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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2화

작가: 고운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03-20 19:26:13
만약 부승민 곁의 여자가 다른 여자였다면 그는 깊이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 여자가 하필 온하랑이라니.

온하랑은 특별했다. 출신이나 배경은 평범해서 다른 여자들과 비교하지 못하지만 온하랑은 부승호가 편애하는 사람이 아닌가.

부승민도 부승호가 직접 키워온 손자이기에 더욱 감정이 남다를 것이다.

만약 부승호가 부승민과 온하랑을 이어주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부승민은 부승호의 의견을 따를 것이다.

그러니까 온하랑에게 있어서 추서윤은 가장 큰 위협이라는 것이다.

“추 대표님, 따라가 볼까요?”

“됐어. 부 대표의 일이 사업 문제가 아니라면 개인 사정이겠지. 더 파고들어서는 안 돼.”

사는 게 지겹지 않은 이상 부승민을 미행할 용기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추 대표님.”

집에 돌아가자 고용인이 차를 내오면서 얘기했다.

“어르신, 둘째 어르신께서 온 지 한 시간이 거의 됩니다. 지금은 서재에서 어르신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고용인이 얘기한 둘째 어르신은 바로 추서윤의 아버지인 추상훈이었다.

그 말을 들은 추장훈은 미간을 찌푸리고 대답한 후 위로 올라갔다.

2층으로 올라간 추장훈은 서재 앞에서 머뭇거리다가 결국은 안으로 들어갔다.

“형님, 오셨군요.”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추상훈은 소파에 앉아 고개를 돌려 인사를 건넸다.

추장훈이 걸어가서 앉아서 얘기했다.

“응, 오늘은 무슨 일이야?”

“형님은 너무 바빠서 일도 깜빡하는 것 같아요. 당연히 BX그룹과의 사업 때문에 왔죠. 안민수 부대표가 나한테 알려줬는데, 이번 투자는 이미 버는 거랑 다름없어요.”

안민수도 추상훈의 얼굴을 봐서 어쩔 수 없이 얘기해준 것이었다.

추상훈은 그럭저럭한 사람이지만 그의 딸이 부승민과 사이가 좋으니 언젠가는 BX그룹의 사모님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때가 되면 추상훈은 부승민의 장인어른이 된다. 그래서 안민수는 그와 사이를 돈독히 하고 싶었다.

추장훈은 그 말을 듣고 표정이 굳어서 얘기했다.

“그 사람이랑 연락한 거야?”

