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람은 만족했다. “좋아. 내가 말 했었잖아, 소경이랑 너랑 어떻든 우리는 우리라고. 자주 만나야지. 나랑 너희 엄마도 그렇게 얘기했어. 앉아, 곧 식사시간이야.”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이며 앉았고 이때 경소경이 들어왔다. 밖이 너무 더워서 그의 이마에는 땀방울이 맺혔고, 집에 들어가서 에어컨 바람을 쐬자 편해졌다. “엄마, 저 물 마실래요. 차가운 거 있어요?” 하람은 한심하게 그를 바라봤다. “주방에 있으니까 혼자 마셔. 몽요한테 주스도 좀 가져다주고. 뭐 좋아하는지 알잖아. 여자들은 찬 거 많이 마시면 안 좋으니까 미지근한 걸로.” 경소경은 진몽요를 슥 보더니 주방으로 향했다. 진몽요는 살짝 기세가 등등해지며 하람이 진심으로 자신에게 잘해주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의 배를 보며 말했다. “요즘 오래 앉아서 밥 먹고 운동 안 했지? 배에 살 좀 찐 거 같은데… 아랫배 좀 나온 거 아니야?” 진몽요는 고개를 숙여 배를 보았다. 오늘은 그녀가 딱 붙는 검은색 원피스를 입어서 일어나 있을 때는 안 보이지만, 앉으니까 배가 살짝 나와보였다… 전에는 일할 때 오피스룩만 입어서 잘 몰랐지만 이제 보니 티가 좀 났다… 설마 임신 두 달차부터 배가 나오는 건가? 온연이 임신했을 땐 이렇게 빨리 티가 안 낫던 것 같은데 말이다… 그녀는 어색하게 웃었다. “그런 것 같아요… 살 빼야죠.” 하람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냥 한 말이야. 살을 왜 빼? 여자는 좀 통통해야 예뻐. 너무 마르면 건강에도 안 좋아. 괜찮아, 나도 뱃살 있어서 너한테 뭐라고 할 자격 없어. 일은 좀 적응했어? 너 소경이랑 헤어진지도 좀 됐는데… 주변에 다른 이성은 없어? 다른 뜻은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진몽요는 하람이 그저 궁금해서 물었다는 말을 믿지 않았기에 그저 웃었다. “아니요, 요즘 일에 집중하고 있어요. 저한테 그런 중요한 직위를 주셨는데 당연히 열심히 해야죠. 일도 잘 적응해서 다 좋아요.” 하람은 예군작의 존재를 알았지만 언급하지
경소경은 눈을 감고 어쩔 수 없이 일어났다. “그냥 저 좀 내버려두면 안 되는 거죠? 요리하러 가면 되는 거죠? 약속해요, 다 먹으면 저 쉬게 해주겠다고요. 할 일 좀 그만 줘요!”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자 하람과 진몽요는 두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갑자기 그들이 가족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식사 중, 진몽요는 극심한 배고픔을 느꼈고, 입맛이 까다로워진 그녀는 경소경이 만든 요리에만 손을 대고 주방에서 만든 음식은 건들지도 않았다. 그녀는 점점 자신이 임신한 이후로 입맛이 변한 걸 느꼈고, 그 외에 이상한 점은 아직 없었다. 경소경은 이 기회로 놀렸다. “배고픈 귀신이라도 들린 거예요?” 그녀는 그를 노려봤다. “당신이 만든 음식이 맛있어서 그래요, 잘 먹어도 뭐라고 하네… 딱 이 맛이었거든요, 너무 맛있어요!” 그는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고, 약간 떠보듯이 말했다. “좋아하면 매일 먹으면 되겠네요.” 식탁은 금세 조용해졌고, 진몽요의 심장은 빨리 뛰었으며 많은 눈들이 그녀를 보며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늘 말이 없던 경성욱 마저도 그녀를 보고 있자 그녀는 엄청난 부담을 느꼈다. 그녀는 경소경이랑 재결합할 생각은 있었으나, 이렇게 입을 열면 너무 갑작스럽지 않나? 