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진몽요와 예군작은 식사를 마치고 나왔고, 그녀는 바로 집으로 가고 싶었지만 예군작이 주변을 둘러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녀 생각에 그 같은 사람은 바깥 세상을 접할 기회가 일반 사람을 보다 적다고 생각해 동정하는 마음에 함께했다. 차와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번화가에서 그녀는 예군작을 도와 휠체어를 밀어주었고 아택은 옆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세 사람만 아무 말이 없이 꼭 그 들만의 세계에 있는 것 같았다. 。 한참 둘러본 후 예군작이 말했다. “갑자기 궁금한데요, 그 쪽 마음 속에 기억하고 있는, 앞으로도 평생 잊지 못할 남자가 있었어요?” 진몽요의 머리속에 제일 먼저 떠오른 건 경소경의 얼굴이었지만 이내 전지가 떠올랐다. 평생기억에 남고 앞으로도 잊지 못할 사람은 아마 전지가 더 적합한 것 같다. 아직도 마음속 깊이 남아 매일 생각나는 사람이고, 떠올릴 때마다 치가 떨렸다. 그녀는 대답했다. “있어요. 지금 생각해보니까 차라리 안 만났으면 좋았을 거예요. 그 사람을 만난 게 제 인생 최대의 실수죠. 그 사람은 제 인생을 망쳤고 내가 더 나은 미래를 살 수 없게 만들었어요. 다른 사람을 쉽게 사랑할 수도 없게 만들었죠.” 예군작은 중얼거리듯 말했다. “그렇게 그 사람을 미워해요?” 그녀는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맞아요. 그 사람만 아니었어도 우리 집은 안 망했을 거고 그럼 우리 아빠가 스트레스로 인해 세상을 떠날 일도 없었을 거예요. 지금까지 겪은 모든 걸 겪을 일이 없었겠죠. 앞으로 절대 마주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도 그 사람이 잘한 일이 딱 한 가지 있어요. 내가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해준거죠. 저희 아빠가 세상을 떠나시기 전에 수술비가 모자랐었는데 어떤 분이 익명 기부를 했었어요. 알고 보니 그 위기 속에서 절 구해준 사람이 경소경씨예요. 지금 생각해보니 이미 그때부터 정해진 인연이었나 봐요. 그저… 아쉽죠, 경소경씨랑 끝까지 함께하지 못 해서.” 예군작은 다시 물었다. “지금 마음에 있는 그 사람이 후회하고 있다면
아택은 급 긴장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백수완 별장. 경소경은 소파에 앉아 핸드폰을 보며 진몽요의 연락처를 뒤적였다. 전화를 하고 싶었지만 또 괜히 망설였다. 갑자기 걸려온 전화에 그는 기뻐했지만 진몽요의 전화가 아닌 이순의 전화인 걸 보고 표정이 썩은 채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때 이순이 문자를 보냈다. ‘진몽요씨한테 연락할지 말지 고민하고 계시죠? 모르시겠지만 진몽요씨 이제 예군작이랑 밥 먹고 헤어졌어요.’ 이 말에 그의 마음속은 크게 요동치고 있었다. 그는 이순에게 답장을 하지 않고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진몽요는 이제 막 차에서 내렸고 예군작과 그런 얘기를 나눠서 기분이 썩 좋은 상태도 아니었기에 피곤한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 “할 말 있으면 해요.” 