? 저를 못 믿겠다는 건가요?” 유태범은 일부러 불쾌한 듯 말하며 물었다. “오해하지 마세요. 유 장군, 모두 같은 규칙입니다. 이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사철수의 태도에 변함이 없었다. “그럼 눈 가려요. 마침 피곤했는데 한숨 자도 되겠네요.” 유태범은 귀찮아서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바로 눈을 감았고 몸을 편안하게 놓은 채 잠시 휴식을 취하려 했다. “협조 감사드립니다. 유 장군.” 사철수는 미소를 지으며 직접 눈을 덮어 줬다. 시간이 점차 흐르면서 차는 처음엔 순조롭게 달리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도로가 갑자기 울퉁불퉁해졌다. 차는 끊임없이 흔들리며 사람을 졸리게 만들 정도로 기울었다.“사 장군,우리는 지금 도시를 벗어난 건가요?”유태범이 갑자기 물었다. “네. 맞습니다.”사철수는 숨김없이 대답했다. “안전상 기지는 도시 밖에 자리 잡고 있고 거리가 좀 멀지만 충분히 은밀한 장소입니다.” “호룡각이 생각보다 정말 조심스럽네요.”유태범이 말했다. “조심하는 게 항상 좋은 일이죠. 유 장군, 조금만 더 참으시면 곧 도착합니다.”사철수는 웃으며 말했다. 차는 계속해서 나아갔고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대략 한 시간이 지난 뒤 차가 마침내 멈췄다. 그제야 사철수는 유태범의 눈을 가리고 있던 검은 천을 풀어주었다. 유태범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이 깊고 외진 산골짜기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주위를 살펴보니 우뚝 솟은 산들이 마치 숨어있는 거대한 짐승처럼 느껴졌다. 산골
이 방어는 정말 상상을 초월했다. 성벽을 넘어선 후 유태범 앞에 펼쳐진 또 다른 세계는 완전히 새로운 풍경이었다. 규모에서 볼 때 성벽 뒤의 이 기지는 마치 작은 도시 같았다. 곳곳에 다양한 건물들이 질서 있게 늘어서 있었다. 군사 기지, 훈련장, 실험장, 군수 창고, 벙커, 군용 공항 등 각각의 시설이 잘 정리되어 있었다. 그 사이에 민간 용도로 사용되는 시설도 섞여 있었다. 유태범은 대강 한 눈으로 보면서 이 기지의 규모와 면적을 바탕으로 추정해 보았다. 이 군사 기지는 최소 5만에서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을 만큼 방대했다. 후방 지원 인력을 제외하더라도 여전히 매우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처럼 많은 병력을 가지고 있다면 짧은 시간 안에 하나의 도시를 함락시키는 것도 전혀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 순간 아무리 수많은 풍파를 겪었던 유태범도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을 감출 수 없었다. 화룡각은 너무나도 깊이 숨어 있었고 표면에는 티가 나지 않았으나 이미 엄청난 군사력을 쌓아두고 있었다. 그리고 서경의 밀정들조차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로. 그는 갑자기 자신이 내린 선택에 대해 후회를 느꼈다. 만약 기지 안에서 채원진을 독살했다면 과연 그는 살아날 수 있었을까? 그건 명백히 불가능한 일이었다.“유 장군, 이쪽입니다.” 사철수는 유태범의 생각을 끊으며 그를 군사 기지의 중심에 위치한 지휘실로 이끌었다. 거의 아무도 모른다. 이 지휘실 아래 깊은 지하에는 핵 방어 대피소가 건설되어 있다는 사실을. 현재 지휘실 안에서는 가면을 쓴 채원진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화면 앞에서는 예전 버전의 드라마가 상영되고 있었다. 그리고 채원진은 이를 흥미진진하게 눈을 떼지 않고 보고 있었다. “똑똑.” 그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세요.” 채원진은 무심하게 대답했다. “철컥.” 지휘실의 문이 열리자 사철수와 유태범이 차례대로 들어왔다. “유 장군, 또 만났군요.”
