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군작과 아택이 가고나서 진몽요와 안야도 나갈 준비를 했다. 예군작이 계산을 했으니 두 사람도 마음 편히 먹었고 일어났을 때 배부름이 느껴졌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안야는 허리를 짚으며 작게 말했다. “여기 요리는 진짜 맛있네요. 하씨 아주머니가 아무리 좋은 식재료를 주셨어도 저희가 이런 요리는 못 만들잖아요… 이렇게 많이 먹었더니 조금 부끄럽네요. 말이 나와서 그런데… 사장님은 헤어지고 아쉬운 거 없으세요? 경소경씨 요리 진짜 맛있을텐데.” 진몽요는 불쾌한 듯 말했다. “내가 필요한 건 남자지, 셰프가 아닌데? 그까짓 밥 안 먹어도 돼! 나도 자존심이 있어. 가자, 집 가서 쉬어야지!” 안야는 갑자기 눈썹을 찌푸렸다. “잠깐만요, 저 화장실 먼저 들릴게요. 아니면 방광이 터지겠어요. 가방이랑 휴대폰 두고 갈 테니까 이거 들고 잠깐 기다려주세요.” 진몽요는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갑자기, 그녀의 시선이 정문으로 향한 순간 익숙한 그림자가 보였고, 바로 경소경이었다! 그녀는 온 몸에 전기가 통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지금 여자랑 술집에서 놀고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왜 월요일에 레스토랑에 온 걸까? 그녀는 재빨리 침착했고, 어차피 식사만 하러 왔을 뿐이니 그의 레스토랑이어도 딱히 상관없었다. 돈을 안 내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그녀는 그를 못 본 척하고 다리를 꼰 채 안야의 핸드폰을 들고 일부러 보는 척했다. 경소경은 그녀의 앞으로 걸어와 발 걸음을 멈췄다. “이런 우연이 다 있네요. 꽤나 잘 사나 봐요, 여기와서 쓸 돈도 다 있고. 앞으로 올때마다 공짜로 먹을 수 있게 프론트에 말해 둘까요?” 그녀는 고개를 들어 웃는 듯 웃지 않았다. “아니요, 나도 그 정도 돈은 있어요. 아니면 여기 왜 왔겠어요? 그리고… 오늘은 누가 사 준거라 내 돈은 안 썼어요. 그래도 헤어졌으니 공짜로 얻어먹기는 미안하죠.” 그는 그녀를 훑어보며 그녀의 말이 빈 말인지 알아보려 했다. “아… 그래요? 괜찮아요. 난
그녀의 얼굴을 파랗게 질렸다. “당신…정말… 그거 내 핸드폰 아니에요!” 경소경은 그제서야 이 핸드폰이 그저 색깔만 같은 다른 사람의 핸드폰이라는 걸 발견했다. 화장실에서 나온 안야는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경소경씨… 어떻게 여기계세요?” 진몽요는 경소경은 노려보며 안야에게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자, 여기 네 핸드폰. 아까… 네 백월광한테서 문자 왔었어… 그… 난 아무 잘못 없어!” 경소경은 눈썹을 들썩였고 도망가기로 마음먹었다. “어… 가게에 물건 좀 가지러 왔어요. 이제 가려고요, 두 사람 그럼 얘기 나눠요!” 안야는 ‘묵’이 보낸 문자와 답장을 보고 표정이 어두워졌고 진몽요는 식은 땀을 흘렸다. 안야는 성격이 좋아서 지금까지 화를 낸 적이 없었지만, 이 상황에서는 정말 화를 낼 수도 있었다! “그… 경소경씨가 내 핸드폰인 줄 알고, 그래서… 미안해, 내가 ‘묵’씨한테 해명해줄게!” 안야는 그녀를 보며 말을 더듬었다. “괜…괜찮아요… 이미 그 사람이랑 안 만나기로 결정했는데 갑자기 이럴 줄은 몰랐네요… 사장님, 제가 보기엔 경소경씨가 아직도 사장님 좋아하는 거 같은데요?” 진몽요는 2초간 침묵하다가 웃었다. “개뿔! 그 사람은 눈에 들어오는 여자는 다 좋아해. 나는 그냥 그의 어항에 있던 한 물고기일 뿐이야! 