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소경은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순간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그제서야 왜 그녀가 부담스럽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진몽요는 하람의 말을 들으며 그가 가만히 있자 얼른 대답하라는 의미로 그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녀는 절대 경가네 공관에서 대접을 받고 싶지 않았고, 거기에 가면 돼지처럼 살이 찔 게 분명했다. 게다가 그녀는 계속 일을 하고싶었지 휴직을 원하지 않았다! 경소경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엄마, 괜찮아요. 제가 몽요씨 잘 챙길 수 있어요. 엄마는 결혼식만 신경써주세요, 제가 거기까진 시간이 없어서요. 이 사람 계속 일하고 싶어하고 저는 그걸 존중할 생각이에요. 본사로 옮겨와서 같이 출퇴근할 거니까 걱정하실 거 없어요. 어제 백수완으로 돌아왔어요. 시간 나면 집에 들를게요.” 그의 말이 끝나자 전화도 끊겼다. 그는 어이가 없었다. “엄마 곧 오시겠네요. 잔소리 하시기전에 집 좀 치워야겠어요.” 진몽요는 우물쭈물 했다. “좀 난감하네요… 이제 어머님이 이 사실을 아셨는데, 난 어머님 때문에 살 찌기 싫어요.” 경소경은 웃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감할 게 뭐가 있어요? 200키로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100키로까지는 찔 수 있겠네요. 그래도 나중에 빼면 되니까 난 상관없어요. 난 좀 치우고 저녁 해줄게요. 뭐 먹을래요?” 그녀는 고민했다. “스테이크? 아니면 소고기 볶음? 어쨌든 소고기로 된 거 먹을래요, 요즘 고기 안 먹은지 좀 됐거든요.” 얼마 후 경성욱과 강령이 함께 도착했다. 경소경은 주방에서 바쁘게 요리를 하고 있었고, 나와보니 사람도 늘었고 탁자에는 각종 식재료와 영양식품들이 가득했다. 그는 머리가 아팠다. “집에도 부족한 거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이 사오셨어요? 냉장고에도 다 안 들어 가겠어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다 몽요거야. 냉장고에 못 넣으면 빨리 먹어 치우면 되지.” 강령은 너무 기뻐서 손이 떨리고 있었다. “몽요야, 임신한지 얼마나 됐어? 왜 나한테 말 안 한 거야? 난 네 친
하람은 고민하다가 동의했다. “알겠어, 너희가 괜찮다고 하니 나도 더 이상 걱정 안 할게. 지금 제일 중요한 건 배가 더 나오기 전에 결혼식을 올리는 거야. 아니면 드레스 입기 힘드니까. 필요한 거 있으면 내가 다 지원해 줄게. 몽요야, 오늘 엄마가 왔으니까 얼굴 본 김에 다 상의해보자.” 진몽요는 그런 사소한 일에 머리가 아팠다. “저는 잘 모르니까 두 분이서 상의하세요. 배고파서 밥 다 됐다 확인해보고 올 게요. 어머님 아버님은 식사하셨어요? 안 드셨으면 같이 드시고 가세요.” 하람은 한심한 눈빛으로 경소경을 보았다. “몇 신데 아직도 밥을 안 맥였어? 지금은 예전이랑 다르게 몽요 뱃속에 아이가 있는데 앞으로는 제때 밥 챙겨 먹어. 우린 이미 먹었어.” 경소경은 속으로 울면서 하람에게 임신 사실을 알린 걸 후회했다. 이제 모든 건 다 진몽요 위주였고 집안에서 그의 입지는 없었다. 진몽요가 숙면을 취할 수 있게 하람과 경성욱은 오래 머물지 않았고 잔소리만 하고 집을 나왔다. 그들이 가자 진몽요와 경소경은 묵묵히 한숨을 쉬다가 진몽요는 웃었다. “내가 미리 말하지 말자고 했죠? 