“죽은 척하며 속이기?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요?” 채원진은 눈썹을 올리며 의아해했다. “저도 직접 보지 않았다면 믿을 수 없었을 겁니다.” 유태범은 고개를 흔들며 안타까운 듯 말했다. “결국 우리는 한 수 비운 거죠. 유만수가 오히려 우리에게 함정을 놓고 우리가 그의 손에 놀아났습니다. 지금 제 부하들은 모두 제어 당했고 이제 반전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이번에 채 각주께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잠깐만요. 제가 머릿속으로 정리 좀 해볼게요.” 채원진은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그러니까 우리의 계획은 실패했고 유만수는 살아있으며 당신이 모은 모든 병력은 모두 포로가 되었고 지금 당신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맞나요?” “네. 거의 그런 셈입니다.” 유태범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유 장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습니다. 만약 계획이 실패하고 당신의 부하들이 전멸했다면 어떻게 빠져나올 수 있었던 거죠?” 채원진은 반문했다. “실은 저는 항복을 가장해서 그들을 속였고 그 틈을 타서 빠져나왔습니다.” 유태범은 고백했다. “항복? 어떻게 그랬나요?” 채원진은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말씀드리기 전에 혹시 채 각주께서 불쾌해하시면 안 됩니다.”유태범은 잠시 말을 정리한 뒤에 이어서 말했다. “사실 저는 채 각주를 미끼로 삼아서 유만수에게 항복한 척하고 그들에게 제가 채 각주를 잡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어요. 그들은 복수를 갈망했기 때문에 저를 풀어주었고 저를 이용해 채 각주를 끌어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요?” 채원진은 담담하게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래서 저와 만난 것은 함정이었나요? 유만수가 꾸민 계략이었다는 거군요?” “처음에는 그랬습니다. 그러나 저는 서경 왕부의 세력이 이미 사라졌다고 판단했고 호룡각에 합류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했죠. 그래서 그들을 완전히 속여서 자신들의 계략에 휘말리지 않도록 했고 중요한 정보를 하나도 누설하지 않았습니다.” 유태범은 확신
길을 따라 끊임없이 걸어온 그들이 그동안 눈에 담은 것은 끝없이 펼쳐진 황량함 뿐이었다.지나가는 곳마다 모래만이 끝없이 펼쳐졌고 그 어디에서도 생명의 기운은 찾아볼 수 없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앞에 펼쳐진 풍경은 전혀 다른 차원의 모습이었다.눈앞엔 푸른 생명이 가득한 대지가 펼쳐져 있었다. 꽃과 풀, 나무들이 무성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고 마치 생기가 넘치는 생명의 요람처럼 보였다.멀리서 보면 그것은 끝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숲 같았다. 그 끝이 어디에 닿는지 누구도 알 수 없을 정도였다.만약 이런 풍경이 열대우림에서 나타났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죽음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사막, 그 불모의 땅에서 갑자기 펼쳐진 이 푸른 오아시스는 그들의 마음을 충격과 경이로움으로 가득 채우기에 충분했다.그들이 서 있는 곳과 그 앞의 오아시스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세계 같았다.한쪽은 황량하고 죽음의 기운이 감도는 모래로 뒤덮여 있었고 다른 한쪽은 생기와 활력으로 넘쳐나는 초록의 세계였다.“세상에, 죽음의 사막 속에 이런 곳이 있었단 말이야?”“이게 무슨 오아시스야? 이건 그냥 숲이라고 해야지!”“푸른 나무들, 향기로운 풀밭, 떨어지는 꽃잎들…무릉도원이 다름없네!”“...”그들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며 경탄을 금치 못했다.지금까지 그들이 봐왔던 오아시스는 대부분 작은 숲이었다.그 안에는 작은 연못과 몇 그루의 나무, 동물 몇 마리 정도가 있을 뿐이었다.그러나 지금 그들 눈앞에 펼쳐진 이 오아시스는 거대한 숲 그 자체였다. 나무와 풀이 끝없이 가득 차 있었다.그 풍경은 경이롭기 그지없었다.“대장님, 작년에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을 때는 이 오아시스가 없었죠? 단 1년 만에 이렇게 변하다니, 정말 믿기지 않아요.”블랙스콜피온 팀의 짧은 머리의 여자가 감탄했다.그들이 보고 있는 이 무성한 꽃과 나무들은 정상적으로는 수년이 지나야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아마도 지각의 변동으로 지하수가 범람하면서 이런 변화가
