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은 예군작의 악담을 전혀 신경쓰지 않았다. “진짜 그럴 수 있으면 어디 한번 덤벼봐. 만약에 네가 결혼하면 내가 다시는 네 일 신경 안쓸게. 그리고 결혼했다고 거기서 끝이 아니야. 국가네 집안에서 네가 다른 여자 만나는 거 절대 알아선 안돼. 절대적인 자상함으로 그 여자가 너한테 푹 빠지게 만들어. 손주까지 안겨주면 제일 좋고. 알겠어? 충고하는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쟁취하려 하지 마. 너처럼 집착이 심하면 그 사람한테만 피해야.” 예군작은 눈을 감았다. “헛소리 그만하세요. 제가 하면 되잖아요. 그러니까 진몽요씨 곁에서 사람들 죄다 치우세요. 만약에 그 사람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국가네랑 절대 결혼 안 해요!” 어르신은 책상을 탁 쳤다. “좋아, 그렇게 합의하도록 하지. 나도 이제 네 눈 앞에서 안 알짱거리고 저녁에 해성으로 돌아 갈 거야. 네 일거수일투족은 다 내 손바닥 안에 있으니까, 허튼 짓 할 생각은 하지 마. 3일 줄게, 돌아가서 결혼해.” 대화가 끝나고 어르신은 경호원들을 데리고 예가네 저택을 떠났다. 아택은 예군작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죄송합니다.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른 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습니다…” 예군작은 그를 일으켰다. “나도 알아. 상대가 대놓고 물으면 피해가기 힘들지. 그래도 그냥 날 얌전히 결혼시키려는 게 목적이었어. 진짜 진몽요씨를 해칠 거였다면 말없이 몰래 했겠지. 상관없어, 어차피… 그 사람은 나랑 안 만날 거니까, 이제 이 결혼도 다 아무 의미 없지…” 아택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아가씨 보호하던 사람들은 철수할까요?” 예군작은 고개를 저었다. “경소경이 진몽요씨 데려갔다는 얘기 못 들었어? 그 사람은… 나 아니어도 돼. 경소경이 있으니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노인네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것뿐이야. 그래도 너가 제도에 남아서 진몽요씨 주변 잘 지켜봐. 해성에는 나 혼자 가서 결혼만 하고 금방 올거야.” 아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를 뜨려는 찰나에 예군작이 말했다.
그는 두 팔을 허리에 올리고 심호흡을 했다. “아직도 고집 부리는 거야? 나한테 애 맡겨 놓고 하루 종일 놀다 왔으면 된 거 아니야? 네 소원대로 나 하루 종일 힘들었어. 그러니까 만족해? 만족하면 나랑 가서 같이 자!” 온연은 나지막이 말했다. “만족 못 해요. 어떤 일들은 그냥 넘어갈 수 있지만 어떤 일들은 아니에요. 확실하게 해결하기 전까지는 당신이랑 말도 하기 싫고 꼴도 보기 싫어요. 당신은 내가 어떻든 상관없지만 애는 꼭 안아야겠다면서요? 이제 겨우 하루 밖에 안됐는데 힘든 거예요? 나는 매일 이렇게 살았어요. 임신 기간 제외하고도 몇 달이나 이걸 견뎌왔다고요.” 조금 짜증이 난 목정침은 막말을 했다. “지금 날 원망하는 거야? 아이를 낳겠다고 한 건 너잖아!” 이 말을 뱉자마자 후회했다. 온연은 오히려 화 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모습이 더 무서웠다. “당신 말은… 내가 원해서 낳은 아이니까 매일 바보처럼 똑같은 날들을 보내고, 원하는 삶을 살 권리가 없다는 거예요? 