내가 왜 그랬는지 알겠죠?” 경소경은 살짝 웃으며 앞치마를 풀었다. “얼른 먹어요. 먹고 일찍 쉬어야죠. 내일 오전에 같이 검사하러 병원가요, 난 들렸다가 다시 회사 가 볼게요. 뭐 언제든지 회사에 출근해도 되지만 그래도 당신이 이틀 정도는 쉬었으면 해요. 거기 아파트는 에이미한테 정리해달라고 할게요. 차는… 나중에 에이미가 본사로 회의하러 오면 그때 가져오라고 하죠 뭐.” 진몽요는 뭐든 자신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행복해졌다. “알겠어요, 나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요. 내 남자 참 능력 있는 거 같아요. 내가 걱정할 일이 하나도 없잖아요~ 밥 다 먹고 상으로 뽀뽀해줄게요~” 다음 날 아침. 경소경과 진몽요는 임신에 대해서 경험도 없고 잘 모르기 때문에 병원에 온연을 불렀다. 필요한 검사를 다 한 뒤 경소경은 따로 의사랑 대화를 했고 진몽요는 혹
온연은 시계를 보더니 이미 오전 10시가 넘어 있었다. 쇼핑하고 밥 먹으면 시간이 맞을 것 같아 동의했다. “그래, 그럼 쇼핑 다 하고 백수완 레스토랑 가서 밥 먹자. 이곳 저곳 많이 먹어봤지만 거기가 역시 제일 맛있어.” 백화점에 도착한 뒤, 진몽요는 또 가방만 보면 발걸음을 멈추는 병이 도졌다. 처음에 카드를 긁을 땐 살짝 망설였지만 막상 긁고 나니 멈출 수 없었다. 온연은 그녀를 강제로 끌고 나왔다. “그만해, 더 사면 들고 가지도 못 해. 내가 봤을 땐 경소경씨가 너한테 카드를 맡긴 게 잘못이야. 나중에 후회할 거야.” 진몽요는 손에 든 물건들을 보며 아직 흥이 오르지 않았다. “이게 겨우 얼마라고 그래? 그렇게 치사한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 어제 카드 주면서 마음대로 쓰라고 그러던데~ 걱정 마, 나도 다 생각이 있어. 다 쓰진 않을 거야. 돈 버는 게 어려운 거 아니까. 단지 오랜만에 쇼핑을 나왔기 때문에 잠깐 이성을 잃었을 뿐이야. 나중에 배 나오면 이럴 기회도 없을 거 아냐.” 온연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마음대로 해, 정말 못 말려. 난 남자 시계 좀 볼래, 목청침씨 하나 사주려고. 온가네 저택 보수 공사 도와주기로 해서 보답은 해야지.” 진몽요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왜 도와주는 거야? 너희 가족이잖아? 이런 것까지 따지면 너무 피곤한 거 아니야? 나랑 경소경씨는 그런 거 안 따져. 너도 나처럼 신경 좀 덜 쓸 줄 알아야해. 그래야 덜 피곤해.” 각자 사람을 대하는 방식이 다를 수 있으니 온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이때 익숙한 실루엣에 그녀의 시선은 앞쪽 여자 액세서리 가게로 향했다. 목정침, 그가 왜 여기 있지? 회사에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자세히 보니 그는 젊은 여자와 동행했다. 그 여자는 예전에 그녀의 모습과 비슷하게 청순했고 겸손하게 그의 옆에서 웃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이 내려 앉았다. 설마 아니겠지? 목정침이 그녀에게 미안한 행동을 할까? 그녀는 생각해본 적이 없어 완전히 무방비 상태였
