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정침은 아무 말없이 가만히 서 있다가 뒤돌아 나갔다. 잠시 후, 그의 차는 목가네를 떠났고 그가 떠났다. 아마 오늘 저녁에 또 안 돌아올 것 같았다. 온연은 잠이 깨서 일어나 진몽요에게 전화를 걸었다. “목정침씨가 어떻게 내가 심개한테 돈 빌려준 거 알게 된 거야?” 진몽요는 깜짝 놀랐다. “목정침씨가 알았다고? 내가 말한 거 아니야! 이게 거짓말이면 난 사람도 아니지! 이 일… 경소경씨가 알고 있었어… 근데 내가 심개한테 돈 빌려준 것만 알고, 심개네 회사가 경제적으로 힘든 것까지도 알고 있었는데, 난 정말 너 얘기 안 꺼냈어. 나도 목정침씨가 어떻게 알게 된 건지 정말 몰라!” 경소경이 알았다면 이상할 게 없었다. 나머지는 목정침 혼자서도 추측할 수 있으니 말이다. 그녀는 무기력하게 말했다. “됐다, 이미 알게됐는데, 그냥 현실을 마주해야지 뭐… 그 사람 방금 나갔어, 아마 오늘 저녁에 집에 안 들어오겠지. 경소경씨한테 술 먹자고 불러낼지도 모르니까 경소경씨한테 그 사람 너무 많이 마셔서 몸 상하지 않게 잘 챙겨 달라고 해줘.” 전화 너머, 진몽요는 창문 앞에서 전화를 하는 경소경을 보며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네 말이맞네. 지금 경소경씨 전화하고 있는데, 분명 목정침씨 전화일 거야. 자매님, 꼭 잘 버텨야 해…” 전화를 끊고, 진몽요는 침대에서 내려와 슬금슬금 경소경 뒤로 걸어왔다. 마침 경소경도 전화를 끊었고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뭐하는 거예요?” 그녀는 눈을 게슴츠레 뜨고 그를 보았다. “내가 심개한테 돈 빌려준 일 목정침씨한테 말했죠?” 경소경은 살짝 찔렸다. “근데 당신도 나한테 온연씨가 돈 빌려줬다고 말 안 했으니까 나도 몰랐죠. 온연씨도 참, 왜 이걸 정침이한테 말 안 한 거래요? 숨길수록 더 사람을 의심하게 만들잖아요. 처음부터 솔직하게 말했으면 이렇게 일이 커지지 않았을 거잖아요? 됐고, 날 비난할 생각 말아요. 정침이가 술 마시자고 나오라고 해서 좀 나갔다 올게요. 먼저 일찍 자고 있어요.”
경소경은 나가기 전 진몽요의 당부를 잊지 않았다. “됐고, 너무 마니 마시지 마. 립이가 젊을 때 술을 너무 먹어서 몸이 상한 거잖아. 너처럼 그렇게 계속 마시면 해 뜨기도 전에 위에 피 나서 병원에 실려 갈 거야.” 목정침은 그를 무시하고 계속 술을 마셨다. 마치 알코올이 신경을 마비시켜야 화가 더 이상안 날 것처럼 말이다. 경소경은 초조해서 어쩔 줄 몰랐고, 한참 뒤에 목정침이 너무 취해서 술도 제대로 못 따르자 그는 몰래 온연에게 문자를 보냈다. ‘지금 안 오면 오늘 정침이 여기서 마시다 죽을 것 같아요. 이 일은 온연씨도 잘못한 부분이 있잖아요, 잘못을 인정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요? 정침이가 절대 용서 안 해주는 사람도 아니고, 얼른 화해하고 다시 편하게 지내야죠.’ 온연은 아직 안 자고 있다가 문자를 보고 일어나서 옷을 갈아입은 뒤, 경소경에게 술집 주소를 물었다. 데리러 가자, 어차피 처음도 아니니까. 온연이 오겠다고 하자 경소경은 긴 숨을 내쉬었다. 