”아가씨, 야영지 주변에서 발견한 물건입니다. 이상한 냄새가 나는데 이 냄새가 사막 쥐들을 유인했을 겁니다.”왕 아저씨가 검은 물체를 한 움큼 쥐고 이청성에게 말했다.그 물체는 대략 콩알 정도인 크기였는데 마치 어떤 미끼처럼 보였으며 독특한 비린내가 났다.“이게 무엇인가요?”이청성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냄새를 맡아보니 생각보다 꽤 자극적이었다.“아마도 음식과 약물이 섞인 것 같습니다. 방금 실험을 해봤는데 이 물체에서 나는 냄새가 사막 쥐를 빠르게 끌어모은다는 걸 확인했습니다.”왕 아저씨가 설명했다.“그렇다면 물자가 파괴된 일은 우연이 아니라 누군가 의도적으로 우리를 해치려 했다는 말인가요?”이청성은 빠르게 답을 내렸다.이 사막 쥐를 끌어들이는 물체는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이 아니었다.“그럴 가능성이 큽니다.”왕 아저씨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이 검은 물체들이 우리가 보관한 물자 주변에 널려 있었습니다. 사막 쥐 무리를 끌어들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 분명합니다. 게다가 물자를 지키고 있던 사람들은 이유 없이 잠들었고요. 아마 약을 먹인 것 같습니다. 종합적으로 보면 누군가 뒤에서 상황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우리를 따라오며 우리가 방심할 때를 틈타 물자를 파괴해 우리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군요. 이 상황을 만든 배후가 있다니, 잔인하기 그지없네요.”이청성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눈빛 속에는 얼음처럼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그녀는 자신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원한을 산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처음에는 여관에서 누군가가 푼 독에 중독될 뻔했고 그 뒤엔 물자가 파괴되었다. 물러설 길도 주지 않았다.아무리 마음을 넓게 가진다 해도 이런 일은 참을 수 없었다.“이 자식들! 누군지 알게 되면 그놈의 피부를 벗겨버릴 거야!”진이수는 이를 악물며 분노를 터뜨렸다.“세상엔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많고 사람의 마음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요. 우리는 굉장히 은밀한 경로로 이동했는데 외부인들이 어떻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따로 없었다.“청성 씨! 어떻게 된 일입니까? 이 사막 쥐들은 어디에서 온 거죠?”진이수가 다가가서 물었다.“진 대장님, 그 질문은 오히려 제가 해야 하지 않나요?”이청성은 차가운 목소리로 답했다.“진 대장님은 여러 번 죽음의 사막을 오갔고 이곳의 환경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어젯밤 야영지도 진 대장님이 고른 곳인데 그곳에 사막 쥐 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걸 몰랐나요?”“청성 씨, 이런 일이 생길 줄은 정말 몰랐어요.”진이수는 황급히 해명했다.“일반적으로 사막 쥐 떼는 죽음의 사막 외곽에서만 나타나며 일정한 활동 구역이 정해져 있어요. 제가 고른 장소는 그 범위 밖에 있었으므로 이런 공격을 받을 리가 없습니다.”“청성 씨, 예기치 못한 사고는 늘 있는 법입니다. 죽음의 사막에 들어왔으면 다양한 상황에 대비할 준비를 해야 하죠. 우리 대장님은 최선을 다했습니다. 누구도 이곳에 사막 쥐 무리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죠. 불만이 있다면 문자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자들에게 불만을 품어야 할 겁니다.”블랙스콜피온의 한 짧은 머리 여자가 말했다.“맞습니다!”옆에 있던 큰 덩치의 대머리 남자가 맞장구쳤다.“물자를 지키는 사람들은 전부 청성 씨 사람들이잖아요. 괜히 우리 탓으로 돌리지 마세요.”“왕 아저씨, 물자를 지킨 사람들은 누구였습니까? 모두 다 데려오세요.”이청성은 차갑게 말했다.“네!”왕 아저씨는 짧게 답한 뒤 곧바로 자리를 떠났다.잠시 후, 그는 팀원들과 함께 다시 나타났다. 그리고 이청성에게 보고했다.“아가씨, 어젯밤 보초는 이 다섯 명이 맡았습니다.”“어떻게 된 일입니까? 왜 이런 문제를 제때 발견하지 못했죠?”이청성의 목소리는 차분하고도 냉정했다.이번 임무는 국운을 좌우하는 중요한 일이었기에 절대로 부하들이 게으름을 피우게 해서는 안 됐다.“죄송합니다, 저희가 깜빡 잠이 드는 바람에...”소대장은 송구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잠이 들었다고요?”이청성은 한쪽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다음 날, 이른 아침.