경소경도 기분이 좋지 않아 말투가 별로였다. “저녁 맛있게 먹었나 봐요? 진짜 그 예군작한테 관심있는 거면 말로 해요. 그럼 나도 안 막고 두 사람 밀어줄게요!” 진몽요는 열 받았지만 빠르게 침착했다. “그렇게 관대한 사람이었어요? 난 왜 몰랐지? 질투하는 모습이 꼭 어린애 같네요. 나 예군작씨랑 저녁 먹고 온 거 맞는데요, 저번에 얻어 먹은 거 갚은 거예요. 그러니까 다음에 그 사람이 또 사준다고 하면 절대 나갈 일 없다고요. 신세지면 갚는 게 인지상정이잖아요. 피곤하니까 잘 거예요. 당신도 일찍 쉬어요.” 경소경은 소리쳤다. “전화 끊기만 해봐요!” 그녀는 “끊으면 어쩔건데요” 라고 말하면서 끊지 않았다. 집으로 들어가자 안야는 집에 없었고 그녀는 안방 침대에 대자로 누웠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요? 안 끊었으니까 할 말 있으면 돼요.” 그녀의 평온한 반응은 경소경의 분노한 마음과는 완전히 상반되었다. 경소경은 계속 대화를 이어가다가 화병이 날 것 같았다. “할 말없어요. 끊을게요!” 그리고 그는 전화를 끊었다. 진몽요는 핸드폰을 옆에 던져 놓은 후 그를 달래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며칠 후면 다시 디자인 대회가 시작되고, 10위까지는 바라
그는 문을 열었고 문 앞에는 안야가 서 있었다. 밖에는 비가 내렸는지 바닥이 많이 젖어 있었고 안야도 옷이 젖어있었다. 그는 의아했다. “무슨 일이에요?” 안야의 순진한 눈엔 복잡한 감정이 보였다. “제가 뭘 잘못했나요?” 그는 자기가 그녀의 연락처를 지운 게 생각났다. 이거 때문에 그녀가 집까지 찾아온 거라면 그는 당장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그래도 앞에 있는 안야는 다른 사람이 아닌 그의 여자의 친구였기에 일단 그는 안야를 집으로 들였다. “수건 가져올 테니까 좀 닦아요. 감기 걸려요.” 요즘 날씨는 심하게 덥진 않았지만 비가 오면 기온이 낮아졌다. 안야는 추워서 몸을 벌벌 떨고 있었고 옷이 젖어서 소파에 앉지도 않고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이 불쌍해 보였다. 경소경은 마른 수건을 건넸다. “내가 연락처 삭제해서 그래요? 그냥 사적으로 연락하기 좀 그래서 그랬어요. 여자들은 자기 남자가 자기 친구랑 연락하는 거 싫어하지 않아요? 그런 건 안 하는 게 좋다싶어서요. 이거 때문에 찾아온 것도 좀 그렇지 않아요? 다른 뜻 없었으니까 오해하지 말아요.” 안야가 물었다. “사장님이 저희가 연락하는 거 싫어하셨나요?” 그는 살짝 어이가 없어서 한숨을 쉬었다. “아니요, 그냥 내 생각이었어요. 여기 갈아입을 옷은없는데, 술 한잔 마시고 몸 좀 데울래요? 이따가 차로 데려다줄게요. 밖에 비도 오고 감기 조심해야죠.” 안야는 그가 책상 위에 올려 둔 술을 보고 방금 전 그가 쓰던 컵으로 술을 원샷했다. 그가 말리기엔 이미 늦었다. “어… 그럼… 지금 데려다 줄까요?” 안야는 고개를 저었다. “싫어요. 사장님은 평소에 집에도 없고 혼자 무서워요. 제가 나올 때까지만 해도 집에 안 계셨어요… 이 도시에서 제가 아는 사람도 사장님들이랑 친구분들뿐이고 잘 지내고 싶어서 엄청 조심히 행동했는데, 지금 보니까 아무리 노력해도 저는 무리에 못 끼는 거 같아요. 제가 태생부터 달라서 그런 건가요?” 경소경은 이 상황이 불편했다. “그 사람 이미
