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82화

Author: 마태
last update Last Updated: 2024-10-29 19:42:56
주준용은 민머리를 매만지며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 마이바흐, 사고 난 지 오래됐군!”

말을 마친 그는 운전석 시트 등받이를 발길질했다.

“속도 높여, 사고내라고!”

“알겠습니다, 형님.”

주환이 두 눈을 빛내더니 감격에 찬 눈으로 주준용을 쳐다봤다.

“형님, 이건, 이건 절 위해 복수를 해주려는 겁니까?”

주준용은 짝하고 머리 위로 손뼉을 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복수는 무슨 복수? 이건 아주 단순하고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일뿐이야.”

“예, 예, 예, 맞습니다. 교통사고지요. 사고란 원래 거센 법이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주환이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기분 좋게 맞장구를 쳤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짐승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거칠게 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옥천 산장, 천궁 내.

주건희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손에는 뜨끈한 차를 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분위기를 위해 그 역시도 술을 적잖이 마셨다.

다만 그의 주량에 비해 방금 마신 양은 고작 조금 알딸딸할 정도뿐이었다.

차를 마시자, 상태가 많이 회복되었다.

금테 안경을 벗은 그는 손을 들어 콧대를 어루만졌다.

그러고 나서야 주건희는 웃으며 물었다.

“어떤가?”

거대한 천궁 안, 가야금 소리는 진작에 멈춰 있었고 오직 가짜 산수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분명 주건희 혼자뿐이었지만 그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래.”

평온, 심지어는 더없이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가 병풍 뒤에서 들려왔다.

이내, 캐쥬얼한 복장에 키가 약 170cm 정도 되는 청년이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청년은 대략 30세 정도에 평범한 외모, 검은 뿔테 안경 차림을 하고 있어 보고 있으면 점잖은… 얌전하다고 느끼게 하였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이면 금방 찾아내지 못할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그의 두 눈만은 불테 안경 아래서 놀라울 정도로 반짝거렸고 눈빛도 더없이 날카로웠다.

청년은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다가오더니 자리에 앉아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쳐
Locked Chapter
Continue to read this book on the APP

Related chapters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3화

    주건희의 안색이 돌변하며 동공이 확 수축했다.청년의 뚫어지게 쳐다보는 시선에 그의 정력으로도 저도 모르게 심장 박동이 빨라지기 시작했다.상을 재촉하다니?!말도 안 되는 소리!주건희는 이 지역의 호걸로 재계에서 적수가 없다시피 한 존재인데 그에게 상을 바랄 필요가 없었다.“응?”청년은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소리를 냈다.주건희는 미간을 꾹꾹 누르며 고개를 숙여 웃었다.“맞네.”“급한 것 없네.”청년은 고개를 돌려 저택 밖을 쳐다봤다.청년의 시선이 이동한 것을 느낀 주건희는 순간 압박감에서 벗어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남몰래 한숨을 내쉬었다.아무리 호걸이라 한들 살아생전 이토록 날카로운 눈빛은 또 처음이었다.다른 한쪽.넓은 도로 위.검은색 벤츠가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운전하는 건 옥천 산장의 한 매니저였다.조건희에게 초대받아 천궁에 들어갈 수 있는 손님이 어떤 사람인지 매니저로서 그는 등 뒤에 있는 두 사람의 무게를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중년의 매니저는 혹시라도 운전 기술로 인해 두 귀빈의 휴식에 방해가 될까? 처음부터 끝까지 몹시 조심스럽게 운전했다.뒷좌석에 앉은 천도준은 창밖의 거꾸로 가는 노란빛의 가로등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울프는 잔뜩 취해서는 시트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별안간, 울프의 몸이 떨리더니 가슴이 들썩이기 시작했다.그는 황급히 차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었다.“우욱~”울프는 순간 술 냄새가 가득한 토사물을 토해냈다.갑작스러운 광경에 천도준과 운전하던 매니저 모두 깜짝 놀라고 말았다.천도준은 울프가 조금 편해지게 얼른 울프의 등을 두드렸다.오늘 밤에 울프가 대부분 술을 막아준 탓에 울프는 확실히 많이 마시긴 했다.“천도준 씨, 저, 저 괜찮습니다….”울프는 시퍼레진 얼굴로 막 입을 열자마자 목구멍에서 다시 한번 욱하고 많은 양의 토사물을 토해냈다.“괜찮아, 토해내고 나면 좀 나을 거야.”천도준은 자신이 울프를 돌보는 게 이상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았다.그는 원래 어둠에서 걸어 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4화