“왜요? 나도 회사의 주주인데, 연락하면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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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촬영은 끝났어?”“금방 끝나서 지금 호텔로 가는 중이야.”“서윤아, 물어볼 게 있는데. 지금 부승민의 태도는 어때? 너희 둘 사이는 어떻고? 결혼 얘기를 꺼낸 적은 있어?”잠깐의 침묵이 이어졌다.추서윤의 반응을 본 추상훈은 표정이 굳었다.부승민과 추서윤의 사이에 금이 간 것이 확실했다.추장훈은 걱정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사실 속으로는 한숨을 돌리고 있었다.추서윤과 부승민 사이에 문제가 생겼으니 추상훈은 주식 분쟁에 신경 쓸 사이가 없을 것이다.추서윤과 부승민의 사이가 가까워질수록, 추상훈은 오만해졌다. 만약 그 두 사람이 정말 결혼하게 된다면 추상훈과 추서윤은 부승민을 믿고 회사를 빼앗으려고 할 것이다.추장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 주식들은 원래부터 그의 것이니까!“갑자기 그건 왜 물어보는 거야?”추서윤이 말했다.“아빠한테 솔직히 얘기해 봐. 도대체 무슨 일이야. 오늘 네 큰 아버지가 클럽에 갔다가 부승민과 온하랑을 만났다고 하던데.”“...”“서윤아, 나다. 네 큰 아버지. 무슨 일이 있으면 얼른 네 아빠한테 얘기해. 그래야 우리가 힘을 써줄 수 있지. 너와 부승민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솔직하게 얘기해. 그러면 우리가 도와줄게. 우린 한 가족이잖아. 너한테 좋아야 우리한테도 좋지.”“큰아버지... 아빠...”추서윤은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승민이가 나랑 헤어지자고 했어...”“헤어진다고?”추상훈은 멍해서 얘기했다.“그럴 리가 없어! 부승민이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헤어지자고 했을 리가 없어. 혹시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추서윤은 울면서 얘기했다.“아빠, 나도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싸운 건 맞아. 승민이가 그랬어. 나랑 헤어지고 온하랑에게로 가겠다고. 오래 떨어져 있어서 원래도 감정이 위태로웠는데 온하랑이 끼어들어서 승민이를 유혹하는 바람에... 아빠, 제발 날 위해서 무슨 방법이라도 얘기해 줘! 큰아버지도요!”“일단 울지 말고 모든 일을 얘기해 봐. 우리가 처리해 줄게.”“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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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다가 성적도 매우 좋았다.온하랑은 또 부승민과의 차이를 느끼게 되었다. 부승민을 따라잡기 위하여 경제금융학과를 가서 열심히 노력한 끝에 겨우 앞자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하지만 부승민은 크게 노력하지 않아도 그 자리였다.온하랑이 대학에 다닐 때, 부승민은 이미 졸업했었지만 학교에는 여전히 그의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져 오고 있었다. 학교 기념관의 명예 학우 명단에도 부승민의 이름이 스무 번째로 있었다. 하지만 앞의 열아홉 명의 학우는 거의 반백이 넘은 유명한 교수님들이었다. 다들 각자의 영역에서 학문과 덕망이 높기로 유명했다.“무슨 생각해?”부승민이 물었다.“아니... 아무것도...”온하랑이 고개를 저었다.부승민은 이 화제를 이어나가지 않고 얼른 화제를 돌렸다.“내일 저녁에 파티가 있는데 같이 갈래?”부승민이 물었다.온하랑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온하랑은 이런 연회에 잘 참여하지 않았다.일이 바쁘기도 했고 좋아하지 않기도 했으니까.이 바닥의 사람들은 온하랑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온하랑도 그런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는 것을 꺼렸다.그녀는 여전히 평범한 여자아이일 뿐이었다.온하랑은 저번의 자선 파티를 떠올렸다.아주 화려한 파티였지만 온하랑은 차가운 물과 추서윤의 팔찌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온하랑이 먼저 입을 열고 얘기했다.“비서랑 같이 가.”부승민은 온하랑의 얼굴을 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그럼 나도 안가. 너랑 있을래.”“안돼.”“왜 안돼? 걱정하지 마. 중요한 파티도 아니니까.”그 말에 온하랑은 약간 미간을 찌푸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집으로 돌아온 후.온하랑은 서재에서 열한 시까지 일을 하다가 침실로 돌아와 씻으려고 했다.