경소경은 입술을 만지작거렸다. “표절사건은 내가 말했지만 괜찮아요. 이미 다 해결됐으니까 부담 갖을 필요 없어요, 고의 아니었던 거 알아요. 나랑 몽요씨 일은… 더 부담 갖을 필요 없어요. 앞으로 어떻게 되든 다 우리 두 사람 일이에요. 하나 알려주고 싶은 게 있다면 친한 친구끼리는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감싸주는 거예요. 그 사람이 엄청 나쁜 짓을 했어도 그 사람 편을 들어줘야해요. 내 편을 들어주게 되면 그 우정은 깨질 거예요. 나한테 말하니까 기분 좀 나아졌어요? 그럼 이제 집으로 가죠.” 안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일어났다. “하지만… 저는 잘못된 사람의 편을 들고싶지 않아요. 그쪽이 사장님한테 어떻게 하시는지 다 아니까 잘못하는 사람이 눈에 보여요. 보고도 무시할 수가 없어요. 말하니까 기분은 좀 낫네요, 감사해요.” 경소경은 무의미하게 웃었다. “그럼 출발하죠.” 차 안, 안야는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저 때문에 사장님이랑 싸우진 않으시겠죠? 저는 그냥 마음이 답답해서 찾아온 거예요… 평소에 얘기할 사람도 없고 기분이 다운됐었어요. 절대 사장님한테 말하시면 안돼요, 여기 안 온 걸로 해주세요.” 경소경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말 안 해요, 나도 그 정도는 알아요. 하긴, 이제 립이도 여자친구가 생겼으니 당장은 친하게 못 지내겠네요. 원래 둘이 제일 친했을텐데. 그 마음 이해해요. 그렇다고 몽요씨가 속 좁은 사람도 아니니까 할 말 있으면 해도 될 거예요. 예전처럼 충분히 잘 지낼 수 있어요.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아요.” 안야를 내려주고 그는 같이 올라 갈 생각이 없어 그저 아래에서 불이 켜진 집을 보았다. 이렇게 비가 오는 저녁은 기분이 도저히 좋아지지 않았다. 먹구름이 낀 것처럼 우울했다. 다음 날, 목가네. 재채기 소리를 듣고 목정침은 잠에서 깨자 온연이 침대 앞에서 아이를 안고 있었고, 아이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그를 보고 있었다. 아이에 코에서 콧물이 흐른 걸 보자 그는 서랍위에 휴지를 건넸다. “뭐야
그는 일부러 불만 있는 척했다. “나한테는 차만 얻어 타겠다 이거야? 그래, 얼른 가자. 애가 아파서 저렇게 불쌍해 보이는데. 콧물이 입 안까지 들어 가겠어, 얼른 닦아줘. 으…” 그의 표정을 보자 온연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본인 아들인데 왜 더러워해요? 직접 콧물 좀 닦아주면 손이 상하기라도 하나 보죠?” 목정침이 무슨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죽어도 아이의 콧물을 닦아주지 않았다. 아마 정말 싫어했던 거 같다. 차에 탄 후 그는 조수석에 앉았고 뒷자리엔 아이와 온연 그리고 유씨 아주머니가 함께 탔다.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와 진락에게 마스크를 씌워주었고, 최대한 덜 전염될수있게 예방했다. 목가네에서 일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만약 다 걸리게 된다면 그건 재난이었다. 아직 병원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콩알이는 배고프다고 칭얼거렸다. 