    마이바흐 안.엔진소리를 들으며 빨라진 속도를 느낀 주환은 온몸의 피가 들끓는 것만 같았다.그는 다리의 통증은 완전히 잊은 채 중간에 앉아 점점 더 가까워지는 벤츠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눈을 붉혔다.“박아, 세게 박아버려, 죽일 정도로 세게 박아!”옆에 있는 시트에 기대앉은 주준용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오른손을 들어 민머리를 쓰다듬었다.“이 지역에서 주건희 말고 그 누구도 이 주준용에게 맞설 자격은 없어!”말을 마친 그는 흥분한 주환을 툭 쳤다.“진정 좀 해. 똑바로 앉아, 괜히 이따가 박고 나서 다른 한쪽 다리도 부러트리지 말고.”“아, 맞아, 맞아.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주환은 번뜩 정신을 차리고 다시 시트에 앉아 안전띠까지 했다.주준용은 웃으며 말했다.“휴대폰을 꺼내서 구급차 부를 준비 해. 이따가 사고 나면 다친 사람들을 무시할 수는 없지.”“그래요, 그래요, 박으면 곧바로 전화하겠습니다.”주환은 한껏 흥분해서는 얼굴을 붉혔다. 조금 있다가 차가 부딪쳐 날아가는 장면은 상상만 해도 심장이 두근두근 뛰었다.벤츠 안.“천도준 씨, 이제 5m도 안 남았습니다!”울프는 차 안으로 몸을 움츠러트렸다. 그는 뜨거운 가마 속의 개미처럼 참지 못하고 운전석 시트를 탁 내리쳤다.“더 속도 올리지 않고 뭐 해요!”“이미, 이미 이게 최선입니다.”매니저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그는 오늘밤 귀빈을 배웅하다 이렇게 목숨이 위협받을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지금 속도로 부딪히게 된다면 뒤쪽의 마이바흐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그들이 운전하고 있는 이 벤츠는 절대로 날아오를 게 분명했다.울프는 파랗게 질린 얼굴로 막 호통을 치려는데 천도준의 손이 울프의 어깨로 향했다.“저분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야. 하나는 벤츠, 하나는 마이바흐잖아. 가격 차이가 얼만데, 우린 도망칠 수 없어.”그대로 얼어붙은 울프는 멍한 눈빛으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지금의 천도준은 여전히 태연자약했고 표정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천도준 씨….”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5화

    옥천 산장에서 도시로 돌아가는 길목은 원래도 차량이 아주 적었다.저녁쯤, 차가 적은 도로 위.지금 두 대의 차량은 잇따라 길가에 차를 박은 뒤 멈춰 섰다.벤츠는 차 옆쪽과 차 머리가 변형되었고 전방의 마이바흐는 차 머리에서 짙은 연기가 뿜어지고 있었다!쿵!이내 커다란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벤츠의 차 문을 발로 박찼다.울프가 먼저 차에서 기어 나왔다. 유리에 긁혀 피가 새어 나오는 이마는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황급히 등을 돌린 그는 차 안의 천도준을 도왔다.“천도준 씨, 저희, 저희 살아났어요.”차에서 빠져나온 천도준은 숨을 고르기도 전에 울프와 함께 운전석에 있던 매니저를 꺼냈다.매니저는 이미 충격을 받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두 눈에는 초점이 나가 있었다.차에서 끌려 나온 뒤에는 아예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매니저의 몸을 살핀 천도준은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 나서야 한시름을 놓았다.벤츠가 비록 부딪혔지만 세 사람 모두 찰과상만 입었을 뿐 큰 문제는 없었다.조금 전, 일촉즉발의 순간에 아주 조금의 실수라도 했다간 지금처럼 무사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마이바흐는 옆에서 부딪히려 했었다. 설령 부딪힐 수 없었다고 해도 매니저의 운전 기술이 좋지 않다면 이런 고속도로에서도 충분히 벤츠를 뒤집을 수 있었다.그는 도박을 걸고 있었다.어렸을 때부터 가만히 죽음을 기다린다는 말은 천도준의 인생에 한 번도 나타난 적 없었다.그는 홀로 뛰어들어 킹을 끌어내릴 패기가 있는 사람이었다.아무리 절망 속에서도 그는 목숨을 건 내기를 해야 했다!타닥….전방에서 타는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천도준이 시선을 들어 쳐다보자, 마이바흐의 앞머리는 전부 망가진 채 짙은 연기만 피어나고 있었다.그리고 차 안에서는 돼지 멱 따는 듯한 처량한 비명이 들려왔다.보아하니 마이바흐의 차량 손상 정도는 그들 벤츠보다 훨씬 심각한 듯 보였다.그렇다면 그 안에 탄 사람의 부상 정도는… 설명할 수 없었다.하지만 마이바흐 차 안에서 주환의 비명도 들려와 천도준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6화

