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몽요는 털털하게 그녀의 옆에 앉았다. “우리는 다 직장인이라서 돈 벌기 바쁘잖아. 너처럼 집에만 누워 있어도 누가 돈 벌어 다 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방법이 없어, 안 그래? 만약에 내가 하루 종일 네 옆에 있어주길 바라면, 목정침한테 따로 나를 ‘수다전용’ 직원으로 고용하라고 해. 그럼 내가 24시간 옆에 있으면서 수다 떨기 싫을 때까지, 내 얼굴 보기 싫어 질 때까지 있어 줄게! 알겠지… 사실 어제 금요일이어서 밤새 드라마 보다가 오늘 못 일어날 뻔했어. 용서해줘라! 온연은 살짝 콧방귀를 뀌었다. “그래도 돈 받고 우리집에서 일하려는 생각이 패기 있네. 어차피 안 올 거잖아. 너는 임립네 회사 어때? 적응됐어?” 진몽요는 안야를 보며 “안야랑 같이 있으니까 당연히 적응됐지. 상사도 아는 사람이고 내가 회사에서는 물 만난 물고기인데, 적응 못 할 게 뭐가 있어?” 안야는 웃으며 말했다. “맞아요, 저희 다 잘 지내고 있어요. 사장님은… 그나저나 배가 진짜 커지셨네요, 하루하루가 달라요…” 온연은 듣자마자 인상을 찌푸렸다. “진짜야? 요즘은 잘 못 느꼈는데… 왜 이렇게 빨리 커지지?” 진몽요는 이상한 점을 못 느꼈다. “임신하면 다들 그렇지 않아? 공처럼 배가 커지고, 갈수록 아이가 더 빨리 자라잖아. 너 색깔 초음파도 찍었지? 어디 누구 닮았나 보자.” 온연은 사진을 꺼냈고, 안야는 아이의 사진을 보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너무 귀엽네요, 뾰족한 턱이 사장님 같아요. 저 눈썹은 남편 분 닮았어요. 분명 남자아이 같아요, 잘 생겼을 거 같은데요.” 이 말을 들은 진몽요와 온연은 벙쪘고, 그런 그녀들의 모습에 안야는 어리둥절했다. “왜 다들 그런 표정이세요? 저는 진심으로 한 말인데…” 온연은 아이의 사진을 가리키며 정직하게 말했다. “딱 봐도 못 생겼잖아, 어디가 나랑 남편을 닮았다는 거야? 만약 그 사람이 낳으면 안 못 생겼을 거라는 위로를 안 했으면 난 이미 절망했을 거야.” 진몽요도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나도 못
유씨 아주머니는 온연이 막 웃는 걸 보자 걱정했다. “연아, 살살해. 너가 웃을 때 배가 흔들려, 조심해야지…” 온연은 강제로 웃음을 참았다. “네, 안 웃을게요… 아까는 너무 웃겨서… 아주머니, 애들한테 먹을 것 좀 챙겨주세요.” 유씨 아주머니는 주방으로 갔고, 진몽요는 핸드폰으로 배달 어플을 켰다. “치킨 안 먹은지 오래돼서 먹고 싶은데, 연이 너도 먹을 수 있어? 가끔은 괜찮지 않아?” 온연은 망설였지만 고개를 저었다. “안 먹는 게 좋겠어, 난 참을 수 있어. 먹고 싶긴 하지만… 알잖아. 너희 것만 시켜.” 안야도 말했다. “저도 안 먹을래요. 사장님 것만 시키세요, 많이 먹으면 살 쪄요.” 진몽요는 혀를 끌끌 찼다. “쯧쯧쯧, 안야 이제 연애하려고 그러네. 예전에는 그런 거 신경 안 쓰더니 이제는 살 찔까 봐 걱정하는 거야? 난 살쪄도 상관없어서 좋네. 너희는 나 먹는 거 구경해.” 온연의 시선을 안야를 향했다. “너 연애해? 누구랑?” 안야는 쑥스러운 듯 “아직 그런 거 아니에요… 몽요 사장님 말 믿지 마세요.” 온연은 남의 일에 크게 관심이 없어서 더 묻지 않았다. 그녀가 화장실을 가려고 일어난 순간 느낌이 이상했고, 복부 아래 쪽에서 통증과 함께 강한 태동이 느껴졌다. 