나올 때 모유를 한 팩 밖에 안 챙겨서 병원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몰랐기에 직접 수유를 하고싶었으나 초보엄마라서 살짝 민망했다. 차에 사람이 몇 명 없어지만 여전히 적응되지 않았다… 목정침은 조용한 걸 좋아해서 아이가 시끄럽게 하자 짜증이 났다. “왜 자꾸 칭얼거리는 거야?” 온연은 작게 말했다. “밥 달라고 그러는 거 같아요…” 그는 뒤돌아 두 모자를 보았다. “밥 줘 그럼!” 온연은 그를 노려봤고 그는 그제서야 이해한 뒤 마의를 벗어주었다. “이걸로 가려.” 잠시 후 온연은 무척 당황했다. 아이가 감기에 걸려서 코가 막힌 상태라 젖을 먹을 때 숨을 쉴 수가 없었는지 한 입만 먹어도 기침을 했다. 그래서 젖은 사방으로 흘렀고 목정침에 옷에도 뭍었다. 병원에 도착한 후 수유도 대충 끝났다. 목정침이 그녀에게 옷을 달라고 했지만 그녀는 차마 말을 못하고 쭈뼛거리며 옷을 건넸다.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지 못해서 그대로… 입어버렸다. 유씨 아주머니는 얼른 아이를 데리고 차에서 내렸다. “사모님 얼른 내리세요, 아이가 아프니까 빨리 가서 진료봐야죠!” 온연은 도망가듯이 차에서 내렸고 병원으로 들어간
목정침은 눈썹을 치켜들고 말했다. “네 말은 내가 집에서 아이를 안고 있지 않았다는 말이야? 내가 그렇게 무심한가? 이 냄새 좋은데, 왜 별로야? 내 아들 냄새 내가 좋다는데 불만 있어?” 진락은 할 말이 없었다. “죄송합니다…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회사에서 아침 회의를 마친 후 목정침은 온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때? 괜찮아? 심각한 거 아니지?” 소아과에서 온연은 할 일을 마친 후 그에게 장난을 쳤다. “아이 물어보는 거예요 나 물어보는 거예요?” 그의 입꼬리는 실실 올라갔다. “둘 다.”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 품에서 자고 있는 아이를 보며 “큰 문제는 아니래요. 열도 안 나고 감기 초기라서 콧물 좀 나고 기침 살짝 하는 게 다예요. 의사 선생님이 아이가 어릴수록 약은 많이 안 먹는 게 좋데요. 따듯한 온도 유지해주고 물 많이 마시면 될 거 같아요. 나도 마찬가지고요. 수유하려면 약 먹으면 안된데요. 기사님한테 저희 좀 데리러 와 달라고 부탁해줘요.” 목정침은 손목 시계를 보았다. “내가 갈게, 지금 시간 있어.” 그는 직접 그들은 목가네로 데려다 주었고 유씨 아주머니는 아이를 데리고 방으로 들어갔다. 그의 몸에서 나는 모유 냄새에 그녀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그는 그녀를 이상하게 보며 “왜 웃어?” 그녀는 그의 외투를 벗겨주었다. “나갈 때 다른 옷으로 갈아입어요. 아까 병원 갈 때 당신 옷에 모유 좀 흘렸어요… 다 큰 남자에 몸에서 이런 냄새가 나면 안되죠. 하하…” 그는 그제서야 깨 닿고 황당해하며 그녀의 목덜미에 머리를 묻고 향기를 맡았다. “어쩐지 차에서 급하게 내리더라… 너도 나한테 짓궂은 날이 있네…” 온연은 그의 깊은 눈빛에 얼굴이 열 나는 것처럼 달아올랐다. “왜 그렇게 봐요…?” “예뻐서…” 한바탕 폭풍이 지나가고 온연의 얼굴은 피곤해 보였고 머리카락도 헝클어졌으며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아직도 만족하지 못한 눈빛을 보내자 그녀는 애원했다. “그만 할래요… 얼른 회사 가봐요.