    하지만 주준용이든 그 부하든 차 안에 갇힌 주환을 구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울프, 따라와.”천도준은 울프를 데리고 주준용의 앞으로 다가갔다.그 순간, 당황해 정신을 차리지 못한 주준용은 눈앞의 두 그림자를 보더니 당황해서 고개를 들었다.“천도준, 뭐, 뭐 하려는 거야?”그렇게 큰소리로 따져 물으면서 주준용은 양손으로 바닥을 짚은 채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짝!몸을 숙인 천도준은 그대로 주준용의 뺨을 내려쳤다.어두운 밤 속에서 넋이 나간 주준용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천도준을 쳐다봤다.천도준은 음산하게 웃었다.“못된 짓을 많이 하면 벌을 받기 마련이야. 이번이 두 번째야. 다음에는 너와 우리 중에 누가 왕인지 제대로 가르쳐주도록 하지.”“울프, 가자!”등을 돌린 천도준은 울프를 데리고 멀어졌다.어두운 노란색 가로등 불빛은 두 사람의 그림자를 아주 길게 늘였다.주준용은 완전히 넋이 나가서는 천도준과 울프의 모습을 따라 시선이 천천히 움직였다.고작 이 정도로… 넘어간다고?그는 아무리 생각해도 믿기지 않았다. 죽고 죽이는 원한을 가진 사이에 천도준은 고작 뺨 한 대로 넘어가다니.만약 두 사람의 상황이 뒤바뀌었다면 그는 분명 이 기회를 틈타 죽여버렸을 것이다!그건 주준용이 몇 년간 재계에서 위세를 떨칠 수 있었던 비결이었고 그의 행동 철칙이었다!“계집애같이 마음이 약하긴! 결국은 네 손에 피를 묻히기에 싫다는 것이냐?”주준용이 두 눈을 빛내더니 이내 업신여기듯 냉소를 흘렸다.그는 멀어지는 천도준과 울프를 보며 억지로 천천히 몸을 일으키더니 냉소를 흘리며 중얼거렸다.“천도준, 나약한 녀석일 줄 알고 있었다. 연루될까 봐 무서워서 손에 피를 못 믿게는 거겠지. 사내대장부에게 이 정도 독기도 없어서야. 사내대장부는 수단 방법 같은 건 가리지 않는 것이다!”“너같이 찌질한 녀석은 뭣도 될 수 없을 것이야!”“두 번쨰가 있으면 세 번째가 있는 법이야. 이 주준용과 네 원한은 절대로 이대로 끝낼 수 없어. 이 도시에는 너와 나 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7화

    갑작스러운 폭발에 전혀 예상하지도 못했던 천도준과 울프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등을 돌린 그들은 하늘로 치솟은 버섯 형 화염을 쳐다봤다.멀지 않은 곳에서 놀란 주준용의 고함이 들렸다.천도준은 코를 쓱 문지르더니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방금 말했는데, 말 안 듣더니. 쯧, 못된 짓을 하면 벌 받는다니까.”울프도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마이바흐 주변으로 매캐한 연기와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가 가득했다.주준용이 조금만 진정했다면 냄새를 맡을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늘 오만했던 주준용은 조금도 진정할 생각이 없었다.“천도준 씨, 이제 주준용과의 원한은 절대로 해결할 수 없게 되었군요.”울프는 걱정스레 말했다. 주환이라는 목숨이 연루된 이상, 그게 설령 주준용이 직접 폭발을 일으킨 거라고 해도 주준용의 성격 상 천도준의 탓으로 밀게 분명했다.천도준은 코를 문지르며 말했다.“이전의 원한은 뭐, 해결할 수 있었나?”순간 멈칫했던 울프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그럼 됐지, 뭐.”등을 돌린 천도준은 냉랭한 얼굴로 한기 서린 차가운 말을 뱉었다.“난 죽이진 않겠지만 그렇게 죽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해줘야지.”……밤바람은 조금 차가웠다.천도준이 천문동 별장단지에 도착했을 때 존이 공손하게 조용한 거실 안에 서 있었다.“도련님, 여사님과 박유리 씨는 이미 잠드셨습니다.”천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어르신은요?”“베란다에 계십니다.”존이 말했다.“가서 쉬어요, 옷만 갈아입고 어르신 뵈러 갈게요.”천도준은 곧장 등을 돌렸다. 존은 옷차림이 흐트러진 천도준을 보며 잠시 망설이다 결국은 더 묻지 않았다.옷을 갈아입고 간단하게 씻은 천도준은 이내 베란다로 향했다.어르신은 찻주전자를 든 채 그네 의자에 누워 조용히 저 멀리 도시의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어르신….”천도준이 그를 부르자 정신을 차린 이수용은 온화하게 웃으며 말했다.“밤에 무슨 일이 생긴 것입니까?”“네, 여기 주준용과 원한을 맺게 되어 오늘 밤 한번 겨루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8화

    “오늘 주건희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는데 한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숨어 있는 데다 주건희마저도 그자를 숨겨주려 하고 있더군요.”천도준이 웃으며 말하자 이수용이 허허 웃음을 흘렸다.“돌려님, 이 세상엔 영원한 이익만 있을 뿐 영원한 친구 같은 건 없습니다. 주건희 같은 호걸도 권세에 빌붙어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지요.”“저도 알아요.”천도준은 잠시 망설였다.“어르신, 실례지만 가문 내의 천태성의 동향을 조사해 주세요.”“알겠습니다.”이수용은 고개를 끄덕였다.“천태성은 천태영보다 훨씬 인내심이 깊고 진중합니다. 만약 동향을 숨기고 조용히 이곳으로 왔다면 도련님에게 확실히 불리할 겁니다!”“지금 저에게 필요한 건 시간입니다.”천도준은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향했다.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는 지금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그의 정태에도 재개발 프로젝트의 힘을 빌려 빠르게 나아가야 했다.도중에 어떠한 문제도 있어선 안 됐다!정태 건설이 서천구 재개발 프로젝트를 완전히 완료한 뒤면 이 도시에서 그를 누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설령 주건희와 주준용이 손을 잡는다고 해도 소용이 없었다!이튿날 이른 아침.천도준은 일찍부터 정태 건설로 출근했다.아침 일찍부터 마영석을 비롯한 책임자들을 사무실로 불러 중대한 소식을 발표했다.그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전부 화들짝 놀랐다.“대표님, 확실히 하셔야 해요. 매물 3개를 동시에 예약 판매를 한다니, 너무 모험적이에요!”마영석은 조금 걱정스레 물었다.“저희 서천구 프로젝트가 비록 온 도시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동시에 매물 3개의 예약 판매를 시작하게 된다면 구매자의 시선을 분산시켜 판매 효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맞아요, 대표님. 저희 서천구 프로젝트는 지금 황금알을 낳는 거위나 다름없어요. 이대로 안정적으로 가기만 한다면 모든 파이를 다 먹을 수 있을 테니 이렇게 조급해할 필요 없어요.”“대표님, 마 대리 말이 맞아요. 예약 판매 효과가 떨어졌다는 걸 업계에 퍼지게 된다면 서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89화

