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연이 물었다. “걔가 그런 얘기한 적 있었어요?” 진함은 숨기지 않았다. “응, 그래서 당부하는 거야. 어쨌든 걔도 내 딸인데, 너랑은 상관없으니까 마음 약해지지 말라고.” 솔직히 말하면 온연은 진함의 성격을 좋아했다.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모든 일을 확실히 할 수 있는 게 아니었고, 진함에게는 참 배울 점이 많았다. 사람들에게 흔히 볼 수 없는 점들이 많았고, 젊었을 때 그녀가 예쁘고 성숙했던 것 말고도 아마 성격이 매력적이었기에 자신의 아빠가 반했지 않을까 싶었다. 한편. 저녁 6시가 넘어서 목정침은 호화로운 연회장에 도착했고, 이건 그냥 이 바닥 사람들끼리 크게 노는 자리였다. 그래도 다들 신사답게 차려 입고 우아하게 노는 편이었고, 물론 그 우아함도 표면적인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각자 즐기고 있었다. 이런 곳에 오는 걸 그는 늘 싫어했지만, 그는 안으로 들어서자 군중들을 훎어봤다. 한번 쓱 돌아봤는데 예군작이 보이지 않았지만, 자신이 들은 정보가 틀릴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약 10분정도 지나자 경소경은 천천히 도착했고, 그는 돈 주고 고용한 파트너를 데리러 갔다 오는 길이라 목정침이랑 따로 왔다. 경소경은 안목이 있어서 어떤 장소에 어떤 여자가 필요한지 제대로 알고 있었다. 그는 키가 크고 몸매나 얼굴에 흠잡을 곳 하나 없는 여자를 데려왔고 적어도 화장을 했으니 그래 보였다. 목정침은 자신의 파트너를 보자 표정이 확 굳었다. “그쪽이 왜 여깄어요?” 서예령도 당황한 얼굴이었다. “목 대표님… 저… 저도 대표님이실 줄은 몰랐어요… 저는 일하는 시간 이외에 알바 좀 하려고 해서 왔을 뿐이에요. 지금은 업무 시간이 아니라 퇴근 후의 시간이니까, 별 다른 영향은 없죠?” 그 와중에 그녀는 오늘 연회에 참가하러 왔으니 옷도 잘 차려 입고 얼굴도 얼굴도 창피하지 않을 정도로 예쁘게 꾸몄다. 목정침은 아무 말 못 했다. 만약 온연이 오늘 저녁 자신의 파트너가 서예령인 걸 알면 집에 가서 분명 혼쭐이
룸 번호를 알아낸 뒤 경소경은 재빨리 서예령을 내버려 두고 그쪽으로 갔고, 문자로 목정침에게도 알렸다. 이전에 예군작이 다리를 다쳐서 계속 집에서만 요양을 하느라 가까이 갈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절대 놓치지 않을 생각이었다. 룸 문을 열자 안이 조용해졌다. 예군작과 뚱뚱하고 느끼하게 생긴 남자 말고도, 두 명의 경호원과 노출이 심한 여자들이 여러명 있었다. 경소경은 예군작을 죽일듯이 노려봤다. “다른 사람들 다 나가게 하세요. 안 나가면 내가 어떻게 할지 난 몰라요.” 예군작은 그를 여유롭게 보며 손을 흔들었고, 경호원과 여자들 그리고 느끼하게 생긴 남자도 흥미롭다는 눈빛으로 나갔다. “소식이 참 빠르시네요. 저를 오래 벼루셨나 봐요? 진몽요씨가 그쪽이 여기에 다른 여자랑 온 거 알아요?” 예군작은 자신에게 술을 따르며 전혀 당황한 듯 보이지 않았다. 경소경은 이미 두 주먹을 꽉 쥐고 있었다. “내가 여기서 기다릴 줄 알고도 온 거예요? 이순이 실수로 죽은 거 아니고 당신이 죽였죠? 내 부탁 들어주다가 그런건데,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그러지 여자한테까지 그러는 당신이 남자예요?” 예군작은 가볍게 말했다. “다른 여자 때문에 이렇게 화를 내다니 내가 다 진몽요씨를 대신해서 안타깝네요. 이순이 어떻게 죽었든 이미 조사도 다 끝나서 지금 와서 무슨 말을 해도 다 소용없어요. 이렇게 될 줄 알았을 텐데, 왜 불쌍한 여자애한테 목숨을 팔게 한 거죠? 이번에도 내 유전자로 내가 전지인지 확인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죠? 이제 그럴 필요없어요. 확실하게 말해드릴게요. 전 예전에 전지였지만 지금은 예군작이에요. 내 유전자 샘플 절대 손에 못 넣어요. 왜냐면 그걸 갖고 당신들이 못 나가거든요. 목정침도 여기 있는 거 알아요. 근데 그게 무슨 소용일까요? 당신들이 알고 싶은 게 있으면 다 알려줄게요. 내가 전지인 거 인정해요. 근데 그걸 약점으로 삼지 못 하게 만들 거예요. 그거 알아요? 이순이 죽기 전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할 기회를 줬었어요. 걔는