화장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려던 온하랑은 제자리에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화장실에는 사람이 있었다.그 사람은 당연하게도 부승민이었다.평소에 밤 열한 시 반까지 야근을 하는 부승민이었기에, 온하랑은 그가 화장실에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갓 씻고 나온 것 같은 부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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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튿날 아침.온하랑이 깨어났을 때, 부승민은 이미 일어나 있었다.그는 깔끔하게 차려입고 테이블에 앉아 온하랑을 기다리고 있었다.같이 아침을 먹고 난 후, 두 사람은 같이 회사로 갔다.누군가가 사무실의 문을 두드렸고 온하랑은 머리를 쳐들고 얘기했다.“들어오세요.”연민우가 문을 열고 밖에서 들어왔다.“부 대표님께서 서류를 전하라고 하셨습니다.”“여기 놓으세요.”온하랑은 앞에 있는 테이블을 가리키며 얘기했다.“네.”연민우가 떠난 후, 온하랑은 고개를 숙이고 테이블 위의 서류를 쳐다보았다.서류 안에는 그저 부승민의 일주일 치 스케줄이 있었다.매일 점심, 저녁에 있는 식사 자리까지 꼼꼼히 적어놓았다.전에도 부승민은 온하랑에게 보고를 자주 하는 편이었다. 다만 이토록 상세한 것은 아니었다.오늘 점심, 부승민은 식사 자리가 있었다. 그래서 온하랑에게 문자를 보내왔다.「점심에 회사에 없어서 네 점심을 시켜놓았어. 다 먹으면 내 휴게실에 가서 쉬어.」「응.」점심시간이 되자 연민우가 점심을 들고 왔다.다 먹은 후, 온하랑은 부승민의 휴게실로 가서 잠깐 눈을 붙였다. 깨어났을 때는 오후 출근 시간이 거의 다 되고 있었다.신발을 신은 온하랑은 옷을 정리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하지만 밖에서 대화 소리가 들려왔다.“...또 무슨 일 있습니까?”이건 부승민의 목소리였다. 아마도 밖에서 돌아온 듯했다.“개인적인 일이 있긴한데...”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이건 오미연의 목소리다.오미연은 이어서 얘기했다.“부 대표님. 오늘이 제 생일이라 홍보팀 직원들이랑 같이 밥도 먹고 노래방도 가려고 하는데 오늘 저녁의 파티에 가지 말고 저희와 함께 해요.”“됐습니다. 알아서 즐기다가 오세요.”오미연은 부승민의 덤덤한 표정을 보면서 얘기했다.“부 대표님, 제발 와서 얼굴이라도 비춰주세요. 이건 홍보팀 회식이랑 같다고요. 오시면 다들 기뻐할 거예요. 전에 다른 팀들 데리고 온천 리조트에 갔다면서요? 이렇게 편애하실 거예요?”“...알겠습니다.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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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화기 너머로 임가희는 잠시 멍해 있다가 임연지가 충동적으로 행동했을까 봐 걱정하며 바로 물었다.“오늘 센트럴 백화점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아? 모르셨어요?”간하림은 간단하게 사건의 경과를 설명했다.“따귀를 맞은 일로 설윤은 굉장히 화가 났어요. 그래서 지금 사모님께 복수할 생각만 하고 있다니까요.”그 말을 듣자 임가희는 안심했다.뺨 한 대 맞고 참지 못해 도망가는, 겨우 스무 살짜리 감정적인 계집애 따위는 신경 쓸 가치도 없었던 것이다. 그녀는 무심하게 말했다.“이틀 후에 너희 가게로 갈 거야. 그때까지 설윤을 잘 부추겨서 나한테 덤비게 만들어.”간하림은 곧바로 그녀의 의도를 알아챘다.“알겠습니다. 사모님,”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드는 장면은 반드시 녹화되어 최국환에게 전달될 것이다.하지만 어떻게 하면 설윤이 임가희에게 대들도록 만들 수 있을까?리우 그룹.최국환은 회의를 마치고 몇몇 오랜 친구들과 식사를 하러 갔다.모임이 끝나고 나서야 비서가 그에게 말할 기회를 찾았다.“오전에 사모님과 설윤 씨께서 전화하셨습니다. 설윤 씨는 가방을 사지 않겠다고 하시며 환불해 달라고 하셨습니다.”“갑자기 왜?”“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전화에서 설윤 씨 목소리가 이상했어요. 울먹이는 것 같았습니다.”최국환은 한창 젊은 애인에게 푹 빠져 있던 터라 설윤에게 전화를 걸었다.거의 끊어지려는 순간, 전화가 연결되었다. 설윤의 목소리는 살짝 쉰 듯했다.“국환 씨.”“김 비서 말로는 가방 환불해 달라고 했다던데. 그렇게 갖고 싶어 하더니 왜 갑자기?”설윤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작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냥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이유가 없어? 그럼 목소리는 왜 그래? 누가 괴롭혔어? 누군지 말만 해. 감히 내 여자를 괴롭히다니!”“묻지 마세요. 저 때문에 국환 씨와 사모님 사이가 나빠지는 건 싫어요.”“오? 내 마누라와 관련된 일이야?”“말했잖아요, 묻지 마시라고요. 더 물으면 저 진짜 삐질 거예요.”“아이고, 또 어린애