    오전 무렵.정태 그룹 빌딩 아래에는 오가는 인파가 가득했다.별안간 검은색 벤츠 다섯 대가 빠르게 질주하더니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동시에 멈추며 일제히 정태 그룹 빌딩 정문 앞을 가로막았다.그 기세는 순식간에 주변 사람들의 이목을 잡아끌었고 모두 호기심에 몰려들었다.“무슨 일이라도 난 건가?”“엄청난 기세네, 어느 거물이라도 오는 건가?”“그런 얘기는 못 들었는데? 빌딩에서 누가 마중 나오는 사람도 없잖아. 내가 보기엔 깽판 치러 온 것 같은데?”……수군거림 속에서 검은색의 벤츠 다섯 대의 문이 동시에 열렸다.하나같이 정장 차림에 선글라스를 쓴 젊은 남자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일렬 서 빌딩 앞에 늘어섰다.그 중 두 사람이 앞으로 나아가더니 현수막을 펼쳤다.순식간에 구경꾼들 사이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모든 사람의 안색이 돌변했다.현수막에는 커다랗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천도준! 상복을 입고 예를 차려라!’한 장의 현수막은 마치 물에 던져진 폭탄이 되어 순식간에 모든 사람을 들썩이게 만들었다.“깽판이야, 분명 깽판 치러 온 걸 거야.”“정태 그룹의 천 대표는 또 누구에게 잘못 본인 거야?”“세상에, 이런 대낮에 천 대표에게 상복을 입으라고 하다니, 누구 짓이야?”……아래에서 사람들의 소리가 들끓고 있을 때.정태 건설 안.울프가 황급히 천도준의 사무실로 달려들었다.“천도준 씨, 아래에 누군가가 소란을 피우고 있습니다!”울프의 안색이 몹시 어두웠고 두 눈에는 흉흉한 빛이 번뜩이고 있었다.정태 건설 빌딩 아래에서 현수막을 들고 있다는 것만 해도 이미 정태 건설의 체면을 바닥으로 짓누르고 있는 것이었다.게다가 그 내용이 천도준에게 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라니!“누가 소란을 피우고 있는데?”천도준이 물었다.울프의 두 눈에 흉흉함이 드러났다.“주준용의 사람이 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하는 현수막을 들고 있습니다.”뚝!천도준이 들고 있던 펜이 부러지는 소리가 들려오더니 음울한 기운이 솟아오르며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자신에게

  • 이긴 놈이 왕이다   제190화

    하지만 그가 말리기도 전에 천도준은 이미 사람들의 시야 속으로 걸어들어갔다.“저기 봐, 천 대표다!”탄성과 함께 사람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천도준에게로 집중됐다.모든 이가 궁금해하고 있었다. 그 정태 건설의 대표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질렀기에 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하는 현수막이 걸리게 된 걸까!“여러분, 이렇게 저희 정태 건설을 모욕하는 건 무슨 의도입니까?”천도준이 냉소를 흘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정장 차림의 젊은 남자들을 쳐다봤다.“천도진 씨, 저희와 함께 가주시요!”선두에 있던 젊은 남자가 차갑게 대꾸했다.“저희 주 대표님께서 빈소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안 가겠다면요?”천도준이 눈썹을 들썩이며 말했다.“그러면 정태 건설 앞에는 날마다 이 현수막이 걸릴 것입니다.”젊은 남자의 말에 천도준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조롱하며 말했다.“그럼 내가 간다면, 후회하지 않을 자신 있습니까?”“어디 한 번 가보시지요.”“울프, 차 대기시켜!”천도준이 큰 소리로 외쳤다.순간, 구경꾼들 사이에 소란이 일었다.“정말로 간다고? 천 대표도 너무 방심하는 거 아니야?”“상복을 입고 예를 취하라니, 체면을 바닥까지 깎아내렸는데 진짜로 간다고?”“세상에, 이건 특종이야, 분명 대박 뉴스가 될 거야!”……구경꾼들이 수군대는 소리가 울프의 귀에까지 들어갔다. 울프는 그 말들에 분노가 치솟아 얼굴이 다 시뻘게졌다.하지만 천도준의 명령을 감히 어길 수는 없어 곧바로 등을 돌려 차를 가지러 갔다.이내, 정태 건설 앞에 울프가 운전하는 BMW 한 대가 도착했다.천도준은 등을 돌려 경악에 찬 구경꾼들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여러분, 이만 해산하시죠. 사소한 일로 여러분들을 놀라게 해드려 정말 죄송합니다.”말을 마친 그는 곧바로 차에 올라탔다.천도준이 차에 타는 것을 본 주준용의 부하들도 분분히 차로 돌아갔다.벤츠 다섯 대, BMW 한 대는 그렇게 위풍당당하게 길을 나섰다.BMW 안의 분위기는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울프가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