예군작은 여유롭게 말했다. “지금 당신의 보물 같은 여자가, 예전에 나를 죽도록 사랑했었어요. 나도 그 여자를 갖은 적이 있었죠, 그것도 당신보다 먼저요. 예전에 그 여자 눈엔 나 밖에 없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당신밖에 없으니까 마음이 좀 내키지 않을 뿐이에요. 어렸을 때는 뭘 몰라서 복수만 생각했지 베게 옆에 있던 사람을 볼 겨를이 없었어요. 그게 좀 아쉬워서 잘못 좀 만회해보려던 건데 잘못된 건 없지 않아요?” ‘베게 옆’ 이라는 말은 다시 한번 경소경을 자극했다. 어떤 얘기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되는데 그는 언급을 해서 사람을 화나게 만들었다. “만회요? 하, 그럴 자격은 있어요? 그쪽이 그 사람 집안을 해치지만 않았더라도 우리가 엮일 일은 없었겠네요. 그 사람한테는 당신이 영원히 나타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거예요. 근데 그쪽은 순진하게 만회하려고만 하다니 너무 역겨운 거 아니에요? 두 사람 과거가 어땠든 난 신경 쓰지 않아요. 감히 그 사람 건들이기만 해봐요!” 예군작은 장난이 가득한 눈빛으로 손가락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만졌다. “그쪽이 지금까지 나를 건들이지 않은 건 무서워서 아니에요? 진몽요가 내가 전지일 걸 알까 봐 그런거잖아요. 당신이 날 건들이면 물이 엎질러져서 다시는 주워담지 못할까 봐 그렇겠죠. 당신은 아내랑 자식을 버리고 나쁜 짓을 할 사람이 아니에요. 세상 무서울 거 없던 경가네 도련님께서 결혼하시더니 아무것도 못 하네요… 만약 예전이었다면 제가 이렇게 가만히 앉아서 대화를 나누지 못 했겠죠? 경소경도 바보가 아니어서 예군작이 일부러 자극하는 걸 알았다. 만약 그가 주먹으로 때린다면 오늘 이 일은 절대 끝나지 않을 것이다. 예군작이 전지인 걸 확인했으니 이제 목정침이 와서 계획을 세울 차례였는데, 한참이 지나서 그런지 목정침이 보이지 않았다. 계단 구석. 목정침은 서예령과 마주쳤고, 그녀가 발걸음을 멈췄지만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자 그는 짜증이 나서 인상을 찌푸렸다. “할 얘기 있어요?” 서예령은 살
예군작은 빈 잔을 들고 목정침에게 술을 따라주었다. “앉으세요.” 목정침은 경소경을 보더니 무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경소경이 입을 열었다. “정침아, 저 사람이 전지 맞데. 직접 인정했어. 이순도 저 사람이 죽였고.” 예군작은 딱히 해명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가 죽였든 어르신이 죽였든 큰 차이는 없었다. “그래서 이제 두 분이서 저를 어쩌시려고요?” 목정침은 담담하게 말했다. “전지, 넌 생명줄도 길고 간도 크네. 아직까지 살아 있었으면 꼬리를 감추고 살았어야지 왜 돌아왔어? 또 죽고싶어? 아니면 예가네가 있다고 해서 내가 가만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예군작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생각한 적 없어. 근데 예군작이라는 신분이 나한테 편리함을 가져다주긴 했지. 나를 이제는 가볍게 상대할 수 있는 건 아니잖아? 목정침, 난 너 때문에 돌아온 게 아니야. 난 이미 죽었으면 몰라도 안 죽었잖아. 너가 날 건들이면 온연이 널 어떻게 생각할까? 그렇게 오랜 시간 공들여서 이미지 만들었는데 순식간에 무너지면 안되잖아. 온연은 그럼 너를 그때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던 악마로 생각하겠지. 본성은 못 고쳐, 내기 할래? 난 우리가 서로 건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목정침은 인상을 쓰고 물었다. “그럼 왜 돌아왔어? 예군작 신분으로 살고 싶어서? 그건 네 성격 아니잖아.” 예군작은 담배에 불을 붙혔다. “응, 맞아. 그건 내 성격이 아니지. 내 목적이 뭔지 알 텐데, 굳이 물어봐야 하나?” 경소경은 벌떡 일어났다. “진몽요씨한테 어디 가까이 오기만 해봐요!” 목정침은 그를 붙잡았다. “소경아, 흥분하지 마.” 경소경은 심호흡을 하며 다시 화를 참았다. 목정침은 이런 모습의 경소경이 언젠간 그를 건들일까 봐 걱정이 됐다. “여긴 나한테 맡기고, 먼저 나가 있어. 이따가 만나자.” 경소경은 예군작을 보며 분노한 채 나갔다. 목정침은 예군작을 보며 말했다. “너 설마 진몽요를 다시 돌아오게 만들려는 건 아니지? 너 국청곡이랑 결혼했잖아. 진몽요
목정침은 예군작의 결심을 보았는지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안 끼어드는 건 불가능 해. 소경이는 내 제일 친한 친구고 걔랑 관련된 일엔 내가 손 놓고 방관할 수는 없어. 이왕 이렇게 됐으니 내 탓은 하지 마. 난 온연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널 무너트릴 거니까.” 연회는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목정침과 경소경은 떠났다. 그들은 서예령과 나머지 한 여자에게 돈을 주고 알아서 택시타고 가라고 말했다. 이번에는 적어도 예군작이 전지인 걸 확인했으니 아예 수확이 없는 건 아니었다. 그들은 실직적인 증거를 수집할 수 없어 그를 공식적으로 감옥에 보내진 못 하기에 이건 긴 싸움으로 이어질 예정이었고 이건 겨우 시작일 뿐이었다. 