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의 입꼬리는 슬슬 올라갔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설마… 내가 직접 찾아야하는 건 아니죠? 네? 그런 쉬운 방법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어요. 내가 여기서 묻는 이유는 결과를 원하고 그걸 달성하는 과정을 보여 달라는 건데 지금 내 의견을 묻는 건가요? 그렇게 기본적인 판단도 못해요? 그래요. 이 회사의 미래가 참으로 캄캄하네요.” 젊은 직원은 앞에 있던 서류를 빠르게 정리했다. “제가 지금 알아보고 오겠습니다! 다음에는 꼭 대표님이 원하시는 대답을 갖고 오겠습니다!” 목정침은 미간을 주물렀다. “다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방법이 있으면 마음 놓고 실천해 볼 수 없어요? 내가 동의할 수도 있잖아요? 뭐든지 내 허락받을 생각만 하지 말고 머리 좀 써요. 내가 듣고싶은 건 ‘제가 비슷한 사이즈의 땅을 찾았습니다, 이 땅으로 대체할까요?’ 이 말이지, 나한테 찾으러 갈지 말지 묻는 게 아니라고요. 알겠어요 다들? 오늘 회의는 여기 까지예요!” ...... 아파트. 안야는 세심하게 아택의 상처에 약을 발라주고 있었다. 예군작이 한 결정 때문에 그녀는 아택과 묶여졌고, 그녀는 아택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 예군작에게 그가 이곳에 와서 몸을 회복할 수 있게 부탁했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그녀는 오직 아택이 자신을 구하기 위해서 이렇게 됐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저를 왜 도와주신 거예요? 이렇게 될 줄 아셨으면서, 왜…” 아택은 통증을 참으며 침대에 누워 있었다. “도와준 거 아니에요. 어차피 예군작은 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어요. 그 분은 제가 그 분이 시키는 일을 하길 바라지만 저는 예가네 어르신 사람이라, 예군작의 감시용 사람이거든요. 예가네 집안 일은 복잡해서 설명해도 모를 거예요. 까딱하면 목숨이 걸려 있으니 전 이미 적응됐어요.” 안야는 그를 떠봤다. “그럼… 이제 정말 예군작을 위해 일하실 건가요? 그럼 그 어르신이 가만히 있을까요?” 아택은 잠시 침묵했다. “앞 날은 길게 봐야 하잖아요. 어른신은 이미
아택은 고개를 저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여기서 같이 사는 것도 괜찮네요. 안방도 두개 있고, 제가 가끔 오기 딱 좋을 거 같아요. 나가서 일할 필요도 없어요. 제가 그동안은 먹여 살릴 수 있으니 아이 낳고 다시 얘기해요. 비록 우리가 미래는 없지만 제가 아이 아빠니까 제 말대로 해요. 같이 안 사는 거 빼고는 다 다른 부부들처럼 해요.” 안야는 마음이 왠지 모르게 공허했고 처음으로 아택을 정면으로 보자 갑자기 경소경에 대한 집착이 확 식었다. 그 순간, 그녀는 아택과의 관계가 서로 원하는 진실된 관계이길 바랐고, 완벽한 가정을 꾸리길 바랐지만 이 모든 건 아쉽게도 다 거품이었다. 이러한 압박감에 그녀를 숨을 쉴 수 없었다. “그… 거즈를 다 써서, 필요한 것 좀 더 사 올게요. 상처가 빨리 낫진 않을 거 같아요.” 그녀는 황급히 집에서 나와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약국에 도착하자 그녀는 익숙한 그림자를 보고 당황해서 뒤돌았지만 목소리를 듣고 멈췄다. “거즈는 왜 사요? 어디 다쳤어요?” 