Latest chapter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2화

    이은화는 분노했다. “그럼 우리 청하가 중간에 껴서 난처해하는 모습을 눈 뜨고 보고만 있겠단 말이에요? 아빠라는 사람이, 어떻게 이 중요한 순간에 딸을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어요?”“알았어.”고덕화는 한숨을 푹 쉬었다. 어쨌든 동의한 셈이다. “그저 여기에서 며칠 더 묵었을 뿐이야. 천씨 가문쪽과의 협의를 또 지체해야 하는 건 아닌지 걱정 돼.”고덕화는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천씨 가문의 여세를 몰아 당신이 한 단계 더 높은 성과를 올리려고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저도 그 생각에 동의하고요. 게다가 당신을 응원해요.”이은화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여보, 우리에겐 자식이라고는 청하 한 사람 밖에 없어요. 당신이 이미 이룬 성공은 다른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고, 또 원하는 것이예요. 돈은 필요한 만큼만 있으면 돼요. 청하의 행복이야말로 지금 우리의 가장 큰 목표예요.”“하지만…”고덕화는 여전히 변명하고 싶었다.“저는 저희의 잘못된 생각으로 청하가 좋은 인연을 놓치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천씨 가문을 떠나서, 천도준은 이미 훌륭한 성과를 거두었다고요. 만약 청하가 우리 때문에 헤어지면 아버지라는 사람이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겠어요?”이은화의 목소리가 점점 더 높아졌다.“당신 설마 우리 청하가 석유 재벌이나 실리콘 밸리의 거물들의 자식들을 마음에 들어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고덕화는 잠시 멈칫하다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바로 명쾌하게 말했다.“그럼 이렇게 하지. 모레 여전히 이곳에서 파티를 열어 천도준에게 사과를 하는 거야.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견례를 갖는 거지.”“좋아요. 이래야 좋은 아버지죠.”이은화는 부드럽게 웃었다. ……고덕화와 정강수가 회관 주차장으로 달려갔을 때, 천도준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그저 멀리에서 롤스로이스 한 대가 회관 밖으로 나가는 것이 보였다. 고덕화는 미간을 찌푸렸다. 정강수가 다급히 경호원에게 물어보니, 경호원은 천도준이 착잡한 표정으로 차량에 올라탔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1화

    그 말에 정강수는 몸을 움찔거렸다. 그의 표정은 어딘가 복잡해보였다.정강수는 국화의 대가였다. 그는 도도하고 자신의 존엄을 중요시 여기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외국뿐만 아니라 국내에서도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사람이었다. 때문에 그에게서 사과라는 단어를 좀처럼 찾아보기가 힘들었다. 하물며 자신보다 나이가 한참 어린 사람한테 사과하라니?그저 멍하니 서 있는 정강수를 보고, 유 원장은 화가 났다.“너, 나랑 박씨 어르신을 믿어, 못 믿어?”박씨 어르신도 한숨을 쉬었다.“가, 어서 사과 해.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닌데 뭐.”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 그것도 천씨 가문 가주가 아들을 위해 이미연에게 협박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런 천도준이 정강수의 사과를 받지 못해서야 되겠는가? 순간, 정강수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유 원장이 혼자 이러는 거면 무시해도 되겠지만, 박씨 어르신까지 이러니 그들의 말을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그가 아무리 어리석다고 해도 일이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정강수는 한숨을 쉰 후, 천천히 밖으로 걸어갔다.“엄마, 아빠. 제가 도준이를 잡으러 갈게요.”고청하는 감격에 겨워 밖으로 뛰쳐나갔다.오해가 풀렸다. 이건 그녀에게 있어서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었다.여자로서 자기가 사랑하는 사람이 부모님의 마음에 드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있겠는가?정강수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졌다.안채 안은 여전히 조용했다. 고덕화와 이은화는 아직도 무슨 상황인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오늘 밤, 모든 일이 너무 순식간에 지나갔다.기쁨에서 분노로, 다시 공포로 변했다. 두 사람은 그저 오랜 친구들을 불러 딸이 사랑하는 남자가 믿을만한 남자인지 보려고 했는데, 이렇게 큰 오해가 생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조금 전 천도준에게 했던 말과 행동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얼굴이 뜨거워졌다.고덕화는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흘겨보았다.“오래 알고 지낸 친구인데, 어떻게 두 사람은 아직도 나를 속일 수가 있지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60화