새벽빛이 채 퍼지지 않은 시각, 유진우는 갑작스레 들려온 텐트 밖의 발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순식간에 몸을 뒤집어 일어난 그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췄다.얼마 지나지 않아 텐트 밖에서 왕 아저씨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아가씨! 큰일입니다! 밖에서 문제가 생겼습니다!”왕 아저씨는 텐트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조심스럽게 바깥에서 보고를 올렸다.“네?”소란스러운 기척에 이청성이 천천히 눈을 떴다. 잠자리에서 몸을 일으키며 재빨리 겉옷을 걸친 그녀는 나직이 물었다.“무슨 일이죠?”“방금 순찰을 돌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습니다. 야영지 주변에 수많은 사막 쥐들이 나타났습니다. 녀석들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니 우리 보급 물자가 전부 난장판이 되어있더라고요!”왕 아저씨의 목소리에는 불안이 서려 있었다.“뭐라고요?”이청성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그녀는 곧장 텐트를 열고 밖으로 나섰다.“보초를 교대로 서도록 지시했는데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진 거죠?”“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발견했을 땐 이미 너무 늦었더라고요.”왕 아저씨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가요, 가서 직접 확인해 봅시다.”그녀는 더 이상 묻지 않고 발걸음을 재촉했다.이번 탐험을 위해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양한 생존 물자를 챙겼고 그것들을 낙타에 실어 운반했다.밤이 오기 전엔 특별히 신신당부하며 보급 물자를 철저히 관리하라고 지시하기까지 했는데 한숨 자고 일어난 사이 모든 것이 이렇게 망가졌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그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땐 수천만 마리의 사막 쥐들이 이리저리 날뛰고 있었다.식량과 물, 그리고 수많은 보급 물자가 난장판으로 되었다.호위팀의 팀원들은 사막 쥐 무리를 내쫓기 바빴다.그러나 사막 쥐들은 사람에 대한 경계가 전혀 없는 듯했다. 여전히 식량들을 탐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눈에 담은 이청성은 미간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사막 쥐들은 타고나길 경계심이 강한 동물이라 이렇게 대놓고 인간의 식량을
밤에는 날씨가 매우 춥고 찬 바람이 불어 얼굴이 아플 정도였고 낮이 되면 마치 불 위에 얹어 굽는 것처럼 유난히 뜨거워 바위에 달걀을 터뜨리면 1분 안에 익을 수 있는 정도였다.이처럼 춥고 더운 극한 환경은 일반 사람들이 전혀 견딜 수 없었다.비록 충분한 물자를 준비했지만 이는 겨우 생존 필요를 유지하는 것일 뿐이며 진정으로 시험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력과 신체 압축강도의 대처 능력이었다.유진우와 이청성 일행은 바람이 그린 지도를 따라 같은 속도로 전진했다.해 질 녘부터 해 뜰 때까지, 해가 떠서부터 해 질 녘까지.인원이 많다 보니 팀 이동 속도도 느렸고 다행히 이청성이 준비를 철저히 했고 이번에 데리고 온 사람들은 엘리트였기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빨리 해결할 수 있었다.밤에는 달빛이 어둡고 바람이 많이 불어 더는 이동이 힘들어지자 이청성은 팀을 지휘하여 적절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고 주둔할 준비를 하였다.오랜 길을 달린 탓에 사람들은 몸과 마음이 이미 지쳐 있었고 오늘 밤은 푹 쉬어야 원기를 회복할 수 있었다.텐트가 설치되자 이청성은 먼저 요리사에게 요리를 시작하라고 명령했고 두 명의 최고 요리사와 십여 명의 후방 지원 요리사가 곧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으며 굶주린 백여 명의 사람들은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며칠 동안의 사막 행은 아주 힘들었지만 이렇게 힘들 때 맛있는 음식에 술 한 모금 마시는 것은 그야말로 행복한 일이였다.큰 텐트 안에서 유진우, 이청성, 진이수 몇 사람은 배불리 먹은 후 둘러앉아 이어서 해야 할 일을 의논하기 시작했고 날씨가 추운 탓에 텐트 안에 모닥불도 피웠다.“이청성 씨, 지금까지의 진행 과정은 모두 매우 순조로웠어요.”“별일 없으면 우리는 내일 오후쯤 오아시스의 변두리 지역에 도착할 것 같아요.”“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그곳은 황사가 많이 발생하는 곳으로 우리는 더욱더 조심해야 해요.”진이수는 손으로 책상 위의 지도를 가리키며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네, 알겠어요. 진 대장, 어서 들어