그냥 그가 직접적으로 물어봐 줄 수는 없는 건가? 마치 저번에 레스토랑에서처럼 말이다… “그래요…” 시선이 너무 따가워서 타버리기 직전에 그녀가 대답했다. 하람은 웃으며 닭다리를 그녀의 그릇 위에 올려주었다. “앞으로 먹고 싶을 때 소경이한테 언제든지 해달라고 해.” 그녀는 왠지 모르게 감정이 북받쳤고, 그녀와 경소경이 여기까지 오기까지 참 힘든 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 후, 하람은 방에 들어가서 휴식을 취했다. 아직 다리가 낫지 않아서 의사가 활동은 최대한 자제하고 침대에 누워 있지 않으면 후유증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다. 경성욱은 당연히 하람 옆에 있어 주었고, 아래층 거실에는 경소경과 진몽요만 남았다. 두 사람은 앉아서 딱히 할 얘기가 없었는데,
그는 심란해져 그녀를 무시하고 혼자서 빨리 걸었고 어느새 그녀를 추월했다. 그제서야 알아들은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그를 따라갔다. “식탁에서 내가 한 대답 때문에요? 부담감 때문에 한 말 아니고 원래 그렇게 생각한 거예요.” 그는 발걸음을 멈췄고, 차가운 바람에 그의 머리는 휘날리고 있었다. “뭐라고… 했어요?” 그는 잘못들은 줄 알고 뒤도 돌아보지 못 했다. “부담감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그냥 내 생각을 말한 거라고요. 당신이 만든 음식, 당신이란 사람처럼 매력적이에요… 그래서 내 입맛에 맞아요.” 진몽요는 자신이 뻔뻔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말을 뱉자 얼굴이 자기도 모르게 빨개졌다. 경소경은 천천히 뒤를 돌며 복잡한 표정으로 그녀를 보았다. “나랑 장난하지 말아요. 장난할 기분 아니니까. 재미 하나도 없어요.” 그녀는 살짝 놀랐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경소경은 늘 자기애가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아니었나? 언제 이렇게 조심스러워졌지? 그녀는 바람에 의해 흐트러진 머리카락을 정리하며 말했다. “나는… 우리가 다시 잘해봤으면 해서요…” 그 순간, 시간이 멈춘 것처럼 경소경은 그녀를 꼬박 2분동안 응시하다가 그녀를 확 품 속으로 끌어안았다. 그 힘은 거의 그녀를 뼛속까지 안을 기세였다. 진몽요는 눈물을 흘렸고, 그의 굵직한 허리를 안으며 그만의 독특한 향기를 맡았다. 그 향기는 여전히 사람을 취하게 만들었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헤어진 후에도 이 포옹을 기다렸다는 걸 알았다. 잠시 후,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눈물을 숨겼다. 그가 너무 오랫동안 세게 안아서 그녀는 압박감에 숨쉬기가 어려웠고 배가 불편해졌다. “됐어요, 그만해요… 답답해요…” 경소경은 그녀를 놓아준 뒤 그녀의 턱을 들었다. “오늘 저녁에… 안 갈 거죠?” 그녀는 그의 손을 쳐내며 “안돼요!” 그는 이미 계획이 있어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집에 가도 문 열어 줄 사람 없을 거예요. 집 키 안 챙겨왔죠? 못 믿겠으면 집에 한 번 가봐요.” 그