    정강수는 눈을 부릅뜨고 분노했다.그들은 모두 오래된 절친한 친구고, 각자 분야에서 뛰어난 전문가들이어서 만약 진짜로 싸운다면 누구 하나 쉽게 양보하지 않을 것이다.유 원장은 얼굴을 붉히며 욕설을 퍼부었다.“넌 정말 양심도 없는 놈이야. 내가 너랑 싸우는 것을 두려워할 것 같아? 너한테 맞으면 난 내가 직접 치료하면 되는데, 넌 누가 치료해 줄 수 있을 것 같아? 난 절대 치료 못 시켜줘.”“너……”정강수는 얼굴을 붉혔다. 고덕화는 아직도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어리둥절해했다.같은 편들끼리 왜 갑자기 싸움을 벌이는 거지? 그때, 박씨 어르신이 한 발짝 앞으로 나와 유 원장과 똑같이 어이가 없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정강수를 바라보았다.“강수야. 이번 일은 네가 경솔했어. 유 원장 말이 하나도 틀리지 않았어.”“너 까지 왜……”정강수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하지만 이내 뭔가를 깨달은 것 같았다.세 사람 중, 박씨 어르신이 제일 진중하고 침착한 편이었다. 아니었으면 높은 지위에 오르지 못했을 것이다.“두 사람 대체 왜 그래? 무슨 일이야?”고덕화가 다급히 물었다.이은화와 고덕화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을 번갈아 쳐다보았다.유 원장은 성격이 급한 나머지 발을 동동 구르며 를 가리키며 정강수에게 소리를 질렀다.“다시 한번 저 그림을 자세히 봐봐. 그래도 천도준이 선물한 그림이 가짜라고 한다면 오늘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 말에 정강수는 마치 날벼락을 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천도준을 대신해 억울함을 호소했다.‘내가 진짜 잘 못 본 걸까?’정강수는 다시 를 들고 신중하게 테이블 위에 펼쳐놓았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돋보기를 꺼내 자세히 살펴보았다.아까와 비교하면, 정강수는 확실히 침착했다.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어찌나 조용한지 바늘이 떨어지는 소리조차 들릴 것 같았다. 고덕화 일행은 막막했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부끄럽기도 하고, 어딘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9화

    그의 한 마디에 방은 순식간에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해졌다.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어느새 두 사람의 이마에서는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정강수는 오히려 거만한 표정으로 천도준을 아니꼽게 바라보고 있었다.순간, 고청하는 눈앞이 컴컴해지는 것 같았다. 그녀의 갸냘픈 몸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떨려왔다.부모님은 불같이 화를 낸다. 처음 부모님을 소개시켜드리는 자리는 이렇게 완전히 망해버렸다.그럼 앞으로 두 사람의 사이는 어떻게 되는 걸까?고청하는 힘겹게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준아……”그녀가 막 말을 내뱉은 순간, 천도준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미소는 봄바람처럼 따뜻했다.당백호의 는 이수용이 그에게 준 것이다. 그는 이수용이 고작 그림 한 점으로 수작을 부렸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박씨 어르신에게 주는 선물이라 해도 절대 가짜일 리가 없었다.그의 기분을 상하게 한 건 바로 정강수의 독단적인 태도였다. 그는 그림을 단 한 번만 보고 가짜라고 판단했다. 그건 아무리 전문가여도 너무 독단적이었다.그의 이런 독단적인 행동 때문에 기쁨과 환희가 차 넘쳐야 할 자리는 순식간에 발칵 뒤집히고 말았다.고청하의 목소리를 듣고, 천도준은 웃으며 말했다.“청하야, 난 괜찮아. 난 이만 나가볼게.”이미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렸으니 그가 계속 여기에 있는다면 고청하만 중간에서 곤란해질 뿐이었다.고청하는 그가 가장 힘들었을 시기에 그의 곁으로 돌아왔다. 그는 어렵게 얻은 이 진실된 감정을 각별히 소중하게 여겼다.하지만 지금, 난처해하는 고청하를 보고 있자니 천도준은 마음이 아파왔다.말을 마친 천도준은 얼굴에 미소를 띄고 사람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도준아……”고청하는 그를 잡으려고 했다.하지만 고덕화가 그녀를 붙잡았다.“청하야. 아직도 모르겠어?”“아빠…… 아빠는 제가 무엇을 이해하기를 바라세요?”고청하는 눈물을 흘리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청하야, 천도준은 이 도시에서 젊은 인재라고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8화

