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55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4-03 17:34:33
부승민이 미간을 찌푸리고는 어두운 눈으로 온하랑을 바라보며 물었다.

“내 말 안 믿는 거야?”

온하랑이 눈을 내리깔며 침묵을 지켰다.

“예전에는 믿었었어. 근데 지금은 잘 모르겠어.”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아무리 살을 부대끼며 사는 사이라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 된다는 걸 친히 가르쳐주었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속이기 더 쉬웠고 그녀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의 마음을 가지고 놀았다.

결국 부승민이 직접 온하랑의 신뢰를 깨뜨린 것이었다.

부승민은 온몸이 뻣뻣해지며 목이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하랑아, 나는...”

온하랑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어찌 됐든 추서윤 씨는 오빠 때문에 다친 거잖아. 그러니까 병원에 가보기는 해야지. 난 이만 먼저 가볼게.”

말을 마친 그녀가 미련 없이 몸을 돌려 나갔다.

부승민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으려 했지만 결국 온하랑의 옷깃도 스치지 못하고 허공에 멈춰버렸다.

그녀가 떠난 뒤에도 부승민은 오랫동안 그 자리에 꼼짝도 않고 서있었다.

...

알싸한 소독약 냄새를 맡으며 추서윤이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곁을 지키는 사람은 안수빈뿐이었다.

“승민이는?”

추서윤이 허약한 목소리로 묻자 안수빈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문밖을 가리켰다.

“직접 오진 않고, 비서를 보냈어.”

추서윤의 얼굴에 실망의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연 비서님한테 물어는 봤어? 왜 직접 안 왔는지?”

부승민이 병원에 오지 않았다고?

추서윤이 그를 위해 칼을 대신 맞기까지 했는데?

혹시 온하랑이 오지 못하게 막은 건 아닐까?

“물어봤어. 비서님이 말하길 대표님은 네 행동에 매우 고마워하신다고, 그래서 네가 완전히 회복할 때까지 모든 의료 비용을 대신 지불해

주신다고 하셨어. 그리고 경찰에 가능한 빨리 조사를 하도록 재촉해 네 억울함을 풀어주시겠다고, 그리고 네가 원한다면 사례로 4억을 주겠다고 했대.”

추서윤은 믿을 수 없었다.

그녀는 부승민을 위해 칼을 대신 맞아주었는데, 그는 그저 돈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고?

어떻게 이렇게 매정하게 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256화

    병원에서 멀지 않은 카페에 들어간 두 사람은 각자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았다.“무슨 용건이시죠?”연민우가 미소 지으며 말했다.“대표님이 안수빈 씨께 전하라고 하신 말씀이 있어서요. 야망이 있는 건 좋지만 그 야망을 받쳐 줄 실력도 있어야죠. 안 그러면 그냥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지 않겠어요?”안수빈의 안색이 순간 굳었다.“그게 무슨, 부 대표님이 무슨 뜻으로 하신 말씀이죠?”“대표님과 전무님이 극장에 함께 있는 모습이 찍힌 것, 안수빈 씨가 시킨 일이죠? 덮어놓고 시치미 떼지 마세요. 제가 이렇게 말하는 건 대표님께서 이미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안수빈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그리고 안수빈 씨, 최기준과 장기범과도 연락하셨던데요?”안수빈이 숨을 들이켜며 겨우 말했다.“무슨 말씀 하시는 건지 모르겠네요!”안수빈은 부승민이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여기까지 조사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연민우가 여유로운 표정으로 느긋하게 말했다.“최기준, 장기범과 다른 4명의 투자자는 이미 경찰에 붙잡혔어요.”안수빈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그래서요?”“확실히 일을 꽤 은밀하게 처리하셨더라고요. 그래도 남들이 절대 모르게 하고 싶었으면 직접 하셨어야죠. 부 대표님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공짜 밥 먹는 줄 알았어요?”연민우는 부승민 정도의 위치에까지 올라가면 불법적인 수단도 어느 정도는 써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부승민의 곁에는 이미 몇 년 동안 알고 지낸 한 남자가 있었는데 그는 부승민과 직접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일을 처리했고 들어보니 전과가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안수빈은 얼굴이 완전히 굳어서 힘없이 의자에 앉아있었다.“다 추서윤이 시켜서 한 일이에요!”자칫하면 감옥에 들어갈 수도 있는 일이었다. 그녀와 추서윤 사이에 죄를 대신 뒤집어 써 줄 정도의 의리는 없었다.그리고 안수빈은 그제야 깨달았다. 예전에 부승민이 추서윤에게 잘해줬던 건 추서윤이 자작극을 벌이고 그를 협박해서가 아니라 그저 부승민이 그녀를 편애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57화