온연이 오면 그는 벗어날 수 있었다. 목정침 표정이 너무 차가워서 그는 보기만 해도 무서웠다. 그런데 온연이 도착하기도 전에 목정침은 폭발했다. “내가 개한테 못 해줬어? 그렇게 첫 사랑이 그립데? 걔가 엄마 돈 쓰는 걸 제일 싫어했어. 애초에 그 돈 받기도 싫어서 계속 안 건드린 거야. 온가네 저택 수리할 때도 그 돈이랑 집은 안 썼다고! 근데 심개를 위해서 망설이지도 않고 죄다 줘버린 거야! 나랑 싸우기 싫어서 말을 안 했다고… 허허… 진짜 나랑 상의했었으면, 난 내 명의로 심개를도와줬을 거야. 그게 제일 좋은 방법 아니야? 하긴… 걔가 나를 못 믿는 걸 탓할 수는 없지. 나도 나를 못 믿으니까, 난 한번도 걔가 날 사랑할 거라고 믿은 적 없어…” 경소경은 얘기를 듣고 마음이 시큰해졌다. “정침아… 그렇게 생각하지 마, 내가 봤을 때 온연씨는 너한테 감정이 없는 게 아니야. 그렇지 않았으면 임신했을 때 너를 따라서 돌아오지 않았겠지.” 그는 마치 웃긴 얘기를 들은 것처럼
경소경은 거의 온연이 곧 올 거라고 실토하기 직전이었다. 그녀가 이 장면을 보게 됐을 때 가만히 있을까? 서예령은 일부러 벗어나려고 했지만, 사실상 보기엔 즐기는 것 같았다. “목 대표님, 술 많이 드셨어요? 사모님이랑 싸우신 거예요?” 목정침은 지금 온연을 떠올리면 심기가 불편했다. “걔 얘기 꺼내지 말아요! 서에령씨가 전에 무심코 나한테 접근하려고 했던 거 내가 모를 거 같아요? 정말 단지 보답을 하려고 그런 거예요? 내가 여자랑 노는 걸 싫어한다고 해서 여자를 모르는 건 아니에요. 사실 돌이켜 보면 그쪽이 잘못한 건 없죠. 연이를 화나게 한 것 말고 다른 건 다 괜찮았으니까요…” 서예령은 목정침이 자신이랑 어쩌려는 게 아니라 온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아서 이러는 걸 알고 있었다. 대체하는 존재가 되는 건 썩 좋지 않았지만 온연을 꼭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었다! 경소경은 앉아 있을 수 없어 다가가 서예령의 팔목을 잡았다. “정침아! 정신 차려, 온연씨 곧 올 거야, 막무가내로 하지 마!” 온연이 온다는 걸 듣고 목정침은 잠시 당황했지만, 그 잠깐 후에 그는 간이 부어서 경소경의 팔을 쳐냈다. “올 거면 오라고 해, 내가 무서워할 거 같아? 알면 알게 냅둬, 나라고 걔 아니면 안되는 것도 아니야!” 그의 말이 끝나자 경소경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온연이 보였다. 타이밍이 참 기가 막혔고, 이젠… 다 끝이다! 온연은 무표정으로 목정침 품에 있는 서예령을 보며 다가갔다. “축하해요, 드디어 그 자리에 올랐네요. 나는 당신을 자르면 내 눈 앞에서 바로 사라질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했어요. 당신의 잔해는 여전히 남아 있네요.” 서예령이 차갑게 말했다. “목 사모님, 오해하셨어요, 대표님이 너무 술을 많이 드셔서 저를 안으신 거예요. 마침 딱 사모님이 오신 거고요.” 말을 이렇게 했지만 그녀는 목정침 다리에서 일어날 생각이 없었다. 목정침도 서예령을 놓아줄 생각이 없자, 온연은 마음이 시큰해졌다. “목정침씨, 나랑 집에 갈 거예요?