  • 위태로운 제안   제1271화

    “정말... 어이가 없어...”설윤은 시선을 피하며 돌아서려 했다.“어딜 가요? 방금 구매 기록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왜 이제 와서 못 보여주는 건데요?”임연지는 설윤의 길을 막아서며 그녀 손에 든 선물 상자를 잡고 비꼬듯 말했다.“젊은 아가씨가 왜 이렇게 뻔뻔해요? 유부남인 거 뻔히 알면서 끼어들다니. 내 고모부가 그쪽 아빠보다 나이도 많은데, 역겹지도 않아요? 몸 팔아서 얻은 가방을 들고 다니니까 좋아요?” 마침 가게에 들어오던 손님 몇 명이 임연지의 말을 듣고 문 앞에서 수군거렸다.설윤은 수치심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임연지를 밀치고 가게를 나서 황급히 도망쳤다.간하림은 그 모습을 보고 재빨리 뒤따라갔다.“저기요. 설윤 씨, 가방은...”점원은 임연지의 손에 들린 선물 상자를 보고 두 번 불렀다.그러나 설윤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쳤다.이게 다 무슨 일이래!“그만 불러요. 안 올 거예요.”임연지는 웃으며 손에 든 선물 상자를 내려다봤다.“저 여자가 싫다고 두고 갔으니 이 가방 저 주세요.”“임연지 씨, 죄송하지만 설윤 씨는 그런 말씀이 없으셔서...”“걱정 마세요, 분명히 환불할 거예요. 환불하면 이 가방 저한테 남겨 두세요.”임연지는 선물 상자를 점원에게 건넸다.점원은 임연지의 배경을 생각하며 마지못해 대답했다.“설윤 씨가 환불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네.”가방을 못 사서 한진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했는데 상황이 반전되고 내연녀까지 혼내주고 나니 임연지는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다....“윤아, 괜찮아?”마침내 매장 근처를 벗어나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사라지자 설윤은 걸음을 멈추고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간하림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넋이 나간 채 앞으로 걸어갔다.“윤아, 어디 가서 좀 앉을까?”설윤은 마침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근처 카페의 구석진 자리에 앉았다. 간하림이 그녀를 위로했다.“윤아, 너무 속상해하지

  • 위태로운 제안   제1270화

    한진은 큰 도움을 주고도 단지 가방 하나 사달라는 부탁만 했을 뿐인데 실망을 안겨주게 생겼으니 대체 뭐라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심지어 가방을 선물해주겠다고 호언장담까지 했는데 무슨 생각 할지 걱정되었다. 설마 공짜로 주기 싫어서 쪼잔하다고 오해하면 어떡하지?하지만 이제 와서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임연지가 물었다.“다음번에 언제 입고되나요?”점원은 임연지의 안색을 살피며 말했다.“정확하게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회원 가입하시면 나중에 재고를 확보할 때 연락드리고 있어요.”“그래요. 할게요.”임연지는 마지못해 동의했다.“연락처가 어떻게 돼요?”점원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물었다.임연지는 전화번호를 말하며 머릿속으로 한진에게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했다.“설윤 씨, 어서 오세요. 가방 찾으러 오셨죠? 잠깐 앉아 계시면 금방 가져다드릴게요.”다른 점원의 반가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고마워요.”소리의 출처를 따라 고개를 돌린 임연지는 젊은 여자 두 명을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거두었다.“윤아, 여기 점원이랑 아는 사이야? 물건을 엄청 많이 샀나 보네? 부러워.”나지막이 속삭이는 여자 목소리가 임연지의 귀에 똑똑히 들렸다. 이내 경멸이 담긴 표정으로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세상 물정 모르는 촌년들. 잠깐! 왼쪽에 있는 여자가 낯이 좀 익은데?’그리고 고개를 돌려 찬찬히 뜯어보았다.분명 어딘가 본 듯한 얼굴이다.기억을 되짚어보던 찰나 점원이 정교한 선물 상자를 들고나와 두 여자 앞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뚜껑을 열고 안에 든 가방을 보여주었다.“설윤 씨가 구매한 가방이에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설윤은 가방을 꺼내 꼼꼼히 살펴보았다.“확인했어요. 고마워요. 먼저 가볼게요.”점원이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네려던 순간 불쾌함이 가득 담긴 목소리가 대뜸 울려 퍼졌다.“재고가 없다면서요? 분명 제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한테 주는 거죠?”싸늘한 표정으로 따지는 임연지를 보자 점원이 서둘러 해명했다.“이 가방은 손님께서