내가 낳겠다고 해서, 다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거예요? 당신한테 털어놓지 말 걸 그랬네요. 이런 식이면, 아이를 낳은 건 내 책임이니 나랑 아이도 당신이랑 상관없잖아요. 그럼 왜 나를 당신 옆에 두는 거예요? 보고 있는 게 재밌어요? 애가 싫으면 안 키워줘도 괜찮아요. 어쨌든 당신은 내가 애 낳는 걸 못 막았을 테니까요.” 목정침의 태도는 누그러졌다. “미안해… 그런 말이 아니었어. 그냥 순간 충동적으로 말한 거였어. 나도 아이 싫어하지 않아. 원래는 너한테 위험할까 봐 막은 거였잖아. 아이는 우리 둘이 만든건데 그렇게 말한 건 내가 잘못했네. 취소할게. 나중에 애 좀만 더 크면, 그때 가서 일해. 그럼 내가 뭐라고 안 할게.” 온연은 편한 자세로 누워서 눈을 감았다. “할 얘기 끝났어요? 그럼 가세요, 얼굴 보기 싫어요. 나갈 때 불 끄는 거 잊지 말고요.” 목정침은 이럴 때 가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계속 이 상태가 유지될 것이고 냉전은 해결되지 못
그가 드디어 예군작 일에 대해서 사과를 하자 그녀도 더 이상 그를 많이 원망하지 않았지만 바로 화가 다 풀린 건 아니었다. 그가 아까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녀가 원해서 낳은 아이라고? 그게 사람이 할 말인가? 그녀는 나긋하게 말했다. “나 졸려요… 당신이 가서 애랑 자요. 오늘은 내가 여기서 잘게요.” 그녀가 침대에 누워 움직이려 하지 않는 모습에, 헝클어진 머리와 가녀린 손을 보니 매혹적이었지만 안쓰러웠다. 그는 그녀의 몸을 살짝 두들겼다. “다음에는 나랑 애기 버리고 혼자 놀러 나가지 마. 너 없이 나 혼자서 못 키워. 오늘은 쉬어, 애는 내가 재울게.” 온연은 말할 기운도 없어서 그저 알겠다는 의미로 팔만 흔들었다. 이 모든 걸 해결하고 나니 다시 씻고 잘 힘도 없었다. 백수완 별장. 경소경은 집에 도착하자 마자 씻으러 갔고 진몽요는 이미 씻었었기에 다시 씻을 생각이 없었다. 그리고 방금 예군작의 문자를 받았다. ‘잠깐 해성에 다녀와야 할 일이 좀 생겼어요. 이제 귀찮게 할 사람들 없을 테니 안심해요. 몸 잘 챙기고요.’ 그녀는 문자를 들키면 경소경과 또 싸우게 될까 봐 보자마자 삭제해버렸다. 거의 새벽 5시여서 그녀는 배가 고파 잠이 오지 않았다. 경소경이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그녀는 불쌍하게 그를 보았다. “나 배고파요.” 경소경은 그녀를 보던 눈빛이 달라졌다. “지금은 좀 그렇지 않아요…?” 그녀는 투덜댔다. “당신이 먹고싶다는 게 아니라 진짜 배가 고프다고요! 먹을 거 없어요? 날도 밝았는데 아침이라도 먹고 자요. 아니면 배고파서 잠 못 자겠어요.” 경소경은 그제서야 이해했다. “알겠어요, 이따 뭐 좀 해줄게요. 내려가서 기다려요, 침대에서 잠 들지 말고요.” 그가 주방에서 요리를 할 때 진몽요는 뒤로 몰래 다가가 그를 안았다. “정말 당신 아이 맞아요. 나랑 예군작씨는 그냥 밥 친구였어요. 잠자리는 물론이고 손도 안 잡았어요. 대화내용도 거의 일상적인 것들이라 썸 이런것도 없었어요. 그