경소경은 극도로 짜증이 났다. “도대체 무슨 생각이래? 내 사람을 뺏어 갈 생각이라면 꿈도 꾸지 말라고 해!” 목정침은 한숨을 쉬었다. “진몽요가 출산하기 전까지는 가만히 있을 거니까 우선 진정해. 시간도 늦었으니까 얼른 들어가 봐. 최대한 예군작이 전지라는 사실은 숨기고 진몽요가 알게 하면 안돼. 도저히 못 숨기겠으면 그냥 그대로 둬. 너무 너 자신을 난처하게 만들지 마.” 경소경은 차 뒤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고 짜증이 무너짐으로 바뀌었다. “난 못 숨길 거 같아. 내 마음속에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숨겨서 몽요씨한테 다 느껴질 정도야. 그 사람은 계속 예군작을 친구로 생각하고 아직도 나 몰래 연락할지도 모르는데, 예군작이 전지라는 걸 생각하면 난 제어가 안돼. 근데 또 뭐라고 말해줘야 할지 모르겠어… 난 예군작이 더 몽요씨한테 다가갈까 봐 너무 무서워…” 목정침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그럼 무너지게 만들어야지. 쟤가 전지라면 두 가지 길 밖에 없어. 한 가지는 죽는 거, 한 가지는 감옥 가는 거. 내가 네 곁에 늘 있어 줄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잠시 후 경소경은 담뱃불을 껐다. “알겠어. 그럼 먼저 들어가볼게. 상황보자.” 이때, 목가네. 온연은 발 빠르게 담요를 가져와 진몽요의 몸을 감싸주었다. 방금
온연은 오늘 연회 일을 알고 있었다. 게다가 오후에 진함이 왔다간지 얼마 안되서 그녀는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사진을 보기 전까지 그녀의 마음은 평온했는데 목정침이 서예령을 안고 있는 사진을 보자 그녀는 굳었다. 그녀는 오늘 연회에 목정침이 데려갈 파트너가 서예령인 건 몰랏다. 사진 배경을 보니 계단 입구 쪽 같은데 그렇게 은밀한 곳에서 두 남녀는 이상한 자세로 같이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을 위로하며 목정침을 믿자고 했다. 그가 그녀에게 미리 말하지 않았나? 그녀는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왜 하필 서예령과 같이 있었던 걸까? 그녀는 서예령의 배경을 대충 알았다. 가난한 집 출신에 이제 막 사회에 들어섰는데 사진 속 서예령이 입은 드레스는 결코 저렴해 보이지 않았고, 서예령의 경제조건으로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더 헷갈렸다. 어찌됐든, 지금 진몽요는 배가 나왔으니 그녀는 먼저 진몽요의 기분을 달래주고 아무렇지 않은 척 해야했다. “몽요야, 우리가 사진 한 장으로 그 둘이 나쁜 일을 했다고 판단할 수는 없어. 돌아오면 다시 물어보자. 넌 지금 임신하고 있어서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면 안돼. 아이한테 안 좋아. 이렇게 하자, 너 일단 여기 있어. 목정침씨 돌아오면 우리가 물어보자.” 진몽요는 실망해서 고개를 저었다. “둘이 같은 편이라서 서로 편들어 줄 거야. 근데 예군작씨가 나한테 거짓말할 이유가 있을까? 없겠지, 그래서 분명 문제야 이건. 날 위로하지 마. 넌 이걸 보고도 괜찮니?” 온연은 순간 뭐라고 대답할지 몰랐다. 그래, 그녀도 괜찮지 않았고 제대로 물어볼 생각이었다. 만약 진몽요에게 이걸 알린 사람이 다른 사람이었으면 몰라도 하필 예군작이라, 진몽요는 예군작을 의심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예군작을 믿지 않았다. 목정침이 돌아왔을 때 온연은 이미 아이를 재웠고, 진몽요와 거실 소파에 앉아 있었다. “앉으세요.” 두 사람을 보자 목정침은 의아했다. “둘이…” 진몽요는 그를 노려보며 억울해서 말을 하지 못
그가 올라가는 걸 보고 진몽요는 거의 울기 직전이었다. “이게 해명하려는 태도야? 연아 넌 믿어? 지금 11시가 넘었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아무 일도 없었다고? 예군작씨가 불순한 의도를 가졌겠어? 경소경씨는 여자를 데리고 연회에 갔으면서 나한테 숨겼을까? 내가 임신해서 같이 못 가는 건 그렇다 쳐도, 넌 멀쩡하잖아. 목정침씨는 왜 너를 안 데리고 간 거야? 거짓말을 저거 밖에 못 한데?” 온연의 마음도 지금 혼란스러웠다. 만약 서예령이 없었다면 그녀도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만, 이게 정말 우연일까? 그녀는 자신의 감정을 신경 쓸 겨를도 없이 모든 의심을 접어두고 위로했다. “몽요야, 목정침씨는 거짓말 안 해. 경소경씨가 널 속인 것도 다른 이유가 있었겠지. 여기 오면 우리 같이 물어보자. 화 내지 말고 너무 성급히 생각하지 마. 지금 늦었는데 아님 좀 자고 있을래?” 