온연은 차가운 눈으로 그녀를 보았다. “만약 내가 안 가면 두 사람 오늘 저녁에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내가 가기 만을 바랄 텐데… 길 막지 말아요.” 서예령은 화가 나서 얼굴색이 바꼈다. “말씀이 너무 지나치시네요!” 온연은 그녀를 상대하기 귀찮아서 그녀를 옆으로 살짝 밀쳤다. 이때, 서예령 손에 있던 찻잔이 올려진 쟁반이 중심을 잃어, 방금 끓여진 뜨거운 차는 온연에 손등에 쏟아졌고, 온연은 아파서 인상을 찌푸렸다. “당신…!” 서예령은 복수의 쾌감을 숨길 수 없었다. “그쪽이 절 밀었잖아요? 이건 제 탓이 아니죠. 저는 대표님께 새로 차 타드려야 겠네요. 그렇게 걱정없이 대표님을 저한테 맡기실 생각이라면 아예 걱정하지 마세요. 오늘 저녁에… 제가 제대로 모실 게요~” 그리고 그녀는 승자의 자태로 구두를 또각거리며 뒤돌아 떠났다. 온연은 그녀가 일부러 그런 걸 알았다. 목정침은 정말 서예령과 밖에서 밤을 보낼까? 온연은 은은히 통증이 느껴지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를 꽉 물고 술집을 떠났다. 만약 목정침이 그런 일을 정말 저지른다면, 그녀는 할 말이 없었다. 목정침이 그렇게 하겠다면 경소경도 막을 수 없었고, 막을 수 없다면, 또 다른 얘기였다. 서예령이 새로 만든 차를 목정침 앞에 가져다 놓았을 때 가식적으로 물었다. “사모님 가신 거예요?” 목정침은 낮게 소리쳤다. “내 앞에서 걔 얘기 꺼내지 말라고요!” 그는 온연이 정말 저렇게 가버릴 줄은 몰랐다. 그래서 그가 오늘 집에 가든 말든, 누구랑 있든 말든, 그녀는 상관이 없는 건가? 그는 그녀를 기쁘게 하기 위해 뭐든 할 수 있었지만, 그녀의 마음은 절대 그를 향하지 않았다! 서예령이 이곳을 떠나려 하지 않자 경소경이 말했다. “볼 일 남았어요? 없으면 가서 일 하세요. 여기 일하러 온 거 아니에요? 할 일 끝났어요?” 서예령은 이렇게 가고싶지 않았지만 경소경이 살짝 무서웠다. 경소경이 입만 열면 그녀는 여기서 잘릴 수 있었고, 온연 때문에 해고된 뒤로
경소경은 매우 힘들게 그를 백수완 별장으로 데려왔고, 인기척을 들은 진몽요는 총총 아래로 내려왔다. “아니, 이 사람을 왜 우리집으로 데려왔어요? 연이는요? 신경 안 쓴데요?” 경소경은 그를 소파 위에 올려둔 뒤 숨을 골랐다. “말도 마요, 어떻게 말해야 될지도 모르겠네요. 오늘은 그냥 이렇게 자요. 당신이 가서 정침이 하루 밤만 잘 수 있게 방 하나만 좀 정리해줘요.” 진몽요가 방을 정리하려 가려고 할 때 목정침이 술 취해서 하는 말을 들었다. “온연, 넌 그렇게 아무 생각도 없어?” 그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진몽요는 듣고 눈이 커졌다. “뭐라는 거예요? 왜 아무 생각이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 생각 없는 게 누군지 몰라서 그래요?” 경소경은 머리가 복잡해졌다. “당신까지 끼어들지 말아요, 술 취한 사람이랑 무슨 대화를 하려고 그래요? 정 안되겠으면 몰래 화풀이하는 셈 치고 좀 때려요, 어차피 내일 술 깨면 기억도 못 할 거예요. 오늘 내가 없었으면 다른 사람이 주워갈 뻔했어요. 난 전에 서예령 그 사람 정말 아무 의도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보니까 정침이한테 달려드는 여자들이랑 다를 게 없었네요.” 진몽요는 씩씩거리며 뒤돌아 방을 정리하러 갔다. 그녀는 온연이 잘못됐다는 얘기를 절대 한글자도 용납할 수 없었다! 목정침을 눕힌 후, 경소경은 온연에게 영상을 찍어서 보냈다. 목정침이 다른 여자랑 자러 가지 않고 자신의 집에 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였다. 온연은 답장하지 않았다. 목가네로 돌아온 그녀는 화상 입은 손등에 약을 발랐고, 이때 엄청 크게 물집이 잡혀서 너무 아파 잠에 들 수 없었다. 어차피 어찌됐든 목정침이 술이 깨고 집에 와야 얘기를 할 수 있으니, 지금 당장은 무슨 얘기를 해도 소용없었다. 둘째 날 아침, 콩알이는 일어나자마자 성질을 부리며 안아달라고 떼썼다. 온연은 저녁내내 못 자서 피곤한 상태로 콩알이를 안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길에 손등이 아파서 콩알이를 내려놓고 보니 물집이 터졌다. 이정도 상처는 감염이