    하지만 위로 올라가려면 BX 그룹의 사모님이 아니라 대표님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을 안수빈은 알고 있었다.추서윤이 BX 그룹의 사모님이 된다고 해도 부승민이 그녀를 못마땅해하면 그 사모님 자리는 앉으나 마나 한 것이었다.이번 일을 봐도, 부승민이 수운성의 여주인공 배역을 교체하고 그녀의 광고모델 자격도 박탈하자 아무리 추서윤이 애를 써도 그녀가 다른 회사와 맺었던 모든 계약이 줄줄이 취소되었다.안수빈의 말을 들은 추서윤이 충격에 휩싸여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수빈아, 너도 나 떠나려고? 그러지 마, 나 아직 포기 안 했어!”추서윤이 급한 마음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안수빈을 잡으려 했으나 상처가 벌어지는 바람에 다시 침대에 쓰러질 수밖에 없었다.“부승민은 너한테 마음이 전혀 없어, 그러니 무슨 짓을 해도 소용없을 거야. 사실 다시 외국에 나가는 것도 괜찮은 선택일 수 있어. 거기 가서 재기할 기회를 만들어 봐. 하지만 난 더 이상 네 곁에 있어 줄 수 없을 것 같아. 몸조리 잘하고.”말을 마친 안수빈이 병실을 떠났다.앞으로 남은 날을 감방에서 보내고 싶지 않다면 그녀는 이제부터 조용히 숨죽여 살아야 할 것이다.“수빈아! 수빈아...”추서윤이 안수빈의 이름을 부르짖었으나 안수빈은 뒤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떠났다.떠나는 안수빈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추서윤의 두 눈에 눈물이 끊임없이 흘렀다.이제 안수빈도 그녀의 곁을 떠났다.정말 외국에 갈 수밖에 없는 걸까?...추서윤의 엄마, 심은혜가 전복죽을 추서윤의 병상 위 테이블에 놓아주며 말했다.“이거 봐, 네가 이 지경이 됐는데도 부승민은 코빼기 하나 안 비치잖아.”추서윤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병상에 기대있을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심은혜는 그런 추서윤의 기분을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잔소리를 이어나갔다.“너랑 부승민이 어디 보통 사이니? 어떻게 그 온하랑이라는 년 하나를 못 이겨. 나는 네가 왜 그때 굳이 외국에 나갔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그때 국내에 계속 있었으면 지금 B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58화

    ”그래.”심은혜가 별다른 말을 하지 않자 비서는 2층으로 올라가려 했다.“근데 무슨 서류야?”추상훈이 평소에 하는 짓을 보면 회사 일에 손도 안 대는 것 같던데 집에까지 가져와서 봐야 할 서류가 있다고?추상훈의 비서는 잠시 멈칫하는가 싶더니 서류를 몸 뒤로 약간 숨기며 대답했다.“별거 아닙니다. 그냥 평범한 서류예요.”심은혜가 비서를 흘깃 보더니 별말 않고 손을 내저었다.비서는 얕게 한숨을 내쉬고는 추상훈의 서재에 서류를 두고 집 밖으로 나갔다.심은혜는 그런 비서의 모습이 뭔가를 숨기고 있는 사람처럼 수상쩍다고 생각했다.그녀는 분무기를 들고 서재에 들어와 식물에 물을 주는 척하며 추상훈의 책상 위를 슬쩍 훑어보았다.하지만 아무리 찾아보아도 방금 비서가 들고 왔던 서류봉투는 보이지 않았고 그게 심은혜의 호기심을 더 자극했다.심은혜는 분무기를 내려놓고 본격적으로 추상훈의 책상을 뒤지기 시작했다.그러다가 3번째 서랍의 맨 아래에서 방금 비서가 들고 왔던 서류봉투를 발견할 수 있었다.내용물을 확인한 심은혜의 두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고 표정은 차갑게 굳었다.서류봉투 안에는 친자확인서가 한 부 들어있었는데 검사 결과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샘플 A와 샘플 B는 99% 이상의 확률로 생물학적 부녀 관계임이 확인되었습니다.]친자확인서에는 샘플 A와 샘플 B의 신분이 적혀있지 않았지만 이 서류가 추상훈의 책상에서 발견되었다는 것만으로도 샘플 A가 추상훈임은 자명한 일이었다.추상훈은 밖에 사생아를 숨겨두고 있던 것이었다!심은혜는 순간 화가 머리끝까지 나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이제껏 추상훈이 밖에서 여자와 붙어먹는 것을 용인해 주었다. 하지만 밖에서 아이를 만들어 와 그녀와 추서윤의 재산을 뺏는 것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어림도 없지!심은혜는 핸드폰을 꺼낸 뒤 추상훈에게 전화를 걸어 무슨 일인지 따지려 하다가 멈칫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검사지에 있는 검사기관과 의뢰날짜를 따로 적어놓고 서류를 다시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는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59화

