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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주준용은 민머리를 매만지며 섬뜩한 웃음소리를 냈다.

“이 마이바흐, 사고 난 지 오래됐군!”

말을 마친 그는 운전석 시트 등받이를 발길질했다.

“속도 높여, 사고내라고!”

“알겠습니다, 형님.”

주환이 두 눈을 빛내더니 감격에 찬 눈으로 주준용을 쳐다봤다.

“형님, 이건, 이건 절 위해 복수를 해주려는 겁니까?”

주준용은 짝하고 머리 위로 손뼉을 치더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복수는 무슨 복수? 이건 아주 단순하고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일뿐이야.”

“예, 예, 예, 맞습니다. 교통사고지요. 사고란 원래 거센 법이니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겠습니까?”

주환이 눈동자를 데구루루 굴리며 기분 좋게 맞장구를 쳤다.

검은색 마이바흐가 짐승 같은 엔진 소리를 내며 순식간에 거칠게 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옥천 산장, 천궁 내.

주건희는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었고 손에는 뜨끈한 차를 들고 있었다.

조금 전에 분위기를 위해 그 역시도 술을 적잖이 마셨다.

다만 그의 주량에 비해 방금 마신 양은 고작 조금 알딸딸할 정도뿐이었다.

차를 마시자, 상태가 많이 회복되었다.

금테 안경을 벗은 그는 손을 들어 콧대를 어루만졌다.

그러고 나서야 주건희는 웃으며 물었다.

“어떤가?”

거대한 천궁 안, 가야금 소리는 진작에 멈춰 있었고 오직 가짜 산수 속에서 흐르는 물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분명 주건희 혼자뿐이었지만 그는 질문을 하고 있었다.

“그래.”

평온, 심지어는 더없이 차갑게까지 느껴지는 목소리가 병풍 뒤에서 들려왔다.

이내, 캐쥬얼한 복장에 키가 약 170cm 정도 되는 청년이 병풍 뒤에서 천천히 걸어 나왔다.

청년은 대략 30세 정도에 평범한 외모, 검은 뿔테 안경 차림을 하고 있어 보고 있으면 점잖은… 얌전하다고 느끼게 하였다.

사람들 틈바구니에 섞이면 금방 찾아내지 못할 그런 느낌이었다.

다만 그의 두 눈만은 불테 안경 아래서 놀라울 정도로 반짝거렸고 눈빛도 더없이 날카로웠다.

청년은 천천히 테이블 앞으로 다가오더니 자리에 앉아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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