그녀는 발 걸음을 멈추고 아무렇지 않게 임립을 보았다. “아니요, 혹시 몰라서 사려고요. 뭐 사러 오셨어요?” 임립은 자연스럽게 계산대에서 계산을 했다. “손가락이 긁혀서 밴드 사러요.” 안야는 대화를 이정도 밖에 이어가지 못 했고 임립이 자신에게 인사를 건넸다는 것 만으로도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더 이상은 사치였다. 게다가… 만약 아택이 그 집에 있는 걸 임립이 알게 된다면 비밀을 숨기기 힘들 것이다. 그녀가 이사를 가고 싶은 또 다른 이유는 아파트가 임립네 회사와 너무 가까워서였다. 그녀는 그에게 뭐라도 들킬까 두려웠지만 아택이 이사 가게 두지 않았기에 어쩔 수 없었다. 임립이 나간 뒤 그녀는 그제서야 필요한 물건들을 다 사고 계산을 했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총 4만원정도 나왔지만 그녀는 딱 계산할 돈만 있는 걸 보고 정말 자신이 가난해짐을 체감했다. 집에 돌아온 후 그녀는 아택이 침대에서 일어나 옷 갈아 입고 나가려는 모습을
그랬다. 그 편지는 예군작이 온지령 부부를 시켜 온연에게 보낸 거였고, 온호를 납치한 것도 그의 부하였다. 아택은 망설이다가 카드를 받았다. “너무 크게 움직이시면 어르신이 의심하실 겁니다.” 예군작은 살짝 웃었다. “뭘 의심해? 의심이라… 내가 자기 손자 예군작이 아니고 다른 사람이라고 의심하는 건가? 노인네가 의심하는 거야 네가 의심하는 거야? 만약 내가 진짜 예군작이 아니라면?” 아택은 더 깊이 고개를 숙였고 아무런 감정 없는 로봇처럼 대답했다. “제 눈엔 도련님은 도련님이시지 다른 건 생각한 적 없습니다. 그건 어떤 행동을 하셔도 변함없습니다.” 예군작은 기분이 꽤나 좋아보였다. “하하, 난 이래서 네가 좋아. 내가 널 곁에 두는 이유이기도하고. 그 안야는 머리가 나쁜 거 빼고는 얼굴도 괜찮으니 진짜 잘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아택은 덤덤하게 말했다. “저 같은 사람은 안정적인 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짐을 덜어주고 싶지 않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그 사람에게 자유를 주고 싶습니다.” 예군작은 그의 솔직함에 놀랐다. “너는 예가네 사람들보다 인성이 훨씬 낫네. 멋지네. 내가 약속할게, 내가 원하는 일을 다 이루면, 안야 뿐만이 아니라 너의 자유도 돌려주겠다고. 그런데, 예가네 직원들이 원래 알던 예군작이랑 나랑 닮았나?” 아택은 빠르게 예군작을 훑어봤다. “네, 비슷하시지만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수술까지 하셨으니 다른 사람이 의심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게다가 예가네 분들도 도련님을 만나본 사람이 많이 없고 … 요즘은 가족분들이 많이 돌아가셔서 어르신만 잘 아실겁니다.” 어르신만? 예군작은 생각에 잠겼다. “알려줘서 고마워, 주의할게. 일 열심히 해, 몸에 상처도 많으니까 사람들 더 데려가고. 난 네 일 처리 실력을 믿어. 어서 가봐.” ...... 저녁 8시가 넘은 시간, 목정침은 피곤한 모습으로 목가네에 돌아왔다. 오랜만에 지친 그의 모습을 보자 온연은 아이가 자고 있을 때 그에게 목