  • 위태로운 제안   제1269화

    일과를 마친 설윤은 옷을 갈아입기 위해 탈의실로 돌아갔다가 간하림과 다시 마주쳤다.이내 먼저 입을 열었다.“하림아, 내일 쉬는 날인데 같이 쇼핑하러 가지 않을래?”임가희가 부탁한 일을 떠올리자 간하림은 흔쾌히 동의했다.다음 날, 두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센트럴 백화점 근처의 카페에 도착했다.일단 만나자마자 설윤은 밀크티 두 잔을 주문했고, 백화점으로 걸어가면서 쪽쪽 빨아 마셨다.간하림이 말했다.“여긴 명품밖에 없을 텐데? 지난번에 마음에 드는 드레스를 발견했다가 가격 보고 기겁했잖아. 그나저나 꽤 익숙한 곳인가 봐? 여기 자주 와?”“내가 무슨 재주로? 국환 씨 따라 몇 번 다녀갔을 뿐, 며칠 전에 가방 하나 주문했는데 오늘 픽업하러 가는 거야.”“헐! 회장님 너무 근사하잖아.”설윤을 바라보는 간하림의 눈빛에 부러움이 가득했다.“그러니까 얼른 행동 개시해야 한다고. 사모님과 이혼시키고 너랑 결혼할 방법을 찾아야 해.”비록 겉으로 내색하지 않았지만 질투심이 활활 타올랐다.목적을 이루기 위해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진심에서 우러나는 감정이었다.사실 그녀는 속으로 뻔했다. 최국환과 임가희는 결혼 전에 계약서를 작성했는데 설윤에게 준 돈은 부부의 공동 재산에 속하지 않는지라 다시 빼앗아 갈 자격이 없었다. 물론 최국환이 직접 개입하면 회수가 가능했지만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 설령 나중에 임가희가 설윤에게 본때를 보여주거나 최국환의 마음이 식는다고 해도 그동안 받았던 값비싼 선물은 여전히 가져갈 것이며 현금화하면 그래도 두둑이 챙길 수 있다.결국 임가희가 손을 쓰는 이상 설윤은 곧 최국환에게 찬밥 신세 당하므로 얼추 비슷한 액수의 보수를 받을뿐더러 임가희라는 인맥까지 확보하기에 괜찮다고 스스로 다독였다.그제야 간하림은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설윤의 표정은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어젯밤에 돌아가서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네 말이 맞아. 국환 씨 아내와 적이 된 이상 내가 가만히 있는다고 해서 상대방이 봐주는 건 아니지. 고작 돈 몇 푼