경소경은 그녀를 오랫동안 잃어버렸던 보석을 다시 찾아온 것처럼 소중히 다뤘다. “잠이 안와요. 피곤하다고 꼭 자야 되는 건 아니잖아요? 움직이지 말아요, 좀 안고 있게.” 진몽요는 싫다고 말하면서 몸은 그를 향했고 편안한 자세로 누워 그의 품 속에서 드라마를 봤다. 갑자기, 그가 그녀의 작은 배를 두들겼다. “당신 살 좀 쪘어요.” 그녀는 몸이 굳어서 반사적으로 그를 밀쳐냈다. “미쳤어요?” 경소경은 당황했다. “왜… 왜 그래요?” 비록 그는 세게 두들기지 않았지만 약하게 두들긴 것도 아니었기에 임신중인 그녀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그렇게 세게 배 두들기지 말아요…” 그는 그녀가 아픈 줄 알고 천천히 쓰다듬었다. “아팠어요? 미안해요, 다시 쓰다듬어 줄게요. 분명 세게 안 두들긴 것 같은데… 예전에는 튼튼했잖아요? 우리 예전에 자주 이러지 않았어요?” 튼튼? 여자한테 어떻게 튼튼하다는 말을 쓸 수가 있지? 그녀는 그의 손을 뿌리쳤다. “튼튼하다고요? 내가 진짜 배 나온 건 줄 알아요? 나… 임신했어요!” 경소경은 벌떡 일어나서 그녀를 응시했다. “뭐라고 했어요?” 그의 시선에 그녀는 털이 쭈뼛 섰다. “왜 그런 눈으로 봐요? 나 정말 임신했어요… 임립 일 때문에 말 못 했는데, 방금 두들겼을 때 정말 놀랐다고요.” 경소경의 머릿속엔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었다. 그녀가 임신을 했는데, 그들은 오랫동안 헤어진 상태였고 둘은 접촉을 안 한지 꽤 됐다. 그럼 이 아이는 누구의 아이일까? 얼마나 된 거지? 다른 사람 아이인가? 그가 아무 말없이 이상한 눈빛으로 보자 진몽요가 말했다. “설마 다른 사람 아이라고 생각하는 거 아니죠? 본인이 한 짓도 기억 못하는 거예요? 내가 안야보다 며칠 일찍 임신한 거 같은데, 책임지기 싫으면 말아요. 나도 강요는 안 해요.” “책임져요.” 경소경은 다급하게 대답했다. 설령 그의 아이가 아니어도 그는 책임질 수 있었다… 진몽요는 살짝 화가 났다. 그가 알면
그는 긴장돼서 움직이지 못 했다. “그러지 말고 살살 움직여요. 온연씨도 임신했을 때 엄청 조심스러웠는데 왜 당신은 아무렇지 않은 거예요? 나 그냥 다른 방에 가서 잘게요. 혼자 편하게 자요. 침대에서 떨어지지 말고요.” 진몽요는 그가 정말 일어나자 의외라고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해야해요? 진심 아니죠? 그래요… 원하면 그냥 다른데 가서 자요. 나 혼자 침대에서 자면 편하고 좋죠 뭐. 가요, 불은 꺼주고요.” 경소경은 한 보를 걸을 때마다 고개를 세 번씩 돌렸고, 걱정이 가득한 표정으로 안방으로 나오며 불을 껐다. 그는 확실히 많이 긴장되어 있었다. 그녀의 뱃속에 작은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니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같이 자면서 그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었고, 자신을 주체하지 못 할까 봐 걱정했다. 그리고 자면서 혹시 그녀의 배를 누를까 봐 걱정할 바엔 따로 자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이 일은 꼭 야구 방망이로 뒤통수를 맞은 듯한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목가네. 아이는 언제부터 늦게 자는 습관을 생겼는지 모르지만 큰 눈을 똘망똘망 뜨면서 절대 잠에 들지 않았다. 목정침의 그윽한 눈빛에 온연은 그저 웃었고, 그녀는 아이를 제쳐 두고 둘만의 시간을 보낼 수 없었다. 그래도 목정침보다 아이가 더 중요했다. 이 시간만 되면 아이는 얼굴을 알아보고 아주머니가 안아주는 걸 싫어했기에 그녀는 어쩔 수없이 목정침을 달랬다. 목정침은 빨리 두 사람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자진해서 아빠 역할을 하고자 아이를 안고 정원으로 나가 조심스럽게 아이를 재웠다. 거의 1시간 후, 그는 천천히 온연 앞에 걸어왔다. “애 잠 들었는지 봐봐…” 온연은 그의 옆으로 가서 아이를 보더니 피식 하고 웃었다. “당신 보다 눈을 더 크게 떴잖아요!” 그는 김빠진 풍선 같았다. “일부러 그러는 것 같아! 저녁에 왜 잠을 안 자는건지 모르겠네. 나 이제 못 하겠어!” 아이는 그의 말을 듣고 웅얼거렸다. “이야이야…” 목정침은 화가 났지만 웃었다. “허허
