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령은 그녀를 째려보고선 “네가 만든 밥은 너도 안 먹으면서 나보고 먹으라고? 맛도 없고만.. 이렇게 좋은 데를 나만 쏙 빼놓고 오고. 엄마는 너 키울 때 좋은 거 있으면 무조건 너부터 줬는데, 넌 애가 왜 그러니? 안 그러니 연아?” 온연은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괜찮아요 어머님, 드시고 싶은 거 다 시키세요.” 강령은 만족한 듯 웃음을 지었다.”우리 연이가 뭘 좀 아네, 좋은 남편한테 시집가서, 먹는 거입는 거 걱정도 안 하고, 한 평생 다 쓰지 못할 돈도 있고. 몽요야 너도 좀 보고 배워라. 어떻게 남자친구 찾는지도 배우고. 전지 생각만 하면 내가 화가 나, 우리가 돈 대준 것도 모자라 너의 청춘까지 바쳤는데 얻은 게 하나도 없잖아.” 진몽요는 표정이 싹 굳은 채로 “엄마, 예전에는 한 번도 이런 식으로 말한 적 없잖아요. 아무리 집이 망해도 그렇지 한때는 엄마도 진사모였어요. 그러니 말 좀 조심해 주실래요? 밥 먹으러 오셨으면 밥만 먹고 가세요. 연이가 제일 친한 친구라서 창피할 건 없지만, 다음부턴 이러지 마세요 제발.” 온연은 어떻게든 분위기를 풀어보자 “괜찮아, 너도 그렇게 말하지 마. 우리가 안지가 몇 년인데 그런거 이제 신경 쓰지 말자. 오랜만에 다 같이 모여서 밥 먹는 거니까 기분 좋게 먹자.” 진몽요는 더 이상 공공장소에서 싸우고 싶지 않아 입을 다 물었다. 요리가 하나씩 올라오자 어느새 식탁 한 상을 꽉 채웠다. 강령은 맛있게 먹었지만, 진몽요는그 모습을 보고 웃을 수 없었다. 강령의 이런 모습을 본 온연은 사실 내심 마음이 쓰였다. 한때는 아무런 걱정 없이 살던 사람이 하루아침에 월세방에서 살고 돈 걱정 때문에 음식도 마음대로 못 먹는다니.. 밥은 다 먹었는데 식탁 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요리들이 많았다. 진몽요는 당연히 직원을 불러 포장하려 했지만 강령이 그녀를 제지하며 말했다. “뭐 하는 거야? 창피하게.” 진몽요는 더 이상 상대하기 싫어, 음식을 포장한 후 그녀에게 떠밀었다.”집에 가져가세요, 본인이
평소에 양복만 입는 목청침은 양복만 해도 수십 벌이 넘는데 다른 옷들도 말할 필요가 없었다. 드레스룸에서 나온 그녀는 임립에게 문자를 보내자마자 목청침이 올라오는 소리를 들었다. 무겁지만 가벼운 그의 발걸음 소리, 몇 년을 들어서 그런지 소리만 들어도 바로 그 임을 알 수 있었다. 목청침을 문을 열고 들어와 그녀가 침대에 앉아 있는 걸 보자”아직 안 잤어? 나 씻고 올게. 아직 할 일이 남아서 서재에 있을 거야, 먼저 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선 침대에 누웠다. 그런데 잠에 들지 못하고 욕실 문만 바라보고 있었다. 잠시 후 물소리가 끊기고 가운을 입고 나온 목청침이 물었다.”아직 안 자고 뭐해?” 그녀는 돌아누워 시선을 돌렸다.”요즘 왜 이렇게 바빠요? 그것도 전보다 훨씬. 오늘 금요일인데도 늦게까지 일하는 거면, 주말에도 일만 하겠네요?” 목청침은 느긋하게 그녀를 쳐다보여 “너 지금 안 놀아줬다고 삐진 거야? 네가 나 없을 때만 편히 쉬길래, 내가 집에 오는 게 싫은 줄 알았지.” 온연은 그가 모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다 알고 있었다. 그녀는 차마 그를 쳐다보지 못하고 말했다. “그런거 아니에요. 요즘 뭐하나 궁금해서 물어본거예요. 또 약속 안 지키고 강연연이랑 만날까 봐, 걔가 좋은 꼴은 못 보겠어서요.” 목청침은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네 말은, 그냥 내가 강연연을 안 만나기만 하면 된다는 거야질투가 난다거나 다른 이유가 있는 게 아니고?” 질투라는 단어에 발끈 한 온연연은 “당연하죠! 제가 왜 질투를 해요?” 목청침은 아무런 대꾸 없이 서재로 향했다.밤새도록 방에 오지 않던 그는, 둘째 날 아침이 되어서야 서재에서 나온 뒤, 아침 먹고 다시집을 나섰다. 잠에서 깬 온연은 다시 홀로 남은 자신을 발견했다. 그녀도 왜 자신이 이런 일에 신경 쓰게 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전에는 그가 집에 있을까 봐, 그가 없을 때면 기분이 좋았는데, 지금은 그가 없으니 목 가네가 너무 조용해진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더 이