    쿵.그의 한 마디에 방 안의 몇 몇 사람들은 모두 깜짝 놀라 어리둥절해했다.모두가 돈이 부족하지는 않지만, 이런 소장품에 대해서는 모두 관심이 없었다. 때문에 서화 면에서는 정강수처럼 조예가 깊은 사람은 없었다.한 폭의 그림이 거의 50억에 달한다니…… 그게 사실이라면 이 선물은 아주 귀한 것이었다.그 말에 천도준도 깜짝 놀랐다. 이수용은 너무 손이 컸었다. 다른 사람에게 주는 선물로 50억을 쓰다니?잠시 후, 천도준은 활짝 웃으면서 말했다.“아저씨, 저는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분들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50억 정도는 내놓을 수 있습니다.”“어린 나이에 말은 잘하네?”정강수는 미간을 찌푸렸다. 점잖은 그의 얼굴에 흉악한 분노가 일었다. 고청하는 눈을 반짝였다. 천도준의 몸값을 생각했을 때, 50억 정도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그녀가 막 뭐라고 해명하려고 할 때, 정강수는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천도준에게 말을 걸었다.“방금 잘 못 들었어? 내가 말한 건 3년 전 시가야.”“잘 들었습니다.”천도준은 평온하게 고개를 끄덕였다.“49억 2천 8백만원. 구체적인 가격을 어떻게 알았냐고?”정강수는 차가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당시 이 그림이 경매에 팔렸을 때, 내가 그 경매 현장에 있었지. 이 그림은 당시 정체를 알 수 없는 어떤 한 신비로운 구매자 손에 들어갔어. 게다가 이 그림은 3년 전에 사간 이후로 한 번도 세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지. 나이가 많이 어린 것 같은데, 설마 당신이 그때 그 그림을 산 사람이라고 하진 않겠지?”그 말에 고청하는 몸을 움찔했다. 그녀의 두 눈은 순식간에 휘둥그레졌다.3년 전이면 천도준과 오남미가 결혼하던 해다.그때의 천도준이 어떻게 50억 짜리 그림을 살 수 있었을까?‘설마…… 진짜 가짜란 말이야?’순간, 고청하의 눈앞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그녀의 마음은 순식간에 텅 빈 듯 공허해졌다.고덕화의 표정도 점점 굳어졌다.그는 정강수의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그는 국화의 대가이고, 이 방면에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7화

    그의 한 마디에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고덕화의 표정도 순식간에 굳어졌다. 고청하 어머니의 표정도 오싹하기 그지 없었다.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아저씨, 도준이는 가짜 그림을 선물할 사람이 아니에요.”고청하는 다급히 해명했다.이건 천도준이 그녀의 부모님을 처음 만나는 자리다. 그녀의 가세로 보아, 고청하의 부모님은 천도준이 준 선물의 가치를 절대 따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선물이 가짜라면 그건 의미가 달라진다.이건 가식적이고 무례한 일이 아닌가?“그래, 맞아. 한 번 더 자세히 봐. 함부로 말하지 말고.”유 원장도 고청하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는 천도준의 진짜 정체를 알고 있었다. 천도준 같은 사람이 어떻게 가짜를 구입할 수 있단 말인가? 반드시 정강수가 잘못 본게 틀림없었다.“그래, 아까 그저 얼핏 봤잖아. 네가 잘못본 게 틀림없을 거야.”박씨 어르신이 말했다.“뭐?”정강수는 박씨 어르신을 노려보았다.그는 국화의 대가이며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람이다. 그의 그림 한 점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가치가 있었다.그는 수십 년 동안 서화에 빠져있었고 직접 본 서화는 부지기수였다.당백호의 는 정강수가 한 눈에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당신……”박씨 어르신은 무의식적으로 천도준을 힐끔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정강수를 향해 말했다. “이 당나귀 같은 놈아. 오늘은 청하가 남자친구를 데리고 인사를 하러 온 날인데 왜 그렇게 화를 내는 거야?”천씨 가문 가주의 친아들이 어떻게 가짜 그림을 선물할 수 있겠는가? 무슨 말도 안 되는 농담을…… 만약 이번 일로 천도준이 대노한다면 천씨 가문의 명령하나 만으로 정강수는 그동안의 명성을 전부 내려놓아야 할지도 모른다.“왜 나를 탓하는 거야?”정강수는 매섭게 쏘아붙였다.“난 저 녀석이 여자친구 부모님에게 선물로 가짜 그림을 주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야. 보잘것 없는 선물이라도 정은 깊다는 말도 있는데 값비싼 선물을 주지 못해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6화

    “걱정하지 마. 이따가 확실하게 단련시켜 줄 테니까.”박씨 어르신은 워낙 권위가 높은 사람인지라 인자하게 웃으며 말했다.옆에 있던 유 원장과 정강수도 고개를 끄덕였다.“걱정마시게나. 우린 오랜 벗이잖아. 우리를 초대했으니까 우리도 자네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걸세.”“도대체 어느 잘난 놈이 청하 마음을 사로잡은 건지 똑똑히 봐둬야겠어.”고덕화는 활짝 웃었다. 그러면서 함께 주먹을 맞잡았다.바로 그때, 고청하는 잔뜩 민망해하는 천도준의 팔짱을 끼고 안으로 들어왔다.천도준을 보자마자 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은 동시에 아연실색했다. 그들은 깜짝 놀라 순식간에 동공이 움츠러들었다. ‘저…… 저 사람이 고덕화의 예비 사위라고? 세상에.’박씨 어르신과 유 원장도 권세도 높고 지위도 높은 사람들이었지만, 천도준을 보자마자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거센 파도가 일었다.이렇게 큰 인물을 감히 누가 누구를 테스트하고, 누가 누구를 단련시킨단 말인가?박씨 어르신은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었다.이율 병원 원장인 유 원장은 천도준의 어머니가 그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때, 그는 천도준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지만 장 의사를 통해 천도준에 관한 일을 들은 적이 있었다.“저 사람이 바로 네가 말한, 우리더러 잘 테스트해봐라던 그 사람이야?”유 원장이 말했다.옆에 있던 박씨 어르신은 의아한 표정으로 유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는 유 원장이 천도준의 신분을 알고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깨달았다.사실, 천도준은 방에 들어온 후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오늘 밤 고청하의 부모님을 만난 다는 사실도 미처 몰랐었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많은 거물급 인물들이 함께 있을 줄이야.박씨 어르신뿐만 아니라 유 원장도 있었다.그의 어머니가 이율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 어머니를 돌봐느라 병원에 자주 들르곤 했다. 그럴 때에 유 원장의 사진을 본 적이 있었다.오직 그 점잖은 얼굴을 한 사람과만 초면이었다. 하지만 그는 박씨 어르신, 유 원장과 함께 자리하고 있는 걸 보면 그 또한 만만한 인