    ”잠깐만요, 저는 그저 제가 본 게 있어서 알려주는 것뿐이에요. 오해가 있었을 수도 있고요. 그러니까 제가 알려준 거라고 오 비서님한테 말하지 말아주세요.”그러자 여자가 대답했다.“알고 있어요. 저한테 말해줘서 고마워요. 추서윤 씨 이름은 절대 입에도 담지 않을게요.”전화를 끊은 후 여자는 바로 오지호에게 전화를 걸었다.“오지호, 똑바로 말해. 너 여자 생겼어?”“자기야, 나 억울해. 내가 무슨 여자가 생겨.”“억울해? 내 친구가 17일에 네가 딴 여자랑 같이 있는 걸 봤대. 서로 끌어안고 있었다며? 혹시 오해했을까 봐 따라가서 봤는데 네가 산부인과에 가는 걸 봤대. 너희 아기도 생겼니? 똑바로 말해!”“무슨 여자? 아기는 또 무슨 아기? 그런 일 없어!”“확실해? 내 친구는 나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없어. 지금 당장 화의병원에 가서 조사해보면...”“잠깐, 자기야. 나 생각났어.”화의병원이라는 말을 들은 오지호는 순간 심장이 떨어지는 듯했다. 절대 그녀가 병원에 가서 조사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그럼 빨리 말 안 해?”“17일 그날... 사실은 다 오해야! 그날 강인로를 지나면서 잠시 한눈판 사이 앞에 차를 박을 뻔해서 그걸 피하다가 한 여자를 살짝 쳤어. 그래서 그 여자를 부축한 거지 절대 끌어안고 그런 게 아니야. 못 믿겠으면 친구한테 물어봐.”“그럼 산부인과에는 왜 갔는데?”“산부인과 간 적 없어! 네 친구가 잘 못 봤겠지. 그냥 그날 뼈를 좀 다친 거 같아서 그거 검사받으러 간 거야.”“진짜야? 나한테 거짓말하는 거 아니지? 혹시 나중에 들키면...”“자기야, 내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오해가 풀린 뒤, 추서윤이 직접 전화까지 해가며 자신에게 상황을 알렸다는 것이 기억 난 여자는 이 기회를 통해 추서윤과 친해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으며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추서윤 씨, 알려주셔서 고마워요. 강인로에서 저희 지호 씨 보신 거 맞죠?”추서윤이 대답했다.“네.”“아, 그러면 오해였던 것 같아요.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60화

    ”분명 온하랑이 틀림없어. BX 그룹 건물도 강인로에 있잖아!”심은혜가 앙칼진 목소리로 소리치며 화면 속의 온하랑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눈에 짙은 원망이 스쳐 지나갔다.그러다가 그녀는 순간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큰소리로 욕을 내뱉었다.“임가희! 임가희 그년이 틀림없어! 어쩐지 온하랑을 처음 봤을 때 어딘가 낯이 익다 했어!”결혼 전 추상훈과 임가희 사이에 뭔가 있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 더러운 관계가 결혼 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줄을 몰랐다.게다가 20년이 지난 지금, 온하랑 그년이 딸아이의 남자를 빼앗아 갔다.어쩜, 누가 한 집안 사람 아니랄까 봐 엄마와 딸이 하는 짓이 이리도 똑같은지!누구에게나 벌리고 다니는 꼴이 남자 없으면 못 산다고 동네방네 알리고 다니는 거랑 뭐가 다르단 말인가.추서윤은 지금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어쩜 일이 이리 공교롭게 흘러가지? 온하랑이 마침 그녀 아버지의 사생아라고?그녀는 또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차량이 지나간 노선의 다른 CCTV영상도 얻었다.화면 속에서 온하랑은 검은색을 차를 타고 BX 그룹과 멀지 않은 곳에서 내렸다. 차는 고장이 난 듯 그 자리에 서 있었고 온하랑은 강인로를 따라 좀 걷다가 BX 그룹의 건물로 들어갔다.화면을 확대해 차량 번호판을 확인한 추서윤은 눈 밑이 어두워지며 얼굴을 굳혔다. 그녀는 몇 초 동안 침묵하는가 싶더니 별안간 핸드폰을 벽에 내동댕이쳤다.“퍽-!”둔탁한 소리와 함께 핸드폰이 산산조각났다.온하랑이 아버지의 사생아라고?!아버지는 언제부터 알고 계신 거지?그리고 왜 하필 지금 친자확인을 하신 거지?부승민이 온하랑과의 사이를 공개해서, 그래서 아버지는 추서윤을 포기하고 온하랑을 딸로 인정하기로 한 건가?지랄, 추상훈은 자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꼴로 비치는지 모르는 걸까? 온하랑이 정말 그를 아버지로 인정해 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온강호는 평범한 가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운까지 평범한 건 아니었다.그는 죽기 전에 간을 부씨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61화