진몽요는 가까이 가 자세히 서예령의 명찰을 보았다. “그러네, 서예령씨, 아직 정직원 아닌 인턴 사원이네요. 목정침씨도 대단해요, 자기 와이프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다른 사람한테 골라 달라고 하고. 이거 진짜예요?” 온연은 목정침을 보며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목정침은 그녀의 눈빛에 왠지 모르게 긴장을 했고 손바닥에 땀이 났다. “난… 그… 사실이야. 연아 이왕 왔으니까 좋아하는 거 골라 봐.” 온연은 지금 액세서리를 고를 기분이 아니라 덤덤하게 말했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면 살 돈을 주면 되잖아요. 그럼 본인도 덜 귀찮지 않았겠어요? 당신 한가해요? 여기와서 이런 거 고를 시간까지 있을 줄 몰랐네요. 오후에 애 데리고 회사 가 있어요. 어차피 당신이 더 잘 보잖아요.” 서예령은 아이에게 시선을 뺏겼다. “저는 좋아요. 대표님이 바쁘실 때 제가 돌봐도 되거든요. 콩알아~ 아직 나 기억해? 저번에 우리 만났었잖아.” 무의식 중에 한 서예령의 말은 순식간에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목정침은 불안정한 눈빛을 피했다. “서예령씨, 먼저 회사 들어가요.” 서예령은 분위기를 눈치 채지 못 했다. “네, 그럼 저 먼저 가보겠습니다.” 온연은 이를 꽉 깨물고 아이를 목정침에게 넘겼다. 목정침은 반사적으로 아이를 넘겨 받았고 온연의 눈빛에 해명을 했다. “그런 거 아니야! 저번에 나랑 애 버리고 강남 갔을 때 기억 나지? 내가 콩알이 데리고 회의를 할 수가 없어서 잠깐 맡겼어. 오늘은 정말 네 선물 고르러 온 거지 아무 사이 아니야…” 온연은 직원을 보며 웃었다. “이 쪽에 있는 목걸이랑 팔찌 전부 다 주세요. 저 쪽에 있는 것도요. 이 분이 계산할 거예요.” 직원을 이 상황을 보고만 있다가 고객이 이 많은 걸 다 사겠다고 하니 얼른 미소를 지었다. ”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목정침은 심란했지만 아이를 안으며 주머니에서 카드를 뒤졌다. “연아, 내 말 들어 봐. 정말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어떻게 널 두고 그러겠
백화점에서 걸어 나오자 온연과 진몽요의 기분은 한 층 나아졌다. 두 사람은 원래 계획대로 백수완 레스토랑에 가서 밥을 먹었고 바로 샵으로 향했다. 서예령이 목정침의 옆에 있는 걸 보고 온연은 마음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아무리 두 사람이 매일 한 침대에서 자면서 사이가 좋아도 어느 날 그녀가 성에 차지 않는 다면 목정침도 바람 필 여지가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결혼 생활을 망칠 일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그녀의 자신감은 온데간데없었다. 이 나이에는 커리어에 집중해야 하지만 일찍 아이를 낳았고 목정침이 만들어준 온실 안에서만 살면거 모든 걸 포기하며 망가지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그런 보살핌이 필요하지 않았다. 회사. 아이는 이제 몸을 뒤집는 법을 배웠고 혼자서도 잘 놀았다. 목정침은 일을 하면서 아이를 혼자 소파에 올려 두기가 불안해 어쩔 수 없이 안고 있었다. 그래도 아이는 계속해서 움직이며 그의 컴퓨터와 펜을 건들였고 계약서 서류도 가만두지 않았다. 그가 머리가 아프던 찰나에 서예령이 사무실에 들어왔다. “목 대표님, 도와드릴 거 있으신가요?” 온연이 백화점에서 자신을 보던 눈빛이 생각나 당연히 거절했다. “아니요, 가서 일 봐요.” 서예령은 피곤해 보이는 그를 보고 다가갔다. “제가 도와드릴 게요. 딱 이때쯤 아이들이 사물에 관심을 보일 때라 뭐든 만지면 입으로 집어넣고 그래서 대표님 일 하는데 방해되실 거예요. 아이는 제가 안고 있다가 일 끝나시면 가 볼게요.” 목정침은 살짝 망설이다 “알겠어요… 일 금방 하니까 사무실에서 잠깐만 안고 있으면 돼요.” 서예령은 고개를 끄덕이고 웃으며 아이를 안았다. “대표님, 사모님 정말 예쁘시던데요. 청초하시지만 눈에 딱 띄었어요. 아까 백화점에서 저희한테 걸어오실 때 뵌 적은 없지만 바로 알아봤어요… 아이 얼굴은 물론 기억하고 있었지만요~” 목정침은 대답을 하지 않았지만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자신의 안목을 믿었다. 이때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서류를 보며 전화를 받았다. “여