가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안야가 ‘묵’에게 해명하지 않자 진몽요는 마음이 불편했다. “진짜 묵한테 해명 안 해도 돼?” 안야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지금이 좋아요. 저는 사실 어렵게 용기 내서 만나자고 한건데, 그 사람한테… 존경심도 있었고요. 그런데 잘 생각해보니까 그 사람은 저한테 아무런 감정이 없는 거 맞는 것 같아요. 게다가 만나자고 하자마자 거절당했으니 저는 이미 안 만나기로 마음먹었어요. 그래서 해명할 필요도 없어요. 앞으로 그 사람이랑 연락할 생각도 없고, 그 사람은 저한테 별 생각 없는데 저만 다른 목적을 갖고 연락하는 것도 이상해요.” 진몽요는 말리지 않았다. 이런 일은 강요할
당연히, 그녀는 속으로 생각했다. “궁금한 게 아니라, 내 자신을 대신해서 고려하는 것뿐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해결이 안되는 문제가 있으면 짜증나잖아요? 그쪽이 나한테 접근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서요, 이상하잖아요. 내가 아는 건, 돈 많은 사람들은 늘 그 바닥 사람들을 좋아한다는 거예요. 가치관도 갖고 서로 이익도 얻을 수 있으니까요. 이 바닥 사람이 지금은 아니지만 나도 돈이 있어봐서 조금은 알아요.” 예군작 쪽은 조용했다. “꽃이 피면 알려 줄게요.” 또 꽃, 또 꽃, 그 화분에 꽃이 과연 피기는 할까? 만약 그냥 풀이라면? 지금 그녀를 농락하는 건가? 그녀는 이를 꽉 깨물었다. “아까는 꽃 피면 비밀을 알려주겠다더니, 지금은 꽃 피면 왜 접근했는지 알려준다고 하고, 알려주기 싫으면 그냥 말로 하지 왜 사람을 갖고 놀아요? 그쪽이 준 게 꽃이 안 피는 식물이라면 난 그냥 눈뜨고 코 베이는 거 잖아요? 됐어요, 더 안 물을게요. 끊어요!” 그녀가 전화를 끊으려는 찰나에 예군작이 소리쳤다. “진몽요씨!” 그녀는 조용히 그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잠시 후 그는 장난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틀린 게 아니라면 그쪽 방금 이 꽉 물은 거 같은데…” 그녀는 다시 한번 농락당하는 느낌이 들었고, 급하게 그녀를 불르길래 이유를 말해주려는 줄 알았다… 갑자기 그녀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녀가 방금 이를 꽉 깨물었던 건 맞지만 목소리에서는 전혀 티가 나지 않았다. 그는 그녀의 반응을 어떻게 알았을까? 핸드폰 너머로 그녀를 꿰뚫어 보고 있는 걸까? 이 자식… 어떻게 그녀를 잘 알고 있는 걸까? 마치… 처음부터 그가 그녀의 취향을 알고, 입맛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첫 식사는 우연이었다 치지만 오늘 그가 주문한 요리들은 다 그녀가 좋아하는 음식들이었다! 그리고 주문할 때 아택이 직원에게 했던 말을 생각해보면, 다 그녀를 위한 말들이었다. 대충 향신료 넣지 말아라, 국 안에 대파 넣지 말아라, 샐러리는 다른 채소로 대체해 달라 등등… 다 그
샤워만 하고 나왔을 뿐인데 집에 식구가 늘었고, 하필 그녀가 제일 보기 싫은 사람이었다! 경소경은 앞치마를 두른 채 요리를 하고 있었고, 뒤돌아 그녀를 볼 새도 없었다. “정침이가 전화로 요즘 온연이 입맛이 없다고 요리 좀 병원으로 갖다 달라 해서 방법이 없었어요. 임산부잖아요. 우리집엔 딱히 재료도 없고, 사러 갈 시간도 없어서, 우리 엄마가 이 집에 이것저것 많이 가져다 놓은 게 생각났거든요. 그리고 여기가 병원이랑도 가까워서 그냥 여기로 왔어요. 난 그래도 당신 친구 요리해주러 온 건데, 불만 있어요?” 진몽요는 한 마디도 못 했고, 이유가 나름 타당해서 반박할 수 없었고 불만도 갖을 수 없었다. 