진몽요는 소파에 기대어 눈시울이 붉어진 채 무기력해 보였다. “내가 잠이 오겠어? 지금 하늘이 무너진 기분이야. 요즘 안 그래도 나한테 뭔가를 숨기는 게 느껴졌는데 거짓말한 게 지금 한 두번이 아니야. 근데 내가 어떻게 믿어야 해?” 온연은 침묵했다. 더 이상 비밀을 지키기 어려워 예군작이 전지일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다. 말을 해야하지만 못 하는 이 느낌은 정말 괴로웠다. 그녀는 지금 진몽요를 진정시킬 수 없었고, 어쩔 수 없이 경소경을 기다려야 했다. 경소경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목정침의 전화를 받고 바로 운전대를 돌려 목가네로 향했다. 들어오고 난 뒤, 그의 급박했던 발걸음은 서서히 느려졌고 진몽요 앞으로 걸어오자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 “미안해요, 속여서. 회사 일 하러 간 거 아니고 연회에 참가하러 갔었어요. 당신 몸이 불편해서 다른 여자를 데리고 갔는데 질투할까 봐 말 못 했어요.” 진몽요는 경소경을 보자 계속 참았던 눈물을 흘렸다. “나한테 앞으로 거짓말 안 하고, 숨기는 거 없을 거라고 약속했잖아요. 자기가 한 말도 못 지키는데 내
그녀는 마음이 불편해서 답장했다. ‘할 말 있으면 문자로 해요. 나 몽요랑 같이 있어야 해요.’ 목정침은 견고했다. ‘당장 안 오면 내가 갈 거야.’ 그녀는 당연히 그를 게스트룸으로 부르면 진몽요가 깰까 봐 어쩔 수 없이 살금살금 목정침이 있는 방으로 갔다. “할 말이 뭔데요?” 그녀가 묻자마자 그는 그녀를 힘을 써서 침대로 당겼다. 그녀는 아이가 깰까 봐 큰 소리를 내지 않고 약간 화난 말투로 물었다. “뭐하는 거예요?” “너 나 의심했어? 응? 이게 증명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 아니야? 아직도 내가 다른 여자랑 뭐가 있었다고 생각해?” 그녀는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지 않았다. 그가 다시 한번 해명이라도 할 줄 알았는데 이런 결과일 줄은 몰랐다. “나… 당신 믿어요…” 목정침은 세심하게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어때?” 온연은 얼굴이 빨개졌고, 그의 직설적인 말을 견딜 수 없었다. “당신… 믿는다고 했잖아요… 그냥 넘어가면 안돼요? 서예령인 걸 미리 말 안 해준 당신이 왜 날 탓해요? 서예령인지 몰랐던 건 당신 문제고, 어차피 당신 잘못이잖아요. 오늘은 당신이 콩알이 봐요. 난 몽요 챙겨야 해요. 내가 원래 말하려고 했는데 경소경씨는 아직도 몽요한테 숨길 생각인가 봐요. 이러다가 몽요가 이혼한다고 할까 봐 걱정이에요. 오늘 가서 뭐 얻어온 건 있어요?” 목정침은 그녀의 옆에 누웠다. “있어. 예군작이 인정했어 자기가 전지라고. 근데 DNA 채취할기회는 안 주더라. 걔는 이미 우리가 연회장에서 기다릴 걸 알고 준비를 다 해놨더라고. 우리가 채취해도 밖으로 못 나가게. 목적이 명확해. 아무것도 필요 없고 딱 진몽요만 노리고 있어…” 온연은 살짝 놀랐다. 전지는 죽음을 이겨내고 예군작으로 돌아온 게 오직 진몽요 때문인가? 자세히 생각해보니 모든 게 말이 됐다. 전지는 어렸을 때부터 비참한 일을 많이 당했었고, 거의 부모님의 사랑을 하나도 받지 못한 채 서영생의 품에서 자랐다. 어린 마음엔 목가네를 향한 복수심으로 가득 차 있
예군작은 갑자기 흥미가 떨어져 일어나 옷깃을 정리한 뒤, 바로 클럽에서 나왔다. 온 몸에 술냄새를 풍기며 예가네 저택으로 돌아온 뒤, 저택은 너무 불안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는 취했고, 술기운이 너무 올라와서 비틀거리며 위층으로 올라가며 국청곡의 이름을 불렀다. 국청곡은 자고 있다가 놀라서 깼고, 아이가 혹시라도 시끄러워서 깰까 봐 잠옷 원피스를 입고 일어나서 나와봤다. 그가 계단 입구에 앉아 인사불성이 된 걸 보고 그녀는 마음속 분노가 삭으라 들었다. “왜 이렇게 많이 마셨어요? 저녁에 그렇게 시끄럽게 하면 아이가 깰까 봐 걱정도 안돼요? 가요, 방에 가서 쉬게 내가 부축 해줄게요. 술 많이 마셨는데 속은 괜찮아요?” 그녀가 팔을 뻗어 그의 팔을 잡았을 때, 그는 갑자기 일어나서 그녀를 품에 안았고, 예전에는 느껴보지 못했던 힘으로 안았다. 그녀는 살짝 발꿈치를 들었고, 그를 밀어내야 할지 계속 안고 있어야 할지 몰랐다. 그가 분명 사람을 착각한 게 아닐까? 아니면 어떻게 이렇게 평소와 다를 수 있지? 그녀가 여러가지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그가 갑자기 중얼거렸다. “당신은 나중에 다른 사람을 사랑해서 갑작스럽게 나를 떠날 거예요?” 그녀는 살짝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아니요. 당신 취했어요, 그만해요. 너무 늦었어요.” 그는 그녀의 말을 듣지 않고, 그녀의 턱을 잡은 뒤 강제로 그를 보게 만들었다. “지금 나한테 왜 이렇게 성의가 없어요? 내가 당신이 싫어하는 일을 많이 했었잖아요, 그럼 날 떠날 생각 해본 적 있어요?” 그녀는 술 취한 남자를 상대하기 피곤해서 솔직하게 답했다. “있어요, 됐죠? 난 당신이 완전 체념할 때까지 기다리다가 아이를 데리고 당신을 떠날 거예요.” 그는 침묵했다. 갑작스러운 고요함은 사람을 두렵게 만들었다. 그의 차가운 눈빛을 보고 국청곡은 단호하게 대답한 걸 후회했다. “당신 술 먹고 주정부리면 나 계속 무시할 거예요.” 그는 무섭게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 그는 강제로 그녀를 안아서 안방으