그녀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절대 안으로 들어가지 마, 근처에서 숨어 있어. 절대 그 사람들한테 들켜선 안돼. 주소 알려줘, 금방 갈게!” 온호는 손을 떨면서 알겠다고 말했고, 전화를 끊은 뒤 온연은 황급히 욕실로 올라갔다. 그녀는 부끄러워할 시간이 없었다. “지금 온호 그 쪽에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예전에 납치했던 사람들이 그들이 잠깐 머물고 있는 호텔에 침입한 거 같은데 좋은 목적은 아닌 것 같아요. 당신이 얼른 사람들 데리고 가봐요. 무슨 일 생길까 봐 걱정돼요! 배후에 있는 사람이 전지인지 아닌지 당신도 궁금했잖아요. 그럼 서둘러요, 지금 목욕할 시간이 아니에요!” 목정침은 진지한 표정으로 내키지 않았지만 욕조에서 일어났다. “옷 좀 준비해줘, 난 임집사님 불러올게.” 온연은 뒤돌아 드레스룸으로 들어갔고 아무 옷이나 건넸다. “우선 옷부터 입어요, 임집사님 내가 불러 올게요. 지금 집에 경호원들 많으니까 이제서야 왜 당신이 이렇게 많이 고용했는지 알겠네요. 오늘 좀 써먹어야겠어요.” 목정침은 느긋하게 옷을 입으며 물었다. “넌 그럼 내가 괜히 돈 쓰려고 세워 둔 줄 알았어?” 그의 동작을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직접 단추를 잠궈주었다. “좀 서둘러요, 우리가 갔을 때 아무도 없으면 안되잖아요!” 그는 답답해했다. “서두를수록 더 실수하는 법 몰라? 옷은 당연히 천천히 입어야지, 혹시라도 거꾸로 입어서 남들이 비웃으면 어떡해? 나만 갔다올게, 넌 집에서 애 보고 있어.” 온연은 거절했다. “집에는 아주머니 계시잖아요, 난 무조건 갈 거예요. 그러니까 말리지 마요.” 목정침이 신경 쓰는 것들을 그녀는 다 알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속엔 그는 옷 입는 거랑 밥 먹는 건 늘 느긋하고 꼭 우아하게 지조를 지켰다. 어렵사리 준비를 다 마친 후에 그녀는 안도했다. “갈까요?” 그는 여유롭게 그녀를 잠시 보더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네가 갈수록 대담해지는 것 같아. 내 말도 안 듣고. 이제 내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게
온연은 약간 실망했다. 원래는 이 사람들이 누군지 보고 어쩌면 전지의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한 발 늦고 말았다. 사람들을 데리고 위로 올라가자 온지령 부부의 방은 문이 활짝 열려 있었고 안은 아수라장이었다. 호텔 주인장은 부부에게 욕을 하며 손해배상을 하라고 말했다. 부부는 아직도 혼이 나가서 그저 욕을 듣고만 있었다. 온지령은 괜찮았지만 남편은 맞았는지 상태가 안 좋아보였다. 온연은 주인장을 막았다. “그만하세요, 얼마든지 배상해 드릴게요. 집사님, 이 분이랑 내려 가서 배상해드리세요.” 주인장은 온연이 많은 사람과 함께 온 걸 보고 소란을 피우지 못하고 임집사와 함께 내려갔다. 온지령은 온호를 보고 왜 온연이 왔는지 알았다. “우린 괜찮아, 괜히 번거롭게 했네.” 온연은 담담하게 말했다. “그래 보이네요, 저도 시력은 좋아서요. 그래서 무슨 일이였어요? 그 사람들이 왜 들이닥친 거예요? 설마… 또 무슨 일을 시키려고 했나요?” 온지령은 황급히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절대. 나도 왜 왔는지 모르겠어. 그냥… 너희가 우리를 찾아와서 뭘 했는지 물었어. 우리가 무슨 정보라도 흘릴까 봐 그랬나봐. 근데 우리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까 흘릴 것도 없었지만. 그것만 물어보고 갔어. 그리고 앞으로 조심하라고 경고했고… 난 괜찮아, 남편은 좀 맞았지만… 호는 아까 없었어서 다행이야.” 온연은 온지령의 남편을 슬쩍 보았다. “맞을 짓을 하셨으니까 맞으셨겠죠. 