그녀는 깊게 심호흡을 하고, 그를 없는 셈 치고 냉장고를 열어 팩을 꺼냈다. 그녀가 뒤를 돌자 바로 그와 부딪혔고, 아픈 코를 문지르며 그를 노려봤다. “뭐하는 거예요? 왜 갑자기 내 뒤에 서 있어요?” 그는 그녀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 하지 않고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점점 당황스러워서 뒤로 두 발짝 물러났고, 하람이 사준 냉장고에 기대였다. 서늘한 기운에 그녀는 살짝 앞으로 다가갔지만 경소경이 앞에 딱 붙어 있었고 그녀는 타올만 두르고 있었다. “여기 우리 집이에요, 안야도 있고요. 그러니까 이러지 말아요!” 경소경은 손을 들어 그녀의 쇄골을 만졌고, 눈은 대담하게 그녀의 가슴골을 향했다. “당신 몸 구석구석을 내가 다 봤는데 부끄러워할 게 뭐가 있어요?” 슬리퍼를 신고 있던 그녀의 발은 이미 추워서 떨고 있었고, 불안한 듯 발 끝을 접었다. “염치도 없어요? 나랑 뭘 어쩌려고 이래요? 비켜요!” 그는 따듯한 미소를 지으며 점점 그녀에게 다가갔다. “얼굴 빨개졌네, 무슨 생각하는 거예요? 설마 내가 당신한테…” 그녀는 더 듣고 싶지도 않았고 그의 얼굴을 보고싶지도 않았다. 그녀는 그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나 대담한지 알고 있었고, 이미 헤어진 사이에 그녀는 그로 인해 얼굴이 빨개지고 싶지 않았다. 너무 창피했다! 그가 말을
생각을 잘 정리한 후, 그녀는 옷을 갈아입고 안방으로 나갔다. 안야는 불똥을 피하기 위해서인지 방에서 나오지 않았고, 아마 경소경에게 문을 열어줄 때만 얼굴을 비췄던 것 같다. 이럴수록 그녀는 더욱 어색해서 경소경과 단둘이 있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안야에게 몰래 문자를 보냈다. ‘너 방에서 안 나오고 뭐해? 나랑 경소경씨 어색한 거 뻔히 알잖아!’ 안야는 빠르게 답장했다. ‘안 나가요, 두 분 주방에서 뭐했는지 다 들었는데, 제가 나가는 게 더 어색하죠! 저는 그 사이에 끼기 싫으니까 저 잔다고 생각하세요. 이번엔 못 도와드려요!’ 진몽요는 마음이 더 답답해졌다. 갑자기, 주방에서 경소경의 목소리가 들렸다. “진몽요씨, 얼른 와서 도와줘요. 정침이가 재촉해서요.” 온연을 위해서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참아야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며 갔고 그의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 “뭐하면 돼요?” 경소경은 싱크대의 시금치를 가리키며 “저거 다듬어요. 정침이가 영양소는 챙기라고 해서요. 그래도 당신 임신준비 할 때 이런 거 알아 놔서 다행이네요…” 진몽요는 대답하지 않았고 그의 말을 귀 담아 듣지도 않았다. 옷소매를 걷고 열심히 채소를 다듬었고, 그의 앞치마가 풀린 걸 보자 그녀는 그를 도와 앞치마 끈을 조였다. 그의 몸은 살짝 굳었고 공기는 갑자기 조용해져 국 끓이는 소리만 들렸다. 이상한 기운을 감지한 그녀는 다시 재빨리 시금치를 다듬었다. 약 5분정도 지나자 경소경이 진지하게 물었다. “만약에 내가 당신한테 미안할 일 안 했다고 하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그녀의 머릿속엔 샤샤의 얼굴이 떠올랐다. “없어요. 난 이제 당신을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이미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으면서 왜 이런 말을 하는 걸까? 헤어지고 나서 그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았고 그녀가 없으면 안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씁쓸하게 웃었다. “못 들은 걸로 하죠.” 그녀가 예군작과 함께 백수완 레스토랑에 갔다는 걸 알고, 그는 술자리를 정리하