목정침은 여유롭게 그를 보았다. “어디서 날 봤는데? 목가네는 절대 아닐 테고. 네 당시 그 신분으로는 목가네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잖아.” 예군작은 그가 총구를 겨누는 것 같은 그의 말을 신경 쓰지 않고, 여자들을 다 쫒아 낸 뒤 두 사람만 남았을 때 말했다. “맞아, 목가네는 아니야. 우리 엄마랑 내가 살던 아파트 밑이였지.” 아파트 밑? 목정침은 자세히 회상을 했다. 전에 한번 그가 아버지를 따라서 회사에서 회의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 아파트에 들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그에게 오랜 친구를 금방 만나고 올 테니 차에서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는 의구심을 갖지 않고 다른 쪽으로 생각하지 않았었다. 대충 10 여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은데 아마 그때였던 거 같다. 생각해보니 웃겼다. 아버지는 애인을 만나러 가는 거였는데,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밑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만약 그가 미리 알았더라면 어쩌면 그 후에 일이 벌어지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이런 일들 때문에, 그는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여전히 남아 있었다. 왜 그가 그런 일을 알게 만든 걸까? 왜 그가 그런 곳에 가게 한 걸까? 아버지는 그를 완전히 바보취급 했었다… 그의 반응을 보며 예군작이 이어서 말했다. “아마 생각났겠지. 그때 나도 밑에서 놀고 있었어. 아버지가 위로 올라가는 걸 보면서, 나도 예전처럼 신나게 따라올라 가려다가 형을 봤어. 그 순간 내 두 다리는 굳어버리고 말았지. 형한테 호기심도 생기고 질투도 나면서, 처음으로 내가 사생아라는 걸 확실히 알게 됐어. 형은 외제차 안에 타고 있고, 제일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지만, 나는 엄마랑 빛도 안 들어오는 곳에 살면서, 당당하게 아빠랑 나가 보지도 못 했어. 단 한 번도… 나랑 우리 엄마가 아파도, 아버지는 사람을 보내셔서 우리를 병원에 보내주셨지. 난 언제부터 아빠를 싫어했을까…? 거의 기억도 안 나. 근데 갑자기 싫어한 게 된 건 아니고,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감정이 쌓였어. 난 우리 엄마도 싫
국청곡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가 언제부터 자신이 같이 자주길 원했었나? 예전에는 그녀가 방에서 자는 않는 것은 물론, 집에서 자지 않더라도 그는 절대로 묻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는 일부러 그를 피하고 있었다. 그녀는 요즘 자꾸 그가 이상한 생각을 하는 것 같았는데, 그녀는 출산을 하고 상처부위가 아직 회복이 되지 않은 것 같아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절대 남은 이해해 주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회사로 가는 길, 예군작의 얼굴은 매우 어두웠지만, 아택의 얼굴엔 봄바람이 부는 것처럼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예군작은 아택이 꼴보기 싫었다. “연애라도 시작했어? 아침부터 왜 그렇게 기분이 좋아.” 아택은 정직하게 말했다. “아니요, 그냥 단순히 기분이 좋아서요. 도련님은 왜 아침부터 화가 나셨어요?” 예군작은 국청곡을 떠올리자 화가 났다. “물어보지 마, 말하기 싫어. 오늘은 일찍 퇴근하고 클럽 가서 스트레스 좀 풀자.” 아택은 황급히 말했다. “저는 못 갈 것 같습니다, 도련님 혼자 다녀오세요. 안야씨가 저녁은 집에 와서 먹으라고 해서요.” 예군작은 그의 말에서 눈치를 챘다. “오, 그렇게까지 마음을 쓰는 거야? 이제 놀러도 안 가게? 남자가 그렇게 성실해서 어따 쓰게?” 