  • 이긴 놈이 왕이다   제255화

    죽림 정원.웃음 소리가 본연의 고즈넉함을 깨뜨렸다. 고청하는 의자에 앉아 자신의 아버지와 그의 몇 몇 오랜 벗이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안절부절못하며 지켜봤다.한 쪽의 대원들 외에, 국화의 대가, 의학의 권위자 등등이 한자리에 모여있었다. 이 사람들은 국내에서 명성이 자자할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위상이 높았다. 이 사람들은 모두 고청하 아버지의 절친한 친구들이었다. 이따가 천도준이 오면, 어떤 광경이 펼쳐질까? “자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는데, 못 본 새에 이율 병원 원장으로 국제적으로 유명하더군.”중년 남자는 활짝 웃으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남자를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외국의 의학 잡지에 자네가 자주 등장하더군.”“하하하. 그만 칭찬하게나. 이게 다 검은 머리가 희도록 밤 새서 노력한 결과물이니……”유 원장이 웃으며 말했다.“국제적으로 명성이 높은 걸로 따지면 정강수가 제일 자격이 있지.”그 말에 점잖은 외모에 안경을 쓴 또 다른 중년 남자가 말을 이어갔다. “나는 아무 것도 아니야. 국제적으로 유명하다니? 정말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건 내가 아니라 고씨 지. 석유 재벌과 실리콘밸리의 가물들과 어울려 놀잖아.”“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내가 이번에 너희를 부른 건, 중요한 일이 있어서야.”“바로 사윗감을 테스트 하는 거지.”박씨 어르신이 진지하게 말했다.이 말에 유 원장과 정강수는 동시에 흥미를 느꼈다. 그들은 앞다투어 고덕화의 예비 사위가 누구인지 물었다.고덕화는 말없이 웃으며 나중에 소개하겠다고 말했다.“생각지도 못했어. 덕화가 이 도시에서 가문을 일으켰는데 사위도 이 도시에서 찾고, 어느 집 재주가 뛰어난 놈이 우리 조카딸을 그렇게 오매불망 기다리게 한 거야?”유 원장은 참지 못하고 한 마디했다.“기다려보면 알아.”고덕화는 살짝 웃었다. 그러면서 고청하에게로 시선을 옮겼다.“마침 사람들도 다 모였으니 이 녀석들이 나를 도와 그 녀석이 진짜 합격된 놈인지 아닌지 테스트할거야.”고청하는 두 손을 맞잡

  • 이긴 놈이 왕이다   제0254화

    세 개의 분양 아파트 실시간 데이터는 꾸준히 잘 유지되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일주일 정도면 이번에 나온 매물들을 다 팔 수 있을 것 같았다.이건 그에게 있어서 가장 좋은 결과였다.그는 큰 주목을 받지 않는 선에서 가장 빠른 이익화를 실현하려고 했다.오후 5시, 천도준은 마영석에게 오늘 밤 축하연을 마련하라고 했다.하지만 그의 테이블로 배달된 초대장 하나가 그의 계획을 완전히 허사로 만들었다.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보고, 천도준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는 기뻐하면서 조금 놀란 것 같았다.초대장에는 사인회관이라는 장소가 적혀 있었다.사인회관의 초대장이다. 입문 자격을 갖췄다는 뜻이었다.“누가 보낸 거지?”그는 울프를 바라보았다.하지만 울프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떤 젊은 사람이야. 그저 초대장만 건네주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가버렸어.”천도준은 엉겁결에 웃음을 터뜨렸다.이 초대장은 진짜 초대장이 맞았다. 사인회관의 명성이 워낙 강하다보니 아무도 감히 이 초대장을 위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초대장에는 주인의 이름이 빠져있었다.‘혹시 박씨 어르신인가?’천도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박씨 어르신의 신분으로 이 초대장을 보낸다면 자신의 이름을 빼먹지 않을 것이다.“축하연은 오늘 너희끼리 해야겠어. 나는 약속 장소로 가봐야 해.”그는 초대장을 흔들며 마영석에게 말을 걸었다.만약 정말 박씨 어르신이 보낸 초대장이라면 상대방의 체면을 구길 수 없었다.간단한 초대장 한 장이라고는 하지만, 주건희, 주준용같은 사람들에게는 아주 귀한 물건이었다.지금 상대방이 직접 그의 손에 가져다줬는데 그가 소중히 여기지 않는다면 그건 멍청한 거나 다름이 없었다.깊은 어둠이 내려앉았다. 사인회관은 여전히 독특한 신비로움과 장엄함을 자랑했다.작은 뜰.환한 등불이 비추고,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초대장이 없으면 함부로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진정한 사인회관의 단골손님만이, 전체 사인회관에서 이 대나무 숲의 작은 뜰에 출입할 수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