    하지만 추서윤은 지금 병원에 있는 것 아니었나?얼마 후, 승합차가 멈추더니 두 명의 남자가 온하랑을 끌고 나와 쓰레기를 버리듯 바닥에 내동댕이쳤다.손이 묶여있었던 온하랑은 바닥을 짚을 수 없어 얼굴로 땅을 들이받았고 그 덕에 뺨이 화끈거렸다.그녀는 바닥에 엎드린 채 힘겹게 머리를 들어 주위를 살펴보았다.하늘이 이미 어둑해진 가운데 달빛만 어슴푸레하게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그들이 지금 있는 곳은 공동묘지였다.“윽!”순간 등으로부터 날카로운 통증이 전해져 왔다.하이힐의 높은 굽이 그녀의 등을 지그시 내리누르며 살을 파고들자 온하랑은 고통에 숨을 제대로 쉴 수도 없었다.“천한 년, 결국 이 꼴이 됐구나.”하이힐의 주인은 온하랑의 앞으로 걸어오더니 그녀의 턱을 위로 잡아당겨 온하랑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예전에 임가희도 이것과 똑같이 생긴 얼굴로 추상훈을 정신 못차리게 만들었었다.온하랑이 눈앞의 낯선 여인을 보며 의아해하고 있는 찰나 여자가 그녀의 뺨을 호되게 한 대 날렸다.“짝-!”하는 소리가 쥐 죽은 듯 고요한 공동묘지에 울려 퍼졌다.뺨을 맞은 온하랑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녀의 한쪽 얼굴은 불에 탄 듯 화끈거렸고 입가는 이미 감각을 잃었다.곧이어 얼굴이 붉게 부어오르며 손톱에 할퀸 자국 두 줄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온하랑은 여전히 바닥에 엎드린 채 자신의 입가에 묻은 피를 살짝 맛보았다.“천한 년, 일어서! 네가 감히 내 딸의 남자를 뺏어? 내가 오늘 널 제대로 밟아줄게!”심은혜가 온하랑의 머리카락을 우악스럽게 잡아당겼지만 온하랑은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만 낼뿐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온하랑은 눈앞의 여자가 추서윤의 엄마라는 것을 눈치챘다.심은혜는 옆에 있는 사람에게 온하랑의 머리를 잡아 고정하게 해놓고는 양손을 번갈아 날리며 그녀의 뺨을 쉴 새 없이 때렸다.연달아 강한 타격을 받은 온하랑은 머리가 멍해지며 눈앞이 흐릿해지는 걸 느꼈고 양 볼은 이젠 감각이 없을 정도로 마비되어 금방이라도 피를 흘릴 듯 세게 부어올랐다.그러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62화