  • 위태로운 제안   제1268화

    “자, 이제 그만하고 출근하자. 아니면 매니저한테 또 혼날라.”설윤은 옷매무새를 다듬고 탈의실을 나가려고 했다.“먼저 가. 나 립스틱만 바르고.”“알았어.”설윤이 먼저 자리를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간하림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사모님이 부탁한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니군.’...병원에 도착한 최동철은 올라가는 대신 온하랑에게 전화를 걸었다.온하랑은 부승민과 작별 인사를 하고 병실을 나섰다.유치원 확인하러 직접 다녀온다고 하는데 굳이 말릴 이유가 없었다.차에 타고 나서 메이슨을 데리러 갈 줄 알았던 그녀의 예상과 달리 최동철이 말했다.“별장에 계신 이모님이 연락이 와서 오늘 메이슨이 일어나자마자 발이 아프다고 했다네. 아마도 어제 강행군이었나 봐. 그래서 집에서 쉬겠다고 해서 우리 둘만 가면 돼.”온하랑은 미안한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어제 많이 걸어 다니긴 했죠. 메이슨을 말렸어야 했는데...”“네 탓 아니야. 내가 너무 바빠서 녀석이랑 놀아주지 못하는 바람에 무리한 거지.”이에 온하랑은 고개를 살짝 흔들었다.“동철 오빠는 충분히 잘하고 있어요. 메이슨도 철이 들었고.”최동철이 피식 웃었다.“우리 사이에 남사스럽게 뭔.”이동하는 동안 두 사람은 담소를 나누면서 편안하고 유쾌한 분위기를 유지했다.동언 국제 유치원에 도착하자 젊은 선생님이 반갑게 맞이하며 소개와 함께 내부를 구경시켜주었다.“우리 유치원은 총 3개의 반으로 나뉘는데 최대 학생 수를 각각 20명 이내로 확보하여 교사들이 모든 아이의 요구를 들어주게끔 노력하죠. 교실에는 멀티미디어 교육 장비가 구비되어 있으며 전용 독서 공간, 놀이 공간, 수공예 공간, 실내외 감시 카메라, 그리고...”꼼꼼하게 알아본 결과 컨디션이 나쁘지 않은 편이라 온하랑은 꽤 만족했다.이내 유치원을 나서고 최동철에게 의견을 물었다.최동철이 말했다.“몇 군데가 노후한 것만 빼고 기본적인 인프라는 괜찮네. 시설 개조 명목으로 2억을 기부할 생각이야. 게다가 메이슨도 특별한 케이스라

  • 위태로운 제안   제1267화

    설윤은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봤어? 다른 사람한테 절대 얘기하면 안 돼.”“당연하지.”간하림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나 몰라? 걱정 붙들어 매.”그리고 다정하게 설윤의 팔짱을 끼고 클럽 탈의실로 향했다.아직 아무도 없었고, 간하림은 옷을 갈아입으며 궁금한 듯 물었다.“윤아, 최 회장님과 어떻게 알게 되었어?”딱히 언급하고 싶지 않은 설윤은 대충 둘러댔다.“우연한 기회에 마주쳤어. 전에 일하던 곳에 놀러 왔다가 마침 내가 접대를 담당했거든.”그러고 나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굳이 말할 필요가 없었다.간하림은 부러운 기색이 역력했다. 이내 손을 뻗어 설윤의 잘록한 허리를 꼬집었고, 뽀얀 피부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바라보았다.“최 회장님이 네가 진짜 마음에 드나 봐. 직접 출근하는 곳까지 데려다주고, 정말 좋겠네.”설윤은 피식 웃으며 옷을 갈아입었다.“너도 든든한 지원군이 있잖아.”“든든하긴 개뿔! 하늘과 땅 차이거든?”간하림이 툴툴거렸다.“가게에 오면 지명할 뿐이지 너처럼 최 회장님 전속 담당이 아니야.”심지어 손님마저 감히 설윤에게 집적거리지 못했고, 누가 봐도 사전에 단단히 경고한 게 분명했다. 반면, 그녀는 치근덕거리는 사람이 있어도 꾹 참아야만 했다.설윤은 웃으면서 아무 말 없이 거울을 보며 헤어스타일을 다듬었다.“윤아, 나중에 사모님이 되면 날 잊지 마.”“무슨 소리 하는 거야? 우리가 뭐 하는 사람인지 정녕 몰라?”이내 거울을 보며 립스틱을 바르더니 간하림을 흘겨보았다.“국환 씨가 싫증이 나기 전에 돈이라도 두둑이 챙기면 땡큐고, 사모님은 감히 넘보지도 않아.”간하림은 납득할 수 없는 듯 바짝 다가갔다.“우리가 뭐 어때서? 최 회장님 와이프도 결국에는 사모님 자리에 오르는 데 성공했잖아. 그리고 며칠 전 기사 못 봤어?”“무슨 기사?”곧이어 출입구를 힐끗 쳐다보더니 목소리를 낮추었다.“누군가 최 회장님 와이프의 얼굴을 칼로 난도질해서 끔찍한 상처를 입었대.”“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 위태로운 제안   제1266화