집에 들어가자, 그녀는 큰 그림자가 콩알이와 놀아주고 있는 게 보였다. 목정침이 돌아왔다…그는 오늘 회사에 가지 않은 모양이다. 그녀는 바로 위층으로 올라가고 싶었지만, 마음은 그녀에게 절대 콩알이에게 안 좋은 모습을 보여선 안된다고 말해주고 있어서, 망설이다가 그녀는 앞으로 다가갔다. “오늘 회사 안 갔어요?” 목정침은 몸이 살짝 굳었고,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은 뒤, 그녀를 보지도 않고 대답도 안 하고 바로 서재로 올라갔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셨다. 그의 생각은 그녀와 완전 달랐고, 그녀는 아이를 위해서 타협하려 했지만 그는 원하지 않았다. 그녀는 아이가 잘 몰라서 이상한 점을 눈치채지 못 한 게 다행이라고 생각했고, 아이는 웃으며 작은 손을 내밀며 그녀에게 안아달라고 했다. 온연은 고개를 숙이고 아이를 보았고 손등에 통증을 참고 그를 안았다. “콩알아, 오늘 집에서 말 잘 들었어? 밥은 먹었어? 할머니랑 잘 논 거야? 엄마가 아빠랑 할 얘기가 있어서, 애기는 들으면 안돼.” 그녀는 늘 콩알이에게 유씨 아주머니를 할머니 라고 불렀다. 어른의 호칭으로 따지자면 유씨 아주머니는 목가네에 오래 있었으니 할머니라고 부르는 게 맞았다. 게다가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를 친손자처럼 여겼다. 유씨 아주머니는 이미 두 사람의 이상한 기류를 눈치채고 콩알이를 안았다. “도련님이랑 얘기 잘 하고 와. 둘이 처음 싸우는 것도 아니고, 네가 잘못을 뉘우치는 게 나아, 도련님 성질이 원래 그렇잖아.”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를 걱정시키지 않기 위해 웃었다. “알아요, 별 일 없으니까 콩알이 좀 놀아 주세요.” 서재 앞으로 걸어간 그녀는 2초간 망설이다가, 자신에게 화를 참으라고 말하며 최대한 그에게 행패를 부리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목정침은 창문 앞에서 담배를 피고 있었고, 서재 안은 이미 연기로 자욱했다. 그녀는 목이 막혀서 기침을 했고 목정침은 바로 담배를 껐다. “왜 왔어? 지금 내 성질 돋우지 마.” 그녀는 화를
그녀가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그는 또 나갔다. 이번엔 그냥 차를 타고 나가버렸다. 그는 이제 그녀와 같은 지붕 아래에만 있어도 싫은 건가? 그녀는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일이 이렇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줄 몰랐다. 그녀는 심개에게 돈을 빌려준 걸 후회하진 않았지만, 단지 목정침을 못 믿고 미리 상의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 그녀는 처음에 분쟁을 피하려고 그랬으나, 결국 엉망이 되어버렸다. 잠시 후, 유씨 아주머니는 콩알이를 안고 서재로 들어왔다. 그녀가 제자리에 서서 눈시울을 붉히고 있자 이번 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걸 알았다. “연아… 도련님은 왜 또 나가신 거야?” 온연은 울면서 웃었다. “그 사람이 이제 질렸데요, 질렸데요… 허허… 저는 그저 심개한테 돈을 빌려주고 말을 안 했을 뿐이에요. 그 사람이 신경쓸까 봐요.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정말 모르겠어요… 자기도 술집에서 다른 여자 안고 즐겼잖아요? 