아택은 사실대로 말했다. “단지 노는 게 지겨워서지,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는 자기자신을 잃기 마련이니 안 가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예군작은 아택을 강요하지 않았고 한 사람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목정침이었다. 목정침과 그런 곳에 가면 재밌지 않을까? ...... 저녁. 목정침은 접대가 있다고 말한 뒤 집에 돌아와서 밥을 먹지 않았다. 온연도 그를 매우 믿었기에 더 묻지 않았다. 만약 그가 예군작에게 끌려가서 논 걸 알게 되면 화가 나서 미쳐 버릴 테다. 목정침은 장소에 도착한 후에서야 예군작이 음란하게 놀려는 걸 알았다. 룸 안에는 야릇한 조명이 켜져 있었고, 여자들은 다리를 훤히 내놓고 여러가지 자세를 취하고 있었으며, 예군
아택은 어떤 반응을 해야 할지 몰랐다. 예전에 예가네에서 어르신 밑에서 목숨을 받쳐 일하느라 너무 힘들어서 연애를 할 시간도 없었다. 나중엔 예군작 밑에서 일을 하면서, 클럽도 다니고 여자를 만나봤지만, 진짜 연애를 하려니 그는 하지 못 했다. 그는 꼭 찌질한 사내자식처럼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가 대꾸를 안 하자 안야는 살짝 실망했다. “대체 이유가 뭐예요? 난 진짜 모르겠어서 그래요, 우리 정상적인 부부처럼 살기로 한 거 아니었어요? 근데… 우리가 지금 부부처럼 살고 있는 게 맞아요?” 아택은 그녀와 처음 자게 되었을 때가 떠올랐고, 그때는 예군작 때문에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는 느낌으로 했었다. 그의 목젖이 살짝 움직였다. “가면 되잖아요…” 안야는 그가 매우 원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고, 꼭 그녀가 강요하는 느낌이었다. 그녀는 수치스러워서 입술을 깨물었다. “당신이 싫으면 나도 강요하지 않아요. 어차피 당신도 예군작 같은 사람 밑에서 일하니까 밖에서 많이 해봤을 거 아니에요. 원래 돈 많은 남자들은 다 그렇잖아요, 나 이해해요.” 아택은 머리가 아파왔다. “아니에요, 정말 아니에요. 도련님은 다리를 그렇게 오랫동안 다치셨는데 밖에 나가서 놀 시간이 어딨었겠어요? 이미 성실해지신지 오래 되셨고, 나도 매일 그 분만 따라다니니 혼자서는 더욱 그럴 일이 없어요. 나도… 싫은 거 아니에요. 그냥 시간 좀 필요해서 그래요.” 그가 젓가락을 내려놓자 안야는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당신한데 준비할 시간을 주면 언제까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잖아요. 일단 들어와요.” 그녀는 말을 끝내고 먼저 안방으로 들어갔다. 아택은 어쩔 수 없이 따라 들어갔다. 안야는 갑자기 그를 안았고, 먼저 그에게 키스를 했다.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이 느껴지자, 아택은 숨이 멎었지만 이내 그녀의 허리에 팔을 감쌌다. …… 예군작은 하루종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왔고, 국청곡이 안방이 아닌 아이방에서 자고 있는 걸 발견했다. 아이 방은 잠겨 있어서
아택은 침을 삼켰다. “아… 그냥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예군작은 일어나서 시계를 보고 외투를 챙겼다. “나 혼자 운전해서 퇴근할게, 너도 들어가.” 예군작은 대답을 한 뒤, 그를 위해 사무실 문을 열어주었고, 두 사람은 회사 문 앞까지 걸어간 뒤 각자의 길을 갔다. 예군작 밑에서 이렇게 오래 일을 하면서, 아택은 여전히 그의 심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어르신보다 더 파악하기 힘들었고, 사람의 마음은 깊기 때문에 한 사람을 파악하지 못 한다는 건 절대적으로 두려운 일이었다. 아택이 집에 돌아왔을 때 안야는 아직 자고 있지 않았고, 그들 대신해서 신발장에서 슬리퍼를 꺼낸 뒤, 또 능숙하게 주방에 들어가 그에게 줄 요리를 했다. 그녀가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보면서 아택은 왠지 모르게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집에 늦게 들어가도 누군가 불을 켜 놓고,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따뜻한 밥이 준비되어 있는 건 인생에서 가장 편안함을 주는 일이었다. 그는 평소처럼 바로 샤워를 하지 않고, 소매를 걷어 올린 뒤 주방에 들어가 그녀가 요리하는 걸 도왔다. “오늘은 애기가 말 잘 들었어요?” 안야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 잘 들었어요, 사실 나 혼자서도 잘 챙길 수 있는데, 아주머니는 안 써도 되지 않을까요? 