목정침이 잠에 든 후 온연은 그제서야 핸드폰을 열어봤다. 이전에는 핸드폰을 볼 시간이 없었었고 역시나 진몽요로부터 문자가 와 있었다. 진몽요는 내일 오전 그녀가 예군작과 카페에서 만날 수 있게 약속을 잡아 주었다. 그녀는 진몽요가 부탁을 이렇게 빨리 들어줄 줄 몰랐지만, 이 일은 절대 목정침에게 알려선 안됐다. 아니면 나갈 수가 없었다. 그녀는 ‘OK’표시의 이모티콘으로 답장했고, 진몽요가 아직 깨어 있을 줄 몰랐다. ‘연아, 나 지금 너무 기뻐서 너랑 영상통화 하고 싶어.’ 온연은 침대에 깊게 잠든 두 부자를 보며 천천히 아래층으로 내려와 진몽요와 영상통화를 했다. 진몽요의 배경을 보자 그녀는 알아차렸다. “경가네에서 가는 거야? 왜 경소경씨랑 안 자고?” 진몽요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내가 임신한 거 알자마자 조심해야 된다고 알아서 게스트룸 가서 자더라고. 지금까지 한번도 이런 적이 없었는데 말이야. 그 사람이 나 본사로 다시 옮겨주겠다고 했는데, 당장은 그러고 싶지 않아. 내 수준으로는 계열사에서 일하는 게 적당하지 본사는 너무 부담스러워. 내가 임신한 사실 우선 숨겨 달라고 했어. 아직… 임립 쪽이 정리되지 않았으니까.” 온연은 한숨을 쉬었다. “잘했어. 임신했으니까 조심하고, 자주 검사도 받아. 먹으면 안되는 거 먹지 말고, 술도 마시지 말고. 너무 무리하지도 마.” 진몽요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난 아직까지 별 증상이 없어. 편식은 좀 하는데 너가 임신했을 때보다 덜 해. 맞다,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난 두 달 밖에 안됐는데 왜 벌써 배가 나온 거야? 살이 아니라 살짝 딱딱하던데 너는 임신한지 한참 지나고 나서야 티 났잖아.” 온연은 그녀에게 배를 비춰보라고 했고, 영상으로 잠깐 보더니 의심했다. “너… 배가 좀 나온 거 같은데, 설마 쌍둥이 아니겠지? 나 전에 쌍둥이 임신 됐을 때도 빨리 티 났어.” 그녀의 말에 진몽요는 깜짝 놀랐다. “설마? 나 놀래 키지 마, 무서워. 한 명도 벅찬데, 너가 그렇게 말하니까 왜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겼다. “우리가 다시 사귀는데 안 기뻐요? 왜 아무런 반응이 없어요?” 그는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그럼 뭐 어떤 반응을 원해요? 됐고, 일찍 자요. 이렇게 늦었는데 당신이 안 자면 아이한테 안 좋아요.” 진몽요는 실망해서 피가 거꾸로 솟았다. “가면 되잖아요, 미워!” 그녀가 방에 돌아가는 모습을 보며 경소경은 미간을 주물렀고, 사실 그도 너무 기뻐서 잠에 못 들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에 신발도 안 신고 달려 나와 방문을 열었던 건데… 정말 그녀와 함께 잘 엄두가 안 났다. 하늘도 그가 많이 참고 있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둘째 날 오전. 목정침은 일이 있어서 회사에 출근했고 그가 나가자 온연도 바로 아이를 데리고 나갔다. 혹시 임집사가 정보를 흘릴까 봐 운전을 부탁하지 않고 직접 나가서 택시를 잡았다. 약속한 카페에 도착한 뒤, 그녀는 10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좀 기다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가 더 일찍 도착했을 줄은 몰랐다. “사모님, 앉으세요. 뭐 드실래요?” 예군작은 신사 다웠고 아이를 보자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저는 물이면 될 거 같네요.