예군작이 결혼을 한다? 진몽요는 당황했다. “결혼한다고요? 정말이에요? 난 몰랐어요. 내가 자뻑이 너무 심했나 봐요. 어쩌면… 나한테 사심이 없었을 수도 있겠네요. 생각 해보니 그래요. 어떻게 임신한 여자한테 그럴 수 있겠어요? 내가 잘난 것도 없는데. 그럼 예전에 아이 지우라고 한 거 좀 너무 했으니까 지금 사과해줄래요?” 경소경은 살짝 머리를 숙여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미안해요. 됐죠? 나가서 기다려요, 거의 다 됐어요. 내 말 듣고 앞으로 예군작이랑 연락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기분이 좋아져 얌전히 식탁으로 가서 기다렸다. 사실 그녀의 다급한 전화에 그가 이미 오고 있다고 말을 했을 때부터 화가 이미 풀려 있었다. 제일 중요할 때 그는 그녀가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녀가 만족을 못 할 이유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나니 날이 이미 밝아 있었다. 두 사람은 밤을 새서 너무 졸린 상태였다. 침대에 눕자 진몽요는 문어처럼 경소경은 감싸 안았고 경소경은 그녀의 팔과 다리를 옆으로 밀어냈다. “건들이지 말고 가만히 잠만 자요.” 진몽요는 그의 이런 태도에 불만을 가졌다. “뭐에요? 안는 것도 안되요? 설마 아직도 속으로 거리두고 있는 거예요? 아니 당신이 내 바람 현장을 목격했어요? 증거 있어요? 그냥 단순한 심증이잖아요. 됐어요, 나도 강요 안 해요.” 경소경은 그녀를 잠깐 보더니 다시 누웠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진몽요는 경소경이 이미 나간 걸 발견했고 시간은 오후 4시였다. 최근 뉴스를 보니 그녀는 경소경이 왜 예군작의 결혼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이해가 됐다. 어제 저녁 뉴스에 나왔고 그녀가 이제 본 것이었다. 어쩐지 예군작이 해성에 잠깐 다녀온 다는 말은 결혼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 사람한테 밥을 많이 얻어먹으면서 친구가 됐고, 지금 어떻게 됐든 다 각자의 원래 위치로 돌아갔으니 그녀는 축복의 선물을 보내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예가네도 유명한 가문이니 값이 있는 걸 선물할 생각이었다. 그녀는 일어나서 세수를
예군작의 반응은 아무렇지 않았다. “고마워요.” 말이 끝나자 전화도 끊겼다. 예군작은 창문 앞에 앉아 바깥에 있는 예가네 정원에 있는 분수대를 보면서 멍을 때리다가 진몽요에게 집 주소를 보냈다. 그가 결혼하기 싫은 걸 그녀가 알리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하고 싶은 건 그녀의 품에 안겨 영원히 곁은 떠나지 않는 것이었지만 불가능했다. 갑자기,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그가 휠체어를 돌려 문 앞을 보자 국가네 보물 국청곡이 예가네 집사의 안내하에 안으로 들어왔다. 국청곡은 그가 성에 차지 않았다. 이미 그가 장애인인 걸 알고 있었고, 들어올 때부터 턱을 치켜 들고 그를 경멸하는 눈빛이었다. 그는 이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었기에 별 다른 반응을 하지 않았고 그녀를 훑어보았다. 그녀는 빨간색 예복에 구두와 신발도 같은 색이었다. 키도 크고 얼굴도 청순한 게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몇 천만원은 쓴 것 같았다. 또 돈 많고 무식한 아가씨를 보니 아무리 예뻐도 흥미가 생기지 않았다. 국청곡은 예군작을 보더니 그가 장애가 있어도 잘 생겼다고 느껴 몇 번이나 쳐다봤다. 예가네 집사는 적절한 타이밍에 두 사람을 위해 자리를 비켜주었고 국청곡은 헛기침을 두 번했다. “아빠가 그쪽 만나러 와보라고 해서요… 그래도 결혼하기로 했으니 얼굴은 알아야죠.” 예군작은 여유롭게 그녀를 보았다. “안 내키지 않아요?” 그녀는 의아했다. “뭐가 안 내켜요?” 그는 담담하게 말했다. “좋아하지도 않는 장애인한테 시집오고 싶어요? 저는 제가 사랑하지 않는 여자가 시집오는 거 싫던데요…” 국청곡은 자존심이 상해서 약간 화가 났다. “저라고는 그쪽이 좋은 줄 알아요? 다들 이거 정략결혼인 거 알잖아요. 근데 내키지 않을 게 뭐가 있어요? 그렇게 생각하면 달라지는 게 있어요? 당신 같은 장애인이 뭐라고 날 평가해요? 전 그래도 아무 말 안 했어요.” 예군작은 직설적으로 말했다. “문 들어설 때부터 싫다는 게 얼굴에 적혀 있던데요 뭘. 괜찮아요, 나도 상관없어요. 사