이 시각 경가네, 경소경은 그의 어머니 하람과 식사를 하고 있었다. 핸드폰이 울렸지만 그는 신경 쓰지 않았다. 그걸 본 하람은 “아들, 핸드폰 안봐도 되? 회사에 일 생긴 거면 어쩌려고.” 경소경은 그제서야 핸드폰을 열었는데, 진몽요의 사직 메일을 보고선 입맛이 뚝 떨어진 채 폰을 내려놨다. 하람은 그의 표정 변화를 보고선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겼니? 네가 아직 어려서 모르는 게 많으니 엄마한테 물어봐도 돼.” 그러자 그는 바로 “어떤 직원이 그만두겠데요, 근데 저는 내보내기 싫은데 어쩌죠?” 하람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우선 상대가 왜 그만두려는지 알아야지. 만약 그저 자신의 직위나 월급에 만족을 못 해서라면, 월급을 올려줘서라도 잡아야지. 그 사람이 인재라면 무조건 맞춰주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인재는 아니에요. 이제 겨우 인턴 끝났고, 일도 잘 못해요 맨날 실수만 하지.”그는 있는 그대로 답했다.“ 하람은 조금 놀랐다. ”소경아, 이건 너답지 않은데? 혹시 상대가 여자니?” 경소경은 고개를 끄덕였지만 또 이상하다고 생각했다.”엄마, 엄마가 생각하시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그냥 제 생각에는 그 사람이 발전 가능성도 있어 보이고, 회사에서 나름 복지도 잘 해줬고또 안정적인 직업이 필요한 거 같았는데 갑자기 그만 둘 이유가 없어 보여서요. 메일에는 사유도 안 적고 그냥 그만두겠다고 하네요. 지금은 귀찮으니 월요일에 다시 해결해야겠어요.” 하람은 미소를 지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진몽요는 답장이 오지 않자 마음이 급해졌다. 그녀는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 주말에 이 일을해결하지 않는다면 마음이 불편할 거 같았다. 딱 경소경에게 전화를 하려던 그때 강령이 와서는 “너 일 그만둔다고? 미쳤어? 그만두면 우리 집은 뭐 먹고 살라고? 난 절대 허락 못 해!” 진몽요는 힘이 쭉 빠진 채로 말했다.”엄마는 그냥 내가 경소경이랑 잘 안될까 봐 그런 거 아니에요? 제가 누누이 말하는데 저는 엄마의 그 환상 못 이루어 드려요.
이틀의 주말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진몽요는 월요일인 오늘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경소경이 주말에 노느라 바빠 월요일에 출근하면 답장할 거라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사무실에 가서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왠지 그의 눈을 보면 피하고 싶은 감정이 너무 싫었다. 개열 디자이너 회사. 경소경은 사무실을 지나치며 진몽요가 오지 않은걸 보고는 대충 짐작했다. 자리에 앉은 그는컴퓨터를 켜고 다시 한번 그녀의 메일을 읽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그는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사직 처리하려면 본인이 직접 회사로 와야 해요, 회사 규정이에요.” 이 말만 한 후 그는 전화를 끊었다. 그는 그녀가 월급을 안 받고 싶지 않은 이상 분명히 회사에 나타날 거라고 확신했다. 30분 후, 진몽요는 쏜살같이 회사로 달려와 그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의자를 흔들거리며 말했다.”들어오세요.” 진몽요는 숨을 헐떡거리며 “저 왔어요, 사직 처리해 주세요.” 그는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며”왜 그만두려고 하죠? 누가 스카우트해간 데요? 어디로 가려고요?저 보다 월급 더 준대요?”“그게 아니고, 저 임립 씨네 회사 가려고요, 거기 새로 열었잖아요? 연이도 그쪽에 있어서 같이 일하고 싶어요. 돈은 상관없어요, 새로운 회사가서 일하는 것도 경험이니까요. 저 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애가 괜히 이렇게 큰 회사에 있으니 부담감도 크고, 다른 사람들을 못 따라가서 맨날 실수하기만 하잖아요. 경대표님도 제가 얼른 갔으면 좋겠죠?” 진몽요는 그가 이유를 물을 거란 생각을 못한 나머지 횡설수설 변명 했다. 그의 얼굴이 보기 싫다고 사실대로 말하긴 좀 그렇지 않나?“ “그쪽 생각이 틀렸네요. 경험을 쌓고 싶으면 오래된 큰 회사에서 일하는 게 맞아요. 온연씨랑일하고 싶다는 건 너무 애 같네요. 일하는 게 초등학생 때처럼 학교생활하는 것도 아니고, 본인의 인생에 좀 더 제대로 된 계획이 있어야 할 거 같네요. 그리고 실수는 다 제가 용납할 수 있을정 도의 실수였어요, 제 생각엔 아직 발전