할머니를 떠올리자 뜨거웠던 몸이 식었고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한편, 어젯밤 비를 맞은 안야는 감기에 걸려 하루 종일 기침을 했고 열도 났다. 진몽요는 보고만 있을 수 없어 감기약을 사다 주었다. “어제 저녁에 어디 갔다 왔어? 나보다 늦게 들어온 거 처음인 거 같은데. 비까지 맞고. 괜찮아? 정 안되면 집 가서 쉬어. 하루정돈 쉬어도 돼.” 안야는 나지막이 말했다. “저는 사장님이랑 달라서 일 안 하면 못 먹고 살아요.” 진몽요는 입술을 삐죽였다. “나라고 일 안 해도 먹고살 수 있는 거 아니야. 우리 엄마는 나한테 한 푼도 안 주고 내 돈으로 효도까지 해야 돼. 계속 일 하려면 해, 너무 아프면 말하고.” 안야는 고개를 끄덕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갑자기, 입구에 익숙한 실루엣이 보였고 진몽요는 안야를 쳤다. “임채미 왔네.” 안야는 임채미를 보고 진몽요와 함께 못 본 척했다. 어차피 다들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가식적인 인사를 건네고 싶지 않았다. 그녀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임채미가 다가왔다. “두 분 여기서 일한다는 얘기 들었어요. 일은 어때요? 할만 하세요? 너무 힘들면 말하세요, 제가 그 사람한테 한마디 할 게요!” 진몽요는 귀신 피하듯이 피했다. “아니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안 그러셔도 돼요. 저희 하나도 안 힘들어요. 임립씨가 모든 직원들한테 다 잘해주거든요.” 임채미는 안야를 보았다. “안야씨는 예전에 디자인 쪽에서 일해본 적 없다고 들었어요. 여기 처음 왔을 때 청소부였다면서요…? 어때요? 일 배우는 건 괜찮아요? 기초도 없이 갑자기 새로운 걸 배우면 쉽지는 않겠어요. 여기서 일하면 월급도 많이 못 받는데 다른 직업 찾아보는 거 어때요? 예전에 해봤던 서비스직 같은 걸로요… 어떤 곳은 서비스직이 사무직보다 월급 더 많이 줘요. 꿈은 항상 현실과는 다르잖아요. 돈이 더 중요하면 여기서는 시간낭비일 거예요. 이직하고 싶으면 저한테 알려주세요.” 안야는 안색이 창백해졌고 한 마디도 못 했다.
진몽요는 어깨를 들썩였다. “그럼 제가 오해했나 봐요. 저한테 실수하신 것도 없고 제가 시비 건 적도 없는데 너무 속이 좁으신 거 아니에요? 임립씨 만나러 온 거죠? 그럼 가서 일 보세요, 저희는 근무시간에 딴짓 하면 혼나요.” 임채미는 하이힐을 신고 씩씩거리며 임립의 사무실로 들어갔고, 임립은 그녀가 문 닫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무슨 일이에요? 뭐 잘못 먹었어요?” 그녀는 발을 동동 굴렀다. “내가 오자마자 진몽요씨랑 안야씨가 시비 걸었어요! 나는 그 사람들한테 잘못한 것도 없는데 말이에요! 당신이 여기서 일자리까지 마련해줬는데 그런 식으로 보답하는 거예요? 당신 여자친구인 나를 무시하면 안되죠! 내가 저 사람들 사모님이 될 수도 있잖아요!” 임립은 벙쪘다. “얌전한 사람들이 어떻게 당신한테 시비를 걸었어요?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하지만 내가 일자리를 제공한 게 아니라 저 분들 능력으로 일하는 거예요. 나도 필요한 사람만 써요. 그래서 그런 말 말아요. 듣기 거북해요. 우리 사이에도 좋지 않아요.” 임채미는 그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 몰랐다. “허… 임립씨, 저 사람들이랑 무슨 사이라도 되나 보죠? 왜 저 사람들을 감싸줘요! 내가 자르라고 하면요? 그럴바엔 나랑 헤어지는 게 더 낫죠?” 임립은 머리가 아팠다. “왜 말을 그렇게 해요? 난 당신이 동거하고 나서부터 변한 거 같아요. 처음에는 우리 사이도 좋았고 당신이 이런 식으로 막무가내도 아니였어요. 왜 이제 와서 불만이 그렇게 많은 거예요? 사이로 말하자면, 진몽요씨는 내 절친의 여자이고, 안야씨는 그 여자의 친구예요. 뭐가 더 있겠어요? 괜히 심술부리지 말고 할 일 없으면 집에서 쉬든지 쇼핑이나 가요. 나 바빠요.” 임채미는 콧방귀를 뀌었다. “절친의 여자요? 진몽요씨 이미 경소경씨랑 헤어진 거 아니었어요? 그럼 절친의 전 애인이잖아요. 두 사람이 헤어졌는데 왜 남의 전 여친을 거둬주고 있는 거예요? 맨날 일만 하고, 당신은 내가 안중에도 없어요?” 임립은 한참동안 말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