전 단지 심개한테 미안해서 도와주고 싶었을 뿐이에요…” 유씨 아주머니의 걱정스러운 눈가엔 주름이 더해졌다. “아이고… 일이 커졌네. 연아, 네가 도련님한테 말했어야 했어. 둘은 이제 가족이고 부부잖아, 돈 문제는 그래도 상의를 했어야지. 누구 돈이든, 특히 빌려주는 사람이… 심개라면 말이야. 내 말은 네가 심개한테 빌려준 게 잘못됐다는 게 아니라, 도련님의 감정도 신경 썼어야 한다는 거야. 어제 잠도 제대로 못 잤지? 콩알이는 내가 데리고 있을 테니까, 넌 좀 자. 자고 일어나서 다시 도련님 찾아가서 제대로 얘기해 봐. 콩알이 봐봐 얼마나 귀여워. 맨날 엄마아빠만 찾는데, 둘이 진짜 싸워서 화해도 안 하면 애는 어쩌려고 그래? 내 말 듣고 좀 자, 일어나서 도련님 찾으러 가야지.” 온연은 유씨 아주머니 품에 있는 콩알이를 보며 자신이 이성을 잃은 걸 느꼈고, 황급히 눈물을 닦았다. “네, 그럼 콩알이 좀 놀아주세요.” 안방에 들어가 침대에 누운 뒤, 그녀는 머리가 너무 복잡해서 몸은 피곤한데 잠에 들 수 없었다가 몽롱한
엘리베이터가 올라가는 동안, 온연은 계속 목정침과 만나면 어떤 장면일지를 생각했다. 혹은, 그가 그녀를 만나고 싶어하지 않을 테니, 그를 대비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야했다. 엘리베이터가 46층에 도착하자, ‘띵’소리가 울리며 문이 열렸다. 그녀는 숨을 들이마신 뒤 가슴을 펴고, 최대한 위축되어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걸어갔다. 데이비드는 아직 퇴근하지 않았고, 그녀를 보자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사모님, 갑자기 어쩐 일로 모셨어요? 대표님께서…” 온연은 발걸음을 살짝 멈췄다. “신발 갈아신어야 하나요?” 데이비드는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그러실 필요 없어요. 그냥 바로 들어가셔도 됩니다!” 그녀는 비록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더 깊게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문을 열자, 에어컨 바람이 느껴졌고, 은은한 술 냄새가 났다. 목정침은 절대 업무 시간에 술을 마시지 않는데… 목정침이 서예령과 같이 소파에 앉아 있는 걸 보고, 서예령이 오피스룩을 입은 걸 보고 그녀가 다시 목가네로 돌아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녀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대놓고 해고한 사람이 다시 돌아왔으니, 이건 그녀의 뒤통수를 세게 때리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세게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사람도 목정침 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고 목정침은 손에 있던 술잔을 내려놓지 않고 담담하게 물었다. “여긴 왜 왔어?” 온연은 요동치는 마음을 억누르고 반문했다. “내가 오면 안돼요?” 목정침은 대답하지 않고 술잔에 있는 술을 다 마셨고, 서예령은 바로 술잔을 채웠다. “대표님, 그럼 저는 일하러 가보겠습니다. 사모님과의 시간에 방해 되지 않게요.” 서예령은 온연에 옆을 지나칠 때 일부러 온연을 부딪혔고, 도발스러운 표정은 바보가 봐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그저 목정침에 자리에선 보이지 않았고, 봤다고 해도 그가 아무 말 안 하지 않았을까…? 알고 보니 당천이 마음의 준비를 하라는 말이 이거였다는 걸 깨달은 온연은 화가 나서 웃었다. “내가 오면 안됐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