그러면 매달 소비를 좀 아낄 수 있잖아요. 당신 돈 버는 것도 힘든데, 우리끼리 아껴서 살면 좋잖아요. 당신은 움직이지 말고 좀 쉬어요, 하루종일 일하느라 피곤했을 텐데 이런 건 내가 하면 돼요.” 아택은 그녀에 의해 강제로 옆으로 쫓겨나서 완전히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런 돈은 아낄 필요없어요. 집안 일도 하고 애도 보는데 당신도 힘들겠죠. 내 일은 엄청 힘든 편은 아니에요. 평소에 대부분은 거의 한가해서요.” 안야는 고개를 돌려 그를 향해 웃었다. “안 힘들면 다행이에요. 사실 내가 봤을 때 예군작씨도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 적어도 당신한테는 잘해주니까요.” 아택은 평소에 뒤에서 예군작의 얘기를 하진 않지만, 이 점은
진몽요는 억울해했다. “그러게 누가 나한테 장난치래요? 나도 순간 머리가 안 돌아가서 그런 거잖아요. 그래서 손부터 나간 거고요… 내가 잘못했어요. 나도 민망했어요, 당신 부모님이 다 봤잖아요. 지금 심장이 너무 빨리 뛰어서 목구멍 밖으로 튀어나올 거 같고, 진짜 창피한 건 나라고요! 어머님 아버님이 봤을 때 내가 엄청 예의 없는 아이로 보였을 거 아니에요! 근데 내가 방금 식당 입구 봤었는데, 우리 몇 명 밖에 없었어요~” 경소경도 진짜로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는 그녀의 생각이 단순한 걸 알았기에, 생각이 짧은 건 정상이었다. “알겠어요, 그만 해명해요. 해명하는 건 감추려는 거고, 감추려는 건 사실이라는 거잖아요. 내가 나이를 이렇게 먹고도 참… 됐어요, 어차피 당신이 맨날 집에서 안 그러는 것도 아니니까요. 우리 엄마 아빠는 당신이 이런 사람인 거 이미 알고 있으시고, 이미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 있을 거예요. 이번 생에 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진몽요는 호기심에 물었다. “부모님 눈에는 내가 어떤 사람인데요?” 경소경은 입꼬리를 올린 뒤 못된 웃음을 지었다. “생각이 간단하고 사지가 발달된 사람이요.” 이 간단한 한 마디는 당연히 매를 벌었다. 백수완 별장으로 돌아온 후, 진몽요는 시간이 어느정도 됐으니 강령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물었다. “엄마, 집에 들어갔어요? 어떻게 됐어요? 말 좀 해줘봐요.” 전화 너머 강령은 너무 웃어서 주름이 졌다. “난 괜찮은 거 같아. 그 분이 나한테 선물도 준비해 주셨더라고, 근데 사람이 많아서 민망해서 바로 못 주셨데, 그래서 차에서 주셨어. 그 분이 그리신 그림이었어, 그럴듯하게 도장도 찍혀 있더라고. 그 분은 짝을 찾아서 안정적으로 삶을 살고 싶다고 하시는데, 다들 알다시피 그분은 불만이 없고, 내가 마음에 든다길래, 내 의견을 물어봐서 나도 괜찮다고 했지. 그 분 얼굴이 너무 빨개지셔서 어둠속에서도 빨개지신 게 보이더라. 난 그저 그 분이랑 공통된 관심사가 없
강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네, 좋네요… 제 딸도 샤브샤브를 좋아해서요, 나중에 같이 갈게요.” 진몽요는 이 좋은 소식을 듣고, 이런 자리만 아니었다면 이미 신나게 웃었을 테다. 허영준이 샤브샤브 가게를 갖고 있는 줄은 몰랐고, 이 가게는 정말 그녀의 입맛을 저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건 그녀가 앞으로 샤브샤브를 배 터질 때까지 먹을 수 있다는 뜻인가? 허영준은 경성욱처럼 말이 많지 않아서, 식탁에서는 거의 대화가 없었다. 밥을 다 먹고 식당에서 나온 뒤, 허영준은 강령을 보며 물었다. “혼자 사시죠?” 이 말은 첫 맞선 자리에서 묻기엔 조금 이상했고, 마치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못 하는 목적이 있는 것 같았다. 진몽요는 허영준의 바른 모습을 보고 이상한 생각이 들지 않아 강령을 대신해서 대답했다. “엄마는 지금 혼자 살고 계세요. 그래서 제가 자주 보러가요, 어차피 멀지도 않으니까요.” 허영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다들 가는 방향이 다르시니, 제가 가는 길이 같아서 데려다 드리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면 다들 왔다 갔다 하실 필요 없잖아요.” 그랬다. 허영준은 그저 말이 별로 없었지만 마음씨는 세심해서 이미 가는 길이 같은지 아닌지도 생각하고 있었기에 진몽요는 웃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아저씨.” 강령과 허영준이 차를 타고 멀어지자 하람은 진몽요에게 물었다. “네가 봤을 땐 어떤 거 같아?” 진몽요가 대답을 하기도 전에 경소경이 끼어들었다. “이게 이 사람 맞선도 아닌데, 이 질문을 왜 이 사람한테 하세요? 이 사람 생각은 중요하지 않죠, 어머님 마음에 드셔야 하는 거잖아요.” 하람은 그를 노려봤다. “그럼 네가 봤을 땐 어떤 것 같은데? 너희 생각도 중요하지, 아니면 왜 다같이 밥을 먹었겠어? 그럴거면 그냥 두 사람 따로 만나서 얘기 나누게 했지…” 경소경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사람은 괜찮은 거 같아요, 성실하고, 근데 말은 잘 못 하시네요.” 진몽요는 경소경의 피드백이 너무 일반적이라고