한 시간 뒤, 서지석은 오령정 한 무더기를 안고 여관방에 들어서더니 탁자 위에 모조리 내려놓으며 말했다.“이청성 씨, 이것들은 모두 오늘 받아온 오령정들이에요. 제가 계산해 보니 대략 70% 정도 되던데 나머지 30%는 연락이 안 되거나 팔려고 하지 않았어요.”서지석은 간단하게 상황을 설명했다.처음에 그는 이청성의 재산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말로 설득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이해시키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말은 아무도 믿지 않았고 금도문이라는 이름을 내걸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심지어 대부분의 사람은 그를 사기꾼이라 생각하여 그들의 재산을 탐내 이런 더러운 수단으로 오령정을 빼앗으려 한다고 생각했다.서지석은 어쩔 수 없이 이청성의 방법대로 오령정을 높은 가격에 받아 대부분 사람의 의심을 풀었지만 의심이 많은 녀석들은 여전히 판매하려고 하지 않았고 아무리 설득해도 받아들이지 않자 결국 방법이 없어서 포기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좋은 말로는 죽을 놈을 말리기 어렵다는 말이 있듯이 그는 무림인들의 세계의 도덕과 정의를 매우 중시한다고 자문했지만 아무도 믿지 않았고 더는 설득할 능력이 없었다.“지석 씨, 수고하셨어요.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이미 다 했으니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야죠.”이청성은 이미 예상한 듯하였고 처음부터 모든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며 단지 애국심과 국민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최대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으로 생각했다.“저는 심부름만 했을 뿐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요. 오히려 이청성 씨가 너무 많은 재산을 낭비하셨어요.”서지석은 자신의 위엄과 명성으로 몇몇 사람이라도 설득할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결국 혼자 착각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전혀 체면을 세워주지 않고 눈앞의 이익만이 그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었다.“금전은 모두 목숨 이외의 물건이니 신경 쓰실 필요 없어요. 한 사람이라도 구하셨으면 된 거예요.”이청성은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말했다.“이청성 씨, 한 가지 일이 더 있어요.”서지석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요?”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유진우의 손에 있는 검은 기체 덩어리를 보고 모두 놀라 멍해졌다.조금 전까지만 하여도 멀쩡했던 영기가 어떻게 눈 깜짝할 사이에 통째로 삼켜 없어질 수가 있을까.머리카락보다도 더 가는 사악한 기운이 이렇게 강력한 위력을 갖고 있을 줄이야.“이 물건이 이렇게 무서운 줄 몰랐어요. 오늘 많은 것을 배워가네요.”서지석은 당황한 표정으로 침만 삼켰다.유진우가 때맞게 확인시켜 주어서 다행히 큰 불행은 모면했지만 사실을 모르고 오령정의 영기를 그대로 흡수하여 사악한 기운을 체내에 끌어들였다면 어떤 일이 일어났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고 사악한 기운이 폭발할 때쯤이면 결국 바람처럼 될 것이 분명했다.“과연 내 예상대로 이 물건은 흉악하기 그지없네.”유진우의 손가락에 가해지는 압력이 점점 커지자 에너지 커버에 싸인 검은 색의 사악한 기체가 완전히 발광하여 미친 듯이 솟구치고 전력 질주하며 에너지 커버에 끊임없이 부딪혀 구속에서 벗어나려는 듯하였다.희미하게 짐승이 포효하는 듯한 소리도 들리는 것을 보아하니 이 사악한 기운은 이미 영성이 있는 것이 분명했다.“이렇게 좋은 보물이 안타깝게도 사악한 기운에 오염되다니, 정말 낭비네요.”서지석은 한숨을 내쉬며 손에 쥐었던 오령정을 모두 바닥에 던지고 발로 부스러뜨려 사악한 기운이 사람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였다.“사건이 비정상적으로 넘어갈 땐 반드시 그 원인이 있을 것이니 바람의 최후는 오아시스와 관련이 있을 것이에요. 우리는 앞으로 더 신중하게 행동해야 해요.”유진우가 말하면서 한 손을 꽉 움켜쥐자 손에 있던 검은 기체가 순식간에 폭발하여 완전히 사라졌다.현장에서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손에 든 오령정을 처리한 후 모두의 시선은 일제히 조이준한테로 향했다.조금 전 조이준은 가장 먼저 앞다투어 오령정을 빼앗아 지금은 손에 달걀만큼 한 크기의 오령정을 40여 개나 쥐고 있었으며 품질은 매우 좋아 보였고 모두 합치면 그 가치는 엄청났다.“왜 다들 날 쳐다봐?”