    ”쨍그랑-!”유골함이 산산조각나며 안에 들어있던 유골이 땅바닥에 뿌려져 회백색 가루가 되어 흩날렸다.“안돼!”모든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 온하랑은 눈앞이 뿌예지며 끊임없이 눈물을 흘렸다. 염분을 담은 눈물은 볼을 타고 흐르며 그녀 얼굴 위의 상처를 더 아프게 헤집다가 핏물과 섞여 땅으로 떨어졌다.‘아빠, 죄송해요!’‘다 저 때문에. 저 때문에 아빠가 죽어서도 모욕을 당하게 됐어요!’온하랑이 몸을 꿈틀거리며 어떻게든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뒤에 있던 남자가 그녀의 등을 밟자 그녀는 다시 힘없이 바닥에 고꾸라졌다.그 절망적인 모습을 본 심은혜는 기분이 좋아져서 큰 소리로 웃더니 냉소를 보이며 말했다.“얘는 알아서 처리해. 맘대로 갖고 놀다가 버려. 천박한 창녀 같으니, 네가 실컷 더럽혀진 뒤에도 부승민이 너를 좋아할지 두고 보자.”그 말을 남기고 심은혜는 자리를 떴다.남겨진 세 명의 남자가 더러운 눈길로 온하랑의 몸을 구석구석 훑어보더니 그녀의 몸을 마구 만지며 옷을 찢어버렸다.“이 년 몸매 좀 봐, 끝내 주는데.”한 남자가 온하랑의 몸을 더듬거리며 야비하게 웃었다.“이 년 부승민의 여자라며? 그럼 한 번 자 볼만하지.”“...”그때, 멀리서부터 밝은 빛줄기가 이곳을 비추더니 이어서 자동차 엔진소리가 점점 더 가까이 들려왔다.“이런, 누가 왔나 봐. 빨리 도망가야 해!”두 사람은 재빨리 승합차로 향했지만 나머지 한 사람은 그 와중에도 온하랑을 데리고 가려고 꾸물거렸다.“그년까지 데리고 가면 우리는 잡혀!”운전기사가 호통치자 남자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온하랑을 내려놓고 차에 올라탔고 승합차가 재빠르게 자리를 떴다.온하랑은 땅에 누워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눈물범벅이 된 얼굴을 한 그녀는 이를 악물고 겨우 몸을 뒤집고는 천천히 유골이 있는 쪽으로 기어갔다.아빠.방금 이 곳으로 온 차 두 대 중, 한 대는 그녀와 몇 걸음 떨어진 곳에 멈춰 섰고 나머지 한 대는 곧장 승합차를 쫓아갔다.부승민이 차에서 내리더니 한달음에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 위태로운 제안   제263화

    ”이 미친년이!”추상훈은 화가 난 나머지 큰 소리를 내지르며 심은혜의 뺨을 날렸다.이 여편네가 진짜!추씨 가문의 미래가 이 여자의 손에 망가지게 생겼다.추상훈이 힘껏 날린 귀뺨에 고개가 돌아간 심은혜는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표독하게 물었다.“당신이 감히 날 때려? 추상훈, 오늘 너 죽고 나 죽자.”심은혜가 두 팔을 휘두르며 앞으로 달려 나가더니 추상훈의 뺨에 붉은 자국을 몇 줄 남겼다.추상훈도 그에 맞서 심은혜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고 그렇게 두 사람은 한데 뒤엉켜 개싸움을 했다.그러던 중 추상훈이 발을 헛디뎌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지려 했고, 그 순간 그가 심은혜를 잡으려 손을 내밀었지만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추상훈을 힘껏 밀어 버렸다.외마디 비명과 함께 추상훈이 계단을 굴러떨어졌고 바닥에 널브러진 그는 꼼짝도 안 했다.심은혜는 계단 위층에서 그런 추상훈을 지켜보기만 했다. 그녀는 현재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그 상태로 몇 분인가 지난 후,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가 계단 아래로 내려가 추상훈의 옆에 조심스럽게 쭈그려 앉아 그를 툭툭 쳐봤다.“추상훈, 너 왜 그래. 나 놀라게 하지 마.”추상훈이 여전히 미동도 없자 심은혜는 그를 다시 한번 힘껏 흔들려고 했다. 그러던 순간, 그녀의 눈길이 추상훈의 뒤통수 쪽에서 흘러나와 바닥을 흥건하게 적신 핏자국에 닿았고 순간 그녀는 아연실색해졌다.조심스럽게 손가락 하나를 내밀어 추상훈의 코밑에 대 본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발아래로 떨어지는 느낌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그 시각, 병상에 앉아 있던 추서윤은 심은혜에게서 걸려 온 전화를 받았는데 전화 맞은편, 심은혜의 목소리는 안쓰러울 정도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서윤아, 나 사람 죽였어…”잠시 후 전화를 끊은 추서윤은 얼이 빠져나간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요 며칠 동안 일어난 일은 전부 그녀의 예상 밖의 일이었다.바로 어제 그녀는 온하랑이 사실 아버지 사생아라는 걸 알게 되었고, 그 충격이 채 가시기도

    최신 업데이트 : 2024-04-03

최신 챕터

  • 위태로운 제안   제1272화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