그녀는 곰곰이 생각했다. 만약 강령이 경소경이 이런 제안을 한 걸 알게 된다면, 절대 그만두지 못하게 할 것이다. 그녀한테는 엄청난 유혹이었지만, 그렇다고 계속 마주치기엔 너무 어색했다.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그런 유언비어들만 생각하면 어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었다, 이건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감사해요, 그렇지만 거절할게요.” 그녀는 끝내 어려운 결정을 내렸다, 돈이 부족했던 그녀는아마 속으론 울고 있었을 것이다. 경소경은 침묵했다. 그도 자신의 행동이 정상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신입사원을 잡기 위해 급여를 두 배로 준 다는 건 그의 사전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었는데 거절당했다. 그도 더 이상 억지 부리고 싶지 않았다. 마음이 복잡했지만 끝내 입을 열었다. ”마음대로 해요, 재무부에서 월급 받아 가 는거 잊지 말고요.” 진몽요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사직서를 든 채 재무부로 향했다. 월급을 받은 그녀가 회사를 나가기도 전에 부리나케 달려온 강경과 마주쳤다. 강령은 그녀 손에 쥔 돈을 보고선 그녀가 이미 사직했다는 걸 직감했다. “진몽요! 내가 알아왔어, 임립 걔 가족이랑 싸우고 집 나와서 그 회사 차린 거라더라. 그런 작은 회사를 어떻게 경가네 큰 회사랑 비교할 수 있어? 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난 모르겠고, 얼른 경소경한테 안 가겠다고 말해, 얼른!” 진몽요는 입술을 깨물며 애써 말했다.”이미 그만뒀어요, 한발 늦으셨네요, 다시 못 돌아가요.” 강령은 이를 꽉 깨물고선”그럼 내가 알아서 경소경한테 갈 거야, 네가 철이 없어서 그런 거라고. 예전에 편하게 살아서 아직 사회를 잘 몰라서 그런다고 말하면, 어떻게든 다시 출근하게 해주겠지!” 진몽요는 머리가 터질 것 만 같았다.”제발 그렇게 돈 좀 안 밝히시면 안 돼요? 저도 이제 어른이에요,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한다고요. 여기서 이러지 마세요. 그 사람 앞에서 이런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요. 다시 한번 이렇게 찾아오시면 절연할 테니 그런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리며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좋아요, 사직은 없었던 일로 하죠. 월급인상 약속도 지킬게요. 그렇지만 이런 적이 한번 도 없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께는 비밀로 해주세요.” 진몽요는 방금 재무부에서 받은 현금을 경소경에 책상 위에 올려놓으며 “여기, 아까 받은 월급이에요.” 경소경은 이내 고개를 저으며 “갖고 있어요, 어차피 월급은 똑같이 입금될 거고 이 돈은 연말보너스에서 까는 걸로 하죠. 오늘은 월차 내고 가서 쉬어요, 감정도 좀 추스르고.” 점심시간이 되자 온연은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너 왜 아직도 안 와?” 진몽요는 한숨을 쉬며. “나 이제 평생 우리 엄마 손에 잡혀서 못 갈 거 같아. 미안해, 연아..” 온연은 듣자마자 무슨 일인지 알아챘다. ”괜찮아,경소경네 회사도 좋잖아, 거기가 아마 기회가 더 많을 거야. 그냥 물어보려고 전화했어, 이만 끊을게.” 온연은 간섭하고 싶지 않아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선,온연은 다시 일에 집중했다. 새로 오픈한 회사라서 그런지 너무 바빴다. 임립의 손에는 수많은 명세서가 쥐어져 있었다. 아마 목청침 쪽에서 보내온 것 같았다. 그녀는 저녁 11시가 다 되어서야 집에 도착했다. 너무 힘든 나머지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거실엔 불이 켜져 있었고, 목청침이 온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는데 목청침은 아직 깨어있었다. 침대에 누워 팔을 베고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팔만 보고도 그가 옷을 입고 있지 않다는 걸 알았다. 그녀는 아직도 그와 마주하는 게 어색했는지, 자연스럽게 그와 멀리 떨어져 누웠다. “왜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어? 누가 잡아먹기라도 한데?” 그가 진지한 얼굴을 하고선 농담을 던졌다. “아니요.. 잘 때 옷 좀 입고 자면 안 돼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제안했다. “안돼. 난 전부터 벗고 자는 게 습관이었어. 네가 몰랐을 뿐이지. 요즘 너무 피곤해서 이렇게자야 편해.” 그의 말은 더 이