    임연지는 집에 도착하자 거실 소파에 앉아 굳은 얼굴로 손에 든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는 임가희를 발견했다.테이블에 놓인 등기 전용 서류 봉투 위에 여러 장의 사진이 널브러져 있었다.“고모, 왜 그래요?”말을 마치고 나서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는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며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고모부가...”이내 나머지 사진도 확인했는데 전부 어떤 젊은 여자와 다정한 스킨십을 하는 최국환의 모습이 담겨 있었고, 결코 가벼운 사이는 아닌 듯싶었다.“왜 이렇게 소란스러워?”임가희가 싸늘한 얼굴로 그녀를 흘겨보았다.임연지는 목을 움츠리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그리고 쪼그리고 앉아 임가희를 올려다보며 목소리를 낮추었다.“고모, 이제 어떡해요?”“어떡하긴?”임가희는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당연히 모른 척해야지. 지금 네 고모부 덕분에 우리가 먹고 사는 거야. 괜히 추궁했다가 홧김에 쫓아내기라도 한다면 더 손해이지 않겠어?”그렇다고 마냥 당할 수는 없었다.지금껏 비슷한 사례가 여러 번 있었지만 하나같이 머리가 텅 빈 여자들이라 그녀의 도발에 넘어가서 부랴부랴 찾아와 따지기 급급했다. 나중에 울면서 최국환에게 하소연하면 정이 떨어진다며 다시는 만나주지 않았다.또한 최국환과 결혼을 결심하게 된 이유도 신분과 집안, 그리고 사회적 지위 때문이었다.어쨌거나 그 나이 먹고 결혼을 3번이나 하면서 웃음거리로 전락할 사람은 없을 테니까.본처의 자리를 위협받지 않은 이상 고작 여자 문제로 심기를 건드릴 필요가 뭐 있겠는가? 뒤에서 몰래 처리하면 그만이었다.“그냥 넘어가려고요?”비록 고모의 말도 맞지만 그래도 왠지 꺼림칙했다.“넌 신경 쓰지 마. 고모부 앞에서도 티 내지 말고.”임연지는 사진 속 여자를 힐끗 쳐다보며 속으로 ‘여우 년’이라고 욕하고 마지못해 대답했다.“알았어요.”임가희는 사진을 모두 치웠다.무언가를 떠올린 듯 임연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참, 고모, 만약 이 여자가 임신하면 어떡해요?”“네 고모부의 컨