맞으면 당분간은 얌전히 계실 테니 잘 됐네요. 그러게 얼른 떠나라고 말씀드렸는데 왜 꼭 끝까지 남아서 맞고 가세요? 앞으로 그 사람들도 더 찾으러 올 일 없겠네요. 자유롭게 살고 싶으시면 조용히 사세요. 아니면 나중에 어떻게 죽었는지 아무도 모를테니까요. 그나마 온호를 생각해서 온 거예요. 부모가 되셨으면 그 노릇은 해야죠.” 온지령 부부는 감히 말대답을 못 했고 온호가 대답했다. “감사해요, 누나. 만약에 안 와 주셨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을 거에요. 아무 일
진락은 얼른 표정을 숨겼다. “네 도련님, 저도 이 나이 먹고 여자친구 없는 이유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이 너무 바쁘고 시간도 없으니까요…” 목정침은 은은하게 말했다. “그럼 긴 휴가라도 보내줄까? 아니면 20년, 30년 일찍 퇴직할래?” 진락은 힘껏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저는 도련님 밑에서 일하는 게 즐겁습니다. 나중에 퇴직할 때가 되더라도 큰 문제없으면 기사로써 더 일하고 싶습니다.” ...... 경가네 공관. 하람은 안야로부터 충격을 받은 이후로 계속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계속해서 열이 났고, 의사말로는 심한 쇼크로 인한 증상이라고 당분간 안정을 취하면 된다고 했다. 이것 때문에 경소경도 공관에 오는 날이 많아졌고 그는 하람에게 속상함과 죄책감이 들었다. 경성욱이 하람 옆에서 잘 보살피는 모습을 보고 경성욱에 대한 생각도 점차 바뀌고 있었다. 아직까지 서로 인사는 안 하지만 예전처럼 표정을 굳히지도 않았다. “소경아, 나 신경쓰지 마. 아빠가 나 잘 챙겨주고 있어. 난 괜찮아. 나이 먹으면 원래 이렇게 고장나는 거지 뭐. 맞다, 남쪽에 있는 그 계열사 너가 신경 좀 잘 써. 그 회사가 기반이 탄탄해서 본사 다음으로 매출이 높고 제도에 있으니까 네가 잘 신경써야지. 엄마는 그럴 시간이 없고 아빠는 이런 거 하는 사람이 아니니 너한테 맡길게.” 하람에 잔소리에 경소경은 어쩔 수 없었다. “알겠어요, 지금 우선 하던 일만 끝내고 거기도 가볼 게요. 엄마는 다른 거 신경쓰지 마시고 쉬는데 집중하세요.” 하람은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일 없으면 가 봐. 자꾸 여기로 오면 괜히 너 시간 방해만 되잖아. 안야랑 너랑 별 일 아니어서 다행이야. 뱃속에 아이도 너랑 상관없으니 마음이 너무 편해졌어. 이제 내 기분도 좋아졌으니 내일이면 뛰어다닐 수 있을거야.”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이고 공관을 나왔다. 그가 나가자 마자 하람은 멀쩡하게 침대에서 일어나 앉았다. “요즘 애가 말이 없어진 것 같지 않아? 예전에는 안 그
보름 후, 제도의 날씨는 이미 최고 온도에 다다랐고 너무 더워서 다들 에어컨 밑에서 꼼짝도 안 하고싶어 했다. 온연과 아이는 답답해서 병들 것만 같았다. 아이는 더위를 타지 않지만 나가면 더위를 먹을까 봐 그녀는 정원에도 많이 데리고 나가지 못 했고 해가 지면 겨우 산책을 즐겼다. 목가네 면적이 아무리 넓어도 지금은 좁게 느껴졌고, 나가지 못 하니 지루하고 답답했다. 목정침은 요즘 너무 바빠서 코빼기도 안 보였고, 온연이 눈을 뜨기도 전에 출근을 하며 저녁에 잠이 들 때쯤 퇴근을 했다. 그녀는 이대로 가다간 아이가 그가 아빠인 걸 못 알아볼까 봐 걱정했다. 같은 지붕아래 살지만 얼굴을 보지를 못 하니 아이들은 당연히 기억력이 좋지 않아 못 알아보는 게 정상이었다. 목가네 그룹 대표 사무실. 