전화를 받고 온연과 진몽요는 황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온연은 임립의 생명이 이제 거의 다했다는 예감이 들었다. 이쯤 돼서 병원으로 들어가는 건 거의 저승 문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았고, 이 고비를 넘길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다들 병원 앞에서 모였고 임립은 아직 사경을 헤메는 중이었다. 온연은 아이를 안고 있는 서예령을 보았고 서예령도 자신이 아이를 안고 있으면 안된다고 생각해 온연에게 다가갔다. “사모님, 아까 대표님이 급하게 오시느라 저도 같이 왔어요. 회사에 아직 일이 있어서 저는 가보겠습니다.” 온연은 아이를 안았다. “네, 고마워요.” 그래도 그녀의 마음은 약간 불편했다. 목정침은 데이비드와 함께 올 수 있었는데 서예령과 왔다. 임립의 소식을 듣기 전부터 서예령이랑 있었다는 말인데… 지금 제일 급한 건 임립의 일이었기에 그 자리에서 싸울 수는 없었다. 다들 기분이 안 좋은 만큼 어떤 일들은 우선 제쳐두어야 했다. 응급 처치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임립의 가족들도 소식을 듣고 달려왔다. 임립이 살아있을 땐 임립의 가족들은 그를 미워했지만 이제 죽을 때 되니 한 명도 빠짐없이 찾아왔다. 이상한 건 임채미도 임립네 가족과 동행했다. 경소경은 어두운 표정으로 가족들을 막았다. “여기 왜 오셨어요?” 임가네 사람들은 경소경을 무서워했기에 차마 막무가내로 행동하진 못 하고 임립의 아버지는 침착한 척했다. “뭐하자는 거야? 감히 네가 우릴 막아? 내 아들이 지금 위독한데 우리가 오면 안되는 거니? 너희들은 그저 친구야. 이건 우리 집안 일이니까 너흰 들어가 봐!” 경소경은 이를 꽉 물었다. “얘는 이미 임가네를 떠났어요. 당신들이랑 상관없다고요. 마무리일들도 저희한테 맡겼으니 가족분들께서 가셔야죠. 안정을 취해야할 때 방해하지 마시고 꺼지세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그런 모습을 보고 살짝 쫄았다. 평소에 성질도 안 내고 웃기만 하는 남자가 갑자기 화를 내니 그녀는 그가 싸울까 봐 무서웠지만 차마 다가가서 말리지 못 했다. 임립네 아
임채미는 살짝 울먹였고 이게 진심인지 다른 이유 때문인지 몰랐다. “그런 말 그만해요. 나한테 일부를 준다니요? 4천만원으로 밥 값 하라고요? 난 정말 저 사람을 사랑했는데 나중에 나한테 그런 대우를 하니까 기분이 안 좋아서 이유를 묻고 싶었어요! 난 그저 이 사람의 상황을 가족에게 알리고 마지막 순간만큼은 가족들이 모였으면 했던 건데 잘못됐어요? 괜히 트집 잡지 말아요.” 온연은 임립 때문에 속상해서 눈시울을 붉혔다. 임립은 가족들에게 알리는 걸 제일 싫어했는데 임채미가 가족들을 다 데리고 왔고 그건 결국 재산분할 때문이었다. 그녀는 숨을 들이 마셨다. “임채미씨, 난 임립씨가 다 죽어가는데 당신이랑 입씨름하기 싫으니까 얌전이 있어요. 아니면 나도 가만히 안 있어요!” 임채미는 옆에 있던 가족들을 보며 자신을 대변해줄 사람이 아무도 없자 묵묵히 자리를 찾아 앉았다. 온연은 원래 자리로 돌아가 아이를 안고 조용히 기다렸다. 