예군작은 국청곡이 어떤 사람인지 이미 알았다. 어르신이 이미 전형적인 돌머리라고 상대하기 쉬울 거라고 말해주었다. 오늘 보니 정말 그랬다. 손에 있던 담배를 다 피고 그는 일어나서 국청곡에게 다가갔다. 국청곡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다…다…당신! 장애인 아니었어요?!” 그는 그녀에 앞에 똑바로 서서 몸을 살짝 숙이고 그녀의 턱을 잡았다. “어차피 결혼할 사인데 우리 사이에 비밀이 있으면 안되죠. 이건 그냥 보여주기 식 연기예요. 내 비밀 지켜줄 꺼죠? 아무한테도 말해선 안돼요. 알겠죠?” 국청곡은 이불 시트를 꽉 쥐었고, 그의 깊은 눈동자에 블랙홀처럼 빠져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녀는 잠시 넋이 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그 다음, 둘의 입술이 맞춰졌다. 국청곡은 집안에서 유일한 딸에 오빠 두 명이 더 있었다. 그녀의 숙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국가네는 해성에서 두번째로 잘 나가는 집안이었기에 무조건 예가네와 혼인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그녀는 다른 이성과 접촉을 하면 안됐었기에 이런 감정에 무지했다. 그래서 예군작으로부터 헤어나올 수 없었다. 오늘 밤 예가네는 국가네를 초대해 식사를 했다. 국가네는 여전히 예군작이 장애를 갖고 있는 것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말하진 못 했다. 예군작은 전혀 이 일과 상관없는 사람처럼 혼자 밥만 먹을 뿐 대화에 전혀 끼지 않았다. 국청곡은 그에게 아련한 눈빛을 수시로 보냈고 그는 가끔씩 그 눈빛에 화답을 했다. 국가네에서 그에게 제일 도움될 사람은 국청곡 밖에 없었기에 다른 사람은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식사후, 국청곡은 그녀의 엄마에게 끌려가 대화를 나눴고, 예군작도 어르신이 서재로 불러냈다. “막내딸은 그래서 잘 꼬셨니?” 예군작은 짜증섞인 말투로 말했다. “디테일까지 알고 싶은 거세요?” 어르신은 화를 냈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 이제 너희 결혼은 어느 정도 준비가 됐으니 내일 모레쯤 결혼하면 되겠어. 네가 하고싶은 게 뭐든 우선
국청곡의 태도는 견고했다. “그런 실수 절대 안 해요, 저 사람 있어도 충분해요. 오늘은 여기서 자고 내일 다시 가서 결혼식 준비할 테니까 엄마는 가족들 데리고 돌아가세요. 제 걱정은 마시고요. 오늘 그 사람이랑 감정 좀 키워야죠.” 국 여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예군작한테 너무 마음을 줘서는 안되는 거 잊지 마. 넌 국씨야. 늘 정신 차려야해. 나중에 갈라서게 되더라도 우리 가문이 창피하지 않게.” 국청곡은 이런 대화를 할수록 이 결혼이 거래 같았기에 탐탁치 않았다. “알겠어요, 그만하세요.” 목가네. 목정침은 핸드폰에 예가네 소식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예군작이 결혼한데. 