  • 위태로운 제안   제1265화

    “침착해.”임연지는 휴대폰을 내려놓고 호텔에서 제공한 가운을 느긋하게 껴입었다.“샤워했어? 나랑 같이 씻을래?”“꿈 깨.”이내 머리카락의 물기를 닦으면서 문을 열자 알몸으로 나타나 팔을 뻗어 그녀를 끌어안으려는 오재원을 발견했다.“연지야.”그녀는 남자의 손길을 슬쩍 피했다.“호텔에서 푹 쉬어. 먼저 가볼게.”“아직 이른데? 좀 더 있다 가.”“안돼.”임연지는 단호하게 거절하며 오재원을 스쳐 지나가 침대 옆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떨어진 옷을 집어 들었다.불쾌한 기색이 역력한 쌀쌀맞은 얼굴을 보자 오재원은 꼬리를 내렸다.“알았어. 그럼 언제 다시 올 거야? 그리고 원하는 집이 있으면 알려줘. 부동산에 물어볼게.”“방 3개, 풀옵션. 나머지는 알아서 해.”“그래.”임연지는 옷매무새와 머리를 대충 정리하고 방을 나갔다.그리고 문이 닫히는 순간 뒤돌아보며 혀를 찼다.‘역겨운 놈.’집으로 돌아가는 차에 몸을 싣고 한진에게 답장을 보냈다.[호텔을 벗어나니 공기마저 상쾌한 기분이야.]한진이 대답했다.[하하하! 참, 너한테 할 말이 있어. 우리 오빠가 인맥을 동원해서 각 언론사에 수시로 주시하라고 했잖아. 그중에서 제보받은 회사가 있는데 편집장이 이메일을 보자마자 오빠한테 연락했대.]그러고 나서 이메일의 스크린샷을 보내주었다.본문의 첫 마디가 온하랑이 필라시에서 유학할 때 최동철과 아이를 낳았다는 것이었다.임연지는 감격을 감추지 못했다.[대박인데? 고마워, 한진아. 오빠한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해줘. 네가 아니었다면 진짜 아프리카로 쫓겨났을지도 몰라.]그동안 한진의 오빠가 사전에 뉴스를 차단하지 못하고 자칫 폭로라도 될까 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이제 결과를 확인한 이상 비로소 안심할 수 있었다.하지만 대체 누가 제보했단 말이지?한진이 다시 문자를 보냈다.[물론 메일 주소를 역추적한 결과 여전히 너희 집으로 되어 있어. 아마도 지난번과 마찬가지로 가상 주소를 사용한 것 같아.][미친놈.]임연지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을

  • 위태로운 제안   제1264화

    “띵!”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임연지는 그 틈을 타서 오재원의 손을 뿌리치고 재빨리 엘리베이터를 빠져나갔다.오재원은 그녀를 따라 나가려고 했지만 잠시 뒤 자신이 들고 있던 캐리어를 떠올리고 그것을 끌며 엘리베이터를 나왔다.방에 들어가자 오재원은 서둘러 캐리어를 한쪽으로 밀어두고 임연지를 끌어안고는 침대 쪽으로 밀어붙였다. “연지야, 빨리 나 주라고. 더는 참을 수 없어.”“오재원! 이거 놔! 먼저 일어나!”“안 돼. 연지야, 네가 원하는 대로 해줄게. 그냥 즐기기만 하면 돼.” 그녀는 그를 힘껏 밀쳤고 마음속에서 강한 반감을 느꼈다. 그녀는 그의 억제에서 벗어나려고 했지만 오재원의 힘이 너무 강해 벗어나기 힘들었다. “오재원, 내 말 들어봐. 우리 얘기 좀 해야 해.” 임연지는 차분하게 말하며 그가 자신의 말을 듣길 바랐다.하지만 오재원은 이미 욕망에 눈이 멀어 아무 말도 들리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임연지에게 입을 맞추려 했고 손은 그녀의 몸을 함부로 만지기 시작했다.“얘기할 필요 없어. 네가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걸 알아. 우리는 지금 중요한 일을 하는 거야.” 그는 말을 마친 후 임연지의 입술을 막았다. “연지야, 잘 생각해. 네가 만약 나를 밀어내면 난 바로 나갈 거야.” 임연지는 속에서 역겨움이 밀려왔지만 그녀의 밀치는 손길은 결국 멈춰 섰다.“그래 이거지.”오재원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그는 충분히 즐겼다. 모든 일이 끝난 후 오재원은 임연지를 뒤에서 끌어안으며 속삭였다. “너 너무 향기로워. 연지야. 어쩌면 이제 우리 아이가 여기 있을지도 모르겠네.”임연지는 어두운 표정을 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더 이상 그를 피하지 않으면 정말로 오재원에게 뺨을 갈길 것만 같았다.화장실에 들어간 임연지는 핸드폰을 꺼내 한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진아, 살려줘. 진짜 그 사람이 너무 싫어!][돌아오자마자 나랑 자려고 하고 역겨워 죽겠어!][내가 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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