약 1시간 정도 지나자 응급실 문이 열렸다. 모든 사람들은 동시에 일어나 의사 주변을 둘러 쌌고 의사는 이 광경에 깜짝 놀랐다. “다들… 뭐하시는 거예요?” 목정침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됐나요?” 의사는 정신을 차렸다. “환자분은 원래부터 위암 말기셔서 예전 결과를 저희가 검토를 해봤지만 다들 대충 상황은 아실겁니다. 이건 단순히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병이에요… 시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우선 지금은 응급처치를 했지만 일시적이에요. 최대한 병원에 계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래서 제때 대처를 할 수 있으니까요. 더 미뤄봤자… 며칠 안 남으셨기 때문에 가족분들도 마음의 준비를 해두세요. 저희는 최선을 다 했습니다.” 병원에서 제일 듣기 무서운 말이 “최선을 다 했다” 라는 말이다. 목정침은 임립의 운명이 이렇게 정해졌다는 사실에 마음이 좋지 않았다. “선생님,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돈은 상관없으니까… 제발 뭐라도 해주세요…” 의사는 고개를 저으며 유감스럽게 말했다. “너무 늦었습니다.” 임립은 빠르게
경소경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있으니까 걱정 마. 너가 싫으면 아무도 여기 못 들어와.” 임립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아, 누나 들어오라고 해. 그나마 가족 중에는 누나가 제일 사람 같거든.” 경소경은 임립의 누나를 부르러 나갔다. 임가네 사람들은 밥을 먹고 있었고 병원인 걸 개의치 않아했다. 병신 문이 열리자 냄새 맡은 파리들처럼 달려 들었다. 경소경은 반감이 들어 인상을 찌푸렸고, 시선은 조용히 서 있는 임립의 누나에게 고정됐다. 그는 그제서야 임립의 누나가 계속 조용히 있었던 걸 발견했고 그녀는 밥도 같이 먹지 않았다. 역시 임립의 말처럼 그녀는 사람다웠다. “누나, 립이가 들어 오래요.” 그는 임립을 생각해서 누나라고 불렀다. 임립의 누나는 벙쪘다. “알겠어요.” 병실에 들어오자 임립은 누나를 보며 웃었다. “누나, 왔네.” 그의 누나는 눈물을 훔치며 같이 웃었다. “미안해, 내가 계속 네 신경을 못 써서 결혼하고 나서는 더 무관심했어… 너도 이 집이 싫겠지만 나도 싫어. 너가 아프지만 않았어도 오늘 저 사람들이랑 만날 일 없었을 거야. 난 그냥 너의 임종만 보고 싶었지 다른 생각 없으니까 오해하지 마. 난 저 사람들이랑 달라…” 임립은 당연히 알았다. “나도 알아, 오해한 적 없어. 저 사람들한테 전해줘. 내 재산 절대 못 가져갈 거니까 미련 갖지 말라고. 돌려줄 건 이미 다 돌려줬으니 서로 신세진 게 없어. 이런 순간까지도 이런 사람들 때문에 기분 망치고 싶지 않아. 보기도 싫어.” 그의 누나는 고개만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갑자기, 임립은 눈을 감았고 숨소리도 작아졌다. “난 이제 미련이 없어… 다들 미안해, 속상하게 만들어서…” 의료기기에서 급박한 경고음이 들렸고, 화면에 있던 선도 점점 직선으로 변하고 있었다. 진몽요는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 없이 울었고 경소경도 창문을 보며 그를 등지고 있었다. 그가 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녁의 어둠이 다 가려주었다. 목정침도 의사나 간호사를 부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