전에 우리 콩알이 파티 때 선물을 보냈으니 우리도 보답은 해야지.” 목정침은 고개를 들어서 그녀를 보며 아이를 안았다. “무슨 선물을 해줘야 할지 고민이야. 가격은 저번에 받은 것보다 더 비싼 걸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때 별장을 받았으니, 나도 더 비싼 별장을 선물해야겠어. 어차피 그 사람도 파티에 참석하진 않았으니 우리도 결혼식에 참여하지는 말자. 이 자식은… 그래도 거리를 두는 게 좋아.” 온연도 같은 생각이었다. “예가네에서 하는 일들이 더럽다고 들었어요. 생각보다 수법이 무섭다던데, 우리는 우리 사업에 집중해야죠. 어차피 같은 업계도 아니니 왕래하지 않는 게 맞아요.” 목정침은 이때 살짝 몸이 굳었다. 이전에 목가네도… 딱히 깨끗한 편이 아니었기에 그는 온연의 말을 듣고 찔렸다. 온연도 자신의 말 실수를 눈치채고 화제를 돌렸다. “전에 예군작이 몽요한테 조심하라고 경고했었어요. 어제 저녁에 미행까지 당했는데 오늘은 또 괜찮아진 모양이에요. 나도 무슨 상황인지 몰라서 얼만나 놀랐는지 몰라요. 예군작이 결혼한다고 해서 몽요가 그림을 선물한다고 하더라고요. 경소경씨 아버님한테 받은 건데, 유명한 작가의 작품인만큼 값어치도 나가겠죠. 경소경씨가 이 일을 알고도 어떨지 모르겠지만요.” 목정침은 단호했다. “화나겠지.” 온연은 말 문이 막혔다
진몽요는 방금까지만 해도 분노한 고양이 같았지만 지금 겨우 조용해졌다. 경소경은 모르는 번호여서 이순의 전화인지 몰랐고 덤덤하게 말했다. “안돼.”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진몽요는 웃는 것 같았지만 웃지 않았다. “방금 여자랑 연락 끊었다는 사람 어디 갔어요? 다 정리됐다면서요? 이게 정리된 거예요? 소경씨라고 친절하게 부르는 게 웃기네요. 나도 그렇게 불러본 적 없는데.” 경소경은 매우 난감했다. “걔 때문에 나까지 욕하지 말아줄래요? 나 지금까지 연락한 적 없었는데 오늘 갑자기 연락 온 거예요. 알겠어요, 퉁쳐요. 이제 이런 심란한 얘기 그만해요. 이번에 선물만 주면 다시는 그 사람이랑 연락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도 확실하게 할게요. OK? 그리고 이제 당신 임신한 거 엄마한테 알리는 게 좋겠어요. 우리 결혼도 좀 서두르고 일찍 준비하게요.” 진몽요는 불쾌한 듯 말했다. “누가 당신이랑 결혼한데요? 당신이 하자면 해야 되는 거예요? 당신이 이제 갖고 싶어요 못 가져요~ 화병 나서 내 수명이 짧아질 것 같다고요!” 경소경은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하람에게 문자를 보냈다. ‘엄마, 몽요씨 임신했어요.’ 진몽요는 그제서야 눈치 채고 그의 핸드폰을 뺏으려 했다. “어머님한테 문자 했어요? 했죠? 나한테 보여줘요! 보내지 말고 기다렸어야죠! 이 사실을 알게 되시면 당장은 내가 부담스럽다고요!” 경소경은 팔을 높이 들고 그녀의 어깨를 짓눌렀다. “이미 보냈어요, 늦었네요.”경소경은 그녀의 부드러운 얼굴과 그녀의 향기에 잠시 취해 있던 사이에 핸드폰을 뺏겼다. 그녀는 이미 발송된 문자를 보고 타자를 쳤다. ‘농담이에요.’ 발송 버튼을 누르기도 전에 그녀는 소파에 눕혀졌고, 표정이 안 좋은 경소경을 보며 차마 문자를 보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뭐하는… 거예요?” 그는 말없이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진몽요는 심장이 빨리 뛰었고, 이내 그의 목에 팔을 감싸 그에게 더 깊이 들어갔다. 두 사람의 호흡이 가빠질 때쯤 하람의 전화가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