진몽요는 이런 일을 참고 있을 수 없어서, 경가네 공관에서 나오자마자 강령에서 살짝 얘기를 흘렸다. 강령의 태도는 사람을 본 다음에 다시 얘기해보자는 느낌이었고, 이미 한번의 실패를 통해서 조금 더 현명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제대로 상대를 봐야 했다. 순식간에 주말이 다가왔고, 진몽요는 원래 온연이랑 놀러 나가기로 했던 약속을 취소했다. 온연은 진몽요가 엄마에게 맞선을 주선하려는 걸 알고 의아해하지 않았다. 사람은 늘 그런 것 같았다. 나이가 젊든 많든, 다들 짝이 있어야 했다. 사람은 원래부터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니 그 누구도 혼자 외롭게 살고싶어 하지 않았다. 백수완 레스토랑에 예약한 룸에 경소경은 요리를 배치한 뒤, 모든 게 준비가 다 되어 있었고, 이제 봄바람만 불어오면 됐다. 그 ‘봄바람’은 아직 오지 않았다. 강령은 잘 관리한 얼굴에 홍조를 띄웠다. “사돈, 그 분 만나 뵌 적 있으시죠? 좀 웃기실 것 같지만, 저 조금 긴장되네요. 이런 일까지 다들 출동해주시니 조금 죄송해서요.” 하람은 웃었다. “만난 적 있어요, 저희 집 사람보다 더 바르게 생겼으니 걱정 마세요. 마음이나 겉모습이나 다 이 사람보다 나으니까요.” 경성욱은 옆에서 감히 반박하진 못 했다. 그의 동문이 어디가 더 낫단 말인가? 그가 그렇게 후졌나? 사람들이 거의 30분정도 기다린 뒤, ‘봄바람’이 도착했다. 얼굴엔 비록 세월의 흔적이 묻어 있었지만, 여전히 젊었을 때의 풍채가 보였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듯이, 경성욱의 동문은 여러 방면에서 못난 게 없었다. 젊은 사람을 사이에 있어도 경소경처럼 인기가 많았고, 이 나이를 먹었어도 여전히 잘생긴 아저씨였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제가 나올 때 근처에서 차가 막혀서, 마음은 급했는데 방법이 없었어서요. 제가 사죄의 의미로 이번 식사 대접하겠습니다.” 경성욱이 말수가 적은 걸 알고 분위기를 살리는 일은 다 하람이 했다. “괜찮아요 허씨, 저희가 남도 아닌데요 뭘.” 말을 하면서 그녀는 강령의
경소경은 경성욱이 아이를 안고 싶어하는 걸 알고 바로 아이를 건네주었다. “한번 보세요.” 경성욱은 기쁘게 아이를 받은 한번 살펴보았다. 사실 기저귀는 갈은지 얼마 안돼서 깨끗했다. 경소경이 한가한 걸 보자 진몽요는 그를 째려봤고 경소경은 눈물없이 울고 있었다. 그는 아이를 안기 싫은 게 아니라 기회가 없었던 거였다. 식사 시간. 아이는 유모차 안에서 분유를 먹고 있었고, 유모차는 하람 옆에 있어서 하람은 밥을 먹으면서도 아이를 놀아주었다. 진몽요는 하람은 완전 존경했다. 처음에 그녀는 하람이 아이에 대한 열정이 한 순간일 줄 알았고, 시간이 지나면 아이를 귀찮아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녀의 모습은 여전했고, 늘 손에서 놓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니 하람에게 아이를 맡겨서 그녀도 안심이 되었다. 갑자기, 하람은 그녀를 보며 물었다. “요즘 내가 애 보느라 사돈이랑 쇼핑할 시간도 없었고, 연락할 새도 없었는데, 넌 사돈이 혼자 계시는데 걱정 안되니?” 진몽요는 걱정이 없는 편이라, 많은 생각을 하지 않았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게 뭐 있어요? 집에 대문 보안도 최고로 설치해 두었으니 괜찮아요. 제가 엄마 집에 가기도 해요, 시간만 있으면 가거든요.” 하람은 헛기침을 두 번 했다. “그… 사돈한테 새 짝 찾아드릴 생각은 없어? 너도 이제 시집왔고, 사돈도 계속 혼자 계시면 심심하시잖아, 나중에 나이 들었을 때 짝이 있으면 좋잖아. 지금은 비록 젊으셔서 마음대로 노실 수 있어도 혼자면 있으면 외롭기 마련이니까…” 중매하는 일은 하람도 처음이라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고, 진몽요가 신경쓸까 봐 더 걱정했다. 진몽요는 그제서야 하람의 뜻을 이해하고 문득 깨달아서 말했다. “아아아… 그 일은 저도 생각 했었어요. 엄마도 예전에 스스로 노력해보셨는데, 적절한 사람을 못 찾았어요, 다 이상하고 못 미더운 사람들이었거든요. 저도 지금은 거기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어서, 제가 생각을 많이 못 해드린 거 같아요