그녀가 제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자 진몽요가 물었다. “뭐해?” 그녀는 다시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았다. “나… 나 배가 살짝 아팠어. 아이도 갑자기 세게 움직이고, 무슨 일 있는 거 아니겠지? 지금도 아파…” 진몽요는 진지해졌다. “그럼 어떡해? 병원 갈까? 나 오늘 차 안 끌고 왔는데… 차고에 있는 목정침 차로 데려다 줄까?” 온연은 저번처럼 괜히 호들갑 떨까 봐 이번에는 좀 더 두고 보기로 했다. 유씨 아주머니는 주스 세 잔을 내어왔다. “연아 왜 그래? 얼굴 색이 안 좋네…” 온연은 불안했다. “안되겠어… 병원에 가봐야겠어. 몽요야 너가 차로 좀 데려다 줘, 나 지금 몸이 좀 안 좋아. 어지럽기도 하고…” 진몽요는 대답도 안 하고
목정침은 애써 침착했다. “그 뜻이 아니라… 난 또 넘어졌나 해서요… 별 일 없었다니 큰 문제는 없겠네요.” 검사가 끝나고 의사가 말했다. “조산할 징조가 보여서 조심해야겠어요. 이런 상황은 보통 아이를 남겨두면 본인한테 위험부담이 커요. 우선 병원에 입원해서 태아 상황을 지켜보고, 상황이 안 좋으면 출산할 때까지 병원에 입원해야 할 수도 있어요. 지금 봐서는 조산할 확률이 크고, 그래도 7개월 차 이상이면 아이 생존율이 더 높아지니까 너무 걱정은 마세요. 물론 아이는 오래 임신하고 있을수록 더 좋지만요.” 목정침은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어서 당황하지 않았다. “네, 그럼 얼른 입원 수속 밟을 게요. VIP병실로 예약은 미리 해놨어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희 쪽에서 배정해 드릴게요.” 갑자기 입원까지 하게 된 온연은 당황했다. “내가 너무 심하게 웃었나 봐요. 갑자기 입원까지 하게 되고…” 진몽요는 표정이 안 좋았다. “깜짝 놀랐네. 내가 웃겨서 그랬다고 하면 안돼, 목정침이 날 잡아먹을 거야! 집에 있었으면 좀 자유로웠을 텐데, 지금은 병원에서 더 고생하게 생겼네. 시간이 빨리가길 바라야지. 아이 낳고 몸도 회복되면 내가 너 데리고 맘껏 놀러 다니면서 이 몇 달의 고생을 다 보상해 줄게. 그러니까 지금은 아이 낳을 때까지 조심해. 나랑 안야는 네 ‘결과’만 기다리고 있으니까.” 온연은 살짝 웃었다. “알겠어, 너도 걱정 마. 난 괜찮아.” 온연이 입원한 후, 목정침은 유씨 아주머니께 24시간동안 병원에 있으라고 부탁했다. 막바지순간이 제일 고통스러운 순간이었다. 그도 보면서 마음이 아팠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그녀와 늘 같이 있어줄 수도 없으니 최대한 좋은 조건에서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는 게 최선이었다. 진몽요와 안야는 병원에서 나왔고, 안야는 죄책감이 들었다. “만약 저희가 오늘 사장님 집에 안 갔더라면 병원에서 입원하실 일도 없었겠죠…?” 진몽요도 속상해했다. ”우리 문제는 아니야. 너무