목정침의 표정은 얼음처럼 차갑게 얼어 있었고 긴장감 넘치는 분위기에 직원들은 벌벌 떨고 있었다. “땅을 한참을 찾더니 이미 임자가 있는 땅을 찾아왔네요. 예군작이 이미 가져간 걸 뱉어내기라도 한데요? 우리가 원했던 그 땅도 예군작이 가져간 거 몰라서 이래요? 머리속에 든 게 아무것도 없어요? 도대체 그 머리는 언제 써먹을 거예요?!” 그랬다. 시장조사를 다 해본 결과 지금 모든 가치 있는 부지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예군작의 소유였고, 남은 건 다 일반 부지들이었다. 누구나 다 갖을 수 있는 땅이라 사도 별 의미가 없었다. 예군작은 손이 커서 매번 경매에 참가해 얼마를 투자하든 죄다 사들였다. 꼭 땅을 사는 게 아니라 사탕을 사듯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행동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었고, 이렇게 많이 사들이면 결국 나중엔 큰 이익을 얻을 테니 돈이 돈을 버는 꼴이었다. 목정침은 이 일이 너무 짜증났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왠지 모르게 예군작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본 사람은 한 둘이 아니었다. 예군작은 제도에 오자마자 모든 걸 휩쓸었고 이건 결코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경소경은 전화가 연결된 휴대폰을 책상 위에 올려 두었다. “저희가 딱 한 번 본 사이인 거 같은데 어쩐 일로 직접 찾아오셨어요? 용건 말씀해보세요.” 그는 일부러 딱 한번의 만남을 강조했고, 그땐 두 사람이 다 진몽요를 찾으러 갔을 때였기에 기억에서 잊히지 않았다. 아택은 예군작의 휠체어를 앞으로 밀었고 예군작은 담담하게 말했다. “대표님이 손에 있는 땅을 방치해 두고 계신 거 같은데 제가 갖고싶어서요. 가격만 불러주세요.” 경소경은 살짝 눈을 찌푸렸다. “오? 소식이 꽤나 빠르네요. 아직 그 땅으로 뭘 할지 못 정했을 뿐이지 방치해 둔 건 아니에요. 그거 꽤나 가치 있는 땅이거든요. 이미 손에 넣은 땅이 많으신 거 같은데 제도 전체를 사드릴 생각인가요? 마침 제 친구한테 방금 전화가 왔거든요. 이 땅 그 친구한테 주기로 했어요.” 예군작은 동요하지 않았다. “그것보다 두배 쳐서 드릴게요, 어떠세요?” 경소경은 살짝 의외라고 생각해 미간을 찌푸렸다. 땅 덩어리 하나가 어느 정도 가격인지는 대충 알고 있을 텐데 막무가내로 사려는 사람은 처음 봤다. 두배를 준다는 제안은 매력적이었지만 그는 돈을 밝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예 대표님, 제가 돈 때문에 친구를 버릴 것 같은 사람으로 보였나요? 이만 돌아 가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예군작은 웃었다. “하하, 아무리 정이 깊어도 돈이 제일 큰 힘이니까요. 제가 최대 3배까지 드릴 수 있으니 고민해보세요. 그럼 저는 이만 가볼게요. 꼭 답변 주시면 좋겠네요.” 예군작이 나간 뒤 경소경은 다시 핸드폰을 들었다. “너 들었어? 이거 완전 너 엿 먹이려는 거지? 3배라고 해서 순간 팔겠다고 할 뻔했어. 그때 디자인 대회에서 회사 손실이 좀 컸거든. 이 땅만 팔아도 손실을 어느 정도 메꿀 수 있을 텐데 말이야.” 목정침은 잠시 침묵하다가 말했다. “그렇게 갖고 싶다는데 그냥 3배에 팔아.” 경소경은 목정침이 무슨 생각인지 몰랐다. “농담이지? 넌 내가 정말 돈에 눈 먼 사람처럼 보여? 너가 필요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