진몽요는 상황이 이상해진 걸 마음속으로 감지했다… 다 그가 자초한 일이었다. 그는 꼭 그녀를 자극해서 마음을 뒤숭숭하게 만들었다. ...... 병원에 입원한지 1달이 다 되었고, 온연은 이미 출산을 할 때까지 병원에 있어야 한다는 걸 직감하고 있었다. 비록 지루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목정침은 그녀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서, 매일 경소경에게 영양식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고, 비록 하루에 한 끼지만 그녀는 경소경에게 미안했다. 경소경이 영양식을 가지고 왔을 때 그녀는 물었다. “소경씨, 저희가 너무 번거롭게 해드리는 거 아니에요? 낮에는 회사 때문에 바쁠 텐데, 저녁에 식사 배달까지 해야 하고…” 경소경은 미소를 지으며 “그런 말 안 해도 돼요. 저랑 정침이 사이에 이정도 밥 갖고 뭘요?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아이만 잘 낳을 수 있다면 질릴 때까지 먹게 해드릴 게요. 여자들이 아이 낳는 건 정말 쉽지 않은 일이네요. 이런 모습을 보니까 저도 괜히 마음이 안 좋아요…” 여기까지 말한 뒤, 그녀는 진몽요가 생각났다. 만약 두 사람이 사귈 때 임신이 되었더라면 안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랬더라면 그녀도 온연처럼 고생해야 됐을 것이고… 그럴바엔 오히려 지금이 나을 수도 있었다. 옆에 있던 목정침은 끼어들지 않았고 이 한 달 동안 잠잘 때 빼고는 그는 거의 집에 들어 간 날이 없었다. 거의 다회사에 있거나 병원에 있었고, 자야 할 때도 병원에 있는 온연이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았다. 요즘 그는 온연의 조산일을 신경 쓰며 하루하루를 보냈고, 아이만 낳으면 한 시름 덜 수 있었다. 온연은 웃으며 “괜찮아요, 병원에서 지루하게 누워만 있으면 되는 걸요.” 이때 목정침의 핸드폰이 울렸고, 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온연의 눈치를 보며 병실 밖으로 나갔다. “여보세요? 왜 또 전화하셨어요?” 전화 너머 온지령 남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고, 왜 그렇게 긴장했어, 손녀 사위한테 안부전화 하는 것도 안되나? 온연한테 직접
온연은 역시 경소경이 만든 요리를 좋아했다. 근 한달동안 입맛이 많이 좋아졌고, 매번 경소경이 가져온 요리는 절대 남기지 않아서 안색도 많이 회복됐다. 그녀가 거의 다 먹자 경소경은 도시락통을 치웠다. “그럼 전 가 볼 게요. 내일 봐요.” 온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그를 떠봤다. “요즘 몽요랑 연락해요?” 경소경은 살짝 당황했지만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니요, 그 사람 성격 알잖아요. 연락 못하죠.” 그 날 이후로 그는 그녀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고 만나려고 애쓰지도 않았다… 자존심을 포기했지만 정작 얻은 건 그녀의 거절이었으니 말이다. 경소경이 가고 목정침은 온연을 눕혔다. “졸려? 졸리면 자.” 온연은 고개를 저었다. “지금 안 잘래요. 