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해요. 제가… 왜 만나자고 했는지는 대충 아실 거라고 생각해요.” 온연은 앉은 뒤 고상하게 말했다. 예군작은 고민했다. “땅 때문인가요?”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비록 대표님 행위에 대해서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진지하게 고민해 주셨으면 해서요. 땅이란 게, 매입할 때 너무 비싸게 사면 이윤도 안 남고, 다 아시는 분께서… 단순히 경쟁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없으면 해서요.” 예군작은 웃었다. “하하… 경쟁이요? 아니에요, 오해하셨네요. 하지만… 이렇게까지 말을 하셨으니 원하시는 대로 해 드릴게요. 아이가 귀엽네요. 나중에 말 배우면 꼭 삼촌이라고 부르라고 해주세요.” 이렇게 쉽게 허락을 한다고? 온연은 의심을 품었지만, 생각해보니 예군작이 해성에서 제도로 넘어와서 제도의 일인자인 목정침은 적으로 삼는 건 본인에게 좋을
예군작은 흔쾌히 허락했다. “네, 말 안 할게요. 그럼 다른 용건 없으시면 저는 가 볼게요.” 온연은 고개를 끄덕이고 아이를 안고 일어나 그를 배웅했다. 아택이 휠체어를 타고 밖으로 나갈 때 그녀는 예군작의 옆 모습을 보면서 왠지 모르는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겉모습은 아예 낯선 사람이었지만 그가 주는 느낌이 이상했다. 그녀는 기억을 자세히 더듬으며 예군작과 만났던 시간들을 회상하며 생각했지만 목소리나 말투 혹은 분위기도 전혀 비슷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대체 어느 부분에서 익숙하다고 느끼는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생각이 나지 않아 굳이 더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오랜만에 외출도 하고 카페 에어컨 바람도 빵빵하니 피곤했던 그녀도 잠깐의 여유로움을 만끽했다. 차에 돌아온 예군작의 표정은 차가웠고 꽉 쥔 두 손은 그의 긴장감을 나타냈다. 아택은 작게 물었다. “의심받까 봐 두려워하시면서도 왜 만나러 오신 겁니까? 제가 대신 갔어도 됐었는데요.” 예군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숨어있는 게 더 의심스럽지. 나랑 제일 가까운 사람은 진몽요인데, 진몽요는 둔해서 거기까지 생각 못 할 테지만 온연은 달라. 얼굴을 유심히 보고 사소한 디테일도 신경 쓰지. 내가 살짝이라도 흐트러지면 바로 들킬 거야.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린다는 말처럼, 그 사람도 목정침처럼 똑똑하고 신중해. 목정침이 과거에 나한테 관심이 없었어서 그나마 다행이지… 어차피 이번 한번만 만날 생각이었어. 다시는 안 만날 거야. 너무 위험해.” 비슷한 사람들끼리 어울린다? 아택은 이 말이 다 맞는 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진몽요와 경소경은 아예 다른 유형의 사람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말을 뱉을 수 없었고 지금 진몽요와 경소경의 얘기를 꺼내면 죽음이었다. “그… 땅은 정말 목정침씨께 양보할 생각이신가요?” 예군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그 사람 때문에 주는 건 아니야.” 아택은 궁금했다. “그럼 왜 양보하시는 건가요?”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