그녀는 하람의 액세서리를 들고 문을 열었고, 경소경을 본 순간 일부러 표정을 일그러트렸다. “오늘 기분 좋은가 봐요, 엄마 대신 심부름도 오고?” 그는 턱을 살짝 들어 그녀를 내려다봤다. “마침 시간이 돼서 온 건데, 불만 있어요?” 그녀는 액세서리를 그에게 건넸다. “자, 여기 있어요.” 그는 눈썹을 찌푸리며 “앉았다 가라고도 안 해요? 집 더러운 거 나한테 들킬까 봐 그래요?” 그녀는 역시 그의 도발에 성공적으로 넘어갔다. “경소경씨 맞고 싶어요? 맞고 싶죠?” 안야는 소리를 듣고 안방에서 나왔다. “사장님 누구예요?” 진몽요는 이를 꽉 깨물고 말했다. “내 전 남친!” 안야는 입이 떡 벌어졌다. “어… 네, 두 분 얘기 나누세요. 저는 계속 책 읽을 게요. 아무것도 안 들려요!” 안야가 안방 문을 닫자 경소경은 계속 도발했다. “하긴, 내가 실수했네요. 안야씨랑 같이 살고 있으니 아무리 더러워도 다 치워주겠죠. 저번에 예군작이 만나자고 하지 않았어요? 왜 안 갔어요?” 진몽요는 팔짱을 끼고 말했다. “무슨 상관이에요? 데이트는 당연히 저녁에 하는 건데, 그쪽이 제일 잘 알지 않아요? 지금 화장하고 나갈 거예요. 액세서리 챙겼으면 나가 줄래요?” 경소경은 눈을 게슴츠레 뜨고 말했다. “화장이요? 어차피 그 얼굴에 꾸며봤자 소용없는데.” 그녀는 화가 나서 싸울 기세로 옷소매를 걷었다. “내가 못 생겼다는 말이에요? 그래서 꾸밀 필요도 없다는 거예요? 내가 못 생겼어도 당신은 맨날 나 좋다고 했었잖아요? 당신 취향 이상하네요. 지금 자기 눈 낮다고 인정하는 거 아니에요?” 그는 갑자기 가까이 다가갔다. “맞아요, 나 눈 낮아요. 안돼요…?” 그녀는 가까이 다가온 그의 얼굴을 보고 심장이 빨리 뛰었지만 의식해서 뒤로 물러나려 다가 하마터면 넘어질 뻔한 찰나에 그가 겨우 잡아주었다. 제대로 중심을 잡은 뒤 그녀는 옷을 잡고 있던 그의 손을 뿌리쳤다. “뭐에요? 액세서리 하나 가지러 온 건데 왜 이래요? 내가 뭐 잘못한
경소경이 다시 한번 다가왔다. “뭐라고요? 화해하자고요?” 그녀는 경계하며 뒤로 물러났다. “내 말은 가정이에요!” 그는 여유롭게 그녀를 보며 “가정은 안되죠, 진짜가 아니잖아요. 당신이 진심으로 화해하자고한 다음에 내가 다시 차야 맞는 거죠.” 그녀는 화를 참고 말했다. “알겠어요, 우리 지금 화해했어요. 이제 연극 시작하세요.” 그러자 경소경은 바로 그녀에게 입을 맞췄고, 그녀는 허수아비처럼 굳어버렸다. 익숙한 향기에 그녀는 마음이 요동쳤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몇 초 후,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그를 밀어내려 했지만 그가 꽉 안았다. 그의 격한 입맞춤에 아무렇지 않았던 그녀는 다시 무너져버렸다. 어렵사리 그를 밀어내고 그녀는 빨개진 눈으로 그를 보았다. “뭐하는 거예요? 나 갖고 노는 거예요?” 그의 얼굴은 장난기가 없었다. “아니요, 화해한 거 아니였어요? 키스하는 게 이상한가?” 그녀는 말문이 막혔다. 분명 진심은 아니었는데… 그녀는 그와 장난칠 기분이 아니어서 감정을 가다듬고 말했다. “이제 됐죠? 할 말 해요, 얼마든지. 당신 마음 편해질 때까지요. 앞으로… 우리는 아무 사이 아니니까요.” 경소경은 뒤돌아 나가며 “오늘은 기분이 좋네요. 헤어지기 싫어요. 보류했다가 나중에 말할 게요.” 그녀는 벙쪘다. 지금 그에게 당한 건가? 속아서 강제로 화해한 건가? 경소경의 자존심 강한성격에 자신이 놀아나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그녀는 그를 당할 수 없었다! 그녀가 방문을 세게 닫자 안야가 나왔다. “왜 그래요? 또 싸우셨어요?” 진몽요는 억지로 웃었다. “아니, 헤어진 사람이랑 싸울 게 뭐가 있어?” 안야는 더 묻지 않았고 다시 진몽요에게 털어 놓았다. “사장님, 저 그 사람 만나보려고요.” 진몽요는 안야가 이렇게 적극적인 줄 몰랐다. “정말이야? 