그녀가 왜 아직도 이런 거에 익숙하지 않은지 아무도 모르지만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다. 어쩌면 그냥 하고 싶지 않았던 거 같다. 그녀의 거절은 지금까지 먹힌 적이 없었다. 그는 고개를 약간 숙여 부드럽게 그녀의 입술을 깨물었다. 그가 아무것도 입지 않았으니 그녀는 차마 움직이지 못하고 최대한 고개를 돌려 그의 키스를 피하려 했다. “이러지 마요.” “싫어?” 그는 그녀의 귓가에 간지러운 입김을 불었다. “..좀 이상한 거 같아서요.” 그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이상해? 뭐가 이상한데?” 그는 약간 화를 참으며 물었다. “그게.. 저는 그냥 우리가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제 눈에는 당신이 남자로 안 보이거든요….”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의 표정은 이미 썩어 있었다. 온연은 놀라 재빨리 해명했다.”아 그런 뜻이 아니에요! 그러니까 제 말은, 처음에 여기 왔을 때 저는 아직 어렸으니까…” 목청침의 표정은 점점 썩어갔다. “아직까지도 안 익숙해졌다고?” 말이 끝나자, 그는 그녀에게 반항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 온연의 헝클어진 머리가 볼을 가려 그녀의 볼은 더 빨갛게 보였다. 그는 계속해서 하고 싶었지만 그녀의 저항 끝에 문득 3시라는 걸 알았다. 그제서야 그는 포기하고 ”내일 아침에 회의 있는 거에 감사해라.” 그녀는 순간 울고 싶었지만 눈물이 나지 않았다. 그는 특히 그녀한테 매우 쉽게 화가 나기 때문에 절대 말을 함부로 해선 안된다. 아침이 되자, 두 사람의 눈 밑엔 짙은 다크서클이 생겼다. 심각의 수면 부족과 피곤함이 얼굴에 다 드러났다. 아침을 먹을면서 온연은 거의 눈을 감고 있었다. 이때 그녀는 갑자기 새로운 임립의 회사가 멀다는 사실이 생각났다. 버스도 환승해야 되는데, 잘하면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밥도 안 먹고 가방만 후딱 챙긴 채 미친 듯이 뛰었다. 이때 목청침이 그녀를 불러 세웠다. “뭐해? 밥 안 먹어?” 그녀는 신발을 신으며 “시간 없어요, 이러다간 지각하
출근하는 길에 그녀는 차에서 잠깐 눈을 붙였지만 오전 내내 비몽사몽했다.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목청침에게 문자 하 통을 보냈다. ‘앞으로 새벽에 그런 짓 좀 안 하면 안 돼요?’ 사람 일도 못하게 하고 말이야! 문자를 보내고선 그녀는 또 후회했다. 이제 둘 사이에 이런 대화까지 할 수 있는 사이가 된건가? 겉으로 아무 일 없어 보인다고 이 정도로 관계가 좋지는 않은데 말이다. 막 핸드폰을 내려놓고 밥 먹으러 가려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벨 소리에 화들짝 놀랐다. 목청침의 전화인 줄 알았는데, 수신인은 심개였다. 그가 용건 없이 전화하지 않기에 그녀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넘어 심개의 몽롱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연 씨..내가 몸이 좀 안 좋아요. 저 지금 회사 근처 하일호텔 205호에 있는데, 지금 좀 와줄 수 있겠어요?”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전화가 끊겼다. 그녀는 이상하게 여겼지만 어차피 점심시간이라 잠깐 나갔다 오려 했다. 가는 길에 그녀는 계속 의심을 했다. 이 회사에 출근한지 이제 겨우 이틀째인데, 심개는 그녀가 여기 있는 걸 어떻게 안 걸까? 게다가 여기는 비상 그룹보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고, 이 호텔은 새 회사와 가까운 위치에 있었다. 조금 의심스러웠지만, 심개를 직접 만나야 알 수 있었기에 물어보려 하지 않았다. 심개가 그녀를 주시하는 건 이상하지 않지만 그는 그럴 필요가 없다고 온연은 생각했다. 205호 앞에 도착한 그녀는 문을 두드렸는데 문이 닫혀 있기만 하고 잠겨 있진 않았다. 그녀는 그가 일부러 문을 열어 놓은 줄 알고 바로 들어갔는데, 갑자기 검은 그림자들이 덮치더니 그녀의 코와 입을 막고 누군가 건장한 팔로 그녀의 목을 졸랐다. 그녀는 숨도 쉬지 못하고 천천히 의식을 잃었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지도 모른 채, 그녀는 희미하게 대화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온몸에 힘이 빠졌지만 애써 눈을 떠 앞을 보니 강연연과 목청침이 침대 앞에 서 있었고, 자신과 심개는 아무것도 걸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