매일 잠만 자니까 그렇게 졸리지도 않아요… 사실 아까 몽요 얘기 꺼냈을 때 경소경씨 표정이 이상했어요. 몽요한테 두 사람 만났다는 얘기 들었거든요. 한번이 아니던데…” 목정침은 다른 일에 관심이 없었다. “그건 두 사람 사생활이니까 알아서 해결하겠지. 사귀고 말고는 소경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잖아. 난 회사에 일이 있어서 다녀올 게. 유씨 아주머니가 같이 있어줄 거야.” 온연은 온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일 끝나면 늦을 텐데 내일 다시 와요. 내 걱정 말고 일찍 가서 쉬어요.” 그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그래.” 회사에 도착한 후, 그는 임집사의 문자를 받았다. ‘도련님, 이미 해결했습니다. 사람 불러서 혼쭐을 냈더니 다시는 돈 요구하지 않겠다고 맹세하더군요. 다음이 또 그러면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그는 차갑게 웃은 뒤 핸드폰을 옆에 내려놨다. 역시 험한 수법이 효과가 좋았다. 기회는 늘 3번이고 그는 그 이상 봐주지 않았다. 저녁 9시가 넘은 시간, 병원. 유씨 아주머니는 병실에서 온연이 자는데 방해가 될까 봐 잠시 복도에 머물렀다. 배가 점점 커질수록 온연은 잠드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여기저기 아파서 보고만 있어도 속상했다. 갑자
유씨 아주머니의 말에 진함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럼 얼굴만 보고 갈게요. 만약 기분 안 좋은 거 같으면 바로 갈게요.” 진함이 병실 안으로 들어가자 두 모녀의 시간을 위해 유씨 아주머니는 문을 닫았다. 온연은 아직 잠들지 않았고 진함을 보자 몸을 일으켰다. “왜 이 시간에 오셨어요?” 진함은 다가가 베게를 그녀의 뒤에 놓아주었다. “그… 내가 근처에서 일이 있어서 잠깐 들렸어. 자는데 방해한 거 아니지? 일어날 거 없어, 누워 있어도 돼…” 온연은 기뻐 보이진 않았지만 표정이 안 좋지도 않았다. “아니에요, 잠도 안 오는데 잠깐 앉아있어도 돼요.” 두 사람은 안 그래도 할 얘기가 없어서 분위기는 더 어색해졌다. 진함은 잠시 서 있다가, 가방에서 매실 말랭이 두 통을 꺼냈다. “네가 신 거 좋아할지는 모르겠어서 그냥 여기 두고 갈 게. 가끔 한 알 씩 먹어 봐. 목가네에서 부족한 건 없겠지만 나도 뭘 가져와야 할지 몰라서…” 온연은 통을 열어 매실 한 알을 먹었다. “괜찮네요, 신 거 매운 거 다 좋아하는데 요즘은 신 게 땡겨요.” 진함은 웃었다. “그럼 분명 아들일 거야. 비록 과학적 증거는 없지만 어르신들 말에는 일리가 있지. 너랑 정침이는 아들이 좋아 딸이 좋아?” 온연을 배를 만지자 안에 있던 아이는 활발하게 움직였고 그녀는 웃었다. “어차피 이번생에는 이 아이 밖에 못 갖을텐데, 남자든 여자든 좋든 말든 선택권이 없죠. 목정침씨도 아들딸 상관없다고 했고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그런데 저도 궁금하긴 해서 아이 성별을 미리 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의사 선생님이 신비주의라 저도 물어보기가 좀 그랬지만요…” 진함이 물었다. “검사했던 기록들 있어? 내가 좀 볼 게, 보면 알 수도 있어.” 온연은 반신반의하면서 침대 옆 서랍을 가리켰다. “다 여기 안에 있어요.” 진함은 지금까지의 검사지들을 자세히 훑어봤다. “자세히 보니까 정말 남자아이 일수도 있겠네. 예전에 내 친구가 의사였어서 들은 게 있었거든. 그때 널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