너 그럴 용기가 있어? 만나자 마자 도망치는 거 아니지?” 안야는 쑥스러운 듯 대화내용을 보여주며 “보세요, 이 사람이랑 대화도 잘 통하고, 관계를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정말이에요? 그런데… 그 사람이 바쁘다고는 해도 늘 늦은 시간에도 10분이내로 답장해줘요. 만약 저를 아무렇지 않은 사람으로 생각했다면, 제 문자에 답을 안해주지 않았을까요? 늘 저한테 그랬어요, 그냥 가끔은 열정이 덜할 뿐… 너무 저한테 충격주지 마세요, 저는 그냥 만나 보고싶을 뿐이에요. 밥 한 끼 사주고 궁금증도 해결하게요.” 그녀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진몽요는 더 이상 충격을 주고 싶지 않아 머뭇거렸다. “그럼 그냥 만나자고 해봐. 그 사람이 만나고 싶어하는지 보게. 돌려 말할 필요도 없어.” 안야는 용기를 내어 문자를 보내고, ‘묵’은 답장은 했지만 적극적이지 않았고, 방금 안야가 말한 것처럼 10분 이내에 답변이 왔다. 칼답은 아니지만 답장 속도는 나쁘지 않았다. 문자를 보낸 지 9분정도 되자 ‘묵’이 답장했다. ‘왜 만나고 싶어요? 그럴 필요는 없을 거 같은데. 모르는 거 있으면 물어봐요, 아는 건 다 알려 줄게요.’ 안야는 순간 한 대 맞은 것처럼 굳었고, 어떻게 답장해야 할지 몰랐다. 진몽요는 그녀의 폰을 빼앗아 답장했다. ‘저를 잘 챙겨 주시는 거 같아서요. 모르는 것도 잘 알려주시길래 밥 한 끼 사드리려고요. 너무 불편하시면 어쩔 수 없죠.” 문자를 보내고 그녀는 입술을 삐죽였다. “혹시 몰라 상대방은 이미 임자가 있을지도 모르지. 너는 그 사람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면서 막 들이대는 건 좀 그래. 다들 사는 건 똑같은데 그사 람이 바빠봤자 얼마나 바쁘겠어? 바쁘다는 건 그냥 거절을 위한 핑계야. 넌 아직 순진하네. 내가 말해 주는데 이런 상황에서는 신중해야 해. 우선 상대방을 먼저 이해하고, 적절한 사람이라고 판단을 한 뒤에 들이대는 거야. 넌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데 뭘 서둘러? 그러면 결국 너만 다쳐.” 안야는 망설였다. “네… 그럼 우선 답장을 기다려 봐야겠어요…” 잠시 후, 답장이 왔고 딱 한 글자였다. ‘네.’ 진몽요는 열불이 났다. “이게 다야? 이게? 나는 그게 질문이었는데
경소경을 떠올리자 그녀는 바로 반박했다. “그런 거 아니에요! 가면 되잖아요. 안 먹는 것보다 낫겠네요. 미리 말해두지만 그쪽이 사세요. 저 같은 월급쟁이는 가난해서 월세도 간당간당해요.” 예군작은 웃었다. “타세요.” 안야는 예군작을 잘 몰라서 주춤거렸고, 진몽요가 뒷좌석 예군작 옆에 앉히자 그녀는 더 불편 해졌다. 진몽요는 조수석에 앉았고, 운전은 아택이 했다. 그녀는 아택과 이제 몇 번 정도 만났으니 자연스럽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아택은 예의 있게 그녀에게 인사했고, 운전을 했다. 예군작은 말이 별로 없었고, 다른 사람들도 거의 마찬가지였기에 차 안은 조용했다. 결국 진몽요가 먼저 질문을 했다. “밥은 어디 가서 먹어요? 저는요, 기브앤테이크를 좋아해서 계속 얻어먹을 수만은 없으니 제가 한번은 사야 되거든요. 그래서 너무 비싼 건 안돼요, 제가 그 정도 돈은 없거든요. 사실 저는 돈 있는 사람들이랑 만나는 걸 싫어해요. 경제적 거리감부터 들거든요.” 