조금 전의 바람은 이미 인간이 아닌 짐승처럼 변화되었었고 그로 인해 또 다른 불가능도 있었을 것이다.“설령 오령정은 바람의 혈육의 결정체라 하여도 뭐가 문제에요? 당신이 방금 말한 3일을 못 버틴다는 말은 또 어떤 뜻일까요?”서지석은 이어 의문을 제기했다.“오령정은 이미 오염되었어요.”유진우는 엄숙한 표정으로 계속하여 말했다.“바로 전에 바람의 상황을 여러분들도 보셨겠지만 이유 없이 발광하고 인성을 잃고 몸까지 변화된 것을 보면 이 오령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을까요?”“진우 씨, 이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 단지 이런 추측으로 사람들을 설득할 능력이 부족할 것 같은데 혹시 증거라도 있나요?”서지석은 다시 물었다.금도문 제자들은 방금 꽤 큰 오령정을 8개나 주워 넉넉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만약 이 오령정을 사용할 수 없다면 그들에게 큰 손실이기에 확실한 증거가 없으면 이러한 결과를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매개 오령정에는 모두 한 가닥의 사악한 기운이 숨어 있고 겉으로 보면 발견하기 매우 어려울 거예요. 다만 그 안의 영기를 추출한다면 비로소 증거를 찾을 수 있어요.”유진우는 말하면서 한 손을 평평하게 하여 자신의 오령정을 여러 사람 앞에 보여 주었고 이어 다른 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오령정을 향해 살며시 짓누르자 쟁쟁한 소리가 들려왔다.짝!소리와 함께 오령정은 순식간에 터졌고 그와 동시에 짙은 영기가 그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유진우는 손가락을 약간 구부리고 사악한 가운을 감쌀 수 있는 투명한 에너지 커버를 준비해 두었고 이 영기들은 매우 짙은 유백색으로 구름과 안개처럼 끊임없이 밀려왔으며 이것을 모두 흡수하면 무자의 수련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이 영기 속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자세히 보세요.”유진우의 말에 서지석과 몇몇 금도문 제자들이 자세히 눈여겨보더니 갑자기 놀라며 눈이 휘둥그레졌다.그들은 이 유백색의 영기 속에 뜻밖에도 한 가닥의 검은 기체가 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이 검은 기체는 유백색의 영기에
“이청성 씨, 방금 그 두 놈이 당신의 오령정을 빼앗은 거 맞죠? 제가 바로 되찾아 올게요.”상황을 지켜보던 서지석은 조금 전에 이청성의 곤룡띠만 아니었으면 자신은 바람을 대처할 수가 없었을 것이고 심지어 죽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그녀를 대신해 오령정을 되찾아 오려고 바로 결단력 있게 손을 쓸 준비를 했다.“ 서지석 씨, 쫓아가지 않아도 돼요.”이청성은 쫓아가려는 서지석을 급히 멈춰 세우며 말했다.“빼앗긴 것이 아니라 제가 그들에게 준 것이니 저한테는 소용없는 물건이에요.”“네?”서지석은 머뭇거리더니 가려던 발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려 의문스러운 태도로 물었다.“이청성 씨, 오령정은 무사에게는 아주 귀한 보물이잖아요. 내공을 향상할 수 있고 설령 당신이 쓰지 않더라도 돈으로 팔면 가치도 매우 높아요.”“전 돈이 부족하지 않아요.”이청성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네, 그게….”서지석은 한순간 말문이 막혀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그러고보니 눈앞의 이 여성은 부잣집 아가씨로 부족한 것이 없었고 게다가 곤룡띠 같은 보물도 가지고 있었으니 오령정 한두 개 정도는 안중에도 없었을 것이다.이청성에게는 돈이 부족하지 않았지만 서지석은 돈이 부족했으니 신세를 한 번 더 진다 치고 그녀가 원치 않은 오령정을 자신한테 줘도 되는 건데 돌처럼 던져버리다니 너무 낭비라고 생각했다.“서지석 씨, 제가 보물을 그냥 버린 것이 아니라 이 오령정은 뭔가 이상했어요.”이청성은 이어 해명하며 말했다.“당신 손에 있는 오령정을 자세히 봐봐요. 어딘가 특별한 점이 없어요?”“특별한 점요?”서지석은 오령정 하나를 집어 들고 자세히 관찰했지만 아무런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하고 의아해하며 물었다.“대체 어디가 특별해요? 안에 있는 짙은 영기는 바로 흡수할 수 있으니 수련에 사용해도 아무 문제 없을 것 같아요.”“서지석 씨, 만약 이 물건으로 수련하면 아마 3일도 못 살고 죽을 거예요.”이때 유진우는 손톱만 한 크기의 오령정을 손에 집어 들고 천천히 앞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