예군작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돈 있는 사람들은 그런 사소한 거 신경 안 써요. 그러니까 조목조목 따질 필요 없어요. 이따가 보면 어딘지 알 거예요, 많이 가봤을 테니까.” 그렇다, 빠르게 진몽요는 목적지를 알았다—백수완 레스토랑. 익숙한 길을 따라, 거리는 점점 가까워졌고, 그녀는 이상하게 마음이 안 좋았다. “예군작씨,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여기로 데려와서 뭘 어쩌려고요?” 차는 길가에 주차하고 예군작은 아택의 부축하에 차에서 내려 휠체어에 앉았다. “저는 여기 음식 좋아하실 줄 알고요, 다른 생각은 없었어요. 그쪽이랑 경소경씨랑 나쁘게 헤어진 것도 아니고, 그냥 밥 먹으러 온 건데 왜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해요?” 진몽요는 그의 질문에 할 말을 잃었다. 맞다, 그녀는 이 집 음식을 좋아했고, 사장이 누군지 알 게 뭘까? 게다가 오늘은 월요일이라 경소경이 레스토랑에 올 일도 없었다. 당연히, 경소경이 퇴근을 했다면 여자를 데리고 식사를 하러 올
안야는 수줍은 듯 고개를 숙였다. “저희 할아버지가 예전에 꽃을 좋아하셨었어요, 그래서 저도 같이 몇 년 키웠었다 보니 조금은 알아요.” 예군작은 꽃을 누가 키우던 신경쓰지 않았다. “꽃 피면 제가 비밀 하나 알려 드릴게요.” 진몽요는 장난을 쳤다. “그 말은 꽃이 죽으면 비밀을 안 가르쳐 주겠다는 말이네요?” 예군작은 답하지 않았고, 아택이 건넨 물을 한 모금 마셨다. 식사 중, 진몽요는 경소경이 갑자기 나타날까 봐 무서워 계속해서 식당 문 쪽을 보았고, 비록 헤어졌지만 그녀는 경소경에게 예군작과 보통 사이가 아니라는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았다… 이것도 그녀의 약점이었다. 불필요한 일에 누명을 쓰지 싫어하는 것. “그만 봐요. 경소경씨 여기 올 일 없어요. 그 사람 지금 다른 여자랑 ‘영도’에 있어요.” 예군작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진몽요는 당황했고, 영도가 당연히 술집인 건 알고 있었다. 경소경이 이곳에 안 온다는 걸 알고 안도했지만 이유 없이 실망감이 들었다. 그렇지만 속마음을 들키기 싫어 아무렇지 않은 척해야 했다. “어떻게 알아요? 설마 그 사람 뒷조사까지 한 거예요?” 예군작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쪽이 여기서 불편하게 식사할까 봐요. 그래서 노력 좀 했죠.” 진몽요는 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이 자식이 그녀에게 다가오는 속셈이 뭘까? 그녀에게 마음을 쓰고, 밥도 사주고, 단순한 이유는 아닌 것 같았다… 저번에 예가네 저택에서 물었을 때 답변을 받지 못해서 다시 물었다. “왜 저한테 신경 써주시는 거예요? 일반적인 상황에서 남자가 여자한테 잘해주는 건 단순한 이유인 것 같진 않고, 저는 그쪽 같은 분이 다른 남자랑 약혼했던 여자를 좋아할 것 같지도 않아서요. 저한테 접근했을 때 저는 약혼중이었잖아요, 그래서 저를 납득시켜 줄 수 있어요? 아니면 이 밥 먹으면서도 불안할 거 같아요. 그럼 앞으로 같이 식사할 일도 없을 것 같고요. 저는 솔직한 걸 선호해서요.” 예군작은 그녀를 응시했고 직설적인 모습에 당황하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